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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둘레산길, 대한민국 7번째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 대전둘레산길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둘레산길이 국내 7번째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산림청은 대전둘레산길과 한라산둘레길에 대해 산림복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숲길로 지정·고시했다고 8일 밝혔다. 국가숲길은 산림생태적 가치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체계적인 운영관리가 필요한 숲길에 대해 산림청장이 지정 고시하는 제도로 2020년 6월 첫 도입됐다. 현재 DMZ펀치볼둘레길, 백두대간트레일, 지리산둘레길, 대관령숲길, 울진금강소나무숲길, 내포문화숲길 등 6곳이 국가숲길로 지정돼 있다. 국가숲길로 지정된 숲길은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존과 이용이 조화되도록 표준화된 품질 체계에 따라 운영·관리지침을 마련하고, 민·관 운영·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국가숲길 안내센터, 숲길등산지도사, 유지·관리 등 숲길 사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숲길 콘텐츠 개발·운영 등 활성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대전둘레산길은 다른 국가숲길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산길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어 도심경관과 산림생태자원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숲길을 따라 14개의 산성과 태조 이성계 태실 등 수많은 역사·문화자원을 고루 갖추고 있고, 편리한 대중교통망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간 대전시는 국가숲길 지정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고, 숲길 관련 스토리를 개발했다. 수차례에 걸친 심사 과정을 통과하며, 7번째 국가숲길로 지정받는 결실을 맺게 됐다. 대전시는 이번 국가숲길 지정으로 전국적 인지도 상승으로 10만명 이상의 산행객이 대전을 방문하는 동시에 연간 2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숲길 안내인 등 지역주민 고용 증대 효과와 숲길 주변 식당, 카페 등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라산둘레길 중 수악길 구간. (사진=산림청 제공)또 이날 국가숲길로 지정된 한라산둘레길은 한라산 중간 높이에서 구름모자처럼 연결된 숲길이다. 천아숲길, 돌오름길, 동백길, 수악길, 시험림길 등이 조성돼 있으며, 둘레길 주변의 자연휴양림 및 치유의 숲, 생태숲 등과 연계하여 산림치유·휴양을 할 수 있는 숲길로 연간 84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이용석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비대면 야외휴양 활동인 숲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산림청은 국민에게 품질 높은 숲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숲길 지정을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둘레산길은 2004년 대전과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전둘레산길잇기 동호회를 결성한 뒤 대전을 둘러싼 산의 능선과 능선을 연결한 12개 구간 138㎞의 둘레산길 노선을 개척했다. 동호회의 사업 제안을 대전시가 수용하면서 추진된 사업으로 대표적인 민관협치 사례로 꼽히고 있다.
- [만났습니다]②"산림, 대대적 규제 완화…지속가능한 이용"
- 남성현 산림청장(가운데 오른쪽)이 9월 21일 ‘동서트레일’의 성공적 추진을 위하여 대전시, 세종시, 충북도, 충남도, 경북도 관계자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남성현(64) 산림청장은 산림청에서만 39년을 근무한 공직자로 산림청의 산증인 이자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1978년 7급 공채로 산림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할 때까지 산림청 임산물유통과장, 기획예산담당관, 산림항공본부장, 남부지방산림청장, 과학원장 등 산림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입사할때부터 청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배우고 일하면 반드시 청장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했고, 그 결과 조직 내·외부에서 인정받는 공직자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남 청장은 “오랫동안 산림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보니 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산은 자연인 자원이다. 특히 산을 자원으로 접근하기 시작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3%가 산이다. 이 산은 돈이 되는 보물산이 돼야 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는 건강 자산이 돼야 한다”며 “산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휴양, 레저, 치유 등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산림에 대한 대대적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현재의 산지이용 체계는 이미 30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이제는 이 틀 자체를 바꿔줄 때가 됐다”며 “보전할 것은 보전하고, 나머지 산림은 지속 가능한 이용으로의 산림 정책으로 가야 하며, 이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단언했다. 그는 “산림청은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제만 하고, 산에서 먹을거리와 볼거리, 느낄거리, 놀거리를 다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독일 등 임업 선진국들이 300년 동안 걸린 산림녹화를 우리는 50년 만에 마친 결과, 우리는 아직도 국제적 트랜드에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최근 대두되고 있는 경제적 가치 창출과 환경보전간 갈등에 관련해서는 “환경단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각계각층의 많은 분과 산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산림은 자연인 동시에 자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런 토대 위에 환경단체들과 대화에 나선다면 서로의 다른 의견들이 점차 하나로 모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엇보다 정책의 네이밍도 중요한 시대이다. 우리가 ‘임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나올 수 있지만 ‘숲길’이라고 하면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전제한 뒤 “임도, 즉 숲길이 중요한 것은 대형산불이 발생했을 때 방화선 역할은 물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울진 금강소나무숲도 이 임도가 없었다면 지난 울진 산불로 사라질 뻔했다. 숲길은 산불 등 재해로부터의 안전망인 동시에 산림레포츠로 활용되는 중요한 인프라로 이제 전국 곳곳에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임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동서트레일도 남 청장이 남부지방산림청장 재임 시절 터득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그는 “남부청장 시절 관내 명품 숲길을 만들고, 출발지점에 주차장을 조성했다. 이후 도시민들이 몰려와 1박2일, 2박3일로 숲길을 여행하고, 그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 결과, 숲길 인근 마을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전국의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관통하는 동서트레일도 사람과 돈이 몰리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 [만났습니다]①"산은 자연인 동시에 자원…풍요로운 시대 열겠다"
