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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제단체들, 각국에 기업인 이동 보장 건의
-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16개국 경제단체가 참여한 세계경제단체연합(GBC)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의 이동 보장 등을 각국에 건의했다.전경련은 26일 GBC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시장 영향 최소화 건의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GBC는 공동성명에서 “세계는 무역·투자·기업활동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고, 78억 세계인의 삶은 세계 경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현재 보건 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GBC는 각국 정부가 상황에 맞는 경제활력 조치를 취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구체적으로 한시적인 세금 공제와 중소기업 대상 금융·유동성 지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재정·통화 정책 등을 예로 들었다. 또 글로벌 밸류체인(GVCs) 교란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새로운 규제와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GBC는 특히 무역·투자 목적으로 입·출국하는 기업인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GBC는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간 이동을 제한한 것은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국제 무역과 투자를 유지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경제 정책을 입안할 때 기업·노동자 등 민간 부문과 투명하게 의사소통할 것도 주문했다.GBC는 아울러 각국의 경제·산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 모범적으로 대응한 사례를 수집해 공유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GBC는 전경련을 비롯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인도, 브라질 등 16개 주요국의 경제단체 연합체로,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2012년 설립됐다.이번 공동성명문은 전경련이 제안하고 회원 단체들이 합의해 작성한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B20(비즈니스 20)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전달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 [인터뷰]허희영 “정부, LCC만 지원?…살리려면 대형항공사 살려야”
-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가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국항공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위기다. 국내 항공업계를 살리려면 큰 곳부터 살려야 한다.”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10일 경기 고양시 한국항공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내놓은 항공분야 긴급 지원방안에 대해, 대형항공사(FSC·풀서비스캐리어)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계속되는 악재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 긴급융자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대형항공사는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중국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서 운항중단으로 LCC의 위기가 컸다. 그러나 한국발(發)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 강화·격리조치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곳이 120여개 국가·지역에 달하면서 대형항공사의 주력인 장거리 노선도 무너지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여객 노선 총 124개 중 89개를 운휴(운항 중단)했으며,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를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노선 총 72개 중 47개 노선을 운휴했다.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 유럽 노선도 거의 운휴에 들어갔으며, 우리나라 10대 교역국 중 미국만 최후의 보루로 남은 상황이다. 허 교수는 “올해 51년 차인 대한항공의 자긍심 중 하나가 9.11테러와 사스, 메르스 등 글로벌 경영위기를 잘 넘겨 정부 구제금융에 손 한 번 빌린 적이 없는 것”이라며 “여객과 화물은 물론 기내식, 방위 등 부대사업도 탄탄한 항공사이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1130억달러(약 134조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허 교수는 “우리나라 민간항공 70년 역사에서 이런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 경우는 처음이라며 관례를 따지지 않는 정책 지원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긴급 지원책의 신속한 집행과 함께 관광진흥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항공운임에 포함된 출국납부금(1만원)으로 쌓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항공업계에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역설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가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국항공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다음은 허 교수와의 일문일답.-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추가 지원책은△관광진흥개발기금(이하 관광기금)을 항공업계에 풀면 된다. 정부는 1972년 관광사업 발전을 목적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법’을 제정하고 관광기금을 설치했는데 공항의 출국납부금으로 충당한다. 1인당 항공운임에 1만원씩 포함해 징수하고 있다. 작년에 걷은 출국납부금은 3841억원 규모다. 현재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1조1000억원가량 쌓여 있다. 