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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가 모텔에"…文때 뿌린 '숙박쿠폰' 8900장 청소년이 썼다
-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 숙박업계 지원을 위해 시행했던 숙박 할인쿠폰 중 미성년자에게 쓰인 것만 약 1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무인텔’도 포함돼 정부 부처의 재정 지출 및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18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북구을)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에 사용된 숙박쿠폰 200여만 건 중 8893건이 10대 청소년에 의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8893건 중 숙박유형별 사용 건수는 모텔이 3563건, 호텔 3560건, 펜션 1409건, 리조트 225건, 게스트하우스 32건, 기타 104건이었다. 이 중에는 숙박업소의 미성년자 신원확인이 어려운 ‘무인텔’도 상당수 존재했다.예약 플랫폼별 사용 건수는 여기어때 3374건, 야놀자 3004건, 티몬 512건 등 모두 비대면 예약이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이성 동행 숙박업소 이용률은 2018년 1.2%에서 2020년 1.6%로 증가했다. 청소년 보호법 제30조 제8호에 따르면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하지만 숙박할인권 사업의 관리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시행기관인 관광공사는 숙박쿠폰 발급 시 수집한 출생년도를 사용연령대 파악을 위한 자료로만 활용했다. 미성년자가 사용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거나 불법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숙박업소를 출입할 때 신원확인 등 미성년자 출입 및 혼숙을 방지할 의무는 온전히 숙박업소의 책임이라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이다.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미성년자 혼숙 등 범법행위가 가능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도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과 정확한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문체부의 명백한 직무 유기”라며 “정부 부처가 범법 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증가 추세에 있는 미성년자 혼숙 및 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하는 것은 물론, 미성년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롭게 예약할 수 있는 숙박 플랫폼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野, `軍 팬티 예산 삭감·김건희 특검·초부자감세`…尹 겨냥 맹폭(종합)
-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해외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견제 수위를 끌어 올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앞서 철회한 영빈관 신축 계획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에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윤석열 정부의 ‘세금 절하’ 정책을 ‘초부자감세’로 규정, 철도 관제권 이전과 관련한 민영화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정부와 국민의힘의 설명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이야말로 거짓을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것 아닌가”라며 “의혹을 그대로 둔 채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박 원내대표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작전세력 PC에서 ‘김건희 엑셀’ 파일이 작성됐고, 작전세력이 김 여사의 계좌와 주식을 관리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김 여사가 15억원의 거액을 작전세력에 빌려준 사실도 밝혀졌다”고 설명했다.이어 “대선 당시 당내 후보 토론에서 (윤 대통령의) ‘넉 달만 맡기고 절연했다’고 발언 또한 거짓임이 분명해졌다”며 “대통령실은 거짓이 계속 드러나는데도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진실을 뭉개려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별법을 즉각 수용하는 것이 국정 정상화를 위한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무임을 명심하고 특검법 상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당부했다.정청래 최고위원은 “‘비록 나의 아내일지라도 중대한 혐의점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라’는 이 말을 왜 윤 대통령은 못하느냐”며 “김 여사에 대한 여러 의혹을 덮으면 덮을수록 윤석열 정권 5년 내내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서영교 최고위원은 영빈관 이전 추진 의사를 밝힌 녹취록을 언급하며 “이런 통화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영빈관 (신축을) 누가 시작했는지 모를 뻔했다”며 “이 내용으로 영빈관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고 영빈관 예산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이재명(오른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최고위원(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스1)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예금 삭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서 최고위원이 국방부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 군 장병 전투화 관련 예산을 310억원, 축구화 예산 21억원, 동내의 내복 예산 95억원, 팬티 예산 5억원을 삭감했다고 밝히자 이재명 대표도 힘을 실었다.