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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수증 환경호르몬, 왜 위험한가?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주차권을 입에 물고 능숙한 운전 실력으로 후면 주차를 멋지게 성공시키는 남자의 모습. 여자들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섹시하게 느껴질 때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입에 문 주차권부터 당장 뺐어야 한다. 주차권에 남성다움을 저해하는 내분비교란 물질(환경호르몬)이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9일 서울지역에서 발행하는 영수증, 순번대기표, 은행자동입출금기거래명세표 27종을 무작위로 수거해 내분비교란물질 함유 여부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결과 24종(89%)에서 내분비교란물질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검출된 영수증에서는 적게는 0.8%, 많게는 1.7%까지 비스페놀A를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으로 만졌을 때 비스페놀A가 미량이지만 묻어나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수증은 열을 가하면 글자가 나오는 감열지다. 감열지는 잉크나 카트리지가 필요하지않고 종이만 갈아주면 돼 관리가 편하다. 때문에 주유소, 마트, 주차장에서 영수증 용으로 많이 쓰인다. 문제는 이들 감열지에 열이 가해지면 숨어있던 색깔을 나오게하는 촉매제로 비스페놀A가 사용된다는 점. 비스페놀A는 인체 내에서 여성호르몬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성장기 어린이가 장기간 섭취했을 때 생식세포 성장에 문제가 올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젖병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됐을 때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작년 10월부터 비스페놀A가 이미 독성화학물질로 규정됐다. 미국(코네티컷주)에서는 비스페놀A 함유 감열지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규제가 다소 미약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거 비스페놀A를 관찰물질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화장품 배합 금지 성분이지만 기구 및 용기 포장 등에서는 일정 기준치 이하로만 검출되면 문제될 게 없다. 문제가 됐던 유아용 젖병에 대해서만 전면 금지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영수증 정말 위험한가. 일상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양은 일일섭취허용량과 비교해 볼 때 무해한 수준이다. 접촉면적4.0㎠인 감별지를 물로 적셔 문질렀을 때 나오는 양은 0.92μg이다. 하루 일일섭취허용량 3000μg과 비교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제기되는 비스페놀A의 잠재적 영향가능성을 고려할 때는 낮은 수준의 노출도 주의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는 태아, 영유아, 어린이의 뇌행동전립선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 이하라도 `약간 우련됨`이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비스페놀A는 피부로도 흡수가 돼 반복 접촉을 통한 체내 축적 가능성도 있다. 특히 마트 종업원처럼 영수증을 많이 만지는 직업군일수록 비스페놀A가 일반인보다 많이 축적될 수 있다. 미국 환경단체(EWG)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자료 분석결과 영수증 접촉이 많은 소매업계 종사자의 체내 비스페놀A가 미국 성인 평균치에 비해 28%, 타 직업군에 비해 34%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업계에서는 비스페놀A가 없는 영수증 사용을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현재 당장의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전용장갑을 끼고 일하는 매장도 있지만 업무 특성 상 장갑을 끼면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래서 맨손으로 일하곤 한다. 우리 주변은 온통 감열지 투성이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는 은행 대기표, 영수증 등 비교적 저가의 감열지에 국한돼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감열지를 쓰는 곳이 많다. 공원입장권, 마권, 극장표, 주차권, 도로공사 통행권, 로또 등에 이르기까지 감열지가 폭넓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감열지가 비스페놀A를 함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파악이 안되고 있다. 감열지에 의한 직접 피해 뿐만 아니라 2차 환경 오염 문제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2009년 한해 현금 카드 영수증 발급 건수만 113억건. 2010년에 수입된 감열지 양은 약 7400톤이다. 국내 생산분까지 합하면 엄청난 양의 감열지가 생산돼 소비되고 있다. 소비자원은 "이중 비스페놀A를 함유한 감열지의 비중이 높을 것이며 무단 폐기시 2차 환경오염마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폐기된 감열지에서 새어나온 비스페놀A가 상수원과 토양에 녹았다가 생태계에서 축적되는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피해를 예방하려면?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들이 인체에 직접적인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다량 노출됐을 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손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다. 특히 입에 넣거나 빨지 않도록 한다. 영수증을 만진 후에는 꼭 손을 씻도록 한다. 업무 상 영수증과 같은 감열지를 많이 만져야 하는 업종의 사람들은 장갑을 사용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또 작업 중에는 손을 입에 대거나 눈을 비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 [르포]인천공항 방사능 오염검사 시작..`3명 기준치 초과`
- [이데일리 신혜리 기자] 17일 오후 4시30분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앞.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날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한해 실시한 방사능 오염 검사대에 후쿠시마 발 비행기 탑승객들이 줄지어 섰다.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 발생지다. 여기저기서 하얀 마스크를 쓴 탑승객들이 즐비했다. 수 십여명의 탑승객이 통과한 후 드디어 방사선 게이트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한국인 남성승객이었다. 이 탑승자의 몸에선 기준치 0.15 μSv/hr(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의 20%를 초과한 0.18μSv/hr의 방사선 물질이 감지됐다. 이어 원자력기술원 관계자가 2차 검사를 위해 옷과 신발을 벗어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다소 불만 섞인 모습을 내비쳤다. 곧 이어 일본인 탑승객도 기준치를 넘겨 경보음이 울렸다. 원전 사고 지역으로부터 약 70~80km 떨어진 지역에서 가스공사 일을 했던 와타나베씨(58)의 옷에서 방사선 물질이 검출된 것. 방사선의 양은 0.34 μSv/hr로 기준치를 넘겼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선 그런지 와타나베씨는 비교적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동네 이웃인 한국인과 함께 후쿠시마를 경유, 한국에 들어왔다"면서 "시간이 없어 작업복을 입은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건강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니 다행이다"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의 지시에 따랐다. ▲ 가조야 쓰제노씨 후쿠시마발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기준치 이상 방사선 물질이 발견된 사람도 일본인이었다. 가조야 쓰제노(68)씨는 기준치의 3배 정도인 0.4 μSv/hr가 검출돼, 제2차 검사를 거쳐야 했다. 그는 일본 원전 사고지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했다. 그는 가족이 모두 도쿄에 있지만, 우선 원전 사고지에서 멀어져야 겠다는 생각에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입한 것.현장에 통역요원이 없어 잠시 옥신각신 하다가, 뒤늦게 통역요원이 투입돼 상황을 전하자 그는 "먼저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짐을 찾고 나서, 세밀한 검사를 받겠다"며 검사대를 나섰다. 그는 외투와 머리 부분에서 방사선 물질이 검출됐지만, 신체에 해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머리카락에 묻은 방사능 물질은 물로 씻으면 없어진다"며 "쓰제노씨의 모든 물건에 대해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하루 일본에서 들어온 입국자중 방사선 게이트를 거친 사람은 총 965명. 이중 3명만이 정상수치를 벗어났고, 신체에 별영향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인천공항에서는 일본 원전 사고의 우려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일본 유학중 귀국한 이병진씨도 "부모님께서 걱정을 해 학업도중 일시 귀국하게 됐다"면서 "일본 지진과 원전사고 때문에 한국인들이 더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방사능 오염 검사를 하기 위해 줄 선 탑승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