이 기금이 관광산업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결국 비행기가 안 뜨면 관광산업도 죽지 않나. 이 기금을 항공업계에 지원해야 한다. 시행령만 고치면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최근에 정부가 내놓은 항공분야 긴급 지원책 평가는△국내 항공사 모두가 어려운데 이럴 때 정부가 하나하나 다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큰 곳이나 작은 곳이나 모두 지원하고 보호하려다가 다 무너지게 된다. 현재 나온 긴급 지원책은 LCC에 3000억 규모 융자해주는 게 골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빠져 있다. 위기 이후 항공시장이 정상화되려면 LCC가 아닌 대형사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미국도 9.11테러 당시 메이저 케리어(항공사)만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지역과 소형항공사까지 다 챙기지 않았다. -항공분야 긴급 지원책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각종 세제와 공항시설사용료를 유예가 아니라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 항공기 재산세와 항공기 부품에 대한 농어촌특별세를 비과세하고 항공유 관세, 항공유 석유수입부과금, 착륙료 등을 감면하면 약 1000억원대의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항시설사용료는 공항공사의 주된 수입원이라서 협조가 안 된다고 하는데 항공사가 살아야 공항공사도 산다. 최대고객인 항공사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나.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서야 한다.-왜 정부가 나서 항공사에 지원해야 하나△항공산업은 ‘기간산업’이다.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는 데 필수적인 중요한 산업이다. 국가에서 법으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할 만큼 중요하다. 실제 항공 산업은 관광, 유통업까지 끼치는 파급력이 크다. 지리상으로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국경을 접해서 육지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없어 비행기가 안 뜨면 고립된다. -항공사가 해야 할 추가 자구안이 있다면△항공사가 낼 수 있는 자구안은 더는 없다. 현재 월급 반납하고 희망휴직에 들어가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했다. 그럼에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05년 LCC가 들어설 때는 환경이 좋아 순탄하게 자리 잡았다. 비행기를 띄우면 돈을 벌고 사업면허만 받으면 기업가치가 수천억원대로 올라가는 줄 알았다. 지속적으로 공급을 늘려 무리하게 경쟁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항공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해 탄력성이 높다. 정부의 행정장벽이 없더라도 함부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항공업계는 언제쯤 회복될까△항공산업은 우리나라만 안정된다고 될 문제가 아니고 상대국까지 봐야 한다. 실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반기 장사는 놓쳤다고 한다. 3·4분기께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최악의 경우는 올해 말까지 다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국내 항공사는 LCC를 포함해 현재 9개인데 이제 체력전에 돌입했다. 이제 살아남는 곳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버티는 항공사뿐이다. -국내 항공업계 구조조정 전망은△구조조정의 시그널(신호)은 작년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구조조정이 단행되리라고 봤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이제는 M&A가 아니라 청산으로 가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이스타항공도 그대로 놔뒀으면 청산될 뻔했는데 제주항공이 최종적으로 인수를 결정해 운이 좋았다. 미국이나 유럽은 항공자유화로 항공사들이 난립하며 과잉 경쟁이 벌어졌고 생존을 위한 M&A가 진행되며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결국, 국내 항공산업도 ‘메가 캐리어’ 체제로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겪고 난 후 국내 항공업계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새로운 판도가 짜일 것이다.-항공사 면허를 남발해서 공급과잉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시장경제주의자로서 국토부의 책임론에 반대한다. 정부가 불필요하게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항공사 면허도 마찬가지다. 예로 들면 한 골목에 치킨집이 많다고 구청이 허가를 안 내줄 수 있나. 구청은 위생관리만 잘하면 된다. 국토부도 비행기를 띄우겠다고 하는 항공사가 있으면 항공운항증명(AOC) 통해 안전만 꼼꼼히 검증하면 된다. ◇허희영 교수는...1957년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한국항공대 항공관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UMass) 객원교수와 한국항공경영학회 회장,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한국항공대학교 학생처장, 한국항공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 [신동민의 인생영업]무용지물 마지노선
-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마지노선을 넘었다’, ‘마지노선이 뚫렸다’라는 말을 한다. 마지노선은 반드시 고수해야 될 최후의 보루 같은 의미로 ‘최후의 방어선’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마지노선이라는 용어는 원래 의미와는 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마지노선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최후의 보루였지만 사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무용지물의 방어선이었다.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쉽게 무너지는 것이 마지노선의 실체이다. 마지노선(Maginot Line)은 프랑스가 1차 대전에서 전사자 135만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독일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독일과 접한 국경에 설치한 방어선이다. 