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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 여기 어때"…추석 때 방문할 만한 17곳 추천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20일 추석명절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전통시장 17곳을 소개했다. 선정된 곳은 각 시·도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주변에 관광지와 시장 내 볼거리·먹거리·수산물이 유명한 곳이다.중기부는 우선,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전통시장 4곳을 꼽았다. 고복자연공원, 연기대처비 공원이 있는 ‘세종 세종전통시장’, 이효석 문학관을 볼 수 있는 ‘평창 봉평재래시장’, 순천만정원·낙안읍성마을·드라마촬영세트장 등이 있는 ‘순천아랫장’, 성산 일출봉·이중섭 미술관 등 관광지 근처에 있는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 주인공이다.중기부는 또 시장 내 볼거리가 많은 전통시장 4곳도 선정했다. 원단·한복·의류 등 섬유관련 제품과 시장 골목골목 유명 맛집이 가득한 ‘대구 서문시장’을 필두로 시장 바닥에 건물의 연도가 적혀 있어 시장 역사를 구경할 수 있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 유명 만화 캐릭터와 작품을 설치한 ‘부천 역곡상상시장’, 사라져가는 시골 대장간 모습을 볼 수 있는 ‘무주 반딧불시장’을 추천했다.아울러 먹거리가 유명한 전통시장 5곳도 선별했다. 우선 한류 문화를 선도하고 있고 빈대떡으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 ‘서울 광장시장’과 콩을 이용해 직접 만든 고소한 손두부·비지·콩국물이 유명한 ‘대전 한민시장’, 30년 전통 먹거리 골목에서 판매하는 칼국수와 돼지국밥이 유명한 ‘울산 신정상가시장’, 지역 특산품인 마늘을 활용해 만든 마늘 떡갈비·흑마늘 빵 등이 유명한 ‘단양 구경시장’, 칼제비·비빔 칼국수가 유명한 ‘창원 반송시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중기부는 수산물이 유명한 전통시장 4곳도 꼽았다. 한국 전쟁부터 피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있고, 생선·어패류·건어물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부산 자갈치시장’부터 서해안에서 갓 잡은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인천 석바위시장’, 서해안 수산물로 만든 젓갈이 유명한 ‘보령 중앙시장’, 포항의 명물인 과메기· 생선을 넣어 만든 구룡포식 국수를 맛볼 수 있는 ‘포항 구룡포시장’을 가볼만한다고 제안했다.이영 장관은 “전통시장 주변에는 관광지도 많고, 시장내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준비돼 있으니 가족단위로 방문하기 좋을 것”이라면서,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하여 시장의 정과 온기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 [여행] ‘악’ 쓰고 ‘치’ 떨며 오른 치악산, 쉬엄쉬엄 즐기다
- 치악산 비로봉 정상과 미륵불탑[원주(강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에는 3대 ‘악산’이 있다. 설악산(雪嶽山), 월악산(月岳山), 치악산(雉岳山)이다. ‘악’자 한자는 다르지만, 다 큰 산이라는 뜻이다. 치악산을 올라가 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1288m라는 높이보다 무척 힘든 산이다. ‘악(岳)자 붙은 산은 험하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원주 사람들은 ‘치를 떨고 악을 쓰며 오르는 산’이라 말한다. 정상을 가려면 어느 정도 각오를 다져야 한다. 등산로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의 취향과 체력에 맞는 등산로 선택이 필요하다. 치악산을 오르는 코스는 순한 길로 느릿느릿 오래 걷거나, 한순간 고통을 참아내며 빠르게 오르는 길도 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좋다. 부담이 덜한 고갯길이나 마을과 마을을 이은 아름다운 둘레길을 걸어도 치악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느 길이든 자신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치악산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악을 쓰고, 치를 떨며 비로봉에 오르다치악산은 서쪽으로는 강원도 원주, 동쪽으로는 횡성과 접해있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넘게 걸린다. 1984년 16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주봉인 비로봉(1288m)을 비롯해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많고 계곡도 가팔라 험하기로 유명하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가장 악명 높은 등산로는 사다리병창길이다. 