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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추상, 이토록 반짝이고 이토록 허무한[정하윤의 아트차이나]<12>
- 딩이의 ‘십자무늬 2020-28’(Appearance of Crosses 2020-28·2020). 1980년대 중반부터 서술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추상의 길로 접어든 이후 딩이는 1988년 ‘십자무늬’ 연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자의 ‘열십자’(十), 여기서 변형한 ‘×’란 별 뜻 없는 부호를 기본구조로 삼고, 캔버스 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천·나무판에 빼곡히 채워넣는 방식이다. ‘의미 없이’ 긋고 채워 ‘의미 없는’ 화면을 만든다지만, 모든 사실을 여과해 회화의 본질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작가의 바람을 녹였다. 참피나무에 혼합재료, 120×120×7(d)㎝. ⓒ딩이·멕시코 RGR갤러리 제공.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모레면 크리스마스다. 동심이 남아 있다면 산타클로스, 선물, 캐럴 등이 떠오를 테고, 어쩔 수 없는 어른이라면 휴일이나 길 막히는 도로가 먼저 생각날 거다. 혹은 십자가.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생일이니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지만, 중국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십자무늬를 그리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딩이(丁乙·60)다. 그는 커다란 캔버스를 다양한 색의 십자무늬로 꽉 채운다. 단순노동에 가까운 과정을 딩이는 40년 가까이 홀로 진행해 왔다. 엄밀히 말해 딩이의 그림은 일상을 묘사하지 않은 ‘추상화’지만 구체적인 모습도 얼핏 스친다. 어찌 보면 눈송이 같기도 하고, 오색실로 엮인 퀼트담요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 전구가 반짝이는 것도 같다. 1962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딩이는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거주한 적이 없지만, 상하이 안팎의 미술관·갤러리에서 크게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엔날레, 시드니비엔날레 등에서 초청한 ‘비엔날레급 작가’기도 하다. 대형 설치와 요란한 미디어 작품이 난무하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케케묵은 추상화로 이만큼 조명받기는 쉽지 않다. 그의 ‘십자’에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는 걸까. 십자무늬는 청년시절, 여러 종류의 실험을 거친 뒤 안착시킨 딩이만의 도상이다. 학생 때 상하이공예학교의 도서관에서 25권짜리 ‘유럽 모던아트’ 시리즈 를 발견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인상주의부터 큐비즘까지 담긴 거대한 화집이었다. 당시는 이미 모네가 ‘인상, 해돋이’(1840)를 그린 지 100년도 더 지난 시점이었지만, 마오쩌둥 시대 내내 금지됐던 서구의 미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딩이는 그 새로운 미술을 깊고 넓게 탐험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을 지배하던 ‘사실적인 서양화’에서 자유로워진 것, 궁극적으로 추상에 다다른 것은 이 시절 그의 충분한 실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청년시절 여러 실험 거친 뒤 안착시킨 도상 ‘십자’마침내 1980년대 중반 딩이는 드디어 자신이 평생 매진할 십자무늬를 찾았다. 십자를 처음 발견한 이후 그는 이 도상을 떠난 적이 없다. 만날 똑같은 것을 하면 지겹지 않나 싶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선 나름의 변주가 있다. 1985년 무렵 등장했을 때는 꽤 거칠게 마감했다면, 1980년대 후반에는 빨강·노랑·파랑의 배경 위에 인쇄한 것 같은 ‘열십자(十) 무늬’를 규칙적으로 그려 넣었다. 요즘에는 몇 겹의 레이어를 쌓아 올려 한층 복잡한 화면을 내보인다. ‘십자’란 핵심은 유지하면서 표현방식은 조금씩 변형시켜 온 거다. 그렇다면 그토록 줄기차게 내리긋는 ‘십자’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근 40년을 가로·세로로만 그어 온 걸까. 앞서 말했듯이 딩이의 십자무늬는 종교적 도상이 아니다. 허무하겠지만 사실 아무 의미도 없다. 딩이는 그저 가장 단순한 형태를 골라서 그렸을 뿐이다. 그림에서 어떠한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또는 개인적 표식을 없애고, ‘의미 없는 회화’를 만드는 것이 딩이의 목표였다. 쉽게 말해 모든 의미를 증발시키고 싶었다. 의미를 거부하고 싶으니까 제목도 없다. 작품명은 그저 숫자로만 달았을 뿐이다. 세상에 맙소사. 아무 의미도 없는 걸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그리는 건가. 딩이가 말하는 것처럼 십자무늬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 ‘의미 없음’에 바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말장난 같이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그간 중국에서 그림은 지나치게 ‘의미’에 시달렸다. 