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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전국에 돌풍·벼락 동반한 비…‘태풍급 강풍에 유의’
- 수도권 지역에 비가 내린 5일 오후 서울 석촌호수에 벚꽃이 떨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주미희 기자] 화요일인 11일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최대 20mm 황사비와 강한 바람이 예고됐다. 시설물 관리와 안전 사고에 각별하게 유의해야 한다.기상청에 따르면 11일에는 아침 수도권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그밖의 중부 지방으로 비가 확대된다. 이후 비 구름이 남하하면서 중부 지방은 오후부터 점차 비가 그치겠지만 남부지방은 오후부터 밤 사이에 비가 내린다.비의 양은 5~20mm로 많지 않다. 하지만 황사가 섞여 내릴 가능성이 있고, 초속 20m 안팎의 돌풍이 불거나, 벼락을 동반하는 곳이 많다. 수도권과 충청권, 전북, 강원 영동, 경상권 동해안에 순간 최대 70km/h 이상, 동해안과 산지에 90~110km/h 이상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기상청은 수도권 등 중부 지방에 이날 밤부터 강풍 특보가 발효돼 11일 새벽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의 강풍 특보는 수요일은 12일 오전 모두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또 비 구름의 뒤를 따라 계속해 황사가 유입되면서,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짙게 나타난다.아침 기온은 서울 12도, 대전 11도, 광주 12도, 부산 14도로 많이 쌀쌀하지 않다. 낮 기온은 서울 17도, 대전 20도, 광주 21도, 대구 22도로 예상된다.모레인 12일은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크게 낮아지고, 황사의 영향으로 전국의 공기가 매우 탁해질 전망이다.
- 세상에 내민 가장 친밀한 언어…은혜씨의 알록달록한 '포옹'
- “이런 포즈의 작가 정은혜도 있다!”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여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에 나선 정은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친구와 만남: 반가워’(2022·50×72.7㎝·왼쪽)와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50×72.7㎝) 앞에 섰다(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쯤 되면 세상의 모든 얼굴은 둘로 나뉘어야 한다. 어떻게? ‘고운 얼굴과 못난 얼굴’? ‘온화한 얼굴과 냉랭한 얼굴’? 아니라면 ‘성형한 얼굴과 성형하지 않은 얼굴’? 왜 아니겠는가.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이런 반응들을 ‘답’이라 가르쳐 왔던 거다. ‘잽싸게 내밀 수 있는 처세’라고. 하지만 이젠 내려놓을 때가 됐단 얘기다. 적어도 여기 이곳에서의 정답은 ‘이 작가의 화면에 이미 뜬 얼굴과 이 작가의 화면에 아직 뜨지 못한 얼굴’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4000명을 넘겼단다. 연필 끝으로 꾹꾹 눌러 인물의 특징을 잡고, 콩테로 진하고 연한 명암을 만들든지 아크릴물감으로 형형색색을 입히든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옮겨낸 사람들의 얼굴이 말이다. 게다가 공평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이 작가의 화면에 들 수 있고 없는 자격조건 따위는 아예 없다니까. 그저 작가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예쁘게 그려주세요!”이렇게 말 만하면 다 그려준다니까.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5일 개막에 앞서 한 관람객이 ‘까비’(2022·53×65.1㎝·오른쪽), ‘두 여자’(2020·61×139.5㎝·왼쪽 두 번째) 등 정 작가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고객인데, 간혹 그들의 마음에 차지 않을 때도 있는 모양이다. “너무 못생겼어요” “다시 그려주면 안 될까요” 등 보통의 투정을 넘어서 “환불해주세요”라는 다소 강도가 센 컴플레인도 왕왕 터진다니. 그래도 이 작가, 그런 불평 정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단다. “개성 있는 캐리커처를 그려요” “초상화가 아니라 캐리커처를 그려요”로 밀어붙인다지 않는가. 이 작가 정은혜(33). 사실 지금 활약하는 여느 작가들과 다를 건 없다.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고, 그림이 사는 일의 목적이며, 그림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여느 작가들과는 다르다. 그이의 이름 앞에 세상이 붙인 타이틀이 그리 말한다.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화가’인 거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왼쪽 벽에 작가가 가장 아낀다는 콩테 작품 ‘김풍자 할머니’(2020··63×139㎝·왼쪽), ‘박순덕 할머니’(2020·63×139㎝)가 보인다. 이어 오른쪽으로 ‘나의 이란성 쌍둥이 친언니’(2022·45.5×53㎝)와 ‘갤러리B 대표님’(2022·50×72.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다고 눈부터 흘길 건 없다. ‘나와 다른 남을 굳이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이들이 없다곤 단정하지 못하겠지만, ‘아무나 못 가진 재능이 더 귀하고 아무나 못 하는 위안이 더 고맙다’는 의미도 적잖을 테니 말이다. 곽재선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5일 개막하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이 내다보는 세상풍경이 바로 그거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작가대로,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살가운 마음을 전하는 고마운 풍경. ◇규칙·법칙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화면 전시는 정 작가의 ‘진면목’을 압축해 한자리에 모은다. 정 작가의 장기라면 단연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화풍에 있다. 들여다보고 있자면 결국 빙긋이 미소를 흘리게 된다고 할까. 작가 정은혜. 누군가를 바로 끌어안을 듯한 포즈다. ‘포옹’은 작가 작업의 키워드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고, 안으면 내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포옹은 사랑”이라고 했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에 나선 정 작가 뒤로 ‘친구와 만남: 반가워’(2022·50×72.7㎝·왼쪽)와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50×72.7㎝)이 보인다(사진=이영훈 기자).사람 아니면 사람과 사는 반려동물을 주요 ‘모델’로 작업하는 정 작가의 작품에 모나고 어두운 구석이 없다는 게 가장 크다. 장난스럽게 펼쳐놓은 ‘누군가의 한때’에 알록달록 색 입히길 즐기는데, 마음에 드는 모델 곁에 강렬한 원색의 꽃한송이 더 얹어 화려함을 키우는 일쯤에는 도가 트인 듯 보인다. 규칙이나 법칙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화면도 한몫한다. ‘구도파괴’ ‘원근파괴’는 기본. 작가를 감동시킨 내용은 앞으로 크게 빼고 그다지 중요치 않은 건 저만치 밀어두거나 과감히 빼버리는 식이다. 큰 비중을 두는 건 역시 누군가의 얼굴, 마음까지 투영한 표정이다. 묘사가 아닌 표현이 작가의 주요 기법인 거다. 그러니 만약 작가의 작품 속 얼굴이 좀 찌그러져 있다면 ‘어딘가 못생긴 게 아니’라 ‘어딘가 편치 않은’ 거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정 작가가 그린 ‘니얼굴 은혜씨’(2019·53×65.1㎝·왼쪽)와 ‘서른살 은혜’(2020·45.5×53㎝)가 나란히 걸렸다. 