입석대나 영원사, 상원사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쉬운 등산로는 횡성 방면의 부곡탐장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삼는 것이다. 이곳에서 큰무레골~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치악산 정상으로 가는 가장 완만한 탐방 코스다.해가 뜬 무렵, 치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새벽 4시에 호텔을 나섰다. 원주 시내에서 횡성 부곡까지는 1시간 정도 거리다. 깜깜한 어둠 속을 뚫고 부곡탐방지원센터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또 다른 산행객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간식거리와 장비를 챙겨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늦가을 새벽바람은 차가웠다. 하늘 구름 사이로 별들이 총총했다. 정상 일출을 위해 길을 재촉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길. 오로지 핸드폰 불빛에만 의존해 발을 내디뎠다.탐방지원센터에서 큰무레골 탐방로 전까지는 평탄한 숲길이라 그나마 부담스럽지 않다. 본격적인 산행은 큰무레길 탐방로부터다. 천사봉까지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때로는 잘 다듬어진 길을 오르고,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이 이어진다. 천사봉을 앞에 두고 오르는 계단 길에서는 숨이 조금 가빠온다. 어느새 사위는 밝아왔고, 하늘의 별들도 사라졌다. 산길이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기 시작하자 길옆의 나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해가 뜬 직후 치악산 비로봉에서 바라본 모습계단길이 끝나는 지점, 처음으로 시야가 탁 터지는 곳에 오른다. 천사봉이다. 계단길 끝 전망대 앞 나무 의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전망대 앞에선 최종 목적지인 비로봉과 미륵불탑이 조그맣게 보인다.천사봉에서 비로봉 바로 아래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거의 없어 그리 큰 힘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저 멀리 동쪽에서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로봉과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거리. 비록 정상은 아니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잠시 감상하고 다시 발을 내디딘다.비로봉에 오르면 가장 먼저 미륵불탑이 보인다. 남쪽에 있는 탑은 ‘용왕탑’, 중앙에 있는 탑은 ‘산신탑’ 그리고 북쪽에 있는 탑은 ‘칠성탑’이라 부른다. 이 탑은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용진수)이란 분이 쌓았다고 전해진다.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게 1962년부터 1964년까지의 일이었다. 이후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탑 너머로 남대봉까지 이어지는 치악산 주릉도 역동적이다.치악산둘레길 11코스 한가터길◇쉬엄쉬엄 치악산 산허리를 걷다치악산 산허리를 도는 둘레길도 새로 놓였다. 둘레길 전체 길이는 무려 139.2㎞. 이 길을 짧게는 7㎞에서 길게는 26.5㎞까지 11개 코스로 나눴다. 일부 구간은 새로 길을 만들고 기존의 등산로와 샛길, 마을 길을 연결했다. 둘레길 곳곳마다 소박한 삶의 체취와 역사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도보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코스마다 코스안내표식, 길잡이 띠, 스탬프 인증대를 설치했다.마지막 코스인 11코스 ‘한가터 길’은 아직 공사 중이다. 숯돈골과 한가터를 거쳐 국형사까지 크고 작은 고개와 능선을 경유하는 길이다. 한가터란 명칭은 크다는 뜻의 ‘한’에 집 ‘가’(家)자를 쓰는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풍경이 아름답고 걷기에 부담이 없는 길이다. 치악산 자락의 맑고 깨끗한 계곡도 많아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치악산 둘레길 11코스 한가터길11코스는 전체가 아닌 일부 구간을 걸었다. 11코스 종점인 국형사에서 한가터 삼거리까지. 사실 더 걷고 싶어도 출발점인 숯돈골부터 한가터까지 공사 중이라 불가능했다. 