이 대표는 “선배가 제대하면 (물품을) 물려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투화 같은 것은 필요해서 (예산 신청을) 했을 텐데 이를 삭감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심하고 황당하고 기가 차다. 청춘을 희생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옷도 신발도 못 신게 삭감했다”고 비판했다.이 대표는 “이런 예산을 삭감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갑자기 필요한 예산이 있어서 곳곳의 예산을 찾아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영빈관에 (이 예산을) 넣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그는 “(전투화) 310억원, (축구화) 21억원, 팬티 5억원, 이런 것 삭감할 필요 없이 간단한 방법이 있다”며 “현재 낸 예산안 내역 중 초부자 감세를 13조원 하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이어 “어려운 중소기업·벤처기업·성장기업에 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3000억원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집 3채 이상 종부세와 100억원까지 주식 양도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피력했다.민주당은 철도 관제권 이전에 대해서도 ‘민영화 시즌2’라고 규정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는 철도 관제권 이전으로 민영화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며 “철도 관제권 이전은 철도 운영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헬게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철도 민영화의 길로 가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며 “세금도 요금도 국민 주머니 속에서 나온다. 철도 민영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한전의 독점시장 완화 및 신생 기업 출현 기대라는 인수위 발표는 전기 민영화 시도였고 복수사업자에 대비한 관제독립성 확보방안 제시라는 국토교통부의 용역보고서 내용은 철도 민영화 시도”라며 “윤석열 정부는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올리더니 이제 교통요금도 올릴 것이냐. 민영화 시도는 사실상 민생포기화, ‘민포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박찬대 최고위원도 “시장주도 경제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식적으로 민간회사가 돈이 안 되는 일에 뛰어드려고 하겠냐”며 “돈 되는 일은 민간이 하고 돈이 안 되는 일은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국가산업 민영화를 멈춰라. 그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고 질책했다.
- 경찰청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 "민생범죄 엄정대응 적극 협력"
-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경찰청에 방문해 윤희근 경찰청장을 만나고, 검경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이원석 검찰총장(사진왼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19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회동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경찰청)이 총장은 19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취재진을 만나 “경찰과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기관으로 앞으로도 가장 긴밀하게 서로 협업해야 한다”며 “여러 문제에 대해 협력하는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취임 후 첫번째로 오게됐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어 “오늘 윤 청장님과 여러 얘기를 나누겠지만 우선 스토킹 범죄, 성폭력, 성착취물 사건,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아동학대 등 이런 민생침해 범죄 대해 엄정 대응하는데 경찰과 적극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특히 지난 14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사건’ 관련해서는 “1년전만해도 스토킹범죄는 형사처벌 대상 아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스토킹범죄 대응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 행안부, 국회에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법령도 개정할것으로 아는데, 현재 법령 안에서 피해자 안전을 주안점으로 두고 양 기관 적극 협력할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법안과, 검수원복(검찰수사권원상복귀)시행령을 둘러싼 검·경 이견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보시기엔 검찰과 경찰이 불필요한 갈등관계에 있다고 보시겠지만 이 시간에도 검경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생각을 갖고 여러 범죄에 협력 대응하고 있다”며 “검찰은 일선 경찰 및 지휘부와 긴밀 협력해 (국민)여러분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인천시, 24일부터 독서대전…작가와의 만남 등 개최
