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조건 모두 충족'…그리스 구제금융 논의 개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리스가 마지막 개혁안에 대한 의회 승인까지 마치면서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우려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새벽 그리스 의회는 3차 구제금융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2개 개혁안에 대해 표결에 부친 결과, 300표 가운데 230표를 얻어 통과시켰다. 집권여당인 시리자 소속 149명의 의원 중에 31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5명은 기권했지만 친유럽 성향의 야당이 힘을 실어줘 무난히 의회 문턱을 넘었다.

이날 상정된 개혁안은 은행이 도산할 경우 채권자와 주주가 손실을 부담하는 유럽연합(EU)의 은행회생 정리지침을 준수하는 법안과 민사소송 절차를 간소화해 소송비용을 줄이는 사업개혁안이다.

의회 표결 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의회 승인으로 그리스가 유로존 잔류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날려버릴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4개 개혁안을 승인한 데 이어 이날 남은 2개 법안까지 처리하면서 그리스는 본격적으로 850억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 구제금융 제공을 위한 협상은 다음달 중순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도 다음달 2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에게는 혹독한 개혁이 남아 있지만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유로존 탈퇴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EU의 단기 자금 지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채무를 상환했고, 그리스 은행은 다시 문을 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일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ELA) 한도를 9억유로로 2주 연속 높였다.

다만 그리스가 실제로 개혁안을 이행할 것인지 감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군터 크리히바움 독일 의회 유럽위원회 의장은 “개혁안 승인뿐 아니라 실행할 것인지도 지켜볼 것”이라며 “그리스가 약속했던 것을 다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