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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품 같은 山에서 자연의 겸손함을 배운다
  • 어머니의 품 같은 山에서 자연의 겸손함을 배운다
  • [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본보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독일가문비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무주=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전북 무주의 덕유산 산행은 눈이 즐겁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특히 4월에는 산과 길에 벚꽃이 만개해 있어 산행 자체가 보약 한첩을 먹는 듯한 힘이 난다. 덕유산(德裕山)은 덕이 많아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산으로 불린다. 이름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의 길을 안개로 막아 산속에 숨은 백성의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이다. 그 뒤로 주민들은 이 산을 ‘광여산(匡廬山)’에서 ‘덕유산(德裕山)’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독일가문비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덕유산(德裕山), 덕이 많아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산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는 덕유산은 봄에는 벚꽃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높은 고도로 시원한 계곡이, 겨울에는 눈꽃여행지로 유명한 산이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30㎞에 걸쳐 뻗쳐 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가 넘는다.신라와 백제 사이에 문화교류를 하던 관문인 라제통문에서 향적봉에 이르는 계곡 일대에는 무주구천동 33경이 산재해있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유입되는데 설천까지의 28㎞ 계곡이 바로 무주구천동이며, 예전부터 전국에서 알아주는 여름휴가지이다.어머니의 품처럼 누구에게나 포근한 느낌을 주는 명산이지만 구한말에는 일본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은신처이자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덕유산 의병길은 덕유산에 의지해 의병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곳이자 한을 품고 쓰러져간 안타까운 곳이다. 덕유산 칠연의총에서는 의병장 신명선의 의기와 한이 서려있다. 대한제국 시위대 출신인 신명선은 1907년 정미7조약이 체결된 후 군대가 해산되자 덕유산을 중심으로 동지들을 규합해 의병장이 됐다. 신 의병장과 의병들은 전북 진안과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 등을 오가며 숱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1908년 4월 칠연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일본군 토벌대의 기습을 받아 신명선과 휘하 의병 150여명이 모두 전사했고, 당시 살아남은 의병 중 한명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수습, 송정골에 안치한 것이 지금의 칠연의총이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독일가문비나무숲 안내판. (사진=박진환 기자)◇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리기다나무·편백나무·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 자랑덕유산의 아픔을 뒤로하고, 목적지인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에 들어섰다. 이 휴양림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 구천동로 일원에 744㏊ 규모로 1991~1993년 조성됐다. 17동·36실·17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함께 야영·교육·위생시설 및 바비큐장과 산림생태텃밭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수종은 독일가문비나무, 리기다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특징이다.이 중 독일가문비나무는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의 최대 자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무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곧은 원뿔 모양의 수형이 아름다워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흔히 이용하는 나무가 바로 독일가문비나무이다. 독일 서남부 산악지대를 검푸르게 뒤덮고 있는 흑림도 이 나무가 주종이다.독일가문비나무가 덕유산에 뿌리를 내린 시점은 1931년이다. 당시 일본은 홋카이도제국대학에 의뢰해 외래 수종의 생육에 적합한 지역을 찾기 위해 시험 삼아 이 일대에 독일가문비나무를 인공조림했다. 식민지의 땅 하나라도 더 수탈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100년 후 200여그루의 독일가문비나무는 덕유산의 명물이 됐다.독일가문비나무숲에 조성된 산책로. (사진=박진환 기자)◇독일가문비나무, 1931년 외래수종의 생육 시험…수탈 아픔 뒤에 명소로 재탄생산림청은 2000년부터 이 일대를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생태적 보전가치와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해발 700m에 위치한 덕유산자연휴양림의 독일가문비나무숲은 1.2㏊ 면적에 200여그루가 울창하게 솟아 있었다. 평균 높이 30m로 가장 굵은 나무의 가슴높이 지름은 81㎝, 임목축적도 500㎥/㏊에 달한다. 산림청은 지난해 독일가문비나무숲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했다.숲에 들어서자 원뿔 모양으로 곧고 높은 독일가문비나무가 방문객들을 앞도하고 있었다. 이 나무는 거인들의 열병식처럼 웅장하고 장쾌했다. 덕유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숲은 낙엽송과 잣나무 조림지와 이어져 있어 숲길의 향취를 다양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또 독일가문비숲과 같은 목적으로 1933년에 40㏊ 규모로 조성된 리기다소나무숲도 우람한 생장을 자랑하고 있었다. 리기다소나무숲의 하층에는 신갈나무와 산벚나무 등이 생장하며, 복층 숲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에는 독일가문비나무를 비롯해 낙엽송과 잣나무, 편백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조림돼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휴양림 입구에서 산벚나무가 방문객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갈나무와 잣나무, 낙엽송에 이어 구상나무, 종비나무 등이 층층으로 연결돼 있어 국내외 어느 숲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다양함과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쳤다. 오랫동안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을 지키고 있는 심규현(48) 산림주무관은 “덕유산휴양림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로 독일가문비나무가 명품숲으로 이뤄지면서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간 편백나무와 자작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등을 순차적으로 조림해 현재 모두 완료한 상태로 이제 20여년간 잘 가꾸면 더 울창한 숲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설치된 야외 데크 야영장. (사진=박진환 기자)주변 산촌에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협력사업도 휴양림이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심 주무관은 “예전부터 인근 산촌에서 채취한 임산물 등 특산물 판매에 앞장섰고, 숲가꾸기를 통해 나온 나무들을 판매하고 있다”며 산림 경제의 선순환 구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산불예방 및 진화에 인근 산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으며, 휴양림에서는 그에 대한 대가로 고로쇠 및 송이버섯 등의 임산물 채취권을 주민들에게 허용하면서 산촌경제의 상생모델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에서 근무 중인 심규현 산림주무관(왼쪽)과 전영숙(오른쪽)·정공례(오른쪽 2번째)숲 해설가, 박한균 산림청 대변인실 주무관이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산림청, 인근 산촌경제 활성화 주력…생태 관광 프로그램 개발 나서또 인근 주민들을 휴양림에서 채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산림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었다.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숲속의 야외 데크 야영장이 조성돼 있었다. 인공조림 외에 생강나무와 층층나무, 노린재나무와 개옻나무 등 교목과 관목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사계절 신선한 휴식처가 바로 야외 야영장이었다. 인공조림을 한 초창기에는 임산물 채취를 위해 잣나무 식재를 많이 했다면 이후에는 자작나무, 편백나무 등으로 빠르게 수종 전환이 이뤄지고 있었다.심 주무관은 “과거 국토녹화 시기에는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식재했고, 이후 임산물 채취가 가능한 나무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만한 나무까지 왔다가 최근에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나무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울창한 숲이 주는 가치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경제적 가치에 더해 수치화할 수 없는 굉장한 가치가 숨어 있어 숲의 가치가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 (사진=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제공)덕유산휴양림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전영숙(62)씨와 정공례(58)씨도 “독일가문비나무숲 중앙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로 명상을 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편안함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다”면서 “어린아이들도 처음에는 싫다고 하다가도 한번 하면 또 오고 싶다고 하면서 성향 자체가 변화한다. 이것이 바로 숲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전영숙·정공례 숲 해설가는 “독일가문비나무는 나이가 들면 줄기와 잎이 아래로 처져 있다. 결국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는 것을 자연이 알려주는 것”이라며 “매일 숲에 오면서도 매번 배우는 것은 자연에서 배우는 겸손함”이라고 입을 모았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산림문화휴양관. (사진=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제공)산림청은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숲과 지역 산촌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중심으로 한 숲 해설과 야생 동식물 관찰, 사진 촬영 투어, 명상 프로그램 등 생태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또 독일가문비나무숲과 연계해 지역에서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나 행사 개최를 지원하고, 지역 특산품인 반딧불 사과, 오미자 등의 판매 장터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봄과 가을, 겨울 등 독일가문비나무숲의 다양한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계절·테마별 탐방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장영신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장은 “앞으로 독일가문비나무숲을 활용한 산촌경제 활성화 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4.04.18 I 박진환 기자
'나혼산' 이장우 팜유 바프 D-40…확 달라진 다이어터
  • '나혼산' 이장우 팜유 바프 D-40…확 달라진 다이어터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MBC ‘나 혼자 산다’ 샤이니 키가 싱그러운 봄을 만끽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로 생애 첫 솔로 캠핑에 도전했지만, 3월의 함박눈과 서툰 장비 세팅, 선글라스 박살 등 돌발 상황의 연속에 녹초가 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약 40일 앞으로 다가온 ‘팜유 보디 프로필’과 기안84와의 마라톤 대회 참가 등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한 이장우의 확 달라진 다이어터 일상은 ‘꽃미남 장우’의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지난 15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연출 허항 강지희 박수빈 이경은)에서는 봄맞이 솔로 캠핑에 나선 키의 모습과 ‘팜유 보디 프로필’을 위해 다이어터가 된 이장우가 ‘집 다이어트’를 하는 일상이 공개됐다.16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가구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9.3%로 동시간대 1위, 금요일 예능 중 1위를 기록했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2049 시청률은 4.2%(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는 물론 금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최고의 1분의 주인공은 첫 솔로 캠핑의 첫 끼로 ‘토마토 라면’를 만들어 먹은 키가 차지했다. 라면 한 개를 절대 못 먹는다던 키도 ‘토마토라면’을 깨끗하게 클리어해 놀라움을 안겼고, 분당 시청률은 11.1%까지 치솟았다.키는 봄맞이 제철 식재료 주꾸미와 미나리로 ‘주꾸미나리 샐러드’를 만들어 아침을 먹으며 봄을 만끽했다. 몇 입 먹고 배부르다며 남은 샐러드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키의 소식 습관은 볼 때마다 놀라움을 자아냈다. 키는 살찔 틈 없이 겨울을 난 테라스를 청소하고, 덱에 오일을 칠했다. 키의 등은 노동의 땀으로 흥건해졌다.키는 반려견 ‘꼼데&가르송’과 생애 첫 솔로 캠핑에 나섰다. 캠핑 장비와 렌트한 자동차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그는 첫 솔로 캠핑에 설렘을 드러냈다. 그러나 캠핑장에 도착하자, 키의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날도 너무 추웠다. 캠핑 고수 친구들에게 빌려온 장비 세팅도 수월하지 않았다. 꼼데도 눈이 낯설어서인지 짖으며 키 아빠를 보챘다.키는 정신을 가다듬고 ‘토마토라면’을 끓여 ‘폭풍 흡입’한 후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한쪽을 세우면 다른 한쪽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마법(?)에 녹초가 됐다. 설상가상 아끼는 선글라스까지 망가뜨렸다. 우여곡절 끝 반려견 텐트까지 완성한 키는 내일 치울 일부터 걱정하며 조촐한 저녁으로 허기를 채웠다.그는 하룻밤 텐트와 맞바꾼 선글라스를 쓰고 “잘 보인다. 좋다”라며 영혼 없는 말을 내뱉었다. 초점을 잃은 키의 눈동자는 처량 그 자체였다. 그러나 다음에 또 캠핑을 오겠다며 치유를 받았다고 소감을 전하는 키의 거짓말(?) 같은 인터뷰가 이어져 스튜디오가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광기어린 눈빛을 본 키 또한 “텐트를 치고 진짜 이성을 잃었네”라로 반응해 폭소를 자아냈다.그런가 하면, 이장우는 팜유 보디 프로필과 기안84와의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러닝으로 하루를 열었다. 그는 잠실 러닝의 성지인 ‘석촌호수’를 한 바퀴 반 뛴 후 운동을 마쳤다. 무리는 금물이라며 의사의 말까지 덧붙이는 이장우의 변명이 웃음을 안겼다.이장우는 100kg대였던 체중을 80kg대로 만들었다고 자랑했지만, 운동 후 측정한 체중이 91kg임을 확인하고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그는 양배추, 당근, 사과를 갈아 만든 다이어트 주스로 아침을 가볍게 해결했다.이장우는 미니멀리즘을 꿈꾸며 집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중고 거래 앱에 안 쓰는 물건을 등록해 구매자와 약속을 잡았고, 포화 상태인 냉장고와 양념 팬트리를 정리했다. 유통기한 지난 양념과 곰팡이 핀 김치 군단이 쏟아졌다. 이장우는 ‘엄마 찬스’를 이용해 곰팡이를 걷어내고 죽기 직전의 김치를 살려냈다. 소금에 이쑤시개를 꽂거나, 참기름병을 포일로 감싸는 등 틈새 살림 꿀팁도 공개했다.구슬땀을 흘리며 냉장고와 팬트리를 대강 정리한 이장우는 중고 거래를 위해 문제의 ‘초록 패딩’에 반바지 패션을 뽐내며 거리를 활보했다. ‘대호 하우스’ 방문 때와 확연히 다른 이장우의 슬림핏이 눈길을 끌었다. 중고 거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장우는 자신만의 ‘미역국수짬뽕’을 완성해 ‘폭풍 흡입’했다.행복했던 팜유 세미나 영상 속 ‘먹방’을 벗 삼아 다이어트 짬뽕을 먹은 이장우는 바로 스텝퍼로 향해 ‘다이어터’의 본분을 놓지 않았다. 이장우는 “40일 뒤에는 목표치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이어트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다음 주에는 청룡열차 특집 3탄의 주인공으로 라이징 배우 박서함의 일상과 목포 본가에서 엄마표 보양식을 즐긴 박나래의 모습이 예고돼 기대감을 높였다.‘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 스타들의 다채로운 무지개 라이프를 보여주는 싱글 라이프 트렌드 리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24.03.16 I 김보영 기자
