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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고립' 외교전에 이란 저항…중동전쟁 일촉즉발(종합)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김상윤 특파원] 미국이 중동전쟁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본격 돌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외에 중동 각국을 돌면서 ‘하마스 고립 작전’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로 읽힌다.다만 ‘하마스 배후설’로 도마에 오른 이란은 강력 반발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맞대응을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자칫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확전 방지’ ‘이란 고립’ 나선 美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만 미국이 존재하는 한 결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옆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더 주목 받는 것은 블링컨 장관이 하루 뒤인 오는 13일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만난다는 점이다. 아바스는 하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행보를 보여 왔다. 블링컨 장관이 아바스와 접촉한다는 것은 하마스를 보통의 팔레스타인 정파들과 분리해 고립 시키겠다는 의도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이후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을 잇따라 순방할 예정이다. ‘맹방’ 이스라엘을 대신해 중동 주요국들을 만나면서 이스라엘의 하마스 봉쇄 정당성을 설파하고 하마스 배후라는 의심을 받는 이란까지 고립 시키겠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를 통해 각국이 분쟁의 확산을 막는데 힘을 보태기를 촉구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더 평화롭고 번영하고 안전하고 통합된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블링컨 장관은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대로 전쟁법 준수를 또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능한 한 국제법, 인도주의법, 전쟁법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블링컨 장관에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13일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다. 그는 이스라엘 측과 논의를 통해 군사 작전 계획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을 비롯한 항모 타격단 을 전진 배치하는 등 이스라엘을 향해 군사 지원을 강화해 왔다. 미국 외에 유럽 국가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1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영국은 동지중해로 해군 함정과 정찰기 등을 보내기로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동맹국들과 함께 세계적인 수준의 영국 군대를 배치해 추가 확전 방지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사진=AFP)◇이란 반발…“‘저항의 축’ 대응”다만 이번 충돌이 서방 진영의 계획대로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하마스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의 저항이 거세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를 끊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쫓아내는 것은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 범죄가 이어질 경우 ‘나머지 축’(the Rest of the Axis)으로부터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그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직후 가자지구를 향해 엿새째 공습을 퍼붓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이날 방문에는 레바논 당국자 이외에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대표단이 나와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을 환영했다. 이란은 중동 지역의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이다. 레바논에 근거를 둔 헤즈볼라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다. 이란은 서방 진영에서 제기하는 하마스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만큼 중동 지역에서 존재감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나머지 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저항의 축’(the Axis of Resistance)으로 명명하면서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 등을 거론했다. 이란 주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동 세력이다. AP통신은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헤즈볼라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전쟁 범죄가 계속되는 국면에서는 또 다른 전선 형성이 정말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를 포위한 이스라엘이 지상군까지 투입할 경우 또 다른 중동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경고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1973년에 이어 40년 만에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앞서 이라크를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와 회담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민간인에게 폭탄을 터트리고 전쟁 범죄를 저지르면서 응징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 이스라엘 급파된 블링컨, 아랍 국가도 잇따라 방문…‘하마스 고립'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찾아 미국의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면서도 확전을 막기 위한 총력에 나섰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FP)블링컨 장관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만, 미국이 존재하는 한 결코 그럴 필요가 없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옆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블링컨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그는 “평화와 정의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하마스에 의한 공포의 지배를 규탄해야 한다. 우리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나, 자유, 안보, 정의, 기회, 존엄 속에서 살고자 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적법한 열망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라고도 했다.블링컨은 13일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을 잇따라 순방할 예정이다. 다른 국가나 무장 단체가 분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확전을 막는 동시에 하마스와 그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 모든 (외교) 활동을 통해 각국이 분쟁의 확산을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인질들이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되도록 각국이 가진 하마스에 대한 지렛대를 사용하길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블링컨 장관에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13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 및 안보 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도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 13일부터 개설
