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자영업자 대출에 적색등이 켜졌다. 정부의 가계부채 옥죄기로 시중은행들이 소규모 담보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자영업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경기 위축에 금리상승까지 겹치면서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00조원 추산 자영업자 대출…부채 급증 주범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은행권(은행신탁 포함)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60조5000억원으로 올 한해만 21조5000억원이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매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2013년 17조1000억원, 2014년 18조8000억원이 늘었고, 지난해는 29조7000억원 급증했다.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에 자영업자들이 받은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360조~37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2금융권까지 확대하면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0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개인사업자 및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여신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줄이고 가계대출은 정부의 규제로 적극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한은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작년 3분기(7∼9월)에서 올해 1분기(1∼3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의 84.1%는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대출 증가의 75.0%는 개인사업자 대출”이라고 분석했다. 부채 급증의 양대 주범으로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출을 지목한 셈이다.
늘어나는 이자비용에 부실화 우려…리스크 관리 비상
문제는 금리상승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로 이뤄지며 기준금리로는 은행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나 코리보(KORIBOR), 금융채 금리를 사용한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1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지난달 초 1.53%에서 최근 1.67%로 올랐다. 지난 8월(1.3%대)과 비교하면 0.3%포인트 이상 상승한 셈이다.
특히 2금융권을 활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문제다. 이들은 다중채무자들이거나 저신용자인 경우가 많아 금리가 오르면 바로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올 상반기 39조7000억원에 달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상황을 살펴보면 캐피탈이나 보험사 대출을 같이 끼고 있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이 많다”며 “2금융권은 자체 금리도 높기 때문에 금리인상이나 경기악화에 따른 부실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영업자 규모는 1차 베이비붐 세대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자영업 진출이 늘어나고, 음식이나 숙박 등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종에 집중돼 있다. 잦은 폐업도 문제다. 이같은 자영업자 대출은 생활자금인지 사업자금인지 구분이 애매해 연말 13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 회복세 둔화와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소득여건과 부채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