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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 탓" vs "낙인 안 돼"…국회서 `묻지마 범죄` 난상토론
-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이상동기(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두고 벌어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행이 상당한 만큼 이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그러한 정책은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것으로 위험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4일 국회에서 이상동기 범죄 대응 긴급토론회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주최했다. (사진=연합뉴스)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상동기 범죄 대응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이상동기 범죄를 ‘동기가 없거나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로 정의했다. 이어 범죄 유형을 ‘만성 분노형’(45.8%), ‘정신장애형’(37.5%), ‘현실 불만형’(16.7%) 등으로 분류하고 범죄 특성에 따른 ‘핀셋 대책’을 주문했다. 정신장애형, 즉 망상·환청 등 정신질환자의 이상동기 범죄가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2016년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증세를 보였고, 2019년 진주 안인득 방화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가족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를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행 정신보건법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무의탁 정신질환자를 발굴하거나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 응급입원(72시간 한정)은 장기간의 정신의료가 필요한 경우 부적합하고, 행정입원 역시 인권침해의 위험성과 병상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자발적 강제입원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고 무의탁 퇴소자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신장애’를 이상동기 범죄 유형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비판도 제기됐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국내 조현병 환자가 24만명이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인구수가 400만명을 넘었다면서 “정신질환과 폭력과의 상관관계를 말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상동기 범죄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정신질환과 결부시키고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논의가 불편하다”며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일으키는 저변에는 사회에서 배제·고립·분리되는 것에 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신질환자가 정신병원을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 입원하면 6개월 이상 못 나오기 때문”이라며 “치료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이분들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사진=연합뉴스)한편 정부는 증가하는 이상동기 범죄와 관련해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 ‘공중협박죄’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정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의 범죄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석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교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형벌은 범죄예방 목적 외에 응보의 목적도 있으므로 중한 범죄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중협박죄와 관련해서도 “해외 입법례를 보면 미국의 다수 주에서는 형법상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행위를 ‘테러협박죄’로 처벌하고 있고, 스위스의 경우 ‘공공의 질서에 관한 죄’ 항목에서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위험을 위협하거나 가장하여 대중을 협박한 경우’를 ‘일반대중에 대한 공포심 또는 불안감 조성죄’로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상 모든 체인을 연결하라…15살 된 블록체인 과제[미래기술25]
-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블록체인을 가리켜 ‘신뢰의 기술’이라 부릅니다. 중개인 없이도 서로 신뢰하지 않는 개인 간에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란 의미입니다. 블록체인은 최초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 고안됐습니다. 중앙에 있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개인 간 금전 거래가 가능한 탈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죠. 2008년 11월 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이 발표한 논문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의 전자화폐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현 방법이 처음 소개됐습니다.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 참여자가 다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중개인 없이도 거래의 신뢰를 담보합니다. 작동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A가 B에게 송금하겠다는 요청을 하면, 해당 거래 정보를 포함한 블록이 생성됩니다. 이 블록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전파됩니다. 참여자들은 거래 정보의 유효성을 상호 검증하는데, 참여자 과반수의 데이터와 일치하면 검증이 완료됩니다. 이렇게 검증이 완료된 블록은 이전 블록에 일렬로 연결돼 체인을 이룹니다. 이로써 A가 B에게 한 송금 요청도 처리가 완료됩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네트워크에서 발생한 거래 내역은 모든 참여자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고, 거래 내역을 담은 블록이 서로 맞물려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번 기록된 정보는 바꿀 수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따라서 발생한 거래 사실을 부인하거나, 거래 내역을 변조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신뢰를 보장하는 중개인이 없어도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일상 속 디지털혁신 가져온 블록체인블록체인은 비트코인 탄생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잠재력도 높게 평가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블록체인 시장 규모를 2022년 약 74억달러(10조270억원)로 추산하면서, 2027년 말에는 940억달러(127조37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2022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이 66.2%에 달할 것이란 예상입니다.