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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미국 달러값 상승세가 거침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기준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달러화 강세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야기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엔 잠재적 위험이다. 그러나 이번엔 외국인의 순매수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화약세에 신흥시장 순매도…韓만 매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 0.25~0.50%였던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세 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96.3원까지 상승하며 12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종가는 6거래일 연속 오르며 1193.9원. 지난달 8일 달러당 113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보름도 안돼 60원 넘게 상승한 것.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이후 7억900만달러 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당선 시점인 지난달 9일 이후에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720억원 가량 순매수했고 금리가 인상된 지난 15일 이후로도 2065억원 어치 더 샀다.
외국인은 한국시장에서 왜, 어떤 주체가, 무엇을 사고 있는 것일까?
또한 유로존 심리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화가 빠르게 약해지면서 유로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민 연구원도 “실제 지수 결정력이 높은 유럽계 자금이 수급에 양호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점쳤다.
아울러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이 공인된 대외건전성(국가신용등급, 23개 신흥국 중 유일한 경상·재정수지 동반 흑자국)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가지고 있어 ‘긍정적인 소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그는 “최근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기타 신흥국에선 약세를 보인 것도 차별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 후 금융섹터의 선진국 증시 상승 기여도는 시가총액 기준 49.3%인 반면 신흥국은 -16.6%에 달했다.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15일 이후 금융, 전기전자, 화학 등 경기민감 대형주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삼성SDI(006400) 삼성전자(005930)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삼성전자우(005935)선주 LG디스플레이(034220) NAVER(035420) 하나금융지주(086790) 아모레퍼시픽(090430) 효성(004800) 등을 주로 사고 있다. 건전한 국내 금융시장 체력과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코스피 내 하이베타(시장 전체 흐름의 혜택을 받는) 경기민감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