-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는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서점, 문화공간에서 ‘2022 인천 독서대전’을 연다고 19일 밝혔다.인천 공공도서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인천에서 2015년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독서 축제이다. 행사 주제는 ‘인천 100년의 향기를 품다’이며 △작가와의 만남 △인천 문화계 인사와 나누는 인천 이야기 △인천 도서관 역사 강연·탐방 △작은도서관·동아리 워크숍 △스탬프 투어 △인천 해양설화그림책 전시 등으로 이뤄진다.첫날인 24일 오전 11시 연수구 송도 해돋이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개막행사에서는 체험프로그램, 북마켓 부스, 개인참여 텐트책방, 인천 공공도서관 100년 전시 등이 진행된다.25일 오후 4시에는 수필집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저자 정혜윤씨와 소설책 ‘우리를 만나다’의 저자 이경주씨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만남’이 동구 금곡동 배다리 아트스테이1930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26일 오후 2시 미추홀구 주안동 틈 문화창작지대에서는 ‘인천 도서관, 그 소소한 역사’를 주제로 한 오마이뉴스 백창민 기자의 강연이 있다.27일 오후 2시 중구 중앙동 인더로컬 코워킹스페이스에서는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 김아영 인더로컬 대표, 심혜진 작가, 이종범 스펙타클워크 편집장의 대화를 통해 인천의 멋과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인천을 읽어드립니다’ 행사가 열린다.행사 참여는 온라인 사전예약, 현장접수 등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인천 공공도서관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도서관과 시민의 거리를 좁힐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한 끼 55만원'에도 '노쇼' 없는 루이비통 레스토랑[찐부자 리포트]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고물가 시기에도 해외 명품 브랜드의 식음료(F&B) 사업은 호황이다. 팝업 레스토랑은 사전예약이 순식간에 조기마감될 뿐만 아니라 상시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예약 없이는 방문이 어려울 정도다. 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에 따라 가격과 관계없이 브랜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때문으로 보인다.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메종에서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 알랭 파사르와 함께하는 루이비통 레스토랑(팝업스토어)이 문을 열었다. 지난 8일 사전 예약 시작과 동시에 평일·주말 저녁 자리는 5분도 채 안돼 조기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이날 저녁 총 15개 테이블의 ‘노쇼(예약부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디너 코스 9개 요리. (사진=백주아 기자)알랭 파사르는 채식 요리 장인답게 프랑스 전통 조리법을 적용한 다양한 야채 요리로 9개 메뉴를 선보였다. 전채 요리에는 토마토 베이스 콘소메(맑은 수프)에 속이 훤히 보이는 라비올리(서양식 만두), 단풍나무 시럽을 넣은 셰프의 시그니처 계란 요리가 준비됐다.메인 요리부터는 제철 식재료를 살린 메뉴들로 채워졌다. 애호박 속에 채소를 채워 넣은 프로방스 니스식 요리, 창립자 루이 비통의 고향 프랑스 동부 ‘쥐라’ 지역의 옐로우 와인을 활용한 제철 민어와 조개, 양파 그라탕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메뉴가 순서대로 나왔다. 채식 위주지만 저녁은 포만감을 위해 한우 립아이를 프랑스 전통 방식으로 구운 스테이크와 제철 버섯 파이를 제공한다. 양파와 머스타드, 적포도주로 맛을 낸 스테이크 소스는 창립자 루이비통과 알랭 파사르가 태어난 ‘8월 4일’을 기념해 특별히 만들었다고 한다. 후식은 18개월 숙성한 치즈와 어린잎 샐러드, 셰프의 시그니처 얇게 썬 사과를 말아 만든 장미 꽃다발 타르트를 비롯해 현장에서 바로 구워낸 크레이프로 구성됐다.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페어링 와인 3종. 왼쪽부터 빌레카르트 살몬 샴페인, 클라우드 베이 쇼비뇽 블랑, 케이프 멘텔 쉬라즈 와인. (사진=백주아 기자)알랭 파사르 루이비통의 3가지 섹션 가격은 점심은 15만원, 저녁은 30만원, 티타임은 11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식사 때 기호에 따라 3가지 와인을 곁들일 경우 점심은 18만원, 저녁은 25만원이 추가된다. 2인이 저녁 식사에 와인을 추가하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는 셈이다. 높은 가격에도 당근마켓·중고나라 등에는 ‘웃돈 얹어 줄 테니 예약권을 팔라’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루이비통 레스토랑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기 팝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한정판 제품에 수요가 몰리는 것처럼 ‘단 한번의 미식’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날 아들과 지인과 함께 방문한 김모씨는 식사 후 “야채로 그림을 그린 것 같았다. 접시에 담긴 요리마다 들어간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며 “한국에서 알랭 파사르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에 사전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고민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구찌 식기 위에 놓인 구찌 오스테리아 코스 요리. (사진=백주아 기자)◇평일도 ‘만석’..구찌 오스테리아 인기 지속앞서 지난 16일 점심 방문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지난 3월 오픈 때보다는 예약이 조금 수월해졌다지만 피크타임에는 여전히 예약이 어려운 상황이다.구찌와 세계적 셰프 마시모 보투라가 협업해 탄생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는 2018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 구찌 가든 1호점을 시작으로, 2020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스 2호점,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긴자에 3호점을 낸 후 4번째로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단기 팝업이 아닌 상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구찌 오스테리아는 이탈리아와 한국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메뉴를 선보인다.한국의 수수부꾸미에서 영감을 받은 파리나타(병아리콩 활용 이탈리아 파이)를 비롯해 시그니처 메뉴 에밀리아 버거에는 한우 패티를 넣는 등 현지 입맛과 제철 재료에 맞게 메뉴를 구성했다. 코스 요리 가격은 1인 17만원이다. 식사 외 약 200개 품종 와인 리스트와 칵테일 등 다양한 음료도 마련돼있다.