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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이후 침묵하던 북한은 지난 11~12일 최고인민회의를 거치면서 ‘자력갱생’과 ‘체제결속’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된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107회 생일(태양절)이었던 지난 15일 사설을 통해서도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의 구호’를 앞세워 내년이 기한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노이 회담의 프레임이었던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맞교환’이 실패하면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북제재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입증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노이 회담을 전후로 북한의 강력한 대북 제재 완화 요구가 북한 경제의 절박한 상황을 반증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서두르지 않는다” 반복…김정은도 ‘우회로’ 모색?
북한의 기류 변화에 미국측은 ‘서두를 것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대화는 좋은 것”이라며 거듭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북제재 유지와 북·미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단 입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북미 모두 ‘급할 것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우군 확보에 나섰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북·러 정상회담이 그러한 징후다. ‘제재가 아프긴 하지만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우호관계인 러시아를 방문해 대외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할 예정인데, 포럼에 참석하는 길에 24일쯤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7차 한-러시아 전략대화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조현 외교부 1차관도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주재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러시아측이 김 위원장의 방러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 수준의 제재가 유지돼도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 방문도 장기전을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제재를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식량 지원 정도는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