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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국경조정세 어떻게 매기나
-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를 직접 또는 간접 배출하며 생산한 제품을 유럽연합(EU) 지역으로 수입할 경우, EU 역내에서 생산했을 때 내야 하는 것과 동일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탄소 배출 규제가 엄격한 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나라로 생산시설이 옮겨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같은 양의 탄소를 발생하는 EU 내 생산자가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만큼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가정하면, 탄소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EU 밖 기업은 EU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는 불공평하다는 게 이번 제도의 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다. 탄소국경세 징수 대상은 EU 내 수입업자가 된다. 수입업자들은 CBAM 적용 대상 품목에 대해선 미리 연간 수입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일종의 수입 관세로 무역장벽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국산 철강 1톤(t)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2t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를 수입하는 EU 내 수입업자는 철강 1t당 인증서 2개가 필요하다. 수입업자가 1년 동안 철강 100t을 수입하는 경우 200t의 탄소배출량에 해당하는 인증서 200개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 중 150t에 대해 탄소세를 이미 징수한 경우에는 EU 수입업자가 이를 입증한 뒤 해당 금액만큼 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50t만큼의 인증서만 구매하면 된다.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서 무상할당을 받는 업종의 경우, 수입업자는 제품 생산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서 무상할당량만큼을 제외한 CBAM 인증서를 제출하면 된다. 구매는 직접 구매와 대리 구매 모두 가능하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TS와 연계해 책정된다. 매주 EU의 배출권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수입업자들은 매년 5월31일까지 전년도 수입품에 포함된 탄소배출량을 신고해야 하며, 이 때 수입업자는 보고한 만큼의 인증서를 CBMA 등기소 계정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EU는 수입업자들의 승인 및 정보 검토, CBAM 인증서 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오는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되며, 전환기간인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보고의무만 부여된다. 앞으로 3년 동안은 수입업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없지만, 이후엔 EU가 정한 기준 탄소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EU는 전환기간 동안엔 탄소배출량이 많은 시멘트·철강·알류미늄·비료·전기 등 5개 산업에 이 제도를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 세우타, 멜리야를 제외하고 EU로 제품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다.
- EU發 '탄소청구소' 날아온다…발등에 불 떨어진 철강·車
- [이데일리 김상윤 손의연 박순엽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 청구서’를 꺼내 들었다. 2026년부터 철강 등 5개 품목은 EU에 수출할 때 탄소 부담금을 내야 한다. 우리 철강업계로선 최대 5500억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사실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대(對) EU 수출액 대비 5~16%에 달하는 금액이다.자동차업계 역시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회원국 밖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획기적인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철강업종 4000억~5500억원 비용 내야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 등을 포함한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핏 포 55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게 요지다.이 가운데 CBAM은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EU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극적으로 실질탄소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U 내 제조업체들이 탄소비용 부담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역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다른 나라 기업엔 일종의 ‘무역장벽’이 된 셈이다.EU는 관세 성격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닌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결해 탄소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EU 제조업체는 탄소배출량이 EU 내 규정된 기준보다 많으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해외 수출업체에도 똑같이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출업체는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EU는 일단 2023년 1월1일부터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2023~2025년에는 신고만 하면 되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우리나라의 경우 철·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철강의 대 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5개 품목 중 가장 많다.알루미늄이 수출액 1억8600만달러, 수출물량 5만2658t으로 뒤를 이었으며 비료는 수출액 200만달러, 수출물량 9214t에 그쳤다. 시멘트와 전기는 수출액이 0달러다.EY한영회계법인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EU가 탄소 관련 비용을 t당 30.6달러로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약 1억4190만달러(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출액의 약 5%에 달하는 금액이다.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관련 비용은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린피스가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비용을 t당 75달러로 적용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억4770만달러(3999억원)에 달한다. EU집행부는 2030년 탄소배출권 금액이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경우 철강업계가 부담할 비용은 4억7280만달러(5438억원)까지 치솟는다. 수출액 대비 16.67%에 달하는 금액이다.