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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베네수 임시대통령은 과이도"..'벼랑 끝' 몰린 마두로(종합)
- 사진=AP[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의 퇴진을 진두지휘한 후안 과이도 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꼽았다. 현 마두로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배척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회는 시민에 의해 적법하게 선출된 유일하게 합법적인 정부 일원”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서방의 정부들도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3개국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대선을 공정하지 못한 부정선거라고 규정, 마두로를 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앞서 마두로는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으며, 지난 10일부터 6년의 임기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야권의 유력 후보들의 가택연금,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유로 정통성에 ‘금’이 간 상태다. 베네수엘라에서 연일 마두로 퇴진 및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의 대규모 반(反) 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는 배경이다.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유가의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까지 더해지면서 초래된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위기와 정국혼란으로 많은 국민이 해외로 잇따라 탈출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를 더 세게 압박하고자 이르면 이번 주 중 석유 등 에너지 부문에 대한 추가제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를 인용,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재정에 대한 통제권을 과이도에게 넘겨주지 않으면 원유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나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복원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최대한 계속해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미주기구(OAS), 리마 그룹, EU를 포함해 국제사회와 함께 베네수엘라 국민을 지지한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군사 행동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불가피할 경우 군사행동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받은 과이도는 대표적인 ‘친미(親美)’ 인사로 분류된다. 베네수엘라 북부 바르가스주(州)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를 마쳤다. 2011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 [미래기술25]사람이 갈 수 없는 곳 날아가 배달·구조·전투..만능 재주꾼이죠
-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드론은 여러개의 회전 날개를 가진 멀티콥터입니다. 회전 날개의 개수에 따라 쿼드콥터(4개), 헥사콥터(6개), 옥토콥터(8개)로 이름이 달라집니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드론도 있습니다. 드론은 전지부터 수소까지 다양한 연료를 사용합니다. ◇공중에서 조난자 수색·농약 살포 등 종횡무진 활약드론을 취미로 날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이익 창출을 위한 용도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주로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에 드론을 날리는 겁니다. 드론은 헬리콥터보다 낮은 속도로, 가까이 비행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전자상거래업체, 택배회사는 드론을 물건을 운반하는데 씁니다. 방송사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소방서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날려 화재가 퍼져나가는 곳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지진이나 건물 붕괴 등 재난 현장에서 드론은 조난자를 수색합니다. 바닷가에서는 드론이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고 튜브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농업과 건설 현장에서도 드론은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비료·살충제 살포, 농업용수 관리에 드론을 이용한 ‘과학 영농’을 하고 있습니다. 또 건물을 지을 때 드론으로 촬영한 3차원 데이터를 설계와 비교해 작업량과 시공 계획을 산출합니다. 교량이나 높은 건물 주위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시설물 점검도 가능합니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섬나라 몰디브에서는 드론을 해수면 연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론을 띄워 해수면 변화를 관찰하고 방조제가 필요한 위치를 파악하는 겁니다. 드론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드론은 단순한 소형 비행기가 아닌 ‘날아다니는 컴퓨터’로 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드론이 화재 현장에서 수색만 할 뿐만 아니라 직접 불을 끄는 데 투입될 것입니다. 공중에서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 드론’이나 무선 통신 모뎀을 탑재한 ‘인터넷 기지국 드론’도 등장할 전망입니다. 궁극적으로 드론 비행 기술이 더 발달하면 사람까지 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유인 드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조종사가 없지만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드론 택시’를 타는 날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드론 핵심 기술은 ‘비행 제어’..ICT 기술 접목해 발달드론이 민간용으로 널리 활용되려면 안정적인 비행이 필수입니다.