"띠별 찰떡궁합 도시로 새해 해외여행 계획 세워보세요"
  • "띠별 찰떡궁합 도시로 새해 해외여행 계획 세워보세요"
  •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여행지도 궁합이 맞는 곳이 있을까. 여행지 선택에 한 번쯤 고민해 본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혹’할 만한 이야기다. 새해 재미삼아서라도 한해 운세를 따져보는 것처럼 올해 나에게 맞는 여행지를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한해가 시작되는 설날을 맞아 영험한 우주의 섭리처럼 알 수 없는 끈으로 나와 연결된 ‘찰떡궁합’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 같은 제안, 조언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당긴다면,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이 제안하는 띠별 여행지를 참고해보자.코스타리카 마누엘 안토니오 (사진=부킹닷컴)◇모험심 강한 용띠 ‘코스타리카 마누엘 안토니오’대담한 성향에 넘치는 모험심을 주체할 수 없는 용띠에겐 야생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코스타리카 여행을 제안한다. ‘코코넛의 도시’이자 국립공원이 즐비한 코스타리카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마누엘 안토니오 국립공원의 울창한 열대우림과 해변에선 세발가락 나무늘보, 아기 다람쥐 원숭이, 큰부리새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태평양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인피니티 풀에서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스파, 요가, 마사지 등 웰빙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사진=부킹닷컴)◇감수성 풍부한 토끼띠 ‘이탈리아 피렌체’미적 감수성이 풍부한 토끼띠 여행객은 활기 넘치는 도시 피렌체를 주목하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작품을 소장한 ‘우피치 미술관’과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오 묘가 있는 ‘피렌체 산타 크로체 성당’,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조토의 종탑’ 등 평소 목말랐던 갈증을 한방에 풀어줄 문화예술 콘텐츠로 가득하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지나가다 들르는 갤러리에서도 르네상스 시대 걸작과 마주할 수 있다. 숙소도 17세기에 지은 아르테 부티크 호텔 등 문화예술 기행 콘셉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진=부킹닷컴)◇자신감 넘치는 호랑이띠 ‘UAE 두바이’도전정신과 자신감 충만한 호랑이띠에게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제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짚라인 중 하나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된 제벨 자이스 짚라인,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와 드넓은 사막에서 즐기는 스카이다이빙 등 스릴 만점의 즐길거리가 가득하기 때문. 두바이의 장엄한 스카이라인을 보고 싶다면 유리로 마감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도시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주메이라 에미리트 타워스를 추천한다. 이곳에선 아시아부터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의 세계 각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스리랑카 엘라 (사진=부킹닷컴)◇인내심 강한 소띠 ‘스리랑카 엘라’인내심 강하고 근면한 소띠라면 스리랑카 도보여행(하이킹)을 추천한다. 스리랑카 중부 해발 약 1041m 높이 ‘엘라’는 초록빛 푸른 언덕 빼어난 풍광으로 전 세계 하이킹족이 첫 손가락에 꼽는 명소다. 엘라 록 하이킹을 시작으로 정상에서 고원마을의 수려한 경치를 감상한 뒤 데모다라의 유명한 나인 아치 브리지에서 아름다운 기찻길 풍경을 감상하는 건 필수 코스다. ‘리틀 애덤스 피크’(Little Adam’s Peak) 역시 엘라의 대표 하이킹 성지로 무성한 녹차밭 전경과 라와나 폭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스페인 마드리드 (사진=부킹닷컴)◇활동적인 쥐띠 ‘스페인 마드리드’‘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쥐띠와 잘 어울리는 여행지다. 낮 시간 못지 않게 해저문 저녁 시간에도 즐길거리가 많아 전 세계 여행객의 나이트라이프 성지로 불린다. 현지 칵테일 바와 나이트클럽 등이 활기를 띠는 저녁 시간에 마드리드 밤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마드리드 여행 중에는 스페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라이브 플라멩고 공연도 꼭 챙겨봐야 한다. 기타 반주에 맞춰 선보이는 화려한 발놀림과 손동작이 일품이다.미국 올랜도 (사진=부킹닷컴)◇알찬 여행 선호하는 돼지띠 ‘미국 올랜도’허투루 버리는 시간 없이 알찬 일정을 선호하는 돼지띠에게는 미국 올랜도가 최적의 여행지다. 테마파크와 대형 쇼핑몰로 유명한 올랜도는 철저한 시간계획에 맞춘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레고랜드 플로리다는 50가지가 넘는 놀이기구와 각기 다른 콘셉트의 10여개 테마공간을 갖췄다. 일정이 맞는다면 올랜도 매직의 NBA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직관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낮에는 테마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호텔과 도심 레스토랑에서 멋진 도시 경관을 감상하며 즐기는 만찬도 추천한다.아일랜드 더블린 (사진=부킹닷컴)◇친절한 여행지 선호하는 개띠 ‘아일랜드 더블린’아일랜드 더블린은 정직한 성향의 개띠에게 찰떡궁합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더블린 사람들이 보내는 특유의 친절함이 여행의 흥은 물론 만족감을 한껏 올려줄 수 있다. 더블린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템플바는 중심가 문화 지구로 아이리쉬 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곳 중 하나다. 거리 곳곳에는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러 로컬 펍들이 있어 현지인들과 스스럼 없어울리며 전통음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고전적인 조지안풍 타운하우스에 위치한 넘버 31 게스트하우스는 1960~70년대 더블린 사교계의 중심지로 유명한 곳이다. 태국 치앙마이 (사진=부킹닷컴)◇현실 감각 뛰어난 닭띠 ‘태국 치앙마이’현실적이고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닭띠라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치앙마이를 추천한다. 태국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치앙마이에선 푸른 농원과 싱그러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열기구 투어와 코끼리 투어, 사파리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초목으로 무성한 전원 지대에서 고요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고대 랜드마크와 사원을 거니는 등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온화한 날씨 역시 평소 지친 심신을 달래며 재충전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영국 런던 버킹엄 궁전 (사진=부킹닷컴)◇탐구심 호기심 많은 원숭이띠 ‘영국 런던’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면 영국 런던만큼 좋은 곳이 없다. ‘세계 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런던은 풍부한 예술문화와 즐길거리가 가득해 호기심 많은 원숭이띠에게 천국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각종 문화유산이 전시된 ‘대영박물관’부터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런던 내셔널 갤러리’, 세계 3대 자연사 박물관인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꼭 방문해야 하는 대표 명소다. 영국 왕실과 귀족 문화에서 시작된 런던의 애프터눈 티 체험도 런던 여행에 있어 빼먹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다. 핀란드 킬피스야르비 (사진=부킹닷컴)◇여유로운 성격의 양띠 ‘핀란드 킬피스야르비’풍부한 상상력에 여유로운 성격의 양띠는 창조적 사고를 일깨워줄 핀란드 ‘캠핑여행’을 추천한다. 호숫가에 위치한 아담한 마을 킬피스야르비는 자연과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캠핑 스폿이다. 여름에는 산악 자전거, 카누와 하이킹, 겨울 시즌에는 스키와 스노모빌, 얼음낚시 등을 즐길 수 있다. 말라 자연보호구역(Malla Strict Nature Reserve)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보호구역으로 이곳에선 희귀한 고산식물, 다양한 종의 나비를 관찰할 수 있다.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사진=부킹닷컴)◇자유로운 여행 즐기는 말띠 ‘미국 로스앤젤레스’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한 말띠에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누비는 ‘로드트립’을 제안한다. 한인촌이 잘 형성돼 있어 부담없이 자유여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LA는 ‘할리우드 사인’과 ‘그리피스 천문대’, ‘산타 모니카 부두’, ‘캐피틀 레코드 빌딩’ 등 선택지가 다양해 원하는 대로 여행 일정과 루트를 짤 수 있다. 구불구불한 언덕을 올라 할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건 미주지역 여행객에게 통과의례로 통한다.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사진=부킹닷컴)◇힐링 선호하는 뱀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편안한 힐링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여행을 계획해 보자. 아름다운 금빛 모래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는 전 세계 부킹닷컴 이용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해변 여행지에 선정된 곳이다. ‘일랴그란지 섬’과 같이 인적이 드문 해변부터 하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코파카바나 해변’, 럭셔리 해변으로 알려진 ‘이파네마 해변’ 등 다양한 콘셉트과 매력의 해변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낮에는 햇살을 만끽하며 따뜻한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다 해질 무렵에는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2024.02.10 I 이선우 기자
윤여정의 전우애·따뜻한 멍뭉미…'도그데이즈' 설 극장 취향 저격
  • 윤여정의 전우애·따뜻한 멍뭉미…'도그데이즈' 설 극장 취향 저격
  • 김덕민 감독(왼쪽부터), 배우 탕준상, 이현우, 김서형, 정성화, 윤채나, 김윤진, 윤여정, 유해진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가 따뜻한 인간미와 귀여운 멍뭉미로 설 연휴 극장가를 취향 저격할지 주목된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제작보고회에는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유해진, 김서형, 김윤진, 정성화, 탕준상, 이현우, 윤채나, 김덕민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그데이즈’는 ‘해운대’와 ‘국제시장’, ‘하모니’, ‘공조’ 시리즈 등을 선보여 흥행시킨 JK필름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의 조감독을 지냈던 김덕민 감독의 입봉작이다.김덕민 감독은 ‘도그데이즈’의 기획의도에 대해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고 그 캐릭터들의 관계와 성장을 담고 싶었다”며 “일상에서 소소히 만나는 관계 속에서 그만큼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입봉작으로 ‘도그데이즈’를 택한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했다. 김 감독은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만 드리면 19년간 조감독 생활을 했고 20년차가 됐을 때 JK 식구분들께서 ‘영웅’을 찍고 있었다“며 ”합천 세트장에서 추운 겨울에, 윤제균 감독님이 크랭크업이 얼마 안 남았을 때쯤 이걸로 데뷔했으면 좋겠다고 ‘도그데이즈’ (시나리오)를 주셨다, 그때가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 내 인생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김덕민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특히 ‘도그데이즈’는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하고,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윤여정이 ‘올빼미’, ‘공조2: 인터내셔날’, ‘달짝지근해: 7510’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해진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 역을 맡은 윤여정은 국내 영화 복귀작으로 ‘도그데이즈’를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덕민 감독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며 “대단한 역량이 있어서 (그를) 선택한 건 아니다”라는 솔직한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조감독 시절 둘이 만난 적이 있다. 