철강업계는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아직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제련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이번 EU의 제안이 실현되려면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협상, 승인이 필요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EU 제도가 WTO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과 인도, 러시아 등 관련국과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 저감 제도를 근거로 EU 제도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요구했다.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오른쪽)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차량 퇴출EU가 발표한 방안에는 내연기관 퇴출안도 담겼다. 자동차업계는 2035년부터 EU 내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소·전기차 업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반응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종전의 전략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기아차 역시 유럽과 국내, 북미, 중국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 2030년 85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리는 종전 목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EU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고 EU 의회 통과 등 절차가 남아 있다”면서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동화 전략 가속화에 열을 올리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철강 등 세제·금융지원”
-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오후 3시부터 박진규 산업부 차관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이번 회의는 EU가 14일(현지시간)에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법안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 민관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번 간담회에는 한국철강협회,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노벨리스코리아 등이 참석한다.EU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5개 분야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철강·알루미늄 기업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물량 측면에서는 철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간 정부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WTO 규범에 합치하게 설계·운영해야 하고,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게 해서는 안 되며,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견지하며 EU를 비롯해 주요 관계국과 양자협의 등을 통해 대응해왔다. 앞으로도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 내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우리 입장을 마련한 후 EU·주요 관계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나가고 우리의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중립 정책 등을 충분히 설명해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배출권거래제와 RE100, RPS 등의 선제적 도입·운영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비해왔고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연관된 국내 제도를 점검하고 민관 공동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나갈 방침이다.특히 영향업종대상으로는 세제·금융지원, 탄소중립 연구개발(R&D)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고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철강 분야에 대해 정책연구용역을 거쳐 상세한 영향분석과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린철강위원회’등 산·관·학 협의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다.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이 우리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업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산업부, 석유화학·타이어업계 통상현안 점검회의 개최
-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석유화학·타이어업계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이번 통상현안 점검회의는 지난달 20일 열린 철강업계 통상현안 점검회의에 이어 주력산업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 강화에 민관 공동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업계는 코로나 백신보급 등으로 올해부터 경기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도 함께 대응해주기를 요청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동남아 등 신흥국의 수입규제조치 확대와 탄소국경조정 등 새로운 환경조치 도입 동향을, 타이어 업계는 AFA 등 반덤핑 조사기법, 타이어 수입제한 조치 등 비관세장벽, 환율상계관세 동향에 우려를 표명했다.관련 협회 등은 국가별·유형별 수입규제 현황과 특징, 외국의 새로운 규제 입법동향, 수입규제 대응 유의사항과 사례 등을 공유하고 참석자들은 환율상계관세, AFA 등 새로운 수입규제 조사기법 주요내용과 최근 적용사례 대응현황 등을 논의했다.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 비관세장벽 강화 입법안의 우리업계 영향 가능성과 대응방향도 협의했다.산업부는 수입규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지 규제동향 파악, WTO절차 준수, 정부와의 신속한 정보공유 등을 당부했다. 김정일 산업부 실장은 “코로나19, 탄소중립 논의 등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업계와의 소통을 지속 강화하겠다”며 “탄소국경조정 등 환경조치가 WTO 규범에 합치하고 무역장벽 수단이 되지 않도록 양·다자적으로 대응하겠다고”말했다.
- "뉴욕行 유니콘 발걸음 돌려라"…거래소, 韓상장 매력도 높인다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제2의 쿠팡’을 노리고 미국 상장을 검토하는 토종 유니콘 기업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거래소는 ‘제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업가치 평가 도입, 창업자 경영권 유지, 심사기간 단축, 상장 유치 지원 등에 힘쓸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29일 여의도사옥 신관 21층에서 ‘K-유니콘 상장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 간담회’를 개최해 관련 방안을 발표하고,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내 우량기업의 상장을 두고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을 하는 상황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제2, 제3의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는 도미노 현상이 생겨나지 않도록 국내 유니콘 기업에게 불리한 점은 없었는지, 기업공개(IPO) 제도나 절차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K-유니콘 상장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있다.