마오시대에 미술은 이데올로기 그 자체였다. 지도자를 찬양하거나 당의 정책을 홍보해야만 했다. 예술가 고유의 개성이 절대 도드라지면 안 됐고, 미감은 없어도 그만이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명분과 의미뿐이었다. 1949년부터 1976년까지 줄곧 그랬다. 딩이 또한 문화대혁명 시기에 태어나 온갖 정치 포스터에 둘러싸여 자랐고, 중학교 때는 그것을 그리기도 했다. 딩이는 여기에 질렸다. 모든 미술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지만, 의미를 강요받는 것, 특히 획일적인 의미를 주입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딩이는 의미 없는 십자를 반복함으로써 의미 강박에 시달리는 미술을 구하고, 예술가에게 얹어진 의미 부여란 무거운 짐을 모두 풀어주고자 했다. 딩이의 ‘십자무늬 2021-B-8’(Appearance of Crosses 2021-B8·2021). 장난감 포장지 디자이너로 시작한 작가는 당시 포장디자인 기술에서 중요한 기호이던 십자모양을 작품에 차용했다. 이후 중국 전통회화의 영향이나 서구 현대회화의 사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십자’에 몰두했고, 딩이의 작품세계는 십자모양의 반복적 모티프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완성됐다. 작품 속에 자주 보이는 형광색은 “대도시 상하이에서 받은 느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화선지에 아크릴·분필·연필, 100×80㎝, ⓒ딩이·멕시코 RGR갤러리 제공.게다가 당시 중국에서 추상화를 그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마오의 중국에서 추상미술은 철저히 금지했다. 알아볼 수 없는 형상은 인민에게 무익했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마땅히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이어야 했고, 그 내용은 당의 사상이어야만 했다. 당의 사상을 담은 것 같지도 않고, 담았다 해도 인민이 해석할 수 없는 추상미술은 추방 당해야 마땅하다고 여겼던 거다.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덩샤오핑 정권은 예술의 허가 범위를 다소 넓혀줬지만. 추상미술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헷갈려했다. ‘이걸 허락해? 말아?’하면서 1980년대 내내 오락가락했다. 괜찮다고 했다가도 갑자기 ‘반정신오염운동’ 같은 걸 실행하면서 추상미술전시를 폐막시키곤 했다. 딩이의 십자추상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탄생했다. 금지되던 형식이 다시 보이는 것. 그 자체에 의의가 짙다. 새로운 시대, 또는 표현의 자유를 함축한다고나 할까. ◇요란한 작품 넘치는 미술계서 케케묵은 추상화로 조명받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 세대 중국 미술가 중에 추상미술을 한 것도 독특하다. 대개 1990년대에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중국적인 특징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딩이의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캡션을 가리고 보면 어느 나라 작가가 그렸는지 전혀 모르겠다. ‘중국적’이라 교양 있게 말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여느 회화작가와는 달리 딩이의 작품은 세련되고 맵시가 있다. ‘이국성’을 무기로 하지 않으면서 세계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점은 딩이의 매우 특별한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딩이의 작품과 같은 추상화를 어렵다고 느낀다. 대체 뭐라 하는지 모르겠고, 그림 앞에서 뭘 느껴야 하는지 답답해한다. 그럴 수 있다. 가령 작품만 보고 어떻게 딩이가 녹여낸 수많은 의미를 단번에 알 수 있겠나. 그러나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추상미술은 해독해야 하는 고대문자가 아니며 예술에서 꼭 감동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흥미롭지 않은 그림은 그냥 지나치면 된다. 어쩐지 좀 끌리고 궁금할 때, 그것에 대해 아는 자의 ‘설 풀이’를 참고하면 된다.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천천히. 다만 내 눈에 흥미롭지 않은 그림도, 혹은 어려워 보이는 추상미술도 ‘존중’은 했으면 좋겠다. 마오의 중국을 보라. 내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했을 때 문화가 얼마나 획일화 되는지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구성원에게 돌아간다. 획일적인 문화는 결국 획일적인 생각, 다른 말로 자유를 뺏긴 사회를 뜻하기 때문이다. 난해해 보이는 그림을 만난다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거니’하면 되는 거다. 쿨하게, 점잖게. 모쪼록 올 크리스마스에는 창가에 맺힌 눈송이를 보며, 포근한 퀼트담요를 덮고, 반짝이는 전구를 보면서 다채로운 색으로 엮인 딩이의 십자회화를 떠올려 봐도 좋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 [여행] 직경 200m 거대 운석, 5만년 전 이 땅에 떨어지다
