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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 여기 어때"…추석 때 방문할 만한 17곳 추천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20일 추석명절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전통시장 17곳을 소개했다. 선정된 곳은 각 시·도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주변에 관광지와 시장 내 볼거리·먹거리·수산물이 유명한 곳이다.중기부는 우선,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전통시장 4곳을 꼽았다. 고복자연공원, 연기대처비 공원이 있는 ‘세종 세종전통시장’, 이효석 문학관을 볼 수 있는 ‘평창 봉평재래시장’, 순천만정원·낙안읍성마을·드라마촬영세트장 등이 있는 ‘순천아랫장’, 성산 일출봉·이중섭 미술관 등 관광지 근처에 있는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 주인공이다.중기부는 또 시장 내 볼거리가 많은 전통시장 4곳도 선정했다. 원단·한복·의류 등 섬유관련 제품과 시장 골목골목 유명 맛집이 가득한 ‘대구 서문시장’을 필두로 시장 바닥에 건물의 연도가 적혀 있어 시장 역사를 구경할 수 있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 유명 만화 캐릭터와 작품을 설치한 ‘부천 역곡상상시장’, 사라져가는 시골 대장간 모습을 볼 수 있는 ‘무주 반딧불시장’을 추천했다.아울러 먹거리가 유명한 전통시장 5곳도 선별했다. 우선 한류 문화를 선도하고 있고 빈대떡으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 ‘서울 광장시장’과 콩을 이용해 직접 만든 고소한 손두부·비지·콩국물이 유명한 ‘대전 한민시장’, 30년 전통 먹거리 골목에서 판매하는 칼국수와 돼지국밥이 유명한 ‘울산 신정상가시장’, 지역 특산품인 마늘을 활용해 만든 마늘 떡갈비·흑마늘 빵 등이 유명한 ‘단양 구경시장’, 칼제비·비빔 칼국수가 유명한 ‘창원 반송시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중기부는 수산물이 유명한 전통시장 4곳도 꼽았다. 한국 전쟁부터 피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있고, 생선·어패류·건어물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부산 자갈치시장’부터 서해안에서 갓 잡은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인천 석바위시장’, 서해안 수산물로 만든 젓갈이 유명한 ‘보령 중앙시장’, 포항의 명물인 과메기· 생선을 넣어 만든 구룡포식 국수를 맛볼 수 있는 ‘포항 구룡포시장’을 가볼만한다고 제안했다.이영 장관은 “전통시장 주변에는 관광지도 많고, 시장내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준비돼 있으니 가족단위로 방문하기 좋을 것”이라면서,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하여 시장의 정과 온기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 [여행] ‘악’ 쓰고 ‘치’ 떨며 오른 치악산, 쉬엄쉬엄 즐기다
- 치악산 비로봉 정상과 미륵불탑[원주(강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에는 3대 ‘악산’이 있다. 설악산(雪嶽山), 월악산(月岳山), 치악산(雉岳山)이다. ‘악’자 한자는 다르지만, 다 큰 산이라는 뜻이다. 치악산을 올라가 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1288m라는 높이보다 무척 힘든 산이다. ‘악(岳)자 붙은 산은 험하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원주 사람들은 ‘치를 떨고 악을 쓰며 오르는 산’이라 말한다. 정상을 가려면 어느 정도 각오를 다져야 한다. 등산로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의 취향과 체력에 맞는 등산로 선택이 필요하다. 치악산을 오르는 코스는 순한 길로 느릿느릿 오래 걷거나, 한순간 고통을 참아내며 빠르게 오르는 길도 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좋다. 부담이 덜한 고갯길이나 마을과 마을을 이은 아름다운 둘레길을 걸어도 치악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느 길이든 자신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치악산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악을 쓰고, 치를 떨며 비로봉에 오르다치악산은 서쪽으로는 강원도 원주, 동쪽으로는 횡성과 접해있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넘게 걸린다. 1984년 16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주봉인 비로봉(1288m)을 비롯해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많고 계곡도 가팔라 험하기로 유명하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가장 악명 높은 등산로는 사다리병창길이다. 입석대나 영원사, 상원사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쉬운 등산로는 횡성 방면의 부곡탐장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삼는 것이다. 이곳에서 큰무레골~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치악산 정상으로 가는 가장 완만한 탐방 코스다.해가 뜬 무렵, 치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새벽 4시에 호텔을 나섰다. 원주 시내에서 횡성 부곡까지는 1시간 정도 거리다. 깜깜한 어둠 속을 뚫고 부곡탐방지원센터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또 다른 산행객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간식거리와 장비를 챙겨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늦가을 새벽바람은 차가웠다. 하늘 구름 사이로 별들이 총총했다. 정상 일출을 위해 길을 재촉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길. 오로지 핸드폰 불빛에만 의존해 발을 내디뎠다.탐방지원센터에서 큰무레골 탐방로 전까지는 평탄한 숲길이라 그나마 부담스럽지 않다. 본격적인 산행은 큰무레길 탐방로부터다. 천사봉까지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때로는 잘 다듬어진 길을 오르고,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이 이어진다. 천사봉을 앞에 두고 오르는 계단 길에서는 숨이 조금 가빠온다. 어느새 사위는 밝아왔고, 하늘의 별들도 사라졌다. 산길이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기 시작하자 길옆의 나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해가 뜬 직후 치악산 비로봉에서 바라본 모습계단길이 끝나는 지점, 처음으로 시야가 탁 터지는 곳에 오른다. 천사봉이다. 계단길 끝 전망대 앞 나무 의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전망대 앞에선 최종 목적지인 비로봉과 미륵불탑이 조그맣게 보인다.천사봉에서 비로봉 바로 아래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거의 없어 그리 큰 힘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저 멀리 동쪽에서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로봉과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거리. 비록 정상은 아니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잠시 감상하고 다시 발을 내디딘다.비로봉에 오르면 가장 먼저 미륵불탑이 보인다. 남쪽에 있는 탑은 ‘용왕탑’, 중앙에 있는 탑은 ‘산신탑’ 그리고 북쪽에 있는 탑은 ‘칠성탑’이라 부른다. 이 탑은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용진수)이란 분이 쌓았다고 전해진다.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게 1962년부터 1964년까지의 일이었다. 이후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탑 너머로 남대봉까지 이어지는 치악산 주릉도 역동적이다.