한눈에 알아볼 정 작가의 자화상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정 작가의 작품 ‘모녀’(72.5×60.5㎝·왼쪽)와 ‘양희은 양희경 두 자매’(2020·72.7×60.6㎝)가 어깨를 맞댄 채 걸려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는 정 작가의 이 같은 작품세계를 녹여낸 60여점을 건다. ‘두 여자’(2020),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님’(2022),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 ‘양희은 양희경 두 자매’(2020) 등 펜과 아크릴로 색을 올린 캔버스화를 메인으로, ‘니 얼굴 은혜씨’(2019), ‘서른 살 은혜’(2020), ‘사랑을 받는다’(2020) 등 디지털프린팅으로 제작한 에디션화가 함께 나온다. 종이에 콩테나 연필로 그린 드로잉도 여럿이다. 그중 연필선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작가가 가장 아낀다는 작품 ‘김풍자 할머니’(2020), ‘박순덕 할머니’(2020), ‘이점달 할머니’(2020)는 길이 139㎝에 달하는 대표작으로 나선다. 정 작가의 첫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과 어머니를 생생한 필치로 그려낸 ‘엄마 장차현실’(2018) 등 귀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정은혜의 ‘엄마 장차현실’(2013·지름 53㎝). 정 작가가 그린 어머니 의 초기 드로잉이다. 그림 안에 “나를 사랑스러운 딸로 태어나게 한 엄마 장차현실”이라고 써넣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앞쪽에 정 작가의 첫 드로잉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18.5×26㎝)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명 ‘포옹’ 그대로 서로 보듬어 안은 모습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키가 150㎝ 남짓이라는 작가가 누군가의 가슴에 스며들 듯 안겼거나, 서로를 와락 끌어안고 어깨라도 다독이는 장면. 나머지는 ‘포옹을 부르는’ 작품들이랄까. 눈치챘겠지만 사실 포옹은 작가 작업의 키워드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고, 안으면 내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포옹은 사랑”이란 게 정 작가의 철학이다. 결국 포옹은 정 작가가 세상에 내미는 가장 친밀한 언어인 거다. ◇2017년 첫 개인전 후 꾸준히 작품활동 2016년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데뷔’하며 정 작가는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섰다. 집 근처 벼룩시장이었다. ‘니얼굴’이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그렸다. 2013년부터 어머니 장차현실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청소일을 돕다가 빗자루 대신 붓을 들고 수련한 뒤 나선 첫걸음이었던 거다.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고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 없는 정 작가의 유일한 스승은 동양화가이자 만화가로 활약한 어머니뿐이었다. 물론 “미술규칙을 가르치려 들다가 실패했다”는 어머니의 시행착오까지 커리큘럼이었고.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전시에 나온 연필 드로잉 30점 중 일부다. 정 작가가 2016년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얼굴’이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던 시절부터의 작업을 모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지난해 드라마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르며 ‘유명배우’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갑자기 뚝 떨어진 ‘벼락작가’는 아니다. 2017년 7월 첫 개인전인 ‘천 명의 얼굴전’을 신호 삼아, 북한산 우이역 공공예술프로젝트 ‘달리는 미술관’(2017), 서촌갤러리B ‘니 얼굴의 은혜씨’(2019), 양평 폐공장 ‘스프링’(2019), 국회 아트갤러리 ‘시선을 포개다’(2020), 창성동실험실 ‘그대로가 좋아 니얼굴’(2020)과 ‘개와 사람전: 개人전’(2021), 토포하우스 ‘포옹전’(2022) 등 작가이력을 제대로 쌓고 있다. 그 덕에 정겨운 얼굴들이 만드는 세상풍경도 덩달아 쌓여간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여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5일 개막에 앞서 한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다 정 작가의 작품 ‘두 여자’(2020·61×139.5㎝) 앞에 오래 머물렀다. 그 왼쪽으론 ‘아빠와 은백이’(2021·60.6×72.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발병하면 사망 위험까지! 뇌혈관질환... 골든타임이 중요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뇌혈관에서 발생하는 초응급질환에는 뇌경색과 뇌동맥류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뇌경색은 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히는 질환으로, 혈액공급이 차단되면서 뇌세포가 빠르게 괴사한다. 이른바 ‘허혈성 뇌졸중’이다. 서둘러 공급로를 확보해주지 못하면 사망 아니면 편마비와 같은 평생 후유증이 남는다. 뇌동맥류는 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불룩해지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압력으로 인해 얇은 부위가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이발생할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뇌졸중의 범주에 들어있지만 발생 기전이 다른 만큼 증상에서 치료와 예방 또한 구분해야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신희섭 교수의 도움말로 뇌경색과 뇌동맥류에 대해 알아본다. ◇ 벼락 두통과 편마비만 알아도 응급상황 대처 갑자기 발생해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위험까지 높은 뇌졸중은 초응급질환에 속한다. 예고없이 발생하지만, 두 질환에 대한 특징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신속한 대처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편마비 또는 언어장애가 온다.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균형을 잡지 못하기도 한다.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은 ‘벼락두통’이 특징으로, 평생 이런 두통이 없다 싶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면 지체없이 응급실을 찾아야한다. ◇ 뇌경색은 골든타임 중요, 뇌출혈은 최대한 빠른 치료뇌경색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이다. 발병 후 3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투약하거나 시술을 시행해 혈류를 확보해야 뇌세포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뇌출혈에는 골든타임이 따로 없지만 최대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운 좋게 출혈량이 많지 않고, 혈액이 응고되면서 출혈이 멈추면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출혈이 심하면 현장에서 사망할 확률이 높고, 응급처치를 받아도 평생 후유증을 남긴다.◇ 고령화로 계속 늘고 있는 뇌경색과거에는 뇌출혈 환자가 훨씬 많았지만 이제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60~70%가 뇌경색 환자다. 