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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장기화로 무역기술장벽 더 높아져..대응책 마련해야"
- 자료=WTO[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지난해 무역기술장벽(TBT)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0년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정책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코로나 장기화로 자국 산업 보호 강화와 핵심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최근 국제무역 환경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TBT 건수는 396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가장 높은 통보 건수를 기록한 2020년 3352건보다 18.3% 증가한 수치다. TBT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장애요소를 말한다. 관세부과와 같이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기업에는 수출을 지연시키는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대한상의는 이같은 원인이 코로나로 침체된 자국 경제를 회복하고,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기술규제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효율등급 규제 등 선진국의 기술제도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TBT 급증의 원인으로 추가했다.글로벌 보호무역과 핵심기술 보호주의는 선진국에서 전략적 업종 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억제하는 형태로도 나타났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한 해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35% 감소한 1조 달러 밑으로 급감했고, 각국이 도입한 외국인 투자 정책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52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규제정책의 경우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21개→50개)한 수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 규제 확대는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안보, 주요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소유권 제한, 핵심기술 이전 제한 등 자국의 주요 산업 보호를 목표로 수립하고 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안보 산업 분야에 자국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국가개입 정책 강화(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외국자본 유입 시 자국의 콘텐츠 사용 요구 강화(인도네시아, 앙골라, 나미비아) 등의 사례가 있었다.대한상의는 가파른 물가상승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세계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선진국을 시작으로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체제로 전환하며 각구의 무역 제한 조치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이에 따라 정부 간 기술 표준화 협력 강화를 통해 TBT에 신속히 대응하고, 주요국과의 통상이슈 협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도권 경쟁, 탄소 국경세 도입 등 새로운 보호주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라면서,“향후 미·중·러 등의 헤게모니 경쟁을 근간으로 한 지정학적 불안이 더욱 부각될 것인 만큼 통상이슈에 대해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속한 자체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설대우 교수, 신개념 '유전자치료제 전달체' 세계 최초 개발성공
- [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연구자가 유전자치료제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전달체(전달체)를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유전자치료제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병하는 유전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 40년 이상의 연구 끝에 최근에야 2개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날 정도로 개발이 어렵다.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있어 핵심 기술은 ‘전달체’다. 치료물질인 정상 유전자를 세포 내 원하는 위치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전달체가 ‘유전자치료제 개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번에 개발된 전달체는 기존 대다수 기업이 사용 중인 전달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전달체를 이용해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유전병에 대한 유전자치료제가 만들어져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다.새 전달체를 개발한 주인공은 코로나 전문가로도 잘 알려진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다. 그는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개발 완성하는 데 꼬박 18년 걸렸다”며 “이 전달체는 GLAd”라고 밝혔다.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새로운 유전자 전달체를 18년 걸려 개발 완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설대우 교수 제공)◇기존 AAV, 렌티 바이러스 전달체 약점 극복현재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대부분의 전달체는 세포 내로 들어가는 본질적 기능을 가진 바이러스다. 설 교수는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 기능을 없애고, 세포 침투 기능만 살려 목표한 지점에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한 게 바이러스 전달체”라고 설명했다. 정상 유전자가 인공위성이라면, 전달체는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로켓이다.유전자치료제 개발에서 지금까지 통상 사용되는 전달체는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다. 1회 투여에 각각 10억원과 25억원이지만 치료 효과가 좋은 망막질환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와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에도 AAV가 사용됐다. 하지만 AAV는 긴 유전자는 전달하지 못하는 약점을 가진다. 