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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간단'의 뜻을 아시나요? 신종 조건 성매매 성행
-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트위터 등 SNS에서 신종 성매매 은어의 등장과 함께 ‘차에서 이뤄지는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차간단’(차에서 간단히 하는 성매매)이다.‘차간단’ 성매매는 신체 터치 허용 범위와 횟수, 시간과 장소, 거주 지역구, 시간 당 얼마의 돈 등 구체적 조건을 먼저 기술하면, 성 구매자들이 ‘가장 합리적인’ 조건을 찾아 성 매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문제는 ‘조건만남’ 같은 성매매 유형이 아동, 가출 청소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피해자’로 쉽게 유인하며 또 현장에서 상호합의한 조건들을 넘어선 행위가 피해자에 강요된다는 점이다.이하영 성매매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연락에서 “(차간단 등 조건만남 성매매 유형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명시했더라도 실제 상황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이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차간단’ 성매매가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그러면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이 범죄로 인정받기 힘든 상황에서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할 때 적극적인 성인지감수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즉, 정부가 성인지감수성을 토대로 경제적·사회관계적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들이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성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갈수록 교묘해지는데...尹정부는 ‘여가부 폐지’ 드라이브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리한 경복궁역 인근에서 벌어진 여가부 폐지 반대 시위 (사진=성매매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조건 성매매’는 갈수록 법·제도의 규제망을 교묘히 회피하는 반면 이를 전담하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존폐위기에 휩싸여있다. 반성매매 운동 일선 현장에선 답답함이 터져나온다. 여가부 폐지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협력단체 기관 535곳)는 지난 4월 7일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 폭력, 장애여성, 디지털 성폭력 등 다양한 여성폭력은 구조적 성차별을 토대로 발생한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를 강력 주장했다.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에서 활동하는 ‘지음’ 씨는 “한국의 성매매 구조는 강력하고, 그 안에는 10대부터 모든 연령대의 많은 여성들이 있다. 어떤 이유로 유입되었든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착취를 공고히 하는 체제”라며 “여성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착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여가부가 필요한데 윤 대통령은 ‘여가부가 소명을 다했다’고 한다. 이건 성차별이나 성착취가 없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 되는 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성매수자 대부분은 남성”이라며 “성매매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자행되고 있고, 누가 누구를 착취하는지 잘 알고 있다. 성매매는 젠더폭력의 최전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혜련 사단법인 수원여성인권돋움 활동가도 “여전히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자발성’ 혹은 ‘비자발성’이며 비난의 대상은 여성”이라며 “여성폭력을 경험한 모든 여성이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으려면 여가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반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현재의 여가부 폐지 원칙은 변함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분명히 했다.그러면서도 “여가부가 하고 있는 역할이나 기능은 없어질 수 없다”며 “윤 정부 기조는 변함없지만 여가부 역할을 어떻게 담아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모던하게 만들어낼 것인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이처럼 여성단체와 현 정부가 반성매매 운동에 대한 ‘여가부 역할’에 큰 시각차를 갖고 있어 향후 큰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코드 인사' 진통…잇따른 줄사표에 '최다 사직' 전망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정기 인사가 4차례에 걸쳐 마무리됐다. ‘친윤·특수통’ 중용 기조가 유지된 가운데, 인사에서 외면당한 검사들의 ‘줄사표’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검찰 안팎에선 역대급 ‘사직 행렬’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진=방인권 기자)법무부는 1일 고검검사급 검사 20명(전보 14명·의원면직 6명)에 대한 인사를 전날 단행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지난달 28일 인사 후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인사”라며 “항상 중간간부급 인사를 하면 사직자가 발생해 후속 인사를 추가로 실시해 왔다”고 설명했다.