- 남성현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 산림청장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은 자연인 동시에 자원입니다. 산림을 자원으로도 인식할 때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인 ‘산림 르네상스’도 이 같은 인식전환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지난 5월 13일 제34대 산림청장으로 취임한 남성현(64) 산림청장은 정부대전청사 산림청장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업인의 소득안정, 국민의 산림 복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자원 육성 등을 통해 풍요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산림 르네상스’의 추진 필요성을 연신 강조했다. 그는 “경제림을 포함해 산주와 산에서 생업을 종사하는 국민, 산림사업을 하는 모든 국민들이 돈을 버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며 “그간 산을 자연으로만 봤다면 이제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다음은 남성현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취임 일성으로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무슨 의미인지.△취임후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를 통한 산림르네상스 시대 실현이라는 비전을 정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의 키워드는 과학 기반의 산림관리를 통해 산림이 가지고 있는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산림은 자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잠재가치가 큰 자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전해야 할 산림은 철저히 보전하고, 그 외의 산림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해 자연이면서 자원이고, 경제이면서 환경이고, 공공재이면서 사유재인 산림을 여러 측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고, 가치를 살려 나가려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국민은 산림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산림을 경영하는 임업인은 소득이 보장되고 신명 나게 산림을 경영할 수 있으며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보람을 느끼는 시대, 이것이 바로 산림르네상스 시대이다.-임업직불제가 첫 지급이 내달부터 시작된다. 도입 효과와 앞으로 추진방향은.△우리나라 산림의 65%(411만㏊)는 사유림으로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임업은 오히려 각종 규제를 받으며 농가의 79%, 어가의 73% 수준의 낮은 소득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임업직불제 도입이 논의됐다. 임업과 산림의 공익기능 증진과 임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한 임업직불제 도입을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임업직불제법이 지난해 11월 제정돼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임업직불금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신청내역 조사와 자격 검증 등을 거쳐 내달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만 8000명의 임업인이 혜택을 받아 가구당 167만원 정도, 임가소득 4.5%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임업직불제가 임업인에게는 안정적으로 소득을 보전하고, 국민에게는 임업 산림을 통한 공익기능 향상에 기여하도록 운영할 방침이다.-산지정책의 변화에 따른 임업경영 지원 방향은.△산지는 기후위기 대응 환경자원, 목재생산 등을 위한 임업자원, 산업활동 등을 위한 토지자원으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수요가 공존한다. 산림청은 보전할 산림은 철저히 보전하고 임업경영을 위한 산지에서는 경제임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임업인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임업경영 활성화를 위해 현행 산지구분에 대한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임업인들이 활용하는 임업용산지는 산지구분상 보전산지에 속해 있는데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임업경영이 주된 목적이 되도록 산지관리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관련 전문기관, 임업인등이 참여하는 산지규제 선진화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임업단체 등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어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산지의 보전과 이용이 합리적으로 조화되고 임업인들이 체감하는 산지관리가 되도록 제도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한반도의 동과 서를 숲길로 잇는 동서트레일이 조성된다. 의미와 추진방향은.△산림청은 지난 6월 ‘제2차 숲길의 조성·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추진할 중점사업으로 동서트레일을 선정했다. 2027년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서트레일은 충남도 태안군의 안면도에서 경북도 울진군을 잇는 849 구간의 숲길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충남도과 세종시, 대전시, 충북도, 경북도 등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의 읍·면이 있으며, 239개 마을을 통과하게 된다. 이 노선에는 불교의 발자취인 서산마애삼존불상, 보원사지, 상가리 미륵블, 남연군묘, 원효암터 등과 백제의 유적들을 비롯해 금강의 경관이 뛰어난 세종시의 매봉등산로, 대전의 계족산성과 대청호, 충북의 삼년산성, 세조가 머물다간 마을 대궐터, 고려 태조 왕건이 넘나들던 말티재, 연풍순교성지, 경북의 십이령길, 금강소나무숲 등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역사·문화적 자원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뛰어난 산림자원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충남 태안군에는 고려 시대부터 왕실에서 특별관리해온 안면도 소나무숲이 있고, 충북 보은군의 속리산 정이품송 소나무길, 경북 울진군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금강소나무 군락지 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동서트레일은 모두 55구간으로 조성되며, 1개 구간이 1일 코스이다. 무엇보다 숲길이 계속 유지되지 위해서는 산촌마을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숲길 이용자가 산촌으로 내려오는 곳에는 산촌민박, 지역 특산물판매 장도도 마련하고, 도시락도 산촌주민들이 제공해 산촌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설계했다. 우리나라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개발해 숲길 이용자에게 제공한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남성현 산림청장은△1958년 충남 논산 출생 △대전고 △건국대 행정학과 △국방대학원 국방관리학 석사 △충남대 산림자원학 박사 △산림청 기획예산담당관 △산림항공관리본부장 △산림청 산림이용국 국장 △산림청 기획조정관 △남부지방산림청장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특임교수남성현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 산림청장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 [여행] '백제의 숨결' 품은 공산성 성곽따라 찾은 수줍은 가을
- 충남 공주 공산성 금서루. 웅진 백제는 금강을 굽어보는 산 위에 성을 쌓아 수도를 방어하고 부흥을 일궜다. 웅진성으로 불린 이 산성은 고려시대에는 공산성, 조선시대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리기도 했다.[공주(충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남 공주. 충청도와 전라도를 감아 돌며 흐르는 금강 유역에 자리한 고장이다. 이 땅에는 일찍부터 강이 선물한 풍요로운 대지에 기대어 사람들이 살아왔다. 공주가 본격적으로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 된 시기는 삼국시대부터. 당시 백제는 고구려와 국경을 맞대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475년, 고구려 장수왕은 군사를 보내 백제 수도 한성을 공격했다. 개로왕과 백제 군사들은 고구려군에 맞서 힘껏 싸웠지만, 결국 패배해 한성을 빼앗기고 만다. 개로왕도 아차산성 아래에서 죽음을 맞았다. 신라에 지원을 요청하러 갔던 개로왕의 동생 문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성이 폐허가 되어 있었다. 개로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문주왕은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수도를 옮기기로 한다. 추운 겨울, 한성을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웅진(지금의 공주)이다.