당시 프랑스는 10년(1927~1936)에 걸쳐서 현재 가치로 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난공불락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마지노선이라는 이름은 당시 프랑스의 육군장관이자 건설 계획을 마련한 앙드레 마지노(Andr? Maginot)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1차 대전에서 지옥 같은 참호전을 경험한 프랑스는 튼튼한 방호벽이 아군을 지키고 승리하는 전략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750km에 걸쳐 성벽 같은 장벽을 구축하고 지하 벙커, 보급품 창고, 내부 통로 철도 등을 건설해서 완벽한 방어막이라고 자부했다. 병사들이 장기간 지하 참호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고, 참호에서 전진해오는 적을 향해서 대포, 기관총 공격이 가능했고, 3.5m 이상의 콘크리트 벽체 요새는 최강이라고 자부했다. 프랑스는 든든한 방비책을 마련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런데 1940년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이 프랑스 침공을 시작한지 33일 만에 독일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점령했다. 철옹성으로 생각했던 마지노선은 어떻게 되었기에 방어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초고속으로 파리가 점령당한 걸까? 역사는 프랑스의 패배를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프랑스가 1차 대전에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참호전을 교훈삼아 마지노선을 건설했으나, 2차 대전에서는 보병 중심에서 기계화된 전차 중심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지노선은 전차를 방어하는데도 손색이 없는 구조물이었다. 2차 대전 개전 시 전차는 1차 대전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마지노선을 뚫을 만큼 위력적이지도 않았다.독일은 마지노선을 우회해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삼국의 국경선이 있는 아르덴(Ardennes) 지역을 돌파해서 프랑스로 진격했다. 아르덴 고원지역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산악지대였다. 그 누구도 아르덴 지역으로 대규모 부대가 침투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아르덴 숲 지역을 독일 기갑군의 탱크 부대가 진격한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보다 병력도 많았고 심지어 더 성능이 좋은 전차와 그 숫자도 많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수도 파리를 내주었다. 프랑스의 패배의 원인은 무기나 물자가 아니라 사람과 제도에 있었다. 이 중심에 있는 독일의 만슈타인 장군과 프랑스의 드골 장군을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만슈타인은 아르덴 지역을 기갑부대를 동원하여 진격할 계획을 세웠다. 초기 독일 총사령부는 이 계획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의 일명 ‘낫질작전’을 받아들였다. 독일군은 작전 계획이 세워지면 현장의 세세한 전술은 하부부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을 하고 수행하는 구조였다. 소위 현장 지휘관에게 재량을 부여하는 임무형 지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르덴 지역을 통과할 때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현장의 하부 지휘관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드골 장군이 전차부대의 기습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전차부대 활용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건의를 했다. 그는 마지노선에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10만 병력의 기계화된 기갑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군 총사령부는 이런 드골 장군의 의견을 정신 나간 주장으로 치부하면서 지지하지 않았고, 사령부는 여전히 1차 대전의 경험을 가지고 구태의연한 방어 전술, 한없이 지연된 작전실행 등으로 200만명이 포로로 잡히는 참혹한 패배를 자초했다. 어떤 조직이든지 인재를 발굴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있다. 성공하는 조직은 드골과 만슈타인의 지혜를 가진 사람들을 자체 시스템에 따라 발굴하고 육성한다. 그리고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조직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결정 체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조직에서 프랑스가 우를 범한 것처럼 2차 대전에 1차 대전의 경험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울러 관료화되고 느슨한 판단과 결정으로 수많은 젊은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영업과 마케팅에서 중앙집권적인 의사 결정의 시대는 저물었다.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은 속도가 느리고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 수평적인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다고 기존의 방식으로 방어에만 전념하는 조직이라면 하루아침에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신생조직도 이제는 얼마든지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한 기술이 우리 손에 있다.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영상통화도 가능하고 대형 컴퓨터가 하던 분석기술도 손안에 있다. 그렇지만 조직의 사고 방식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마지노선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을 해보자. 우리 조직에도 만슈타인과 드골은 반드시 있다. 그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어디선가 비난 받고 잠자고 있지는 않은 지 진중히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전으로 끌어낼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말하는 조직’을 만들어 아무런 벽 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은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고 실행하였는가? 기존의 방식에 머물러 있었는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었다. 세계 최강의 육군과 난공불락의 방어선이라는 마지노선을 가진 프랑스가 빛의 속도로 수도를 점령당한 사례를 잊지 말자.