둘이서 개 취급을 받았다”며 “전우애가 생겼고, ‘덕민이가 입봉하는 날 그 영화에 꼭 출연하리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점쟁이가 아니니까 믿음은 없어도, 과거 둘이서 별 취급을 못 받았기 때문에 입봉작에 출연한 것”이라며 재차 의리를 강조했다. 김덕민 감독 역시 윤여정을 향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는 “우리한테 가장 절실했던 힘이 선생님이다. 이 작품을 선생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담아 시나리오를 보내드렸다”며 “흔쾌히 답이 온 순간 작품이 탄력을 받아 쭉 가더라,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현장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모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존경과 애정을 밝혔다. 배우 윤여정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싱글남 ‘민상’ 역을 맡은 유해진은 ‘도그데이즈’에 특별히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요즘 극악스러운 일들이 많은데 따뜻한 영화라서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 개를 좋아하며, 이야기에 따뜻함과 귀여움이 같이 묻어있어서 손이 갔다고도 덧붙였다.윤여정과 유해진은 작품으로 처음 함께 호흡해 본 소감에 거침없는 답변으로 포복절도케 했다. 윤여정은 “호흡이랄 게 없다. (극 중) 사랑하는 관계도 아니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유해진은 “제작보고회를 숱하게 했다. 그동안 ‘왜 이렇게 틀에 박힌 이야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선생님이랑 하니까 후련하다. 저도 나중에 그렇게 되고 싶다”며 “선생님과 연기하면서 오랜만에 긴장했다”고 전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과 연기하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고. 안전에도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김덕민 감독은 “담고 싶은 그림이 나한테는 급한 그림이지만, 이 친구들(강아지들)에겐 1도 상관이 없는 그림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었다”며 “현장에서 친구들과 생활하는 훈련사분들이 늘 함께 해주셨다. 극 중 선생님(윤여정)이 길에서 쓰러지시고 함께 산책하던 반려견 완다가 앰뷸런스를 쫓아가는 장면이 있었다. 그 때 어떻게 찍어야 할까 사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온 방법이 훈련사 분이 완다를 데리고 평창동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이었다. 훈련사가 초록색 옷을 입고 목줄을 연결한 상태에서 찍었다. 그리고 훈련사를 CG로 지웠다”는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윤여정은 “저와 호흡한 ‘완다’만 말을 잘 안 듣더라. 그래서 계속 기다렸다”고 회상했고, 유해진은 개와 연기를 하는 것보다 “내가 개를 하는 게 낫더라”는 웃픈(?) 답변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배우 유해진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유해진은 “(강아지들이) 말을 엄청 안 들었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그렇게 속을 썩이진 않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삼시세끼’를 언급하며 “내 파트너 강아지(차장님)를 보니 전에 예능 ‘삼시세끼’를 같이 했던 산체 생각이 났다”고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김덕민 감독 역시 반려견들에게 디렉팅을 따로 하지 않고, 그들이 해줄 거란 믿음으로 계속해 기다렸다고 떠올렸다. 유해진은 영화를 찍으며 무지개 다리를 건넌 옛 반려견 ‘겨울이’을 추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하필 지금이 또 겨울이라, 제가 겨울을 참 좋아해 겨울이라고 (반려견의 이름을) 지었다, 촬영 때 그렇지 않아도 개 관련된 영화라 겨울이 많이 생각났다”고 말했다.이어 “이렇게 키우던 반려견이 죽으면, 무지개 다리 건너면 저 정도일까 했는데 정말 진짜 오래 가고 진짜 가슴에 묻는 거 같다, 지금도 늘 생각난다”고 고백해 뭉클하게 했다. 김윤진은 초보 엄마 정아로, 정성화는 초보 아빠 선용을 맡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아역 윤채나는 새로운 가족을 만난 지유를 연기해 귀여움을 더한다. 탕준상은 MZ 라이더 진우 역을 맡아 반려견 완다, 윤여정과 특별한 케미를 선사한다. 배우 정성화(왼쪽부터), 윤채나, 김윤진, 윤여정, 유해진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서형은 정의로운 수의사 진영 역을 맡아 유해진과 유쾌하고 훈훈한 시너지를 빚는다. 19살짜리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밝힌 김서형은 “강아지를 좋아하고 시나리오도 좋았다. 윤여정 선생님을 비롯해 선배님·후배들과 함께하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작품에 애정을 전했다. 이현우는 여자친구의 반려견 ‘스팅’을 잠시 돌보게 된 ‘현’을 맡아 장발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현우는 특히 스팅의 대디(아빠)를 자처하는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 다니엘 역의 다니엘 헤니와 앙숙 ‘케미’를 발산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이현우는 “새로운 이미지가 만족스럽다”며 “다니엘 헤니 형은 젠틀하고 잘 챙겨주셨다. 촬영할 때 날씨가 추웠는데 에너제틱하게 (분위기를) 이끌어주셔서 재밌게 촬영했다”고 고마움을 밝혔다. 제작보고회를 통해 다니엘 헤니의 결혼에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윤진은 “반려견을 통해 관계들이 깊어지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의 매력을 전했다. 김덕민 감독은 “따뜻한 작은 모닥불을 피우는 심정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담고 싶었던 만큼 이야기가 잘 나왔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리는 영화다.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2024.01.10 I 김보영 기자
경기도 최초 자율주행버스 '판타G버스' 타보니
  • [르포]경기도 최초 자율주행버스 '판타G버스' 타보니
  • [성남=이데일리 황영민 기자]지난 7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2판교 테크노밸리 경기기업성장지원센터 앞 버스정류장. 11시 정각이 되자 버스정류장으로 경기도 브랜드 컬러인 초록색과 파란색이 뒤섞인 외관을 지닌 전기버스 한 대가 들어선다.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판교에서 시범운행 중인 레벨3 자율주행버스 ‘판타G버스’ 외관. 전면부에 카메라오 라이다 센서가 부착된 것을 볼 수 있다. 황영민 기자승강구 위에는 경기도 마크가, 앞면에는 ‘판타G버스’라는 로고가 적혀있는 이 버스는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이 시범운행 중인 자율주행 노선버스다.판타G버스라는 명칭은 ‘판교에서 타는 G버스(경기도 버스)’의 약자로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어서오세요”라는 버스기사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올라탄 내부는 일반 시내버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버스기사 외에도 1명의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있었으며, 좌석 또한 후열 쪽은 라운지 형태로 일반 버스보다 적은 14석이 마련돼 있다.운전석 뒷편에는 인근 주행상황을 시각정보로 보여주는 모니터와 운전석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모니터가 위아래로 달렸다.승객들이 좌석에 앉은 것을 확인 후 출발한 버스 안에서는 이윽고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운전석을 비추는 모니터에는 기사가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에서도 저절로 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판타G버스는 2개의 레이더(RADAR)와 5개의 라이다(LiDAR) 센서, 5개의 카메라 등 총 12개의 인식장치를 통해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판교에서 시범운행 중인 레벨3 자율주행버스 ‘판타G버스’ 내부. 운전석 뒤로 주변 교통상황과 운전석 모습을 볼 수 있는 2개의 모니터. 앞열은 안전요원이 탑승하는 자리로 돼 있다. 황영민 기자경기기업성장센터를 출발해 금토천교~판교육북편~판교호반써밋플레이스~봇들육교~삼평교를 거쳐 다시 경기기업성장센터로 돌아오기까지 7정거장·5.9km를 주행하는 시간은 30분가량 소요된다.판타G버스를 운행기사 이두현(46)씨는 “하루에 12번씩 운행하는데 차량정체가 발생하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통상 주행 시 8~90%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주행 중에도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에 따른 방어운전이나 정류장 정차를 위한 차선변경 등도 모두 자율주행 시스템이 대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판타G버스는 지난 7월 시범운행을 시작, 4개월 만인 10월 31일 기준 누적 운행거리 9614km, 탑승객수 7788명을 기록했다. 수익성 등의 문제로 민간운수회사가 노선 신설을 꺼리는 교통취약지역인 1판교 북측과 2판교를 연결하는 덕분에 시민들은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버스에서 만난 승객 이모씨(28)는 “처음 탔을 때만 해도 자율주행이라는 것에 불안함도 있었지만 그간 사고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운행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7월 첫 운행 시에는 74명이었던 일평균 탑승객수는 8월 104명, 9월 111명, 10월 136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와 융기원은 12월까지 무료 시범운행을 마친 뒤 내년부터는 상용화 기반 확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판교에서 시범운행 중인 레벨3 자율주행버스 ‘판타G버스’ 내부. 후열은 일반 시내버스와 다르게 라운지 형태 좌석들이 놓여져 있다. 황영민 기자판타G버스와 같은 자율주행 버스는 오는 2024년 경기 안양시와 화성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된다.경기도 정책공모에 선정된 안양시는 15인승 셔틀버스 2대를 우선 이용해 주간에는 동안구청 앞(문화의 거리)~비산체육공원까지 왕복 6.8㎞를 운행하고, 야간에는 인덕원~범계역~안양역을 연결해 왕복 14.4㎞를 운행할 방침이다.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자율주행 리빙랩 도시 선정 공모 사업’에 선정된 화성시는 내년부터 남양읍을 중심지로, 송산·새솔·마도·서신·동탄2 지역에서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진행한다.민선 8기 경기도와 융기원은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운영을 통해 관련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판타G버스가 달리는 2판교는 2018년 자율주행 실증단지 판교제로시티로 지정돼 보행자검지기 80개와 보행자 케어 및 자율주행 도로 감시용 CCTV 195개, 교통신호 제어기에 의해 결정된 신호상태를 차량에 알려주는 신호현시 옵션보드 53개, 도로 상태를 감지하는 노면센서 2개, 교통정보를 실시간 표출하는 가변정보표지 등이 조성돼 있다.또 관제센터를 통해 수집된 자율주행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민간에 개방함으로써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실증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앞으로는 판교제로시티의 초고도화를 통해 운전자 개입이 최소화되는 레벨4 수준의 자율협력주행 실증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정한규 경기도 첨단모빌리티산업과장 “인재육성, 기업간 연결로 도내 자율주행산업 글로벌화 목표”민선 8기 경기도는 미래성장산업국을 신설, 국 산하에 도정 최초로 자동차산업 분야를 전담하는 첨단모빌리티산업과를 설치했다.현대 모비스 등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다 경기도에서 해당 부서를 맡게 된 정한규 첨단모빌리티산업과장은 민선 8기 도정 목표로 ‘사람’ ‘연결’ ‘글로벌화’ 이 세가지를 꼽았다.지난 7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에서 정한규 경기도 첨단모빌리티산업과장이 민선 8기 경기도의 모빌리티 산업 육성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황영민 기자그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역량과 인재육성”이라며 “현재 스타트업 등 도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많이 올라갔다. 이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결을 통한 글로벌시장 진출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자율주행 노선버스인 판타G버스 시범운행도 이 같은 도정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중 하나다. 교통취약지역의 주민수용성 확보, 기술 노하우 축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취지가 담겼다.정 과장은 “자율주행 레벨4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카메라나 센서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과 완성차 업체가 협업할 수 있는 연계방안에 주안점을 두고 안양과 화성에서 진행될 실증사업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첨단모빌리티산업의 지향점은 자율주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도는 항공교통분야 미래산업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앞서 도는 지난해 3월 국토부 공모사업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챌린지 2단계 사업 사업자로 선정됐다.도심항공교통이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 가능한 항공이동수단을 도심 안에 적용한 것을 말한다.2단계 실증노선 구간은 김포공항에서 고양 킨텍스를 연결하는 14㎞ 구간이다. 도와 고양시는 킨텍스 전시장 인근 약 1만8000㎡ 규모 부지를 실증 실험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정한규 과장은 “도심항공교통(UAM)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기술이다.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무인으로 가야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나 레이더·라이다 등 인식기술이 중요하다”면서 “도와 융기원이 판타G버스 등 판교 자율주행 실증단지에서 쌓은 데이터가 기반이 돼 미래 모빌리티산업에 활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임경일 융기원 경기도자율주행센터장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 다음 스텝도 개척해야”판타G버스를 비롯한 경기도내 자율주행 실증사업 콘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2018년 경기도와 융기원의 판교제로시티 운영·관리 협약에 따라 이듬해인 2019년 5월 문을 연 기관이다.자율주행 실증단지인 판교제로시티 운영 전반에 관여하며 실증연구는 물론 상용화 선도 공공데이터 개방, 각종 포럼을 개최하며 기술 고도화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임경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장(융기원 책임연구원)은 센터 운영 핵심가치로 ‘고도화’ ‘대중화’ ‘산업화’를 꼽았다.국내 최초로 운전자 개입 없는 레벨4 실증이라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광역단위 자율주행 실증인프라 확대로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촉진해 산업화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지난 7일 경기도자율주행센터에서 임경일 센터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영민 기자임 센터장은 “지금은 판타G버스 시범운행지구가 좀 좁긴한데, 각 시범운행지구를 연결하는 광역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나중에 자율주행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광역물류체계에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경기남부권은 물류창고가 많으니 충분히 실증 가능한 여건이 된다”고 말했다.이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판단의 중요성도 역설했다.그는 “경기도가 가장 먼저 자율주행 실증단지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먼저 갔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한편으로는 고생도 많이 했다”며 “국내 자율주행산업의 다음 스텝을 고려한다면 또다시 누군가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도에서도 (정책적으로) 큰 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여기서 정책적 큰 결정이란 국토부가 발급 중인 자율주행면허와 같은 첨단 모빌리티 분야 실증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규제 완화를 뜻한다.경기도자율주행센터를 통해 판교에 위치한 기업들을 더욱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놨다.임경일 센터장은 “판교를 흔히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스타트업들이 세계적 기업이 됐듯이 판교에 위치한 잠재력 높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3.11.13 I 황영민 기자