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취임 이후 4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결원 보충 차원의 인사였지만, 지난 3차례 인사는 모두 ‘친윤·특수통’ 중용 기조가 유지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는 특수부 출신 검사들은 주요 보직에 임명된 반면, 전임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던 검사들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비(非)특수통’ 인사로 승진한 인물은 송강 신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과 김선화 대검 공판송무부장 등 손에 꼽힌다.한 장관에게 외면된 검사들은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발표된 인사 명단까지 포함하면, 공식적으로 의원면직이 결정난 검사는 총 37명이다. 공식적으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인사 발표 전후 검찰 내부망에 사의를 밝힌 검사를 포함하면 50명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만 이선혁 형사1부장, 류국량 공판1부장, 이혜은 공보담당관, 고진원 공정거래조사부장이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고, 배성훈 대검 형사1과장, 최용훈 대검 인권정책관,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 양중진 수원지검 1차장, 박상진 고양지청장, 이동수 의정부지검 차장, 김재하 대검 인권기확담당관, 홍성준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등도 사의를 표명했다.이같은 검사들의 ‘사직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로 나오는 사직자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형국이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좌천성 인사를 내는 것에 대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심지어 사직을 고심하고 있는 구성원이 100명이 넘어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법조계는 ‘코드 인사’로 인한 사직 행렬에 우려를 표한다. 검찰 조직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우수한 검사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검찰을 떠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혜은·고진원 부장검사는 각각 국가송무·공정거래 분야 공인전문검사 2급(블루벨트)을 획득한 전문가로 꼽혔다.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검사장급의 경우 정무적 지위도 있기 때문에 인사에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중간간부급 검사의 경우 본연의 업무를 검사로서 충실히 한 것이 대부분인데,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간간부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라며 “검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사정 업무에 있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檢 중간간부 추가 인사…"사직 공석 따른 조치"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법무부가 고검검사급(차·부장검사) 14명에 대한 인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지난 28일 단행된 인사 후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진=방인권 기자)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고검검사급 검사 20명(전보 14명·의원면직 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부임일은 오는 4일이다.법무부 관계자는 “항상 중간간부급 인사를 하면 사직자가 발생해 후속 인사를 추가로 실시해 왔다”며 “오는 4일 전입 전 공석이 생겨 이를 충원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앞서 지난달 28일 단행된 고검검사급 및 일부 평검사 712명에 대한 인사 이후 일부 검사들은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인사안에 따르면 인권보호관으로 이동이 주를 이뤘다.김원호(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기존 서울고검 검사에서 부천지청 인권보호관으로 근무지가 변경됐다.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됐던 정재훈(31기) 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청주지검 인권보호관, 부산고검 검사로 부임 예정이던 신지선(32기) 중앙지검 공판3부장은 대구서부지청 인권보호관,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으로 내정됐던 이영규(32기) 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부산지검 인권보호관, 김선문(32기) 안양지청 형사1부장은 서울남부지검 중경단 부장에서 제주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전보됐다.그 외 대구지검 중경단 부장 부임 예정이던 조홍용(32기) 천안지청 형사1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 부천지청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났던 임종필(32기) 부산동부지청 인권보호관은 창원지검 형사1부장, 대전지검 중경단 부부장으로 자본시장조사단 파견이 예정됐던 구미옥(34기)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맡는다.사직 절차가 진행 중인 검사들도 전보 조치가 이뤄졌다. 배성훈(32기) 대검찰청 형사1과장, 고진원(33기)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이혜은(33기) 중앙지검 공보담당관은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로 전보됐다. 중앙지검 류국량(31기) 공판1부장, 이선혁(31기) 형사1부장, 임대혁(32기) 형사13부장은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로 이동한다.사직 의사를 밝혔던 검사 6명은 사표가 수리됐다. 박상진(29기) 고양지청장, 양중진(29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 조재빈(29기) 인천지검 1차장검사, 이동수(30기)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최우균(34기) 고양지청 공판부장, 홍성준(34기)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의원면직됐다.
