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페스타]팔루디 "여권 신장, 남성 자리 빼앗는 것 아냐"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
수전 팔루디·김제동 대담
  • 등록 2018-10-16 오후 4:02:13

    수정 2018-10-17 오전 8:19:44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왼쪽)와 방송인 김제동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김정현 기자]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을 쓴 여성과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남성, 성별부터 성장 배경까지 모두 달랐지만 여성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서만큼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즘을 다룬 저서 ‘백래시’(Backlash·반발)로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수전 팔루디(Susan Faludi)와 방송인 김제동의 이야기다. 이들은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리는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약자인 여성에게서 문제의 책임을 찾는 정치 현상을 비롯해 여성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팔루디는 여권(女權)이 실현되면 남성의 권리와 지위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여성혐오 운동가들의 주장에 대해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체제와 산업 흐름으로 글로벌 시장이 만들어지면서 새 세력이 부흥하기 때문인데도 그 원인을 여성에서 찾으며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며 “특히 정치인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수전 팔루디(이하 팔루디)와 김제동(이하 김)과의 대담이다. 수전 팔루디는 관객의 질문에도 답을 했다.

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왜 상대적으로 여성을 포함한 약자와 소수자를 공격하는 것일까.

팔루디=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 ‘저 사람 탓’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문제에서 회피하는 것이 더 쉽다. 더욱이 이렇게 비난 대상을 찾으면 지지자가 좋아하고, 지지율도 올라간다. 미국 내 이민자가 줄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에게 잘못을 돌린다. 하지만 대중이 분노하고 절박한 시기엔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이같은 지지율 상승 현상이 단기적이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김=이런 현상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팔루디=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희망 메시지를 주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지금 새로운 정치적 대변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공포심 조장에 반대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전할 대변인 말이다.

김=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와 약자가 목소리를 내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팔루디=미국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최초 여성 총리가 됐지만 ‘여성들의 천국’으로 바뀌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 여성 사타구니를 잡는 데 대해 전혀 거리낌 없이 생각한다는 것이 드러난 데다 언론에서 그가 실제 여성을 성희롱한 내용이 보도됐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에 성공하면서 많은 여성이 분노했다. 최근 전혀 정치에 참여한 적이 없는 여성이 정치에 뛰어드는 이유다. (여권이 신장되려면) 장기전이 될 것으로 봤지만 더 빨리 상황이 바뀔 수 있어 보인다.

김=한국도 여성 비례의원 수를 5대5로 맞추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성의 권익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 형성될 기반 자체가 없다.

팔루디=목소리를 들으려면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한국의 ‘미투(me too)’ 운동도, ‘몰카’ 시위도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목소리로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출발점이다.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미국도 여성 투표권을 80년 걸려 쟁취했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김=책을 읽고 얘길 나누다보니 누나 다섯, 엄마와 함께 자라 여성이 처한 상황을 안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반성한다. 성별 구분 없이 사람의 모든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생물학적 남녀이기 전에 인간의 존엄을 지켜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팔루디=정치와 경제에 대해 얘길 나눴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와 의식이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페미니즘도 꽃필 수 있다. 미국에선 예술가, 공연가, 작가 등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큰 영향력을 준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확산시키면서도 너무 눈에 띄지 않고 상대방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확산시킨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이 여성에 대해 보도한 스테레오타입과 오해, 잘못된 정보가 있다. 언론은 독립적이어야 하고 나와있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면 안된다. 그리고 여성을 더 고용해야 한다. 미국 통계를 보면 내가 기자 생활하던 때 전체 기자 가운데 여성 비중이 3분의 1이었는데 여전히 똑같다. 모든 단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관객1=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생각하는가.

팔루디=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정치에서의 유리천장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도 여성이 의사결정하는 자리에 충분히 올라가있지 못하다. 여성이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견하기 어렵다.

관객2=한국 여성운동이 어떻게 다른 나라의 여성 운동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팔루디=한국은 이전에도 일터와 학교에서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1980년대 미국의 페미니즘이 둔화하는 시점에 당시 한국의 여성해방운동이 여공의 노력으로 분산되고 여러 계층의 여성이 조직화하며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이 올라섰다는 얘길 들었다. 많은 개도국에선 여성의 연대감이 형성돼 있지 않다. 계층 간 연대가 중요하다.

관객3=한국 페미니즘 운동에서 ‘탈코르셋’ 흐름이 나타나지만 사회에선 여성에게 T·P·O(시간·장소·때)에 맞게 옷차림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 잡는 것이 좋을까.

팔루디=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거절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혼자 행동한다면 다시 행동을 철회할 수밖에 없기에 가장 어려운 방식이다. 문화에 도전하려면 함께 움직여야 하고,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 다만 인내심을 가져라. 마침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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