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3,386건
- 파행으로 시작한 22대 국회…野 "단독 강행" vs 與 "전면 거부"
- [이데일리 김기덕 김범준 기자]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과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모든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해서라도 해병대원 특검법·방송 3법 등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것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관련한 모든 국회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보이콧)하고, 당내 구성한 15개 민생현안 특위를 당분간 ‘제2의 상임위’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운영위 가져간 野, 파상 공격 예고 22대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를 열어 최대 쟁점이었던 운영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등 11개의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에도 본회의를 열 예정인데 여당이 협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의 국회 단독 개원에 이어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게 된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려운 민생현장이 하루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원 구성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 기능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11개 상임위가 구성됐지만 최대한 빨리 나머지 상임위 구성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여당이 빠진 ‘반쪽짜리 상임위 구성’을 모두 완료한 이후에는 주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해병대원 특검법, 방송 3법, 민생지원 특별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이달 중 우선 처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통상 여당이 맡는 운영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간 만큼 피감기관인 대통령실을 향한 파상 공격이 예상된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및 명품백 의혹, 순직 채해병 사건 관련 대통령실 관여 의혹 등이다. 또 상임위 처리 최종 문턱인 법사위원장에 ‘강성 친명’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이 맡게 된 만큼 각종 쟁점 법안 처리가 한층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상임위원장 선출은 범야권에 192석, 민주당에 171석을 몰아준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시작”이라며 “오늘부터 구성된 상임위를 즉각 가동해 해병대원 특검법, 방송3법, 민생지원특별법,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논의하고 대정부 질문도 6월 임시회 기간 내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10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 강행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투쟁 방안 강구하는 與 “2개 국회 운영”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에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국회 의사과에 상임위 배정에 일괄 사임서를 제출하고, 이날에는 국회 의안과에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또 당분간 자체적으로 당내 특위를 가동해 운영할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은 에너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대한 논의를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에도 의총을 열어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응하기 위한 현안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에는 10명 이상 의원이 발언을 신청했지만, 뚜렷한 대응 방안을 도출하진 못했다. 원내에서 투쟁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의총에서 의장실 앞이나 민주당 의총장에 가서 피케팅 시위를 하거나 각 지역민들을 불러서 국회서 시위하는 등 항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당내 특위를 상임위처럼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를 출석시켜 현안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2개의 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21대 전반기 당시 민주당이 상임위를 싹쓸이 했을 때는 우리 당이 야당이었지만, 지금은 여당인 만큼 7개 상임위라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사실상 모든 상임위를 독식하면 여당으로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이미 11개 상임위를 가져가면서 의회 독재를 위한 충분 조건을 갖췄다”며 “의회 독식에 따른 민심 이반 등 부담을 감안해 나머지 7개는 가져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매일 의총을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회의와 같은 의사일정은 원내대표나 양당 수석 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하는데 민주당은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회를 민주당의 의총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사 일정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원조` 친명 김영진 "왜 굳이 일을 만들어 논쟁하나?"…당헌 변경 비판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대단히 긴급한 사안이 많은데, 굳이 일을 만들어 논쟁할 필요가 있나? 전혀 필요없는 일을 하고 있다.” ‘원조’ 친명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학 동문이면서 2017년 대선부터 그를 도왔던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전날(11일) 통과된 ‘고무줄 당대표’ 당헌 변경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친명그룹에서도 직언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김 의원은 지난주부터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김영진(사진 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김 의원은 대선에 나서는 당대표의 임기를 당무위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는 안에 대한 비판을 했다. 