(사진=한국거래소)△“제2의 벤처붐…자본시장, 국경 없는 전쟁 돌입”거래소는 산업지형이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배터리 등에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 각 영역에 적용되며 ‘제2의 벤처붐’이 일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마켓컬리, 네이버웹툰, 두나무 등 시가총액이 큰 유니콘들이 미국 증시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에 붙잡아 둬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판단이다. 또 디지털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한 ‘스마트 개미’ 세력이 자본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봤다. 이들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만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손 이사장은 “이들은 투자매력이 있는 것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매수, 군집화된 집단투자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며 “성장가능성과 투자가치가 높은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자본시장에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국내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유니콘들의 해외 상장 진입장벽이 낮춰진 점을 짚었다. 쿠팡을 단적인 예로 들며 해외 상장시 언어차이, 법률이슈가 이전만큼 크게 문제되지 않고, 비용도 일시적인 요소일 뿐 근본적 장애물이 될 수 없다고 봤다. ◇ “유니콘 뉴욕行 이유 있어…기업평가기준 새로 마련해야 ”손 이사장은 “유니콘 기업이 뉴욕 시장으로 가려는 덴 이유가 있다. 차등의결권 문제 외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제 몸값을 받겠다는 계산에 따라 비싼 상장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두나무, 네이버웹툰 등 국내 유니콘 기업은 미국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했거나 검토하는 국내 기업은 총 8곳으로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기업까지 10여 곳이 넘는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11일(현지 시각) 거래소 스크린에 비친 쿠팡 로고. (사진=연합뉴스)이들이 국내에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제 몸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산업분야의 기업가치평가 테크닉 개발 △똑똑한 글로벌 기관투자자 유치 △국내 수요기반을 다져 자본시장 규모 확대 △MSCI 선진지수 편입 △시장제도·자본시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 거래소, 창업자 경영권 유지 방안·심사단축·상장지원 검토거래소는 구체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원활한 상장 지원 방안으로 △창업자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2~3대 주주 등과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제도 활용 △미래성장성을 반영한 심사방식 도입 △패스트트랙(45일→30일 검토)을 통한 심사기간 단축 △유니콘 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개최, 상장기념식 리뉴얼 등 상장유치 마케팅을 포함한 기업지원 기능 대폭 강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변화의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빠르게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우리 시장이 맞닥뜨린 도전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등 11개 증권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들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업계 소통을 강화, 기업은 밸류에이션 등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개선방안 발표가 시의 적절했고, 거래소의 적극적 컨설팅 노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K-유니콘 기업이 우리 시장에 상장되도록 금융투자업계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200자 책꽂이]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외
-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이매뉴얼 사에즈 외│360쪽│부키)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18년 한 해 동안 40억 달러에 가까운 소득을 냈지만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책은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부자들이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세금을 덜 내는 왜곡된 미국 조세 제도의 실상을 고발한다. 조세 정의를 위해서는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의 소득세 누진율을 높이고 법인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장벽의 시간(안석호│384쪽│크레타)20여 년간 국제 분쟁 전문기자로서 목격한 분쟁지역에 대해 담았다. 저자는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세력과 세력 간의 분쟁과 위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바로 장벽이라고 말한다.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부터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등 장벽은 누가 만드는지 갈등과 분쟁의 역사, 주민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에 주목한다.△슈퍼팬(팻 플린│290쪽│RHK)65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비즈니스 분야 1위 팟캐스트 진행자 팻 플린은 팬 중에서도 ‘슈퍼팬’이야말로 모든 비즈니스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무슨 제안을 하든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어떤 제품을 내놓든 선뜻 지갑을 열어 구매하고, 자발적 홍보도 나선다. 책은 이 브랜드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한 ‘슈퍼팬’을 만드는 19가지 전략을 소개한다.△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양창모│288쪽│한겨레 출판)강원도 왕진 의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가파른 산길과 고개를 넘어 도착한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56편의 글로 썼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질병’이지만 왕진에서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돈이 없어서’, ‘차편이 없어서’ 병원에 오지 못한 환자 각자의 사연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려 노력한다.△사장님이 알면 돈 버는 회계(최용규 │176쪽│처음북스)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나 현재 자신의 사업을 운영 중인 개인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회계 입문서다. 세금을 줄이고 이익은 늘릴 수 있는 세무·회계법을 담았다. 장부, 세금신고, 재무제표 등 꼭 알아야 핵심 요소들만 책에 담았다. 매출세액, 매입세액, 적격증빙 등 낯선 용어들도 일상의 사례를 통해 친숙해질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자율조직(신경수│300쪽│21세기북스)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보상과 처벌이라는 과거의 조직 운영 모델보다는 현장의 자율성이 중요해졌다. 조직 관리 전문가인 저자는 권한을 주거나 업무 범위를 넓혀주는 등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조직의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그 비법을 24가지로 설명한다. 조직 행동에 대한 심리와 경영 분야의 연구도 덧붙인다.