루닛, 글로벌 학회서 잇단 압도적 기술력 입증...주가선행지표
  • 루닛, 글로벌 학회서 잇단 압도적 기술력 입증...주가선행지표
  •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루닛(328130)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초 3500억원대였던 루닛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 30일 1조원대를 돌파한 후 2조2337억원(14일 기준)까지 치솟은 상태다.루닛 로고 (사진=루닛)루닛의 기업가치는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피어그룹(Peer Group)과 견줘봐도 손색 없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루닛의 기술력은 다양한 학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데서도 드러난다.◇루닛, 글로벌 학회 적극 참석하는 이유는…“기술력 입증”루닛은 글로벌 톱티어(Top-tier) 인공지능(AI) 학회에 매년 참석하며 기술력을 검증하고 있다. 루닛은 국제 컴퓨터 비전·패턴 인식 콘퍼런스(CVPR),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 국제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 등에 매년 참석해 자사의 기술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최신 기술 동향도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루닛은 지난달 AI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인 CVPR 2023에 참가해 병리학 분야에 특화된 AI 논문을 발표했다. 루닛이 기존 CVPR에서 공개해왔던 논문은 일반적인 AI 기술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번 논문은 의료에 특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학회에서 루닛은 △세포(Cell)와 조직 구별법(Tissue Annotation)이 결합된 데이터셋인 ‘오셀롯(OCELOT)’ △전문가의 주석(Annotation) 없이도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최신 학습 기법 ‘SSL(Self-Supervised Learning)’을 소개했다. 모두 병리 이미지 분석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이처럼 루닛이 글로벌 AI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이유는 최신 기술 동향 파악은 물론, 자사의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AI업계를 비롯한 IT업계에선 글로벌 학회 참석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관련 업체들이 학회를 통해 신기술을 즉각적으로 공개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루닛 관계자는 “IT 분야에서는 워낙 기술 수준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논문 게재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게 느껴질 정도”라며 “이 때문에 학회에서 바로 신기술에 대해 발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학회에서 논문 내용을 요약한 초록을 내는 정도라면 AI업체들은 학회에서 아예 전체 논문을 공개한다”며 “따라서 학회에서 발표를 많이 하는 기업은 기술력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판단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루닛과 글로벌 피어그룹의 비교표 (자료=루닛)CVPR, ECCV, MICCAI 등 글로벌 톱티어 AI 학회에 매년 참석하는 업체는 루닛 외에 미국의 패스AI(PathAI)뿐이다. 프랑스의 오킨(Owkin)만 해도 AI 관련 학회 참석이 드물다. 이러한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 기업들은 해외 업체들이라 해도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지오팜(Visiopharm) 5670만달러(약 718억원), 패스코어(Pathcore) 9900만달러(1254억원) 등 해외 AI업체의 기업가치가 1000억원대 안팎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세계 3대 암학회도 섭렵…의료진 대상 임상적 증명 수행루닛은 AI 학회뿐 아니라 세계 3대 암학회인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미국 암연구학회(AACR), 유럽임상종양학회(ESMO)도 섭렵하고 있다. 주요 제품이 암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와 암 치료 솔루션 ‘루닛 스코프(Lunit SCOPE)’인 만큼 의료진에게도 해당 기술에 대해 알릴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루닛은 지난해 9월 ESMO에서 연구초록 3편을 공개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AACR에서 연구초록 5편을 발표했다. AACR 2023에서 루닛은 다양한 암종에 루닛 스코프를 적용한 연구초록 5편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ASCO에서 연구초록 16편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의료AI 기업 중 최다 기록을 냈다.루닛 관계자는 “전 세계 의료 AI 기업 최초로 ASCO에서 16편의 초록이 채택됐다”며 “루닛이 의료AI 분야에서 적극적인 학술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임상적 증명을 수행하는 기업임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루닛은 글로벌 AI 기업 중에서도 논문 게재 성과가 두드러지는 업체다. 루닛은 150편 이상의 논문과 초록을 발표했고, 이중 SCI급 논문은 10편 이상이다. 루닛이 피어그룹(Peer Group)으로 설정한 패스AI와 오킨의 발표 논문이 각각 60편 이상, 20편 이상에 불과하다.최근에는 미국영상의학회의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인 ‘래디올로지(Radiology)’에도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이 연구는 정확도가 높은 AI 모델을 사용한 경우에만 판독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CXR)와 유방촬영술(MMG)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폐암의 경우 판독 정확도가 20% 향상됐고 진단 효율성은 50% 증가했다.루닛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들과 파트너링을 늘릴 수 있었다. 패스AI가 파트너사로 로슈와 BMS를, 오킨이 사노피를 확보하는데 그쳤다면 루닛은 가던트헬스, GE헬스케어, 후지필름, 필립스, 홀로직 등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를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통해 해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증권가에서는 루닛의 2분기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유럽 등에서 루닛 인사이트 판매가 확대되고 2025년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일회성 이익과 비용절감 영향이 있었던 만큼 2분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부터 GE 헬스케어, 필립스 등의 의료 장비에 솔루션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유럽 등에서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오는 2025년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2023.07.19 I 김새미 기자
'주가조작 의혹' 원영식 초록뱀 회장 사퇴…그룹사 CB투자 중단
  • '주가조작 의혹' 원영식 초록뱀 회장 사퇴…그룹사 CB투자 중단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초록뱀그룹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내놨다. 원영식 회장은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고, 초록뱀그룹 전 계열사는 주가 조작의 발화점인 전환사채(CB) 등의 메자닌 투자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초록뱀그룹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초록뱀미디어 최진욱 대표이사, 초록뱀이앤엠 김세연 대표이사, 초록뱀미디어 이응길 대표이사, 더메디팜 신범용 대표이사. (사진=초록뱀그룹)김세연 초록뱀미디어 부회장(초록뱀그룹 경영위원회 의장)은 10일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초록뱀그룹을 성원해준 모든 분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초록뱀그룹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와 의사결정 구조를 쇄신하는 한편, 그룹의 경영 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긴급 기자회견은 지난달 29일 원 회장이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구속된 지 10여일 만에 열렸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 원영식 회장, 모든 직책·직무서 손 뗀다…경영 정상화 추진 초록뱀그룹은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121800)와 관계사인 버킷스튜디오(066410)가 발행하는 CB에 1000억원을 투자해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회장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전해지는 강종현 씨의 돈줄 역할을 하면서 호재성 정보를 흘린 뒤 이익을 확보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앞서 강종현씨는 지난 2월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 등과 관련한 관계자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으며, 강종현씨의 동생인 강지연씨가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101140) 등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초록뱀미디어(047820)는 비덴트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김 부회장은 경영위원회 의장으로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원영식 회장이 모든 직위에서 퇴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 회장은 초록뱀그룹 지배구조상(오션인더블유→초록뱀컴퍼니→초록뱀미디어→초록뱀이엔엠) 최상단에 위치한 오션인더블유의 대표이사로, 지난해 말 기준 3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 부회장은 “원영식 회장은 영업활동은 물론 일체의 투자 및 재무 활동에서도 어떠한 직책과 직무를 맡지 않고 물러날 것”이라며 “최대주주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하지만,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상황으로 부득이 최대주주를 대신해 사퇴 의사를 밝히는 점은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이번 주가 조작 사태에서 논란이 된 메자닌 투자를 일체 금지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향후 초록뱀그룹의 모든 소속회사들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우선주(CPS) 등의 무분별한 메자닌 투자를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도록 정관에 못 밖을 것이며, 이를 위한 각 계열사들의 임시주총을 조속히 소집하겠다”고 덧붙였다. ◇ 그룹경영영위원회 가동…“투자 아닌 본업에 집중” 김 부회장은 또 “초록뱀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최대주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적으로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주요 임원진이 참여하는 그룹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며 “각사의 이사회 중심으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겠지만, 그룹경영위원회라는 경영협의체를 중심으로 그룹의 전략적 방향이 협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투자 수익이 아닌 본업 기반의 영업 구조를 확립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이제까지 초록뱀그룹은 비영업적 투자 활동을 기본 수익모델로 한다는 평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본연의 영업활동 중심으로 변경해 계열사들이 목적사업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대주주의 구속으로 대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록뱀그룹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주주들과 저희를 성원한 모든 분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초록뱀미디어는 지난달 28일부터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혐의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풍문 또는 보도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이래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정지는 풍문 사유 해소 시까지 연장된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6월30일 미확정 답변을 함에 따라, 오는 28일까지 재공시해야 한다.
2023.07.10 I 김응태 기자
사라졌던 아이언맨을 홍콩에서 만나다
  • 사라졌던 아이언맨을 홍콩에서 만나다 [여행]