국형사 앞에서 출발하자 길은 철 난간이 있는 계단을 딛고 가파르게 오른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오솔길이다. 대부분 평지에 가깝거나, 내리막길이라 걷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여기에 일부 구간에선 야자매트까지 깔아놓아 편안할 정도다.1시간쯤 걷자 한가터 삼거리다. 빽빽한 잣나무 숲이 나타났다. 화전민을 내보내고 1984년 조성했다고 하니 대략 40년이 다 된 숲이다. 11코스는 여기까지만 걸을 수 있다. 한가터 삼거리부터 섭재슈퍼까지 잣나무 숲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숲길 구간은 아직 조성 중이기 때문이다.치악산 탐방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구룡사지구치악산 탐방로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구룡사지구다. 구룡사에서 비로봉까지 오르는 등산로도 인기지만, 볼거리도 많아서다. 구룡사 매표를 지나 구룡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황장금표와 굽이굽이 금송길이 펼쳐지는 구룡 테마 탐방로다.원통문과 사리를 모신 부도를 지나 1㎞ 남짓한 숲길을 걷다 보면 구룡사에 도착한다. 서기 668년(신라 문무왕 8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구룡사 가는 길은 계곡도 아름답고, 길도 경사가 없어 산책을 즐기며 걷기에도 그만이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보광루와 대웅전 등의 경내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절 내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의 보광루는 그 규모로도 고창의 웅장함을 보여준다.구룡사 계곡을 따라가면 2단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환상적인 물줄기도 만날 수 있다. 치악산을 대표하는 세렴폭포다. 세렴폭포 갈림길에서 다리를 건너 비로봉 계곡로를 따라 다시 150m 정도 올라가면 칠석폭포가 있다. 가볍게 다녀올 요량이라면 여기까지가 좋다. 그 이상 오르면 정상까지 ‘악’쓰며 올라야 한다.구룡사 세렴폭포
- 다음달부터 국립공원 탐방로 예약제 본격 운영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가을 단풍철을 앞두고 9월 1일 경주 등 6개 국립공원 탐방로 구간을 시작으로 ‘탐방로 예약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탐방로 예약제는 국립공원의 생태·경관적 가치가 높은 구간을 보호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탐방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예약을 통해 출입할 수 있도록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영하는 ‘탐방로 예약제’ 구간은 경주 무장봉(390명), 지리산 칠선계곡(주 4회, 60명), 속리산에 속한 묘봉(310명) 및 도명산(480명)이다.월악산에 속한 옥순봉·구담봉(560명) 및 황장산(370명)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4월 21일부터 시작했던 설악산 곰배골(350명, 매주 월·화 미운영)은 10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설악산 만경대(5000명)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 10일부터 11월 14일까지 탐방로 예약제를 운영한다.주왕산 절골(1350명)은 9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운영한다. 오대산 동대산(710명)은 9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운영하며, 계룡산 관암산(420명)은 10월 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운영한다.지리산 구룡계곡(350명)은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운영하고 내장산 서래봉(520명)은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내장산 갓바위(790명)는 10월 1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운영한다.한편, 지리산에 속한 세석(1160명) 및 노고단(1870명), 북한산 우이령길(1190명)은 연중 상시적으로 탐방 예약제가 적용 중이다.이밖에 가야산 만물상(340명)은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태백산 대덕산·금대봉(500명)은 4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 탐방로 구간별 예약은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국립공원공단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예약(QR코드) 자동확인시스템을 도입하고 손소독, 체온측정기 등을 운영한다. 또한 입장 시 체온 확인 후 ‘코로나 안심 팔찌’를 제공한다.손영임 국립공원공단 탐방복지처장은 “탐방로 예약제는 국립공원 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탐방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라며 “안전하고 쾌적한 탐방이 되도록 현장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코로나 안심팔찌