이 때문에 AAV를 전달체로 사용할 경우, 유전자치료제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그는 “GLAd는 AAV로는 전달할 수 없는 긴 유전자도 전달이 가능하다. 사람 유전자는 어떤 것이든 전달할 수 있다”며 “AAV 외에 많이 쓰이는 게 렌티바이러스 전달체다. 이 전달체는 비교적 긴 길이의 유전자도 탑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상 유전자를 세포 내 다른 유전자에 끼워넣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다른 유전자에 끼어들면, 제 역할을 잘하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못한다.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오히려 다른 새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현재 GLAd 전달체를 활용해 첫 번째로 동물실험에 들어간 스타가르트병 치료제에 대해 설 교수는, “스타가르트병은 황반 세포의 abca4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생긴다. 이 유전자는 워낙 길어서 현존하는 기술로는 GLAd 전달체만이 이 유전자 전체를 전달할 수 있다”며 “졸겐스마 대상 질병인 척수성근위축증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도 곧 동물실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설 교수는 “GLAd 전달체로 우선 기술우위성을 증명하려 한다. 첫 번째 대상이 스타가르트병이다. 이 병은 단일 유전병 중에서도 환자가 많다. 세계에서 8000~1만명당 1명의 비율로 환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5000~6000명 환자가 있다.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하는지 알지만 아직 치료법도, 치료제도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라고 말했다.◇개발 성공 시 3년 내 결과…“유전병 치료 허브국가 일조할 것”동물실험은 스타가르트병을 앓는 쥐 100여마리에 GLAd 전달체를 활용해 정상 유전자를 망막 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동물실험은 김상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최초로 럭스터나를 환자에게 투여해 실명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 동물실험에서도 눈 구조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과 숙련된 유전자치료제 투여 경험이 필요해, 김 교수가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스타가르트병을 앓는 쥐 100여마리에 GLAd 전달체를 활용해 정상 abca4 유전자를 망막 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동물실험은 1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그는 “GLAd 전달체가 황반 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제대로 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실험 결과는 몇 달 이내에 나온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1, 2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임상시험도 수십명 수준으로 가능하다. 희귀질환이면서 대체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임상에는 약 2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설 교수는 흑암시와 망막색소변성증 등 유전성 눈질환, 레트증후군과 같은 신경계 유전병에 대한 다양한 유전자치료제도 개발해 후속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유전자치료제는 초고가의 치료제”라면서 “스타가르트병 하나만 해도 인접 국가들 시장이 약 100조원, 미국과 유럽 등까지 합하면 200조원 시장이다. 졸겐스마는 1회 투약에 25억원인데, GLAd 전달체 기술을 활용해 10억원 정도로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현재 국내외 제약사 몇 곳과 기술제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향후 어느 기업과 제휴하든지에 상관없이,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제조는 우리나라에서만 할 예정이다.설 교수는 “전달체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기술장벽이 매우 높다. 선천성 유전병 대부분은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불치성 질병이다. 환자가 평생 겪는 삶의 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 그래서 유전병 환자들은 좋은 치료제만 있다면 치료를 위해 국경을 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를 유전병 치료의 허브 국가로 만들어 세계 곳곳의 유전병 환자가 우리나라를 찾도록 하는 게 미래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 우크라인 입국은 안되고, 고려인 입국은 되는 이유[궁즉답]
-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아니따 양이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와 만나 기뻐하고 있다. 아니따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선으로 이날 입국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Q :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 31명이 입국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난민 입국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고려인은 받아들이면서 우크라이나인은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사는 고려인들은 ‘난민’으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다만 고려인들에 대한 입국 문턱이 더욱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고려인들은 동포이고, 우크라이나인은 외국인이라는 것일 겁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동포란 제1항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재외국민)’와 2항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직계비속으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입니다.또 2004년 2월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라는 문구를 추가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국외로 이주한 동포 후손들, 즉 고려인과 조선족에 대해서도 동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8일 우크라이나 동포 등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포나 가족으로서 국내 입국한 적이 있는 사람의 경우, 동포 입증서류 없이 과거와 동일한 자격으로 비자를 발급토록 햇습니다. 또 한국에 입국한 사례가 없더라도 동포라는 것만 입증되면 3년간 체류가 가능한 단기사증(C-3)을 발급합니다.