구찌 오스테리아 전경. (사진=구찌)◇‘미식=강렬한 기억’…긍정적 브랜드 이미지 각인 효과명품 브랜드가 F&B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브랜드 경험을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하는 측면이 크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나 정체성을 미식이란 새로운 영역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루이비통이 레스토랑에 자사 가구 라인 ‘오브제 노마드’를 전시하고 구찌가 모든 음식을 구찌 테이블웨어 위에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명품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측면보다는 음식을 제공받았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에 더 집중해 운영한다”며 “미식에 대한 강렬하고 인상적인 기억은 결국 브랜드에 대한 애정으로 연결되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소비자들도 ‘명품 브랜드가 제공하는 부가 사업이니 당연히 질이 높을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대감을 충족하고 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돼 충성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에르메스는 지난 2014년 서울 강남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열었다. 마당에서는 음료 포함 애프터눈티를 6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접시, 커피잔 등 테이블웨어는 에르메스 식기를 사용한다. 개점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주말에는 30분 이상 대기는 기본이다. 디올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청담동 ‘하우스 오브 디올’ 5층에 ‘카페 디올’을 운영 중이다. 사전 예약제 형태로 운영 중인 카페 디올은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피에르 에르메 파리만의 마카롱,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뿐 아니라 스페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명품 브랜드 경험”전문가는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 F&B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꼽았다.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와 같은 연례행사는 VIP 초청 개념으로 운영되는 만큼 돈이 있어도 갈 수가 없지만 레스토랑의 경우 지불 의사만 있다면 누구든지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급 호텔의 식당과 달리 명품 브랜드의 레스토랑은 브랜드가 구축한 디자인, 세계관 등 여러 가지를 조화롭게 구축해 놓은 만큼 명품 브랜드의 총체적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패션쇼에 가서 명품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의 연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은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음식을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상위 클래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최정우 회장도 삽 들었다…포스코, 포항제철소 복구 총력
-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를 3개월 내 정상 가동하기 위해 주말에도 복구활동에 총력을 다했다. 최정우 회장이 직접 제철소를 찾아 진흙 등 제거 작업에 임직원과 함께 참여했다.18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주말 포스코와 협력사의 1만5000명 임직원은 포항제철소 복구작업을 지속했다. 포스코는 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이후 7일부터 본격 복구작업을 시작해 18일 현재 포스코와 그룹사, 협력사 등 총 누적인원 8만여명이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주말에도 지속된 복구활동으로 현재 포항제철소 압연공장의 배수작업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압연지역 전력공급은 67%가 진행됐다. 현재는 압연지역 지하시설물 진흙과 뻘 제거 작업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집중하고 있다. 15일 3전기 강판공장 가동에 이어, 17일에는 2전기 강판공장 일부도 가동되기 시작했다.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17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복구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냉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가 컸던 압연지역 중 후판공장의 지하 설비 복구현장을 찾아 진흙과 뻘을 제거하며 복구활동에 힘을 보탰다.최정우 회장은 복구활동 중에 직원들과 현장에서 도시락을 나누기도 했다. 포항제철소 후판부 오상운 과장은 “복구작업을 위해 동료들과 침수 후 처음 현장을 찾았을 때 지하 설비들이 뻘로 가득 차 엉망이 된 모습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동료 선후배들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며 “입사 이래 내 몸과 같이 조이고 닦고 한 이 설비들을 하루빨리 복구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최정우 회장도 “직원들의 그런 모습과 현 상황을 바라보니 억장이 무너지고 복구 작업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며 “천재지변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 경제 영향 최소화 위해 사명감으로 복구활동을 지속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기일 때 우리 포스코인들이 다시 한번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포스코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복구활동 중에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고 꼭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작업에 임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포스코는 당분간 그룹 내 전 계열사가 동참해 포항제철소 복구에 매진하기로 했다. 19일부터 9월 말까지 