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685건
- '고맙습니다'가 외면한 시청률 대박공식 세 가지
- ▲ MBC '고맙습니다'[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MBC 수목미니시리즈 ‘고맙습니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재동)가 20.5%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을 기록하며 10일 종영됐다. 같은 시간대에 경쟁을 벌인 SBS ‘마녀유희’와 KBS 2TV ‘마왕’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은 수치다.‘고맙습니다’가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장혁은 군 복무로 인해 공백이 길었고, 상대역 공효진 역시 그동안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나 시청률 동원에서는 돋보이는 실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시청자 구미를 확 당길 자극적인 소재나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이에 비하면 ‘마녀유희’는 한가인, ‘마왕’은 엄태웅, 주지훈 등 요즌 열성 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를 캐스팅했다, 장르도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코믹 멜로 장르였다. 그래서 방영 전 ‘고맙습니다’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심지어 ‘고맙습니다’ 제작진도 “'꼴찌만 면하자'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실토할 정도였다.하지만 ‘고맙습니다’는 다른 드라마에는 있지만 이 드라마에만 없던 '3무'(3無)가 존재했고, 반대로 이 드라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3유'(3有)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고맙습니다'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고맙습니다'가 외면했던 세 가지▲ 불륜, 삼각관계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사랑이다. ‘고맙습니다’에도 기서(장혁 분)와 영신(공효진 분), 석현(신성록 분), 은희(김성은 분) 등 등장인물의 사랑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사랑은 삼각, 사각으로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혼 대 미혼, 기혼 대 기혼 등 이른바 '불륜'으로 불리는 금지된 사랑의 끈끈한 이야기도 없었다.기서는 연인 지민(최강희 분)을 떠나보낸 뒤 푸른도에 들어와 살다 에이즈 감염자인 봄이(서신애 분)와 영신 가족에게 사랑을 느낀다. 영신은 석현과 과거 연인 사이였고 석현은 봄이의 친부로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남아있지만 서로를 위해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 출생이나 과거의 비밀요즘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이 출생이나 과거에 대한 비밀이다. 주인공의 과거에 얽힌 비밀을 통해 드라마의 갈등과 복선을 깔고, 나중에 이를 이용해 극적인 반전을 유도하는 것이 TV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는 구성이다. 시청자들이 출생의 비밀이 어떤 것인지 추측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관심을 높이고 이를 어느 정도 알려준 뒤에는 언제쯤 비밀이 드러나고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슴 조이며 보게 만드는 장치다. ‘고맙습니다’에서 그런 복선이나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석현이 봄이의 친부라는 것. 하지만 그 사실은 애써 숨기지 않고 드라마 초반부터 시청자에게 공개했다. 봄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될 뻔한 에피소드는 몇차례 있었지만 결국 봄이는 이를 마지막까지 모른다. 물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짐으로써 주인공들의 사랑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 백마 탄 왕자나 화려한 석세스 스토리어려움을 겪던 주인공이 극적인 계기를 만들어 멋지게 성공한다거나, 아니면 여자 주인공이 멋진 남자를 만나 갑작스레 신분 상승을 이루는 것. 언제부터인가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던 이야기다. 그러나 ‘고맙습니다’에는 화려한 성공을 추구하거나 야망을 품은 사람의 치열한 이야기가 없다. 다만 한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렸을 뿐이다. 1년 365일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담담해 심심할 것 같은 '고맙습니다'의 이야기는 오히려 마음에 편안한 위안을 주었다. ◇ '고맙습니다'가 선택한 세 가지▲ 주인공 들러리나 구색이 아닌, 진짜 가족들 16~24부작으로 기획되는 드라마는 방영 횟수가 짧은 만큼 주인공에게 스토리가 집중되기 마련이다. 주인공의 가족은 자연 이야기의 들러리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제작비 절감을 위해 가족 중 몇몇은 기획 단계에서 아예 생략된다.그러나 ‘고맙습니다’는 아이와 부모, 조부모 세대까지 3대가 등장한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가족이지만, 그들에게는 우리네 이웃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났다. 그리고 따스한 체온이 있었따. 초등학생 봄이와 그 친구들, 봄이의 증조할아버지인 이 노인(신구 분)과 석현의 어머니(강부자 분), 두섭 어머니(전원주 분)의 이야기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자 재미의 요소였다. 유별난 이야기나 기발한 유행어를 만들지도 않았지만 이들은 시청자에게 요즘 잊고 살아가던 평범하지만 소중한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해주었다. ▲ 에이즈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용기에이즈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소재였다. 에이즈가 주로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병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칫 드라마 인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특집 드라마도 아닌 미니 시리즈에서는 소재로 기피대상 1호였다. ‘고맙습니다’는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봄이와 그 가족들을 통해 에이즈 감염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 소외감 등을 알게 해주었다. 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거리감을 가져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도 가져왔다. ▲ 그리고 푸른도가 있었다 적잖은 드라마의 배경은 도시다. 도시인들의 각박하면서 치열한 삶과 사랑이 시청자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인기 있다는 시각에서다. ‘고맙습니다’는 이와 반대다. 도회지 얘기는 없다. 한적한 섬마을 푸른도가 배경이다. 자신의 삶에 지쳐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관심도 없는 도회지와 달리 푸른도는 이웃의 일거수일투족이 내 일이 되는 곳이다. 그런 푸른도에 봄이가 에이즈가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봄이 가족은 위기를 맞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은 봄이를 소중한 식구로 다시 받아들이고 행복을 느낀다. 도회지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 푸른도와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푸근함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배경이 푸른도가 아니었다면 ‘고맙습니다’가 주는 훈훈함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관련기사]서신애, 드라마 쫑파티서 이상형 조인성과 포옹 2007-05-11'고맙습니다' 장혁, 차기작은 영화 2007-05-11장혁 "고맙습니다" 종영 소감 밝혀 2007-05-11'고맙습니다' 대 '마녀유희', 20.5%와 12.9%로 각각 종영 2007-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