- 5만년 전 운석이 떨어진 분지인 경남 합천의 운석충돌구[합천(경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미국 텍사스 주, 남한 면적의 7배 크기만 한 초대형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온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의 생명체는 완전한 멸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사는 대재앙을 면하기 위해 소행성에 직접 폭탄을 매설, 폭발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나선다. 1998년 개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마겟돈’의 줄거리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크기는 ‘아마겟돈’에서 설정한 것보다 작았지만 실제로 이 땅에 운석이 떨어진 일이 있었다. 약 5만년 전 직경 200m의 운석이 한반도에 하얀 섬광을 일으키며 떨어졌다. 운석이 충돌한 충격은 엄청났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9만배에 달했다. 운석이 떨어진 반경 50㎞는 초토화됐고, 멀리 200㎞까지도 열폭풍이 몰아쳤다. 당시 직경 7㎞, 수백m 깊이의 충돌구를 만들어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운석 충돌 흔적이다. 경남 합천에 가면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합천운석충돌구(초계면·적중면)가 그것이다. ◇5만년전 펀치볼 속으로, 합천운석충돌구경남 합천의 시골 마을인 초계면과 적중면. 두 마을은 넓고 비옥한 들판 위에 개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이곳의 지형은 다른 곳과 사뭇 다르다. 마을 외곽을 따라 동그랗게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분지형이다. 마치 커다란 접시 안에 마을이 들어선 모습이다.지난 2020년 12월, 두마을은 매스컴의 큰 주목을 받았다. 접시 모양의 분지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인지 그 이유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지질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1월부터 직경 7㎞의 ‘초계·적중 분지’ 현장 조사를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이곳이 한반도 최초이자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랴오닝성 슈엔에 이은 두번째 운석충돌구라는 사실을 밝혀졌다. 지금까지 보고된 운석 충돌로 생긴 분화구 형태의 지형은 전세계에 200여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합천운석충돌구 조형물이 운석충돌구가 세상에 알려진 데에는 고 임판규씨의 역할이 컸다. 그는 초계·적중 분지가 운석 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최초로 주장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고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생전에 사비를 모두 털어 이곳이 운석충돌구라는 것을 밝혀내려 무던히 애를 썼다. 2002년에는 아리랑 1호가 촬영한 위성 사진 등을 근거로 초계·적중 분지에 대한 ‘운석 분지 문화재 지정’ 신청도 했다. 지금은 합천한의학박물관 내부에 고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유품들을 모아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일반인이 운석충돌구를 보려면 대암산 정상(591m)에 올라야 한다. 초계면 원당마을이나 반대편 대양면 장지마을에서 올라갈 수 있다.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도 이용되기 때문에 임도를 따라 쉽게 차로 올라갈 수 있다.해뜰 무렵의 합천운석충돌구를 둘러싼 산능성이 위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온통 산능선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누군가가 성벽을 쌓아 올리듯 산을 두른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분지를 둘러싼 산의 이름이다. 최고봉인 천황산(687m)을 시작으로 미타산(662m), 봉산(564m), 태백산(578m) 그리고 초계면쪽 야트막한 단봉산(201m)까지 이어진다. 이 좁은 분지 안에 많은 산들이 들어섰다.대암산 정상 주변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인 낮 12시에 올라가면 분지의 형태가 가장 잘 보인다. 또 달이 뜨지 않는 그믐에는 별을 구경하기 좋고, 동녘이 틀 무렵에는 일출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불어 한겨울에는 매우 춥다. 월동장비를 잘 구비해서 찾아가는 게 좋다.해질무렵의 황매산 억새평원◇억새 명소 ‘황매산’에서 마주한 황홀한 일몰연말이면 여행객들이 꼭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일몰 명소들이다. 합천에도 일몰 명소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황매산’이다.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으로, 가을에는 ‘억새’로 유명한 곳이다.황매산(1108m)은 가야산과 함께 합천 양대 명산으로 꼽힌다. 황매산 억새평원은 해발 900m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억새는 그늘이 있는 곳에서는 자라지 않는 양지식물이기 때문에 큰 나무가 없는 황매산 능선은 억새가 자라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예전에 목장이 있던 자리라 드넓은 고원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황매산은 철쭉으로 더 유명하다. 