고령화와 함께 고지혈증, 비만, 심방세동 등 부정맥환자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증가세다. 혈전은 심장이나 굵은 동맥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 혈관에 생긴 노폐물 찌꺼기인 죽종이나 누수된 혈액이 응고돼 혈전이 만들어진다. 또 심장의 펌핑기능이 고장나 생긴 혈전이 혈관을 떠돌아다니다 뇌혈관을 막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초응급질환 뇌경색 50%는 혈전용해제 사용 어려워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면서 뇌세포들이 시시각각 죽어가기 때문에 뇌세포를 살리기 위해선 1~2분을 다투는 초응급질환이다. 치료의 기본은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 모두에게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는 없다. 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 최근 큰 수술을 받았다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지혈이 안 되는 환자, 과거 뇌출혈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수축기 혈압이 185이상 일 정도로 혈압관리가 안 되는 환자도 제외된다. 결국 절반 정도의 환자에게만 혈전용해제를 쓰게 된다. ◇ 혈전용해제 어렵다면, 혈관내 혈전제거술 시행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없다면, 혈관내 혈전제거술이 시행된다. 카데터를 집어넣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빼내는 시술이다. 카데터 끝에 스텐트가 달려있어 이를 펼쳐 혈전을 잡아 끌어낸다. 음압으로 빨아들이는 시술법도 있다.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한 번에 혈전을 제거해야 하므로 정확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혈전이 제거되면 환자상태는 드라마틱하게 바뀐다. 편마비가 풀려 정상적으로 걷는가 하면 어눌한 발음이 똑똑해진다. 또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생기를 되찾는다.◇ 혈관 터진 뇌출혈, 재출혈 막는 것 중요뇌출혈 환자에게 시급한 것은 재출혈을 막는 것이다. 동맥류가 다시 터져 2차 출혈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환자의 CT 영상과 뇌압을 참고해 혈관내 시술을 할 것인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혈관내 시술은 사타구니 동맥으로 카데터를 집어넣어 동맥류까지 진입시킨 뒤 백금 코일로 뇌동맥류를 메우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1시간~1시간30분 걸릴 정도로 빠르고, 주변 조직을 건드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압이 높거나 동맥류의 위치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두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최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는 사전에 대비 가능뇌동맥류는 혈관에 생긴 염증이 원인으로 손상된 혈관 내벽이 높은 압력으로 늘어나 주머니를 형성한다. 흡연, 또는 고혈압,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가족력도 있다. 동맥류가 2개 이상인 사람의 직계가족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검사받기를 권한다. 뇌동맥류를 진단받게 된다면 터지기 전에 제거하면 된다. 크기는 3㎜부터 30㎜까지 다양하며 요즘 의학계에선 시술 대상의 크기가 계속 작아져 직경 3㎜라도 제거하기를 권한다. 게다가 시술방법이 간편해지니 미리 제거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크다. ◇ 정기 검사와 만성질환 적절한 관리로 예방 신경써야뇌동맥류는 반드시 정기검사를 받아 동맥류의 변화를 체크해야 한다. 위험인자인 흡연이나 폭음을 삼가고, 여성호르몬 조절 약제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또 혈압을 갑작스레 올리는 무게운동, 숨을 오래 참는 수영, 찜질방 등도 피해야 한다. 한겨울 야외활동을 할 때는 목도리와 모자를 챙기고,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실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부터 봄이 오는 3월까지 가장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뇌경색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비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혈관 위해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운동으로 혈관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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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다음은 13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눈먼 투자의 비극…수천억 걸린 美부동산 또 디폴트 위기-SM, 결국 카카오 품으로-美SVB 파산 일파만파 스타트업 줄도산 공포-이달 말 내수진작책 발표…소비쿠폰 발행 검토△종합-PD수첩 내공에 OTT 날개 다니 ‘파급력 최고’-‘시진핑 충복’으로 채워진 中국무원 내각…경제팀 유임 ‘깜짝 이변’-[사설]美대형은행 역대급 파산…선제 대응 나서야-[사설]방탄 쳐놓고 집단 외유 민주, 이게 민생인가△해외 부동산투자 줄손실 위기-IB는 해외 브로커만 믿고 물건 중개…기관은 IB 말만 듣고 공실빌딩 투자-뉴욕 맨해튼 빌딩마저 공실률 치솟아 75조 해외 부동산투자 손실 ‘먹구름’△5년 만에 대규모 한미연합연습-北 고강도 도발 대비…방어 위주에서 ‘공세적 대응’ 첫 전환-핵잠→이지스함→폭격기…美전략자산 릴레이 전개-한미 해병대, 1만3000명 투입 ‘역대급’ 상륙훈련△‘실리콘밸리 산파’ SVB 파산-美테크·헬스케어 44%가 고객…돈묶인 벤처·손실난 VC ‘연쇄붕괴’ 우려-위기 수습 나선 美정부 “예금보호 초과분 조기지급 검토”-美 4대은행 시총 520억달러 증발…비트코인 2만달러 붕괴△종합-“인수가격 적정선 넘었다”…‘승자의 저주’ 우려에 ‘쩐의 전쟁’ 끝내-또 나온 소비쿠폰…전문가 “코세페 같은 할인행사가 더 효과적”-‘사상 최대’ 경상수지 적자 쇼크…“상반기 말에야 흑자 전환 가능”-정비 “전문적 잣대…과다 인상 예방” 건설 “고물가 반영안하면 타협 불가”△정치-측근 사망으로 거세지는 李 책임론…與 “또 남 탓” 공세속 비명계도 압박-與 최고위원에 첫 탈북민 출신…태영호가 선택받은 이유 ‘셋’-尹 “징용 해법은 공약 실천” 강조…日 ‘성의있는 호응’ 보일지 주목-선거제 개편 논의 속도내지만 여야, 최종 처리까지 ‘첩첩산중’△경제-日 반면교사…해안방벽 증축 등 54개 안전조치-소주·맥주값 뛸 때 와인값 뚝…“마트 할인 영향”-취약계층 ‘등유·LPG 난방비 지원’ 내달 7일까지 신청-‘수소발전 입찰시장’ 세계 첫 개설△금융-고금리 출혈경쟁 독 됐다…저축은행 수익성 빨간불-고정금리가 갑자기 변동으로?