◇다섯 왕의 꿈을 품은 왕도 ‘웅진’백제 역사는 도읍 순서대로 한성, 웅진, 사비로 구분한다. 웅진은 475년(문주왕1)부터 538년까지 도읍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이후 사비(지금의 부여와 익산)로 다시 도읍을 옮겼다.웅진 백제는 금강을 굽어보는 산 위에 성을 쌓아 수도를 방어하고 부흥을 일궈 백제가 문화적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 웅진성으로 불린 이 산성은 고려 시대에는 공산성, 조선 시대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렸다. 지금의 명칭은 공주 공산성이다.문주왕이 웅진을 선택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웅진은 금강이 북쪽의 고구려를 막아주고, 계룡산과 차령산맥이 신라의 공격을 차단해주는 천혜의 자연요새였기 때문이었다. 또 백제 왕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수촌리 세력도 있었다. 수촌리 지역에 자리 잡은 이 세력가들은 백제 왕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에 문주왕은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후 수촌리 등 여러 지역의 지지 세력과 함께 왕도를 건설해 나갔다. 이후 이 땅에 문주왕(475~477)에 이어 삼근왕(477~479), 동성왕(479~501), 무령왕(501~523), 성왕(523~554) 등 다섯 왕들이 백제를 예전보다 더 강한 나라로 키워냈다. 웅진은 다섯 왕의 꿈을 품은 왕도였던 것이다.복원 전시 중인 송산리 6호분 내부 모습.백제의 중심지로서 번영했던 웅진의 흔적은 지금의 공주 시내 곳곳에 남아 있다. 웅진 지역에서 성장한 지방세력의 흔적인 ‘수촌리 고분군’, 백제 정치의 중심인 ‘공산성’, 백제 장례문화가 담겨 있는 ‘정지산 유적’, 금강 뱃길의 중심인 ‘고마나루’, 백제 왕들이 잠들어 있는 ‘송산리 고분군’ 등이다. 이중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그리고 공산성은 부여·익산의 유적 여섯곳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국보 무령왕릉 묘지석.◇삼국시대 무덤 중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무령왕릉’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2021년 9월 명칭이 바뀌기 전에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이라 불렸다. 무령왕릉과 왕릉원에는 무덤이 모두 7기 있다. 1~5호분은 백제 전통 묘제인 굴식 돌방무덤이고, 6호분과 무령왕릉은 중국 양식인 벽돌무덤이다. 그중 6호분의 사신도는 백제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고분군이다. 또 사방 벽에 무덤 주인을 지키는 동물을 그렸다. 백제 사회의 국제성, 개방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무령왕릉은 삼국시대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곳이다. 무령왕릉이 처음 발견된 시기는 1971년 여름.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에 온전한 벽돌무덤이 발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입구에 놓인 묘지석은 무덤 주인이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임을 분명히 알렸다. 화려하고 정교한 유물 수천 점이 쏟아졌다. 5·6호분을 포함한 송산리 고분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도굴돼 자료도, 유물도 없는 형편이었기에 그 가치가 더해졌다.무덤을 지키는 상상 속의 동물 ‘진묘수’.각 무덤 구조와 유물은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영상과 패널, 내부를 재현한 모형으로 실제 무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시관에서 나오면 고분군이 보인다. 6호분과 5호분, 무령왕릉이 이어진다. 푸른 소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걸으며 1~4호분을 차례로 돌아본다. 1~6호분 모두 왕족의 무덤으로 짐작할 뿐, 주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명절 당일 휴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호젓하고 아름다운 오솔길이 국립공주박물관까지 연결된다.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과 왕비의 목관.무령왕릉에서 발굴한 실제 유물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왕과 왕비의 목관, 사망 연월일과 무덤 쓴 날짜를 기록한 묘지석(국보), 1500년간 내부를 지탱한 벽돌, 무덤을 지키는 석수(국보), 왕 내외가 착용한 금제 뒤꽂이(국보)와 은팔찌(국보) 같은 장신구 등을 눈앞에서 보면 감동이 훨씬 크다. 박물관은 무령왕릉 출토품을 전시한 웅진백제실 외에 충청남도역사문화실, 웅진백제어린이체험실로 구성된다. 2021년 11월에 충청권역수장고도 개장했다. 유리 너머로 수장고 안 유물을 들여다보는 구조가 신기하다.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관 꾸미개.◇첨단 디지털 기술로 다시 살아난 백제의 위상무령왕릉과 왕릉원, 국립공주박물관을 관람한 뒤 고대 왕국 백제의 영광을 상상하며 공산성을 걸어보자. 비단 같은 금강 줄기를 발아래 둔 낮은 능선을 따라 성곽이 2660m가량 이어진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공주 시내를 조망하며 완만한 듯 때로는 급경사를 이룬 성곽 위를 걷는다. 금서루(서문)에서 출발해 공북루(북문), 진남루(남문), 영동루(동문)를 거쳐 돌아오면 한 시간쯤 걸린다. 웅진 백제 초기 왕궁 터로 짐작하는 추정 왕궁지, 조선 시대에 인조가 ‘이괄의난’을 피해 머물렀다는 쌍수정, 세조 때 건립한 사찰 영은사가 성안에 남아 있다.2022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백제연화Ⅱ. 내달 16일까지 공산성 금서루와 성안마을에서 오후 7시 30분과 8시, 8시 30분에 화려한 레이저쇼가 더해진 미디어아트쇼를 감상할 수 있다.해상왕국 백제의 위상을 첨단 디지털 기술로도 만날 수 있다. 백제문화제 기간 공산성에 펼쳐지는 ‘2022 공산성 미디어아트 백제연화Ⅱ’가 바로 그것. 지난 17일 개막해 내달 16일까지 30일간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공산성 금서루와 성안마을에서 펼쳐진다. 문화재청과 공주시가 주최하는 이 사업은 ‘백제의 물결’이라는 주제로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과 첨단 미디어아트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야간 콘텐츠다.미디어파사드는 주변국들의 침략에 맞서 당당히 해상항로를 개척한 백제인들의 기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공산성 금서루에서 오후 7시 30분, 오후 8시, 오후 8시 30분 모두 3차례 열린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가든 레이저쇼, 조형물, 대형 발광다이오드(LED)패널 등을 활용해 백제의 위상과 문화의 우수성을 한껏 드러낼 예정이다. 공산성 안 성안마을에서는 국제성과 독창성으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한 백제의 아름다움을 총 6개의 미디어아트 콘텐츠로 연출한다.공주 공산성 안 성안마을 미디어아트 조형물.공산성 진남루로 나가면 전통시장인 공주산성시장이 가깝다. 시장에서 제민천을 따라 걷다 원도심을 구석구석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민천은 공주 시가지를 지나 금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양쪽에 키 작은 집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섰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카페와 문화 공간도 많다. 공주중동성당(충남기념물)과 옛 공주읍사무소(국가등록문화재) 등 흥미로운 근대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 그땐 미처 몰랐지, 백제 흔적 간직한 공주[추석안심관광지]
