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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볼 테마록]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구대성(40.한화)과 김광현(20.SK). 얼핏 별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사이처럼 보인다. 실제 둘 사이에 이렇다 할 교류도 없었다. 그러나 20년 차이의 두 투수 사이엔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독특한 투구폼 만으로 타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 생활을 한 이만수 SK 수석 코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리 타자들은 좋은 능력은 있는데 폼이 다 똑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나같이 교과서 속에서 볼 수 있는 폼으로 친다는 뜻이다. 한국 투수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보다 쉬운 폼'을 익혀야 비로서 KS 마크가 찍힌다. 그러나 구대성과 김광현은 다르다. 여타의 투수들과는 다른 폼으로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에겐 부담스런 존재다. 쉽게 볼 수 없는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 구대성 (제공=한화이글스)▲감춤의 미학-구대성구대성은 공을 놓는 순간을 최대한 타자에게 노출하지 않는 투구폼을 갖고 있다. 마치 일본과 미국 무대를 평정한 노모 히데오(캔자스시티)를 연상시킬 정도로 몸을 비틀어 공을 던진다. 구대성이 이 폼을 익히게 된 것은 충남중학교 3학년때. 대전고 진학이 확정된 구대성에게 대전야구의 대부 고(故) 이성규씨가 찾아오면서 부터다. 이성규씨는 야구를 직접 하진 않았지만 야구에 대한 학구열이 강해 어느 야구인 보다 뛰어난 지도력을 갖고 있었다. 현재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인 이효봉씨의 부친이기도 하다. 이성규씨는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과학하는 야구'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어 구대성에게 이 폼을 전수하게 된다. 낙점 이유는 타고난 근력. 워낙 힘이 좋았던 어린 구대성은 이성규씨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게 된다. 몸을 비트는 동작은 허리와 무릎에 큰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보통 선수라면 따라하기도 어려웠겠지만 구대성이라면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투구판 밟는 법에도 비밀이 숨어 있었다. 구대성은 투구판을 45도 정도로 빗겨 밟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의 투수들은 힘을 받기 위해 투구판에 발을 걸치고 던진다. 그러나 구대성은 투구판을 이용해 자신의 폼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중3때부터 부단히 던지고 또 던지며 익힌 기술이다. 끝까지 공이 보이지 않는 투구폼에서 대각선으로 뿜어져 나오는 공은 그야말로 위력 그 자체였다. 특히 구대성의 전성기 시절 한국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이 넓었다. SK 포수 박경완은 "대성이 형 공은 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효봉 위원은 "구대성이 아니면 그폼으로 공을 던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몸에 무리가 되는 폼이다. 그러나 구대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겨냈다. 프로 입문 후에도 폼이 흐트러지면 아버님을 찾아와 대전고 비닐 하우스에서 공을 던지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 김광현 (제공=SK와이번스)▲높이와 역동성의 미학-김광현김광현의 투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찍는 듯 던지는 투구폼은 그만큼의 힘을 느끼게 한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좌완 샌디 쿠펙스는 현역 시절 높은 타점으로 더욱 유명했다. 김광현의 현재 모습은 당시의 쿠펙스 보다도 더 높고 역동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11월, 주니치 코치연수 중 코나미 컵에서 김광현을 처음 본 LG 서용빈은 "일본에서도 저렇게 높은 타점이 있는 선수는 없다. 저 폼에 밸런스까지 좋다.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타자들, 특히 좌타자들에겐 그 자체만으로도 버겁다. 한 고참 선수는 "마치 앞으로 달려드는 듯 한 느낌이 위압적인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임창용이 그랬다. '우욱' 하며 내 쪽으로 덤벼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투구폼은 독학으로 익힌 것이다. 조금씩 조언을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힘 있는 공을 던지는 길을 찾다보니 현재의 폼이 완성됐다. 김광현은 "좀 더 빠르고 힘 있게 공을 던지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이게 어렵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결은 하체 힘에 있다. 보통 튼실한 하체가 아니라면 김광현의 키킹 부터 릴리스 까지의 역동성을 이겨낼 수 없다. 김광현은 "그게 얼마나 필요한 건지는 몰랐지만 어릴때부터 공 던지는 것을 빼면 무조건 하체 운동을 했었다. 중,장거리 뛰기는 물론 하체에 힘이 붙을 수 있는 모든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한참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나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하체 단련이 반가웠을리 없다. 그러나 김광현은 선뜻 즐거움을 말했다. "도전하는 것이 좋았다. 너무 너무 힘이드는 순간을 이겨냈을때의 성취감이 컸다. 가슴이 '뻥'하고 열리는 느낌이랄까. 프로에 온 뒤 보다 체계적으로 하체 단련을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기분은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 구대성-김광현 (사진제공=한화,SK)▲'양신'이 보는 구대성과 김광현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삼성 양준혁(39)은 투수, 특히 좌투수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 좌타자에게 버거운 좌투수를 공략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또 공부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를 '양신'(양준혁 신)이라 부른다. 양준혁은 늘 우스갯 소리로 "우투수는 10억짜리가 들어왔다 해도 잘 안 보지만 좌투수는 2,000만원 짜리라 해도 유심히 살핀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그가 보는 구대성과 김광현은 어떤 좌완 투수일까. 먼저 양준혁이 본 구대성. "구대성 선배는 공을 언제 놓는지 보기가 너무 어렵다. 그 폼으로 스트라이크 존 양 사이드를 구석 구석 찔러대기 때문에 타자들에겐 버거운 투수다." 실제로 공이 어느 정도까지 늦게 보이는 것일까. 