특히 중개인이 많아 비효율이 컸던 분야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거래 단계를 간소화하고 거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해외 송금을 생각해 보면 중개인이 줄어들었을 때 이점이 분명히 보입니다. 송금인이 보낸 돈이 ‘송금 은행-국제 금융 결제망 스위프트(SWIFT)-수신 은행’을 거쳐 수신인에게 전달되는 게 지금의 해외 송금 구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가 발생하고 시간도 2~3일씩 걸리죠. 중개인 줄어들면 그만큼 더 저렴하고 빠른 해외 송금이 가능합니다.블록체인 채택이 늘어나면서 일상생활 속 디지털전환도 가속화되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신뢰를 보장할 방법이 없어 디지털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던 분야가 많습니다. ‘모바일 신분증’이 대표적입니다.실물 신분증은 정교한 홀로그램이 적용돼 위변조가 어렵지만, 모바일로 신분증을 만들면 위변조 위험이 커집니다. 그렇다고 정부 서버에 개인의 모바일 신분증을 저장해 놓고 사용한다면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매하면서 신분증을 확인한 기록까지 서버에 남게 되니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되지 못한 이유입니다.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원인증방식인 ‘DID(분산ID)’는 신분증 위변조와 프라이버시 침해 걱정 없이 모바일 신분증 구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개인이 스마트폰 안에 신분증 정보를 보유하면서, 신분증의 진위 여부는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하는 겁니다. 예컨대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경우, 이용자는 모바일 신분증에서 자신이 ‘성인’이라는 정보를 제시하면 됩니다. 블록체인에는 실제 신분증 정보가 아닌 암호화된 해시(Hash)값만 등록돼 있어, 서비스 제공자(편의점주)는 이용자가 제출한 신분증의 해시 값이 블록체인에 등록된 것과 일치하는지만 확인하게 됩니다. 해시로 원본 정보를 유추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공개된 해시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은 없습니다. 정부는 2022년 7월 말부터 블록체인 DID를 적용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등록증까지 모바일 발급을 확대한다고 하니, 더 많은 국민이 모바일 신분증의 편의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파편화된 블록체인, 상호운용을 높여라블록체인이 등장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도 많습니다. 트랜잭션(거래 처리 단위)이 한번에 몰리면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지고 ‘가스비’라고 부르는 트랜잭션 처리 수수료가 올라간다는 점이 큰 단점입니다. 비트코인의 초당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TPS)는 4.6건 수준이고, 그보다 진화한 이더리움은 10~20TPS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킬러’를 자처하며 등장한 솔라나, 아발란체 등의 블록체인은 5000TPS까지 성능을 향상시켰지만,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비자가 평균 2만4000TPS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블록체인의 성능 개선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상호운용성 확보도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블록체인은 고유한 합의 메커니즘과 스마트컨트랙트 언어, 토큰 표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호 간에 자산 및 정보 교환이 어려워, 각각의 블록체인이 고립된 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고 더 큰 규모의 이용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명 ‘크로스체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 프로토콜인 코스모스, 폴카닷, 레이어제로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이 증가함에 따라 상호운용 기술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의료 플랫폼은 달라야”…‘지시기반’ 데이터 승부하는 이 회사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클라우드 기반의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오름차트’를 서비스하는 세나클소프트 위의석 대표. 사진=이데일리 DB“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 회사는 달라야 합니다. 데이터를 볼 필요도 없고 봐서도 안 되죠. 환자나 의사처럼 권한 있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쓰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순간 역할이 끝나야 합니다.”국내에서 몇 안 되는 플랫폼 전문가인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는 “세나클소프트와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은 데이터를 열어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대표는 이전에 네이버 플랫폼 개발 센터장 및 검색 사업 본부장을 역임하고 2012년에 SKT에 입사해 전화 플랫폼 ‘T전화’를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다.현재 의료 데이터는 대부분 고립돼 있다. 병원 내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 의사가 집에서 의료수가(醫療酬價)를 정리하기 어렵고,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 의료 기록, 처방 정보, 영상 정보 등의 데이터를 번거로운 서류나 CD 형태로 받아야 한다.이에 따라 세나클소프트는 가장 많은 의료 데이터가 있는 동네 병원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 의무 기록(EM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나클소프트의 ‘오름차트’는 의사들에게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진료 예약, 진료 기록, 검사 결과 확인, 환자 수납, 서류 발급 등을 제공한다. 의사들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의료 데이터의 실시간 스트리밍 구현이러한 의료 데이터는 의사의 개인 PC가 아닌 세나클소프트 투자자 중 하나인 네이버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위의석 대표는 “헬스케어 사업의 본질은 데이터와 워크플로(작업 흐름)에 있다”면서 “우리는 의료 데이터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구현하는 회사로서 연내에 개인 건강 기록(PHR·Personal Health Record)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의사의 환자 비대면관리 돕는 앱 출시준비 위 대표가 생각하는 PHR은 국회에서 논란 중인 비대면진료와 다르다. 비대면진료는 초진이냐, 재진이냐 논쟁과,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같은 우려가 있지만, 세나클소프트의 PHR은 ‘오름차트’를 사용하는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비대면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콘셉트다.