- [여행] 정남진 땅끝, 병풍처럼 서 있는 ‘천관’에 오르다
- 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의 구룡봉에서 바라본 대덕읍의 너른 들판과 다도해 풍경[장흥(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에서 정남향으로 금을 그어 내리면 그 끝에 닿는 곳이 전남 장흥이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탐진강이 이곳저곳을 적시며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고장이기도 하다. 특히 천관산(723m)을 비롯해 제암산(779m), 억불산(518m), 사자산(666m) 등 제각기 다른 산세의 위용을 자랑하는 명산으로 병풍을 둘렀다. 이중 천관산은 장흥의 진산으로 꼽힌다. 남해안 다도해를 배경으로 온 산이 크고 작은 바위로 이뤄진 암산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거북바위며, 코끼리바위 등 재미있고 익숙한 형상의 바위들이 많아 천연의 바위 전시장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 능선에 있는 구룡봉은 기기묘묘한 암릉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나타낸다.◇호남의 5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관산’‘천관’이라는 이름 또한 다양한 모양으로 솟은 기암괴석이 주옥으로 장식한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붙었다. 산 정상 부근의 우뚝 솟은 바위 모양이 그만큼 기기묘묘하다는 뜻이다. 특히 이 바위들의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때로는 닭의 형상을 하다가 죽순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고, 뭉툭했던 바위가 날 선 칼날처럼 보이기도 한다.천관산을 오르는 방법은 열가지가 넘지만, 산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는 두개다. 천관산 동북쪽의 장흥 위씨 제각인 장천재에서 오르거나, 반대편 서남쪽의 천관산문학공원에서 오르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장천재 쪽을 들머리 삼는다. 산행 거리는 다소 길어도 접근하기가 쉽고, 오르막 경사도 다소 완만해서다.반면 산행의 기분을 더 느끼고 싶거나,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라면 천관산문학공원 쪽에서 오르는 게 좋다. 곧장 바닷속으로 빠져들 만큼 바다와 인접한 구룡봉까지 빠르게 치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트레킹 들머리인 탑산사 주차장이 이미 천관산의 허리쯤 되는 높이에 있어 산행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차로 주차장까지 오르고 나면 구룡봉까지 산행거리가 1.2㎞ 정도로 확 줄어든다.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 남짓이면 닿는다. 다만 산행 거리가 짧은 만큼 비교적 급경사를 쉼없이 올라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인 구룡봉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아육왕탑천관산문학공원부터 들른다. 이 지역 출신 문인과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글을 50여개 문학비에 각각 새겨 놓았다. 입구의 문탑(文塔)에는 구상, 박완서 등 작가들의 친필 원고 50여점과 연보 등을 캡슐에 담아 묻었다. 그 위로는 주민들의 가훈을 모은 가훈탑 등 돌탑 460여 기가 세워져 있다.이제 본격 산행에 나설 차례. 천관산문학공원을 지나 탑산사 주차장. 주차장 옆으로 난 돌계단이 산행의 들머리다. 입구부터 급경사가 이어진다. 초입부터 숫제 암벽타기에 가깝다. 가파르고 거친 돌길에 혹여나 발이라도 잘 못 디딜까봐 온몸의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호락호락 길을 내주지 않는 산세가 야속하기만 하다.발아래만 쳐다보면서 약 20분을 오르면 ‘반야굴’이라고 쓰인 이정표를 만난다. 커다란 바위굴 깊숙이 불상을 모셔두고 수행을 하던 장소다. 반야굴부터는 경사가 더 급해진다. 고도를 높일수록 다도해의 속살이 조금씩 드러나는 게 이 코스의 매력이다. 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의 구룡봉 너른 바위에는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다는 물웅덩이가 여럿 있다.