우크라이나인은 보다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결혼이민자 등 국내 장기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의 가족이라는 것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비자 발급이 이뤄집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부터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단기입국 비자 발급이 제한되는 국가였습니다. 이번 사태에도 이 부분에 대한 빗장이 풀리지는 않은 셈입니다.우리나라의 이같은 모습은 여타 국가들의 모습과 비교해서는 많이 소극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6일 기준 우크라이나 난민은 382만명입니다.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라드가 226만명의 난민을 수용했고 루마니아, 몰도바 헝가리, 슬로바키아 심지어 전쟁대상국인 러시아와 벨라루스로도 난민들이 전쟁의 위협을 피해 이동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유럽연합(EU) 국가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브라질과 스페인, 터키 등 주요 20개국(G20)국가도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빗장을 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도 난민수용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반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인은 0명. 경제 10위권의 선진국으로서는 초라한 숫자입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인이 없는 상황에서 입국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인이 있다면 논의를 해봐야 할 문제 같다”고 밝혔습니다.다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이 애초에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우크라이나 난민 신청이 적은 이유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정부 입장이 나와야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 사회적 인프라 등이 갖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정한 후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가 정비됐듯 말입니다.우리나라는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나라입니다. 다만 경제성장과 이에 맞물리는 국제적 위상과 더불어 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에 기대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은 강고했던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니혼게이자이 신문과 TV도쿄가 실시한 3월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일본에 받아들이는 방침에 관해 ‘찬성’이 90%로, 반대(4%)를 크게 웃돌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난민정책에 보수적인 일본 역시 이같은 여론이 형성된 것을 보면 정부가 좀 더 용기를 낼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시진핑의 중국, 뼛속까지 친북…사드 제재 안 풀릴 것"
- 주재우 경희대 교수가 11일 서울 서대문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016년 이후 전랑외교의 결과로, 중국은 남북한을 동시에 통제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30년 넘게 중국 전문가로서 중국 정치·외교를 연구한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제재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드 제재를 중국이 남한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주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대외방침은 중화인민국가를 건국하면서 중국 밖 외세, 즉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를 척결한다는 것”이라며 “이때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는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국 이후 5개 지역·국가에 미국세력이 주둔하는데 이는 베트남, 대만, 대한민국, 일본, 필리핀”이라며 “베트남, 대만, 필리핀에서 미군은 철수 했고, 남은 곳은 한국과 일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꽤 다르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분단국가이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는 끊임없는 세력경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수교 과정에서 미중은 북한은 중국, 한국이 미국이 관리하기로 합의한 바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가속하자 한미동맹을 강화됐다. 중국 역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북한 쪽에 힘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제재로 한국 내 중국의 심리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형성된 것은 중국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주 교수는 사드 제재로 한반도 전역을 외교적 영향력 아래에 둘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보통 중국 제재가 2년인데 사드 제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엔 등 대북제재가 끝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한테 앞으로 제재를 하면 했지, 끝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1990년대부터 중국 연구를 했다. 몸소 느낀 중국의 변화는 어떠한가.△중국의 변화는 21세기 들어 2010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2001~2010년까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리만 브라더스 사태 등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신경 쓰지 않은 동안, 중국은 견제 없이 성장했다. 2010년부터는 중국이 축적된 경제력을 가지고 대외적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아세안(ASEAN) 외교장관 회의 당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은 대국이고 다른 나라는 소국이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하고 있었다. 본국에 돌아가서 ‘그렇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리밸런싱 전략을 발표했지만 때는 늦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만큼 국방비에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2012년 시진핑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써니랜드에서 가진 비공식 회담서 “태평양을 두 나라를 담을 만큼 크다”라고 말한다. 2015년에는 미국이 배신을 크게 당했다. 