그전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대선에 나가려는 당대표는 대통령선거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 김 의원은 “당권을 가진 사람이 대권에 나오려면 1년 전에 사퇴해라, 이건 공정한 대선을 위해서 누구에게나 기회의 균등을 주겠다고 하는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민주당은 지난 십수년간 한번도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바꿔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 고쳐 쓰지 마라, 이런 말이 있는 것처럼 굳이 오해를 살 일을 왜 햐느냐”라면서 “‘상당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그 시기가 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문제가 왔을 때 최고위와 당무위에서 의결을 정한다면 다 따르고 의결에 대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면서 “굳이 왜 이런 조항을 만들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지금 이 시기가 원 구성을 중심으로 여야 간에 협상을 진행하고 또 윤석열 정부가 민생, 외교, 안보, 대단히 긴급한 사안들이 많은데 굳이 내무반에서 일을 가지고 논쟁을 하면서 갈등을 키워갈 상황이냐, 전혀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유리하다’라는 관점에 대해서 김 의원은 “제가 보기에 공정하지 않다”라면서 “당권과 대권 분리, 1년 전 사퇴조항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합의와 함의가 있는 조항이라서 임의에 있는 위임된 권력인 최고위원회 한 두 명의 강한 의견으로 수정할 수 있는 의견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를 임의적으로 개정하는 것 자체가 달콤한 사탕이라서 그렇게 주장하는 강성 당원들에게 좋을 것 같지만, 그 강성 당원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전체적으로 멍들게 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장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이런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 野, 상임위 단독 제출에 與 전면 보이콧…22대 국회, 격랑 속으로(종합)
- [이데일리 김기덕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7일 오후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단독으로 제출하자, 국민의힘은 “헌정 사상 초유의 폭거”라고 반발하며 앞으로 원 구성 협상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여야가 대충돌하면서 앞으로 정국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이 우리 당과 합의 없이 11개 상임위 구성안을 단독으로 제출했다”며 “우리 당은 민주당의 횡포에 강력히 항의하며, 일방적인 야당의 상임위안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제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전체 18개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내정자 명단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 △교육위원회(김영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최민희) △행정안전위원회(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어기구) △보건복지위원회(박주민) △환경노동위원회(안호영) △국토교통위원회(맹성규) △운영위원회(박찬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박정) 등이다. 박성준(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7일 오후 국회 의사과에 제22대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같은 민주당 결정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통상 여당 몫인 운영위원장이나 원내 2당이 차지하는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겠다고 선언한 이후 그동안 여야는 갈등을 겪어왔다. 실제 이날 민주당이 해당 위원장 내정자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면서 양당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 역사를 통째로 무시하고,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또다시 일방적인 원 구성을 강행했다”며 “지난 국회 때는 40일 넘게 협상이라도 하는 척을 하더니, 이번에는 그런 제스처도 없이 점령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추 원내대표는 이어 “대한민국 국회가 이재명 대표의 사조직이자 민주당의 의총장이 된 것만 같다”이라며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등원하고, 원 구성을 야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원내대표는 앞으로 원 구성에 협상에도 보이콧(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여야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의를 해 나갈 때만 우리 당은 상임위 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원 구성 협상의 풍파를 일으키고, 일하는 국회의 시작을 지연시킨 책임은 오롯이 거대 야당 민주당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오는 10일 민주당이 원 구성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통과시킬 경우 이를 전면 거부할 계획이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월요일에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원 구성안을 강행하면 당연히 들어갈 수 없다”며 “민주당이 본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국회를 민주당 의총처럼 운영하겠다는 오만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불행한 역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과 협상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금 만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다”며 “법사위나 운영위가 여야 어느 곳의 몫이 아닌 중립지대가 아니라고 얘기했던대로 제2당과 여당의 몫을 강탈해놓고 다시 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 선임안 제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원 구성 협상에 대한 여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말꼬리 잡는 정치권, 직무유기…경청하는 숙론으로 해법 찾아야"[만났습니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선물하고 싶다.”