- 시진핑의 중국몽 '일대일로'…천년만에 부활하는 실크로드
- △5월 27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일대일로’ 컨퍼런스에서 루오져 란저우국제항만 관리위원회 부국장이 ‘일대일로’ 건설과 공개플랫폼 구축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란저우국제항만 홈페이지 캡처][간쑤성(란저우시)=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기차로는 8시간 30분 걸리는 간쑤성(甘肅省)의 성도(省都·수도도시) 란저우시(蘭州市). 우웨이(武威), 장예(張掖), 주취안(酒泉), 둔황(敦煌)을 거쳐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이어지는 비단길(실크로드)의 길목에 자리 잡은 도시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곳이다. 중국 문명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황하가 도시를 관통하며 이슬람 사원, 불교 사찰, 도쿄사원 등 문화 교류의 흔적을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란저우에 가면 반드시 먹고 와야 할 ‘란저우라미엔’(蘭州 拉麵) 역시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와 중국에 정착한 회족들의 음식에서 유래했다. 란저우시는 100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한번 실크로드의 관문도시로서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주궈셩 신화통신 란저우지사 부사장은 “란저우에는 한 학교에 학생이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 많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판 육·해상 실크로드)가 시작된 이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항만·고속철…소외됐던 서북부 지역, 교통 중심지로 도약 가장 대표적인 것이 란저우 국제항만(蘭州國際陸港)이다. 바다가 없는 란저우에 철도와 도로, 물류 인프라 설비를 구축한 육지항으로 2017년 완공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같은 해 시안~란저우~우루무치를 잇는 2300km 고속철 노선도 지난해 완공되면서 중국을 동서로 연결하는 대동맥이 개통됐다. 베이징에서 란저우까지 이동 시간은 16시간에서 9시간으로, 상하이에서 란저우까지 이동시간은 22시간에서 10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서북지역과 경제가 발전된 중국 동부와 중부가 연결되면서 비로소 서북 지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기능을 복원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물자들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운송하는 허브도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등 5대 중앙아시아 국가와 중국의 교역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란저우에서 만난 한 시민은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과일, 꿀 등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며 “교역이 활발해지며 시민들의 삶의 질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주융뱌오(朱永彪) 란저우대 일대일로연구센터 교수는 “중국 내 30여개 성을 축구팀으로 비유하자면 그동안 간쑤성은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일대일로를 통해 선발팀에 합류함으로써 다른 성과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독일에서 출발한 포르셰 88대 란저우 거쳐 충칭으로중국정부는 란저우시를 곡식과 완성차의 수입 관문도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그 시작점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독일의 고급차량 포르셰 수입이다. 지난 4월부터 독일에서 출발한 화물 열차는 88대의 포르셰 자동차를 싣고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4개국을 지나 우루무치, 란저우, 시안을 거쳐 종착역인 서부 내륙의 거점 쓰촨성 충칭에 18일 만에 도착했다. 기존 선박 항로보다 3주나 빠르다. 향후 포르셰는 중국에 수출하는 신차의 11%를 화물열차를 통해 운송할 예정이다.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란저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대두, 수수, 옥수수, 밀 등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유럽국가로 연결되는 곡물 회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등에서 곡물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란저우시의 경제개발 구역에 세관을 설치하고 5곳에 물류 기지를 건설한다. 일대일로를 확장하기 위한 기초·정책 연구도 활발하다. 중국 정부는 대학 등에 연구자금 등을 지원해 일대일로 정책을 확장하기 위한 싱크탱크를 육성하고 있다. 2013년 실크로드 연구센터를 설립, 2017년 일대일로 연구센터로 확대·개편해 현재는 ‘일대일로 대학연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란저우 대학에 투입된 연구 자금만 1100만 위안(19억원)이 넘는다. 이 학교는 일대일로 연구센터와 함께 이탈리아·아프가니스탄 등 일대일로 위의 국가들에 대한 연구소도 만들어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연구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정책적·학술적 기반 위에 일대일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다.◇부채함정 이미지 해소 관건…비물리적 장벽도 걷어내야물론 갈 길도 멀다.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추진을 공식화한 후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일대일로 정책은 새로운 전환점에 맞게 됐다.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대일로가 참여국을 경제·정치적 식민지를 만들기 위한 중국의 ‘부채함정’이라는 외부의 시각을 해소하는 것이다. 실제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몰디브, 스리랑카 등은 일대일로 사업 추진으로 인한 부채 증가를 이유로 사업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축소, 전면 취소를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번 프로그램에서 만난 중국 관계자는 “우리는 일대일로를 통해 (과거 서양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작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낙후된 지역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었던 서양국가들이 중국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발에 나서니깐 편견을 갖고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프로젝트가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기 위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이같은 정책, 법제도 및 표준, 국경간 무역 규제, 대출 규제 등 비(非)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은행(WB)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의한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소득 증가는 1%에 그쳤지만 국경통과시간이 단축된다면 9% 소득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신화통신사가 함께하는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 2019’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 [글로벌pick]정가·기업·참모 '반대'…트럼프 '對멕시코 관세' 독주 후폭풍