시 주석이 워싱턴 국빈방문 당시 ‘남중국해를 요새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군사기지를 완성했다.-미중 갈등의 씨앗이 하루아침에 발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고 보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엉망이었다. 의회의 강제적인 예산 삭감(시퀘스트레이션)도 폐기시키는 절차에 들어간다. 중국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강하게 갈 수 없다 보니 꼬투리를 잡은 것이 무역이다. 이후 관세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수위를 높여간다. 사실 미국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게 하는 계기는 코로나19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무역전쟁 등으로 싸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2019년 12월 중국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2020년 1월 1일인데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이 사태를 같이 막아보자고 전화와 메일 등을 통해 연락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막상 연결이 된 것은 2월 말이었다. 시 주석의 말은 “모든 것은 통제되고 있다”였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 시 주석은 어떤 사람인가.△사회주의 강국을 구축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2013년 당 총서기로 선출된 후,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고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 세력구도 평가를 했다. 시진핑은 뼛속까지 사회주의자고 뼛속까지 친북이다. 아버지 시종쉰은 혁명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절친’이다. 6·25 전쟁에 대해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판단한 것은 역대 중국 지도자 중 시 주석이 유일하다. 2008년 국가 부주석에 지명된 후 첫 번째 방문한 국가도 북한이었다.- 그런 것치고 시진핑 정권 초기 북한과 냉랭하지 않았는가.△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오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상태서 국내정치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2014년부터 시 주석은 북한에 사절단을 보내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시 주석이야말로 북한에 대해서 전략적 인내를 한 것이다. 한두 해 지나가며 시 주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에 먼저 방문하면서 이같은 오해가 커졌다. 설령 두 나라가 소원해지더라도 미국이 북한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양국관계는 하루아침에 복원된다. 김일성 사망 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부 장관이 방북하자, 바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접근하자, 바로 김 위원장은 중국을 찾았다.- 최근 우리나라 게임에 대한 판호가 나오기도 하고, 우리나라 영화가 6년만 개봉되기도 했다. 사드 제재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출처=관세청△무서운 것은 눈에 안 보이는 비과세 장벽이다. 2016년 제주에 중국 크루즈가 들어왔을 때, 내려와서 쇼핑해도 된다고 했지만 한 명도 내리지 않았다. 영화 ‘오!문희’가 상영되기도 했지만, 그뿐이다. 한국 드라마나 KBS월드, 아리랑 TV는 여전히 중국 내에서 수신이 되지 않는다. 중국 역시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보니 자신들의 전략이익, 경제발전에 타격을 주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않는다. 사드 제재에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8년까지 3년 연속 100억달러씩 늘어나 556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에 이는 50% 감소한 29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243억달러로 다시 한 번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 제재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한중 무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19년부터 우리의 무역흑자가 감소세를 보인 이유는 사실, 우리의 대중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재와 자본재의 흑자폭이 감소한 데 있다.- 우리의 대중 외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명확한 현실파악을 해야 한다. 1858개 품목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 역시 자급자족이 아닌 수입에 의존한다. 희토류 역시 환경문제나 인건비 문제 등으로 속속들이 폐광하고 있다. 이런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우리가 계속 중국에 중간재, 소비재를 공급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한반도 통일, 비핵화에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에 기여하는 바도 없고 미국의 압박이 있을 때만 움직인다. 한반도평화메시지도 한국과 북한에 전달하는 내용이 다르다. 우리에겐 원론적 메시지를 전하는데 그치지만, 북한에서는 ‘고려연방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05년에는 ‘중국이 북한의 입장과 주장을 지지한다’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주어, 목적어가 없다.- 그래도 중국은 떨어질 수 없는 우리의 이웃나라이다. 경제적으로도 밀접하다. 양국간 ‘적정한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당장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으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가 중국이 지나친 압박을 가할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갈 수 있다는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 ▷주재우 교수는…미국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중국의 대외 관계와 국제 정치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안보정책연구소(현재 국제안보전략연구원)와 무역협회 무역연구소(현 국제무역연구원)의 연구위원을 거쳐 2003년부터는 경희대학교에서 중국 정치와 외교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을 위한 미중 관계사’,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북미관계, 그 숙명의 역사’ 등 한반도에 미치는 중국의 역사와 영향력을 다년간에 걸쳐 꾸준히 저술해왔다. 최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 쪽에 참여해 외교 공약에 자문을 하고 있다.