치악산둘레길 11코스 한가터길◇쉬엄쉬엄 치악산 산허리를 걷다치악산 산허리를 도는 둘레길도 새로 놓였다. 둘레길 전체 길이는 무려 139.2㎞. 이 길을 짧게는 7㎞에서 길게는 26.5㎞까지 11개 코스로 나눴다. 일부 구간은 새로 길을 만들고 기존의 등산로와 샛길, 마을 길을 연결했다. 둘레길 곳곳마다 소박한 삶의 체취와 역사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도보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코스마다 코스안내표식, 길잡이 띠, 스탬프 인증대를 설치했다.마지막 코스인 11코스 ‘한가터 길’은 아직 공사 중이다. 숯돈골과 한가터를 거쳐 국형사까지 크고 작은 고개와 능선을 경유하는 길이다. 한가터란 명칭은 크다는 뜻의 ‘한’에 집 ‘가’(家)자를 쓰는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풍경이 아름답고 걷기에 부담이 없는 길이다. 치악산 자락의 맑고 깨끗한 계곡도 많아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치악산 둘레길 11코스 한가터길11코스는 전체가 아닌 일부 구간을 걸었다. 11코스 종점인 국형사에서 한가터 삼거리까지. 사실 더 걷고 싶어도 출발점인 숯돈골부터 한가터까지 공사 중이라 불가능했다. 국형사 앞에서 출발하자 길은 철 난간이 있는 계단을 딛고 가파르게 오른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오솔길이다. 대부분 평지에 가깝거나, 내리막길이라 걷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여기에 일부 구간에선 야자매트까지 깔아놓아 편안할 정도다.1시간쯤 걷자 한가터 삼거리다. 빽빽한 잣나무 숲이 나타났다. 화전민을 내보내고 1984년 조성했다고 하니 대략 40년이 다 된 숲이다. 11코스는 여기까지만 걸을 수 있다. 한가터 삼거리부터 섭재슈퍼까지 잣나무 숲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숲길 구간은 아직 조성 중이기 때문이다.치악산 탐방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구룡사지구치악산 탐방로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구룡사지구다. 구룡사에서 비로봉까지 오르는 등산로도 인기지만, 볼거리도 많아서다. 구룡사 매표를 지나 구룡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황장금표와 굽이굽이 금송길이 펼쳐지는 구룡 테마 탐방로다.원통문과 사리를 모신 부도를 지나 1㎞ 남짓한 숲길을 걷다 보면 구룡사에 도착한다. 서기 668년(신라 문무왕 8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구룡사 가는 길은 계곡도 아름답고, 길도 경사가 없어 산책을 즐기며 걷기에도 그만이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보광루와 대웅전 등의 경내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절 내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의 보광루는 그 규모로도 고창의 웅장함을 보여준다.구룡사 계곡을 따라가면 2단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환상적인 물줄기도 만날 수 있다. 치악산을 대표하는 세렴폭포다. 세렴폭포 갈림길에서 다리를 건너 비로봉 계곡로를 따라 다시 150m 정도 올라가면 칠석폭포가 있다. 가볍게 다녀올 요량이라면 여기까지가 좋다. 그 이상 오르면 정상까지 ‘악’쓰며 올라야 한다.구룡사 세렴폭포
- 다음달부터 국립공원 탐방로 예약제 본격 운영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가을 단풍철을 앞두고 9월 1일 경주 등 6개 국립공원 탐방로 구간을 시작으로 ‘탐방로 예약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탐방로 예약제는 국립공원의 생태·경관적 가치가 높은 구간을 보호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탐방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예약을 통해 출입할 수 있도록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영하는 ‘탐방로 예약제’ 구간은 경주 무장봉(390명), 지리산 칠선계곡(주 4회, 60명), 속리산에 속한 묘봉(310명) 및 도명산(480명)이다.월악산에 속한 옥순봉·구담봉(560명) 및 황장산(370명)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4월 21일부터 시작했던 설악산 곰배골(350명, 매주 월·화 미운영)은 10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설악산 만경대(5000명)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 10일부터 11월 14일까지 탐방로 예약제를 운영한다.주왕산 절골(1350명)은 9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운영한다. 오대산 동대산(710명)은 9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운영하며, 계룡산 관암산(420명)은 10월 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운영한다.지리산 구룡계곡(350명)은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운영하고 내장산 서래봉(520명)은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내장산 갓바위(790명)는 10월 1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운영한다.한편, 지리산에 속한 세석(1160명) 및 노고단(1870명), 북한산 우이령길(1190명)은 연중 상시적으로 탐방 예약제가 적용 중이다.이밖에 가야산 만물상(340명)은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태백산 대덕산·금대봉(500명)은 4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 탐방로 구간별 예약은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국립공원공단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예약(QR코드) 자동확인시스템을 도입하고 손소독, 체온측정기 등을 운영한다. 또한 입장 시 체온 확인 후 ‘코로나 안심 팔찌’를 제공한다.손영임 국립공원공단 탐방복지처장은 “탐방로 예약제는 국립공원 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탐방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라며 “안전하고 쾌적한 탐방이 되도록 현장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코로나 안심팔찌
- [여행] 정남진 땅끝, 병풍처럼 서 있는 ‘천관’에 오르다
- 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의 구룡봉에서 바라본 대덕읍의 너른 들판과 다도해 풍경[장흥(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에서 정남향으로 금을 그어 내리면 그 끝에 닿는 곳이 전남 장흥이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탐진강이 이곳저곳을 적시며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고장이기도 하다. 특히 천관산(723m)을 비롯해 제암산(779m), 억불산(518m), 사자산(666m) 등 제각기 다른 산세의 위용을 자랑하는 명산으로 병풍을 둘렀다. 이중 천관산은 장흥의 진산으로 꼽힌다. 남해안 다도해를 배경으로 온 산이 크고 작은 바위로 이뤄진 암산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거북바위며, 코끼리바위 등 재미있고 익숙한 형상의 바위들이 많아 천연의 바위 전시장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 능선에 있는 구룡봉은 기기묘묘한 암릉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나타낸다.◇호남의 5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관산’‘천관’이라는 이름 또한 다양한 모양으로 솟은 기암괴석이 주옥으로 장식한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붙었다. 산 정상 부근의 우뚝 솟은 바위 모양이 그만큼 기기묘묘하다는 뜻이다. 특히 이 바위들의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때로는 닭의 형상을 하다가 죽순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고, 뭉툭했던 바위가 날 선 칼날처럼 보이기도 한다.