양준혁은 "시간을 실제로 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2~3초 정도 늦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투수가 던진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오는 데 0,4초가 걸리고, 따라서 타자가 공을 인지하고 치는 데는 0.2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1초마저도 토막을 내야 하는 타격에서 (비록 심리적이지만)2~3초란 시간은 실로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김광현. 양준혁은 김광현에 대해 묻자 조금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직 더 가야한다는 뜻이었다. 양준혁은 "타점이 높아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폼이고 또 그런 투수다.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말 톱 클래스가 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타점이 높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류현진(한화)이 더 높은데서 던지는 느낌이다. 류현진이 릴리스 포인트를 더 끌고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 제구가 부족하다.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확실히 공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좋은 투수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내가 이 말을 한 뒤 한달 뒤에 더욱 뛰어난 투수가 돼 있을 수도 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폼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돼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베이스볼 테마록]원 포인트 릴리프 이승호에 대한 단상☞[베이스볼 테마록]포수에게 물었다. 초구 치는 타자 어때요?☞[베이스볼 테마록]위기의 조범현호 05년 SK VS 08년 KIA☞[베이스볼 테마록]숫자가 말해주는 로이스터 매직☞[베이스볼 테마록]기록으로 본 두산과 LG의 허약한 득점력
- [과연 그럴까]우규민, 마무리로 적당한가
- ▲ 우규민 [뉴시스][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LG 마무리 우규민은 4일 롯데전 9회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4-4 동점이었고 1사 만루 상황이었다. 한 점도 주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자를 삼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규민은 그 뒤 맞이한 타자 3명 중 단 한 명도 삼진으로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세 명 중 한 명인 정수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우규민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도, 패전을 기록하지도, 실점을 기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LG는 졌다. 이에 앞서 우규민은 2일 LG전 9회초에 등판했다. 비슷한 상황이었다. 4-4 동점, 1사 2루였다. 우규민은 이후 타자 5명을 맞이해 2명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상대한 타자는 3명이었다. 이들 중 누구도 삼진으로 잡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그 중 하나인 신명철의 타구는 3루수 실책이 되었고, 또 다른 하나인 조동찬의 타구는 우익수쪽 희생플라이가 되었다. 이번에도 우규민은 블론세이브, 패전, 실점 중 아무 것도 떠안지 않았다. 그러나 LG는 졌다. 우규민은 이에 앞선 3월30일 SK전에서는 잘 던졌다. 1 1/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세이브를 올렸다. 삼진도 하나 잡았다. 하지만 올 개막전이었던 3월29일 SK전에서는 잘 던지지 못했다. 4-4인 연장 10회 첫 타자부터 상대했다. 그는 4명의 타자를 맞이했지만 이번에도 한 번도 삼진을 잡지 못했다. 박경완에게 볼넷을 내주었고 나머지 3명의 타자의 배트에 우규민의 공이 맞았다. 그 중 하나인 11회말 정상호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이번에는 우규민이 패전과 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LG는 졌다. 이상이 4월 4일까지의 우규민의 올 시즌 등판 내용이다. 한 번은 성공했고 세 번은 실패했다. LG는 우규민 덕에 한 경기를 잡았지만, 우규민 때문에 세 경기를 잃었다. 물론 동점 상황 1사 만루에 등판해야 하는 우규민의 입장도 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공식 기록상으로는 패전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방수'인 그가 불을 꺼달라는 팀의 요청에 거의 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위의 우규민의 등판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실패 요인은 무엇보다도 삼진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는 올해 3 2/3이닝에서 탈삼진을 딱 한 개만 기록하고 있다. 담장 앞에서 잡히는 플라이볼이나 타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삼진이나 아웃 카운트 하나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은 주자가 없을 때의 얘기다. 주자가 있을 때 긴 플라이볼은 진루타 내지 득점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담장 앞에서 잡히는 플라이볼'을 유도할 수 있는 투수는 없다. 공이 일단 배트에 맞으면 홈런이 될지, 적시타가 될지, 빗맞은 안타가 될지, 야수 실책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투수가 가장 확실하게 타자를 잡아내는 방법은 배트에 공이 안 닿게 하는 것, 곧 삼진을 잡는 것이다. 특히 마무리투수는 선발투수에 비해 실수나 실패를 해도 될 여지가 적다. '맞혀 잡을' 여유가 적거나 없다. 마무리투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 탈삼진 능력이다. 그런데 우규민은 이 능력이 매우 빈약하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규민은 2005년(7.2이닝 4개)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탈삼진 수가 이닝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2007년(78이닝 26개)과 2008년(3.2이닝 1개)에는 탈삼진 수가 이닝 수의 1/3도 안 된다. 그는 삼진을 잡는 능력과 거리가 먼 선수다. 우규민은 좋은 투수다. 마무리 투수라는 자리에 적합하지 않을 뿐이다. 이대호에게 중견수를 시켜놓고 수비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면 그건 이대호가 아닌 벤치의 잘못이다. 우규민은 지난해에 10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LG는 4강 도전에 실패했다. 이제 LG는 우규민의 보직을 바꿔줘야 한다. ▶ 관련기사 ◀☞[과연 그럴까]외국인 투수 동반 부진이 미칠 영향☞[과연 그럴까]메이저리그의 가망 없는 팀들☞[과연 그럴까]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한다☞[과연 그럴까]ML 꼴찌 타자 만도 못한 히어로즈 타선☞[과연 그럴까]무승부 폐지,그렇게 두려운 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