  • 홍콩디즈니랜드의 야간 멀티미디어 쇼 ‘모멘터스’ (사진=김명상 기자)[홍콩=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화려한 야경, 쇼핑 명소, 미식의 향연으로 유명한 홍콩.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어두워졌던 홍콩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국경을 재개방하고 무료 항공권을 나눠주는 등 전 세계 관광객을 향해 손짓 중이다. 활짝 문을 연 홍콩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새롭게 느껴진다. 주요 여행지를 다듬거나, 없던 명소가 생기는 등 변화를 겪은 탓이다. 이미 다녀왔던 이들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만한 요소로 단단히 무장한 홍콩은 여전히 반갑게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의 변화상을 마주하자, 홍콩이 얼마나 관광객 유치에 진심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아이언맨의 부활, 환상적인 쇼까지 갖춘 홍콩 디즈니랜드 홍콩디즈니랜드의 ‘히어로 전원 소집‘ 이벤트 (사진=김명상 기자)달라진 홍콩의 현재는 테마파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마블의 핵심 캐릭터들이 퇴장하며 팬들에게 작별을 고한 바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반가움보다 사랑하는 영웅들의 활약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아쉬움을 달래줄 이벤트가 있으니 실망은 이르다. ‘아이언맨’ 영상이 송출되는 광고판 (사진=김명상 기자)란타우섬에 있는 홍콩디즈니랜드에서는 22일까지 ‘히어로 전원 소집(Calling All Heroes):어벤저스와 내일의 히어로 집합’ 이벤트가 열린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등의 캐릭터 외에도 스파이더맨, 캡틴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 등 익숙한 마블 슈퍼히어로들이 총집합하는 무대다. 행사에서 영웅들은 거리 행진에 이어 투모로우랜드 스테이지에 오른다. 사랑하는 캐릭터가 눈앞에 지날 때면 방문객들의 함성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커진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그리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한 팬들의 환호성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마블 팬들에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힘겨운 전투를 마치고 물러난 자신의 영웅들을 기리고 그동안의 활약에 감사하는 추모의 시간인 셈이다. 홍콩디즈니랜드에서 포즈를 취하는 ‘아이언맨’ (사진=김명상 기자)퍼레이드 후 사라지지 않은 감흥은 놀이기구 ‘아이언맨 익스피리언스’로 다시 되살릴 수 있다. 홍콩 상공을 아이언맨과 함께 날면서 적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은 3D 영화와 비슷한 놀이기구로 깜짝 놀랄 만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홍콩디즈니랜드의 야간 멀티미디어 쇼 ‘모멘터스’ (사진=김명상 기자)밤이 늦었다고 해서 그냥 나가면 곤란하다. 팬데믹 기간 중 홍콩디즈니랜드는 대대적인 변신을 단행했다. 그중에서도 상징 건물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성’을 새롭게 단장한 ‘캐슬 오브 매지컬 드림스’. 그곳에서 펼쳐지는 야간 멀티미디어 쇼 ‘모멘터스’(Momentous)는 디즈니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공연이다. 어두워지면 성은 환상적인 쇼를 보여주는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건물 외벽에 영상 이미지를 투사하는 3D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활용해 약 40개의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장면이 20분간 펼쳐지며 150여 개 캐릭터가 한눈팔 겨를이 없게 만든다. 부모와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환성을 지른다. 쇼가 펼쳐지는 동안 오색 레이저가 하늘을 수놓고, 춤을 추듯 물결치는 분수쇼가 어우러지는데 야외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피날레 장면에서 한꺼번에 무지개색 불꽃까지 폭발할 때는 힘찬 박수마저 터진다. 디즈니가 이 공연에 5년의 시간을 공들인 결과다. 디즈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한 모멘터스 공연을 놓친다면 홍콩디즈니랜드를 절반만 즐긴 셈이 될 것이다. ◆과거의 스타들을 만나는 시간…새 단장한 ‘스타의 거리’‘스타의 거리’에 있는 홍콩배우 장국영의 명판.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만들어져서 손도장이 없다. (사진=김명상 기자)바다 건너 홍콩섬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침사추이 지역은 홍콩 유명 스타의 이름이 즐비한 거리가 있다. 예전부터 관광 명소로 자리했던 ‘스타의 거리’는 지난 2019년 1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지만 팬데믹에 아직 바뀐 모습을 보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 ‘스타의 거리’에 있는 이소룡 동상 (사진=김명상 기자)여기에선 유명 스타와 영화인 등 117명의 손도장과 사인을 볼 수 있다. 양조위, 주성치, 주윤발, 장국영, 임청하, 유덕화 등 이름만 들어도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유명인들이 가득하다. 스타의 거리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소룡의 동상도 건재하다.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배경 삼아 금방이라도 포효하며 멋진 발차기를 보여줄 것 같은 이소룡 동상 주변엔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넘었지만 기억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은 것을 보면 진정한 슈퍼스타가 어떤 존재인지 피부로 느껴진다. 침사추이의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홍콩 슈퍼스타들의 핸드프린팅과 조각상은 아시아의 반짝이는 별로 우뚝 섰던 과거 홍콩 영화산업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거리를 다니는 중년의 관광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찾으면서 연신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홍콩 영화 산업의 현재는 과거와 달라졌다. MZ세대에게 홍콩 스타를 좋아하냐고 묻자 “이소룡 빼고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에게 영웅본색, 천녀유혼, 중경삼림과 같은 영화는 올드팬이나 기억하는 과거의 산물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여전히 반짝이는 스타들의 흔적을 발견하며 산책할 수 있는 홍콩 방문객의 필수코스. ◆떠오르는 쇼핑 명소와 홍콩의 문화 중심지 홍콩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K11 뮤제아’ (사진=김명상 기자)홍콩, 하면 떠오르는 것은 쇼핑이다. 스타의 거리를 걷다 보면 K11 뮤제아(K11 Musea)를 만나게 된다. 2019년 문을 연 이래 홍콩 침사추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한 K11 뮤제아에는 약 250개의 상점과 약 70개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들어가 보면 쇼핑몰인지 박물관인지 정체가 좀 아리송하다. 그도 그럴 것이 홍콩 굴지의 기업 K11의 에이드리언 쳉 대표가 예술, 문화 및 상업을 한 곳에 통합하겠다는 목표 아래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100명 이상의 저명한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환경 운동가들이 모여 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인 만큼 지나치면 아쉬울 것이다. 미식, 명품, 문화 콘텐츠에 열광하는 부유한 이들을 타깃으로 주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다수 입점해 한 곳에서 논스톱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에르빈 부름, 존 발데사리 등 명성 높은 작가의 작품 140여 점이 전시돼 있는데 미술품을 안내하는 별도의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큼 구성이 훌륭하다. K11 뮤제아에 있는 35m 높이의 ‘오페라 시어터’ (사진=김명상 기자)빅토리아 항구를 바라보고 있는 외부는 계단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녹색 식물을 사용해 도심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했다. 내부를 걷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은 35m 높이의 오페라 시어터다. 은하계를 형상화한 듯한 유려한 곡선이 물결치는 공간에는 하늘의 별을 재현한 듯 1800개의 수공예 크리스털 조명을 넣었고, 중앙에는 일본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대형 작품이 장식돼 있다. 엠플러스에서 전시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바라보는 연인들 (사진=김명상 기자)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려는 홍콩의 꿈이 현실로 드러난 곳은 구룡반도 남서쪽에 있는 엠플러스(M+) 뮤지엄이다. K11 뮤제아에서 차로 7분이면 닿는 곳으로 비주얼 아트, 디자인, 건축 등 광범위한 작품들을 아우르는 현대 시각문화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을 표방하는 곳답게 33개의 갤러리 외에도 극장, 미디어테크, 레스토랑, 바 등이 들어서 있다. 문화적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다. 엠플러스에서 전시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펌프킨’ (사진=김명상 기자)현재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펌프킨’ 전시를 비롯해 중국 근현대 미술전인 ‘지그 컬렉션’ 등 다양한 예술 세계가 펼쳐지고 있으며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엠플러스와 주변에는 바다와 야자수를 벗 삼아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아트파크’가 있어 함께 들러 즐길 만하다. ◆6세대로 교체된 피크트램…스카이테라스의 전망은 여전했다스카이테라스 428에 오르면 홍콩의 빌딩 숲이 한눈에 보인다 (사진=김명상 기자)홍콩의 상징 중 하나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빌딩 숲이다. 이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더 피크(The Peak)다. 홍콩 방문객 중 이곳을 가보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의 명소로 연간 약 70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초록색을 칠한 6세대 피크트램 (사진=김명상 기자)한국의 산을 생각하면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여행객은 대부분 전차의 일종인 ‘피크트램’을 탄다. 1888년 개통된 이후 1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피크트램은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 8월 1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현재 운행 중인 전차는 6세대로 붉은색 외관이 고풍스러운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천장은 시원하게 펼쳐진 파노라마 창문으로 개조됐고 수용인원은 120명에서 210명으로 늘었다.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이 줄었지만 단체 관광객과 시간이 겹치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만큼 탑승권은 미리 사는 것이 좋다. 피크트램은 교통카드의 일종인 ‘옥토퍼스 카드’를 쓰면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피크트램을 처음 탑승할 때는 62홍콩달러가 결제되지만, 내려올 때는 26홍콩달러만 청구된다. 왕복 티켓을 사려고 창구 앞에 늘어선 인파를 피해 쾌적하게 다녀올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빌딩 숲 (사진=김명상 기자)타고 올라가는 시간은 7분 정도로 짧지만 급경사 구간을 운행해서 탑승객의 심장을 떨리게 만든다. 실제로는 25도 정도의 경사지만 차창 밖으로 기울어져 보이는 빅토리아 만과 빌딩 때문에 체감 각도가 45도에 달한다. 목적지인 피크타워에 오르면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카페 등이 있다. 쉬엄쉬엄 홍콩의 멋진 전망을 볼 수도 있지만 막힘없이 뻥 뚫린 전망을 원한다면 스카이테라스 428로 올라가면 된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노을이 지는 시간을 전후로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한다. 홍콩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전 세계 관광객으로 붐비는 만큼 혼잡스럽기는 하지만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피크에서 내려다 본 홍콩의 야경. 고층 빌딩이 빛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명상 기자)
2023.06.02 I 김명상 기자
옛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난다…전북 완주의 멋
  • 옛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난다…전북 완주의 멋
