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첫 재판…"조사방식 문제" vs "트집잡기" 신경전

梁 "참고인 조사 피의자 대하듯" 진술 압박 지적
檢 "수사 흠집내기, 재판 지연 의도 의심" 반박
재판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부정적 선입견 우려"
  • 등록 2019-03-25 오후 2:35:01

    수정 2019-03-25 오후 3:02:26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가 “법관에게 (유죄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다”며 검찰 공소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는 25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양 전 원장 등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法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檢 “사건 특성상 어쩔 수 없어”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대해 ‘공소장일본주의(一本主義)’를 어긴 부분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해야 하고 재판부가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기타 서류 등을 첨부·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 인정 여부를 떠나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며 “재판부가 보기에도 최초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 사실을 그대로 두고서 재판하기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장 중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등을 예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재항고 주심 대법관이었던 고영한’이라는 부분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기소는 아닌 부분”이라며 “기소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피고인의 행위 내용을 적시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 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불필요 부분이고 법관에게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외에도 몇 군데가 더 있는데 공판 절차에 들어가기 전 정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돼 재판부가 협의해 정식으로 서면을 통해 지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에 대해서 대법원도 공소 사실 특정을 위해 일부 (장황한 내용을) 적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판시를 해 왔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양 전 원장이 2011년부터 약 6년 동안 어떤 동기나 배경, 목적 등을 갖고 행한 범행인 데다 지휘체계에 따라 공모 관계가 다양하고, 또 은밀하고 조직적인 가운데 장기간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직권남용 혐의 특성상 정확한 경위를 표시하지 않으면 무엇이 직권남용인지를 알 수 없어 피고인도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들은 뒤 “검찰 측 의견과 변호인의 의견을 서면으로 받아본 뒤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梁 “참고인을 피의자 대하 듯” 지적에 檢 “트집 잡지 마라” 신경전

조사 방식부터 적용 법조를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간 날카로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양 원장 측은 검찰이 참고인으로 부른 현직 판사들을 조사할 때 사실상 ‘피의자’처럼 조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검찰은 “수사 흠집 내기”라고 반박했다.

양 전 원장 측은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했는데 왜 그랬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압박을 넣어 진술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취지다. 그 경우, 참고인들의 진술 조서는 증거로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증거 동의 여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 조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조서에 흠집을 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참고인의 경우도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등에 대해 고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는 근거도 마련돼 있는 것”이라며 “트집을 잡기보다 오히려 혐의에 대한 주장을 해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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