천관산을 오르는 방법은 열가지가 넘지만, 산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는 두개다. 천관산 동북쪽의 장흥 위씨 제각인 장천재에서 오르거나, 반대편 서남쪽의 천관산문학공원에서 오르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장천재 쪽을 들머리 삼는다. 산행 거리는 다소 길어도 접근하기가 쉽고, 오르막 경사도 다소 완만해서다.반면 산행의 기분을 더 느끼고 싶거나,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라면 천관산문학공원 쪽에서 오르는 게 좋다. 곧장 바닷속으로 빠져들 만큼 바다와 인접한 구룡봉까지 빠르게 치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트레킹 들머리인 탑산사 주차장이 이미 천관산의 허리쯤 되는 높이에 있어 산행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차로 주차장까지 오르고 나면 구룡봉까지 산행거리가 1.2㎞ 정도로 확 줄어든다.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 남짓이면 닿는다. 다만 산행 거리가 짧은 만큼 비교적 급경사를 쉼없이 올라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인 구룡봉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아육왕탑천관산문학공원부터 들른다. 이 지역 출신 문인과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글을 50여개 문학비에 각각 새겨 놓았다. 입구의 문탑(文塔)에는 구상, 박완서 등 작가들의 친필 원고 50여점과 연보 등을 캡슐에 담아 묻었다. 그 위로는 주민들의 가훈을 모은 가훈탑 등 돌탑 460여 기가 세워져 있다.이제 본격 산행에 나설 차례. 천관산문학공원을 지나 탑산사 주차장. 주차장 옆으로 난 돌계단이 산행의 들머리다. 입구부터 급경사가 이어진다. 초입부터 숫제 암벽타기에 가깝다. 가파르고 거친 돌길에 혹여나 발이라도 잘 못 디딜까봐 온몸의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호락호락 길을 내주지 않는 산세가 야속하기만 하다.발아래만 쳐다보면서 약 20분을 오르면 ‘반야굴’이라고 쓰인 이정표를 만난다. 커다란 바위굴 깊숙이 불상을 모셔두고 수행을 하던 장소다. 반야굴부터는 경사가 더 급해진다. 고도를 높일수록 다도해의 속살이 조금씩 드러나는 게 이 코스의 매력이다. 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의 구룡봉 너른 바위에는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다는 물웅덩이가 여럿 있다.◇구룡봉에 올라 남해를 굽어보다그렇게 쉬엄쉬엄 30여분을 더 오르면 탑산사다. 해발 600m 고지에 자리잡은 이 사찰은 명성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아담하다. 문헌상 신라시대 승려 통령(通靈)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시문선집인 ‘동문선’에 실린 ‘천관산기’에는 기원전 233년 세워진 한반도 최초의 사찰이라고 쓰여 있다. 그 때문에 탑산사는 천년고찰이 아니라 ‘이천년고찰’로 불리기도 한다. 탑산사 앞마당으로 들어선다. 그동안 산을 오르느라 놓친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으로는 대덕읍의 너른 들녘 뒤편으로 옹기종기 붙었다 이어지는 다도해의 풍경도 아련하게 펼쳐진다.사찰 주변과 능선에는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또 다른 구경거리다. 모양에 따라 사자바위 거북바위 용바위 종(鐘)바위는 기본이고, 사찰 뒤편에는 구슬을 꿴 듯한 5층 거석이 아슬아슬하게 경사면에 얹혀 있다. 불교에 귀의해 수많은 탑과 사원을 세운 인도 아소카 왕의 이름을 따 ‘아육왕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치 거대한 바위를 하나하나 포개어 탑을 만들어 둔 것 같은 모습인데, 아소카왕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아육왕탑 아래로는 탑산사 부속 암자인 의상암터가 있다. 의상대사가 수도했다고 전해진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의 기기묘묘한 암릉 중 하나인 아육왕탑거대한 아육왕탑과 여러 암봉을 지나면 정상 능선의 동쪽 끝인 구룡봉이다. 구룡봉까지는 목재 계단이 놓여 있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힘들다. 구룡봉은 아홉 마리의 용이 놀다 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구룡봉 너른 바위 위에는 물웅덩이가 여럿이다. 용이나 공룡이 지나간 것처럼 깊게 파였다. 이 웅덩이마다 고인 물은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옆은 가파른 낭떠러지다. 그 아래로 다도해 풍경은 더 넓고 선명해졌다. 멀리 고흥과 완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고깃배처럼 떠 있고, 바다로 향하는 육지가 옷깃처럼 하늘거린다. 돛단배인 듯 낙타인 듯 뒤편 진죽봉 바위 능선도 장관이다. 거대한 너럭바위에 앉아 다도해를 굽어보는 정취가 그만이다. 공기가 맑은 덕에 시야가 확 트여 바다 위로 보석같이 박힌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장흥의 진산인 천관산 정상능선의 구룡봉◇여행메모문화재청은 지난 3월 천관산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했다. 이른바 ‘명승’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밝힌 문화재 지정 근거는 이렇다. “산등성과 정상 부근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기암괴석 등의 화강암 지형경관, 억새군락 등의 식생경관, 정상부에서 조망할 수 있는 다도해 경관 등 다양한 경관이 탁월하게 연출돼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고, 백제·고려와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국가 치제를 지내거나 국방의 요충지로 활용된 역사성을 가지며, 일대에 천관사, 탑산사 등 사찰·암자와 방촌마을 고택 등 문화관광자원이 다수 분포해 역사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재청이 밝힌 천관산 인근의 여러 명소들은 시간을 내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 "내가 이건희 회장 전속화가였지…그래도 뭘 그려달라진 않았어"
-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에 건 ‘불국설경’(2021) 앞에 섰다. 생애 세 번 그렸다는 ‘눈 오는 불국사 풍경’을 담은 작품은 폭 448㎝ 높이 199.5㎝의 대작이다. 1999년부터 경주에 정착해 화업을 이어가고 있는 화백은 “신라의 훌륭한 창작혼이 우리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산 박대성(76). 우린 그이를 두고 ‘한국 수묵화의 대가’라고 불러왔다. 시비 걸 여지없이 맞는 말이다. 겸재 정선(1676∼1759)부터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으로 이어지는 진경산수화의 맥을 지켜내면서도 전통 수묵화를 현대로 끌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명쾌하고 간단한 이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화백, 또 화백 작품과 더불어 한국현대사를 타고 흘렀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전속작가란 개념조차 없던 1984년, 가나화랑(가나아트의 전신)의 1호 전속작가가 됐던 일, ‘대통령이 좋아하는 작가’로 청와대에 줄줄이 작품이 불려들어갔던 것도 모자라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담장에 두 점(1990년 작 ‘장백폭포’ ‘일출봉’)을 걸었던 일, 2015년 830점을 기증해 경북 경주에 솔거미술관을 세우게 한 일, 그 미술관에 지난 6월 폭 11.5m의 국내 최대 수묵화 ‘몽유 신라도원도’(2021)를 걸고, 역시 그 미술관에서 지난 3월 자신의 전시작 위에서 용감하게 미끄럼을 탔던 한 꼬마를 “애들 눈엔 그렇게 보일 만했다”며 대인배답게 용서를 했던 일도 있다. “훼손도 작품의 역사”라며. 사실 이 모두에 늘 따라붙는 아픈 사연이 있는데. 그이가 ‘왼손 없는 화가’라는 거다.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네 살 때던 1949년, 왼쪽 팔꿈치 아래를 모두 잃게 된 비운은 평생 화백의 이름 석 자에 엉겨붙어왔더랬다. 