의사가 환자에게 3개월 치 처방전을 주었을 때, 환자의 상태를 비대면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위 대표는 “지금은 약을 처방받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의사에게 알리려면 내원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 앱과 연계된 경우, 의사가 미리 정한 수치를 넘어선 환자만 뽑아 의사에게 효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알려 필요할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을 권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시 초진 환자 구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EMR 회사와 협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의료 데이터는 병원과 환자 사이뿐만 아니라 보험 회사나 신약을 연구하는 제약 회사 및 연구 기관에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도 세나클소프트가 해결하려 한다. 위 대표는 의사와 환자의 ‘지시’에 따라 기능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 회사가 필요한 서류가 있는 경우, 앱에서 환자가 요청하고, 의사가 “이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해 줄 것이니 서류를 정리해주세요”라고 하면, 지시에 따라 세나클소프트가 보험사에 서류를 전송하는 식이다.의료 데이터 안 봐도 가능한 일 많아 이 때 중요한 건 의사와 환자의 동의다. 그는 이를 ‘지시’라고 불렀다. 위의석 대표는 “의료 데이터를 열어보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 많다”면서 “예를 들어 어떤 보험 회사가 환자에게 적절한 보험 상품을 추천하려고 할 때, 우리가 ‘이런 보험 상품이 있습니다’라고 이용자들에게 알리면, 필요성을 느낀 이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 사용 범위를 지정해 상품의 적합성을 회사에 분석할 것을 의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의사와 이용자는 능동적이고 회사는 수동적인 구조라는 점이다.의료 플랫폼은 의사와 환자 양쪽을 만족시키는 양면시장이다. 보험 회사, 제약 회사 및 연구 기관과 같은 의료 데이터를 필요로하는 기업 고객도 있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가명정보(그 자체로 개인임을 식별할 수 없는 개인정보)화를넘어 완벽한 동의, ‘지시 중심의 플랫폼 운영’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철학은 조금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꼬여 있는 비대면진료의 해결책으로 주목받는다. 비대면진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세나클소프트는 KT와 만성 질환 원격 케어 및 헬스케어 사업 인프라 확대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회사는 KT의 만성 질환 스마트 케어 시스템과 협력해 의원급 의료 기관의 연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 국민세금으로 연구하면서 연구데이터 고립 택한 연구기관들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4대 과기원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DataON)과학기술 관련 기관들이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연구실험데이터의 관리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났다.3일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대 과학기술원 중 R&D 연구데이터를 저장하는 리포지터리(Repository)를 구축한 경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유일했다. 또, 정부 출연 연구기관 중 25개 중 17개만이 리포지터리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리포지터리를 구축한 기관에서도 이를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DataON)에 연계한 경우는 매우 적었다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DataON)이 뭔데?DataON은 연구실험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연구자들 간의 데이터 공동 활용과 연구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2020년에 시작된 프로젝트다.그러나 이 플랫폼과 연계한 연구기관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의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불과했다.KAIST를 포함한 4개의 과학기술원들은 하나도 연계하지 않았다.녹소연, 표준연 등은 DMP 자체 전무R&D 연구데이터의 관리를 위한 데이터관리계획(DMP·Data M anagement Plan)을 수립하는 것도 부진한 상태였다. 전체 출연연구기관 중 2023년 상반기에 DMP를 수립한 곳은 25개 중 14개 뿐이었으며, 4개의 과학기술원 중에서도 DMP를 수립한 과제는 거의 없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경우 일부이긴 하지만 자체연구사업 29개를 대상으로 DMP 를 시범 적용하는 등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DMP 는 과제 수행 시 연구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 과기정통부는 2019 년 9 월 「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 에 DMP 정의와 제출 사항 등을 반영한 바 있다 .출연연별로 살펴보면 2023년 상반기 국가 R&D 과제 DMP 수립 비율이 50% 를 넘는 경우는 전체 25 곳 중 14 곳에 불과했다 . 녹색연 , 표준연 , 기계연 , 재료연 4 곳은 DMP 를 수립한 과제 자체가 전무했다 .과기정통부는 DMP를 확대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는 한, 중앙 행정 기관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DMP를 수립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아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 연구데이터를 공공자산으로 인식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필모 의원은 “세계적으로 연구과정 데이터의 개방을 지원하는 오픈사이언스 정책이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DMP와 DataON 등 연구데이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구데이터 연계와 활용을 선도해야 할 연구기관들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개방형 연구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출연연과 4대 과학기술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치매와 정상적 노화 감별해야”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치매와 정상적인 노화는 엄연히 다릅니다. 명절을 맞아 부모님 건강을 체크해보는 건 어떨까요.”부천세종병원 우은송 과장(정신건강의학과)은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스스로 몸에 생기는 변화를 다른 사람과 의논하는 게 불편하다 보니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가족이 관심을 갖고 치매 환자의 행동 변화를 확인하고 환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전문의 진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게 올바른 치료 방향”이라고 밝혔다.우 과장은 그러면서 곧 있을 추석 연휴를 부모님 건강 상태 확인 기간으로 활용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치매 환자는 이상 증상이 발현해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어찌할 바 몰라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가족의 관심이 필수적”이라며 “모처럼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연휴를 맞아 부모님의 치매 여부를 대략적으로나마 먼저 체크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치매와 정상적인 노화를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우 과장은 치매 여부를 감별하는 10가지 행동 분석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기억력 상실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 해결의 어려움 ▲익숙한 일에 대한 어려움 ▲시간·장소의 혼동 ▲시각적 이미지와 거리 판단 문제 ▲단어 사용 오류 ▲물건 분실 후 찾는 능력 상실 ▲판단력 저하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의 고립 ▲기분과 성격의 변화.