철쭉군락지가 기지개를 켜고 제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몰려든다.황매산 정상 아래 산성의 누각은 숨겨진 일몰 포인트다. 이 산성은 영화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지었다.캠핑장 입구에 차를 세우자 ‘해발 850m’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고산준봉들이 눈 아래 넘실대고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땀 한 방울 흘리는 수고도 하지 않고 바라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값진 것이라 황송할 지경이다. 황매산 정상 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면 하얗게 빛나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매산이 자랑하는 억새군락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느릿느릿 걸어가도 10분이면 닿는 거리다. 길은 거의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편안하다. 길을 따라 양쪽으로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억새 천지다. 수십만 평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하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바다라는 말 그대로다.해질무렵의 황매산 억새평원황매산 정상으로 향하다 보면 정상아래 산성이 나타난다. 영화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지은 산성이다. 산성의 누각은 숨겨진 일몰 포인트다. 산성 너머 산자락이 층층이 붉게 물들어 가는 풍경이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마침 뉘엿뉘엿 해가 기운다. 석양으로 물든 억새평원은 눈부신 금빛으로 변해 출렁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빛은 파도처럼 흩어졌다가 모인다. 억새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세상 시름도 한 묶음씩 파도에 밀려 사라지는 기분이다.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로 통하는 생태공원인 ‘정양늪생태공원’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청둥오리◇생물다양성의 보고 정양늪 생태공원황강의 지류인 아천천이 흐르는 곳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산세가 양옆으로 나란히 뻗어 한곳을 향한다. 그 사이로 아천천의 배후습지 정양늪이 길게 자리했다. 예전부터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알려졌으며,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 중 하나로 꼽힌다. 헌데 이 같은 늪이 무슨 연유로 대대적인 정비를 하게 된 걸까.그 원인은 합천댐에 있다. 댐이 만들어진 이후 수위가 낮아지고 쓰레기가 쌓이면서 습지와 늪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갔다. 재정비가 이뤄지기 직전에는 수량 감소와 수질 악화로 습지의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이에 합천군이 나서서 대대적인 정비를 5년에 걸쳐 진행해 지금의 정양늪 생태공원이 탄생했다. 물론 5년 만에 태곳적부터 형성된 생태를 전부 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훼손된 자연을 정성 들여 복원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정양늪에서 늪의 생태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만든 점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로 통하는 생태공원인 ‘정양늪생태공원’작은 주차장과 훤칠한 육각정이 정양늪의 초입이다. 육각정 너머로 정양늪 수면 위로 만들어진 덱을 따라 산책로가 운치 있게 조성돼 있다. 물 위로 설치된 길을 걸으니, 왠지 모를 두근거림과 동심으로 이어지는 듯한 재미까지 있다. 이 길을 시작으로 조성된 탐방로는 정양늪을 둘러 구성되며 약 3.2㎞에 이른다.무채색의 정양늪을 지금은 겨울 철새들이 메우고 있다. 사실 정양늪은 겨울 철새들의 안식처다. 덱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다양한 겨울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정양늪을 찾는 철새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큰고니, 논병아리, 물닭, 왜가리, 쇠오리, 청둥오리, 큰 기러기, 말똥가리 등이다. 길 중간중간 하얗고 덩치 큰 큰고니가 물 위를 거닐고, 청둥오리가 옹기종기 모여 물 위를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청둥오리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9~11월 남쪽으로 내려와서 겨울철을 보낸다. 청둥오리가 물 위를 헤엄치고 노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인다. 무리 지어 모여있는 철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경제 한파에 따른 근심을 잠시나마 떨쳐내기에도 안성맞춤인 여행이다..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로 통하는 생태공원인 ‘정양늪생태공원’