그이가 화가가 된 동기와 무관치 않았던 탓이다. “우연찮게 호작질(‘낙서’의 경상도 사투리) 하는 걸 본 집안 어른들이 그랬지. ‘대성이가 그림 잘 그린다.’ 부모도 없고 팔도 하나 없는 아이가 안쓰러워 던진 말일 텐데,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 놨어. 진짜 그림을 시작한 거야.” 박대성의 ‘한라산 봉우리’(2021·490.5×347.5㎝). ‘불국설경’(2021·448×199.5㎝), ‘금강설경’(2019·772×223㎝)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규모로도, 지형적으로도 세 꼭짓점을 이뤘다. 전시장 인사아트센터의 천고를 넘어선 작품은 바닥으로 늘어뜨려 폭포수가 고인 듯한 인상을 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화업의 정수 ‘불국설경’…26년 동안 세 번 그려경주에 살며 작업하는 화백이 모처럼 서울에 ‘떴다’는 소식은, 그이의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보단 조금 늦게 당도했다. 서둘러 만나러 나섰다.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 펼친 전시는 서울 개인전으론 3년 만이다. 이번엔 개인전 그 이상의 의미가 보태졌다. 내년 ‘미국 순회전’을 향한 출발점으로서란다. ‘미국 순회전’이 뜬금없는 행보는 아니다. 1990년대 초반 화백의 미국행부터 시작된 인연 덕이라니. “다들 모더니즘, 모더니즘 하는 데 그게 뭔지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뉴욕으로 갔지.” 달랑 먹과 붓만 들고 향한 그곳에서 배워온 게 있다면 “내가 있을 데가 아니다”란 것.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제 뭘 해야겠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니. 1년 남짓 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이가 향한 곳이 경주다. “내가 왜 이리 돌아다녔을까 생각하니 바로 불국사가 떠오르더라고. 귀국하자마자 경주로 갔고 문 닫기 5분 전 가까스로 대웅전 앞에 섰지. 아랫도리가 흔들리고 전율이 엄습하더라고.” 박대성의 ‘버들’(2021·69.5×50㎝). 보름달이 뜬 어느 봄날, 버드나무가지 뒤로 보이는 고즈넉한 전경을 애잔하게 잡아내 화면에 옮겼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날 이후 화백은 1년간 불국사에서 ‘얹혀살게’ 된다. “그 큰 절에 객을 위한 방이 세 개뿐이라고 안 된다는 것을 우기고 우겨 허락을 받았어. 나중에 주지스님이 그러더라고. ‘그림은 전혀 모르지만 뭔가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고.” 70년 화업에서 ‘핵심’이라고 할 1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후 20여년을 지켜온 경주시대를 연 시작점이자 화업의 정수 ‘불국사’가 등장한 결정적 계기였으니까. 눈이 좀처럼 오지 않는 경주에서 ‘불국사 설경’을 봤고, 화폭에 옮겼던 것도 천운이랄까. 폭 8m 높이 252㎝에 달하는 ‘불국설경’은, 그 뜨거운 한 해를 보낸 뒤 가나화랑 전시에 등장했다. “그때가 1995년이니 26년 동안 불국사 설경을 세 번 그린 거네.” 박대성의 ‘금강’(2021·79×88.5㎝·왼쪽)과 ‘백두폭포’(2021·140×60㎝). 화백의 또 다른 시그니처라 할 폭포 연작으로, 이 두 점 외에도 ‘구룡폭포’(2021·140×60㎝)와 ‘제주 천제연’(2021·140×60㎝)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세 번째 설경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폭 448㎝, 높이 199.5㎝의 ‘불국설경’(2021)은 ‘금강설경’(2019·772×223㎝), ‘한라산 봉우리’(2021·490.5×347.5㎝)와 함께 규모로도, 지형적으로도 세 꼭짓점을 이룬 작품이다. 이들을 앞세워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위주로 70여점을 걸었다. ‘구룡폭포’(2021), ‘버들’(2021), ‘만월’(2021) 등 자연소재의 풍경, 수집한 도자기에 화백의 독특한 글씨를 올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고미’(2021) 연작 16점 등. 전시작 대부분은 미국 LA 카운티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등을 도는 미국 순회전에 따라나선다. 박대성의 ‘고미’ 연작 중 한 점(2021·60×50㎝). 수집한 도자기에 화백이 직접 쓴 글씨를 올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중 한 점이다. 도자기에 수없이 난 상처와 균열까지 품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건희컬렉션이라…만감이 교차하더라고”70년 화업과 나란히 동행해온 그이의 크고 작은 사연에 키워드가 있다면 ‘대쪽 같은 고집’과 ‘그 고집까지 끌어안은 인연’이라 할 거다. 그렇다면 빼놓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인연이 하나 더 있다. 이건희(1942∼2020) 회장과의 인연. 그 지점을 회고한 것은 이번 ‘이건희컬렉션’ 기증작 중 화백의 작품 세 점이 포함된 것과 연관이 있다. 이 회장 유족은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일출봉’(1988), ‘서귀포’(1988), ‘향원전 설경’(1994)을 보냈다. 그런데 왜 하필 연고도 없는 전남도립미술관이었을까. 연한 미소를 띠던 화백은 “글쎄”라면서도 “한국화라서 그랬을 거다”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남도의 붓’으로 한국화단을 이끌었던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작품과 나란히 전남도립미술관으로 향한 배경이라면 말이다.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정관자득: 인사이트’에 건 ‘금강설경’(2019·772×223㎝) 앞에 섰다. 담대하면서도 섬세한 붓질과 농묵·담묵의 기술이 들어간 화백의 수묵화는 파노라마 뷰를 연출할 때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감회를 물으니 “만감이 교차하더라”란 대답이 왔다. 잠시 옛 생각에 빠져들던 화백은 그 시절 어디쯤에 멈춰섰다. “내가 이건희 회장의 전속화가기도 했어. 월급 받고 그림 그리고, 그게 전속이지 뭐. 여러 가지를 그렸어. 그때 많은 작품이 호암갤러리에 들어갔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쯤이려나. 그래도 이 회장은 뭘 그려달라고 하진 않았어. ” 세상에 처음 꺼내 놓은 말이다. 사실 그이의 또 다른 별칭 중엔 ‘이건희가 사랑한 한국화가’가 있다. 변변한 미술수업 한 번 받지 않고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1969년부터 8번에 걸쳐 입선을 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선 대상까지 받아낸 그이를 이 회장은 물론 부친인 이병철 회장도 많이 아꼈더랬다. 결국 화백은 1988년 ‘대작 100점’으로 호암갤러리 650평을 채운 개인전을 열었고, 이 회장은 그때 전시작 대부분을 사들였다. 내친김에 ‘이건희미술관’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말해 뭣해? ‘이건희’ 자체가 명품이잖아. 이름도 쓰고 제대로 짓기도 해야지. 그 소장품을 다 들여놓고 ‘OO구청미술관’이라고 하면 그게 되겠어?” 사실 화백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830점을 기증해 만든 솔거미술관 말이다. “결국 내 이름을 못 달았어. 지방의원들이 반대를 해서.” 박대성의 ‘청우 1’(2021). 수묵채색화로 그린 ‘소 그림’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색을 흘려내 이중섭의 ‘붉은 소’와 묘하게 겹치는 접점을 만들어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어느 하나 눈과 발을 붙들지 않는 작품이 없지만 전시작 중 유독 한 점이라면, ‘푸른 소’를 그린 ‘청우 1·2’(2021)라 하겠다. 이중섭의 ‘붉은 소’와 묘하게 겹치는 ‘소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오랜만에 화백의 ‘색’을 보는 짜릿함이 적잖다. 한동안 사라졌던 그이의 채색이야기도 이번에 들었다. “호암갤러리 개인전 이후 온전히 먹으로만 돌아섰지. 그즈음 나온 아크릴물감을 섞어 쓰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더는 안 되겠더라고, 나를 잃을 거 같아서.” 연신 ‘잘한 일’이었다며 껄껄 웃는 화백은 편안해 보였다. “맑은 화선지에 뭘 찍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그런 인생을 살았다는 화백의 얼굴이. 전시는 23일까지.