-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집 떠나 친구들과 한방에서 자고 노는 것만으로 마냥 좋고 설레던 학창 시절. 장기 자랑과 캠프파이어, 한밤중 선생님 몰래 벌인 베개 싸움의 추억이 선명하다. 오래된 단체 사진 속 배경으로 남은 관광지와 유적에 관해선 기억이 가물가물. 그때는 몰랐으나 세월이 흘러 진면목을 발견한 사진 속 그곳을 찾아 충남 공주로 간다.국립공주박물관 웅진백제실에 전시된 무령왕릉 내부 모습◇백제의 도읍중 하나였던 ‘공주’공주는 475년(문주왕 1)부터 538년(성왕 16)까지 백제의 도읍이었다. 첫 도읍인 한성을 고구려 장수왕에게 뺏기고 옮겨 세운 두 번째 도읍으로, 옛 이름은 웅진이다. 백제 역사는 도읍 순서대로 한성, 웅진, 사비 시대로 구분한다. 사비 시대 도읍은 부여와 익산이다. 웅진 백제는 금강을 굽어보는 산 위에 성을 쌓아 수도를 방어하고 부흥을 일궈 문화적 전성기를 누렸다. 웅진성으로 불린 산성은 고려 시대에 공산성, 조선 시대에 쌍수산성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명칭은 공주 공산성(사적)이다.5, 6호분과 무령왕릉이 부드러운 능선을 이룬다공주 여러 곳에서 찬란한 백제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사적), 공산성이 대표적이다. 두 곳은 부여, 익산 유적 여섯 곳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2021년 9월 명칭이 바뀌기 전에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이라 했다.1971년 여름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온전한 벽돌무덤이 발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입구에 놓인 지석은 무덤 주인이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임을 분명히 알렸다. 화려하고 정교한 유물 수천 점이 쏟아졌다. 5·6호분을 포함한 송산리 고분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도굴돼 자료도, 유물도 없는 형편이었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곳이다.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2021년에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이름이 바뀌었다무령왕릉과 왕릉원에는 무덤이 모두 7기 있다. 1~5호분은 백제 전통 묘제인 굴식 돌방무덤이고, 6호분과 무령왕릉은 중국 양식인 벽돌무덤이다. 백제 사회의 국제성, 개방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한다. 6호분은 사신도가 특징이다. 사방 벽에 무덤 주인을 지키는 동물을 그렸다. 각 무덤 구조와 유물은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시관에서 관람한다. 영상과 패널, 내부를 재현한 모형으로 실제 무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전시관에서 나오면 고분군이 보인다. 6호분과 5호분, 무령왕릉이 이어진다. 푸른 소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걸으며 1~4호분을 차례로 돌아본다. 1~6호분 모두 왕족의 무덤으로 짐작할 뿐, 주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명절 당일 휴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호젓하고 아름다운 오솔길이 국립공주박물관까지 연결된다.무령왕릉에서 발굴한 실제 유물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왕과 왕비의 목관, 사망 연월일과 무덤 쓴 날짜를 기록한 지석(국보), 1500년간 내부를 지탱한 벽돌, 무덤을 지키는 석수(국보), 왕 내외가 착용한 금제 뒤꽂이(국보)와 은팔찌(국보) 같은 장신구 등을 눈앞에서 보면 감동이 훨씬 크다. 박물관은 무령왕릉 출토품을 전시한 웅진백제실 외에 충청남도역사문화실, 웅진백제어린이체험실로 구성된다. 2021년 11월에 충청권역수장고도 개장했다. 유리 너머로 수장고 안 유물을 들여다보는 구조가 신기하다.공주 공산성. 2660m에 달하는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다무령왕릉과 왕릉원, 국립공주박물관을 관람한 뒤 고대 왕국 백제의 영광을 상상하며 공산성을 걸어보자. 비단 같은 금강 줄기를 발아래 둔 낮은 능선을 따라 성곽이 2660m가량 이어진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공주 시내를 조망하며 완만한 듯 때로 급경사를 이룬 성곽 위를 걷는다. 금서루(서문)에서 출발해 공북루(북문), 진남루(남문), 영동루(동문)를 거쳐 돌아오면 한 시간쯤 걸린다. 웅진 백제 초기 왕궁 터로 짐작하는 추정 왕궁지, 조선 시대에 인조가 이괄의난을 피해 머물렀다는 쌍수정, 세조 때 건립한 사찰 영은사가 성안에 남아 있다.공산성 진남루로 나가면 전통시장인 공주산성시장이 가깝다. 시장에서 제민천을 따라 걷다 원도심을 구석구석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민천은 공주 시가지를 지나 금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양쪽에 키 작은 집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섰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카페와 문화 공간도 많다. 나태주의 시와 벽화로 장식한 ‘공주시 나태주 골목길’에서 힐링하고, 공주중동성당(충남기념물)과 옛 공주읍사무소(국가등록문화재) 등 흥미로운 근대 건축물도 만나자. 게스트하우스 공주하숙마을에 묵으며 교육도시로 유명하던 공주의 옛 하숙 문화를 느껴봐도 좋다.공주 공산성 금서루. 이곳에서 출발해 1시간가량 걸으며 금강과 공주 시내를 조망한다계룡산 갑사와 동학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속 수학여행지다. 갑사는 통일신라 화엄종 10대 사찰 가운데 하나다. 대웅전, 철당간 등 보물을 보유했고, 주위에 용문폭포와 수정봉 같은 명승을 거느렸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동학사는 비구니 수행 사찰이다. 고려와 조선의 충신을 기리는 삼은각과 숙모전이 옆에 있다. 벚꽃이 피는 4월과 계곡이 아름다운 여름철에 탐방객이 많다.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간다면 공주한옥마을에 숙소를 잡고 일정을 짜면 효율적이다. 개별 숙박동부터 단체 숙박동까지 선택의 폭이 넓고, 식당과 전통찻집, 족욕 체험장 등 부대시설이 충실하다. 도자기와 한지 체험 공방도 갖췄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국립공주박물관까지 도보 10분, 공산성과 원도심은 자동차로 5분 내외 거리다.