…농협 적금 5만좌 날벼락-‘대환대출 인프라’에 제2금융권 비상△글로벌-반대 0표…양회서 확인된 시진핑의 ‘절대권력’-“유럽산 핵심광물도 IRA 보조금”-이란-사우디 관계 복원 합의-美, 이르면 내달부터 대중 반도체 수출 더 옥죈다△산업-전자업계 사외이사 ‘화려한 진용’…경쟁력 UP-벌크선 뛰는데 컨테이너 바닥…따로 노는 해상운임, 왜-현대차 ‘내일을 위해’ 프로젝트, 美 이노베이션 어워즈 최종 후보 올라-‘유언장 존재 인지’ 놓고 논박 LG家, 75년 만에 상속 분쟁△ICT-“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체질 싹 바꿨다…시장 공략 본격화”-“막 오른 STO 시장…금융업 이해도가 성패 좌우”-차기 방통위원장에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급부상-KT스카이라이프 윤정식 내정자 사의△중소기업-한샘 디지털 현대리바트 프리미엄 신세계까사 디자인-“女벤처생태플랫폼 구축해 판로·홍보 적극 도울 것”-국내 제조업 공장 증가세 둔화…매년 2%대 성장 그쳐-중기 기술보호 정책보험 가입 부담↓…보장 강화△소비자생활-쿠팡, 美 상무부와 맞손…“美 해외직구 판매자 모십니다”-편의점이 쏘아올린 ‘하이볼 전쟁’…‘짐빔’도 참전-소주도 ‘제로 슈거’ 돌풍…‘처음처럼 새로’ 술술 넘어가네-풀무원 식물성 간편식 美 입맛 사로잡았다△증권-美 은행파산, 中 소비회복…예측불허 증시-증시서도 IPO시장서도 봄바람 타는 바이오주-“전기차부품 개발 성과…해외 도약 가시화”-“코스닥 입성 발판, 자율차용 CCM장비 해외시장 선점”-상장사 147곳 중 83곳 회계 심사·감리 부실△부동산-모처럼 온기 돈 서울 아파트 거래…미국發 금리 불확실성이 ‘찬물’ 붓나-규제완화에 매수심리 반등…경매시장 봄기운 스멀-타워크레인 조종사, 고의로 작업지연·거부 땐 ‘면허정지’-사우나 있는 마포 새아파트…진입 기회△문화-국가대표 성악가들 ‘코믹 만담’ 모차르트도 ‘빵’ 터질걸-“대기업의 서점 진출 제한 풀어야”-‘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끝까지 놓지 않은 창작자의 고뇌△스포츠-체코 선수 즐길때…태극마크에 짓눌린 韓 선수-손흥민, 노팅엄 상대로 리그 6호 골…EPL 개인통산 99호골 작렬-“남은 한 계단 꼭 올라야죠”-국가대표 김민솔 아시아태평양 준우승△오피니언-[정치 프리즘]기시다 ‘한일관계 개선’ 홈런 날려야-[생생확대경]추락하는 한국 야구, 우물안 개구리 전락하나-떠나는 리커창…창업붐도 꺼지나△오피니언-[목멱칼럼]공공기관 수장을 뽑는 법-[데스크의 눈]바이오 창업과 ‘필부의 용기’-[기자수첩]SM 인수전이 남긴 것-[e갤러리]하석홍 ‘테오리아’△피플-“새로움 찾아 파격 실험…1020세대 트렌드 이끌었죠”-SK이노, 튀르키예 지진피해 지역에 구호물품 기부-롯데케미칼, 대전 지역아동센터에 쌀 기부-우정사업본부, 튀르키예 지진 구호품 운송 지원-‘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별세-바이올린계 대모 김남윤 교수 별세△사회-‘매력도시 서울’ 닻 올린 오세훈…유럽 금융·수변도시 벤치마킹 나선다-‘폐 손상에 임금은 쥐꼬리’…학교 조리실무사 구인난-경찰 ‘조폭과의 전쟁’ 선포-고물가에 한숨 느는 반려인-3년간 비대면진료 1379만명…복지부 “제도화 필요”
- [양승득 칼럼]픽업트럭 짐칸 위로 올라간 케네디
- 경찰서장 등 치안관계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모두 만류했지만 40대 초반의 상원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픽업트럭 뒤칸에 만든 연단 위에 성큼 올라선 그의 연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비보를 전하며 시작됐다. 청중들 속에서 탄식과 비명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상원의원의 연설이 흐를수록 청중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 슬픔 속에서도 귀와 가슴을 열고 그의 말을 차분히 받아들였다. “(여러분들의)증오와 불신이 불타오르는 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저도)압니다…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것은 분열이 아닙니다. 증오도 아닙니다. 폭력도 불법행위도 아닌 사랑과 지혜, 서로에 대한 연민, 그리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의감입니다… 인간의 야만성을 길들이고 이 세상의 삶을 순화시키는 것에 헌신합시다” 고(故)로버트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이 7분가량의 이 연설을 한 것은 1968년 4월 4일 저녁.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피살 소식을 접한 직후였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에 맞춰 인디애나폴리스를 찾은 것이었지만 그는 공교롭게도 구름처럼 모인 흑인 청중 앞에서 그들의 영웅인 킹 목사가 백인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먼저 전해야 했다. 청중을 위로하고 슬픔을 나눈 것은 다음 일이었다. 그 자신도 불과 2개월 후 흉탄에 쓰러졌지만…케네디 의원의 이날 연설을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분열, 증오, 폭력에 대한 강한 부정이었다. 그리고 조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랑, 연민, 정의감이며 이런 감정이 충만한 새 세상을 열어가자는 것이었다. 자신도 형(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총격으로 잃은 아픔을 겪었지만 야만적 폭력과 불법 행위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호소였다. 평화와 공존, 박애의 정신이 가득 담긴 메시지였다.시계를 55년 뒤로 돌린 2023년의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 근대화를 바탕으로 한국은 국가 위상을 선진국 대열로 끌어올리고 국력 또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수준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나라 안팎의 수많은 조사 기관들 중 이런 견해와 분석에 이의를 다는 곳은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정치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저주와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고 음해와 비방, 거짓을 앞세운 공격이 판을 치고 있다. 국민을 한데 모으고,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야 할 정치인들이 말로 가슴을 후비고 분노를 키우는 ‘참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치적 내전 상태라는 표현까지 나왔지만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국민의 인내를 끝없이 시험하는 격이다.정치인들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이지만 주목할 것은 이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언어폭력이다. 입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을 ‘깡패, 강도’로 부르는 일까지 생긴 판에 다른 정치인들이 입조심할 리 만무다. 설전이라도 벌어지면 육두문자에 가까운 살벌한 언사가 국회의사당을 휘저으며 언어 오염을 부추긴다. ‘말 전쟁’에 앞장선 의원들에겐 여야 구분이 따로 없다. 공천에 목을 맨 과잉 충성의 인상이 역력하지만 국민 자존심에 입힐 상처는 안중에도 없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훈수다. 그러나 저질 정치인을 걸러내는 것은 국민의 책무다. 문제는 이런 이들을 심판하고 솎아낼 선거가 아직 1년여나 남았다는 것이요, 정신 바짝 차리지 않는 한 이들의 선동과 거짓에 또 넘어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증오와 폭력을 부정하고 사랑과 정의감이 가득한 세상을 열자는 55년 전의 연설이 주는 의미는 여전히 무겁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일 뿐이라는 비판을 들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정치권을 향해 매를 들고 싶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누구도 읽을 수 없다, 4000개 한자 모조리 '가짜'[정하윤의 아트차이나]<18>