- 사진=AFP[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대(對) 멕시코 관세장벽’이 강한 후폭풍에 직면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고스란히 관세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미국 기업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2.0 격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비준도 난항을 겪을 것이 뻔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포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핵심참모들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이유다. 관세를 무역 이슈를 넘어 외교적 사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성난 美기업들 “백악관 상대 소송 추진”멕시코 관세장벽 사태의 발단은 미국은 내달 10일부터 멕시코산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미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까지 점진적으로 최대 25%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전날(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백악관의 성명에서 시작됐다. 이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반(反)이민정책 설계자로 잘 알려진 ‘극우성향’의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이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그러나 발표 하루 만에 파열음은 행정부·의회·기업 곳곳에서 목격됐다. 일단 USMCA 비준이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행정부의 반발을 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USMCA 비준이 위태로워진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썼다. 한 행정부 관리는 WSJ에 “그동안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지만, 최근 며칠간 대통령은 인내심을 잃었다”고 했다. CNBC방송은 “므누신 장관도 반대했다”고 전했다. 우려는 의회에서도 터졌다. 조니 언스트(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관세와 USMCA 협정 붕괴에 따른 피해는 미 농업계에 떨어질 것이며, 이는 농민과 생산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재고를 호소했다. 로널드 와이든(민주·오리건)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관세는 미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고 멕시코의 보복은 미국인 노동자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도 들고 일어섰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 멕시코 관세를 철회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존 머피 국제문제 담당 수석부회장)고 밝혔다. 미 상공회의소는 300만개 이상의 미 기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조직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 멕시코 관세의 경제적 부담은 미국 기업들의 몫”이라며 “특히 자동차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썼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멕시코 간 교역의 대부분은 자동차산업과 관련됐다”며 자동차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에 직면했다고 내다봤다. CNBC방송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업들의 소송)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사진=AFP◇금융시장 ‘휘청’에…대화 가능성도 실제 CNBC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기업들의 부담은 5%의 관세 부과 땐 186억달러, 25%의 관세 부과 땐 93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가 나올 때까지 각종 부품이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만큼 손실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연간 멕시코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은 479억달러, 자동차·트럭이 각각 341억달러·338억달러 수준이다. 이와 관련,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25%의 관세가 부과 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7% 정도 위축될 것”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날 미국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자동차 섹터를 필두로 한 멕시코 관련 종목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 크라이슬러는 4.3%·2.3%·5.8%씩 급락했다. 그 결과 다우, S&P,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1%대 후퇴했다. 웨스턴 애셋 매니지먼트의 존 벨로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불발되고, 대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그들이 꼭 해야 할 일을 드디어 할 시간”이라고 멕시코 측을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설계자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CNBC방송에 “불법이민자를 방관해온 멕시코의 관심을 돌리고, 미국을 돕도록 하는 훌륭한 조치”라고 멕시코 관세장벽 조치를 치켜세운 뒤 “멕시코가 매우 우호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즉각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정부와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멕시코가 이민 문제 해결을 기꺼이 도와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로페스 오르바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민정책에 있어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고 미국이 원하는 ‘새로운 조치’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멕시코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압적인 관세 위협에 필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대신 대화할 것”이라고 다소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 예고 이후 페소 가치 하락·주식시장 폭락 등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만약 관세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 등 멕시코 경제 전반에 받는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면충돌’만큼은 피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 유럽의회 투표율 20년내 최고 '51%'…경제난·反난민 정서 여파