총 3000여명의 그룹 임직원들이 제철소 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포스코는 힌남노가 초강력 태풍이라는 예보에 통상적인 태풍 대비책과는 다른 훨씬 더 강력한 방재대책을 수립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제철소 전체 정전과 침수에 의한 2차 사고로 화재, 폭발, 인명피해 등 치명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처음으로 태풍이 오기 전부터 전 공정 가동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사전에 전 공정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고로의 경우 송풍 설비가 정지하면서 쇳물이 외부로 역류해 화재와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제강공장 역시 쇳물을 담는 용기인 래들이 흔들려 공장 바닥으로 유출돼 대형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었다. 압연공장에서도 가열로 내부에서 슬라브(철강 반제품)가 휘고, 가열로 내화물이 손상돼 장기간 조업재개가 어려워 질 수 있었다. 또 지하에 침수된 압연공장의 모터들도 가동 중이었다면, 재생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져 압연공장의 복구는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이번 침수 피해는 냉천의 범람이 발생하기 전에는 미미했으나, 새벽에 갑작스럽게 냉천의 급격한 범람이 발생해 대량의 토사와 하천수가 일시에 제철소 내부로 밀려들어 사람 키 높이로 공장이 물에 잠겼고, 급기야 제철소 전체의 정전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을 유발했다. 포스코는 전공정 가동중단이라는 강력한 사전대비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임직원들의 복구 총력으로 3개월 내 단계적으로 압연공장 대부분 정상 가동할 계획이다.
- [정신건강 줌인] 판데믹과 정신 건강에 대하여
- [고강 정신건강연구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OVID-19 판데믹의 시대가 저물고 엔데믹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의 COVID-19 판데믹은 우리 사회에 무엇이었을까. 높은 치명률과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 전례없는 수준의 경기 부양책, 백신 개발과 보급,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들과 의료진의 장기간에 걸친 유행 통제를 위한 헌신과 노력 등이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신종 변이의 출현으로 인한 확진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COVID-19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 특히 심리사회적, 그리고 정신 건강 측면에서의 영향력은 다행히 점차 감소해 보인다.고강 정신건강연구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필자는 여기서 조금 더 초점을 좁혀서 COVID-19 판데믹과 우리 나라의 정신 건강에 대하여 돌이켜 보고자 한다. 먼저, 특기할 만한 점은 우리 나라의 정신 건강 관련 정책이나 인프라는 최근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먼저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정신 질환 환자들의 인권 및 처우 개선,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 정신건강 관련 진료에 대한 편견 해소를 통한 접근성 확보 등의 노력이 진행되었고 정부 차원에서는 보건복지부 내 관련 조직 신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수립, 그리고 새로운 국정과제의 일부로서의 정신건강검진체계 도입, 중증 정신질환자 전주기 지원 등 다양한 이슈와 관련하여 꾸준한 노력과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이에 더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로 정신 건강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었고 수요 또한 증가하였다. 기업에서는 직장 정신건강 관련 상담이나 진료 시설을 운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장 정신건강과 관련된 선별 검사를 시행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재난이나 판데믹 상황에 대응하여 확진 환자나 가족, 그리고 보건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현장 심리 지원이 가능해졌을 정도이니 이는 불과 10여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판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은 증진되었을까?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았을까? 판데믹 기간 동안 우울증의 유병률이 증가하였는지, 그렇지 않다면 임상적으로 유의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울, 불안, 자살 사고 등과 같은 증상들이 증가하였는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는 한동안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거리였다. 이는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근무하는 업종이 판데믹으로 인해서 얼마나타격을 받았느냐, 나아가 방역 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면서도 불과 몇 달을 주기로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 왔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점과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그렇다면 진료실 안에서의 가상 케이스를 가지고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세 명의 내담자가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내원하였고 이들 모두 정신과 진료나 심리 상담을 받은 과거력은 없었다. 먼저 A는 2020년 말 내원한 감염병 전담병원의 의료진이었는데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1년 가까이 COVID-19 확진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집에 돌도 되지 않은 아기가 있다 보니 혹여나 나 자신이 아이나 아이 돌봄을 도와주시는 부모님께 COVID-19 를 전염시키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하였으며 방호복을 갈아입다가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집에 들어가도 되는지에 대한 걱정이 자주 있었다고 했다. 