-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책이 한 권 펼쳐져 있다. 근데 어째 글자가 하나도 없다. 오직 픽토그램과 이모티콘뿐이다.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한번 시도해보자. 알람이 울리고, 해가 뜨고, 알람을 듣고, 눈을 뜨고, 불을 켠다. 어라 읽힌다! 누군가의 아침 일과로구나! 쭉 읽어보니 아침으로는 계란과 식빵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엄청 막힌 길을 뚫고 출근했나 보다. 신기하다. 아무 글자도 없지만, 스토리는 누구라도 읽을 수 있다. 문맹이라도 말이다. 이 신통방통한 책은 쉬빙(徐氷·68)의 작품 ‘지서’(2003∼)다. 쉬빙은 중국 태생의 스타, 아니 슈퍼스타 작가다. 국제화 시대니 만큼 슈퍼스타는 비행기를 타고 다닐 일이 많을 터. 쉬빙은 수많은 여행길에서 ‘지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좌석에 앉아 탑승 안내문을 읽던 어느 날, 종이를 가득 채운 픽토그램이 새삼스럽게 다가온 거다.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쉽게, 누구하고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자’라는 사실에 무릎을 쳤다. 그 길로 작품을 만들었다. 땅으로부터 올라온 책 ‘지서’다. 쉬빙의 ‘지서’(Book from the Ground·2003∼) 중 하나. ‘지서’는 ‘그림과 문자의 경계 허물기’로 이해할 수 있다. 소통력을 가진 픽토그램 형식을 가져다가 일상을 다루는 문자기호로 고안해, 문화·언어에 상관없이 누구가 해독할 수 있게 했다. 쉬빙은 이를 위해 껌종이, 공항 표지판, 화장실 안내판, 온라인 이모티콘 등 2500여개의 보편적 기호를 수집했다. 대부분 컴퓨터로 제작되며 디지털 특성을 띤다. 혼합재료, 가변크기, ⓒ쉬빙·더페이지갤러리 제공.이전부터도 쉬빙은 문자, 또 문자로 이뤄진 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이름을 중국 안팎에 널리 알린 첫 작품인 ‘천서’(1987∼1991) 또한 문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벼락이 친 자리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문양을 ‘천서’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글이란 뜻이다. 쉬빙은 그 의미를 빌려 작품에 ‘천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천서’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지서’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책인 것과는 완전히 반대다.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책,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책‘천서’를 이루는 글자는 중국어처럼 생겼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도 읽을 수가 없다. 쉬빙이 글자 하나하나를 전부 가짜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원래 있는 한자의 획을 빼거나 더하고,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을 대칭해 세상에 없는 글자를 고안한 것이다. 한글로도 자음과 모음을 이상하게 조합해 없는 글자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쉬빙도 한자를 가지고 장난을 좀 친 거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글자가 한두 개가 아니다. 무려 4000자가 넘는다. 그가 만든 4000여개의 가짜 한자에는 단 한 글자도 진짜가 없다. 한자는 그 양이 어마어마해 중국어 원어민조차 모든 한자를 외우지 못한다. 너무 다양해서 획을 하나 더 긋거나 빼내더라도 어딘가 존재할 법한 한자가 되기 쉽다. 그런데 쉬빙이 고안한 가짜 한자는 모두가 진정한 가짜인 거다. 놀라운 치밀함, 완벽한 완성도다.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거기에 더해 쉬빙은 그 모든 글자를 직접 목각으로 팠다. 마치 팔만대장경을 만들 듯 2년여를 홀로 골방에 틀어박혀 글자를 만들고, 목판에 새겼다. 판화를 전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조수도 없이 그 모든 글자를 만들고 새겼다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으리라. 정성을 다해 만든 글자를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할 터. 지혜로운 작가 쉬빙은 그 글자들을 종이에 찍어 ‘책’의 형태로 발표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양한 책의 형태를 두루 만들었다. 천장에는 옛 중국에서 사용하던 두루마리, 바닥에는 선비들이 읽던 책, 벽에는 마오쩌둥 시기에 성행하던 대자보까지. 중국에서 대대로 사용하던 ‘책’들을 섞었다. 그런데 그 모든 책에 정작 내용은 없다니! 어이가 없다. 아니 대체 누가 이렇게 정성 들여 가짜를 만든단 말인가. 쉬빙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쉬빙은 1955년 베이징에서 나고 자랐다. 마오쩌둥이 집권한 기간이 1949년부터 1976년까지니, 스무 살까지 마오의 강한 영향력 아래 지낸 거다. 쉬빙의 아버지는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였다. 모두 글과 책과 연관된 직업이었다. 옛 중국에서 ‘문인’은 존경받는 대상이었지만, 마오쩌둥의 중국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글쟁이, 그러니까 마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식인은 노동자·군인으로부터 참지식을 다시 배워야 하는 부르주아 집단’일 뿐이었다. 쉬빙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연히 직장을 잃었고, 재교육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한편 쉬빙은 학교에서 글자를 잘 쓴다는 이유로 환대를 받았다. 당을 선전하기 위한 대자보를 쓰기 위해 글자를 잘 쓰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쉬빙은 헷갈렸다. 글을 잘 안다는 이유로 부모는 고통을 받았는데, 같은 이유로 자신은 환영을 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글은 나쁜 건가, 좋은 건가. ‘천서’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쉬빙의 예술적 대응이다. 말도 안 되는 문자로 구성한 말도 안 되는 책을 만들어 ‘글자’ ‘글’ ‘학식’에 부여된 온갖 무거운 의미와 이념을 모두 증발시킨 것. 알고 보면 상당히 젠틀하게 날린 통쾌한 한방이다. ◇알파벳 조립, 한자 닮은꼴 만들어…문화융합 시도1989년 쉬빙은 미국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톈안먼사태 이후 중국 미술계에 불어닥친 검열과 얼어붙은 분위기가 그를 떠나게 했다. 새로운 땅에서 쉬빙은 ‘영어’란 문자에 맞닥뜨렸다. 이 경험은 ‘새로운 영어 서예’(1994∼2018)란 작품을 탄생시켰다. 제목 그대로 ‘영어로 쓴 서예’다. 영어알파벳을 꼭 한자의 서예처럼 쓴 거다. 이게 무슨 말이냐. 중국어에는 ‘병음’이란 시스템이 있다. 수세기 전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에 왔을 때,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발음기호다(예를 들어 쉬빙은 병음으로 ‘Xu Bing’이라 쓴다). 쉬빙은 이 병음, ‘알파벳’을 이상하게 조립해 한자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한자를 알파벳화한 것을 다시 한자처럼 만든 거다. 치밀한 쉬빙은 자신이 만든 ‘한자+영어 글자’를 읽는 방법을 매뉴얼로도 만들었다. 그것만 숙지하면 한자처럼 보이는 영어를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굳이 매뉴얼을 익히지 않더라도 ‘오브’(of) 또는 ‘더’(The)와 같은 글자는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쉬빙의 ‘새로운 영어 서예’(New English Calligraphy 혹은 Square Word Calligraphy·1994∼2018) 중 2014년 발표작 중 부분. 중국 서예와 서양의 영어알파벳을 결합해, 직접 개발한 네모꼴 단어(스퀘어 워드)로 옮겨 썼다. 낙관을 찍고 서예작품 특유의 여백을 가진 작품은, 겉으론 한자처럼 보이지만 속은 영문이다. ‘천서’가 읽을 수 없는 ‘가짜 문자’인 데 반해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진짜 문자’로, 처음 공개됐을 때 중국과 서양 각각의 문화권에 있던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혼합재료, ⓒ쉬빙·더페이지갤러리 제공.쉬빙은 이 영어와 한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문자를 1994년에 전격 공개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이 워낙 재미있고 완성도도 높았지만 때도 잘 탔다. 