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월호法 합의날, 국회는 유족농성장 철거시도

  • 등록 2014-10-01 오후 7:34:01

    수정 2014-10-01 오후 9:05:23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월호특별법이 합의되고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가 끝난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급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국회사무처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철거할 것 같으니 국회에 있는 보좌진은 지금 즉시 본청 앞 농성장으로 모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 협의회가 보낸 문자였다.

그 시각까지 국회에 남아있던 보좌진 40여명이 모였다. 당시 유가족들은 대부분 여야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 안산으로 향해 국회 농성장에는 부재한 상태였다. 보좌진들은 이렇게 되면 일이 커질 수 있다며 철거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오후 10시 30분께 일단 철거 시도는 중단됐다. 이 소식을 들은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호처 직원들은 방호장 자신의 판단으로 철거를 하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유족들에게는 국회의장 명의로 농성장 철수를 요구하는 서한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합의한 만큼 최대한 빨리 농성장을 해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국회의장의 이 같은 서한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회 경호기획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실 국회는 (집시)법에 따라 농성이나 시위가 불가능한데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사건이기 때문에 유족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 허용해왔다”며 “그 차원에서 마음의 준비가 되는대로 퇴거해 주십사 부탁한 것”이라고 했다. 하필 유족들이 부재한 그 시각, 철거를 하려고 한 이유에는 “그 분들이 안계시니깐 철수하셨나 싶었다. 예전에 그런 경우가 왕왕 있었다”면서 “물건 분실 우려도 있으니 우리가 보관했다가 오시면 돌려드리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안이 발표되자마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여야가 협상 과정 중 후퇴한 안으로 설명했을 때 ‘기존 약속을 지켜 달라’고 했는데 20분도 안 돼 타결속보가 떴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강력하게 성토했다. 유족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한 진상조사 과정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자’거나 ‘특검후보 추천권에 유족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전날 사건은 분명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유족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유족들이 없기에 치운 것’이라는 국회 사무처의 해명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난 문제이다. 철거 현장을 말리러 간 한 보좌진은 “세월호 유가족들이라고 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네들이 국회에 와서 이렇게 싸우게 될 줄 알았겠느냐”며 “그들이 바로 우리였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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