- 메타버스내 아바타 성범죄 등 처벌규정 마련…4차 청소년보호대책 발표
-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청소년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가부 제공[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근 청소년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각종 폭력과 범죄 노출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메타버스 내 아바타 성범죄 등 비윤리적ㆍ불법적 행위 대응을 위한 법안을 정비하고,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임광고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정부는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2022~2024년)’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등 매체환경의 다양화로 인한 불법행위와 유해요인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는 종합대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3년새 청소년 마약사범 3배…디지털성폭력은 13배 급증정보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이용이 늘어나면서 마약사범의 증가와 디지털성폭력 및 금융사기 등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초등학생의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도박성 게임, 성인물 경험률이 증가하는 등 저연령 청소년의 유해정보 노출과 과의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이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 청소년은 2018년 15.4%였으나 코로나19 이후 2021년 70.9%로 크게 늘었다. 청소년의 주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도 같은 기간 17.8시간에서 27.6시간으로 늘었났다. 반면 유해사이트 등 차단 프로그램 설치율은 스마트폰이 31.4%, PC·노트북이 20.6%로 낮고, 미디어 윤리규범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이 최근 3년간 3배 증가해 10대 마약류 사범은 450명으로 늘었다. 온라인을 통해 전자담배를 직접주문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하웹(다크웹) 등을 통해 마약류가 불법 유통되고, 펜타닐 패치 등 병원처방 마약류도 성행하면서다. 펜타닐 패치는 아편, 모르핀과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이나 더 강력한 효과를 지닌 진통제다. 디지털성범죄 청소년은 2019년 111명에서 2021년 1481명으로 3년새 13배 폭증했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금융범죄 등 범죄 피해도 2년새 36% 급증했다. 이에 반해 생활비 부족 등 가정형편으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증가에도 부당처우 시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은 비율은 1% 미만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청소년의 자율적 대응 역량 강화와 온라인 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기반 구축”을 목표로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미디어 이용환경 조성 △유해환경 등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보장 △사이버 폭력 등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문화 조성 △근로청소년 권익보호 및 노동인권 의식 제고 등 4대 추진전략 아래 핵심 추진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4차 대책, 유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부터 보호에 중점우선 최근 문제가 된 메타버스 내 아바타 성범죄 등 비윤리적ㆍ불법적 행위 대응을 위한 법제 정비 방안을 마련한다. 고낙준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메타버스는 현재 게임을 넘어서고 있고, 하나의 커뮤니티 기능을 형성해서 가상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에 게임 규제와는 달리 커뮤니티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아바타의 성격 규정이나 가상자산 등 지적재산권 문제 등이 함께 고민되어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도박ㆍ마약 등 불법정보의 신속 차단을 위해 전자 심의 도입을 검토하고,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임 광고도 제한한다. SNS, 온라인중고장터, 배달앱 등을 통한 주류ㆍ담배 불법 판매 및 대리 구매, 온라인상 마약류 판매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아동·청소년 시설은 흡연실 설치가 제한되고, 금연구역의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학생보호 원스톱 온라인 시스템’(앱)을 구축하고, 위기청소년을 발굴하고 위기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388 통합 콜센터’가 신설된다. 청소년대상 불법 사금융(대리입금) 대책은 온라인을 활용한 신종 대부중개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와 청소년 대상 법정이자 이상 이자수취 행위 금지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여가부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청소년정책위원회를 통해서 대책 이행사항을 차질 없이 점검·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4차 대책을 만들면서 가장 고려를 많이 했던 것은 최근 온라인 수업 등도 늘어나고 청소년들의 유튜브, SNS 등 온라인 환경들이 광범위해지고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청소년에 대한 유해한 부분들을 끊어내고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 [특별기고] 우크라이나 눈물에 침묵할 수 없다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아동병원을 방문해 전쟁의 상흔을 입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허은아 의원실 제공)[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한·우크라이나 자유 평화 연대 특별대표단’ 일원으로서 최근 우크라이나를 다녀왔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글로벌 선도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아픔을 남의 나라 일로 외면할 수 없었다. 걱정해주시는 주변 분들이 많았다. 사실 나도 두려웠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날 밤, 르비우의 숙소에서 미사일 폭파 소리와 사이렌 소리를 듣고 크게 소스라쳤다. 