- 파리서 크리스마스를...프랑스 관광청, 파리 명소 TOP6 선정
- 프랑스 관광청이 추천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프랑스 관광청 제공.[이데일리 문다애 기자] 매년 12월 빛의 도시 파리는 크리스마스의 마법으로 물든다. 거리를 빛으로 가득 채운 눈부신 일루미네이션, 세계적인 럭셔리 매장들의 화려한 외관 장식, 동심을 자극하는 도심의 놀이공원과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다양하다. 이에 프랑스 관광청이 파리지앵, 관광객,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파리의 인기 크리스마스 명소 TOP 6를 선정했다.◇샹젤리제 거리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크리스마스 연례행사인 샹젤리제 일루미네이션 점등식이 지난달 20일 진행됐다. 지난 4년간 샹젤리제 거리를 밝힌 붉은빛 조명에 이어 올해에는 새롭게 황금빛 조명이 콩코르드 광장부터 개선문까지 4km 길이로 펼쳐진 400여 그루의 가로수에 설치됐다. 일루미네이션에 사용된 마이크로 LED 조명은 최대 5번의 계절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특별히 올해 파리 샹젤리제 거리는 유럽 에너지 위기의 여파로 인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다. 샹젤리제 조명 소등 시간이 기존 새벽 2시에서 오후 11시 45분으로 앞당겨졌고, 일루미네이션 기간도 기존보다 한 주 단축돼 내년 1월 2일까지 예년 에너지 소비량의 44%를 감축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새해 전야에는 밤새 켜진 샹젤리제 조명 아래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프랑스 관광청이 추천한 파리의 튈트리 정원. 프랑스 관광청 제공.◇튈르리 정원 매년 파리의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튈르리 정원 크리스마스 마켓이 돌아왔다. 올해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나무 상점, 샬레(Chalet) 100여 곳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동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오브제는 물론이며 뱅쇼, 핫초코, 와플과 같은 크리스마스 대표 길거리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이외에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중앙에 설치된 1,200 m2 크기의 아이스링크장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불빛으로 반짝이는 대관람차, 공중그네, 회전목마 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튈르리 정원 크리스마스마켓은 내년 1월 6일까지 운영된다. 프랑스 관광청이 추천한 파리의 사마리텐 백화점. 프랑스 관광청 제공.◇사마리텐 백화점파리에서 가장 신나는 크리스마스 무대를 즐기고 싶다면 사마리텐 백화점으로 향하자. 152년 전통을 자랑하는 사마리텐 백화점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댄스’를 주제로 고전 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밤낮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사마리텐 입구로 들어서면 천장을 수놓은 별들과 공간을 가득 채운 밤나무 잎이 펼쳐지는 사마리텐의 명물,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발코니에는 화려한 춤을 추는 댄서를 구현한 네온 조명이 밝게 빛난다. 리볼리 가에서 퐁뇌프 가까지 이어지는 쇼윈도는 쏟아지는 별과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졌다. 각각 로큰 롤부터 디스코, 최근 유행하는 틱톡 안무까지 시대를 풍미하는 음악이 흘러나와 행인들을 춤의 세계로 초대한다. 모네 가에 조성된 4개 쇼윈도에서는 프랑스 국립무용센터가 제공한 아카이브 영상이 상영된다. 이 영상들은 193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고전 무용과 현대 무용의 발전사를 추적한다. 파리의 사마리텐 백화점에서는 파리 국립 오페라 공연 의상 전시회도 열린다. 프랑스 관광청 제공.파리 국립 오페라의 전설적인 공연 의상 전시회도 진행된다. 샤넬,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손에서 완성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대 파리 국립 오페라 공연단의 발레복을 실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주말에 사마리텐을 방문했다면 올해 12월 샤틀레 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대표 장면들을 사마리텐의 여러 층에서 미니 라이브 공연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백화점 5층에 위치한 ‘보야주’ 레스토랑은 ‘여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랑스 각 지방의 크리스마스 특별 재료로 요리한 특별 메뉴를 선보이며 프랑스 미식 여행을 선사한다. 또한 사마리텐에는 스윙감 넘치는 산타클로스가 매장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니며 브레이크 댄스, 록, 찰스턴 스텝을 자유자재로 추며 방문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프랑스 관광청이 추천한 파리의 몽테뉴 거리. 