- 26일(현지시간) 벨기에 유럽의회 본부 내부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표결 및 출구조사 결과 현황 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3~26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과반을 넘는 50.95%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42.6%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유럽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우메 두크 유럽의회 대변인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며 “매우 의미있는 투표율 상승”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의원 751명이 28개 회원국 5억1200만명을 대표하게 된다. 투표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EU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反)난민 정서에 더해 경제적 어려움이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反난민 기조 확산…유럽의회 선거 투표율 20년내 최고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지난 1979년 첫 선거에서 역대 최고치인 61,8%를 기록했다. 첫 선거는 직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데다, 투표를 실시한 국가도 9곳에 불과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 회원국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은 하향 곡선을 그렸고, 직전 선거인 2014년에는 42.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과반이 넘는 51%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투표율 상승은 정치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론 EU 내 분열이 심화한 여파여서 우려도 적지 않다. 투표율이 오른 것은 유럽 전반에 퍼져 있는 반난민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난민에 대한 반발이 각국 극우 표퓰리즘 정당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만들었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친(親)EU 유권자들이 선거에 동참하면서 전반적인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간 EU의 난민 정책을 주도한 건 독일과 프랑스였다. 두 국가는 EU의 근본 가치인 평화와 공동번영을 앞세워 난민 포용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난민들의 첫 유럽 관문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은 “우리만 부담을 떠안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EU는 1990년 체결된 더블린 조약에 따라 난민들이 가장 먼저 입국한 국가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EU에 늦게 합류한 중유럽,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수용에 대한 연대 및 책임 분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난민 재정착 및 할당 정책을 수용하라는 지속적인 EU의 요구에도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럽 북부 국가들은 남부 국가들이 지중해 국경 순찰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난민들이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까지 넘어오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결과적으론 이탈리아에선 반난민·반EU를 앞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선거에서도 유럽 각국 극우 정당들의 결속을 주도하며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호소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포퓰리스트 정당인 ‘동맹’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26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사진=AFP)◇경제 위기→對정치권 요구 확대…투표율 상승경제적 어려움이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면서 정치에 눈을 돌리는 유권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독일(48.1%→61.5%), 프랑스(42.4%→50.97%), 스페인(43.8%→64.32%) 등 인구가 많은 회원국에서 투표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EU에서 탈퇴하거나 EU를 해체해야 한다는 ‘EU 무용론’이 거센 국가들이다. 경제규모에 비례해 EU 분담금을 내는 구조여서 이들 국가 국민들은 “우리 세금으로 다른 국가와 국민들을 먹여살리고 있다”는 인식이 많다.EU는 이달초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1.3%에서 1.2%로 내렸다. 3개월 전 1.9%에서 1.3%로 이미 한 차례 대폭 낮춰 잡은 것이어서 유로존 경제성장 엔진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1.9%)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독일(1.9%→0.8%), 프랑스(1.6%→1.3%), 이탈리아(1.0%→0.1%) 등 주요국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독일(AfD)·프랑스(국민연합)·스페인(포데모스)·이탈리아(오성운동) 등의 극우정당들은 유럽 경제난이 단일 통화(유로·Euro) 체제에 따른 무역불균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이 EU에 발을 담그면서도 파운드화를 유지해온 것이나, 종국엔 브렉시트를 결심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코·슬로베니아·헝가리·루마니아 등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이 EU에 가입한 이후부터 유럽 통합 반대 목소리가 대폭 확대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이민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동유럽으로부터 서유럽 국가들로 이민행렬이 이어졌고, 난민 유입까지 겹쳐 서유럽 국가에선 반발이 폭주했다.◇극우 포퓰리즘 약진…향후 EU 정책결정서 파열음 예고현재까지 집계된 투표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선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EU의 난민·기후·대(對)테러 정책, 브렉시트 해법, 경제성장 및 실업 문제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주목된다. 각국 중도좌파 정당들은 패배를 받아들이면서도 “끔찍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변화의 바람을 느꼈다”면서 “동맹이 승리하면 유럽에서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쟁점들과 관련해 향후 EU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U 정상회의는 선거 종료 이틀 후인 오는 28일 EU 집행위원장 추천을 논의한다. EU는 지난 2014년부터 유럽의회 선거결과와 EU 집행위원장 선출을 연계, EU 행정부 수반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효과를 가미토록 했다. 출처=유럽의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