급히 대피소로 뛰어 내려갔을 때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절박한 아픔도 동시에 느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꿈이 산산이 떨어지는 시대의 증언 현장을 똑똑히 보았다. 어린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우리를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전쟁의 어둠과는 너무나 다른 밝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전쟁의 상처로 인한 어둠의 그늘이 언제 이들에게 드리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도대체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전쟁터에서, 집과 학교는 사라졌고 아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렸다. ‘폐허가 되어도 내 집은 내가 지킨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학살과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도시인 부차로 돌아와 집집마다 국기를 내걸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결사 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긴다 우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곳곳을 다니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외침 소리를 들었다. 러시아에 대한 항전 의지와 결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 러시아의 만행 등을 국제사회에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어 했고, 우리는 자유와 평화가 중심이 된 국제적 연대가 절실하다며 공감대를 표했다.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하고 참배하였다. 추모의 벽, 24개의 해바라기 꽃잎에 한 개의 꽃잎이 떨어져 있고 2개의 꽃잎은 접혀 있다. 떨어진 잎은 크림, 접혀 있던 꽃잎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이다. 해바라기 꽃잎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일본 대사관도 텅 비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국제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일과 인권과 자유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우리가 같이 할 수 있고, 우리가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금 우크라이나에 전쟁 희생자들이 넘쳐난다. 러시아군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피해 여성도 많다.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힌 어린이의 고통과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권과 자유는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의 고통에 침묵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눈물에 침묵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상황을 군사 외교 영역을 넘어서, 개별 국가간 이해관계를 넘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로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중립은 가해자에게만 이로울 뿐 희생자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침묵은 괴롭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이다.” 엘리비젤이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남긴 명언을 생각한다.침묵을 깨고,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해바라기의 눈물을 함께 나누자
- 역대 44명 총장은 전부 남성…헌정 사상 첫 여성 검찰총장 나오나
- [이데일리 이연호 하상렬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 여성 검사장인 노정연(55·사법연수원 25기) 창원지검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검찰총장 발탁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성 검찰총장이 현실화될 경우 검찰 내 ‘유리천장’ 타파라는 상징성 측면에서 의미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노정연 창원지검장. 사진=연합뉴스.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차기 검찰총장 하마평 명단에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25기) 인천지검장 외에 추가로 노정연 지검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노 지검장은 지난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당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성 3호’ 검사장에 오른 인물이다.서울 출신인 노 지검장은 중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들여놨다. 1997년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노 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여성아동과장,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공주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 천안지청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2019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하며 검사장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때 국내 최초 ‘부녀 검사장’과 국내 최초 ‘부부 검사장’ 타이틀까지 동시에 얻었다. 그의 부친은 광주지검장을 지낸 노승행 변호사고, 그의 남편은 대전고검장을 지낸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다.이후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지낸 후 현재 창원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2020년 서부지검장으로 있을 땐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실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당시 여당 의원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을 기소했다. 