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007작전' 방불…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막전막후’

  • 등록 2017-04-17 오후 3:50:36

    수정 2017-04-17 오후 3:50:36

[이 기사는 17일(월) 오후 3시 45분 이데일리 IB 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16일 일요일 저녁 9시. 국민연금 서울 모 지부에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 본부장을 비롯한 투자위원회(이하 투자위) 위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위해 모여 앉았다. 강 본부장을 비롯한 투자위원들은 몇 일새 대우조선해양 문제로 산업은행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등 극도의 피로가 몰려오는 가운데 긴장이 감돌았다. 심지어 외부에 투자위 개최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최소한의 불빛만 남겨놓고 실내 등은 모두 끄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투자위가 주말 저녁 9시에 열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채무조정 안건이 부결되면 다음날 사채권자집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찬성표를 던지면 대우조선해양은 벼랑 끝에서 살아나게 된다. 자정이 지난 17일 0시 45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격 수용’을 골자로 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투자위를 마친 강 본부장과 참석자들은 이날 새벽 기차를 타고 전주로 내려갔다. 지난 3월 24일 이후 3주 이상 끌어 온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딘 진행 협상 왜? 전주-서울 ‘물리적 거리감’

주목할 점은 마지막 투자위가 열린 시점과 장소다. 긴박한 회동과 회의는 대체로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가 아닌 서울이었던 것이다. 16일 저녁 투자위에 앞서 지난 9일 일요일 저녁에 강 본부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긴급 회동이 이뤄졌다. 전일 이 행장이 협상의 여지를 남기자 강 본부장이 서울로 올라와 긴급 회동이 성사됐다.

이튿날인 10일 실무진들의 협상 역시 서울에서 진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강 본부장은 전주 이전 이후 처음 진행되는 30여명의 운용력 선발을 위한 면접을 진행했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지원자들을 배려해 서울에서 최종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듯 국민연금과 산은의 협상 지역은 서울이 압도적이다. 전주에서의 만남은 지난달 30일 대우조선해양의 실사 자료 설명을 위해 김석균 산은 기업구조조정실장과 오세현 팀장이 내려갔을 때 뿐이다. 지난 3주간 협상 난항의 주효한 원인 중 하나가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물리적 거리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두 수장의 극적 만남, 반전 이끌어 내

이번 협상의 고비마다 얽힌 실타래를 푼 것은 강면욱 본부장과 이동걸 회장 두 수장의 ‘핫 라인’이다. 산은 측이 처음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자료를 설명하기 위해 전주를 찾은 직원들은 실무진들이다. 국민연금은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산은 측도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 얼마든지 주겠다”며 맞받아쳤다.

투자위 직전 열린 투자심의위원회 때까지만 해도 실무진들과의 공방이 이어졌다. 양측의 접점은 좁혀지지 않았고 국민연금 내에는 부정적 기류가 흘렀다. 이 상태로라면 투자위에서도 ‘반대’ 결과가 나올 것이 뻔했다. 국민연금과 산은은 상환 유예 채권의 지급 보증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에 먼저 언론에 협상 여지를 흘린 쪽은 이동걸 회장이다. 그는 “국민연금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며 암시를 줬다. 강 본부장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이 행장과의 대화 통로가 막혀 있었던 강 본부장이 먼저 연락을 했다. 이들의 합의는 극적 반전을 이끌어 냈고 합의점을 찾아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또 한번의 위기가 엄습했다. 17일 사채권자 협의회를 이틀 앞둔 15일 실무진들이 최종 이행합의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불거진 것이다. 국민연금과 산은은 서로 “말을 바꿨다”며 비판했고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이 행장은 “강 본부장과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라며 “대화로 풀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산은 측이 양보하며 진일보한 이행합의서(청산가치 1000억원가량을 에스크로계좌에 예치)를 제시했고 국민연금이 전격 수용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인 P플랜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유현주 '내 실력 봤지?'
  • "폐 끼쳐 죄송"
  • 탕웨이, 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