프랑스 관광청 제공.◇몽테뉴 거리 지난 30여 년간 몽테뉴 거리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우아하고도 웅장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는 연말 명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몽테뉴 거리에서 프랑수아 1세 거리까지 거리를 가득 채운 가로수의 불빛들이 황홀감을 안겨준다. 12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 사이에는 몽테뉴 거리와 프랑수아 1세 거리의 매장들이 문을 활짝 열고 아틀리에, 무료 시음 등 다양한 이벤트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몽테뉴 거리의 일루미네이션은 2023년 1월 2일까지 진행된다.프랑스 관광청이 추천한 파리의 방돔광장. 프랑스 관광청 제공.◇방돔 광장 파리에서 가장 우아한 이미지를 가진 명소 중 하나인 방돔 광장에는 그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섰다. 방돔 광장 원기둥 기념탑 주변으로 설치된 4m 높이의 트리들은 광장 전체를 초록빛으로 환히 밝힌다. 1898년부터 방돔 광장을 지켜온 파리의 역사적인 호텔 리츠 파리는 12월 6일부터 30일까지 방돔 광장에 특별한 크리스마스 부스를 운영한다. 지난해 6월, 리츠 파리 내에 제과점을 연 프랑수아 페레 셰프 파티시에의 크리스마스 디저트들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호텔 수제 초콜릿, 한정판 샴페인 등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성맞춤인 다양한 제품군을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 관광청이 추천한 파리의 생토로네 거리. 프랑스 관광청 제공.◇생토노레 거리 세계적인 럭셔리 매장들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싶다면 파리 8구에 위치한 생토노레 거리로 향하자. 생토노레 크리스마스 장식의 상징이 된 디올 매장의 열기구부터 샤넬의 대형 리본, 함박눈이 내리는 착각을 일으키는 버버리 매장까지. 각 브랜드의 정체성에 크리스마스 감성을 가미한 환상적인 외관이 생토노레 거리를 찾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생토노레 거리의 일루미네이션은 내달 15일까지 즐길 수 있다.
-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올해도 세종문화회관서 본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은 연말 대표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다음달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세종문화회관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전 회차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진행한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의 한 장면. (사진=유니버설발레단)‘호두까기인형’은 작곡가 차이콥스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탄생시킨 고전발레 대표작으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콥스키 3대 명작’ 중 하나로 불린다.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해 올해 13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실상부 최고의 크리스마스 시즌 인기 발레 작품이다.작품은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 위에 화려한 무대의상, 수준 높은 춤과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로 그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가장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따른다. 러시아 황실 발레의 세련미, 정교함,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는 ‘마린스키 스타일’로 만날 수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1986년 초연했으며 올해 36번째 시즌을 맞는다.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 무용수와 차세대 스타 무용수들이 총출동한다.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 홍향기·드미트리 디아츠코프, 손유희·이현준, 한상이·강민우, 서혜원·이고르 콘타레프, 김수민·간토지 오콤비얀바, 박상원·이승민 등 여덟 커플이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다.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두까기인형’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 여러분을 만나게 돼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겐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추억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릴 것이다”라고 전했다.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간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올해도 ‘호두까기인형’을 공동주최하게 됐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크리스마스와 송년의 분위기를 만끽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티켓 가격 2만~12만원. 인터파크, 세종문화회관, 예스24, 11번가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 韓 캐릭터의 시작과 끝…‘뽀로로’ 오신 날[그해 오늘]