-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경기도가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영아 유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위기임산부 지원체계를 마련했다.(자료=경기도)12일 경기도에 따르면 위기임산부는 가족 등으로부터 은둔·고립돼 임신중절, 유기, 입양 등 임신·출산에 갈등하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말한다.도는 이 같은 위기임산부라면 누구나 24시간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을 개설하고 13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안심상담 핫라인에서는 이들의 출산과 양육 문제는 물론 보호(주거) 문제까지 상담을 제공할 예정으로 직접 통화 외에도 카카오채널 등을 활용한 24시간 상담,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는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사무소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광명 아우름’에 설치했으며, 4명의 전문 상담사가 배치됐다. 상담을 통해 공감·살핌, 생명의 존중, 자존감 등 심리·정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임신·출산 진료비(산전·산후 검사 및 출산비 등) △심리·정서 치료 지원 △신생아 양육 용품 지원 건강관리 △아이돌봄서비스 및 보호(주거) 지원 △법률지원 △교육지원(대안학교) △직접 양육이 불가피할 경우 아동보호체계 등을 연계 지원한다.특히 도는 안심상담을 통해 발굴된 위기임산부에게 기존 지원 정책들을 적극 연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학·취업 등 자립지원을 위해 대안학교의 교육과정 이수 연계로 교육 단절의 위기를 해소하면서 진로·취업의 기회를 제공 △양육 환경의 안정화를 위해 도내 미혼모자복지시설(출산지원시설 4개소) 및 퇴소자 자립지원금(1500만 원), 매입임대 주거지원 등을 적극 활용한다. 이와 함께 안심상담 핫라인을 중심으로 시군 가족센터, 다문화가족 거점기관, 미혼모자 복지시설, 아동일시 보호소, 한부모가족 거점기관 등 민·관 공동 대응 체제를 마련, 임신·출산·양육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기관의 역량을 끌어모을 계획이다.앞서 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위기임산부와 영아 보호를 위해 관련 전문가, 기관과 수차례의 간담회 등을 통해 ‘나를 알리지 않고,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귀담아들어 줄 상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하고 핫라인 설치를 추진했다. 위기임산부들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가족 등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을 걱정했고, 이러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은둔과 고립을 선택하면서 출생 아동 미신고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윤영미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위기임산부가 안심상담을 통해 처한 상황, 여건 등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고 상호 신뢰를 통한 심리적 안정과 긍정적인 생각을 위해 상담을 강화하고 면밀하게 사례 관리를 하겠다”며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안심하고 전화 주시기 바란다. 건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외톨이’ 북한 상황 호전…尹정부 대북정책 수정해야[2023국감]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제 외톨이로 평가받던 북한이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갖고, 식량난도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점을 고려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식량사정 완화, 북러정상회담 개최 등 국제고립의 일부 탈피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정부의 남북관계 핵심정책인 3D(억제, 단념, 대화) 정책의 탄력적 수정·보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3D전략은 정부의 대북 비핵화 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중요한 전략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Deterrence)하고, 핵 개발은 단념(Dissuasion)시키며, 대화(Dialogue)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는 접근법이다. 즉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면 북한이 핵개발 의지를 접고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전략이다.박 의원은 “정부는 그간 ‘북한의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결국 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라 주장했으나, 최근 북한은 러시아의 식량 지원도 거절했다”며 “정부는 북한 최근 식량 사정을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사는 지난달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식량 지원을 거절했다” “북한은 올해 풍년을 맞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국경 개방과 무관하게 국제사회의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거부해 왔다.이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대화에)나올수 있도록 억제를 해야하고, 내부사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 내부 사정이 많이 호전됐다고 하는 지표는 다양하게 봐야하지 않나”고 답변했다.박 의원은 “북한이 UN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상태에 있었지만 최근 북러정상회담 등으로 양국관계가 급속히 결속되는가 하면 일본 기시다 총리가 북일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공개 제안하는 등 국제적 고립에서 일부 탈피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이어 박 의원은 “정부는 이러한 북한 대내외 환경 변화와 다음달 ‘APEC 미중 정상회담(예상)에 따른 미중관계 변화, 그리고 내년 미국 대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남북관계 개선의 큰 그림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0자 책꽂이]더블엑스 이코노미 외