바야흐로 1990년대 초,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에 문을 열 때였다. 미지의 세계에 가깝던 중국에 한창 관심을 갖던 서구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중국인 미술가’ 쉬빙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접근가능한 작가라니! 게다가 1990년대는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며 지구촌이란 말이 유행할 때였다. 쉬빙 작품의 주제가 정확히 ‘문화융합’이 아니던가. 가히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더군다나 쉬빙의 작품은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충분히 이국적인 ‘한자’란 소재, 그러면서도 익숙한 영어의 조합! 적당한 온도의 놀라움이었다. 대륙의 작가다운 거대한 스케일은 화룡점정. 여기에 완벽한 작품의 디테일까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 쉬빙은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008년 베이징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쉬빙의 작업은 점잖다. 그러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경박하지 않은 지적인 유머다. 무조건 믿고 보는 작가 쉬빙이 다음엔 또 어떤 예의 있는 농담으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 아이유X박보검, '동백꽃' 작가 신작 '폭싹 속았수다'서 호흡 [공식]
- 아이유(왼쪽) 박보검[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팬엔터테인먼트 제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배우 이지은(아이유)과 박보검이 캐스팅을 확정지었다.27일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지은과 박보검이 임상춘 작가의 신작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제작 팬엔터테인먼트, 바람픽쳐스)에 출연한다. 현재 기획 마무리 단계이며 올 상반기 사전제작에 돌입한다.‘폭싹 속았수다’는 당초 ‘인생’이라는 가제로 알려진 작품으로,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다.‘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폭싹 속았수다’는 옛날 사진의 고된 배경 속에서 늘 웃고 있었던 우리 엄마, 아빠의 쨍쨍했던 시절 이야기다. 엄마의 첫사랑 이야기, 아빠의 무용담, 할머니의 반항아 시절, 할아버지의 사랑꾼 시절 등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의 계절에 보내는 헌사와 같은 작품이다.이지은은 극 중 ‘요망진 알감자’ 같은 반항아 애순 역을 맡는다. 여러모로 야무져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반항할 때마다 목소리는 염소처럼 떨리는 간 작은 문학소녀이기도 하다. 조금 덜 가졌지만 그늘지지 않은 아이. 햇빛 한 줄 안 내주는 야박한 담벼락 그늘 밑에서도 기필코 해를 향해 고개를 반짝 치들고 있는 풀꽃처럼 요망진 인물이다. 학교조차 다니지 못할 상황에서도 시인을 꿈꾸는, 울 때도 숨김없고 웃을 땐 온 바다에 울리게 웃는 당차고 야무진 캐릭터다.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를 비롯해 영화 ‘페르소나’ ‘브로커’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존재감과 신뢰감을 키운 이지은은 애순의 봄, 여름 시절을 맡아 동그랗고 단단한 관목처럼 영글어가는 애순의 청춘을 흡인력 있게 펼쳐낼 예정이다.박보검은 말없이 단단한 ‘무쇠’ 같은 인물 관식 역을 연기한다. 관식은 날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물로, 지극한 성실함이 얼마나 위대한 무기인지 아는 ‘영특한 무쇠’다. 그러나 연애엔 물복숭아라 애순이가 웃어도 고장 나고, 울어도 고장 난다. 그래도 충심 역시 무쇠라 처음부터 간도 안 보고 오로지 애순이만 사랑하고 존중하는 묵언의 전사다. 시대를 핑계 삼아 뻔하게 흘러갈 수 있던 애순의 일생일대 기로마다 핸들을 틀고, 사이드브레이크 당기고, 때론 액셀을 밟아버린다.‘응답하라 1988’ ‘구르미 그린 달빛’ ‘남자친구’ ‘청춘기록’ 그리고 ‘서복’을 통해 매 작품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박보검은 제 사람을 시들게 하는 일이 가장 부끄러운 것이라고 여기는, 한결같이 늘 푸르른 소나무 같은 관식의 청춘 시절을 공감으로 이끌어낼 예정이다.‘폭싹 속았수다’는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사랑받은 임상춘 작가와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원석 감독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마다 따뜻한 위로와 유쾌한 응원을 건네온 임상춘 작가와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연출을 선보여온 김원석 감독이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시청자에게 잊지 못할 인생의 사계를 선물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은다.팬엔터테인먼트는 오는 3월 첫 방송 예정인 SBS 새 월화드라마 ‘꽃선비열애사’를 시작으로 ‘국민사형투표’, ‘돌풍’, ‘반짝이는 워터멜론’ 등 화려한 라인업을 준비하는 가운데 ‘폭싹 속았수다’ 제작 소식을 알리며 풍성한 콘텐츠 사업을 예고한다. 당사 창사 이래 최대 텐트폴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팬엔터테인먼트 측은 “명실상부 최고의 스타 이지은, 박보검과 ‘폭싹 속았수다’로 함께하게 돼 무척 든든하다”며 “임상춘 작가와 김원석 감독 그리고 이지은과 박보검까지 최강 제작진과 출연진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진양철 그 자체…'재벌집 막내아들' 이성민에 극찬 쏟아지는 이유
- 사진=이성민[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재벌집 막내아들’ 이성민의 연기력이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JTBC에서 방영 중인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성민은 서슬 퍼런 순양그룹의 창립자 진양철을 연기하고 있다. 1회 마지막에 등장한 그는 말 한 마디 없이 보는 이를 압도했고, 2회 첫 대사 “몇 개고?”로 이미 캐릭터와 완벽하게 동기화된 모습을 보였다.꼬장꼬장한 경상도 사투리와 구부정한 자세로 실제 본인을 완전히 지운 이성민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날카로운 눈빛, 고집스러운 입매, 압도적인 아우라로 진양철 그 자체였다. 여기에 사랑하지만 눈에 차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양가감정과 전국 꼴찌인 자동차사업에 대한 애틋함으로 입체적인 양철의 서사를 완성시켰다.특히 2회 막내손주 도준(김강훈)을 추궁하는 장면과 자신의 병을 알고 제일 사랑하는 자식이 누군지 깨닫고 각성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맹수 같은 눈빛과 벼락 같은 발성, 대사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런 가 하면 지난 11회 마지막, 섬망 증상이 나타나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린 아이처럼 돌변하며 또 다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예측을 뒤엎는 레전드 엔딩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 최고시청률 23.9%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이런 이성민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이성민은 드라마 ‘파스타’, ‘골든 타임’, ‘더킹투하츠’, ‘미생’,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보안관’, ‘공작’, ‘남산의 부장들’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언제나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해왔다. 20살부터 지금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연기내공은 그를 한계 없는 배우, 대체 없는 배우로 만들었다. “연기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는 그의 말은 그저 겸손일 뿐.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왜 이성민이어야만 하는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이성민의 소름 끼치는 연기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매주 금토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영된다.