- [팩트체크]"RE100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윤석열..사실일까?
- [이데일리 박두호 인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3일 대선후보 4자 토론회에서 “(RE100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RE100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발언이지만, 실제 RE100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를 확인해보았다.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출처=연합뉴스) RE100 달성 기업 61개RE100은 기업 전력 소비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20년 기준 RE100을 실현시킨 기업은 61곳이다. 윤 후보 주장과 다르게 RE100을 실현한 기업은 이미 존재하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더클라이밋그룹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RE100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CDP가 지난 1월 11일에 발표한 ‘RE100 2021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세계 349개 기업·기관이 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참여 기업은 에너지 소비량의 약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61개 기업이 2020년에 RE100을 달성했으며, 재생에너지 사용이 95% 이상인 기업까지 합치면 79개다.주로 미국과 유럽 국가 중심으로 RE100이 활성화돼 있다.신훈영 상명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윤 후보가 RE100을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이미 RE100 달성 기업이 실제 있듯이 비용은 들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RE100은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사용한 전력만큼 인증서 구매, 녹색 요금제, 전력구매계약 등으로 외부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즉, 기업이 생산 활동에서 배출한 탄소를 다른 방법을 통해 흡수하는 것이다.기업들은 주로 외부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을 택하기 때문에 기업이 비용부담을 감당할 의사만 있으면 RE100은 실현 가능하다. 앞으로 탄소배출은 기업들에게 비용으로 작용될 것이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기업의 탄소배출은 탄소국경세로 이어져RE100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직결된다.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전환 기간으로 삼고 2025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 미국 역시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신호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수출할 때 탄소국경세도 지불해야 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테슬라는 2020년에 LG화학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다. 테슬라가 글로벌 공급망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해 RE100 달성과 동시에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이처럼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할 때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거래처인 국내 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차인수 동신대 신재생에너지학과 교수는 “RE100이 세계적 추세인 이유는 탄소 중립 2050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수출 기업은 RE100에 참여해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다”고 우려했다.RE100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지만 이행률은 저조한 편이다.SK그룹 계열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9개 기업이 CDP가 주관하는 RE100에 가입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33%를 달성해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있다. 다른 기업은 5% 미만 수준이다.신 교수는 “RE100 달성 기업을 보면 금융회사와 IT회사가 많다”며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제조업은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RE100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로버트 카플란 "한일 갈등 지속 땐 안보 심각한 타격"
- 세계적인 지정학 대가인 로버트 카플란(69)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소장은 “미국과 중국이 멀어질수록 한국의 입지는 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카플란 소장 제공)[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패권 경쟁의 강도는 과거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동맹 관계이면서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최근 국제 정세를 보면 지난 2005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베스트셀러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 의구심이 들 정도다. 프리드먼은 글로벌화로 인해 상품과 서비스의 장벽이 사라진 세계를 이렇게 표현했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 ‘우리 편’을 끌어모으는 데 골몰하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뺀 채 약 110개국을 불러모아 지난 9~10일(현지시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연 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듯 “억압적인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질타했다. 중국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건 당연지사다.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떠오르는 게 국제정치학의 한 분야인 지정학의 중요성이다.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패권을 다투는 시대다. 다시 말해 ‘세계는 평평하지 않은’ 시대다. 국경 없는 세계화 화두에 혹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나라 위치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인도, 호주를 묶어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동맹을 맺는 동시에 중국 땅과 붙어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이 더 중요한 화두다. 이데일리는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첫날인 9일 로버트 카플란(69)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소장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지리의 복수(The Revenge of Geography)’ 등으로 주목받은 석학이다. 그는 국제정치 석학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뒤를 잇는 지정학 대가로 평가받는다.