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무혐의 논란' 공정위.."신중한 판단" vs "몸사리기"

CD금리, 가습기살균제 등 잇단 '무혐의'
사무처 제재 입장에도 위원회 '신중론'
라면담합 패소 이후 공정위 '이슈 파이팅' 저조
"반칙에 호루라기 불어야" Vs "묻지마 제재 신중해야"
  • 등록 2016-08-24 오후 4:58:57

    수정 2016-08-24 오후 4:58:57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사실상 무혐의(심의절차 종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사 결과를 충분히 들여다보고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 패소에 고민이 많은 공정위가 업계 반칙 행위에 제때 호루라기를 못 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의 위법 여부를 가르는 쟁점은 인체 위해성 여부였다. 사실 조사 단계까지는 공정위 심사관들(사무처)이 인체 위해성에 무게를 실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애경 및 SK케미칼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이마트의 경우 직권인지를 통해 조사에 신속하게 착수했다.

이 결과 위법여부를 조사하는 사무처는 이들 업체가 제품의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상 안전관리대상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시’ 등으로 표기하고 ‘천연솔잎향의 산림욕 효과’ 등으로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광고했다고 봤다. 이들 업체들이 소비자를 속였다는 게 조사 결과다.

사무처 “독성물질 은폐”, 위원회 “인체 위해성 미확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그러나 위법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위원들은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등을 근거로 “CMIT, 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인체 위해성 여부는 명확히 확인된 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CMIT, MIT 원액의 유독성은 인정되나 이를 희석해 제조(약 0.015%)된 제품의 인체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곧바로 표시광고법 위법 행위로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주심위원인 김성하 상임위원은 “이들 업체가 안전인증마크(KC마크)를 부착하는 등 품공법 상 안전관리대상이라고 적극적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다”며 “소비자 정보제공 측면에서 품명, 제조자명, 액성 등 품공법 상 표시사항을 차용해 기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에 포함된 천연솔잎향 등 성분에 의해 산림욕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속인 게 아니라 정보제공을 했다는 게 위원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위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옥시 등이 사용한 PHMG, PGH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는 인체위해성이 확인됐다. 2012년 8월 공정위는 옥시 등 4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했다. 하지만 CMIT, 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환경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당시 ‘CMIT, 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폐 손상 이상의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가 “인체 위해성을 공식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 이슈파이팅 필요”

하지만 이 같은 공정위 판단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이후 수년간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측은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 신고자 중 5명(사망자 2명 포함)에 대해 정부가 ‘관련성 확실’과 ‘관련성 높음’에 해당하는 1∼2등급 판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공정위가 ‘희석하면 유해하지 않다’고 했는데 독극물도 한강에 풀면 농도가 뚝 떨어져 독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정위가 결정적 증거가 없을 경우 과거보다 몸 사리는 게 심해졌다”고 풀이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정유사·라면업체 담합 사건 등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이후 담합 사건 등의 경우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과징금, 고발 등의 제재를 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은행권의 CD 금리 담합에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위원회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내부의 고민도 있다. 최근 ‘여소야대’ 국회에서 공정위 개편론이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법 기능이 있지만 정부 기관으로서 이슈를 제기하고 반칙에 호루라기를 부는 브레이브(용감한) 모습이 있어야 제 몫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과거보다 판단이 신중해진 것이지, 소극적인 처분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출처=공정위,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 관련기사 ◀
☞ 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업체 '무혐의'..피해자 반발(종합)
☞ 피해자측 "가습기살균제 희석하면 안전? 귀막은 공정위"
☞ 공정위, 가습기살균제 기만광고 사실상 '무혐의'
☞ 가습기참사네트워크 "사태 연관된 공무원 엄정히 수사해야"
☞ “비극 되풀이 하지 말아야”…檢, ‘가습기 수사’ 백서로 남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표정 굳은 탕웨이..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 깜짝 놀란 눈
  • "내가 몸짱"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