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기아차(000270)가 통상임금 집단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최대 1조원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폭탄까지 떠안게 됐지만 기아차는 초우량 신용등급인 `AA+` 그대로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일 기아차가의 통상임금 패소후 “소송결과가 기아차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진단을 내놨다. 기아차가 소송결과에 따른 예상비용을 3분기에 충당금으로 쌓아 3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연간 1500억원 수준의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생기지만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이 기아차 신용등급 하향 또는 상향을 결정할 때 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 하락이 크지 않다는 점도 `AA+` 신용등급을 지탱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소송으로 기아차의 EBITDA 마진은 0.4%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말 기준 기아차의 EBITDA 마진은 약 9.3%인데 소송비용 소요후 8.9%가 된다는 얘기다. 한기평은 기아차의 EBITDA 마진이 7%를 밑돌 경우를 기아차의 ‘AA+’ 신용등급이 ‘AA’로 하락할 수 있다는 조건(트리거)을 걸고 있다. 나이스신평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는 EBITDA마진 6%를 밑도는 것이다. EBITDA 마진이 하락해도 두 신평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렇다고 1조원에 이르는 재무부담이나 앞으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 등이 기아차의 우량 신용등급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나 기아차 신용등급이 완벽하게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해외에서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현금 창출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신평사들은 EBITDA 마진이나 현대차 신용도 하락 외에도 기아차가 주요 시장에서 계속해서 시장지위가 하락하거나 비용부담이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달아뒀기 때문이다. 최중기 나이신평 기업평가1실장은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보고 있다”며 “앞으로 현대차의 신용도, 완성차 판매실적과 영업수익성 변화 등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