◇구룡봉에 올라 남해를 굽어보다그렇게 쉬엄쉬엄 30여분을 더 오르면 탑산사다. 해발 600m 고지에 자리잡은 이 사찰은 명성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아담하다. 문헌상 신라시대 승려 통령(通靈)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시문선집인 ‘동문선’에 실린 ‘천관산기’에는 기원전 233년 세워진 한반도 최초의 사찰이라고 쓰여 있다. 그 때문에 탑산사는 천년고찰이 아니라 ‘이천년고찰’로 불리기도 한다. 탑산사 앞마당으로 들어선다. 그동안 산을 오르느라 놓친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으로는 대덕읍의 너른 들녘 뒤편으로 옹기종기 붙었다 이어지는 다도해의 풍경도 아련하게 펼쳐진다.사찰 주변과 능선에는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또 다른 구경거리다. 모양에 따라 사자바위 거북바위 용바위 종(鐘)바위는 기본이고, 사찰 뒤편에는 구슬을 꿴 듯한 5층 거석이 아슬아슬하게 경사면에 얹혀 있다. 불교에 귀의해 수많은 탑과 사원을 세운 인도 아소카 왕의 이름을 따 ‘아육왕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치 거대한 바위를 하나하나 포개어 탑을 만들어 둔 것 같은 모습인데, 아소카왕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아육왕탑 아래로는 탑산사 부속 암자인 의상암터가 있다. 의상대사가 수도했다고 전해진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의 기기묘묘한 암릉 중 하나인 아육왕탑거대한 아육왕탑과 여러 암봉을 지나면 정상 능선의 동쪽 끝인 구룡봉이다. 구룡봉까지는 목재 계단이 놓여 있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힘들다. 구룡봉은 아홉 마리의 용이 놀다 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구룡봉 너른 바위 위에는 물웅덩이가 여럿이다. 용이나 공룡이 지나간 것처럼 깊게 파였다. 이 웅덩이마다 고인 물은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옆은 가파른 낭떠러지다. 그 아래로 다도해 풍경은 더 넓고 선명해졌다. 멀리 고흥과 완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고깃배처럼 떠 있고, 바다로 향하는 육지가 옷깃처럼 하늘거린다. 돛단배인 듯 낙타인 듯 뒤편 진죽봉 바위 능선도 장관이다. 거대한 너럭바위에 앉아 다도해를 굽어보는 정취가 그만이다. 공기가 맑은 덕에 시야가 확 트여 바다 위로 보석같이 박힌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의 구룡봉◇여행메모문화재청은 지난 3월 천관산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했다. 이른바 ‘명승’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밝힌 문화재 지정 근거는 이렇다. “산등성과 정상 부근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기암괴석 등의 화강암 지형경관, 억새군락 등의 식생경관, 정상부에서 조망할 수 있는 다도해 경관 등 다양한 경관이 탁월하게 연출돼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고, 백제·고려와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국가 치제를 지내거나 국방의 요충지로 활용된 역사성을 가지며, 일대에 천관사, 탑산사 등 사찰·암자와 방촌마을 고택 등 문화관광자원이 다수 분포해 역사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재청이 밝힌 천관산 인근의 여러 명소들은 시간을 내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 "내가 이건희 회장 전속화가였지…그래도 뭘 그려달라진 않았어"
-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에 건 ‘불국설경’(2021) 앞에 섰다. 생애 세 번 그렸다는 ‘눈 오는 불국사 풍경’을 담은 작품은 폭 448㎝ 높이 199.5㎝의 대작이다. 1999년부터 경주에 정착해 화업을 이어가고 있는 화백은 “신라의 훌륭한 창작혼이 우리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산 박대성(76). 우린 그이를 두고 ‘한국 수묵화의 대가’라고 불러왔다. 시비 걸 여지없이 맞는 말이다. 