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서는 모터와 배터리, 센서, 카메라 짐벌(수평 유지창치) 등 부품과 경량 설계부터 수직 이착륙 등 비행 기술, 최적 알고리즘 개발과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4차산업 기술이 집약돼야 합니다. 이른바 ‘드론의 뇌’라고 불리는 핵심 부품은 FC(비행제어장치) 입니다. FC는 고도센서와 지자계 센서 등을 장착해 드론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프로펠러 아래에 장착된 모터를 제어합니다. 모터가 프로펠러를 가동해 공기를 가르면 양력이 발생해 하늘로 뜨고, 이 회전 속도를 각기 다르게 하면 드론이 이동하게 됩니다. 구조용 튜브를 떨어트리는 인명 구조용 드론이나 택배드론처럼 물건을 들어올려야하는 용도의 드론의 경우 FC가 물건을 실었을 때와 떨어트리는 순간의 충격까지 계산해 프로펠러를 돌려야 합니다. 드론의 위치와 고도에 따라 기류와 바람의 세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FC의 성능이 곧 드론의 비행 성능으로 이어집니다. 미래에 많은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교통 규칙이 있어야하겠죠? 지금의 드론 기술에 더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된 기술이 발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먼저 항공 통신·항법·교통 관리 기술, 이착륙과 비행제어를 위한 자동화 기술이 발달해야 할 것입니다. 드론 제어와 임무 수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발달하고 있습니다. 드론이 수집한 빅데이터를 실시간 통신으로 주고받으며 처리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 다른 드론이나 물체 등 위험요소를 탐지하고 충돌을 회피하는 기술도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대중화된 민간용 드론도 여러개의 센서를 탑재해 비행중 나무나 새 등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해가는 정도까지 발달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사람과 물체 등을 구분해내고 사람의 동작도 인식합니다. DJI의 ‘셀카 드론’은 조종기가 없어도 사람의 손동작을 인식해 자동으로 촬영하거나 움직이는 사람들 따라가기도 합니다.◇폭발물 매달면 ‘드론 테러’ 가능..안티드론 기술 중요성 커져누구나 저비용으로 드론을 날릴 수 있게 되자,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드론이 공중에서 추락하기만 해도 큰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드론을 이용한 무분별한 촬영으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제도 생겨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드론에 폭발물을 매달면 그 자체로 살상 무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슬람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는 2016년부터 드론 테러를 자행했습니다.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 DJI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슬람 지역에서 드론을 조종할 수 없도록 막았지만, 근본적으로 테러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드론을 활용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드론 2대에 각각 1kg의 폭탄을 실어 야외 연설중이었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근처에서 터트리려고 한 것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긴급 대피해 무사했지만 군인 7명이 다쳤습니다. 드론 테러 모습은 연설을 생중계하던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전국에 방송됐습니다. 이같은 위험성 때문에 드론의 위협을 방어하는 ‘안티드론’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안티드론이란 드론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격추하거나 무력화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드론 탐지는 음향, 방향,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합니다. 드론 프로펠러의 회전으로 인한 소음을 탐지하거나 드론 조종 주파수인 2.4GHz(제어신호 송수신)와 5.8GHz(영상데이터 송수신용) 대역의 고주파 (RF) 신호를 탐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드론과 조종자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적외선 열화상 센서나 레이더 센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특정 대역의 RF 신호를 송출하고 표적으로부터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탐지하는 방법입니다. 여러 방법으로 드론을 탐지했다면 다음 단계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드론 조종 신호를 받는 2.4GHz 대역에 방해 전파를 방사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경로 계획에 의해 자율 비행중인 드론이라면 이같은 교란에도 문제 없이 목적지를 향해 비행할 수 있습니다. 드론에 직접 산탄총을 발사해 격추하거나 레이저 빔을 조사해 드론을 태워버리기도 합니다. 확실히 드론을 추락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드론이 추락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물이나 새를 이용해 드론을 포획하기도 합니다. 그물망을 설치한 또다른 드론을 날려 드론을 잡거나, 지상에서 드론을 발사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와 스위스, 프랑스에서는 독수리를 훈련시켜 드론을 낚아채도록 했습니다. 안티 드론 기술은 개인적인 활용성보다는 공공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티 드론을 위한 주파수 할당, 비행금지 구역 비행시 처벌 등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석유부자’ 베네수엘라가 극빈층으로 전락한 이유는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센제리스 게바라(21)는 남편, 세 자녀와 함께 가방 하나만을 들고 집을 떠났다. 현재 그녀의 가족들은 콜롬비아에 마련된 피난소에서 지내고 있다. 게바라의 남편 카자르(28)는 “아이들은 영양실조 상태였다”며 “우리는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피소에서 피난민들을 돌보고 있는 테레시냐 몬테이로 수녀는 칫솔과 치약에 감격했던 한 여성이 특히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그녀는 4개월간 이빨을 닦지 않고 이곳으로 ‘탈출’했다. ‘세계 제1위의 원유보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이제 ‘사람수출국’이 됐다. 