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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외교관·외신 기자단 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협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한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권 차원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지난 1일 하노이 심야 긴급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북미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를 갖고 있다. 미국은 볼턴 보좌관을 앞세워 북한에 영변 핵시설 이상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도 대외 매체 등을 통해 ‘영변’만을 내세운 단계적 비핵화 카드로 맞서는 중이다. 양측 모두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어느 한쪽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최 부상을 내세워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현재의 소강 상태를 해소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경제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재 완화가 시급한 북한이 미국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최 부상이 하노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시간적 제한’을 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자회견에 나선 인물이 최 부상인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은 앞서 12일 외무성 부원 명의의 글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 불과 사흘만인 15일 이를 뒤집는 발언을 최 부상의 입을 통해 꺼내면서 ‘비핵화 협상 중단’ 카드의 무게감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의 공식성명 직접 발표라는 단서를 달아 협상 중단과 재개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최선희 부상의 발언만으로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며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최 부상은 이날 회견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관련, 위성 발사에 대한 준비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