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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마두로급’ 제재 당한 푸틴, 숨겨진 재산 120조원 넘을 것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에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 나라의 정상을 직접 겨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의 선례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FP)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자산은 동결되며 이 지역에서 금융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현금과 유가증권은 물론 부동산도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함께 제재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명의로 된 것에는 일체 접근하지 못하게 됐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재산 규모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NYT는 수년간의 다양한 추측과 소문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재산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매년 약 14만달러(약 1억 6900만원)를 벌고 작은 아파트만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10억달러(약 1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흑해 연안의 고급 저택인 ‘푸틴의 궁전’과 1억달러(약 1200억원) 상당의 호화 요트인 ‘그레이스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폭로한 흑해 연안의 고급 저택인 ‘푸틴의 궁전’. (사진= AFP)푸틴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은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간 NYT는 전했다. 수십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의 계좌로 흘러 들어가고 고급 부동산들이 그의 가족들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탈세와 부패 실태 등을 폭로한 문건인 이른바 ‘판도라 페이퍼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한 여성은 역외 회사를 통해 모나코에 410만달러(약 4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였으며, 프랑스 남부에는 그의 전 부인과 연결된 고급 별장이 있다.푸틴 대통령의 은닉 재산 규모에 대한 여러 추측들 중 가장 놀랄만한 주장 중 하나는 영국 헤지펀드 투자자 빌 브라우더로부터 나왔다. 그는 2017년 미 의회에 출석해 푸틴 대통령의 재산이 총 2000억달러(약 24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푸틴 대통령을 세계 최고 부자에 올려놓을 만한 액수라고 NYT는 덧붙였다. ‘러시아의 정실 자본주의’ 저자인 앤더스 애슬런드 조지타운대 부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재산을 약 1250억달러(약 151조원)로 추산했다. 이 중 많은 부분이 푸틴 대통령의 동맹, 친구, 친척 등의 이름으로 해외 피난처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미국 의회에 러시아 제재 관련 자문을 해 온 폴 마사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선임 고문은 푸틴 대통령의 어떤 자산이 이번 제재의 영향을 받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NYT에 말했다. 추측과 증언은 많지만 푸틴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될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사로 선임 고문은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재산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가능한 재산을 동결하고 제재를 공식화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유럽 외교관도 이번 제재를 ‘정치적으로 중요한 신호’라며 상징적 가치를 강조했다.미국의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푸틴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독재자로 악명이 높은 마두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과 푸틴의 이름을 나란히 놓게 됐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해 심각한 경제적, 외교적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미, '푸틴 제재' 이례적 최고수위 압박…전쟁 현실화할까(종합)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정말 전쟁은 현실화할까. 미국이 외교 관례를 깨고 ‘푸틴 제재’를 직접 언급했다. 동유럽 파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할 방안 마련에 착수하는 동시에 국가원수를 겨냥하는 최고 수위의 압박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그러나 러시아는 물러서지 않는 기류다.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에서 6000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해 군사 훈련을 개시했고, 중국과 연합 해상 훈련까지 벌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서방 진영과 러시아·중국간 ‘강대강’ 대치로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제공)◇바이든, ‘푸틴 제재’ 이례적인 압박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그를 개인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그걸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상대 나라의 국가원수를 직접 겨냥해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역시 외국 지도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자제해 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고(故)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 등과 같은 독재자들을 겨냥했던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러시아 정도의 힘을 가진 나라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직접 제재 대상으로 거론한 건 가장 강도 높은 수위의 압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또 “머지않은 시점에 8500명의 미군 중 일부가 이동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병력 8500명에 대한 상향된 동유럽 배치 대비에 돌입했는데, 조만간 일부 파병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 보좌관은 CNN에 나와 “(파병과 관련해) 어떠한 방안도 배제하면 안 된다”며 “미군 병력을 동맹국 영토 외에 어디에도 배치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결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발트해 연안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병력 강화에 맞서 동유럽 일대에 속속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미국은 군사적 대응과 함께 에너지 대책 역시 착수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이 전체 가스 공급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독일과 러시아간 직통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중단을 전제로 에너지 부족에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북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하고 있다”며 “글로벌 주요 천연가스 생산 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 업체들은 천연가스 여력이 얼마나 있는지, 또 이를 유럽에 팔 의향이 있는지 보고 있다”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기 위한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경제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다.유럽 주요국 정상들 역시 힘을 보탰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한때 구(舊)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공격을 일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성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8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나토 동맹국 보호를 위해 군대를 파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러 ‘맞불’…우크라 국경서 또 훈련문제는 러시아가 서방 진영의 압박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연일 군사 훈련을 늘리는 기류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자국 남서부 지역과 서부 지역 등의 부대들에 훈련 명령을 내렸다. 투입하는 병력만 6000명이 넘는다. 러시아 남부군관구에 따르면 남부군관구 소속 항공대와 흑해함대 소속 해상 항공단은 △다른 비행장으로의 이동 연습 △가상의 적 공격을 피하기 위한 대피 기동 △미사일 타격 연습 등을 할 예정이다.이와 동시에 남서부 볼고그라드주, 로스토프주, 크라스노다르주, 크림반도 등 훈련장에서 실시하는 훈련에는 60대 이상의 항공 장비를 투입할 계획이다.러시아는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와 이웃한 벨라루스와의 연합군사훈련 ‘연합의 단호함-2022’를 위해 극동 지역의 동부군관구에 속한 부대와 군사장비를 벨라루스로 이동시키고 있다. 또 주목되는 건 중국과 합동 훈련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라비아해 서쪽 해역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전했다. 러시아 측에서 태평양 함대 소속 1만1000t급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 6800t급 대형 구축함 ‘아드미랄 트리부츠’ 등이, 중국 측에서 미사일 구축함 ‘우룸치’, 지원함 ‘타이후’ 등이 각각 참가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주요 우방인 중국과 함께 미국을 향해 무력 시위에 나섰다는 해석이 비등하다.일각에서는 미국의 파워,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해지는데 따른 사태라는 시각도 있다. CNN은 “미국이 예전만 못 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에서) 미국에 대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곧 글로벌 지정학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신호다.(그래픽=문승용 기자)
