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서남북] 대만은 독립을 선언할 수 있을까

  • 등록 2016-01-25 오후 5:06:54

    수정 2016-01-25 오후 7:06:42

앞으로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가 총통에 정식 취임하게 되면 대만은 과연 중국에 대해 독립을 선포할 수 있을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가 야당인 민진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금 국제사회가 대만을 바라보면서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민진당이 국민당에 맞서 1986년 처음 출범할 때부터 대만의 독립을 내세웠고,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때도 중국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독립 움직임을 드러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청원 운동이 눈길을 끄는 것도 그런 배경에 있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대만을 어정쩡한 자세로 대했던 데 대한 반성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원 운동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무시한 감상적인 접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잖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홈페이지(https://petitions.whitehouse.gov)를 통해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청원이 이뤄지는 것인 만큼 당연한 현상이다. 청원자들은 “강대국 논리에 휩쓸려 중국 편만을 들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만 편에 서야 한다”고 내세운다. 이번 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여자로는 처음으로 총통에 당선됐고 야당이 입법원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도 미국 정부가 캘빈 쿨리지 대통령 당시이던 1928년 중화민국 정부를 세계에서 처음 승인했으며,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옮겨간 지금도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횃불이 되고 있다고 청원자들은 강조한다. 이 움직임은 청원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일 시작된 이래 25일 오후 현재 1만5100명이 넘었다. 미국의 경우 한 달 안에 청원자가 10만명이 넘을 경우 백악관이 정식으로 받아들여 이에 대한 방침을 발표하게 된다.

영국 네티즌들의 청원 활동은 미국보다 하루 앞선 지난 18일부터 의회 홈페이지(https://petition.parliament.uk/petitions)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25일 현재 2만명을 넘어섰다. 영국에서는 1만명 이상의 청원이 이뤄지면 정부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도록 되어 있고, 10만명이 넘을 경우에는 관례에 따라 영국 의회에서 정식 토론에 붙여지게 된다. 영국에서 온라인 청원은 이름과 이메일 주소, 우편번호 등을 입력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영국 시민과 거주자들에 한해서만 서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원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부정적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영국에서는 “대만 독립 문제를 거론할 경우 경제적으로 보복조치를 받을 게 뻔한데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가 있느냐”라는 부정론도 제기된다. 자칫 대만 문제로 인해 영국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밀월시대를 맞고 있는 중이다.

영국은 과거 중화민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다가 대륙에 마오쩌둥(毛澤東) 주도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들어서자 1950년 중공 정부를 인정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영국이 관할하던 홍콩 문제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지금은 대만과 대표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런던에 대표부를, 에딘버러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영국은 타이베이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영국보다는 대만 쪽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 있다. 정식 국교가 끊어진 상태에서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에 따라 양안관계에 대한 개입 태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무기 판매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측 요구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방침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마잉지우(馬英九) 국민당 정부가 내세웠던 ‘1992년 공식(共識)’도 인정한다. 대만 정부의 통일정책을 경계하면서도 독립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워싱턴 셴리션(沈呂巡) 대만 대표부 관저에서 신년맞이 행사 도중 청천백일기가 게양된 사태에 대해 미국 정부의 심각한 유감 표명으로 외교적 마찰을 야기했던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민진당의 정치적인 독립노선을 떠나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독립 필요성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나름대로 열정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국제화 시대에 맞춰 적극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이 엄연한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각국은 중국과의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만으로서는 고립작전에 처해 있는 셈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논리를 펴는 바탕에는 ‘중화민족(中華民族)’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마잉지우 총통과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동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역설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대만 측은 대만 원주민이 대륙과는 근원이 다른 오스트로네시아족이며, 역사적으로도 17세기부터 네덜란드와 스페인,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중국과의 동질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 스스로 대외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다. 중국 당국은 대만에 대한 관광객 수를 줄인다는 방침으로 벌써부터 대만의 차기 정부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 이것은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이러한 마찰을 무릅쓰고 차이잉원 정권이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독립을 추구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허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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