우 과장은 “간단한 10가지 행동 분석으로 치매 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며 “정상적인 노화일 경우 단순 실수이거나, 잊어버리더라도 결국 나중에 생각이 나고, 어려움을 겪어도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매와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만약 행동 분석 결과 문제가 있다면, 지역 보건소 등에 마련된 치매안심센터 혹은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 대표적 검사로는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 혈액검사, 뇌 MRI가 있다. 최근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발견하고자 아밀로이드페트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치매는 연령별로 발생률이 다르게 나타난다. 65세 이상에서 7~10%, 75세 이상 18~20%, 85세 이상 35~40%의 유병률을 보인다. 치매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잘 발생하며, 치매 중 알츠하이머병, 혈관치매, 루이소체치매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증가한다. 유전인자도 작용한다. 친형제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았을 때 본인이 90세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될 위험도는 24~50%로 보고되고 있다. 조기 발병하는 가족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관련 있다. 후기(노년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변화와 관련 있는 유전자의 다형성이 원인이 될 수 있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당뇨병, 중년기 비만, 중년기 고혈압,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심혈관 위험인자와 알코올 섭취, 흡연,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 위험인자도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울증과 갑상샘 기능이상, 대사질환, 매독, 두부손상, 뇌졸중, 낮은 교육년수·사회적경제 수준 등도 치매를 발병시키는 기타 위험인자로 작용한다.우은송 과장은 “치매의 위험인자를 조기 발견하고, 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만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별개의 병을 발견하고 이를 치료하면 이전기능으로 회복도 가능하다”며 “치매는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건강 문제인 만큼, 조기 발견을 위해 그 누구보다 가족이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 러, 서방 제재에도 올봄 원유 수출 50%↑…"경제회복 자신감"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시행된 서방의 제재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 수출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왼쪽)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리스령 에비아섬 인근 카리스토스 해안에서 러시아 국적 유조선으로부터 원유를 옮겨싣고 있는 모습. (사진=AFP)러시아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 중 한 명이자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회장인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규모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최대 30%까지 파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견뎌냈다”며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이 있긴 했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고, 여전히 놀라울 만큼 낮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으로) 에너지 수출이 막혔지만 남반구와 새로운 무역관계를 발전시켰고, 국내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에서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주 “러시아 경제가 전례 없는 외부 압력을 이겨내며 회복이 끝났다”며 올해 2.8% 성장률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 대비 두 배 이상 상향조정한 것이다. FT는 원유 수출이 급증한 것이 러시아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주요7개국(G7)이 주도한 유가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G7, 유럽연합(EU)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배럴당 60달러를 초과하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해 서방의 운송 보험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하는 유가상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원자재 정보업체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올봄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50% 급증했다. 국제 시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한 덕분이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지난 7월 이후엔 보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 FT 자체 분석 결과 지난 8월 해상으로 운송된 러시아 원유 가운데 4분의 3이 서방의 해상 운송 보험을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봄 50%에서 크게 확대한 것이다.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익도 늘었다. 키이우경제대학은 유가상승에 따른 할인폭 축소 등으로 올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이익은 작년보다 최소 150억달러 (약 20조 2000억원)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서방이 제공하는 보험 등 해상 서비스 없이도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는 ‘그림자 선단’을 구축한 영향도 크다”며 유가상한제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평가했다.자신감을 얻은 러시아는 연말까지 원유 생산을 줄여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등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서방에 역공을 펼치는 모습이다. 최근엔 흑해 곡물협정 중단에 이어, 휘발유·디젤 수출까지 중단하며 판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가 식량·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러시아는 되레 서방이 금융 시스템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벤 힐겐스탄 KSE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원유 운송 방식은 변화했고, 유의미한 유가상한제 시행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놓였다”고 진단했다.
