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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원 없이 휴머노이드 명맥만 유지…“장기투자·인력양성 필요”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이데일리 문승용기자] “6~7년 전 이미 휴보 개발을 중단했지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 이익이 없어도 2~3명으로 구성된 연구팀과 함께 이족보행 로봇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서울대 등 국내 대학에서도 논문 등 학술적 목적으로 연구를 하나 미미한 수준입니다.”최근 대전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에서 만난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말이다. 오 교수는 과거 국내 첫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한 연구자로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직접 창업했다. 현재 학교를 떠나 회사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오 교수 설명처럼 국내 휴머노이드 연구개발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산발적으로 개발하는 로봇들이 있고, 레인보우로보틱스처럼 자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개발하는 곳은 극히 소수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봇’(옵티머스)을 공개하면서 휴머노이드가 다시 조명을 받지만, 국내 업계가 웃을 수 없는 이유다.이처럼 국내 업계가 휴머노이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건 기술력과 경제성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전체를 개발하려면 수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관절 하나당 필요한 부품 가격이 300만 원 수준이다.하체에만 관절 12개가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3600만 원이 필요하다. 상체에다가 센서, 메인컴퓨터를 더하고, 설계·가공비 등을 포함하면 억 단위를 훌쩍 넘는다. 설령 연구과제를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논문이나 특허 등 정량적 결과도 만들어내기 어렵다. 정작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더라도 사람처럼 다양한 임무에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오준호 KAIST 명예교수.(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사족보행, 군사용 로봇서 활로 찾아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대신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로봇 개발로 옮겨가는 추세다. 사족보행, 물류, 군사 등 특정 목적에 맞는 로봇 개발을 하고 있다.과거 국내 휴머노이드 기술의 산실이었던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연구실도 현재는 사족보행 로봇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대다수 1세대 로봇기업들도 협동로봇, 물류로봇 등으로 고개를 돌린 지 오래다. 특히 용접, 연마 공정 등 산업용 협동로봇은 현장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국민대는 50kg급부터 500kg급까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국방용 사족보행 로봇 개발도 대학, 기업 등에서 하고 있다.2014년 휴머노이드 ‘똘망’을 공개했던 로보티즈(108490)도 최근엔 실내외 물류로봇 개발로 완전히 돌아섰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출신인 안선영 로보티즈 수석은 “휴머노이드에 서비스를 얹히기엔 기술적으론 아직 힘들고, 판매해도 기술자를 별도로 현장에 파견해야 하는 등 기술 외적으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정말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현실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그럼에도 물밑에선 여전히 휴머노이드 연구현실은 힘들지만, 국내 로봇 관련 대학, 연구소, 기업들은 휴머노이드에 대한 꿈은 놓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고 사업적인 이점도 현재로선 부족하지만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로봇기업들의 노력이다.국내에서 휴머노이드 관련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레인보우로보틱스도 현재 주력은 협동로봇이지만, 물밑에선 이족보행 로봇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유압식 이족보행 로봇 시제품도 공개했다. 유압식은 기존 전기식 이족보행 로봇대비 출력이 강력해 한층 역동적인 움직임을 낼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도 유압식이다.학계에서도 휴머노이드에 애정을 가진 연구자들이 타 분야 R&D 예산을 연계해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관 고유사업(기관이 자유롭게 연구주제를 선정해 쓸 수 있는 비용)으로 확보한 예산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도 개인기초연구과제 등을 통해 받은 예산으로 착용형 의료 재활 로봇, 심폐소생술을 돕는 휴머노이드 시제품을 개발해 각종 로봇세계대회에 참가하고 있다.원전 해체나 우주 공간처럼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로봇을 투입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박종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원자력안전사고나 제염해체(오염된 원전 시설을 해체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에 쓸 수 있는 ‘암스트롱’ 로봇 성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우주공간을 비롯해 원전 제염해체 등에서 쓸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방사능 방재훈련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궁극의 기술로 개발은 필요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도전이 다시 휴머노이드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사람을 대체하기 어렵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휴머노이드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와 예산 지원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박재흥 교수는 “‘휴보’ 이후 큰 규모의 정부 프로젝트가 없다”면서도 “다만 업계도 스스로 휴머노이드의 필요성을 입증해 나가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했다.