  • 전북도립미술관의 전시 작품 ‘라이브 드로잉’[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전북 완주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표적인 여행지다. 유명 가수가 다녀간 촬영지는 팬들의 성지 순례지가 됐고, 수탈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창고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고택을 옮겨 놓은 조용한 마을은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예술과 관광의 도시로 거듭난 완주는 이제 하루가 부족한 여행지로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다. ◇예술의 향기 품은 전통고택 ‘오성한옥마을’아원고택의 한옥과 정원한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공간 중 하나다. 해발 608m 종남산을 마주하고 있는 오성한옥마을은 넉넉하게 품어주는 한옥의 매력과 예술의 향기를 담은 곳이다. 2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이곳은 카페, 갤러리, 책방, 맛집 등도 자리해 감성 넘치는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졌다.오성한옥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곳은 아원고택이다. 방탄소년단(BTS)이 ‘2019 서머패키지 인 코리아’ 화보를 찍은 이후 완주의 대표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아원고택 입구에 들어서니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공간에 선 거대한 벽이 등장했다. 지난해 개관한 새 갤러리로, 벽면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오는 9월까지 전시된다. 빛과 자연물을 표현하는 아트월이 주변 자연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디지털이라는 이질감이 사라진 듯한 정경을 연출한다. 아원 뮤지엄의 전시 작품인 ‘타임 드롭’이곳에서 좀 걸어가면 현대적인 건축물이 나온다. ‘한옥 속 미디어아트 센터’를 표방하는 아원 뮤지엄으로 현재 ’타임 드롭(Time Drop)’이라는 작품이 전시 중이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앉으면 커다란 돔이 씌워지고 약 5분 동안 몰입된 상태로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특이하다. 갤러리에서 나오면 대숲 명상길로 연결된다. 기와를 쌓은 흙길을 걸으면서 대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복잡한 감정이 내려앉는 듯하다. 아원고택은 천지인, 사랑채, 안채, 서당, 별채 등 5개 동 7개 객실로 구성돼 있다. 이중 안채는 경남 진주에 있던 250년 된 한옥을 옮겨 지었고, 최근 생긴 서당은 전남 함평에서 조선 말기 실제 사용하던 것을 옮겨다 지은 것이다. 숙소로 쓰이는 이곳의 주말 1박 숙박가격은 100만원 안팎. 꽤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6월까지 주말 예약 대부분이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완주 아원고택의 서당에서 바라본 풍경서당의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니 마당의 연못 너머 종남산의 푸른 산세가 눈앞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객실 안쪽 히노끼 탕은 문을 열면 따뜻한 기운을 즐기며 자연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양고택 내부아원고택 아래쪽에는 100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소양고택이 있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고창, 무안의 고택 3채를 해체해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완주 1호 독립서점인 플리커 책방은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다.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서 여름에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문화적 갈증을 풀 만하다. 다슬기 부추 돌솥비빔밥이 유명한 식당 기양초오성한옥마을에는 맛집도 많다. 그중에서 기양초는 다슬기 부추 돌솥비빔밥을 판다. 기양초는 부추의 다른 이름이다. 다슬기의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는 밥을 놋그릇에 담고 부추를 넣고 양념간장을 섞어 비비면 끝. 옛날 할아버지네 집을 연상케하는 하얀 양옥집에서 맛보는 건강식이라 그런지 더욱 정겨운 느낌이 든다. 멸치조림, 백김치, 냉이나물, 김부각, 된장찌개 등 10가지 반찬과 즐기는 식사는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몸을 채우는 건강함이 있다. ◇완주에서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찾다 BTS가 방문했던 곳은 전 세계 아미의 ‘성지’로 떠올랐다. 완주군은 이들 주요 촬영지에 모두 ‘완주 BTS 힐링 성지’라는 입간판을 세워두고 스탬프 인증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작은 선물을 준다. 위봉산성 성문조선 숙종 원년(1675)에 쌓은 위봉산성도 방탄소년단의 촬영지 중 한곳이다. 예전에는 16㎞ 길이의 성이었으나 지금은 성벽 일부와 석문 정도만 남아 있다. 높이 3m, 너비 3m의 아치형 석문 아래에서 BTS가 사진을 찍은 뒤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오성제 저수지에 있는 소나무오성제 저수지 일대에는 ‘BTS 소나무’로 불리는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카페 오성제 근처에 있는데 이곳에서 BTS 멤버들이 멋진 의상을 차려입고 화보를 촬영했다. BTS가 비틀스와 비슷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던 고산 창포마을 개울가 다리도 유명하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 중년 남자들이 모여 아이돌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되새기며 조금 뻔뻔해지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고산 창포마을은 2020년 한국관광공사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수탈현장이 문화예술촌으로 청소년전통문화체험관 내 웅치전투 게임장1592년 임진왜란 초기, 왜군은 전라도 일대를 장악하고자 했으나 ‘곰티제’라 불리는 웅치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고 결국 후퇴하고 만다. 장수 4명과 조선군 3000여 명이 전사한 웅치 전투는 왜군의 전라도 공략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완주 전통문화체험장은 웅치전투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곳이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몰려드는 왜군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면 가상의 화살이 발사돼 격퇴할 수 있다. 처음엔 재미 삼아 활을 잡아당기지만 어느새 팔이 저릿해질 만큼 몰입도가 높다. 완주 전통문화체험장 내부의 충차체험관 밖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야외 전통무예 체험장이 있다. 성문을 공격하는 수레인 충차, 공성용 사다리차인 운제, 목책 등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일 수 있다. 활에 장착된 액정 화면을 통해 적을 조준해 쏘면 적중 여부를 알 수 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게임은 현재 완주군에서 시설 정비를 진행 중이며 완료 후 일반에 개방할 계획이다.놀토피아의 기구들34종류의 심신발달형 모험놀이 시설이 갖춰진 대형 실내놀이터 놀토피아도 이곳에 있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즐길 만한 놀이시설이 있으니 전통 한옥 체험을 겸해 들러서 좋은 추억을 쌓아보자. ◇예술공간이 된 양곡창고, 삼례문화예술촌삼례문화예술촌 내 전시관과 태권브이 조형물완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예술 투어’다. 삼례읍은 조선시대 교통의 요지이자 토지가 비옥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지역이다. 일제는 이 지역의 쌀을 일본에 반출할 목적으로 대규모 곡물 창고를 만들었다. 이 수탈의 현장은 2011년 8월 삼례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삼례역 바로 앞에 있는 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창고 건물들을 부수지 않고 활용했다는 점에서 뜻깊다.삼례책마을문화센터삼례문화예술촌의 옛 창고 건물은 모두 7개 동. 현재 클래식 명화, 현대미술, 디지털 미디어 파사드, 지역작가 작품, 공예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과거 제1전시관 건물에는 쌀을 8000가마 정도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예술촌 인근에는 삼례 책마을 문화센터가 있다. 역시 양곡창고를 개조해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 공연장 등으로 활용 중이다. 각종 도서전과 세미나, 공연 등도 열리므로 예술촌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태초의 숲’완주의 또 다른 예술문화공간은 전북도립미술관이다. 모악산 자락의 수려한 주변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예술 세계에 흠뻑 빠져들기 좋은 곳이다. 7월 16일까지 본관에서 ‘PLAY×FUN=HAPPY’ 전이 열린다. 놀이를 통해 현대미술과 친숙해지도록 돕는 전시다. 미술관 벽에 색칠이나 낙서를 하는 행위를 통해 개구쟁이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역량 있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북 청년 2023’도 새로운 충격과 전환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휴열미술관의 작품 중 ‘돌담미학’차로 5분 정도 거리에는 전주지역권의 원로화가 유휴열 선생의 미술관이 있다. 이곳 야외전시장에는 춤사위를 펼치는 무녀, 가족상 등 작가의 다양한 조각품들을 전시 중이다. 카페 르모악과 함께 있는 미술관은 작가의 딸이 큐레이팅을 맡고 있다. 다양한 작품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2023.04.21 I 김명상 기자
수묵화에 띄운 '전투기 7대'…화가의 총성없는 전쟁<22>
  • 수묵화에 띄운 '전투기 7대'…화가의 총성없는 전쟁[정하윤의 아트차이나]<22>
  • 가오젠푸의 ‘빗속의 비행’(1932). 산과 물을 그린 흔한 수묵산수화에 전투기 7대를 들이는 ‘파격’을 보여준 작품. 물을 넉넉히 사용해 축축하고 흐릿한 분위기를 깐 뒤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 7대를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 넣었다. 전통적인 화면에 현대적인 소재를 접목해 중국화의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평생 ‘새로운 중국화’를 고안한 가오젠푸가 시도한 ‘한 수’라 할 만하다. 종이에 수묵채색, 46×35.5㎝, 홍콩대미술관 소장.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중국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종이나 비단에 먹과 색채로 그린, 어딘가 예스러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 ‘중국화의 정석’을 보기 좋게 빗겨나간 작품이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출신 화가 가오젠푸(高劍父·1879∼1951)가 그린 ‘빗속의 비행’(1931)이다. 첫인상이 파격적인 건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빛바랜 종이에 먹으로 그린 수묵산수화 같다. 그런데 이 잘생긴 산수화 중간 부분에 이전 중국화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물체가 나타났다. 비행기다! 먹 냄새가 배어 있는 전통적인 그림에 초현대적인 기계문명이 등장하다니! 이 생경한 조합은 도대체 뭘까. 이렇게 색다른 그림을 그린 가오젠푸는 ‘새로운 중국화’를 고안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화가다. ‘중국화를 어떻게 새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일평생 고민했다. 가오젠푸가 처음부터 중국화의 변화를 추구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그는 중국화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익혔다. 열네 살 무렵부터 그가 살던 광둥지역에서 꽃그림으로 이름 꽤나 알렸던 화가에게 도제식 훈련을 받았다. 성실한 학생 가오젠푸는 스승 밑에서 착실히 수묵채색의 테크닉을 연마했다. 붓에 물을 얼마나 묻혀야 하는지, 색은 어떻게 내는지, 형태와 구도는 어떻게 잡는지 등등. ‘꽃, 수박, 물고기, 곤충’(1905)은 스승 밑에서 숙달된 가오젠푸의 실력을 잘 볼 수 있는 그림이다. 4폭의 세로로 긴 종이에 각기 다른 꽃과 동물, 곤충을 그려 넣은 화려한 채색화다. 벽에 걸어 두기 좋은 ‘꽃’이란 주제, 선명하고 밝은 색채는 당시 광둥지역에서 많이 사랑받던 스타일이다. 분홍·빨강·노랑의 꽃 색깔도 인상적이지만 이끼와 연잎, 꽃 이파리에서 사용한 다양한 초록색은 화가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명도와 채도를 조절해 이만큼 다채로운 초록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레카!…일찍이 서양화 접목한 일본화서 힌트 얻어 가오젠푸는 이처럼 중국화에 엄청난 솜씨를 갖고 있었고 애정도 많았지만 옛것 그대로는 별 가망이 없다고 느꼈다. 서구 열강, 거기에 일본까지 가세해 시시때때로 중국을 덮치려고 하는 시기였다. 옛 중국은 신무기와 신지식 앞에 이미 무릎을 꿇은 터. 무너진 나라의 고리타분한 그림을 고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화를 완전히 버릴 수도 없었다. 전통적인 회화를 폐기하는 것은 나라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절충안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오젠푸에게 힌트를 준 것은 일본화였다. 1906년 겨울, 가오젠푸는 그 당시 동아시아 미술의 메카였던 일본을 향해 떠났다. 정확히 일본의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지, 아니 어떤 학교에 등록은 했던 건지조차 불명확하지만 일본 미술계가 가오젠푸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당시 일본은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 서양에게 문호를 일찍 개방했고, 서양의 기술과 지식을 빨리 습득했다. 그 재빠름은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세기 초 일본은 이미 서구식 그림에 숙달된 화가들이 많았다. 나아가 전통적인 일본화와 바다 건너온 서양화를 접목해 만든 ‘새로운 일본 미술’ 또한 확립한 상태였다. 가오젠푸는 여기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일본화와 서양화의 만남! 우리도 중국화와 서양화를 만나게 하면 될 일이었다. ‘유레카’였다. 희망에 들뜬 가오젠푸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글로 남기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서양식 사실성과 중국식 주관성을 조화시켜 한 화면에 담아야 한다거나 주제는 동시대 것을 다루되 영적인 울림과 표현적인 붓질은 지켜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가오젠푸의 ‘독수리’(1929). 매서운 눈초리, 날카로운 발톱, 날개를 펼치려는 자세 등, 비상 직전의 독수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멈춰 선 화면을 흔드는 강한 속도감은 거칠고 빠르게 그어낸 붓질이 만들고 있다. ‘사실적 묘사’와 ‘감각적 붓질’은 서양식과 중국식의 만남으로 중국화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 가오젠푸의 주요 도구였다. 종이에 수묵채색, 167×83㎝, 홍콩대미술관 소장.‘말이야 쉽지’ 하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오젠푸는 말로만 떠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시각화했다. 그중 한 점인 ‘독수리’(1929)를 보자. 매서운 눈초리와 힘이 잔뜩 들어간 날카로운 발톱, 막 날개를 펼치려는 자세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거기에 일필휘지처럼 지나간 붓질 덕분에 정지한 화면임에도 독수리가 곧 먹이를 향해 속도감 있게 내달릴 것이 느껴진다. 사실적인 묘사와 감각적인 붓질. 가오젠푸가 주장한 서양식과 중국식의 만남이다. 앞서 본 ‘빗속의 비행’도 마찬가지다. 가오젠푸는 중국적인 산수화에 비행기란 동시대적 소재를 접목했다. 전체적으로는 물을 넉넉히 사용해 축축하고 흐릿한 화면을 만들면서 전통 산수화의 느낌을 충분히 주고, 거기에 하늘을 가르는 일곱 대의 전투기를 나름 자세히 그려 현대성을 부여했다. 이로써 가오젠푸는 전통과 현대, 중국과 서양을 공존케 해 중국화를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과제를 훌륭히 완수한 것이다. ◇‘쉰둘의 화가’가 나라를 위해 싸운 최선의 방법중국화를 현대화하겠다는 미션 자체가 애국적이지만, ‘빗속의 비행’에는 가오젠푸의 애국심이 특히나 충만하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1931년은 중일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도 볼 수 있는 해다. 일본은 만주를 점령했고, 가오젠푸가 충성스럽게 지지하던 국민당은 일본군과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역사가 ‘만주사변’이라 기록하는 전쟁이다.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당 리더였던 쑨원(孫文·1866∼1925)은 “항공이 나라를 구할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용기를 북돋았다. 가오젠푸가 그림에 군사용 비행기를 주인공마냥 두드러지게 삽입한 것은 쑨원의 이 외침에 화답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쉰둘의 화가가 나라를 위해 싸우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가오젠푸의 애국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쑨원의 열혈 지지자였고, 젊은 시절에는 청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한 암살조직에 가담하기도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가오젠푸는 화실을 기지 삼아 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했고, 1911년 청나라 지도자와 열댓 명의 만주족 공직자가 폭발물에 의해 암살됐을 때, 그 폭탄을 나른 사람이 바로 가오젠푸였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오젠푸의 ‘꽃, 수박, 물고기, 곤충’(1905). 중국 광둥지역에서 도제식 훈련으로 중국화의 기본기를 익힌 가오젠푸의 초기작이다. 꽃그림으로 명성이 자자했다는 스승 밑에서 배운 가오젠푸의 실력을 잘 보여준다. 4폭 화면에 각기 다른 꽃과 동물, 곤충 등을 화려하게 채색했다. 종이에 수묵채색, 각 98×28㎝, 홍콩미술관 소장.중국미술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 영구불멸하게 만드는 것과 외부 세력에게 빼앗긴 중국을 구해내는 것은 가오젠푸에게 별개의 임무가 아니었다. 자국의 문화와 주권을 지키는 것, 둘 다 가오젠푸에게는 나라를 위함, 바로 ‘애국’이었다. 때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의 사명을 다했다. 미술사에 남은 많은 작가가 삶과 작품에서 일관성을 보이지만, 인생과 그림이 이렇게까지 일치하는 사람, 생명을 걸고 그 신념을 이루고자 한 자는 손에 꼽힌다. 그러나 ‘빗속의 비행’이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 것처럼 가오젠푸가 원하는 미래는 결국 오지 않았다. 1938년 일본은 광동지역까지 점령했고, 가오젠푸는 마카오로 이주해야 했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퇴거하면서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1949년 그가 지지하던 국민당은 공산당에게 중국을 넘겨주고 대만으로 건너가야 했다. 결국 가오젠푸는 다시 마카오로 이주했고, 2년 뒤 그곳에서 사망했다. 현실에서도 화폭에서도 ‘혁신’을 통한 ‘애국’을 바랐던 가오젠푸. 비록 진짜 세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작품만은 영구히 남아 나라를 향한 가오젠푸의 진심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3.10 I 오현주 기자