- 집중호우 쏟아진 대전·세종·충남 등 충청권 비 피해 속출
-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10일부터 집중호우가 쏟아진 대전과 세종, 충남 등 충청권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10일 오전부터 11일 새벽까지 세종시에 쏟아진 폭우로 시내를 관통하는 금강이 물바다로 변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11일 대전과 세종, 충남도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8시까지 대전의 누적 강우량은 평균 199.8㎜, 세종시 153㎜, 충남도 148.7㎜ 등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를 발생하지 않았다. 대전에서는 모두 15건의 침수피해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유성구 전민동 등 4곳의 도로 맨홀이 수압을 못 이겨 뒤집히거나 열렸고, 동구 비룡동 등 4곳에서는 도로에 나무가 쓰러졌으며, 대덕구 석봉동에서는 하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기도 했다. 모두 25건에 대해 배수 지원과 안전 조치를 했다. 대전소방본부는 종합상황실 인력을 2명 보강하는 한편, 풍수해 비상대책반도 가동 중이다. 대전시는 자연재난과와 관련 부서 직원 29명이 10일 오전 3시부터 비상 1단계 근무에 들어가 호우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대동천·문창시장·뿌리공원 하상주차장과 반석천 아래차로(언더패스) 등을 통제하고 있다. 세종시에서도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지역에서 42건의 호우 피해가 접수됐다. 주택 일시 침수 9건을 비롯해 도로 침수 17건, 나무 쓰러짐 6건, 배수불량 5건, 신호등 고장 4건, 토사 유출 3건, 축대 붕괴 위험 3건 등이다. 세종시는 피해 즉시 복구에 나서 현재까지 모든 지역에 대한 응급복구를 마쳤다. 지역별로는 연서면이 223㎜로 가장 많고, 조치원읍 210㎜, 보람동 160㎜, 소정면 112㎜ 등이다.11일 오전 8시 40분께 집중호우가 내리고 난 뒤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논이 침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충남에서도 이틀째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공공과 민간시설의 피해가 속속 집계되고 있다. 부여에서 사면 유실이 발생했고, 청양 운곡에서는 도로가 일시 침수되는 등 공공시설 11건이 피해를 보고 청양군 비봉면 신원리에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가 2건 발생했다. 논산과 공주, 청양, 예산에서는 둔치주차장이 불어난 물로 통제됐고, 청양과 예산 등지에서는 세월교(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다리) 5개소의 차량 통행도 일시 금지됐다. 청양군 비봉면에서는 전날 오후 7시경 하천물이 불어나면서 주택 침수가 우려되자 군에서 선제적으로 주민 34명을 안전한 면사무소로 대피시켰다가 물이 빠진 이날 오전 5시경 귀가 조치를 마쳤다. 충남소방본부와 관할 소방서에서는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주택 41곳, 도로 36곳, 토사·낙석 12건, 기타 21건 등 모두 110건에 안전조치를 시행하고, 12건의 배수지원을 했다. 충남도는 현재 비상 2단계를 가동 중이며, 도와 시·군 등 모두 680명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충남에서는 아산·서산·당진·홍성·예산·태안에 발령했던 호우경보를 해제했지만 천안 등 8곳에는 호우경보, 금산에는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 [여행] 외나무다리 지나 물 위의 섬으로 건너가다
- 경북 영주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는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350년이 넘도록 하천 바깥과 마을을 이어준 유일한 통로였다.[영주(경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외나무다리로 꽃가마 타고 시집왔다가 죽으면 그 다리로 상여가 나갔다.” 선비마을로 불리는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 이 마을 주민들은 무섬마을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들에게도 무섬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렇다고 깊은 산중이나, 육지와 떨어진 섬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 마을이 자리한 지형이 그만큼 독특하다. 마을 뒤로는 태백산 끝자락과 이어지고, 강 건너에는 소백산 줄기가 스며든다. 그 사이로 태백산과 이어지는 내성천,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서천이 이곳에서 몸을 섞으면서 마을을 감싸 안은 형국이다. 마치 산과 물이라는 자연의 성벽 속에 갇힌 모양새다.◇물 위에 떠 있는 섬, ‘무섬마을’무섬마을을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에서 영주IC로 나와 영주시내 초입에서 문수문 와현리 방향으로 향한다. 수도리 전통마을 표지판을 따라 운전대를 잡으면 된다. 굽이굽이 돌아 도착한 곳은 무섬마을 입구. 마을로 들어서려면 마을 앞 다리인 수도교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는 마을 뒤편에 자리한 무섬교와 함께 육지 속 섬마을과 이어주는 통로다.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에 마을과 바깥을 잇던 것은 외나무다리 하나뿐이었다. 외나무다리는 여전히 무섬마을의 안과 밖을 잇고 있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경북 영주의 무섬마을. 태백산과 이어지는 내성천과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서천이 이곳에서 몸을 섞으면서 마을을 감싸 않은 형국이다마을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잠깐 무섬마을 소개부터 들어본다. 먼저 마을이름이 ‘무섬’된 이야기부터다. 내성천 맞은편에 서서 무섬마을을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수도리로 불렸다. ‘수도’의 순우리말은 ‘물섬’이다. 이 물섬이 세월이 흐르면서 ‘ㄹ’은 내성천 물길 따라 흘러간 듯 사라지고, 지금의 무섬이 됐다는 것이다. 마치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와 비슷한 풍경. 단종의 한(恨)이 건너지 못할 만큼 깊은 물과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을 절벽으로 막혔다는 점만 뺀다면 그 형태나 모양이 너무도 비슷하다. 이런 풍경을, 모습을 가진 마을을 두고 ‘물돌이마을’이라 부른다.경북 영주의 무섬마을 고택 풍경이런 모습을 가진 마을은 여러 곳이 있다. 특히 낙동강을 끼고 있는 물돌이 마을은 총 3곳. 안동의 하회마을과 예천의 회룡포마을, 그리고 무섬마을이다. 그중 무섬마을은 가장 덜 알려졌는데, 나머지 두 마을보다 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벼슬을 멀리하고, 학문을 중시했던 무섬마을 사람들의 선비 성향도 한몫했다. 그런 까닭에 근래 들어 한번 알려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유혹에 이끌려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을 한번이라도 찾은 사람들은 무섬마을에서 세번 놀란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선은 마을을 품은 산과 물줄기에 놀라고, 그 안에 들어선 고택을 보고서 놀란다. 마지막으로 이 마을이 품은 선비정신에 또 놀란다는 것이다. 고단한 일상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청정하고 고고한 정취를 가진 마을인 것이다. 그래서 무섬마을을 두고 양반마을이 아닌 선비마을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호사가들이 이야기한다. 경북 영주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350년간 마을 이어준 외나무다리에 오르다사실 무섬마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마을에는 40여 채의 고택이 있는데, 그중 30여 채가 조선 후기의 사대부 가옥이다. 반남 박씨 입향시조가 지은 ‘만죽재’, 선성 김씨 입향시조가 지은 ‘해우당’ 등을 포함해 9채가 지방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김화진 선생이 세운 ‘아도서숙’도 빼놓을 수 없다. 아도서숙은 1933년 일제에 강제로 폐숙될 때까지 주민들에게 한글과 농업기술을 교육했던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 무섬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류 쪽에 있는 옛 다리다. 무섬마을의 상징인 외나무다리다. 