당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례적으로 사건을 담당한 부장검사 이름이 아닌 ‘서울서부지검(검사장 노정연)’이라고 적었는데, 노 지검장이 해당 수사에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노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으론 검찰 내 ‘유리천장’이 거론된다. 정권 출범 초기 남성 편중 장관급 인사로 비판을 받은 후 최근 교육부·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여성을 지명하며 여성 인사 중용 기조를 이어 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 같은 기조를 극대화해 보여 줄 수 있는 자리가 바로 검찰총장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44명의 검찰총장이 나왔지만 여성 검찰총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성고검장도 아직 없다. 현재까지 검찰은 노 지검장 포함 5명의 여성 검사장을 배출했고 현직은 노 지검장,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홍종희 서울고검 차장검사(29기) 3명이다. 법무부 검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체 검사 2179명 중 여성 검사는 732명으로 전체의 33.6%에 달한다. 여성 검사가 3분의 1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고위직은 대표적 ‘유리천장’으로 꼽힌다.윤 대통령과의 좋은 관계도 노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노 지검장은 대검 부장 재직 시 당시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다.또 노 지검장은 1997년 성남지청 초임 검사 당시 운전면허가 없던 윤 대통령과 카풀을 한 인연도 있다. 노 지검장은 과거 직접, 이노공 법무부 차관, 강수진 고려대 로스쿨 교수와 함게 여검사 3명이 번갈아가며 면허가 없던 윤 대통령 대신 운전을 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노 지검장은 검찰 안팎에서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간부로 평가받는다. 한 여성 부장검사는 “내외부에서 신망이 두텁고 보직 경로 등을 살펴보면 검찰총장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또 이제는 여성 총장이 나와 전체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때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노 지검장이 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노키즈존’ 이어 ‘케어 키즈존’ 등장… “아이는 모두가 돌봐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어린이가 들어오는 건 괜찮지만, 부모 등 보호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카페, 음식점 등에서 어린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확산하면서 논란이 되자 이제는 ‘케어 키즈존’이란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보호자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아이의 출입을 허용하겠단 것이다. 노키즈존에 비하면 개방적이나,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 공간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아이 양육과 훈육은 부모에게만 전가해야 할 책무가 아닌 만큼 카페나 식당 등 대중 이용 공간에도 공동체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케어 키즈존’이라는 안내를 써 붙인 식당, 카페 등의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보살피다’라는 의미의 ‘케어(Care)’에 어린이의 출입이 가능한 ‘키즈 존(Kids zone)’이 합쳐진 표현이다. 어린 아이의 출입은 가능하지만, 부모 등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보살핌을 요구한단 의미다. 실제로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A카페는 입구 안내문에 “자녀를 동반한 고객들에게 반드시 적극적인 케어를 부탁드린다”며 “부주의로 인해 기물 파손, 안전 사고 등이 발생시 보호자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 카페는 현재 루프탑 등 야외 공간은 ‘노키즈존’으로, 그 외의 실내 공간은 ‘케어 키즈존’으로 운영 중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13세 이하의 아동의 이용, 출입 등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진정이 제기된 곳은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판매하는 이탈리안 식당이었다. 인권위는 “이탈리안 식당은 아동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장소가 아니며, 헌법 제15조에 따라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모든 아동이 타인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님에도 이용 자체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일반화인 만큼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판단에도 ‘노키즈존 방침은 업주의 자유’라는 주장과 ‘아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론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 역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직접 전국 각지에서 노키즈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카페, 식당 등을 제보받아 공유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노키즈존 지정 여부, 유아 식기 및 의자, 유아 전용 메뉴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케어 키즈존’에 대한 의견 역시 분분하다. 한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모(30)씨는 “별도 방침을 정해놓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개인 영업장이라면 아이와 아이가 아닌 손님 모두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케어 키즈존’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모두를 배려하는 차원이라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반면 4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 강모(41)씨는 “어린이 식기와 의자 등 실질적인 인프라도 갖춰놓지 않고 (사고날 경우 책임을) 부모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아이를 밖에 데리고 다니면 항상 신경쓰고 눈치를 보는데 ‘케어 키즈존’은 부담감을 더 크게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차별의 대상으로 보거나, 부모 등 보호자에만 보살핌 의무를 전적으로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는 “노키즈존이 비난을 받다보니 절충 차원으로 나온 것이 ‘케어 키즈존’”이라며 “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아이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이를 배려하고 때로 훈육하는 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일인 만큼 부모의 몫으로만 한정 짓지말고 모두가 함께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롯데렌탈, 임직원 참여 기반 인권경영 박차
