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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異야기] 박성혜 "연기돌 만들어 '꽃미남' 시리즈 활짝"
-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등으로 ‘꽃미남’ 시리즈 드라마로 성공신화를 쓴 박성혜 오보이프로젝트 대표.(사진=김정욱 기자 98luke@)[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지난해 12월의 어느날. 박성혜 오보이프로젝트 대표의 사무실 겸 아지트인 논현동 카페 ‘bar·2’에 요즘 잘나간다는 매니저 50여 명이 모였다. 박성혜 대표가 본부장으로 일했던 싸이더스HQ 출신 OB 멤버들의 모임이다. 매니지먼트 숲, 킹콩엔터테인먼트 등 굵직한 매니지먼트 업체 대표만 무려 30여 명. 마치 요즘 대한민국 배우 군단의 대표가 모두 모인 격이었다.“함께 웃고 울던 후배들이 다 자리를 잡은 게 뿌듯했어요. 마치 사관학교 선생님 같은 기분이랄까? 싸이더스HQ에서 일했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박 대표는 국내 여성 매니저의 수장 격이다. 부푼 퍼머 헤어스타일이 먼저 눈에 띈다. 오랜 경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장감과 책과 씨름하면서 익힌 이론도 풍부하다. “20대와 30대는 쉼 없이 달려온 거 같아요. 소위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미모도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이 좋나, 집안이 좋나, 열정 하나밖에 없었죠. 다행히 머리를 빨리 깨어났는지 대학 졸업할 당시 밑천이 없어도 어떻게 리더로 살아가야 고민도 많이 했어요.”박 대표는 1990년 재수 끝에 명지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에는 사진에 빠졌고, 대학 졸업 즈음에는 연극 극단에서 일했다. 모델라인, 모델센터에 들어간 모델의 사진을 찍으면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1994년 배우 염정아를 시작으로 여성 매니저로 활동했다. 배우 매니저임에도 운전도 할 줄 몰랐다. 스타서치, 싸이더스HQ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스타들을 조련했다. 김혜수, 전도연, 지진희, 황정민, 임수정, 공효진, 이종혁, 윤진서, 하정우, 정우성 등과 함께했다. 1999년 당시 김혜수와 전도연의 매니저로 이름을 날릴 당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지진희를 1년 여 동안 설득 끝에 배우로 데뷔시킨 일화는 유명하다.“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죠. 길게 봤을 때 배우가 신뢰하는 매니저는 위너가 되더라고요. 배우를 내 사람으로 만들 줄 아는 매니저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믿음을 주는 매니저더라고요. 신뢰가 매니저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박성혜 오보이프로젝트 대표.(사진=김정욱 기자)박 대표는 최근 매니지먼트와 함께 드라마 제작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에 이어 지난 2013년 3월 ‘이웃집 꽃미남’, 7월 ‘시라노연애조작단’을 내놨다. 하나같이 성공을 거둬 후배 매니저뿐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모범이 됐다. 박 대표는 “두 편 모두 ‘나인’이라는 걸작의 앞뒤에 방송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박 대표가 드라마 제작사를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훌쩍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석사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광고홍보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동국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등 현장감과 이론을 겸비한 ‘매니저 출신 교수’를 꿈꾸다 드라마에 눈을 돌리게 됐다. 박사 과정은 모두 마쳤지만 논문을 끝내지는 않았다.“귀국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강단에 서 볼까 꿈도 꿔봤어요.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밴드를 모은 인디밴드 레이블을 만들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우연찮게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을 보다 박유천의 매력을 다시 보게 됐고, ‘꽃미남’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죠. 노래가 아닌 연기를 하는 아이돌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100장이 넘는 기획서에 담았더니 열정을 인정받았는지 편성을 받았어요.”박 대표는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20대의 눈과 마음으로 살고 있다. 홀로 살고 있는 솔로의 삶 때문인지 여전히 순수한 첫사랑의 추억을 그리워하게 됐다. 스스로 “20대와 30대와 달리 40대 솔로가 되자 성격도 부드러워지고 눈물도 많아졌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예전 매니저 생활을 기억하는 이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박 대표는 대중과 호흡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의 힘’을 믿게 됐다. 매니저 후배나 전문인을 꿈꾸는 여성이 성공의 비결을 물을 때면 “사람이 재산이고 사람밖에 없다”고 조언해준다. 가진 것 없고 비빌 데 없는 이가 리더를 꿈꾼다면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지 말고 가끔 주위의 사람에 눈을 돌리고 또 가끔 지나온 과거의 사람에게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20대 때는 마치 독수리의 눈을 가진 사람 같았어요. 뭐든지 잘해낼 수 있다는 용기 때문에 저 하나만 믿고 살았죠. 30대 때는 저보다는 배우에게 집중했던 것 같아요. 배우의 성공이 곧 저의 성공 같았거든요. 40대를 앞둔 서른아홉 즈음 불현듯 회의가 들었어요. 나 자신은 어디에 있나, 어디쯤 왔나 이런 생각이요. 훌쩍 뉴욕으로 건너가 앞으로는 제 자신을 위해 살자 다짐했죠. 그 때부터 제 주위의 사람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소외된 이웃,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때부터죠.”2010년 내놓은 책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제목 역시 그녀의 변화된 마음을 대변한다. 책을 쓰면서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봤고, 잊고 지냈던 추억과 사람에 대한 기억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20,30대를 돌이켜보면 치열하게 살았던 나날이 지금 40대의 여유를 찾게 된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후회되는 것은 주위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이었다. “성공의 기준이라는 게 모호해요.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나,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하나 정해진 게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명예와 부에 대한 강한 집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20대, 30대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여자로서 사회인으로 직업인으로 모든 걸 해본 거 같아요. 지금 별 게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딸린 자식이 없으니 저 하나 먹고 살 정도 돈이면 충분하고요. 누구든 자신의 위치에서 인정을 받는 게 명예와 부보다 먼저인 게 아닐까요?”앞으로 건강한 삶은 대략 15년쯤 남았다는 게 그녀의 계산이다. 15년 동안 사람과의 호흡으로 함께하는 일이 무얼까 고민 중이다. ‘꽃미남’의 후속작품뿐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신인작가와 손을 잡고 지상파 드라마 편성을 따내는 게 목표다.꿈을 위한 박 대표의 다짐은 하나다. “더 재미있게 놀자.”◇박성혜 대표는...1970년생. 명지대학교 영문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광고홍보학과 석사 학위 취득 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 염정아의 매니저를 시작으로 김혜수, 전도연 등과 오랜 인연을 쌓았고, 지진희 등을 발굴했다.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 콘텐츠본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꽃미남’ 시리즈로 화제에 오른 드라마를 만든 오보이프로젝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08~2009 부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이사 등으로 이름을 올렸다. 파는 것보다 마시는 게 많아서 여러 차례 손해를 봤음에도 또 다시 서울 논현동에 bar·2를 만들어 밤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박 대표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 2010년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에 담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