- △더블엑스 이코노미(린다 스콧|416쪽|쌤앤파커스)국제무대에서 공신력 있는 경제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자본, 신용, 시장에 걸쳐 작용하는 경제적 장애물이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특수한 문화적 제약과 결합해 ‘어둠의 경제학’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배제되어온 여성 경제를 ‘더블엑스 이코노미’라고 명명하며, 세계 경제에 감춰진 여성의 공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세계 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전략이 여기에 있다.△야생의 치유하는 소리(데이비드 조지 해스컬|608쪽|에이도스)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소리’의 진화는 생물 진화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자 경이로움이다. 생물의 생존과 번식에서 소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인간의 소음으로 뒤덮인 지구가 왜 개인을 고립시키고 공동체를 분열하게 하며, 생명의 생태적 회복력과 진화적 창의성을 약하게 만드는지를 살펴본다. 소리의 진화는 생명 진화의 창조성이며, 자연과 공동체 치유와 회복이란 주장이다.△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신다은|304쪽|한겨레출판사)하루에 2명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매일 누군가 끼여서 죽고, 떨어져 죽고, 불에 타 죽고, 질식해 죽고, 감전돼 죽는다. 매년 800여 명이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지만, 많은 사고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은폐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죽는가. 왜 이 죽음은 이토록 당연한 일이 됐는가. 책은 이에 대한 답이다. ‘일터의 죽음’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아무튼, 당근마켓(이훤|128쪽|위고)출판사 위고의 ‘아무튼’ 시리즈 59번째 책으로 유명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글을 담았다. 시인이자 사진가인 저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이 어떻게 자신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며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됐는지 이야기한다. “경험과 시간이 제한된 세계”에서 “엎질러진 시절을 다시 통과하게” 해주고 “먼 타인과 나의 생활을 포개어” 주는 중고 물건의 매력을 함께 전한다.△사장의 별의 순간(신현만|384쪽|세이코리아)‘별의 순간’이란 말은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순간’을 일컫는다. 독일어 ‘슈테른슈툰데’(Sternstunde)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경영자에게 더욱 각별한 용어다. 기업이 위기에 놓였을 때, 위기를 타파하고 더 높이 도약하는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선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 회장인 저자가 인재 경영에 대한 통찰을 집대성해 소개한다.△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조지훈|256쪽|라곰)국내 최초로 펫로스 증후군(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 전문 심리 상담 센터를 연 저자의 책이다. 수백 명 환자들의 상담 사례를 토대로 펫로스 증후군의 증상을 인지심리학에 기반해 설명하고, 이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상실은 마음의 문제인 만큼 반려동물을 잃은 이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 목동이 양을 치던 들판, 목동[땅의 이름은]
-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살던 판잣집이 허물려 쫓겨난 이들은 다시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1960년대 도심 재정비 사업으로 뒤집어진 서울은 이런 풍경이 흔했다. 지금의 용산구와 동작구, 서대문구 일대에 대규모로 형성돼 있던 무허가 판잣집이 대거 철거된 시점이 이 무렵이다. 거기 살던 이들은 새로 정착할 데를 찾아 헤맸다. 상당수는 양천구(당시 영등포구)로 갔다. 거기에 다시 무허가 판잣집과 움막이 서기 시작했다. 주로 안양천변을 타고 촌락이 형성됐다. 현재 양천구 목동 지역이었다.목동신시가지아파트 7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그 시절 목동은 비가 오면 물에 잠겼고, 눈이 오면 길이 얼어붙었다. 당시 양천구는 영등포구에 달린, 이렇다 하게 개발되지 않은 사실상 벌판이었다. 서울시가 이주민이 양천구에 정착하도록 유도한 건 이래서 이주가 수월했던 까닭이 한몫했다. 소외된 이들이 모인 동네는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가 커지면서 목동은 개발 전기를 맞는다. 1979년 나온 목동 신시가지 조성 사업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다.그러나 시민 반응은 미지근했다. 신시가지 아파트는 1단지(1985년)를 시작으로 14단지(1988년)까지 차례로 준공됐으나 빈집이 넘쳤다. 미분양이 난 것이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컸다. 영등포 서쪽 깊숙이 자리 잡은 목동에서 시내까지 이동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지금처럼 5호선이 여의도와 광화문을 잇던 시절도 아니었다.안양천도 문제였다. 비 내리는 안양천은 툭하면 넘쳐서 주거지를 덮쳤다. 이러면 양천구에서 영등포구로 넘어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목동에 살면서 안양천 건너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공원들은 비가 내리면 지각하거나 결근하는 날이 잦았다.1990년대 들어 목동을 둘러싼 주거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치수 사업으로 침수피해가 잦아든 게 우선이었다. 버스 노선이 늘고 대수를 증편했으며 지하철 5호선이 단계적으로 개통해 대중교통이 좋아졌다. 앞서 1980년대 개통한 서부간선도로가 목동을 고립으로부터 자유롭게 한 뒤였다.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정주 여건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력있는 건축가가 설계하고 국내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는 쾌적한 거주 환경(용적률과 건폐율이 낮은 편)을 제공했다. 대형 평형 세대도 상당해 대가족 실수요자 이목을 끌었다. 목동종합운동장(1987년), CBS(1992년), 이화여대 목동병원(1993년) 등이 들어서면서 문화·의료 환경도 우수해졌다.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일부 전경.(사진=양천구청)학군 형성은 목동 유입의 결정적인 유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양정고(1988년), 진명여고(1989년) 등 전통의 사립학교가 목동으로 이전했고 새로 생긴 강서고, 목동고 등도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학구열의 부모와 학생이 목동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행정동으로 목5동 지역은 대치동 다음 가는 학원가로 평가받는다.목동 이주·개발을 돌이켜보면 벌판이라는 지역 특성이 성공 원인으로 꼽힌다. 목동 지명은 유래가 정확하지 않지만 전해지는 구전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다. 목동(木洞)은 나무(木)가 빽빽하게 자란 지역이거나, 목초지가 펼쳐진 들판이어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가축이 살기 적당했던 곳이다.과거 연의동(골)(延義洞)로 불린 들판이 현재 서부트럭터미널(신정동)이고, 여기가 목동에 인접한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서울 도심 최대의 평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목동 일대에 이렇다 할 문화 유적이 없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목초만 무성한 곳이다 보니 대규모 촌락이나 주요 관청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이다.호사가들은 공무원 유입이 목동 발전을 앞당겼다고들 한다. 서울시는 당시 미분양 난 목동 아파트를 공무원에게 특별 분양했다. 말이 특별 분양이지 반강제 분양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애먼 서울시와 관가 공무원들이 목동으로 전입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