제2 엘리엇 막으려면.."주주가치 높이고 외형 키워야"

  • 등록 2015-07-19 오후 7:30:02

    수정 2015-07-19 오후 7:30:0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두고 벌어진 주주들의 뜨거운 찬반 공방은 삼성 뿐만 아니라 한국 대기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자리였다.

합병에 찬성하는 주주들은 헤지펀드의 공세를 비판하거나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법인의 비전을 지지했다. 합병 반대를 주장한 주주들 중에는 합병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재산권 손해를 우려해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삼성은 이번 합병 성사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재편해 경영권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나아가 한국의 자본시장은 이번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을 계기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과 ‘주주가치·경영투명성 강화’에 대해 되짚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 외국인·소액주주 민심 회복해야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성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주주 구성에서 외국인(지분율 33.5%)과 소액주주(24.4%)의 비중이 높았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외국인은 찬성 지분이 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3.1%)을 비롯해 대부분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 등의 합병반대의 권고 영향도 있었지만 앞으로 반대한 이들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물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지는 향후 주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는 헤지펀드와 달리 장기투자자인 인덱스·뮤추얼 펀드 중심의 외국기관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주주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186개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 지분이 대주주 우호 지분보다 많은 기업이 13곳에 달했다.

엘리엇의 소송에서 법원이 합병 비율산정의 적법성을 인정했지만 합병에 반대했던 소액주주들은 당장 재산상 손해로 직결될 수도 있는 ‘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의 0.35주로 인정’하는 합병비율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따라서 삼성은 일부 주주들이 제기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소액주주가 희생했다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삼성의 지배구조 핵심으로 떠오른 통합 삼성물산이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엘리엇과의 분쟁과정에서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외형성장 비전을 실현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경영권 보호장치 vs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삼성물산은 엘리엇과의 분쟁을 겪은 최근 6주간 본연의 경영활동이 사실상 마비됐다. 합병 성사를 위해 CEO들은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설득하고, 임직원들도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포이즌빌(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적 방패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아시아 국가 중 외국인 투기자본의 대표적인 공격대상인 한국과 중국, 일본 중 한국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제일 취약하다”면서 “외국 투기자본에게 천국 같은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경영권 방어행위가 자원을 낭비하고 기업역량을 분산시킨다”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은 경영을 잘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도한 경영권 보호장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유치에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우려도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도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약점을 드러낸 것이 이유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투명성과 주주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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