겸재 정선(1676∼1759)부터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으로 이어지는 진경산수화의 맥을 지켜내면서도 전통 수묵화를 현대로 끌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명쾌하고 간단한 이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화백, 또 화백 작품과 더불어 한국현대사를 타고 흘렀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전속작가란 개념조차 없던 1984년, 가나화랑(가나아트의 전신)의 1호 전속작가가 됐던 일, ‘대통령이 좋아하는 작가’로 청와대에 줄줄이 작품이 불려들어갔던 것도 모자라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담장에 두 점(1990년 작 ‘장백폭포’ ‘일출봉’)을 걸었던 일, 2015년 830점을 기증해 경북 경주에 솔거미술관을 세우게 한 일, 그 미술관에 지난 6월 폭 11.5m의 국내 최대 수묵화 ‘몽유 신라도원도’(2021)를 걸고, 역시 그 미술관에서 지난 3월 자신의 전시작 위에서 용감하게 미끄럼을 탔던 한 꼬마를 “애들 눈엔 그렇게 보일 만했다”며 대인배답게 용서를 했던 일도 있다. “훼손도 작품의 역사”라며. 사실 이 모두에 늘 따라붙는 아픈 사연이 있는데. 그이가 ‘왼손 없는 화가’라는 거다.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네 살 때던 1949년, 왼쪽 팔꿈치 아래를 모두 잃게 된 비운은 평생 화백의 이름 석 자에 엉겨붙어왔더랬다. 그이가 화가가 된 동기와 무관치 않았던 탓이다. “우연찮게 호작질(‘낙서’의 경상도 사투리) 하는 걸 본 집안 어른들이 그랬지. ‘대성이가 그림 잘 그린다.’ 부모도 없고 팔도 하나 없는 아이가 안쓰러워 던진 말일 텐데,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 놨어. 진짜 그림을 시작한 거야.” 박대성의 ‘한라산 봉우리’(2021·490.5×347.5㎝). ‘불국설경’(2021·448×199.5㎝), ‘금강설경’(2019·772×223㎝)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규모로도, 지형적으로도 세 꼭짓점을 이뤘다. 전시장 인사아트센터의 천고를 넘어선 작품은 바닥으로 늘어뜨려 폭포수가 고인 듯한 인상을 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화업의 정수 ‘불국설경’…26년 동안 세 번 그려경주에 살며 작업하는 화백이 모처럼 서울에 ‘떴다’는 소식은, 그이의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보단 조금 늦게 당도했다. 서둘러 만나러 나섰다.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 펼친 전시는 서울 개인전으론 3년 만이다. 이번엔 개인전 그 이상의 의미가 보태졌다. 내년 ‘미국 순회전’을 향한 출발점으로서란다. ‘미국 순회전’이 뜬금없는 행보는 아니다. 1990년대 초반 화백의 미국행부터 시작된 인연 덕이라니. “다들 모더니즘, 모더니즘 하는 데 그게 뭔지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뉴욕으로 갔지.” 달랑 먹과 붓만 들고 향한 그곳에서 배워온 게 있다면 “내가 있을 데가 아니다”란 것.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제 뭘 해야겠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니. 1년 남짓 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이가 향한 곳이 경주다. “내가 왜 이리 돌아다녔을까 생각하니 바로 불국사가 떠오르더라고. 귀국하자마자 경주로 갔고 문 닫기 5분 전 가까스로 대웅전 앞에 섰지. 아랫도리가 흔들리고 전율이 엄습하더라고.” 박대성의 ‘버들’(2021·69.5×50㎝). 보름달이 뜬 어느 봄날, 버드나무가지 뒤로 보이는 고즈넉한 전경을 애잔하게 잡아내 화면에 옮겼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날 이후 화백은 1년간 불국사에서 ‘얹혀살게’ 된다. “그 큰 절에 객을 위한 방이 세 개뿐이라고 안 된다는 것을 우기고 우겨 허락을 받았어. 나중에 주지스님이 그러더라고. ‘그림은 전혀 모르지만 뭔가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고.” 70년 화업에서 ‘핵심’이라고 할 1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후 20여년을 지켜온 경주시대를 연 시작점이자 화업의 정수 ‘불국사’가 등장한 결정적 계기였으니까. 눈이 좀처럼 오지 않는 경주에서 ‘불국사 설경’을 봤고, 화폭에 옮겼던 것도 천운이랄까. 폭 8m 높이 252㎝에 달하는 ‘불국설경’은, 그 뜨거운 한 해를 보낸 뒤 가나화랑 전시에 등장했다. “그때가 1995년이니 26년 동안 불국사 설경을 세 번 그린 거네.” 박대성의 ‘금강’(2021·79×88.5㎝·왼쪽)과 ‘백두폭포’(2021·140×60㎝). 화백의 또 다른 시그니처라 할 폭포 연작으로, 이 두 점 외에도 ‘구룡폭포’(2021·140×60㎝)와 ‘제주 천제연’(2021·140×60㎝)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세 번째 설경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폭 448㎝, 높이 199.5㎝의 ‘불국설경’(2021)은 ‘금강설경’(2019·772×223㎝), ‘한라산 봉우리’(2021·490.5×347.5㎝)와 함께 규모로도, 지형적으로도 세 꼭짓점을 이룬 작품이다. 