휴머노이드 시대를 대비해 한국도 산업 활성화와 고급 인재 육성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준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로봇을 잘 만들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며 “다만,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고급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체계적인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개발 로봇 기술들이 사족보행, 산업로봇 등으로도 확산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 “허리띠 졸라매도 한계”…'실적 먹구름' 운용사 끙끙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회사가 설립된 이래 최악의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A 중소형 운용사 경영진)“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발생 때는 직후에 시장이 급격히 회복했지만, 지금은 고금리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입니다.”(B 대형 운용사 임원)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직면한 자산운용사들이 울상이다.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수혜로 활짝 웃었지만, 올해 반대의 상황에 놓인 처지다. 운용사별 사업 비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수수료 감소, 채권 손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더해 대형·중소형 운용사 간 양극화 현상, 인력 유출 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체 성적은 ‘유지’…“주식형·부동산 등 비중 따라 갈려”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운용사들의 순자산총액(평가액 포함)은 1444조6812억원이다. 전 분기보다(1423조3792억원)보다 증가했지만, 지난해 말(1466조1845억원)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운용사 한 임원은 “3분기 전체 성적은 (부진했던) 상반기와 비교해 급감하는 등 크게 변화하진 않겠지만, 각 운용사가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사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전체 펀드 순자산은 0.2% 늘었지만,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91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3조7000억원) 줄었다. 채권형 펀드 순자산은 1.6%(2조원) 감소한 121조3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은 2.4%(3조5000억원) 감소한 14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 증시 변동성 확대되고 금리 인상기 고정이율 상품의 매력도가 커지면서 증권형 펀드 순자산 감소와 금융투자상품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올해 약세장이 지속된 가운데 주식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라서 보수가 줄어들어 국내외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을수록 보수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에서 자금 유출이 없더라도 운용 규모에 맞춰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국내외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영향이 있고, 보수가 더 낮은 채권형이나 대체투자 쪽은 손익 감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유자산 투자 성과에 따라 여타 수익 타격이 상쇄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증시 하락에 따라 순자산에 연동된 보수가 줄었지만, 고유자산 투자 성과가 유지됐다고 짚었다.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투자할 경우에도 리스크가 따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PF를 많이 한 곳은 내부적으로 매우 큰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라며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없어지고 기존 건은 회수가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있어 좋을 땐 크게 성장하지만 문제가 터지면 타격도 크다”고 전했다. ◇ 운용자산 지켜도 이면엔 ‘양극화 현상·인력 부족’ 고름 아울러 전체 운용자산(AUM)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형·중소형 운용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극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대형사 자금 쏠림 현상’의 요인은 △계열사 자금 위탁 △운용업계 주요 신사업인 디지털화, 온라인 마케팅, 퇴직연금,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여력 △안정적인 곳으로의 자금 이동 등으로 꼽힌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주사들이 그룹에 흩어진 운용자금을 모으고 운용 계열사가 이를 위탁받으면서 인력·돈·정보가 집중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운용사의 신사업들이 대체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해 투자 여력에 따라 격차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 옵티머스 사태 이후 현재 하락장이 오면서 불안정한 소형사보다 신뢰가 더 높은 대형사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덧붙였다.중소형 운용사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새 먹거리는 아예 포기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중소형 운용사 한 관계자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는 대형사가 독점적이고, 디폴트 옵션의 경우 인력·라인업 구축을 위한 비용, 시간을 들이는 것 대비 성공 가능성은 낮아 관련 투자를 멈춘 상태”라며 “ETF도 ‘찔끔’ 전환한다고 해서 대형사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내년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하는 곳들도 눈에 띈다. 비우호적 환경에 공격적 투자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임원은 “올해도 판매관리비 등 비용절감은 지속했지만, 결국 인력 비용이 가장 큰데 소수정예 전문가 집단인 만큼 급격히 감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장 악화에 성과를 내지 못한 인력 유출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임원은 “운용자산 변동성은 예상보다 낮아 변수는 고유재산 운용 성과”라며 “여러 측면에서 운용사별 차이가 크지만, 리스크 관리는 지속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시장은 거시경제 악재들을 상당히 선반영해 내년에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예상하지 못한 돌발 악재만 안 터지길 바랄뿐”이라고 전했다.