이 다리는 무섬교와 수도교가 생기기 전에 많이 사용됐다. 1983년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350년이 넘도록 하천 바깥과 마을을 이어준 유일한 통로였다.다리는 통나무를 반으로 쪼개 상판을 만들고, 그 아래 ‘ㅠ’자형 다리를 설치한 다음 하나하나 연결했다. 폭은 30cm, 높이는 60cm, 길이는 150m에 달하는 길고 좁은 다리다. 직선이 아니라 물길에 순응하듯 ‘S’ 자형이다. 이 다리는 무섬마을 주민들의 사연이 차곡차곡 쌓였다. 경북 영주 무섬마을의 김규진 가옥지금은 하나뿐이지만, 과거에는 외나무다리가 세 개 있었다. 상류의 다리는 장 보러 나갈 때, 가운데 다리는 아이들이 학교 갈 때, 하류의 다리는 농사지으러 갈 때 소를 몰고 건넜다. 아낙들은 꽃가마를 타고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왔으며, 나이든 어른들은 꽃상여를 타고 다리를 건너 세상과 영영 이별했다.이 다리들이 홍수가 나면서 물길에 쓸려 내려가 새 다리를 놓았다. 과거에는 물살이 강해 긴 장대에 의지해서 건너기도 했다. 그 삶의 우여곡절이 외나무다리라는 이름처럼 위태하고 끈덕지게 다가온다. 지금은 하류의 다리만 복원했다. 그렇게 외나무다리는 무섬마을의 역사는 물론 이곳에서 살고 있거나 살았던 주민 모두에게 각각 다른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내성천을 건너 마을로 들어선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의 한 시골마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다. 대부분은 벼슬도 하지 않던 무섬마을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도 들려오는 듯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서서 산과 강에 안겨 즐겼던 그들의 유유자적한 삶이 그려진다. 욕심도 싸움도 없는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생활이다. 현대적이고 편안한 것 대신 여유 있게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공간이다.경북 영주 무섬마을의 금강초당◇영주에서 무섬마을과 함께 가면 좋을 곳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수서원’은 영주를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1888년까지 4300여 명의 유생을 배출해낸 조선시대 최고의 사립 교육기관이었다. 한국 유교 문화의 발상지인 소수서원 인근에는 선비촌이 있다. 선현들의 학문 탐구 장소 및 전통 생활공간을 재현한 체험 교육장으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인 ‘부석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사찰의 입구인, 일주문부터 사찰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무량수전까지는 총 10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가지는 108가지의 번뇌를 의미한다. 부석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바로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무량수전이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중 하나로, 목조건물의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여행] 솟구친 돌기둥, 장엄한 수정병풍과 마주하다
- 무등산 일대 최고의 경관으로 꼽은 규봉암과 광석대. 무등산은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산 곳곳에는 이 땅의 역사를 품은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등의 주상절리와 너덜들이 펼쳐져 있다.[무등산(광주·화순)=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인 무등산. 전남 화순과 담양에 산자락을 펼치고 있는 호남의 명산이다. 무등산은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산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주상절리와 국내 최대 규모의 너덜지대 등 지질 명소가 있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됐을 정도다. 여기에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2200종이 넘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름처럼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산’이 바로 무등산이다. 이번 산행은 무등산의 커다란 돌기둥을 만나러 가는 길. 서석대와 입석대, 그리고 광석대로 이름 붙은 돌기둥이다. 이름하여 무등산의 삼대절리 또는 삼대석경으로 불리는 주상절리다.◇무등산 옛길따라 수정병풍에 오르다무등산은 높이만 1187m에 이른다. 하지만 산세가 유순해 급한 경사도 많지 않고, 거친 길도 거의 없어 등산이 쉬운 편이다. 그래서 탐방코스도 여럿. 그중 증심사 입구에서 새인봉과 서인봉을 거치고 장불재를 통해 서석대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번 산행에서는 무등산국립공원관리소에서 시작해 늦재를 통해 서석대에 오른 후 입석대를 보고 장불재를 거쳐 규봉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무등산 주상절리의 참모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옆 무등산 옛길 2구간 시작점. 원효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등에 홀린 채 걸으라는 뜻을 담아 ‘무아지경길’이라고도 불린다.들머리는 원효사 입구. 무등산의 대표적인 산행길이자, 무등산 옛길 2구간의 시작점이다. 원효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등에 홀린 채 걸으라는 뜻을 담아 ‘무아지경길’이라고도 불린다.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옆 임도로 들어서면 옛길이 시작된다.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호젓한 길이다. 길 양옆을 꽉 채운 편백 숲은 멀리서 온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한다. 상쾌한 기분에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다. ‘무등산 옛길은 녹색터널’이라는 말 그대로다.편백숲에서 20여분 뚜벅뚜벅 숲속을 지나다 보면 제철유적지, 주검동(鑄劍洞)에 닿는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큰 공을 세운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곳이다. 주검동을 지나 나무터널 끝자락에 이르면 갑자기 하늘이 확 트인다.광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늦재전망대.늦재 전망대에 도착하자, 광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마치 무등산이 광주를 품은 듯한 모습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를 품고 있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고 귀띔했다. 목교안전쉼터에서 서석대(1100m)까지는 짧은 오르막길이다. 서석대 전망대 앞에 서자 거대한 돌기둥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1~2m 너비의 200여개 돌기둥이 약 50m에 걸쳐 늘어서 있다. 이 장엄한 돌기둥이 노을에 물들면 수정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일명 ‘수정병풍’이라고도 불린다. 감탄사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이다. 이 모습에 반한 최남선은 “마치 해금강 한쪽을 산 귀에 올려놓은 것 같다”고 극찬했을 정도다.전망대에서 본 서석대의 모습. 해발 1000m 높이에 1~2m 너비의 200여개 돌기둥이 약 50m에 걸쳐 늘어서 있다.◇경외의 대상이 된 절정을 넘어선 아름다움서석대 바로 위가 정상 능선이다. 무등산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등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천왕봉(1187m)은 무등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천왕봉에서 북봉을 거쳐 꼬막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군사 시설물 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서석대 정상석에서 바라본 지왕봉 정상에는 김덕령 장군이 뜀질하면서 무술을 연마하고 담력을 길렀다는 뜀바위가 있다. 인왕봉은 지왕봉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서석대 쪽에서 가장 잘 보이는 첫 봉우리가 바로 인왕봉이다.