이들을 앞세워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위주로 70여점을 걸었다. ‘구룡폭포’(2021), ‘버들’(2021), ‘만월’(2021) 등 자연소재의 풍경, 수집한 도자기에 화백의 독특한 글씨를 올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고미’(2021) 연작 16점 등. 전시작 대부분은 미국 LA 카운티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등을 도는 미국 순회전에 따라나선다. 박대성의 ‘고미’ 연작 중 한 점(2021·60×50㎝). 수집한 도자기에 화백이 직접 쓴 글씨를 올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중 한 점이다. 도자기에 수없이 난 상처와 균열까지 품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건희컬렉션이라…만감이 교차하더라고”70년 화업과 나란히 동행해온 그이의 크고 작은 사연에 키워드가 있다면 ‘대쪽 같은 고집’과 ‘그 고집까지 끌어안은 인연’이라 할 거다. 그렇다면 빼놓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인연이 하나 더 있다. 이건희(1942∼2020) 회장과의 인연. 그 지점을 회고한 것은 이번 ‘이건희컬렉션’ 기증작 중 화백의 작품 세 점이 포함된 것과 연관이 있다. 이 회장 유족은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일출봉’(1988), ‘서귀포’(1988), ‘향원전 설경’(1994)을 보냈다. 그런데 왜 하필 연고도 없는 전남도립미술관이었을까. 연한 미소를 띠던 화백은 “글쎄”라면서도 “한국화라서 그랬을 거다”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남도의 붓’으로 한국화단을 이끌었던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작품과 나란히 전남도립미술관으로 향한 배경이라면 말이다.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에 건 ‘금강설경’(2019·772×223㎝) 앞에 섰다. 담대하면서도 섬세한 붓질과 농묵·담묵의 기술이 들어간 화백의 수묵화는 파노라마 뷰를 연출할 때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감회를 물으니 “만감이 교차하더라”란 대답이 왔다. 잠시 옛 생각에 빠져들던 화백은 그 시절 어디쯤에 멈춰섰다. “내가 이건희 회장의 전속화가기도 했어. 월급 받고 그림 그리고, 그게 전속이지 뭐. 여러 가지를 그렸어. 그때 많은 작품이 호암갤러리에 들어갔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쯤이려나. 그래도 이 회장은 뭘 그려달라고 하진 않았어. ” 세상에 처음 꺼내 놓은 말이다. 사실 그이의 또 다른 별칭 중엔 ‘이건희가 사랑한 한국화가’가 있다. 변변한 미술수업 한 번 받지 않고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1969년부터 8번에 걸쳐 입선을 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선 대상까지 받아낸 그이를 이 회장은 물론 부친인 이병철 회장도 많이 아꼈더랬다. 결국 화백은 1988년 ‘대작 100점’으로 호암갤러리 650평을 채운 개인전을 열었고, 이 회장은 그때 전시작 대부분을 사들였다. 내친김에 ‘이건희미술관’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말해 뭣해? ‘이건희’ 자체가 명품이잖아. 이름도 쓰고 제대로 짓기도 해야지. 그 소장품을 다 들여놓고 ‘OO구청미술관’이라고 하면 그게 되겠어?” 사실 화백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830점을 기증해 만든 솔거미술관 말이다. “결국 내 이름을 못 달았어. 지방의원들이 반대를 해서.” 박대성의 ‘청우 1’(2021). 수묵채색화로 그린 ‘소 그림’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색을 흘려내 이중섭의 ‘붉은 소’와 묘하게 겹치는 접점을 만들어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어느 하나 눈과 발을 붙들지 않는 작품이 없지만 전시작 중 유독 한 점이라면, ‘푸른 소’를 그린 ‘청우 1·2’(2021)라 하겠다. 이중섭의 ‘붉은 소’와 묘하게 겹치는 ‘소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오랜만에 화백의 ‘색’을 보는 짜릿함이 적잖다. 한동안 사라졌던 그이의 채색이야기도 이번에 들었다. “호암갤러리 개인전 이후 온전히 먹으로만 돌아섰지. 그즈음 나온 아크릴물감을 섞어 쓰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더는 안 되겠더라고, 나를 잃을 거 같아서.” 연신 ‘잘한 일’이었다며 껄껄 웃는 화백은 편안해 보였다. “맑은 화선지에 뭘 찍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그런 인생을 살았다는 화백의 얼굴이. 전시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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