눈앞에서 치솟는 물가에 먹는 것조차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결국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인접국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에콰도르 등으로 건너가고 있다. 2014년 이후 베네수엘라(전체 인구 3200만명)를 탈출한 인구는 약 230만명으로 추정된다. 너무 많은 난민이 유입되자 에콰도르와 브라질 등은 유효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입국을 허용하는 등 관문을 높였고 에콰도르는 2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정부에 난민 문제에 대한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가 이토록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 것은 전임 대통령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빈민의 영웅’, ‘독재자’, ‘표퓰리스트’ 등 다양한 별칭을 가지고 있는 차베스는 2000년대 초 국제 유가 급등으로 확보된 엄청난 재정을 바탕으로 빈민·원주민·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전면적 무상복지를 시행했고 외국자본이 소유한 석유회사를 국유화해 채굴·정유 산업의 50%를 국영화했다. 재임 기간 정부 세입의 60% 이상을 사회복지에 투입, 2003년 62.1%였던 빈곤율은 2011년 31.9%까지 떨어졌다.그러나 이는 곧 산업기반의 와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국유화를 피해 민간 자본들은 해외로 빠져나갔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금도 해외에 머물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회당에 따르면 역외 베네수엘라 민간자금은 4500억달러에 육박한다. 석유 수출로 버티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4년 6월 이후 국제 유가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침체되기 시작했다. 국영석유공사(PDVSA)의 수출액은 2013년 최고 1000억달러에서 2016년 30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석유산업이 수출의 95%, 정부 재정의 75%에 달하고 식료품, 의약품 등 생필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석유수출액의 감소는 곧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 7월 기준 베네수엘라에서 닭 한 마리의 가격은 1억 4600만 볼리바르(Bolivar)다. 이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2000여개 지폐다발이 필요하다. 무게로 환산하면 14.6kg이다. 타임즈는 “베네수엘라의 상점에는 가격표가 없다”고 보도했다. 몇몇 회사는 돈 대신 계란으로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주요 경제지표를 2015년 이후 발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016년 522.3%, 2017년 584.4%, 2018년에는 1200%로 추정된다. 차베스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우유, 빵, 밀가루, 생선, 닭고기, 치즈, 비누 등 50개 제품에 대한 가격 규제를 실시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를 통해서만 외환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암거래 시장을 키웠다.무리한 국유화가 낳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PDVSA는 20일 미국 석유기업 코노코필립스에 20억달러를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2006년 베네수엘라 정부의 석유산업 국유화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20억달러는 베네수엘라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산국유화로 걸려있는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초(超)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시행한 화폐 개혁은 그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기존 통화에서 10만대 1로 액면 절하한 블리바르 소베라노(Bolivar Soberano)라는 새로운 화폐를 도입했다. 그러나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이 부족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새로운 화폐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고 국민은 은행과 ATM 앞에서 새 통화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고 BBC는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까지 일어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베네수엘라 북부 수크레주 이라파시에서 남서쪽으로 22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이후 600여km 떨어진 수도 카라카스 시내 건물들까지 크게 흔들렸고 노후한 건물에서 벽돌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규모를 6.3으로 발표하는 등 사태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28>법정화폐에 도전…베네수엘라·마샬제도의 실험
-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트로 사전판매에서 30억달러 어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중 40% 이상이 달러화로 페트로를 구입했다.[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두 편에 걸쳐 암호화폐는 과연 화폐인가, 또 암호화폐가 왜 법정화폐와 불화를 빚고 있는지를 살펴 봤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암호화폐는 화폐의 속성을 분명 가지곤 있지만 그 명칭에 부합할 정도로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진 못합니다만 서서히 일부 화폐 기능을 수행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다만 중앙은행이나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의 존재를 부정하는 지점에서 출발한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와 불화를 운명으로 타고 난 만큼 법정화폐와 화해를 모색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화폐로 인정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 시점이 언제쯤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구상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암호화폐를 화폐로서 자리매김 하려는 시도가 시작됐습니다. 