무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무등산 능선과 광주 시내 모습서석대 정상석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는 무등산이 광주를 품듯, 시가지의 전경과 멀리 월출산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장불재까지는 능선길로,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서석대 전망대 바로 아래는 승천암이다. 서석대와 달리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양이 독특한 형태의 주상절리다. 이 모습이 마치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어 승천암이라고 이름 지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암자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서석대에서 장불재로 내려가는 길에선 백마능선과 낙타봉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승천암 바로 아래 입석대(950m)가 있다. 서석대가 쪼개질 준비를 하고 있는 돌기둥이라면 입석대는 이미 쪼개진 바위들이다. 40여 개의 너비 1~2m 다각형 돌기둥들이 약 120m 동서로 줄지어 서 있다. 이곳 사람들은 입석대는 선돌의 의미가 있어 이곳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부터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이곳에서 제를 지냈다고 한다. 절정을 넘어선 아름다움은 때론 경외의 대상이 되듯이 옛사람들은 이곳을 신령스럽게 여긴 듯하다.입석대를 경건한 마음으로 보고 나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장불재로 향한다. 안양산에서 백마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한층 설렌 마음으로 장불재에 닿으면 거대한 입석대와 서석대가 마치 작은 보석처럼 빛난다.입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입석대 모습. 예부터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이곳에서 제를 지냈다고 한다.◇무등산에서 가장 높은 암자 ‘규봉암’장불재에서 규봉암까지는 내리막길이다. 가장 단순한 마음으로 마음마저 맑게 물드는 늦봄의 무등산을 즐기며 걷다 보면 지공너덜이 펼쳐진다. 앞서 만났던 서석대와 입석대 같은 주상절리들이 무너져 만든 바윗길이다. 지공너덜을 지나면 네모반듯한 주상절리를 병품삼아 자리하고 있는 규봉암에 닿는다. 우람한 주상절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광석대로 유명한 규봉암은 무등산에서 가장 높은 곳(950m)에 자리한 암자다. 규봉을 중심으로 솟아있는 광석대는 산사를 품에 안고 있어 한층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맑은 풍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경치를 눈에 담고 길을 이어간다.주상절리인 광석대에 둘러싸인 규봉암. 규봉을 중심으로 솟아있는 광석대는 산사를 품에 안고 있어 한층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조선 후기 학자 김창읍은 무등산의 규봉암 일대를 다녀간 뒤 이 같은 시 한 절을 남겼다. “바둑 두는 신선의 자취 가까이 본 듯하여/가부좌하고 앉아 돌아갈 마음 잊었네”. 내로라하는 명승마다 자취를 남겼던 그도 거대한 주상절리 아래 들어선 암자의 기이한 경관 앞에 못내 돌아가기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16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기대승도, 그 이전의 고려 문인 김극기도 규봉암을 무등산 일대 최고의 경관으로 꼽으며 글을 남겼다.주상절리인 광석대에 둘러싸인 규봉암. 규봉을 중심으로 솟아있는 광석대는 산사를 품에 안고 있어 한층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무등산 국립공원공단 해설사는 “공룡이 살던 약 7800만년 전에 두세 번의 화산 폭발이 있었고, 화산재 등 화산쇄설물들이 정상부에 켜켜이 쌓여 덩어리 형태로 모여 있었다. 이후 주 빙하기 등을 지나면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다가 1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거쳐 지표에 노출되기 시작하고, 긴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현재의 수려한 주상절리와 주변의 너들지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광석대에 둘러싸여 있는 규봉암. 규봉을 중심으로 솟아있는 광석대는 산사를 품에 안고 있어 한층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 올해 산불대응체계 확 바꾼다…초대형·동시다발 산불 대응력↑
-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울진 금강소나무숲 지키기 위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당국이 최근 울진·삼척 등 초대형·동시다발 산불의 재발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에 나선다. 우선 주력 산불진화헬기를 기존 대형에서 초대형으로 전환하고, 드론산불진화대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기반시설과 주택 인접지를 중심으로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대를 조성한다.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도 기존 157㎞에서 2030년까지 6357㎞로 확충한다. 산림청은 3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산불 대응체계 고도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강원 곳곳에서 닷새째 산불이 이어지는 8일 강원 동해시 일원의 산림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올해는 50년 만의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산불이 3월 초부터 짧은 시간에 다수 발생했다. 30일 기준 올해 1~3월 산불은 모두 304건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8배 급증했다. 지난 4~5일 발생한 전국 동시다발 산불은 최대 풍속 26m/s의 강풍으로 대형산불로 확산됐다. 이번 산불로 산림 2만 1000㏊, 주택 322채와 농업시설 281동 등의 피해(잠정치)가 발생했다. 이 기간 중 산림청 진화헬기는 물론 경북과 강원을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등 여러 부처 소속 헬기 821대와 진화인력 7만 1527명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산불이 2배 상당 이른 시기에 발생해 진화자원 부족으로 인한 산림 등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강원 등 동해안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이 넓게 분포돼 있어 대형산불에 취약하고 험준한 산악지역으로 진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산불진화용 드론이 비행하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이에 산림청은 앞으로 산불 초동진화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불진화헬기 확보 및 가동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과 해경 헬기 3대에 밤비버킷을 신속히 지원하고, 산림청 헬기는 조기 정비를 통해 가동율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지자체 임차헬기 비용을 지원하고. 강원 동해안에 대형급 헬기 13대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대형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중·특수진화대 등 정예인력은 광역단위로 투입하고, 산불 장기화에 대비해 산림조합·영림단을 대체·교대인력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열화상 드론을 활용해 야간산불과 재불 방지에도 나선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산불발생 초기부터 시장·군수가 직접 지휘하도록 하고, 3000㏊ 이상 초대형 산불 발생 시 진화자원 동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산림 내 산불진화차 출입이 용이하도록 임도긴급 정비, 마을·도로변 및 문화재 등 주요시설 주변에 있는 벌채·숲가꾸기 부산물 등의 연료도 집중 제거한다.중장기 개선 방향으로는 전국 동시다발 및 초대형 산불에 대비해 맞춤형 대응전략 체계를 마련한다. 초대형산불 개념 도입과 함께 현장대책본부장의 진화자원 동원 및 권한 등이 포함된 대응 지침을 만든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산불진화 자원 배치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공중과 지상 진화자원을 충분히 확충해 초기 대응력을 높이기로 했다. 