- 70억 겸재 화첩, 40억 쿠사마 대작…미술경매시장 단비 될까
- 겸재 정선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중 ‘해악팔경도’(보물 제1796호·위). 15일 케이옥션 ‘7월 경매’에 나선다. 지난달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신라보물불상’에 연이은 ‘보물 문화재’ 출품이다. 추정가는 50∼70억원. 낙찰만 되면 ‘국내 미술품 경매 고미술품 순위’와 ‘보물 경매 순위’에서 새 기록을 쓰게 된다. 아래는 서울옥션 ‘제32회 홍콩세일’에서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나선 쿠사마 야요이의 ‘소울 버닝 플래시스’(1988). 가로 4m, 세로 2m에 육박하는 대작이다(사진=케이옥션·서울옥션).[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낙찰총액 490억원. 좀더 정확하게는 489억 6886만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결산한 수치다. 이 정도면 완전히 주저앉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490억원은 최근 5년 정도만 놓고 볼 때도 가장 적다. 낙찰총액이 가장 많았던 2018년 상반기 1030억 1500만원은 물론, 두 번째이던 2017년 상반기 988억 34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상반기 825억 7800만원에 비해서도 40%가량이 감소했다. 그래도 믿을 구석은 하나 있다. 낙찰률이다. 올해 상반기 낙찰률은 64.49%. 지난해 65.81%, 2018년 68.76%, 2017년 67.94%에 비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총 출품작 1만 4224점 중 9173점이 낙찰됐는데. 이들 수치만 비교하면 오히려 지난해(출품작 1만 2458점, 낙찰작 8199점)나 2018년(출품작 1만 2820점, 낙찰작 8815점)보다 낫다. 역으로 올해 경매시장 경기가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가늠케도 하지만. 이미 엄청난 부담감을 끌어안은 미술품 경매시장이 하반기 첫 메이저 장을 연다. 케이옥션이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에서 ‘7월 경매’를, 서울옥션이 16일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장에서 ‘제32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을 예고했다. 양일에 걸쳐 벌릴 판은 200점 204억원 규모. 케이옥션은 125점 130억원어치를, 서울옥션은 75점 74억원어치를 각각 내놨다. 사실 이번 ‘서울옥션 홍콩세일’은 상반기에 진행했어야 할 경매가 미뤄진 것이다. 홍콩에선 순회전만 개최하고 경매는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어찌 보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예년에 비해 대폭 하락한 데는 ‘코로나19’ ‘홍콩소요사태’로 인해 서울옥션이 해외경매를 진행하지 못한 탓이 크다. 그만큼 ‘서울옥션 홍콩세일’이 국내 경매시장을 주도해온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던 거다. 실제로 홍콩에서 거래한 서울옥션의 상반기 낙찰총액은 지난해 241억원, 2018년 290억원, 2017년 221억원이며, 2016년에는 476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첫 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양일간 경매에 나설 ‘거물급 출품작’이 대기 중이다. 케이옥션은 겸재 정선(1676~1759)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을 내놨다. 2013년 보물 제1796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지난 5월 간송미술관이 출품했던 ‘신라금동불상’에 연이은 ‘보물 문화재’의 출현으로 이미 세간의 관심을 한참 끌어올려놨다. 낮은 추정가로 볼 때 ‘간송 불상’(2점 각각 15억원)보다 3배 이상 비싸게 출품한 ‘가치’도 화젯거리다. 겸재 정선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표지. 보물 지정 이전에는 표지의 먹글씨 그대로 ‘겸재화’(謙齋畵)라 불렸다(사진=케이옥션).서울옥션은 쿠사마 야요이(91)로 승부를 건다. ‘호박’ ‘땡땡이’ 등으로 유명한 쿠사마의 대작회화 ‘소울 버닝 플래시스’(Soul Burning Flahes·1988)다. 쿠사마는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 낙찰가를 꿰찬 작가다. ‘인피니티 네트’(Infinity-Nets OWTTY·2007)를 14억 5000만원에 팔았다. △겸재 화첩, 낙찰만 되면 고미술품·보물 순위 뒤바꿔 추정가 50억∼70억원. ‘겸재 화첩’이라 불리는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일단 낙찰이 되면 ‘국내 미술품 경매 고미술품 순위’뿐만 아니라 ‘보물 경매 순위’까지 단숨에 바꿔버릴 수 있다. 지금껏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 2000만원에 팔린 ‘청량산괘불탱’(보물 제1210호)이 보유하고 있다. 2위는 2012년 케이옥션 경매에서 34억원에 낙찰된 ‘퇴우이선생진적첩’(보물 제585호).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고미술품 순위’와 ‘보물 순위’는 갈린다. 고미술품에선 2019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1억원에 팔린 ‘백자대호’가, 보물에선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8억원에 낙찰된 ‘의겸등필수월관음도’(보물 1204호)가 차지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중 ‘송유팔현도’(보물 제1796호·왼쪽). 윗줄 왼쪽부터 ‘염계상련’ ‘방화수류’ ‘부강풍도’ ‘화외소거’, 아랫줄 왼쪽부터 ‘횡거영초’ ‘온공낙원’ ‘무이도가’ ‘자헌잠농’이 들었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의 일화·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이다. 한편 ‘해악팔경도’는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 등 금강산과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을 실었다(사진=케이옥션).이번 경매에 나온 ‘겸재 화첩’에는 총 16점이 들었다.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등 금강산과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의 ‘해악팔경도’와 ‘염계상련’ ‘방화수류’ ‘부강풍도’ ‘하외소거’ 등 중국 송나라 유학자의 일화·글 등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의 ‘송유팔현도’로 가름한다. 보물 지정 이전에는 화첩 표지의 먹글씨를 따라 ‘겸재화’(謙齋畵)로 불렸다. 정확한 제작시기는 알 수 없으나 겸재의 노년기 작품으로는 짐작케 한다. 그림마다 ‘겸재’(謙齋)란 서명과 함께 정(鄭)·선(敾)을 각각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白文方印: 글자 부분이 하얗게 찍히는 도장)이 찍혔는데. 이는 겸재가 66세(1741)부터 70대 후반경까지 사용한 도장이다. ‘겸재’를 앞세운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작가는 이우환(84)이다. 이우환은, 수년간 톱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김환기를 밀어내고 올해 상반기 작가별 낙찰총액 1위를 차지했다. 92점을 출품해 72점을 낙찰시켜, 총액 61억 2000만원(낙찰률 78.26%)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점으로부터 No.770100’(1977)다. 거친 질감을 그대로 노출한 얇은 캔버스에 별다른 특색 없이, 튜브에서 바로 짜낸 듯한 흰 물감을 규칙적으로 찍어내 물질에 대한 감각을 먼저 일깨우는 작품이다. 추정가 9억∼20억원을 걸고 새 주인을 찾는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770100’(1977). 올해 상반기 작가별 낙찰총액 1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이우환의 흔치 않은 구성이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15일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추정가 9억∼20억원에 나왔다(사진=케이옥션).△올 상반기 최고 낙찰가 작품 낸 쿠사마 대작 주목이번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가장 비싸게 나온 작품은 쿠사마의 ‘소울 버닝 플래시스’다. ‘호박 작가’란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쿠사마는 “현존하는 여성작가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성과를 연이어 만들어내는 중이다. ‘호박’ 연작 외에도 ‘무한 그물망’ ‘거울 방’ 연작으로 애호가는 물론 대중의 선호를 이끌고 있다. 이번 경매서 나선 ‘소울 버닝 플래시스’는 가로 130.6㎝, 세로 190.4㎝의 캔버스 세 개를 연결한, 가로 4m, 세로 2m에 육박하는 대작이다. 작가의 특기라 할, 무한히 확장하는 그물과 물방울을 한 화면에 압축했는데. 붉은 바탕에 검은 물방울이랄지, 검은 바탕에 붉은 그물이랄지, 이를 사랑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으로 표현했다는 그림이다. 추정가 28억 5000만∼40억원을 걸고 응찰자를 찾는다. 박수근의 ‘고목과 여인’(1963). 박수근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일할 때 미국인 로버트 노드랜더에게 직접 판 작품이다. 소장가가 타계한 뒤 딸이 보관하고 있던 것을 이번 경매에 내놨다. 지난달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서 같은 경로로 57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노상’(1963)은 4억 7000만원에 낙찰됐다. 16일 서울옥션 ‘제32회 홍콩세일’에서 추정가 2억∼3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박수근·윤형근·김창열 등 한국 근현대 마스터 작가의 대표작도 나선다. 토속적 서정을 거친 질감에 예외없이 녹여낸 박수근의 ‘고목과 여인’(1963·추정가 2억∼3억원), 무위자연의 한국 정서를 암갈색으로 표현한 윤형근의 ‘번트 엄버 & 울트라마린 2000-#13’(2000·1억 3000만∼2억 4000만원), 흐르지도 번지지도 못하는 한 점 물방울을 압축하듯 박아놓은 김창열의 초기작 ‘물방울’(1975·1억 5000만∼3억 2000만원) 등이 숨죽인 채 순서를 기다린다.