-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03년 11월27일생은 19년이 지난 27일 오늘부터 민법상 성인이 된다. 휴대폰 구매도 본인의 명의로 할 수 있고, 자동차나 부동산 계약도 스스로 힘으로 가능하며, 나아가 부모의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 국민 캐릭터 ‘뽀통령’, ‘뽀로로’가 성인이 됐다.(사진=이데일리DB)2003년 11월27일. “안녕? 난 뽀로로야”라는 첫인사와 함께 뽀로로가 출연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EBS를 통해 처음 전파를 탔다. 뽀로로 캐릭터는 처음 기안 당시 별달리 설정을 두지 않아 이날이 뽀로로의 생일로 인지됐다.어린 수컷 펭귄을 의인화한 캐릭터인 뽀로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이코닉스·오콘의 공동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뽀로로는 빠르게 동심을 사로잡으면서 2010년을 전후해 보급된 스마트폰과 함께 어린 영유아를 달래는 콘텐츠로 많은 부모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뽀로로는 국내 캐릭터 산업이 전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코닉스는 지난 2021년 786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76억원으로 10%가 넘는다. 오콘의 지난해 매출액은 66억원 수준이다.해외에서도 뽀로로의 인기는 엄청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1년 8월 발간한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뽀로로는 지금까지 130여 개국에 수출됐고 특히 중국과 태국, 싱가포르에는 테마파크까지 세워졌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로열티만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뽀로로의 높은 인기 속에 지난 2015년 뽀로로의 가치를 추산하기도 했다.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가 추산한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는 8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700억원, 경제적 효과는 5조7000억원에 달했다. 뽀로로 이전에도 ‘아기공룡 둘리’나 ‘방귀대장 뿡뿡이’ 등 영유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뽀로로가 가장 대별되는 점은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다. 디즈니가 뽀로로의 판권 구매에 나섰을 정도다.뽀로로의 성공에 가능성을 본 국산 캐릭터들도 뒤를 따랐다. 꼬마버스 타요, 핑크퐁, 라바, 뿌까, 터닝메카드 등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됐다.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서 해외 한류 콘텐츠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뽀로로(19.4%)는 뿌까(21.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알려왔습니다]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는 본 기사와 관련해, 2003년 11월 27일이 ‘뽀로로’가 EBS에 정규 편성돼 방송을 시작한 날은 맞지만 최초 방송일은 2003년 6월19일이라 알려왔습니다. 다만 제작진들은 6월 19일이 대중에게 최초로 소개된 날이라 뽀로로의 생일로 잡고 오는 2023년 6월 19일을 맞아 뽀로로 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 발병률 높아지는 유방암,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 높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유방암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유방암은 국내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규 여성 암 환자 12만538명 중 약 20.6%에 해당하는 2만4820명이 유방암이었다. 신규 여성 암 환자 5명 중 1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셈이다. 또 인구 10만 명 당 발생자수를 의미하는 조발생률은 96.5명(여성), 전체 유병자수는 25만9116명으로 높다. 그러나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또 조기 치료하면 완치율 역시 높은 암이다. 5년 생존율이 93.6%에 이른다(2019년 기준). 