또 심지어 다음 주에는 자택에서 수백 km 떨어져 있는 집단감염 요양병원 또는 다른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B 는 2021년 여름 외래에 내원한 30대 자영업 종사자였는데 거주 중인 집과 운영 중인 가게의 임대차 계약 만기를 앞두고 판데믹 기간 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나 상가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판데믹으로 인해 가게 매출도 크게 감소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마침 심리 상담도 받아 보았고 집 근처의 정신의료기관에 내원해 약물 처방도 받아 보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약간의 도움은 되었을 뿐 당장 눈앞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어쩔 도리가 없다고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C 는 2022년 3월 내원한 20대 초반 학생으로, 2년째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친구들도 사귀지 못했고 관련된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는데 내일부터는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한다며 대학 생활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취직이 된 게 어디냐고 하지만 솔직히 일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우울하다고 호소하였다. 의사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이들의 진단은 미국 정신의학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DSM) 기준에 따르면 적응 장애 (Adjustment disorder) 에 해당한다. Adjustment, 내지는 적응이라는 단어는 이들의 문제가 마치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회복탄력성, 또는 정신건강 서비스나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개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COVID-19 판데믹의 시대에 정신 건강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과 개입이 이전에 비하여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해 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이 그것만으로 충분하였다고 생각한다면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COVID-19 판데믹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에 어떠한 측면에서, 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다시한번 조금씩 더 고민해 보고 그들이 맞닥뜨렸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더 나은 대안을 설계하고 제시하는 일이 바로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 [책]입시 전쟁의 최전선…입학처를 아십니까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성관은 짐짓 총 맞은 것처럼 아파했다. 순간 직장 생활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상사가 총 쏘는 시늉을 하면 죽는 연기를 하고, 아메바가 아니라 파충류라고 해주면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입 냄새를 향긋한 꽃향기처럼 맡고, 듣기 싫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하는 척하는 것이다.”여기 꼰대 같은 이야기는, 여전히 현존하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의 현실이다. 책은 가상의 장소 ‘Q대학교 입학처’에서 우후죽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삶의 애환을 그려나간다. 잔혹한 한국의 대학 입시를 소재로, 단짠단짠 일상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들려준다. 많은 직장 가운데 왜 하필 ‘입학처’일까. ‘입학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합격’ 아니면 ‘불합격’이라는 결과값이 정해져 있는 입시 전쟁의 최전선이자, 경쟁 끝에 당도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여기가 골인 지점이 아니라는 것. 취업 문턱을 넘어야 하고, 취업을 하면 승진 경쟁을 한다. 삶이라는 큰 전쟁터에서 우리는 늘 치열하게 경쟁하며 산다.아침부터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메시지를 받은 신입사원 최성관, 직원들의 전화응대를 수시로 감시하는 한덕수 입학처장, 예스맨 오현종 팀장, 입시 정보엔 빠삭하지만 정작 자기 자식에게 무쓸모인 장대현 차장과 경지혜 주임, 사내 연애 위기에 놓인 이원석 대리와 안수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입학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경쟁은 공정한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부터 공정하지 않은데, 어떤게 공정한 걸까?’, ‘공정한 경쟁이 있을 수 있을까?’라며 질문을 던진다. 책은 여전히 분투중인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다. 입시는 결괏값이 있지만 미래는 예측 불허니까. 그러니 당장 눈앞에 있는 상황에 주저앉거나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깨를 툭 치며 한 마디 건넨다. “우리 너무 먼 미래는 걱정하지 말아요.…지금처럼 스스로 의심하는 자세가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증거인 거 같아요,”(195쪽)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제도적 갈등을 통해, 한 사회의 축도(縮圖)를 제시해 주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 성인도 ADHD,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하다면 의심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30대 남성 A씨는 잦은 이직을 하면서 우울한 느낌이 들어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했다. A씨는 집중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업무상 실수를 자주 했고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충동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해서 갈등을 빚곤 했다. 