-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롯데렌탈(089860)이 인권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준수하기 위해 전체 임직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완성한 인권경영선언문을 선포했다고 10일 밝혔다.롯데렌탈의 인권경영선언문은 세계인권선언,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및 국제노동기구헌장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또한 인권경영을 통해 임직원, 파트너사, 주주/투자자, 고객, 지역사회 등 기업활동과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겠다는 롯데렌탈의 의지를 담고 있다.롯데렌탈은 지난 4월 전체 임직원 대상으로 한 인권경영 정책 수립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기간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다양한 인권경영 원칙을 공유하고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총 10개의 인권경영 원칙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 해당 내용은 △임직원 인권 존중 △다양성 존중 및 차별금지 △임금과 복리후생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금지 △근로시간 준수 및 일과 삶의 균형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보장 △보건 및 안전 보장 △책임 있는 공급망 운영 △고객인권 및 고객정보 보호 △고충처리 프로세스 운영 및 점검 등이다. 인권경영선언문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롯데렌탈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롯데렌탈 관계자는 “인권경영 정책을 전체 임직원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 수립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금번 정책 수립과 선언을 통해 인권 보호와 존중에 대한 롯데렌탈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롯데렌탈은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한 ESG 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한바 있다. MSCI ESG 평가는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ESG 평가 지표로 유가증권 시장에 공개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를 토대로 ESG 등급을 부여한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MSCI 평가를 처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MSCI ESG평가 등급 7개 중 두 번째로 높은 AA 등급을 받았다. 이는 동종 업계 최초이자 최고 수준이다.아울러 롯데렌탈은 대한민국 대표 전기차 행사인 ‘xEV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 성과를 인정 받아 무공해차 전환 우수기업 선정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은 “인권경영과 관련하여 체계적인 내부 시스템을 수립하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주기적으로 인권경영 현황을 모니터링하여 평가하고 개선해 대?내외에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며 “금번 인권경영 선언뿐만 아니라 앞으로 선보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탄소중립 로드맵 등을 통해서도 롯데렌탈 임직원들의 ESG 강화에 대한 의지와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지역주의에 도전하는 다윗들…6·1 지방선거
- [이데일리 김유성 김보겸 배진솔 기자] 이번 지방선거는 2324개 선거구에서 총 7616명이 등록했다. 선출 정수는 4132명이다. 경쟁률로 따지면 1.8대 1로 2014년 당시 2.3대 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는 극심한 양당 대결이 이어지면서 지지세가 불리한 지역의 정당 소속 출마자가 줄었다고 보고 있다.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에 출마해 ‘지는 싸움’을 하려는 후보 숫자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뜻도 된다. 누구나 말리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나와 분전하는 후보들이 있다. 거대한 지역주의 벽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다. 이데일리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홀로 분전하는 후보들을 만났다. 이들은 중앙당의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980년 5·18의 아픔을 가진 광주 호남 지역에서도 광주·전남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신지이면서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두환 정권에 항거해 일어났던 1980년 5월 민주화 운동은 지금껏 광주·전남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가 5·18 성지를 찾고 과거사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1980년은 광주시민들의 기억 속 상처로 남아있다. 이런 까닭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도전을 한 후보가 있다.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다. 그는 국민의힘을 뜻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광주 출근 거리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보수당 소속 광주시장 후보였다.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빨간 잠바’를 입고 출근길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주기환 선거캠프)그는 “손도 흔들어주고, 경적으로 호응해 주시더라”고 말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보수당 시장 후보에 호기심을 보인 이도 있었다. 