- 바이든, 첫 예산안 공개…국방비 동결, 사회복지 대폭 증액(종합)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 예산요구안을 공개했다. 인종간 형평성 재고, 공교육 강화,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등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각 부문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반면 국방비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액했던 예산은 대폭 축소, 공화당이 요구해온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이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1조 5200억달러 규모의 2022년 회계연도 예산요구안을 공개했다. 이는 2021회계연도 1조4000억달러보다 8.4%(118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예산안은 사회보장 연금, 메디케어 등과 같은 ‘법정 의무 프로그램(mandatory programs)’에 따른 예산이 아닌, 미 행정부가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지고 조정·집행이 가능한 ‘재량 프로그램(discretionary programs)’에 따른 예산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대항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확대해 온 트럼프 전 정부의 예산 기조를 정면으로 뒤엎는 조치로, 이번 예산요구안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의료보건, 교육비 지출 등 사회복지 예산에 큰 무게를 뒀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예산요구안은 비국방 예산을 줄여온 지난 10년 간의 추세를 되돌려 놓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의료, 교육 등 미국의 펀더멘털에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비국방예산이 7690억달러로 전년대비 15.9% 급증한 것에서 확인된다. 교육비 지출이 1028억달러로 무려 41% 늘었고, 보건분야도 23% 증액되는 등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개발 등 기후변화에 1400억달러가 배정됐으며, 빈곤층 학교 지원에 200억달러, 신종 질병 치료 개발 지원에 65억달러 등이 각각 추가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예산은 20년만에 최대인 16억달러가 늘었다. 대중교통과 환경정화에도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고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 자금을 확대했다. 그러나 국경장벽에 대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모두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우선순위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예산 삭감 또는 증액이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조롱하며 삭감하려 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 지출 우선순위를 뒤집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방점은 국방예산에 찍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국방예산은 75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역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요구한 예산보다 70억달러 적은 규모일 뿐더러 공화당이 요구한 4~5% 증액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러시아로부터 불안정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작년과 같은 수준 또는 퇴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0.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의회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요구안이 의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공화당 상원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요구안의 많은 부분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회 논의과정에서 예산의 우선순위를 바꾸기 위한 몇 개월 간의 긴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방예산을 10%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 등 민주당 진보진영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국방 분야와 비국방 분야 예산 증가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최근 예산 전통과도 결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WSJ은 “공화당이 지지해온 것보다 훨씬 적고,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해온 것보다는 훨씬 많다”고 평가했다.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을 강하게 유지하려면 국방과 비국방 지출 우선순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양당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에 대해 “자유주의자들의 희망 목록 우선순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사회보장연금 등 의무지출과 세입 및 재정수지 전망 등이 포함된 전체 예산안은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2조달러의 인플라 투자와 법인세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다.
- 美 무역대표부 "中은 과잉 생산 만드는 '세계 최대 범죄국'..계속 싸울 것"
-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 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이 또 다시 무역 부문에서 중국을 걸고 넘어졌다. 중국을 여러 부문에서 과잉 생산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범죄자(world’s leading offender)’라고 지적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기업과 농민에게 해를 끼치는 중대한 무역 장벽으로 간주되는 문제와 계속 싸우겠다”며 중국을 ‘세계 최고의 범죄자’로 지목했다. 무역대표부는 “미래의 미국 성장 기회와 세계 경제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 과제를 제시하는 중요한 장벽이 있다”며 “디지털 정책, 농업 무역 장벽, 기술 장벽 등 미국 수출 업체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외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연례보고서는 570페이지에 달하는데 잘못된 무역 관행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철강, 알루미늄, 태양열 부문에서 과잉 생산을 만들고 있는 데다 조만간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보조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 “비경제적 역량을 창출하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범죄자”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25년 산업 계획에 따라 중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 천 억 달러를 투자해 다른 산업에서 심각한 과잉 생산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대표부는 이러한 ‘유해한 무역 관행(harmful trade practices)’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대표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중국, 베트남, 터키가 부과하는 데이터 제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제품 관세, 