◇“세계는 이미 신냉전 시대 진입”“세계는 이미 신냉전(new cold war)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 관계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겁니다.”카플란 소장은 “두 나라는 폭력적인 방식의 군사적인 전쟁(hot war)을 벌이는 게 각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를 신냉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정상급 회담 혹은 고위급 회담을 종종 열면서 대화에 나서겠지만, 패권 경쟁은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카플란 소장은 이어 “이번 신냉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왔던) 기존의 냉전(original cold war)과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구 소련의 패권 다툼이 핵 개발 등 군사적인 분야에 국한됐다면, 지금은 그 범위가 훨씬 넓다는 것이다. 두 나라 간 경쟁은 군사 안보, 경제·통상, 기술, 문화, 교육 등을 넘어 우주 개발까지 걸쳐 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중국과 금융 분야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전 냉전 때는 없었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패권 경쟁의 역사를 훑어봐도 이렇게 다차원적인 갈등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문제는 두 나라와 모두 관계가 깊은 한국이다. 공교롭게도 지리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교차·충돌하는 지점이 한반도다. 카플란 소장은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지만 지리적으로 보면 지구의 반이나 떨어져 있다”며 “반면 중국은 (한국의) 바로 옆에 이웃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멀어질수록 (두 나라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지는 더 약해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이 과거보다 능숙한 외교 수완을 발휘해야 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외교 기조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미·중이 별다른 패권 경쟁을 벌이지 않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같은 줄타기 정책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카플란 소장의 조언으로 읽힌다. 그의 저서 제목처럼 국제 정세의 현실에 눈 감고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면 ‘지리의 복수’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미·중 경쟁이 격화할수록 한국은 선택을 강요 당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플란 소장은 “(한국의 안미경중 기조는) 이전에는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할수록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대선 주자들, 정책 연속성 중요”줄타기 외교를 하다 노선을 정한 대표적인 나라가 호주다. 미국은 최근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기술의 이전을 전격 결정했고, 이에 따라 호주의 잠수함 능력은 일취월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호주는 한국처럼 안미경중 외교 기조가 있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진영 동맹의 핵심으로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카플란 소장은 이를 두고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미국이 호주로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건) 쿼드의 신뢰성과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썼다.그렇다면 한국 외교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카플란 소장은 한일 관계 개선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각종 분쟁을 해결하면서) 관계를 개선해 동맹 구조에 쉽게 적응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다. 카플란 소장은 더 나아가 “쿼드는 4개국이 아니라 5개국이 돼야 한다”며 한국의 가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쿼드에 동참하면서 한국은 결국 군사적으로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동시에 한국이 일본과 극한 갈등을 이어갈 경우 안보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그는 또 북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더 가속화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북한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슈다.기자는 끝으로 카플란 소장에게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각 후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외교정책의 연속성’을 첫손에 꼽았다. 카플란 소장은 한국의 대다수 정책 기조가 5년마다 열리는 대선에 따라 크게 바뀐다는 점을 지적한 듯 “서울에서 나오는 (외교 관련) 정책들이 연속성이 더 있으면 한다”며 “미국의 목표와 잘 부합하는 꾸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로버트 카플란 소장은…△1952년 미국 뉴욕 출생 △코네티컷대 학사 △애틀랜틱 먼슬리 기자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 △미국 국방부 국방정책위원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수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 수석지정학분석가 △외교정책연구소(FPRI) 소장 △2012년 포린폴리시 선정 ‘100대 글로벌 사상가’ △’지리 대전’ ‘21세기 국제정치와 투키디데스’ ‘지리의 복수’ 등 베스트셀러 저자
- [전문]文대통령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 경제 대국 위상 굳건”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흔들리지 않는 무역 강국, 경제 대국으로 힘차게 달려가자”며 최단기간 무역 1조 달러, 사상 최대 무역액·수출액 달성을 축하했다.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8회 무역의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올해는 우리 경제사에서 2021년은 무역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도 무역의 힘으로 힘차게 살아나고 있다”며 “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세계10대 경제 대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내수도, 고용도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아래는 문 대통령의 58회 무역의날 기념식 축사 전문이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무역인 여러분, 우리 경제사에서 2021년은 무역의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우리는 올해 사상 최단 기간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습니다.올해 대한민국의 수출 규모는 63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1조2천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합니다.