주력 진화헬기는 대형에서 초대형으로 전환하고, 지자체 임차헬기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보조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산불진화차도 2027년까지 대형급으로 2500대를 교체하고, 헬기운항 및 진화인력 보강과 함께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처우도 대폭 개선하고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야간산불 대응을 위해 10개팀의 드론산불진화대를 운영하고, 드론 개발·보급과 항공기의 확대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전 등 국가기반시설과 주택 인접지 중심으로 내화수림대를 집중 조성하고, 산불진화임도를 현행 157㎞에서 2030년까지 6357㎞로 확충하기로 했다.산불피해지역에 대한 복구계획으로는 올해 2차 피해예방을 위한 응급복구에 중점을 두고, 내년에는 산림생태계 회복 목적의 항구복구로 나눠 실시할 계획이다.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임업인들에게는 조기에 경영활동이 회복되도록 융자금 등을 신속히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산불 등 재난업무의 대응 성패는 지역주민, 유관기관 등의 긴밀한 협업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지난 60여년간의 특화된 노하우와 ICT 등 과학기술을 접목해 철두철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 울진·강원산불…역대 최대 피해·최장 기간 기록(종합)
-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울진·삼척산불이 213시간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이번 산불은 역대 최장 시간 진화와 최대 피해 규모라는 상처를 남겼다. 이전 최장 시간은 지난 2000년 강릉·고성산불로 191시간이었다. 피해 규모 역시 강릉·고성산불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주불 진화로 정부는 울진·삼척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해 운영한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번 울진·강원산불 역시 ‘인재(人災)’였다. 천문학적인 피해복구 비용과 이재민 지원, 앞으로 대형 산불에 대비할 대응책 마련까지 이번 산불이 남긴 과제도 산더미다.13일 강원 산불 피해 지역의 모습(사진=연합뉴스)◇서울 면적 42% 앗아간 산불…통계 작성 후 최악 피해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울진·강원산불 산림피해는 2만4940㏊(울진 1만8463, 삼척 2369, 강릉 1900, 동해 2100)로 서울 면적(6만524㏊)의 41.2%에 이른다. 4643세대 727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908건의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00년 강원 강릉·고성산불(2만3794㏊) 피해 면적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산불 본진인 응봉산 주불을 잡고 진화했다고 발표했다. 최 청장은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대책본부에서 “지난 12일부터 내린 비와 산림청항공본부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원의 적극적인 공세로 약 8.5km에 이르던 화선 대부분을 제거했다”고 밝혔다.울진·강원산불 이전 발생한 역대 대형 산불(자료=산림청)최 청장은 “총 9일간 진행한 울진 산불은 울진지역 4개 읍면과 강원 삼척지역 2개 읍면이 잠정 피해 지역으로 확인됐다”며 “총 진화 소요시간은 13일 오전 9시부로 총 213시간이 지나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경북 지역 산불에 연인원 총 6972명, 장비 2599대를, 강원 지역 산불에는 연인원 3158명, 장비 851대를 배치했다.◇결국 발화 원인은 ‘인재’4일에는 울진·삼척과 영월에서, 5일 새벽에는 강릉 옥계에서 산불이 동시 다발로 발생했다. 옥계 산불은 주민에 앙심을 품은 60대 남성이 주택에 ‘토치’로 불을 질러 일어났다. 불은 소형 태풍급에 맞먹는 동해안의 ‘양간지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급속도로 확산해 동해시 전역으로 확산했다. 동해시는 마치 포탄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불은 발생한 지 ‘89시간’만인 지난 8일 오후 7시쯤 꺼졌다. 방화범은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돼 지난 11일 검찰에 넘겨졌다.4일 오전 경북 울진에서 최초 발화 장면으로 추정되는 CCTV 화면 모습.(사진=연합뉴스)울진·삼척화재는 발화 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과 산림당국은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주변이 다 타버렸고 두 차례에 걸친 현장감식에서도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울진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울진읍 정림리 송이산 입구 일대를 지나간 차량 4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울진군은 이미 운전자 중 일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하고 차량 블랙박스 등도 확보했다.◇일상 복귀 속도전…복구 총력전이번 산불로 울진·삼척과 강릉·동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산불 피해를 본 주택 복구비 등 일부(사유시설 70%, 공공시설 50%)를 정부가 국비로 지원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동해시는 지난 11일 분야별 피해조사를 마치고 국가재난관리 정보시스템(NDMS)에 부서별 조사·입력을 이달 17일까지 마칠 계획이다. 삼척시도 17일까지 산불 피해 현황을 접수한다. 행정안전부는 주불 진화에 따라 그동안 가동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피해조사를 통해 내달 초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에서 이재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시설 제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잔재물 처리 등 현장의 응급복구 조치사항과 영농재개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지자체의 피해신고 접수와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의 피해조사 결과를 토대로 4월 초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해결 과제 ‘산더미’이번 산불로 정부는 많은 숙제를 떠안게 됐다. 동시 다발적인 산불로 진화 헬기가 분산되면서 진화는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 진화 인력과 헬기의 부족, 산불진화용 특수장비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했음을 보여줬다.최 청장은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와 이어지는 삼척 응봉산 자락은 해발 고도가 높고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뤄져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웠다”며 “주로 헬기에만 진화를 의존해야 해 진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겨울철 대형산불주의보 지역 분포도(사진=산림청)중장기적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강원도와 경북도 동해안 지역에 ‘실시간 산불모니터링’을 할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림 피해 복원 시 소나무만 심을 게 아니라 함께 다른 활엽수림과 섞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 물질인 ‘테라핀’ 성분의 송진을 품고 있는 소나무는 그만큼 화재에 취약하고 불을 더 오래 유지하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다른 일반 활엽수보다 약 두 배가량 더 오래 탄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다른 나무를 베고 소나무만을 위한 산림 관리를 해왔고 울진은 금강송 군락지 보호를 위해 소나무숲을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해 왔다”며 “소나무는 건조하고 기름을 품고 있어 굉장히 잘 탄다. 낙엽활엽수를 중간마다 섞어야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산림청 관계자도 “강원 동해안 지역의 산림은 척박한 토양 탓에 낙엽활엽수종이 잘 자라지 못한다”며 “대형 산불 이후 피해 복구 시 늘 고민하고 있고 활엽수종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