- "트위터 인수 이유는…" 테슬라, 28일 이후 기대되는 까닭
-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서학개미 ‘원픽’ 테슬라 주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트윗 한 줄에 주가가 출렁이는 것도 못마땅한데 나아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하니, ‘하라는 전기차는 안 하고 다른 데에 눈을 돌리나’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탓이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면서 테슬라 같은 성장주들이 곤욕을 치르는 시기인데 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나선 것일까. 10년째 자동차·타이어 부문을 담당해 온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위터 인수가 머스크가 구상하는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과 함께 최근 테슬라 주가 하락 요인과 앞으로의 전망 및 위험 요소를 짚어 봤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최근 주가하락, 트위터와 연동…28일 오버행 해소될 것”김 연구원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사옥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테슬라 주가 하락은 트위터발 이슈 때문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1주당 1000달러를 돌파하며 ‘천슬라’로 불린 테슬라는 24일 종가 221.2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적용된 3대1 주식분할을 적용해도 고점 대비 46% 넘게 떨어졌다. 김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가 테슬라 인수 의사를 밝힌 지난 4월 이후 실적이 아닌 트위터 이슈와 함께 움직였다”며 “트위터 인수 발표 이후, 시장은 가진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 주식인 머스크가 지분을 팔아 트위터를 사겠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게 된다는 수급적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이 테슬라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그렇다면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인수해서 개미들 마음을 졸이게 하는 것일까. 김 연구원은 “머스크가 시작한 뉴럴링크나 스타링크, 에너지 및 자동차 사업들은 결국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하나의 사업으로 귀결된다”며 트위터 인수 목적은 명백하다고 했다. 언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공지능 언어 학습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테슬라는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운전 로봇으로서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회사”라며 “그 로봇은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를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한 뒤 로봇에 가르치기 위해선 실시간 언어 수집 플랫폼이 필요하고, 이는 트위터 인수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현지 법원 명령에 따라 머스크가 28일까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면 ‘경영자 한눈팔기’라는 테슬라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는 “점진적으로 테슬라 주가는 기술과 실적에 연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가 30일(현지시각) 테슬라 AI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AFP)김 연구원은 앞으로의 테슬라 실적을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품질비용 발생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우려가 가장 적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차(005380) 3분기 실적발표 뒤 목표가를 줄하향했다. 세타엔진에 대한 품질비용이 발생하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다. 그는 “리콜 발생 건수에서나, 품질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리할 수 있는 무선 업데이트 기능 유무로 봐도 테슬라가 같은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장 낮다”고 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리콜 발생 건수는 △포드 100건 △GM 78건 △폭스바겐 66건 △현대차 37건이다. 테슬라는 19건으로 가장 낮다. 리콜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테슬라는 무선 업데이트를 사용해 직접 방문 및 부품 교체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19일 중국 상하이 오토쇼에서 니오 eC6가 공개된 모습.(사진=AFP)◇중국 추격과 경기 부진은 우려 요소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테슬라를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은 굉장한 위협”이라면서도 “주행 데이터 양으로 치면 여전히 테슬라가 압도적 1위로, 2위인 중국 니오와도 격차가 크다”고 했다. 지속적인 소비를 이끄는 조건 3가지를 충족하는 것도 테슬라 뿐이라고 했다. 편리성과 재미, 그리고 경제성이다. 김 연구원은 “겨울에 충전구나 도어핸들이 얼어붙는다는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테슬라는 열선 기능을 추가하는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 편리성을 확보한다”고 평가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주행능력이 발달하는 만큼 테슬라 사용자들은 ‘내 차가 이렇게 운전을 잘 하게 됐다’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테슬라 운전자들이 매일 올리는 주행 영상이 그 증거”라며 “이는 벤츠나 현대차 이용자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테슬라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기준으로 3년만 타도 반값이 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테슬라 중고차 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감가상각이 느리게 진행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주요국 긴축정책이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값비싼 전기차 수요가 발목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김 연구원은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전기차 특성상, 경기가 둔화돼도 수요 하락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기업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투자 시장에서의 조언, 테슬라에도 해당할까. 김 연구원은 “테슬라 자체가 화려해 보여서 사랑하는 주주들도 있긴 할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를 했기 때문에 테슬라를 사랑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로봇 시장이 오고 있다는 현상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주주가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천슬라’ 시절을 기억하던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현재의 실적과 미래의 실적을 가늠할 기술”이라며 “현재 방향과 미래 기술을 자신한다면 테슬라 기업가치는 장기적으로 밝을 것”이라고 했다.