- 미군 8500명 동유럽 전진 배치하나…우크라 '일촉즉발'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동유럽에 8500명의 병력을 배치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발트함대의 출항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서는 가운데 맞불을 놓는 경고성 조치다. 서방 진영이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커지는 기류다.(그래픽=문승용 기자)◇서방 진영, 동유럽 병력 증강 시동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미군 8500명을 동유럽에 배치하기 위한 ‘상향된’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CNN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에 따른 가장 최신 조치”라고 전했다. 미군의 동유럽 전진 배치 가능성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이는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 지원을 위한 것이다. 나토가 필요로 할 경우 신속대응군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대비 태세 상향 명령을 받은 병력은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부대 등이다. 당초 병력 배치 준비에 10일이 주어졌다면 이제는 5일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설명했다.커비 대변인은 “미국은 대내외에서 병력 대비 태세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력을 배치할지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실제 군사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은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 계획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인 나토는 이날 동유럽에 전투부대를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는 현재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에 다국적 부대 4000여명을 두고 있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의 동부 지역에 있는 주둔군을 더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나토는 또 동맹국들이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 군대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로 보낼 것임을 천명했다. 덴마크,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가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 군함과 전투기를 더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동유럽 군사력 증강 태세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전날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직원 가족들에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수면 위로 올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고를 입수했다는 게 그 이유다. 로이터는 “이 명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영국 정부 역시 이날 대사관 직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사진=AFP 제공)◇러, 곧바로 초계함 출항 ‘무력시위’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러시아 발트함대는 이날 나토의 동유럽 전력 증강 배치 발표 직후 함대 소속 초계함인 ‘스토이키’ ‘소오브라지텔니’ 등 2척이 해상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출항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초계함에는 발트함대 소속 해병대 대테러팀이 탑승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또 20척의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을 발트해 훈련 해역으로 보냈다.이는 이미 예정돼 있던 훈련이다. 다만 러시아가 나토의 발표 직후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력시위라는 관측이 나온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유로 동유럽 주둔군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이는 긴장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나토가 활동을 강화하면 좌시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울러 미국 정보당국이 내놓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습설을 두고 “거짓 정보”라고 주장했다.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했고, 우크라이나 북부와 붙어 있는 벨라루스에 연합 훈련을 명분으로 군사력을 이동 배치했다.이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두 나라간 공조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흘 전인 20일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접촉했다. 서방과 대결 국면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을 간접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 美 “러시아, 자국 백신 팔려고…美·유럽 백신에 음모론 유포”
-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외교전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유럽 기업들의 백신을 깎아내리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산하 해외 여론공작 대응 부서인 글로벌인게이지먼트센터(GEC)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정보당국과 연관된 4개 매체에서 화이자를 비롯한 미국 및 유럽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들이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및 유럽산 백신과 관련해 부작용과 안전성을 의심하는 부정적 뉴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GEC가 꼽은 4개 매체는 △뉴 이스턴 아웃룩 △오리엔탈 리뷰 △뉴스 프론트 △레벨 인사이드 등이다. GEC는 러시아 정부가 과거에도 이들 4개 매체를 활용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고 전했다. GEC는 “4개 매체의 방문자 수는 많지 않지만 다른 매체들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 프론트는 지난 1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얼굴 근육이 마비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뉴 이스턴 아웃룩은 화이자 백신의 개발 기술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이 “급진적 실험 기술”이라며 “실험용 백신을 몸에 서둘러 넣게 하는 것은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미국이 전염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생물학 연구소를 전 세게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었다.반대로 러시아 백신에 대한 효능을 과대포장하는 내용이 러시아 국영TV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주로 서방 국가 전문가들이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효능을 칭찬하는 내용이다. GEC에 따르면 뉴 이스턴 아웃룩과 오리엔탈 리뷰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등의 기관과 연계돼 있으며, 두 매체의 주요 독자층은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분포돼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 8월 뉴 이스턴 아웃룩을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로 분류했다. 뉴스 프론트는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를 계승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지시를 받고 있다. 크림반도에 본사를 두고 10개 언어로 번역한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2~4월 방문자 수는 900만명 수준이다. 레벨 인사이드는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의 통제를 받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들 매체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다양한 기관이 공동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개 매체가 선전과 선동, 거짓 정보 유포한 사실과 관련, 러시아 정보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될 무렵부터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개발·유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맞고 있다. (사진=AFP)러시아가 이처럼 미국 및 유럽산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폄하하는 이유는 스푸트니크V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마켓워치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스푸트니크V를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지난해 8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에도 검사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세계 각지에서 스푸트니크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백신을 앞세워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백신을 주문하는 국가들이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옛 소련연방 및 중동 국가들에 집중돼 있는 점에서 러시아 정보당국의 여론전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월 스푸트니크V를 공개 접종한데 이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이날 같은 백신을 맞았다. 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백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지타운 법학대학의 로렌스 고스틴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백신을 이용해 러시아의 과학적, 기술적 능력에 대한 매우 변색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는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지역에서 전략적 목적으로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 및 지역 등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불안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WSJ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러시아 정보기관은 백신에 대한 어떤 비판과도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 정보기관이 오히려 영문 매체 등을 통해 스푸트니크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및 러시아산 백신 사용을 늘리면 글로벌 백신 공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