오스트리아와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의 현지 콘텐츠 요구 및 차별적인 세금 조치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미국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수출을 복잡하게 만들고 국경을 넘어 데이터를 이동하는 미국 기업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에 대해 외국 정부와 합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과학 기반의 규제 조치, 농업 생명 공학 제품에 대한 불투명한 승인 절차, 부담스러운 수입 허가 및 인증 요구 등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일자리 사다리 만들 텐가, 1억씩 줄 텐가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한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선 후 자유무역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사다리를 걷어차 개발도상국이 올라서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사다리 걷어차기가 국가 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국가 안에서도 더 좋은 교육, 경제, 학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사다리가 있다. 모든 자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에 개인과 사회는 저마다 처한 환경과 역량에 근거해 노력과 경쟁을 하고 일부가 사다리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누구든 처음부터 사회 각 부문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는 없다. 밑바닥부터 경험과 실력을 쌓고 사다리 한 칸씩 차근차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 큰 것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점진적으로 교육받고 경험하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회는 의지만 있다면 가급적 많은 이들이 얼마든지 경쟁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은 치열한데 사다리를 밟고 올라설 수 있도록 선택된 사람의 수가 너무 적으면 양극화는 심화한다. 높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손쉽게 사다리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면 공정의 가치가 위협받고 사회 구성원 간 불신이 팽배해질 것이다. 일반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고 튼튼한 사다리 시스템이 자리 잡은 사회를 우리는 선진국이라 부른다.일자리, 취업 시장에도 사다리가 있다. 경기가 아무리 좋아도 모두가 선망하는 많은 급여, 좋은 복지를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는 늘 구직자 수보다 적다. 모든 일자리를 신의 직장으로 만드는 일은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의 최선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능력을 갖출 수 있게 기회를 가급적 평등하게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층위의 일자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가정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졸업이 늦어지면 대기업 취업이 물 건너갔다는 말이 회자되고, 첫 직장이 중소기업이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다. 일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일자리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는 사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취업 시장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합의된 인식이다. 누구나 원한다면 일할 수 있고, 기회가 오면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사다리가 확충되어야 청년들의 좌절과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겠는가.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수시채용으로 직원을 뽑는 추세는 일자리 사다리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공채가 불필요한 스펙 쌓기, 과도한 수험 열풍으로 사회적 낭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평한 취업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수시채용이 보편화되면 동일한 조건 하에서 공정한 평가의 잣대로 직원을 선발하는 공채제도의 장점이 사라진다. 해외연수, 인턴경험, 실무경험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문턱을 넘기 힘든 수시채용 제도 하에서는 좋은 인턴 자리를 제안해 줄 수 있는 학교 선배의 존재가 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용환경의 유연성, 즉 취업, 퇴직, 전직이 자유롭지 않은 탓에 오히려 취업 기회는 박탈되고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신입사원을 대거 육성해 사회에 유용한 인력으로 공급하는 대기업 공채와 직원 육성제도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학교와 기업, 학문과 실용, 질과 속도라는 격차와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 해온 것은 물론, 전문가 양성과 일자리 이동을 위한 사회적 교육시스템에 일정부분 기여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공채제도를 없앤다면 사회적 역할과 공정성의 문제가 오히려 더 후퇴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합리적 의사결정인지 대학과 국가 인재 양성시스템 간의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히려 부모찬스를 쓸 수 없는 계층의 공정한 채용기회를 없애는 사다리 걷어차기 일 수도 있다.작년에도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반과 경쟁력이 있을 때 우리에게 좋은 일자리는 많아진다. 정치경제 노동 사회적 환경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년층 입장에서는 그들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다. 이들이 가난해지는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 어느 부모가 바라겠는가. 과연 일자리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1억씩 줄 수 있는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우리 아이들을 빌어먹게 할 것인가, 벌어먹게 할 것인가. 고기를 잡아 줄 것인가 잡는 방법을 알려줄 것인가. 결국 사다리론의 중요한 부분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 공평한 분배가 아닌 기여 한 만큼의 보상을 바라는 추세에 적합한 사회시스템에 있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직장선택의 사다리 통로를 더 넓히는 데 사회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전통적 의미의 정규직 일자리가 급속도로 ‘긱’ 일자리로 대체되고, 일자리에 국경과 시간의 장벽이 없어지는 시대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 20대, 30대들이 멸종당하지 않고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층위의 일자리들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보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좋은 사다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지에 따라 당장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 많은 기회, 더 공정한 기회가 모두에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이사회의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