그래도 상처는 상처다. 보수당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은 여전했다. 현수막 훼손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전남대 후문에 걸린 주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새벽차를 타고 내려와 현수막 복구를 도왔다. 이 대표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악당”이라고 훼손자를 지칭하기도 했다. 20일 광주 전남대 후문에 걸린 주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되어 다시 걸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주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할 때 그는 수사관이었다. 2년을 함께 하면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훗날 국민의힘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주 후보는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시민들과 함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간 광주에서 시민으로 살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광주는 인권과 정의, 정치의 도시였지만 이제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살 맛나는 선진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서진 반갑다...그러나 이번 지방 선거에서 국민의힘 전남도당은 기초단체장 후보로 △여수시장 신용운 △함평군수 김유성 △진도군수 김정연 △영암군수 임대현 정도만 냈다. 민주당 전남도당이 22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김유성 국민의힘 함평군수 후보 (사진=김유성 기자)김유성 국민의힘 함평군수 후보는 지난 3월 어려운 선택을 했다. 국민의힘 후보로 함평군수 선거로 나간 것. 지난 2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지 한달여만이다. 지역정치 타파가 명분이었다. 인구 3만이 안되는 함평군도 보수당 후보에 대한 반감은 있었다. 그의 눈 앞에서 명함을 찢는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호남 방문을 수 차례 하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지역 민심이 전보다 나아졌다. 그는 “예전보다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정치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봤다. 민주당 지역내 1당으로 수십년 독주를 하면서 지역도 정체가 됐다고 봤다. 그는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나”라면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상관없이 누가 되든 함평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고 말했다. 김유성 함평군수 후보 선거사무소 일부. 왼쪽 사진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함평군을 방문했을 때 동행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김유성 기자)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이나 민주당 후보와 비교하면 열세다. 조직력에서도, 인지도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밀린다. 그는 “중앙당에서 중진급 국회의원이 내려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정한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은 여기...대구 대선 후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졌던 이재명 후보가 계양을 재보궐 선거에서 무명이었던 윤형선 후보에 고전하고 있다. 압도적 승리를 자신했던 이 후보는 선거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후보가 출마한 대구 시장 선거는 어떨까?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했던 홍준표 후보는 여전한 지지율과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골리앗이라면 서재헌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푸른색 잠바를 입은 다윗이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서재헌 후보 제공)지역도 만만치 않은 험지 중의 험지. 1995년 1회 지방선거부터 대구지역 기초단체장(구청장·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을 단 후보는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방적 응원을 받는 골리앗(홍준표)의 고향이 대구인 셈이다. 사실 서 후보는 달성 서 씨로 대구에서 나고 대구에서 자란 토박이다. 친척과 이웃들에게는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서 후보가 별종인 셈이다. 유세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파란 점퍼에 파란 피켓을 든 그에게 종종 어머님들이 다가와 “여서(여기서) 하지말고 느그(너희) 고향으로 가라”고 말한다. 그러면 서 후보는 “여가(여기가) 제 고향입니다, 제가 어데로 갑니까?”라고 웃어 보인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 시장 후보 (사진=서재헌 후보 제공)서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40대의 젊고 역동성 있는 청년 대구시민’을 내세웠다. 그는 “대구 경제가 28년 동안 케어받지 못했다. 대구를 과거 대한민국의 3대 도시로 회복되게 할 것”이라며 “케어(Care)·커넥트(Connect)·클러스터(Cluster)의 3C 전략을 활용해 대구를 돌보고, 연결하고, 정보 집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달성군의 파란색 워킹맘, 박근혜 정치적 고향에 출사표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구시민들은 민주당 기초단체장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군이라면 더더욱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곳에 ‘군수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네 아이를 둔 다둥이 워킹맘 전유진 민주당 후보다. 전유진 더불어민주당 달성군수 후보 (전유진 후보 페이스북)어찌보면 평범한 지역 여성이었던 전 후보는 아동들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정치와 연이 닿았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가 입법이고 그 속에 정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그는 20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유세 활동은 어떨까. 최초 여성 대통령 배출한 곳답게 여성인 그에 대한 달성군민들의 호감도는 높았다. 