즉 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강영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암이다”며 “30세 이상 여성은 매월 자가 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은 2년 간격으로, 40세 이상은 1~2년마다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력·가족력 있다면 위험… 여성호르몬 장기간 노출도 위험요인유방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부 위험인자는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알려진 위험한 인자는 조직검사에서 상피내소엽종이나 비정형증식 등이 진단된 과거력과, 가족력(모녀, 자매)이다. 실제 유방암 중에는 부모로부터 암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암에 취약한 유전성 유방암이 있다. 국내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미국은 이보다 많은 12% 정도가 유전성이다. 물론 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암 발병 확률이 높을 뿐이다. 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유방암은 60~80%, 난소암은 20~40%까지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출산이나 수유 경험이 없거나 늦은 초산 등으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비만, 피임약 등 여성호르몬제 복용, 알코올, 카페인, 방사선 등도 위험인자로 지적된다. 강영준 교수는 “유방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유두가 함몰되고, 유방의 피부가 부어올라 땀구멍이 두드러져 귤껍질처럼 보이거나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온다면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지만, 증상이 생긴다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났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검진 통한 조기발견 중요… 40세 후 1~2년 간격 유방 촬영유방암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다. 유방암은 ‘자가 검진’, 의사에 의한 ‘임상 검진’, X선 촬영, 초음파 촬영 등 ‘영상 검진’ 3가지 방법으로 진단한다. 자가 검진은 매월 생리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임신이나 폐경으로 생리가 없을 때는 매달 날짜를 정해놓는다. 그러나 자가 검진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검진을,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유방 촬영을 통해 검진을 받는다. 강영준 교수는 “국내 여성의 경우 유방조직이 치밀한 편이라 유방 X선 촬영과 초음파 촬영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30세 이전의 젊은 여성은 유방조직이 매우 치밀한 편이고, 방사선 피폭을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초음파 촬영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유방암 치료는 과거 전 절제술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분절제술이나 유방보존술, 감시 림프절 생검술 등으로 가능한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시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수술 후에는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휴식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고, 특히 암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누리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고 나쁜 음식 따로 없어… 적절한 영양섭취·운동·체중관리 중요유방암에는 특별히 좋은 음식도, 나쁜 음식도 없다. 서구화된 음식과 유방암을 연관 짓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식을 주로 섭취하면 된다.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이나 과다한 음주 등 보통 안 좋다고 알려진 음식은 피한다. 특히 비만은 유방암 환자에게 좋지 않다. 살을 찌우는 음식이나 생활습관은 자제한다. 기호식품인 커피, 콜라, 녹차, 비타민 칼슘 영양제 등은 괜찮다.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찾기보다는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체중,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유방암 자가 진단 방법1. 유두에 분비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2. 양쪽 유방이 비대칭인지 살펴본다. 3. 거울 앞에 서서 손을 머리 뒤로 얹고 기울여 유방을 관찰한다. 4. 엉덩이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유방을 살펴본다. 5. 왼팔을 올리고 오른손 끝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겨드랑이부터 천천히 유방을 만져본다. 6. 한쪽 팔을 올리고 반대쪽 손으로 젖꼭지를 가볍게 짜내 분비물이 있는지 살펴본다. 7. 타월이나 베개를 어깨에 받치고 4, 5번 동작을 반복한다. 8. 종종 동심원으로 유방을 골고루 만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