최재천(70)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출간한 신간 ‘숙론’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국의 토론 교육에 관해 쓴 이 책에서 최 교수는 “부끄럽지만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이 땅의 국회의원들”이라고 비판했다.신간 ‘숙론’을 펴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토론을 못하는 집단이 국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토론 대신 서로 말꼬투리 잡기에만 급급할 뿐, 국민을 대신해서 일해야 한다는 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국민은 열심히 일하는데 정치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 삶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최 교수는 ‘통섭’,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공생하는 사람) 등 그동안 한국 사회에 필요한 화두를 던져온 시대의 지성이다. 이번 신간에서 꺼낸 화두는 책 제목과 같은 ‘숙론’이다. 최 교수가 생각하는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이다. 그는 “숙론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성공의 각본이 아니라 차라리 모험에 가깝다”라고 말한다.‘숙론’은 특정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숙의민주주의’와도 연결된다. 최 교수는 “지금은 국회도 정부도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서 “행정부도, 입법부도 맡은 역할을 제대로 못해 정치가 사회 모든 면에서 발목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갈등을 방치한 채로 계속 간다면 10년, 20년 이내에 곪아 터질 것”이라며 “협치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다만 최 교수는 한국 정치가 “조만간 놀랍도록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를 넘어 음악, 미술, 드라마, 스포츠, 게임 등이 ‘K’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계를 이끄는 지금, 한국의 정치 또한 이른바 ‘K-정치’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아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해 온 한국 사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최 교수는 “국민이 지금 같은 정치를 계속 가만 놔둘 리 없다.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이내에 한국 정치를 바꿀 변화가 다가올 것”이라며 “변화는 한순간 몰락한 다음에 재건하는 방법이 있고, 몰락을 막기 위해 연착륙하는 방법이 있다.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숙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신간 ‘숙론’을 펴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책을 선물할 계획은 진행되고 있는가?△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건 아니다(웃음). 22대 국회가 시작했으니 의원 중 ‘숙론’이 궁금하다고 연락이 온다면 선물로 보낼 의향은 있다.― 국회의원이 토론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사실 국회의원들이 토론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능력은 있다. 국립생태원장 시절 국정감사에 참석해서 그 능력을 확인했다. 국정감사를 보면 보좌관이 써준 것만 읽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토론은 하지 않고 주장만 시끄럽게 떠드는 의원이 있다. 흥미로운 건 점심시간이다. 서로 싸우기만 하던 여야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다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진짜 토론한다. 지금 국회는 토론을 위한 구조가 아니다. 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돋보일 지에만 관심이 있다. 목표가 엉뚱한 곳에 있으니 토론이 이뤄질 수 없다.―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숙론’에서 쓴 것처럼 토론 진행자가 중요하다. 쓸데없는 말다툼을 방지하고 토론을 이끄는 사람이다. 국회의 경우 상임위원회 위원장부터 제대로 된 토론 진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 상임위 위원장을 국회의원이 아닌 시민사회가 추천한 외부 인사가 담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삼자가 위원장을 맡아 여야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K-정치’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국민이 지금과 같은 국회를 더 지켜봐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이런 정치는 못 봐주겠다며 국회를 바꾸기 위해 무언가 해보자고 나설 때가 올 것이다. 국회 밖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다면 국회 또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워낙 변화 속도가 빠르므로 토론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국회의 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사회에도 숙의민주주의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동의한다. 국회도 정부도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정치가 사회 모든 면을 발목 잡는 형국이다. 국민은 열심히 일하는데 정치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 삶에 피해를 주고 있다. 협치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 보면 10년, 20년 이내에 어느 순간 갈등들이 곪아 터질 것이다.신간 ‘숙론’을 펴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정부가 연금·교육·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계속 빚어지고 있다.△“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정책 입안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정책을 만든다고 불러서 가보면 공무원들과 연구원 몇 명이 모여 ‘국민은 이런 걸 원한다’며 자기들끼리 정책을 만든다. 그러니 국민이 정책을 좋아할 리 없다.