모두 사상 최대입니다.우리는 한 계단 더 뛰어올라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무역인들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성과입니다.국민들은 방역에 최선을 다했고, 기업들은 생산과 수출에 전력을 다했습니다.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수출 운송을 도왔고, 정부는 기업과 함께 90여 척의 임시 선박을 투입하여 수출길을 열었습니다.우리 경제도 무역의 힘으로 힘차게 살아나고 있습니다.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내수도, 고용도 회복되고 있습니다.우리는 보란 듯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58회 무역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무역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무역인들게 깊이 감사드리고, 자랑스러운 성과를 거둔 수상자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자랑스러운 무역인 여러분, 올해 우리 무역은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내실도 튼튼하게 다졌습니다.주력산업과 신산업이 모두 경쟁력을 높였습니다.조선은 사상 최대 수주량을 달성했고,석유화학 수출도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메모리반도체는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지켰고, 시스템반도체, 친환경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신산업과 이차전지, 올레드 수출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한류는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문화 콘텐츠 수출이 3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어 새로운 수출동력이 되었고, 한류의 열기에 힘입어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가 열렸습니다.농수산 식품 역시 사상 처음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K-뷰티도 세계 3위권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무엇보다 수출 시장이 폭넓게 확대되고, 수출기업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습니다.미국, 중국, EU, 일본의 4대 주요 시장뿐 아니라 아세안과 인도, 독립국가연합, 중동, 중남미의 5대 신흥 시장에서도 수출이 8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한편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 수출의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만 개에 가까운 벤처기업과 2만5천 명의 소상공인까지 수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중소기업 수출은 지난 11월에 이미,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18년의 연간 실적을 넘어섰습니다.수출동력은 다양해지고,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뤘습니다.무역인들의 열정과 땀의 결과입니다.종합 무역 강국, 대한민국이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국민 여러분, 무역인 여러분,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으로 성장하고 발전했습니다.다자무역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계 GDP의 80%에 달하는 57개국과 FTA를 체결했습니다.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더 넓은 세계로 뻗어갔습니다.우리는 끊임없이 자유무역 앞에 놓인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코로나로 인한 이동 제한과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고, EU는 탄소국경조정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정부는 보호무역과 새로운 무역장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무역인들이 세계와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입니다.첫째,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철저히 대비하겠습니다.지난달부터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여 대외의존도가 높은 4000여개 품목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생산과 수출 상황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지정하고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등 품목별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물류 정체에도 적극 대응하겠습니다.통합 물류 정보 플랫폼을 통해 기업에 물류 상황을 실시간 제공하고, 해외 공동물류센터 확충과 물류비용 지원도 확대할 것입니다.둘째,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무역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더 많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 마케팅, 컨설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중소기업에게 기회가 되고 있는 디지털 무역 기반도 강화할 것입니다.해외 바이어 구매 정보 제공, 온라인 결제, 해외 배송 지원 등 디지털 수출 전 과정을 돕겠습니다.수출 시장도 더욱 넓혀 가겠습니다.내년 초 RCEP이 발효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시장이 넓어집니다.메르코수르, 태평양동맹, 걸프협력이사회, 아랍에미리트와 FTA를 추진해 중남미와 중동 시장도 확대할 것입니다.셋째, 글로벌 환경 규범 강화에 대응해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지원하겠습니다.세계는 탄소중립으로 가고 있습니다.탄소배출을 줄인 기업과 상품만이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정부는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해 R&D와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RE100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ESG 경영에 속도를 내는 우리 기업들을 응원합니다.기업의 탄소중립 노력에 정부가 함께하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무역인 여러분,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만장일치로 우리나라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했습니다.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 후 최초 사례입니다.우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부터 코로나까지 연이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역의 힘으로 선진국이 되었습니다.그러나 이 같은 소중한 성과마저도 오로지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국민들의 자부심과 희망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우리 경제에 불평등과 양극화 같은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그러나 잘한 성과에는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오늘 무역인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십시오.우리는 어떤 도전도 이겨낼 것입니다.우리 국민의 저력은 정말 자부할 만합니다.우리는 어떤 위기도 기회로 바꿔낼 것입니다.흔들리지 않는 무역 강국, 경제 대국으로 힘차게 달려갑시다.감사합니다.