- 테슬라 3분기 저조한 車인도량에…"수요 줄까" 월가 노심초사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작년보다는 크게 늘어났는데도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쳤던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TSLA)의 3분기(7~9월) 전기차 인도량 실적을 두고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도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다.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정규장 개장 전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나 급락하며 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지난 주말 공개한 3분기 전기차 인도량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앞서 테슬라는 3분기에 총 34만3830대의 전기차를 고객들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4만1000대에 비해 42% 늘었지만, 팩트셋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취합한 시장 전망치인 36만4660대보다는 적었다. 지난해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봉쇄령 기간에 상하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기차 인도량이 크게 줄었던 테슬라는, 최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지 공장에서의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며 증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회사 내 인공지능(AI)부문 최고 임원인 안드레이 카르파티의 이직, 독일과 텍사스 신공장에서의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해 일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번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친 것은 테슬라가 생산된 전기차를 고객들에게 운송하는 물류 체계를 변경한데 따른 일시적인 지연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이날 “전기차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배송해야 하는 차량이 몇 주일 내에 집중되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차량을 운송하기 위해 바꾼 물류 체계에 일부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전기차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테슬라 차량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서 “분기 간 더 안정적인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분기 말에 인도량이 몰리면서 고객 경험에 일부 어려움을 초래했다”며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3분기 전기차 인도 실적을 두고 월가에서는 물류 차질이 일시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소비자 수요 둔화가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라이언 브린크먼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이날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로 유지하면서 “전기차 인도량 부진이 당초 회사가 예상한 수준이었는데다 인공지능(AI) 로봇 시제품인 옵티머스를 선보인 AI데이 행사도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여전히 전기차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긴 해도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경쟁은 더 격화되다 보면 기존 완성차업체들과의 차별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프리 오스본 코웬 애널리스트도 테슬라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평균(Market Perform)’으로 유지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비관론자들은 3분기 인도량 부진을 수요 문제로 여길 수 있다”며 “앞으로 월별 상황이나 4분기 인도량 등을 잘 살펴봐야 하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의 초기 징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크 델러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고수한 채 “인도량 부진으로 주가가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테슬라가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 수익률은 처참하지만…주식형 펀드, 쌀 때 담아볼까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코스피 역시 2300선을 밑돌며 올 들어 23.09% 하락했다. 하지만 증시가 침체하자 ‘위기를 기회’로 삼아 조금씩 적립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를 모두 중시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기웃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위기는 기회?…주식형펀드에 돈 넣는 투자자들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4조2488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중 97%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 펀드였고 3%는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국내 주식 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 펀드였다. 인덱스 펀드 중엔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주식코스피200’에 연초 이후 8922억원이 순유입됐고 화학이나 반도체, 바이오 등 특정 섹터를 담는 ‘인덱스주식섹터’에 366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외 코스피나 코스닥의 하락세를 추종하는 인버스 등 ‘인덱스주식기타’로 1조5729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액티브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액티브펀드 중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들을 주로 담는 ‘액티브주식배당’으로 1611억원이 순유입됐다. 실제 올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 2위는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 3위는 ‘베어링고배당펀드’다. 이들 펀드에는 각각 707억원, 408억원의 자금이 올해 들어서만 몰렸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가격 결정력이 높아 원가, 비용 상승기에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배당 증가율이 높은 배당 성장주의 주가수익률이 시장 대비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8%에 불과했으나 올해와 내년은 각각 2.6%와 2.7%를 전망한다”며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펀드매니저가 특정 섹터 내 종목들을 선정해 담는 ‘액티브주식섹터’에도 연초 이후 795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미래에셋코어테크증권펀드(866억원)’에 자금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액티브주식섹터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는데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 덕분에 액티브주식섹터 전체가 자금 유입 우위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코어테크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신성장산업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기술 국산화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IT기업에 소재 부품 장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도 포함된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수익률은 처참하지만…‘쌀 때 담아라’물론 주식시장이 침체한 만큼, 수익률은 좋지 않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87%에 달한다. 이 중 펀드매니저가 담는 액티브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39%로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25.43%)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액티브 펀드는 금리인상 이슈가 부각하며 올해 하락세가 가팔랐던 성장주를 빼고 배터리, 자동차 업종이나 음식료 등 방어주를 담으며 수익률의 약세를 줄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인덱스, 액티브 모두 포함)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1603개 중 3개(0.19%)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모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주식펀드였고 펀드매니저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액티브펀드에서 연초 이후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퀀트 모델을 활용해 코스닥 중소형주를 담는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펀드’(연초 이후 -1.34%)로 나타났다. 액티브펀드 중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미래에셋코어테크증권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1.56%로 나타났고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와 ‘베어링고배당펀드’의 수익률도 각각 -11.60%, 11.54%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많아졌듯, 지금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주식형펀드들이 기준가 1000원을 하회하는 수준이라 할인된 가격으로 수익 증권을 담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가입시기인 만큼, 가격 매력이 부각된 펀드를 지금 매수해 장기 투자를 한다면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준가 1000원으로 운용을 시작한 펀드 중 일부는 800원대로까지 떨어져 같은 돈이면 보다 많은 수익증권(좌수)을 살 수 있게 됐다. 좌수(수익증권 거래단위)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기준가가 올라갈 경우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실제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의 기준가는 현재 838.27원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펀드 시장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고 우려한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펀드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지 몇 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금융당국이 가치투자 대가로 불리던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만한 일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만큼 자정을 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이 어려울수록 전문성을 갖춘 펀드가 믿을만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