- [강경록의 ‘콕’] 미로같은 골목, 개성 가득한 상점 속으로
- 골목길과 시장의 만남, 미로예술시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 잃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야. 우리는 지금 세상을 탐험하는 중이야.”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는 《여행의 기술》에서 길 잃기를 독려하며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 길이나 일단 가보기, 다른 데 정신 팔고 가기, 의도적으로 다른 길 들어서기 등 책에서 본 독특한 여행의 기술을 실행에 옮길 장소를 물색한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과 개성 있는 상점이 늘어선 시장의 합, 원주 미로예술시장으로 낙점!미로 같은 골목길이라 시장 구경이 더 재미나다.◇입구부터 길 잃기 쉬운 ‘미로예술시장’친절한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요즘은 길 잃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원주중앙시장 2층에 있는 미로예술시장은 입구부터 찾아 헤맬지 모른다. 원주중앙시장은 1970년 건립한 2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재건축 없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1층과 2층은 안팎의 여러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지정된 출입구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시장 1층에서 눈에 보이는 아무 계단이나 올라가면 된다.원주중앙시장 1층과 2층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1층은 주단 가게와 옷 가게, 음식점 등이 모인 전통시장이고, 2층은 카페와 공방, 문화 공간이 어우러져 뉴트로 분위기가 풍긴다. 원주중앙시장은 자유시장, 중원전통시장 등 여러 시장과 이어지고 번화가인 중앙로문화의거리와 맞닿아, 전성기만 못한 시절에도 손님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1층에 국한됐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방치된 2층은 2010년대 들어 ‘예술로 연주하는 중앙시장’ 레지던스 사업이 진행되고, 문화 관광형 시장과 청년몰 사업에 선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로예술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미로예술시장과 어울리는 업사이클링 카메라 자판기시장은 이름처럼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오래된 가게와 최근 들어선 가게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시장 구경에 빠져 이리저리 무작정 걷다 보면 막다른 길에 이르기도 하고, 왔던 길을 다시 지나기도 한다. 이곳에서 효율적인 동선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보는 게 미로예술시장을 여행하는 방법이다.골목은 광장이나 큰길로 이어지게 마련.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골목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중앙광장에 이른다. 시장은 중앙광장에서 4개 동으로 뻗어간다. 각 동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가동은 오래된 양복점이나 금은방이 눈에 띄고, 다동은 체험 공간이 다양하다. 라동은 SBS-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음식점이 모여 있다. 나동은 2019년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대부분 영업을 못 하는 상태다.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시장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숨은 재미를 찾아보자. 미로예술시장의 마스코트인 고양이와 생쥐 그림이나 조형물도 그중 하나다. 각 동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기는 마스코트와 만난다. 실제로 고양이가 많이 다니던 곳이라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삼았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도 간혹 길고양이가 눈에 띈다. 군데군데 상인들이 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먹이와 화장실도 있다.우연히 들어선 길목에서 독특한 자동판매기를 발견한다. 음료나 과자가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와 필름을 파는 자판기다. 이 자판기가 시장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필름 카메라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과 업사이클링이라는 포인트 때문이다. 일회용 카메라지만 세심한 작업을 통해 여러 번 다시 사용한다. 자판기 속 카메라는 디자인과 종류가 다양하고 흑백 카메라도 있다.자판기에서 카메라 하나를 뽑는다. 필름 감는 레버를 드르륵드르륵 돌려본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다. 1970년 건립해 세월의 흔적을 담뿍 머금은 시장은 필름 카메라에 담기 딱 좋은 피사체다. 필름을 다 채운 카메라는 자판기 옆 카페 ‘동경수선’에 맡긴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이곳에 카메라와 케이스를 반납하면 다 쓴 필름으로 만든 상품을 선물로 준다. 필름은 현상과 인화는 물론, 스캔해서 온라인상으로도 볼 수 있다.산수화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원주레일파크◇미로처럼 숨은 원주의 보물을 찾다원주에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명소가 또 있다. 중앙선 폐선 구간에 들어선 원주레일파크다. 간현역과 판대역 사이 7.8km를 오가는 코스로,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갔다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온다. 레일바이크 이용 구간은 대부분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다. 섬강, 소금산 등이 어우러져 산수화 같은 풍경과 테마별로 꾸민 터널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원주소금산출렁다리도 한눈에 잡힌다.원주를 대표하는 치악산은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향로봉, 남대봉, 매화산 등 높이 1000m가 넘는 여러 고봉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치악산 자락을 따라 걷는 치악산둘레길은 현재 1코스 꽃밭머리길(11.2km), 2코스 구룡길(7km), 3코스 수레너미길(14.9km)이 개통했다. 1코스에서 국형사, 관음사 등 고찰과 비경을 만난다. 2코스에는 이 일대 주민이 장터나 학교를 오가던 옛길이 있다. 3코스에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길이 포함된다. 코스마다 스탬프북 보관함과 스탬프인증대를 설치했다.원주8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구룡사도 치악산에 들어앉았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당시 아홉 마리 용의 전설과 연관 있다 하여 구룡사(九龍寺)라 했으나, 조선 시대에 절 입구 거북바위의 기운을 담는 뜻에서 구룡사(龜龍寺)라고 이름을 바꿨다. 치악산 품에 안겨 풍치가 좋고, 주변으로 황장목숲길과 구룡소, 세렴폭포 등 볼거리가 있다.치악산 품에 안긴 구룡사◇여행메모△여행코스= 치악산둘레길→구룡사→미로예술시장→숙박→간현관광지→원주레일파크→뮤지엄 SAN△가는길= 중앙고속도로→남원주 IC→원주 방면 오른쪽→단계지하차도에서 횡성·원주 IC 방면 지하차도 진입→단계택지사거리에서 평창 방면 우회전→지하상가사거리에서 남부시장·KBS·강원감영 방면 우회전→중앙시장길 방면 좌회전→미로예술시장△잠잘곳=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로 시청로의 ‘호텔K’가 있다. 지정면에는 오크밸리리조트가, 문막읍에는 베니키아호텔 문막이 있다.◇먹을곳= 미로예술시장 내 어머니손칼국수에서는 손칼국수, 동경수선에서는 밀크티, 자매제과에서는 다쿠아즈, 자유시장의 신혼부부에서는 떡뽁이와 돈가스가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강원감영, 원주소금산출렁다리, 원주한지테마파크, 박경리문학공원 등