- 김현중 "전 여친과 사건 후 우울증·공황장애…아내는 첫사랑"
- ‘뜨겁게 안녕’[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아이돌 그룹 SS501(더블에스오공일) 출신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법적 공방까지 갔던 파란만장한 과거사를 솔직히 털어놓는 한편, 가장으로서의 달라진 마음가짐을 털어놨다.지난 28일 방송된 MBN ‘뜨겁게 안녕’ 4회에서는 ‘아시아 프린스’로 시대를 풍미했던 김현중이 ‘안녕하우스’를 찾아와 ‘안녕지기’ 3인방 유진 은지원 황제성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날 그는 자신의 인생사가 담긴 자작곡으로 이뤄진 미니 콘서트와 직접 만든 요리로 힐링 가득한 하루를 보냈으며, 지난날 자신의 발목을 붙잡았던 휴대폰 압수물과 ‘뜨겁게 안녕’을 고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해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안녕하우스’에 모인 안녕지기 유진 은지원 황제성은 게스트가 미리 보낸 ‘하이바이 박스’를 받은 뒤, 이번 게스트를 함께 유추했다. 박스 안에는 ‘휴대폰 압수물’이 들어 있었으며, “제가 만든 요리를 같이 먹고 싶어요”, “공연을 하고 싶어요”라는 위시리스트가 담겨 있었다. 이에 안녕지기 3인방은 “(휴대폰 압수물과) 온도 차가 너무 다르다”, “가수네”라며 추리에 열을 올렸다. 잠시 후, 김현중이 ‘안녕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고, 은지원은 “7년 만에 본다”며 김현중을 격하게 끌어안았다. 유진과 황제성은 요리 도중 사고로 올리고당에 절여진 팬케이크를 수줍게 건네, “이빨이 녹을 것 같다”는 김현중의 찐 반응을 자아냈다.이후 김현중은 ‘하이바이 박스’에 들어있었던 휴대폰 압수물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런저런 사건이 있지 않았냐”며 무려 5년에 걸친 전 여친과의 법적 공방을 고백한 뒤, “영화에서만 보던 일인데, 이 휴대전화가 현실적인 증거로 나를 보호해줬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후부터 사람을 못 믿게 되어 인간관계가 좁아지더라”며, ‘과거’와 이별하기 위해 안녕하우스를 찾아왔음을 밝혔다.더불어 “공연을 하고 싶다”는 위시리스트에 대해서는 “중학교 시절부터 기타를 쳤는데, 아이돌로 데뷔하면서 꿈과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됐다”며 “더 늦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현재 밴드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분노로 가득 찼던 시기에 만든 곡인 ‘물구나무’와, 아내의 출산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쓴 곡인 ‘담벼락’을 라이브로 열창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진심을 담은 공연을 마친 뒤, 김현중은 또 다른 위시리스트인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서 그는 수육에 한약재 대신 ‘쌍화탕’을 넣는 기지를 발휘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능숙한 요리 실력과 함께 김현중 표 보쌈과 양념에 귤을 갈아 넣은 비빔국수가 완성됐고, 멤버들은 “진짜 맛있다”를 연발했다. 뒤이어 멤버들은 ‘목욕탕에서 불이 났을 때 얼굴 가리기 vs 중요 부위 가리기’ 등 ‘극악 난이도’의 밸런스 게임으로 친목을 다진 후, 다시 마당에 둘러앉았다.이 자리에서 김현중은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밖에 나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는데, 때마침 입영통지서가 날아와 어쩔 수 없이 입대를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곧 “나에게 다양한 단순노동 미션을 주며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은 ‘은인’ 행보관을 만나 자연스럽게 (정신적 문제를) 극복했다”며, 군대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음을 밝혔다. “(무죄 판결을 통해) 억울한 부분을 풀었고, 지금은 괜찮아졌다”는 김현중은 “내가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나를 갈고 닦지 않았을 것”이라고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자꾸 후회와 자책을 하게 되면 지금의 웃는 나도 없지 않을까”라며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드러냈다.자신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당시 부모님도 많이 속상해하셔서, ‘이것만 이겨내면 효도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김현중은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결혼에 이어 출산까지 하게 돼 손주를 보여드리니 엄청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지금의 아내는 자신과 열네 살 때부터 알았던 ‘첫사랑’이라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데뷔 초까지 사귄 후, 이후로도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던 사이”라며 “세상에 가족밖에 없다고 느꼈을 때, 절대적인 내 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는 현실적이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김현중은 “물질적인 약속의 징표보다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가정을 유지하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마지막으로 두 달 전 태어난 아들에 대해서 그는 “이 아이를 어떻게 책임져야 될지,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면서도, “아들이 커가면서 나의 어린 시절 모습과 너무 닮았더라. 지금은 기저귀도 잘 갈고 목욕도 잘 시킨다”며 ‘아들 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현중은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팬들을 향한 감사함을 전한 뒤, 아픔을 극복한 과정을 담은 자작곡 ‘유어 스토리’ 무대를 선사했다.잠시 후 ‘하이바이 룸’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김현중은 전 세계 팬들이 보내온 응원 메시지와 자신의 인생이 담긴 VCR 영상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뒤이어 그는 “압수된 휴대전화 속에 안 좋았던 기억을 구겨 넣었던 것 같다. 손에서 놓고 나오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며 자신의 과거와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한편, “다시 화려해지겠다는 말보다는 성숙한 모습을 약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하이바이 룸’을 담담하게 빠져나왔다.MBN 공감 리얼리티 ‘뜨겁게 안녕’은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40분 방송된다.