- 한국 대표 소극장에서 이색 공연 축제가 펼쳐집니다[알쓸공소]
-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올 가을 소극장으로 나들이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소극장 중 하나인 소극장 산울림,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색다는 콘셉트의 페스티벌이 열립니다.◇제8회 산울림 2023 판 페스티벌‘2023 판 페스티벌’ 포스터. (사진=소극장 산울림)소극장 산울림은 오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2023 판 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다양한 예술장르의 아티스트들에게 말 그대로 ‘판’을 제공하는 기획 프로그램입니다. 소극장 산울림은 연극을 주로 공연하지만, ‘판 페스티벌’에서는 연극 외의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27일에는 판소리 ‘햄릿, 혼잣말’이 무대에 오릅니다. 연출가 박선희, 소리꾼 송보라(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고수 최효동, 피아니스트 정한나가 함께 하는 공연인데요.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을 전통 판소리 형태로 재구성해 송보라의 창과 노래로 들려주는 모노 드라마입니다. 서양 악기인 피아노의 선율과 전통 소리북의 협연으로 햄릿의 비극적 삶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창작 판소리로 풀어냅니다.30일에는 마임이스트 이두성의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이 관객과 만납니다. ‘몸짓 시극(詩劇)’을 표방한 작품인데요. 인형, 시(詩)의 이미지를 몸짓으로 형상화해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폭넓고 다양한 움직임으로 선보입니다. ‘아버지와 나’, ‘허수아비’, ‘인생’, ‘휴지’, ‘달팽이’, ‘꽃피우기’, ‘아름다움 안에서 함께 걷기를’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립니다. 마임이스트 이두성은 1994년부터 국내외 공연 축제에서 몸짓으로 마음의 평화를 나누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10월 1일 마지막 공연은 스페인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무대입니다. 플라멩코 공연 ‘플라멩코 별곡’인데요. 플라멩코 아티스트 사라 김이 안무를 맡고, 사라 김을 비롯한 무용수 신영실, 이상연, 박은주, 한지연 등이 출연합니다. 기타리스트 황이현, 보컬리스트 김지선, 연출가 송정희 등이 창작진으로 함께 하고요. 사라 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매년 4월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열리는 페리아축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극장 산울림에 펼쳐보입니다.◇2023 혜화동 1번지 동인페스티벌-좋은 미래 대축제‘2023 혜화동1번지 동인 페스티벌-좋은 미래 대축제’ 포스터. (사진=혜화동1번지)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오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2023 혜화동1번지 동인 페스티벌-좋은 미래 대축제’가 열립니다. 혜화동1번지의 새로운 8기 동인들이 선보이는 첫 번째 축제입니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1993년부터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돼 동인제 방식으로 한국 사회와 연극계에 다양한 질문을 던져왔는데요. 올해부터 활동하는 8기 동인은 △박세련(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박주영(기지) △원지영(원의 안과 밖) △이성직 △조예은(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허선혜(창작살롱나비꼬리) 등으로 구성됐습니다.이번 축제는 격주에 1편씩 창작극을 공연하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좋은 미래’라는 공통 주제 아래 고립, 반려동물, 연대, 생태시민권, 미래의 극장 등의 관심사를 무대에 올립니다. 첫 작품인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지구에 감자가 이따’(9월 25일~10월 1일)는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강아지 감자와 이따, 인간 대진과 세련, 진경과 지우를 통해 ‘여기에 서로 얽혀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원의 안과 밖 ‘정전의 밤’(10월 10~15일)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와 닮은 미래를 무대에 올리고요.세 번째 작품은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메리, 크리스, 마쓰’(10월 19~29일)입니다. 2022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우주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우주비행사 메리와 크리스의 이야기를 다룬 인형극입니다. 창작살롱나비꼬리 ‘덜메이드’(11월 8~12일)가 이어집니다. 극장에서 렉처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한 극작가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기지 ‘감나무 멸망전’(11월 22~26일)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3명이 뒷산 감나무 아래에 모여 ‘궁극의 감’을 따려고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지막 작품은 감자피아 ‘펄프픽션’(11월 30일~12월 9일)입니다. 무차별적으로 가자치기를 당한 가로수에 대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낯설고 실험적이지만, 소극장만의 매력을 느끼며 새로운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연극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