- SM C&C, 오디오 플랫폼 ‘플로’와 콘텐츠 제작 협업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대표 콘텐츠 기업 SM C&C가 오디오 플랫폼 플로(FLO)와 ‘음악 콘텐츠’를 매개로 오리지널 음악 전문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이용 접점 강화에 나섰다.(좌측붙)이예지 SM C&C 스튜디오부문장, 공동제작 신규 오디오 콘텐츠 진행을 맡은 유튜버 장지수, MC 박선영, 김동훈 드림어스컴퍼니 플랫폼사업부문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M C&C)SM C&C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플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돌핀’에서 이예지 SM C&C 스튜디오부문장과 김동훈 드림어스컴퍼니 플랫폼 사업부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콘텐츠 공동제작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SM C&C와 플로는 장르를 불문한 새로운 ‘음악 콘텐츠’ 트렌드를 만들고, 다각화된 형태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긴밀한 업무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상호 지원을 도모한다. 이번 양사의 협약을 통해 SM C&C의 아티스트 자산 및 다양한 OTT 콘텐츠 제작 경험이 바탕이 되어 글로벌 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켜 온 제작 역량과 플로의 오디오 플랫폼을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SM C&C 가 축적한 Z세대 맞춤형 콘텐츠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콘텐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콘텐츠 간의 상호 연결을 주도해 글로벌 영향력을 전파하는 등 SM C&C와 플로의 차별화된 오리지널 음악 전문 콘텐츠 경험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이번 협약의 체결과 함께 첫 시작으로 오디오 공동제작 콘텐츠 <지금 당신의 음악, 박선영입니다 이하 지당음)>과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선뵌다. 아나운서 박선영이 진행하는 <지당음>은 장르, 세대, 국경 등을 초월한 세상의 모든 음악을 함께 듣고 공유하는 음악 전문 오디오 콘텐츠로, 라디오나 팟캐스트와 달리 시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음악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당음’에는 어반자카파 권순일, 평론가 차우진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업계 전문가들이 출연해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는 콘셉트다. 또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30만 유튜버 ‘부캐’ 꽈뚜룹에서 ‘본캐’로 돌아간 장지수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오디오 콘텐츠다. 수험생들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5수 고대생 유튜버 미미미누와 박학다식한 콩고 왕자 조나단이 함께하는 ‘아무말 대잔치’ 콘셉트로, 20대 젊은층의 뜨거운 호응이 기대된다.이 콘텐츠들은 오는 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2회 모바일 플로 앱에서 관련 음원이 제공되어 ‘듣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SM C&C 스튜디오부문 유튜브 채널에서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콘텐츠 이용 접점을 한층 강화해 선뵌다. 이예지 부문장은 “SM C&C는 플로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장르의 제한없이 보다 새로운 포맷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각도로 선뵐 수 있게 됐다”며 “음악이 사용자의 취향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콘텐츠인 만큼 양사의 음악, 콘텐츠 전문성을 집약해 트렌디함과 깊이 있는 음악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로운 방향의 콘텐츠 발굴이라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