아동기에 대해 묻자, 초등학생 때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지 못했고 숙제를 미뤄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A씨는 성인 ADHD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주의집중력이 개선됐고,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하면서 우울감도 함께 호전됐다.과거에는 ADHD를 소아기 질환이라고 여겼지만, ADHD 아동 3분의 2 가량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4.4%로 추정되는데, 국내 환자 치료율이 1%에 못 미칠 정도로 저조하였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6년부터 진단, 치료가 크게 늘었다. ADHD 증상은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지만 증상 발현 양상에 개인차가 크며, 성장에 따라 과잉 행동은 줄어들고 부주의와 충동성 증상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예를 들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를 유지하기 힘들고, 책을 읽고 공부할 때 딴 생각에 쉽게 빠져들고,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해진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잃어버리고, 약속, 마감 날짜, 앞으로 할 일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과 생각을 말해서, 눈치 없고 경솔해 보이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생활에서 종종 불화를 겪고 자녀를 양육할 때 인내심을 갖기 어려워한다. 스스로 의심이 된다면 가장 간단한 선별도구로 성인용 ADHD 자기-보고 척도(ASRS)를 해볼 수 있다. 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는 “검게 칠해진 문항 수가 4개 이상이면 성인 ADHD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ADHD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면담, 검사, 행동평가척도가 있는데, 면담이 가장 중요하다. 주의산만 증상과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12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었을 경우에 ADHD 진단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불안장애, 알코올과 같은 물질 사용 장애, 기분 장애 등을 함께 앓는다. ADHD 증상으로 인해 자주 실패하고 대인관계에서 거절을 경험하여 우울해지고 불안해질 수 있다. 불안과 기분 저하를 완화하고자 충동적으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남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존 질환에 대해서만 치료하고 ADHD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ADHD 치료를 하면서 공존 질환이 함께 호전되지만, 공존 질환 치료도 병행해야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ADHD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더 중요하고, 유전성이 높은 질환이다. 성인 ADHD 일차 치료로 약물요법이 권장되며, 메틸페니데이트 서방형 경구제(콘서타)와 아토목세틴 경구제(스트라테라)가 국내 허가되어 있다. 가설적으로 ADHD 환자의 전전두엽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회로에 불균형이 있고, 이러한 약물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증가시켜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증상을 개선시켜 준다고 설명할 수 있다. ADHD 약제를 복용하면 주의력과 기억력이 개선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어 있다. 그래서 시험 공부를 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ADHD 치료약을 복용해보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 인지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비환자군에 사용하지는 않으며, 불면, 빈맥,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다. 약물과 함께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DHD 환자들의 약점인 시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인지행동 치료 회기를 갖는데, 목표를 세우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공하면 스스로 보상하는 훈련을 한다. 또, 충동조절을 위한 전략을 소개하고 연습하도록 하여, 환자가 멈추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ADHD 특유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인식하게끔 하고 의사소통기술을 교육할 수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발산적인 사고에 능하고 창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역사적 인물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이 ADHD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스로 성인 ADHD 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사례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치료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서 창의성이 저해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이 점은 안심하고 약을 복용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