그는 “명함을 주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훨씬 깨어 있는 군민들이 많이 있다”면서 “보수의 중심이라기보다는 개혁적이고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 특색이 있어 이곳 지역 민심을 주도하는 정당의 눈치를 자영업자들이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래서 대화와 표심이 다르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막연한 반감도 많이 사라졌다. 선거운동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하루에 1~2명 정도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희석됐다고 전 후보는 전했다. 전유진 더불어민주당 달성군수 후보가 지역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전유진 후보 페이스북)민주당 중앙당에 대한 제언도 했다. 지역에서 어렵게 성장한 지역 정치인들을 꼭 눈여겨봐달라는 당부였다. 전 후보는 “낙선을 각오하고 과감히 자신을 내던지는 후보들은 여전히 많다”면서 “이 후보자들이 바로 민주당이 지켜주고 키워야 할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성장한 정치인, 경북지사에 도전 17개 광역단체장 중 존재감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곳을 꼽으라면 어디일까. 달리 말하면 논란이 적은 지역이다. 정치권에서는 경북도지사를 꼽는다. 서울과 경기는 수도권이라서, 대구와 광주는 각각 영남과 호남의 정치 중심지다. 경남지사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경북도지사는 달랐다. 전국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이변이 별로 없었다. 줄곧 보수당 후보들이 3선까지 했다. 2006년 경북 의성으로 귀농해 군의원과 도의원 활동을 했던 임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경북도지사 선거에 없었던 파란’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당초 의성군수 선거를 염두에 뒀던 그는 중앙당의 공천을 받고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지사 후보 (임미애 후보 페이스북)이는 바뀐 지역정치와 맞물려 있다.지역에서 자라고 성장한 지역 정치인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정서다. 임 후보는 “다행인 점은 중앙당에서 지방자치를 통해 성장한 인물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면서 “지역 정치인을 통해 경북 민주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와중에 (본인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현직 도지사와의 직접 대결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어떨까? 임 후보는 “선거를 하면서 몇 % 얻겠다는 생각으로 선거를 뛰어 본적은 업사”면서 “얻는 만큼 이기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거리 유세에 나선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지사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임미애 후보 페이스북)임 후보 또한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에 대한 제언을 잊지 않았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지방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제언이다. 그는 “지방은 (중앙의)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면서 ”여의도를 벗어나 국민의삶 전체를 보듬어주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미투 검사' 서지현 사의…권인숙 "법무부 검찰국, 참으로 개탄스럽다"
-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전담팀장으로 파견됐던 서지현 검사가 원대 복귀를 지시를 받고 사의를 표했다. 이에 대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후보자 시대에 법무부 검찰국이 서둘러 한 일이 서 검사의 사직 유도인가? 참으로 허망하고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사진=뉴시스)권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를 위해서 이만큼 일관성 있게 일한 사람이 제일 먼저 배척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권 의원은 “서 검사는 2018년 대한민국 미투의 세상을 열었고 온갖 정치적 압박에도 굳건히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과 디지털 성범죄 TF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더 할 수 없이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TF 전문위원회를 정말 열심히 이끌면서 보석 같은 권고안을 만들고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해 성범죄와 관련한 훌륭한 법안과 제도를 만들어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의원실에 백과사전 두께의 개선안을 들고 들어와 열심히 설명하던 서 검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그러면서 권 의원은 “여성단체들이 성매매피해자보호법,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등 피해자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법 개정 운동을 할 때마다 가장 격렬히 부딪친 부처가 법무부라는 점에서 서지현 같은 인재를 놓치는 것도 아쉽지만 앞으로의 법무부의 여성인권과 성폭력에 대한 대응기조를 보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검찰 내 미투 운동을 시작한 서 검사는 재작년 법무부에 파견돼 양성 평등정책 특별자문관, 디지털성범죄특별대응TF 대외협력팀장 등을 맡았다.하지만 법무부가 서 검사에게 원소속 검찰청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복귀하라고 통보, 서 검사는 “모욕적인 복귀 통보”라고 반발하며 전날 사직서를 제출했다.법무부는 “이번 조치는 파견업무의 유지 필요성, 대상자의 파견 기간, 일선 업무의 부담 경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를 하는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광기 어린 음해와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온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는 글을 남겼다.이어 서 검사는 “많은 분의 도움으로 성범죄종합대책 Ver.1(버전 1)이라도 만들어놓고 나올 수 있으니, 검사로서 검찰청에서 세우지 못한 정의에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검사로 18년, 미투 이후 4년,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