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년 5%씩 의대 정원을 늘리면 적정 인원을 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한 번에 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계와 상의했다고 하지만, 현장을 못 봤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요한 건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서 환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정부, 환자 대표가 모여서 숙론으로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할 건 제대로 해야 한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숙론’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문도 생긴다.△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국민 소득은 제법 높지만 행복 지수는 너무 낮다. 언젠가는 ‘우리가 이런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변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몰락한 다음 재건하는 방법이 있고, 연착륙하는 방법이 있다. 연착륙을 위해선 숙론이 필요하다.― 노사 갈등도 심각하다. 노사 갈등을 위한 사회적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심리학 이론에서 중요한 게 ‘접촉 이론’이다.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 지금 노사 갈등의 문제는 노사 양측이 만남을 거부하는 것이다. 만나더라도 서로 다른 입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만 만난다. 국립생태원장 시절 국립생태원에 노조가 생겼다. 노조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조는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승낙했다. 물론 힘들었다. 그럼에도 노조위원장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는 노조위원장이 원장에게 너무 끌려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노조의 ‘쓴맛’을 제대로 못 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사가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신간 ‘숙론’을 펴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최 교수는…△1954년 강원 강릉 출생 △서울대 동물학 학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학원 생태학 석사 △하버드대 생물학 석사 및 박사 △하버드대 전임강사 △미시간대 조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조교수 및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국립생태원 1대 원장 △코로나19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현)
- 재판지연 해소 열쇠였는데…여야 싸움에 '판사 증원' 무산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소책으로 적극 입법을 요청한 각급 판사 정원법 개정안(판사 정원법)이 여야 갈등으로 사실상 폐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법관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 만큼 재판 신속화를 위해서는 판사 정원 증원이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서울고법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여야 대치’ 국회, 법관증원법 사실상 폐기…재판 지연 어쩌나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법관 370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판사 정원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한채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판사 정원법과 동시에 논의되는 검사 정원법을 두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데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국민연금 개혁 등 쟁점 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를 벌이면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앞서 정부는 지난 2022년 6월 판사 정원을 기존 3214명에서 3584명으로 5년간 순차적으로 370명 늘리는 판사 정원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아울러 판사와 검사 정원은 그간 연동해 늘려온 만큼 검사 정원을 기존 2292명에서 206명 증원하는 ‘검사 정원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후 법관 부족으로 재판 지연 문제가 지속 제기되자 판사 정원법 입법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판사 정원법과 검사 정원법은 발의 1년 반만인 지난 7일 나란히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증원안 통과에 반대하면서 판사 정원법도 발목이 잡혔다.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 등에 따라 검찰 수사권이 줄어든 만큼 검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다음 국회에서 대대적 검찰개혁(검수완박 시즌2)을 예고한 가운데 검사 증원안을 통과시켰다가 지지층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검사 증원에 제동을 걸었고 2014년 이후 10년만에 이뤄질 전망이었던 판사 정원법 개정도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 27일 공개한 ‘재판의 지연 실태와 신속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재판 지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민사본안사건 평균처리기간이 △1심 합의사건은 2013년 245.3일→2022년 420.1일로 71.3% △1심 단독(소액 제외)사건은 2013년 158.5일에서 2022년 229.3일로 44.7% 각 증가했다. 형사공판사건 중 불구속사건 평균처리기간은 △1심 합의사건은 2013년 151.8일에서 2022년 223.7일로 47.4% △1심 단독사건의 평균처리기간은 2013년 102.3일에서 2022년 182.5일로 78.4% 각각 증가했다. 재판 지연의 주된 요인에는 ‘미미한 판사 증원’이 꼽혔다. 법관 정원은 2013년 2844명에서 2022년 3214명으로 10년간 370명으로 불과 13% 증가했다. 가동법관 수를 기준으로 2022년의 가동법관 수는 2013년보다 11.7%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래픽=이미나 기자)◇법원, 판사 임용 차질…“선진국 대비 법관 압도적 부족”선진국 대비로도 판사 공백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민·형사 본안사건수는 독일의 약 5.17배, 일본의 약 3,05배, 프랑스의 약 2.36배에 달한다. 