김환기vs김환기…큰손 지갑에 기댄 올해 마지막 경매
  • 김환기vs김환기…큰손 지갑에 기댄 올해 마지막 경매[아트&머니]
  • 김환기의 ‘무제’(1970·254×127.7㎝·왼쪽)와 김환기의 ‘새와 달’(1958·68×80㎝). 김환기의 뉴욕시대와 파리시대를 대표하는 두 작품이 올해 서울옥션·케이옥션의 마지막 메이저경매에 나란히 출품해 중하반기 하락세로 돌아선 미술시장에 반전을 노린다. ‘무제’는 추정가 45억∼65억원, ‘새와 달’은 22억∼30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케이옥션).[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껏 달아올랐다가 한풀 꺾여 시무룩해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올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12월 한 차례씩 남은 메이저경매를 통해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빙 돌아 찾아내 꺼낸 것은 ‘그래도 다시 한번’이라 할 만한 ‘국내 근현대 미술거장의 수작’이다. 김환기를 앞세워 박수근·유영국·권진규·장욱진 등 어디 내놔도 기본은 해왔던 작가들을 선두에 배치했다. 이들을 실탄 삼아 두 경매사가 12월에 내놓을 출품작은 165점, 225억원어치다. 먼저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할 ‘제170회 미술품 경매’에는 80점 약 125억원어치가 나선다. 이어 다음날인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여는 ‘12월 경매’에는 85점 약 100억원어치가 신고를 마쳤다. 지난 9월 초 ‘프리즈·키아프 서울’을 전후로 국내 미술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서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잡혔던 터다. 크고 작은 지표들이 국내 미술시장에 연이어 ‘빨간불’을 쏘아댔는데. 이는 여지없이 ‘2022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에 그대로 드러났던 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올해 3분기 국내 경매시장의 낙찰총액을 439억 4100만원으로 집계하고, 지난해 3분기에 쓴 95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46%)고 발표했다. 낙찰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출품한 6404점 중 3880점을 팔아 60.59%를 써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70.05%(출품수 8071점, 낙찰수 5654점)에서 10%가 빠진 성적이다. 연달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7∼10월 국내 미술품 경매의 낙찰총액을 366억 7000만원으로 합산하고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62% 감소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한창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던 2020년에 비해서도 18%가 떨어진 데다가 최근 3년간에 걸쳐 집계한 3분기 낙찰총액 중 가장 낮은 결과란 설명도 붙였다. 이 기간 국내 메이저경매의 평균 낙찰률은 65.87%. 올해 상반기 81%까지 닿았던 수치는 확연히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10월부터 시작한 4분기 그림장사가 신통했던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낙엽 따라 우수수 유찰’이라고 할까. 경매마다 한두 번 응찰로 ‘손쉬운’ 낙찰이 마무리되거나 그나마 응찰 자체가 없는 ‘유찰’ 탓에 서둘러 다음 순서로 넘어가기 일쑤. 경매를 열어보기도 전 뜨는 무더기 ‘출품취소’는 억지로 떠안은 덤이라고 할까. 작품을 팔고사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아주 드물었단 얘기다. 출품작에 문제라도 있었다면 바로잡기라도 할 텐데.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김환기·박서보·이우환·김창열·윤형근·이건용·김구림·이강소 등, 두 경매가 단골이자 인기 레퍼토리로 삼는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나섰는데도 말이다. 불과 1년 남짓, 아니 올봄까지만 해도 ‘닥치고 컬렉션’에 줄줄이 입성했던 작가와 작품들이 아니었나. ◇“그래도 근현대작가뿐”…블루칩 대명사 김환기 앞세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결론은 다시 국내 ‘근현대작가’다. 경매사 입장에선 밉든 곱든 결국 믿을 카드는 ‘이뿐’이기도 한데다가 국내 큰손의 지갑을 움직일 동력도 ‘이뿐’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거다. 이 판단이 컬렉터 사정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다. 주요 작가의 주요 작품은 경제지표를 초월해 움직이는 법이니까. 우연찮은 기회를 놓치면 다신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경제지표보다 강력한 경험지표가 작동하니까. 박수근의 ‘시장의 여인’(1960s·30×28.5㎝·왼쪽)과 박수근의 ‘우산을 쓴 노인’(1960·28×16.5㎝). 각각 20일 서울옥션 ‘제170회 미술품 경매’와 21일 케이옥션의 ‘12월 경매’에 나선다. ‘시장의 여인’은 추정가 10억∼15억원, ‘우산을 쓴 노인’은 4억∼7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사진=서울옥션·케이옥션).생각이 비슷하니 ‘그림’도 비슷해지나. 올해 마지막 대전인 이번 양쪽 장은 경매 최고가를 다툴 ‘대표작’까지 묘하게 겹쳐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미술시장의 ‘호황·불황’을 가늠케 한 잣대로 작용해온 김환기가 양쪽에 다시 등장했다. ‘블루오션의 돛’이라 불렸던 김환기, 그중 특히 전면점화는 미술시장의 바로미터였더랬다. 불황의 끝을 달리기 전인 2020년 이전 최소 3년간의 미술시장은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며 김환기도 함께 가라앉았다. 큰손이 지갑을 닫으면서 거래 자체가 성사되질 못했던 거다. 이후 시장이 회복된 이후에도 틈틈이 김환기의 작품이 경매시장을 두들기는 했지만 긴 침묵을 확실히 깨진 못했더랬다. 이번 서울옥션에선 푸른색 전면점화 ‘무제’(1970·254×127.7㎝)가, 케이옥션에선 푸른색 반추상화 ‘새와 달’(1958·68×80㎝)이 등판한다. ‘무제’는 김환기의 뉴욕시대를 대표하는 점화, 그중 절정의 색감이라고 평가하는 ‘환기블루’ 중 한 점이다. 무엇보다 세로길이가 250㎝를 넘기는 대작인데다 주조색인 푸른색 외에 초록색을 상단과 우측하단에 들여 화면을 부드럽고 미묘하게 융화한 특징이 돋보인다. 추정가는 45억∼65억원이다. ‘새와 달’은 김환기의 파리시대를 대표한다. 항아리·매화·사슴·새·산·달 등의 대표도상으로 한국적 정서를 파고들던 그 시절이다. 파리에서 체득한 앵포르멜(기하학적 추상을 거부하고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미술)을 녹인 화면은 하늘과 달을 상징한 푸르고 둥근 형체 위에 두 마리의 새가 날개짓하는 서정성을 가득 뿌려냈다. 추정가는 22억∼30억원. 유영국의 ‘워크’(Work·1975·50×73㎝·위)와 유영국의 ‘워크’(1991·65.1×90.9㎝). 각각 20일 서울옥션 ‘제170회 미술품 경매’와 21일 케이옥션의 ‘12월 경매’에 나선다. 1975년 작품은 추정가 2억 2000만∼4억 5000만원을, 1991년 작품은 3억 2000만∼5억원을 달았다(사진=서울옥션·케이옥션).◇맞대결 아닌 맞대결…박수근vs박수근 유영국vs유영국 마치 두 경매사의 맞대결처럼 보이는 작가의 출품작은 더 있다. 또 다른 페어는 박수근. 서울옥션은 ‘시장의 여인’(1960s·30×28.5㎝)을, 케이옥션은 ‘우산을 쓴 노인’(1960·28×16.5㎝)을 각각 내놓는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상징성이 도드라진다. ‘시장의 여인’이 별다른 배경 없이 한국적 여인으로만 화면을 채운, 가장 보편적인 구성을 띤 박수근의 대표작이라면 말이다. ‘우산을 쓴 노인’은 우산·남성 등 박수근이 흔히 내보이지 않던 소재를 화면에 들인 가장 희귀한 구성이라 할 만해서다. ‘시장의 여인’은 추정가 10억∼15억원, ‘우산을 쓴 노인’은 4억∼7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 최근 침체기의 경매시장에서 열 일을 하고 있는 유영국도 두 경매사가 빼놓지 않았다. 서울옥션은 초록을 주조색으로 뾰족한 산풍경을 그린 ‘워크’(Work·1975·50×73㎝)를, 케이옥션은 회색산 위아래로 분홍 하늘과 갈색 땅을 펼쳐낸 ‘워크’(1991·65.1×90.9㎝)를 꺼내들었다. 서울옥션의 ‘워크’는 추정가 2억 2000만∼4억 5000만원, 케이옥션의 ‘워크’는 3억 2000만∼5억원을 달고 ‘유종의 미’가 될 올해 마지막 응찰을 기다린다.
2022.12.20 I 오현주 기자
“늙은 게 죄인가”… 오늘도 터져나온 노인의 탄식
  • “늙은 게 죄인가”… 오늘도 터져나온 노인의 탄식
  • [이데일리 권효중 황병서 기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지만, ‘노인이 많은 나라’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7명은 노인이다.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17.5%(901만8000명)를 차지하고, 2025년엔 이 비중이 20.6%에 이르러 ‘초고령 사회’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인 제26회 ‘노인의 날’을 앞두고 이데일리가 70대 노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불편과 고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취재를 바탕으로 가상의 70대 노인 A씨의 하루를 재구성해봤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병원가기도 난관… ‘고달픈’ 노인의 하루 몇 해 전부터 무릎 통증으로 걷기가 힘든 A씨,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병원에 가려 집을 나선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 택시 등 선택지가 많지만 A씨에겐 이동이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는 대중교통으로 약 30여분 거리인 병원까지 빠르게 갈 방법을 검색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지난번엔 시내버스에 올랐다가 도로 내렸다. 지난 6월부터 서울시가 ‘현금없는 버스’를 운영하는데, A씨가 자녀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마침 집에 두고 온 탓이다. 다리가 아파 택시를 타고 싶지만, ‘하늘의 별따기’다. 거리에서 하염없이 손짓을 해도 빈차가 없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쓸 줄 모른다. A씨는 “가까워지는 택시를 잡으려고 있다보면 제가 부른 차라며 다른 사람들이 쏙 타버린다”고 했다.A씨에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부담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47.3%에서 꾸준히 올라 2020년에는 57.5%, 2021년엔 59%까지 올랐다. 걸음이 느리고, 반응속도 등이 떨어지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A씨에겐 깜빡이는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야속하기만 하다.진료를 보고 돌아오는 길, 간단한 점심에 음료수 한 잔을 사먹는 데에도 난관을 겪는다. 가게 간판과 메뉴판의 외국어는 이해하기 힘들고, 걸핏하면 사람 대신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가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1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이용 능력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놓을 때 53.9에 그친다.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스마트폰에 각종 앱, 키오스크 등은 노인들에겐 먼 얘기다. A씨는 “딸애나 손주들은 음식 배달 주문도 핸드폰으로 하고, 돈 낼 때도 핸대폰으로 하더라”며 “알려줘도 그때는 아는 것 같아도 금방 까먹는다. 나한텐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외로움에 경제적 어려움도…“다각적인 대책 필요”배우자를 잃고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A씨에겐 외로움도 무서운 적이다. 2020년 기준 홀로 사는 고령자 가구는 116만1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 중 35.1%에 달한다. 독거노인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식사나 규칙적 운동 등 건강관리도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A씨의 경우 늦은 점심시간 후 동네 경로당을 찾곤 하지만, 노인들과 만나서도 딱히 즐겁게 놀 거리는 없다. A씨는 “TV 보다가, 고스톱 좀 치다가, 각자 옛날 얘기랑 자식들 얘기도 좀 하고, 같이 나물 다듬을 때도 있고…재밌거나 새로울 건 없다”고 했다. 경로당을 나와 홀로 집에서 김치와 고구마순 무침, 두부부침, 멸치볶음 등으로 저녁상을 차려 먹었다. 두부부침을 빼면 삼일 째 저녁식사 반찬이 같다.‘경제적 어려움’도 떼려야 뗄 수 없다. 한달 30만원가량 기초연금을 받지만 각종 공과금, 병원비 등엔 턱없다. 자녀들에게 받는 용돈은 웬지 ‘눈치’가 보인다. 경제력이 떨어진 탓에, 즐길거리와 먹을거리 등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A씨는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정책이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 노인은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수 없고,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며 “이들의 다양함에 맞춰 정부 정책도 세심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하는 등, 소일거리라도 좋으니 ‘활동’이 필요하다”며 “길어진 인생 주기에 맞춘 활동을 보장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10.02 I 권효중 기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올해 가본 최고의 '폭포 7'
  • [여행]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올해 가본 최고의 '폭포 7'