일단 현 시점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해 발행한 유일한 `국가 암호화폐(sovereign cryptocurrency)`인 베네수엘라의 페트로(Petro)가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경제 제재와 산유량 감소, 암시장에서의 환율 급등,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중 통화량 부족 등 직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땅에 떨어진 자국통화 볼리바르의 가치를 되살리겠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내놓은 극약처방인 셈입니다. 제재로 인해 보유한 달러가 부족해 외환시장에 접근할 수 없고 해외에서 생필품도 수입하기 힘들다보니 페트로를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겁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국가 암호화폐의 안전성을 높이고 투자 수요를 유인하기 위해 자국 원유를 담보로 페트로를 찍어냈습니다. 1페트로에 원유 1배럴을 매칭하는 식으로 코인 하나당 60달러에 총 1억개를 발행하기로 했죠. 지난 2월 중순부터 한 달간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비공개 사전판매에선 30억달러 어치의 페트로가 팔렸습니다. 전체 40.8%가 미 달러화로 페트로를 샀다고 합니다. 이후 지난달 23일부터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개인과 기관에게 판매를 시작했구요, 60억달러 정도 팔 것 같다고 합니다. 이처럼 예상보다 수요가 많다보니 베네수엘라는 세계 4위 금(金) 매장량을 이용해 금을 담보로 하는 페트로 골드(Petro Oro)도 찍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페트로 백서(Whitepaper)를 보면 페트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영석유회사인 PDVSA와 함께 홍보에 나서고 있고 페트로로 공공요금과 세금, 은행 이자 등을 납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달말부터는 부동산 거래에도 페트로를 쓸 수 있도록 하고 모든 국영기업과 여행사 등에는 페트로로 결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페트로를 가진 사람이 요청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 10% 할인된 가격에 되사주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트로로 상품과 서비스 유통이 가능한 4곳의 페트로 경제특구를 세울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아직 발행되진 않았지만 마셜제도공화국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 국가 암호화폐인 소버린(SOV)을 발행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인구 6만명의 작은 섬나라인 마셜제도는 자국 통화가 없어 미 달러화를 써왔는데, 앞으로는 소버린을 달러와 동등하게 쓸 수 있게 됩니다. 2400만개 소버린을 발행해 70%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핵실험 피해 주민들의 복지와 보상에 쓸 계획이며 240만개는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암호화폐인 크립토루블(cryptoruble)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암호화폐에 강한 경계감을 보였지만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한다면 세금 징수 등에서 충분한 이점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터키에서도 터키민족주의운동정당(MHP) 아흐메트 케난 탄리쿨루 부의장 겸 전 산업부 장관이 국가 암호화폐인 투르크코인(Turkcoin) 발행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국부펀드라는 든든한 담보를 가진 국채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캄보디아 정부가 독자적 암호화폐인 엔타페이(Entapay) 발행을 검토하고 있고 에스토니아도 정부 지원을 받는 암호화폐 에스트코인(Estcoin)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만 아직은 국가 암호화폐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페트로의 경우 정부가 나서 활용처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지만 자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사용이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페트로를 통해 경제 제재를 회피하겠다는 마두로 대통령의 속셈이 훤히 보이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페트로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으로 맞대응했구요, 이 때문에 실제 교환 가능한 화폐는 볼리바르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볼리바르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폭락한 상태라 베네수엘라 정부가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페트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정한 자국 유가에 연동되는데다 원유를 담보로 하고 있어 암호화폐라기보다는 국채에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 정부 자체의 신용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에 연동돼 있는 페트로의 신뢰도 높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첫 국가 암호화폐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성공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셜제도 소버린 역시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당 기간 달러화와 병행해야 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사회 제재에 시달리는 전제주의(autocrat)나 독재 국가, 자국통화가 없는 소국(小國) 위주로 국가 암호화폐가 발행되거나 발행 추진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같은 시도를 폄하하는 목소리가 우세하긴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모여 머지 않은 미래에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를 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