접수사건수와 법관 수를 독일과 같은 수준으로 맞춘다면 우리나라는 법관 1만2390명을 증원(총 1만5356명)해야 한다. 일본·프랑스와 같은 수준으로 맞춘다면 각각 법관 6102명(총원 9068명), 4038명(총원 7004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 증가 △변호사 수 급증 △법관 노령화 △법조일원화 △법관인사 이원화와 고등부장 승진제도 폐지 △코로나19 사태 등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국회 법사위가 판사 정원법 통과를 위한 전체 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법원은 당장 내년 신규 판사 임용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내년 신규 임용 대상자 명단 발표는 올해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늦어도 6월말에는 선발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마련하고 서둘러 처리한다고 가정해도 시기를 맞추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현행 판사 정원법에 따라서는 최대 109명까지 선발할 수 있지만 정원이 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선발 인원은 100명 미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통상 매년 신임 판사를 130명 수준으로 선발한 것과 비교하면 30∼40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평년 대비 75%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퇴직하는 법관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도 법원으로서는 불안 요소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이영창(56·사법연수원 28기)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서울고법 고법판사)은 “판사 증원이 재판 지연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 법관 수는 각국의 사법제도가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단 370명을 증원하되 현 개정안과 같이 5년간 순차적으로 50명, 80명, 70명, 80명, 90명씩 정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5년간 매년 74명씩 또는 위의 역순으로 법관을 증원하는 것으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 與 “민주당 연금개혁은 본질 왜곡…구조개혁 전제돼야 가능”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종료를 불과 사흘 앞두고 여야가 합의조차 안된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통합 등 구조개혁 방안을 쏙 빼놓은 채 소득대체율 부분만 제시하는 개혁방안은 본질적인 문제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의 정쟁과 시간에 쫓겨 어설픈 연금 개혁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 개혁안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21대 국회 회기 만료를 앞두고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기간의 월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의 상향 수준인 모수 개혁안을 놓고 갈등을 겪다 겨우 봉합했지만, 이번에는 구조 개혁(국민연금+기초연금 통합)이 새로운 쟁점 거리로 떠올랐다. 앞서 여야는 그동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현행 9%인 보험료율(기존소득월액 중 보험료로 지불하는 비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뜻을 모았다. 다만 현행 42%인 소득대체율의 상향 수준, 통합 구조개혁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그동안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갑론을박 끝에 국민의힘은 44%, 더불어민주당은 45%를 각각 제시하며 양당의 주장은 1%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결국 민주당은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여당의 주장대로 소득대체율 44%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또다시 구조개혁이라는 벽 앞에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연금개혁을 정쟁 요소로 활용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 개혁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안까지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무시하고 눈 감고 있었던 것이 지난 정권이고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갈등을 겪는 소득대체율 1%포인트 격차는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내용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연계, 향후 인구구조 및 기대여명 변화와 연금 재정건전성 지표 변화 등에 따른 자동 안정화장치 도입,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 시행 시기 선택 등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며 “이런 방안을 쏙 빼놓고 소득대체율 부분만 제시하는 것은 문제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회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민주당의 소득대체율 44% 수용 의견에 대해 “(제가 주장했던 것은) 모수 개혁만 하면 소득대체율이 43%고, 구조개혁과 합의가 잘 되면 44%까지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그걸 마치 (민주당이) 모수개혁만 해도 44% 수용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자 명백한 사기”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구조 개혁은 머릿속에 없고, 본인들이 하려다 실패한 모수개혁 일정 부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단순히 소득대체율 43%, 45%, 44% 등을 두고 여러 공방이 있는데 이런 차이는 현재 대비해서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액수가 800조원에서 1500조원까지 날 수 있다”며 “현행 보다 재정적자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서 논의하면 개혁방안 실행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21대 국회에서 논의했던 방안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에 그대로 이관해 논의하면 된다”며 “22대 국회에도 활동할 이재명 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진정성 있게 논의하면 22대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