- 떠오르는 태양, 에메랄드 빛 바다 포항 여행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푹푹 찌는 여름도 어느덧 입추가 지나고 있다.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가 오면 더위의 절정이 한 풀 꺾여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저녁은 이제 선선할 일만 남았다. 기운이 빠지는 지친 여름의 끝, 시뻘겋게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받으러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시간이 지나도 여행 명소로 불리는 곳은 여전히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일출 명소인 경상북도 포항의 호미곶도 그러하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는 ‘산수비경’에서 한반도를 백두산 호랑이에 비유해 앞발은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코,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는 또 어떻던가. 이곳이 국토 최동단임을 확인하기 위해 영일만과 호미곶을 일곱 번이나 답사하며 이곳을 장기곶 혹은 동외곶이라고 명칭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그래서일까. 호미곶 주변에는 늘 여행자들이 많다. 기다란 셀카봉을 들어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기본이고, ‘상생의 손’ 조형물 앞에서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은 길어진다. 단순한 바닷가 해안 절벽이던 곳은 이제 우리나라의 일출 명소 제1의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호미곶 등대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야간의 빛 가시거리가 30km에 달하여 우리나라에서 최대이기도 하지만 동양에서도 2번째의 규모를 자랑한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에는 해맞이광장, 새천년기념관, 국립등대박물관 등이 있어 이곳의 위상을 알려준다.호미곶에서 929번 지방도로를 따라 호랑이 꼬리의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면 구룡포에 닿게 되는데 한, 일 관계가 좋지 않은 요즈음의 구룡포는 아픈 손가락과 같은 곳이다. 바로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 앞바다는 예부터 바다가 좋아 어족이 풍부해 수산자원이 넘쳐났던 곳이다.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어업, 선박업, 통조림 가공 공장 등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하며 조선에서 번 돈을 일본에 반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포구에 방파제를 쌓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게 이 때부터였다.이곳에 조성된 ‘일본인 가옥거리’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겨 놓고 간 잔해를 재보수하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교훈의 장소이다. 구룡포 근대역사관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포항의 항일투쟁 모습도 전시돼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보기를 늦봄에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한 마리가 떨어져 죽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며 폭풍우가 그쳤기에 9마리의 용이 승천한 곳이라는 뜻으로 구룡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구룡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는 이곳 전설의 상징인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 시켜 놓았다.929 지방도로는 구룡포항을 지나면 해안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31번 국도와 접한다. 이쯤 되면 동해안의 절경을 볼 수 있는 해안 도로를 좀 더 드라이브 하고 싶은 마음에 31번 국도를 따라 길을 음미하듯 이곳 바다를 즐긴다. 일명 장길리 해안도로 드라이브다. 내내 바다를 끼고 가는 도로는 해안 풍경이 다 같은 해안 풍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해안 드라이브를 하다 만나는 포항 스파펜션 ‘코지스위트펜션’은 최고 힐링 스팟이다.에메랄드 물빛의 영암해변에 자리한 포항 펜션으로 레몬그라스, 로즈마리, 바질 등 손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향기가 묻어나는 허브를 룸 이름으로 정했을 만큼 이곳에서의 쉼은 상큼 달달하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는 대형 야외수영장, 바다 조망이 가능한 오션뷰 객실, 실내에서 즐기는 월풀 개별스파는 여행의 피로를 날리기에 제격이다. 오픈된 개별테라스에서는 바비큐가 가능하며 카페를 연상케 하는 공용휴게실에서는 커피 한 잔의 힐링 타임이 가능하다. 펜션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미니매점에서는 여행 시 필요한 물품 구매가 가능해 편리하다.
- 삼성역~봉은사역 광역복합환승센터, 서울역보다 환승 4배 빨라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관광객이 대거 몰리며 해외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홍콩 구룡역, 싱가포르 하버프론트역처럼 대중교통망과 인근 복합쇼핑몰, 공공시설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국내 최대 규모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겠다.”서울시가 영동대로 지상·지하에 조성하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을 위해 벤치마킹한 곳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각각 대표하는 지하 복합역사인 구룡역, 하버프론트역이다. 두 곳 모두 교통망과 쇼핑몰, 컨벤션센터 등을 결합해 유명 관광지로 부상했다. 서울 강남 한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속도를 내면서 영동대로 일대 지도가 확 바뀔 전망이다. 이번에 개발계획이 승인된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서울 영동대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 630m 구간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 도시철도(위례~신사), 지하철(2·9호선), 버스·택시 등의 환승을 위한 공간을 짓는 사업이다. 특히 지하 1층부터 6층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지하 공간에는 광역급행철도나 도시철도·지하철, 버스·택시 환승이 간편하도록 설계돼 기존 도심 내 환승센터와 비교해 이용객 수나 편의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으로 지상부에는 서울광장의 2.5배 규모의 대형 보행 광장(폭 70m·길이 250m)이 조성된다. 지하 1~3층에는 버스·택시 환승 공간, 철도 통합대합실, 공공·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 버스환승정류장만 52개 노선에 달한다. 지하 4층 공간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C 노선 승강장, 지하 5층은 위례~신사 도시철도 대합실, 지하 6층은 위례~신사 승강장으로 쓰인다. 아울러 지상광장에서 지하 4층까지는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환승센터 이용객이 하루 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관문이자 최대 유동인구가 몰리는 서울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약 6만명)의 10배 수준이다. 영동대로 일대 복합환승센터는 기존 서울역 환승센터와 비교해 촘촘한 복합구조로 설계돼 환승을 위한 이동 시간도 최대 4배나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 인근 대중교통망은 순차적으로 개발돼 2008년 통합된 지상버스 종합환승센터에서 KTX·지하철·공항철도 간 환승을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등 동선 거리가 다소 멀다는 단점이 있다. 김창환 서울시 동남권사업과 과장은 “서울역은 복합환승센터로 지정된 것이 아니고 종합적인 계획 하에 통합 개발된 사례가 아니여서 면적이나 기능 등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영동대로 지하공간은 평균 환승거리가 107m, 환승 이동시간도 1분51초로 서울역에 비해 최대 4배나 절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회색서 오방색으로…내 금강산도 남북관계 닮더라"
