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위법 여부를 가르는 쟁점은 인체 위해성 여부였다. 사실 조사 단계까지는 공정위 심사관들(사무처)이 인체 위해성에 무게를 실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애경 및 SK케미칼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이마트의 경우 직권인지를 통해 조사에 신속하게 착수했다.
이 결과 위법여부를 조사하는 사무처는 이들 업체가 제품의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상 안전관리대상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시’ 등으로 표기하고 ‘천연솔잎향의 산림욕 효과’ 등으로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광고했다고 봤다. 이들 업체들이 소비자를 속였다는 게 조사 결과다.
사무처 “독성물질 은폐”, 위원회 “인체 위해성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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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위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옥시 등이 사용한 PHMG, PGH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는 인체위해성이 확인됐다. 2012년 8월 공정위는 옥시 등 4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했다. 하지만 CMIT, 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환경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당시 ‘CMIT, 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폐 손상 이상의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가 “인체 위해성을 공식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 이슈파이팅 필요”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정위가 결정적 증거가 없을 경우 과거보다 몸 사리는 게 심해졌다”고 풀이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정유사·라면업체 담합 사건 등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이후 담합 사건 등의 경우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과징금, 고발 등의 제재를 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은행권의 CD 금리 담합에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위원회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내부의 고민도 있다. 최근 ‘여소야대’ 국회에서 공정위 개편론이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법 기능이 있지만 정부 기관으로서 이슈를 제기하고 반칙에 호루라기를 부는 브레이브(용감한) 모습이 있어야 제 몫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과거보다 판단이 신중해진 것이지, 소극적인 처분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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