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정책·세법 못참아"…짐싸는 네덜란드 기업들

ASML 등 네덜란드 우량기업들 해외 이전·확장 시사
쉘·유니레버, 이미 본사 소재지 해외로
"외국인 숙련기술자 고용 어렵고 세금도 과도"
ASM·베시 해외 사업 강화…보스칼리스 본사 이전 추진
"정치와 비즈니스 단절…정부, 재정 변화 숙고해야"
  • 등록 2024-03-13 오후 5:45:48

    수정 2024-03-13 오후 5:45:48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이 네덜란드 정부의 반이민·조세 정책에 반발하며 해외 이전·확장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다른 기업들도 경영환경이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사진=REUTERS)
로이터는 “12개 이상 기업이 네덜란드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우려했다”면서 일부 기업은 본사 이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는 이미 세법이 불리하게 변경되면서 최근 네덜란드를 떠났다. 쉘은 지난 2021년 본사 소재지를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전하고 사명에서 네덜란드 기업임을 뜻하는 ‘로열더치’를 뺐다. 쉘과 유니레버의 이탈은 15%에 달하는 배당금 원천징수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 부과, 투자 공제 제한, 혁신펀드 축소 등도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네덜란드 우량기업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의 반이민정책 강화로 외국인 숙련기술자를 고용하기 어려워진 것도 기업들이 네덜란드를 떠나려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네덜란드는 지난 해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정당이 다수표를 획득하면서 현 정부는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간 외국의 기술 인력을 끌어들였던 숙련된 이민자에 대한 세금 감면 폐지 움직임이 보이고 있고, 외국인의 네덜란드 유학도 어렵게 만드는 정책 시행도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 최대 기업 ASML은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며 본사의 외국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숙련된 외국인 기술자 의존도가 높다”며 “이들을 데려오지 못하면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ASML의 해외 이전 현실화를 막기 위해 일명 ‘베토벤 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NXP의 장 슈뢰르스 네덜란드 지사 대표는 “사람들이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네덜란드가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해외로 이전을 추진하거나 해외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칩 장비 공급업체인 ASM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사업을 확장했고, 반도체 장비기업 베시(BESI)도 베트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결제 회사인 아디옌도 암스테르담 지사 대신 해외 사무소에서 채용을 우선적으로 진행 중이다.

2021년 수에즈운하 선박 사고에 따른 정체를 수습하는 데 참여했던 보스칼리스는 본사를 아부다비로 이전하는 것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헨크 볼베르다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전략 경영학 교수는 “네덜란드가 국제 비즈니스 설문조사에서 여전히 좋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치와 비즈니스’ 사이에 단절이 있다”면서 “정부는 최근 재정 변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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