- 작가 신장식이 자신의 작품 ‘금강산 만물상의 빛’(2018) 곁에 섰다. 가로 291㎝ 세로 112㎝ 규모인 작품은 만폭동·옥류동과 함께 금강산의 3대 절경으로 꼽힌다는 만물상의 비상하는 산세를 그렸다. 산형에 드리운 명암이 푸른색과 초록색의 절묘한 조화로 표현됐다. 작가는 “남북관계의 희망을 본 덕에 그림에 맑고 밝은 빛이 비친다”고 말한다(사진=방인권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르디푸르러 창백한 보랏빛을 띤 뾰족한 봉우리들이 일제히 솟구친다. 저 멀리 운무에 가린 산세는 아득하기만 한데, 뭉실한 소나무 군락은 내민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꿈같이 아스라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풍경. 그래, 이곳이 금강산이구나. 그날, 이 그림은 유난히 빛났다. 17년간 어두운 작업실 창고에 묻혀 있다가 비로소 세상에 나와 받은 첫 조명은 너무 강렬했다. 이 그림을 배경으로 남북 두 정상이 나란히 서서 호쾌한 웃음을 날렸고, 이 그림을 배경으로 마주 앉아 ‘평양냉면’ 얘기부터 꺼냈으니.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 건 가로 681㎝ 세로 181㎝의 대작.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2001) 얘기다. 작가 신장식(59·국민대 교수)을 최근 만났다. 얼추 다섯 달. 롤러코스터를 탄 그간의 정국에 이젠 좀 무뎌졌을 법도 한데, 신 작가는 여전히 감격스럽단다. “남북 두 정상이 나란히 서고 앉은 그곳에 걸린 그림 덕에 희망을 찾았다”고 말한다. 금강산 비로봉 동쪽 구룡대 아래. 화강암으로 된 계곡에는 크고 작은 못들이 층층이 들어서 있다는데. ‘상팔담’은 그중 가장 큰 못 여덟 개. 그림은 바로 그 지점에서 마주한 금강산 전경이다. ‘누구의 주제련가 맑고 고운 산….’ 수수만년을 지켜왔다는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을 이제 알려주려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은 아직 판문점 평화의집 그 자리에 걸려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 건 작가 신장식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200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림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마지막으로 넘는 아리랑고개가 금강산”25년간 금강산에만 빠져 살았다. 붓 잡고 바로 시작한 그림은 아니었다. 출발은 아리랑이라 했다.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얼마 뒤, 1988 서울올림픽에서 개·폐회식 미술조감독을 맡으며 ‘청사초롱’ 퍼포먼스를 디자인한 게 계기였다. 그 장면을 제작한 판화로 이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까지 받자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청사초롱도 현대미술에서 먹히는구나.” 민속적 소재를 풀어내는 일은 이후 그의 과업이 됐다. 그러던 중 발굴한 것이 아리랑이고, 그 조형언어가 금강산이었던 거다. “한반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분단이고 가장 큰 고개는 휴전선이 아닌가. 난 그 휴전선을 마지막으로 넘는 아리랑고개가 금강산이라고 생각한다. 아리랑고개를 넘어서려는 민족의 의지, 생동감까지 제대로 얘기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신장식의 ‘9월 내금강의 빛’(2018). 기본적으로는 오방색을 쓴다고 했다. 3태극색인 빨강·파랑·노랑 위에 흰색과 검정을 기조로 그린단다. “푸른빛이 강해지면 겨울이고, 붉고 노란빛이 강해지면 가을”이라고 했다(사진=금산갤러리).본격적으로 금강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조선 순종이 집무실에 두고 싶다고 해강 김규진에게 요청해 그렸다는 ‘금강산총석정절경도’를 비롯해 수많은 금강산 그림에 몰두한 건 물론이고 각종 고문헌자료까지 섭렵했다. 그렇게 2년 남짓, 1993년 금강산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눈으로 발로 보지 않은 그림은 ‘관념산수’에 가까웠던 터. 그런 그에게 금강산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98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방북 덕에 열린 금강산 유람에 나선 거다. 이후 2008년 관광길이 다시 닫힐 때까지 10년간 계절별로 10여 차례 금강산을 다녀왔다. 관념산수가 점차 ‘실경산수’로 변해갔다. △관념산수가 실경산수로 변하기까지 ‘금강산 화가’가 된 이래 개인전만 20여 차례. 최근 여기에 한 회를 더 보탰다.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에 펼친 ‘금강 12경’ 전(28일까지)이다. 비로봉·내금강·만물상·옥류동 등 열두 달별로 색과 모양을 달리한 금강산을 들여다본 신작 25점을 걸었다. 계절이 무색한 작품도 눈에 띈다. 만물상이 머금은 짙은 녹음을 뽑아낸 가로 291㎝의 ‘금강산 만물상의 빛’(2018), 눈 덮인 겨울을 역시 같은 크기로 그린 ‘개골산 비로봉’(2018). 여기에 금강산에서 본 백두대간, 백두대간서 본 금강산을 나란히 걸어 의미를 찾은 ‘백두대간의 겨울’(2018)과 ‘백두대간 금강산’(2018)까지. 신장식의 ‘12월 금강산 온정리’(2018). 작가의 금강산 그림에는 색종이인 듯, 꽃가루인 듯, 요즘 들어 연하게 흩뿌린 노랗고 붉은 점이 도드라진다. “동양적인 기운과 생동감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사진=금산갤러리).25년 금강산이 어찌 늘 한결같을 수 있겠나. 반추상의 산형이 구상으로 구체화해 갔고, 날카롭던 지형에도 부드러운 질감이 얹혔다. “그림은 변해가는 거다. 아무래도 남북관계의 희망을 빛을 봤으니 이번 ‘금강 12경’에서는 맑고 밝은 빛이 비쳤을 거다. 우울하게 그린 적도 있다. 몇 년 전인가. 회색조의 금강산을 줄창 그리고 있더라.” 예전과는 다른 화법도 보인다. “기본적으로 오방색이다. 3태극색인 빨강·파랑·노랑 위에 흰색과 검정을 기조로 그린다. 푸른빛이 강해지면 겨울이고, 붉고 노란빛이 강해지면 가을이다.” 그런데 여기에 요즘 들어 연하게 흩뿌린 노랗고 붉은 점이 도드라진 거다. 색종이인 듯, 꽃가루인 듯. “회화적 효과를 낸 자연스러운 기운이다. 동양적인 생동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럴 거다. 물감만 겹겹이 발라냈다면 여느 산 풍경과 다르지 않았을 터. 서양화의 도구로 동양화의 정서를 그리는 이 작가의 붓끝엔 금강산의 의미를 아는 우리에게만 전해지는 감성이 묻어 있다. △평화의집 지키고 있는 ‘상팔담’…“무료 임대 중”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판문점으로 간다는 건 4·27 남북정상회담 2주 전쯤 알았단다. 국정원에서 연락을 받았다. “평화의집에 걸려고 하니 빌려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누가 사기를 치는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며칠 뒤 진짜 국정원에서 찾아왔더란다. 그러곤 계약서를 쓰고 그림을 가져갔다. 2주간 임대하는 조건이었다. “로비쯤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회담장에 걸린 건 나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작가 신장식이 ‘백두대간의 겨울’(2018)과 ‘백두대간의 금강산’(2018) 사이에 섰다. 금강산에서 본 백두대간, 백두대간서 본 금강산 전경이다(사진=방인권 기자).회담이 끝난 뒤 그림은 어찌 됐을까. “국정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서 또 열릴 수도 있으니 좀 더 빌리자고. 그런데 돈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연말까지 그냥 빌려주겠다고 했다.” 껄껄 호쾌하게 웃어젖히는 신 작가의 표정에는 작품에 대한 자부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묘하게 겹쳐 스친다. “금강산의 기운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한반도의 등줄기는 백두대간이고, 백두대간의 꽃은 금강산이 아니던가.” 그 바람을 탔을까.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린다. 이번 장소는 평양이라니 신 작가의 그림을 한번 더 보긴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이의 금강산은 정말 마지막 아리랑고개가 될 모양이다. 남쪽 일행이 결국 판문점에 걸린 그림을 넘어 북쪽으로 향한다고 하질 않은가. 금강산이 저만치 다가왔다. 신장식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2001) 전체.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 걸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가로 681㎝ 세로 181㎝의 대작이다. 지금도 판문점 평화의집 그 자리에 걸려 있다(사진=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