- 뇌 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 가족력 무시 못 해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뇌동맥류란 뇌혈관의 내측을 이루고 있는 탄력층이 손상되거나 결손돼 혈관이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흔히 혈관 꽈리라고도 불리며, 부풀어 있는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에는 뇌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뇌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뇌동맥류는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방법을 선택한다. 뇌동맥류의 치료 및 예방에 대해 대전선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이상훈 전문의 도움말로 알아본다.뇌졸중을 크게 나누어 본다면, 출혈성 뇌졸중과 허혈성 뇌졸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허혈성 뇌졸중은 흔히 중풍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으로, 뇌혈관이 막히면서 혈액 공급이 중단되어 생기는 질환이고, 출혈성 뇌졸중이란 뇌혈관이 파열되면서 뇌출혈의 형태로 발생하는 질환을 총괄하는 용어다. 그중에서도, 뇌동맥류라 하면 출혈성 뇌졸중 중에서도 특히 뇌 지주막하출혈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뇌출혈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뇌동맥류 자체는 뇌혈관이 부풀어 있는 그 상태 자체를 지칭하는 진단명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는 뇌동맥류 자체로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허혈성 또는 출혈성의 증상보다는 뇌동맥류의 크기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일반적으로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크게 증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뇌동맥류가 파열이 될 경우 출혈 순간 두통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머리에 천둥이 친다, 혹은 망치로 맞는 것 같다고 표현할 만큼 매우 극심한 강도의 두통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의학적인 용어로도 “벼락 두통”으로 지칭할 만큼 특징적이다 그 외에도 출혈로 인한 오심, 구토, 뒷목 통증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뇌압이 올라가면서 뇌압 상승의 증상으로 의식 저하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며,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출혈 위치에 따라서 뇌 내출혈이 동반되면서 반신마비 등 다양한 신경학적 결손이 동반될 수 있다.최근에는 검진이 대중화되고, MRI나 CT 등의 검사기기로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이런 뇌동맥류가 건강검진이나 두통, 어지러움증 등에 대한 일차진료의 결과로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실제로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아닌 파열로 인한 뇌출혈의 증상은 본인이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출혈량이 적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단순 두통으로 오인하여 치료를 받지 않다가 재파열 되면서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각증상이 발생한다면 허혈성이건 출혈성이건 뇌졸중을 염두에 두고 병원에 내원해서 전문의들의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파열되지 않는 뇌동맥류의 경우에는, 많은 경우 혈관 내로 접근하여 색전술을 실시하거나, 혹은 머리를 열고 혈관을 결찰해주는 결찰술 등의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의 크기가 작거나 치료 중 발생하는 합병증의 위험이 자연 출혈의 위험성보다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면서 경과 관찰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검진으로 뇌영상검사, 뇌혈관촬영을 실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크기가 작고 비교적 안전한 위치의 뇌동맥류가 발견되어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 무조건적으로 머리를 열고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치료하지 않고 관리하면서 주기적으로 추적관찰 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의 환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뇌 치료를 하느니 죽는 게 났다”라고 생각하셔서 아예 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분들도 많은데, 병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치료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검진 자체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질환 자체와 더불어, 뇌출혈 이후 발생하는 합병증도 중요하겠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첫 출혈 이후 발생하는 재출혈, 혈관연축, 수두증이 있다.첫 번째, 재출혈이란 첫 출혈 이후 24시간 이내에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재출혈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합병증이다. 첫 출혈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자각증상 발생 시에는 조기에 병원에 내원하여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두 번째, 혈관연축은 지주막하 출혈을 겪는 환자의 약 3분의 2정도에서 발생하며, 이 중에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는 약 3분의 1정도로 알려져 있다. 출혈 이후에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뇌로의 혈류 공급이 감소하는 합병증으로 출혈 후 3일~14일 사이에 대부분 발생하며, 이를 방치한다면 혈류 공급이 감소하면서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합병증이다.세 번째, 수두증이란, 지주막하 출혈 이후 뇌척수액의 순환이 저하되면서 뇌에 물이 차게 되는 합병증이고, 뇌압 상승으로 인한 증상들이 유발되어 의식 저하, 배뇨 장해, 보행 장해 등의 증상들을 나타나게 된다. 출혈 후 급성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발생할 경우 뇌척수액의 순환을 보조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뇌동맥류라는 질환 자체가 원인이 알려져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뇌혈관이 혈류에 계속 압력을 받게 되어 뇌동맥류가 후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족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한 가계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명확하게 밝혀진 유전적 소인이 없음에도 가족력이 존재하는 것을 볼 때, 가족들끼리 생활 습관을 공유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명확한 유전적 소인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도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흡연 등이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음식을 짜게 먹거나, 흡연을 하거나, 불규칙한 식습관, 행동 습관을 가족집단 내에서 공유하면서 가족력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금연 등을 잘 실천하면서, 주기적으로 뇌혈관 검진을 받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