  • 전북 완주의 위봉폭포(사진=강경록 기자)[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 물줄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폭포의 또 다른 매력은 ‘공기의 비타민’으로도 불리는 산소 음이온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 그래서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다스릴 수 있다. 폭포는 주로 깊은 숲과 계곡을 지니고, 그 끝을 따라가자면 큰 강과 바다가 이어져 있어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흉내 내지 못할 청량감과 장쾌함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이데일리가 다녀온 폭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폭포들을 모아 소개한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삼척 ‘미인폭포’강원 태백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38번 국도인 통리재길. 이 고개를 넘어가면 통리협곡이 있다. 흔히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비유한다. 생성 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비슷해서다. 사실 과장된 표현이다. 그렇다고 못 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미인폭포가 있어서다. 이 폭포는 삼척이 그동안 꼭꼭 숨겨온 곳. 오랜 시간 첩첩이 쌓인 퇴적암의 수직 바위를 타고 옥빛 물줄기가 쏟아진다. 그 비단처럼 우아한 자태의 모습에 붙여진 이름이 바로 ‘미인’(美人)이다.강원도 삼척의 미인폭포하늘에서 바라본 삼척 미인폭포폭포는 그 이름처럼 여성적이다. 대부분의 폭포가 굵은 물줄기로 우르릉대며 쏟아져 남성미를 과시하는 데 반해, 미인폭포는 가녀리고 우아한 미인의 자태를 보여준다. 50m 높이의 적벽 협곡 사이를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아래쪽의 바위를 타고 분수처럼 갈라져 퍼진다. 맑은 날이면 벼랑 이곳저곳에는 드문드문 단풍이 반짝여 운치를 더해주고 흐린 날이면 안개나 구름으로 뒤덮여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폭포 아래 고여 있는 오묘한 물색이다. 마치 코발트 물감에다 우유를 부은 듯한 색감이다. 본디 석회암이 녹아 들어간 물색이 푸른빛을 띤다는데 그 색감이 더없이 이국적이다.강원도 삼척의 무건리 이끼폭포. 사진은 상단폭포인 제2폭포◇가장 깊게 숨겨진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강원도 삼척의 도계읍 무건리 이끼폭포는 아름다운 경관에 비해 유명세는 요란하지 않다. 폭포로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한 탓이다. 최고의 오지로 꼽히는 육백산(1200m) 자락인 두리봉과 삿갓봉 줄기 사이 깊숙한 협곡에 폭포가 있어서다.일단 폭포까지의 여정은 멀고 험하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도 이끼폭포로 이어지는 임도까지다. 여기서 가파른 산길을 두발에 의지해 2시간여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10여분쯤 우렁찬 물소리를 따라가면 폭포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처럼 생긴 폭포와 그 옆의 이끼가 가득한 폭포,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있는 폭포 등 크게 세 개의 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강원도 삼척의 무건리 이끼폭포. 사진은 하단폭포인 제1폭포안내판에는 둥글고 너른 바위 위를 물이 치마처럼 흘러내리는 하단 폭포를 ‘제1 이끼폭포’, 바위 위의 깊은 협곡 안쪽에서 길게 떨어지는 상단 폭포를 ‘제2 이끼폭포’로 이름 붙여 놓았다. 평소에는 이렇게 물줄기가 이끼를 적시지만 비가 온 뒤에는 협곡의 곳곳에서 비단으로 만든 커튼을 펼쳐놓은 듯 아름다운 물줄기가 퍼져 초록의 이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강원도 홍천 가령폭포◇더위 물러가는 웅장한 소리 압권인 홍천 ‘가령폭포’강원도 홍천과 인제의 경계에 솟은 백암산. 그 오지를 따라 내촌천이 흘러내린다. 이 계곡의 물길에 수묵화로 그려 넣은 듯한 운치 있는 폭포가 걸려 있다. 기암절벽에서 유연한 물줄기를 드리우고 있는 가령폭포다. ‘홍천 9경’ 중에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외지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가령폭포는 홍천의 내촌면에서 인제의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451번 지방도로에서 불과 1.5㎞만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한여름 행락객들이 몰리지만 않는다면 차로 폭포 앞의 절집 연화사까지 들어갈 수 있다. 거기서 초록의 터널 같은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500m만 걸으면 폭포 아래 닿는다. 폭포로 이어지는 숲길은 한쪽은 맑은 계곡물이, 다른 쪽은 도열한 낙엽송이 늘어서 있는데, 20분 남짓의 거리가 짧아 아쉬울 정도다.하늘에서 본 강원도 홍천 가령폭포가령폭포는 짧은 산행 거리와 아담한 계곡의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다. 물에 몸을 담그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폭포는 훌륭하다. 초록이 하늘을 가린 숲길을 걷다가 물소리에 놀라 문득 고개를 쳐들자 거기 폭포가 걸려 있었다. 폭포는 물을 쏟아내면서 바람까지 밀어내는데, 폭포 앞에 서자 폭포가 흩뿌리는 차가운 습기와 서늘한 바람으로 금세 땀이 식었다. 가령폭포는 인근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라 평일이라면 한여름에도 인적이 드물다. 휴가철 피크 시즌만 피한다면 이렇듯 근사한 폭포를 독차지할 수도 있다.전북 완주의 위봉폭포◇판소리 명창도 이곳에서 득음한 완주 ‘위봉폭포’전북 완주 위봉산 자락에는 한적하게 즐기기 좋은 위봉폭포가 있다. 조선시대부터 완산 8경으로 명성이 높았던 폭포다. 높이 60m의 2단 폭포로 자체의 위용도 대단하지만, 주위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웅장해 풍류를 즐기는 가객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권삼득 선생이다.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으로 꼽히는 인물로, 조선시대 정조와 순조 때 활약했다.위봉사를 지나 작은 터널을 통과하자, 위봉폭포로 가는 길이 나온다. 표지목을 따라 나무덱 계단길로 내려가면 시선의 끝에 폭포수 줄기가 보인다. 폭은 넓지 않지만 높은 곳에서부터 각을 이루며 힘차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시원하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이면 계단을 내려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폭포 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위봉산을 찾았다가 폭포에 감탄하고 가는 이들이 많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사실 위봉폭포는 산에 들어서 보는 것보다 오히려 길에서 보는게 더 아름다운 폭포다. 길에 서서 건너편 산자락에 내걸린 위봉폭포를 마주하면 마치 멋진 산수화를 내건 병풍을 보는 것 같다.경기도 연천의 재인폭포◇광대 부부의 슬픈 전설 담긴 연천 재인폭포경기도 연천에는 제주의 천지연폭포와 비견되는 폭포가 있다. 바로 재인폭포다.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의 웅장함이 천지연폭포와 비슷해서다. 재인폭포는 현무암을 뚫고 자라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협곡 끝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 약 18m의 폭포수가 너비 30m, 길이 100m의 소 위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소의 길이도 무려 20m에 이른다. 다이아몬드 기둥처럼 떨어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와 에메랄드빛 소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가 거대한 동굴처럼 파인 현무암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 곧은 기둥이 되어 쏟아지는 물소리가 그 모습만큼이나 경쾌하면서도 시원스럽다.재인폭포는 원래 평지였던 곳이 갑자기 움푹 내려앉으며 지장봉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폭포를 이루게 되었다. 폭포는 지금도 보이지 않게 변화하는 중이다. 폭포의 물살이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를 조금씩 침식시켜 나갔고, 폭포도 조금씩 뒤로 물러앉게 되었다. 현재의 위치는 강변에서 350m 정도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변화는 자연의 순리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재인폭포가 얼마나 더 뒤로 멀어질지도 궁금해진다.경기도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천혜의 비경 품은, 포천 비둘기낭 폭포경기도 포천에는 은밀하게 숨어있는 비둘기낭폭포가 있다. 폭포는 길을 걷다가 숲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폭포 주변으로 하식 동굴과 절리 등 수직 절벽이 채워졌다. 비둘기낭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두 가지 사연에서 비롯됐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비둘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현무암 침식으로 폭포가 형성되어서인지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자랑한다. 현무암 동굴에 감춰진 폭포의 모습이 더 운치 있다. 특히 비가 내리면 비둘기낭 폭포의 굵직한 아우성을 만드는데, 그 소리가 천둥소리만큼 크다. 여기에 현무암 절벽과 동물에 휩싸여 감춰진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경기도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이 폭포는 한국전쟁 당시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 대피 시설로 이용했다. 이후에는 인근 군부대에서 알음알음 휴양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폭포의 존재는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이 정착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을 촬영한 포인트인 점도 한몫했다.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폭포 초입에 관련 포스터를 전시해놓았다.강원도 철원의 매월대폭포◇수정처럼 맑은 물이 또로록 ‘매월대 폭포’ 강원도 철원의 복계산에도 훼손되지 않은 청정 그대로의 폭포가 있다. 매월대 폭포다. 이 폭포는 등산로 입구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도 10여분이면 넉넉히 닿는다. 폭포로 난 계곡은 작고 소담하다. 고만고만한 돌들 위로 초록 이끼가 내려앉았고, 그 사이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또르르’ 굴러간다. 개다리소반에 맑은 약주 한 잔이 어울릴, 그런 풍경이다. 계곡에 들면 진한 초목의 향기가 풍겨온다. 세상 그 어느 유명 향수와도 바꾸지 않을 향이다. 복계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이곳 폭포에서 떨어진 물을 수통에 받아다 그대로 마셨다. 그 모습을 보곤 따라서 물을 받아 마셨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다. 매월대폭포의 원래 이름은 ‘선암’(仙巖) 폭포. 폭포에서 약 200m 정도 오르면 마치 산을 뚝 잘라놓은 듯 40m의 층암절벽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을 ‘선암바위’라고 불렀고, 일명 ‘매월대’라고 했다.매월대폭포는 매월대와 사선으로 마주한 등산로 입구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폭포는 계곡을 닮았다. 작고 소담하다. 이리저리 물줄기를 휘돌리는 모양새가 앙증맞다. 폭포 앞 너럭바위는 앉아 쉬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기 맞춤한 곳이다. 머리 위 진초록 나뭇잎 사이로 암봉 하나가 옹골찬 자태를 드러낸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매월대다. 뒤집어 보면 매월대에 서야 폭포 전경이 한층 또렷하게 보인다는 뜻일 터. 폭포와 암봉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강원도 철원의 매월대폭포
2022.08.20 I 강경록 기자
인간에 이기에 갇힌 '비밀의 폭포'로 들어서다
  • [여행]인간에 이기에 갇힌 '비밀의 폭포'로 들어서다
  • 강원도 삼척의 도계리의 아주 깊은 산속에 있는 무건리 이끼폭포. 무건리 이끼폭포는 하단폭포인 제1폭포와 상단폭포인 제2폭포로 나눠져 있다. 영화 ‘옥자’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다.[삼척(강원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2017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옥자’. 순진무구한 ‘미자’와 착한 괴물인 ‘옥자’를 통해 자본주의의 폐해와 부조리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봉준호 감독의 수작 중 하나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지만, 관객들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은 것은 영화의 주된 내용에서 조금 비켜나 있다. 산골 소녀 미자가 돼지·하마의 유전자를 합쳐 만든 슈퍼 돼지 옥자와 물고기를 잡으면 물놀이하던 마지막 장면이다. 청량한 산골의 향내가 온몸을 감싸는 듯한 그 장면에서 자연의 신비와 함께, 인간의 이기라는 그림자도 동시에 볼 수 있어서다. 관객들의 뇌리에 깊게 박힌 이 장면은 오지 중의 오지인 강원도 삼척 도계읍 도계리의 아주 깊은 산속에서 촬영됐다. 정확하게는 국내 3대 이끼폭포로 알려진 무건리 이끼폭포를 품은 무건리 계곡이다.◇가장 깊게 숨겨진 비밀의 폭포를 찾아가다온통 초록 이끼로 뒤덮인 바위를 타고 계곡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국내 깊은 산중이나 인적 드문 곳에서 볼 수 있는 이끼폭포다. 국내 이끼폭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은 단 세곳이다. 지리산의 ‘실비단폭포’, 가리왕산의 ‘장전폭포’, 육백산의 ‘무건리 이끼폭포’다.무건리 이끼폭포 가는 길은 차로 이동한 후 다시 임도로 4km 더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그중 무건리 이끼폭포는 아름다운 경관에 비해 유명세는 요란하지 않다. 폭포로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한 탓이다. 오지 중 최고의 오지로 꼽히는 강원도 삼척의 도계읍 도계리. 여기서 해발 1200m가 넘는 육백산 자락인 두리봉과 삿갓봉 줄기 사이 깊숙한 협곡에 폭포가 있어서다. 들키면 안되는 보물처럼 누군가가 꼭꼭 숨겨둔 듯한 비밀의 폭포지만 일부 개념 없는 사진가들이 이끼와 주변 경관을 훼손해 삼척시가 한동안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그만큼 폭포까지의 여정은 멀고 험하다. 일단 대중교통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차를 타고 폭포까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은 이끼폭포로 이어지는 임도까지다.무건리 이끼폭포 가는 임도길에 있는 숲속 낙서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낙서들이 쓰여져 있다. 임도 앞까지 가는 여정도 그리 편하지 않다. 2차선 좁은 도로 위에선 대형 트럭과 자주 마주해 가슴이 철렁할 정도다. 도로 주변에 석회석 채굴 광산이 있어서다. 그래도 석회석 광산이 보이면 도로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이다. 여기서 1km 정도 더 오르면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벽에는 ‘무건리 작은갤러리’라고 쓰였다. 폭포의 모습을 찍은 사진 벽화가 옹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에 주차장이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기서부터는 차량 교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을 주민은 예외다. 마을 주민이라고 해봤자 10명 남짓. 총 6가구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 거주하는 집은 3가구에 불과하다. 그것도 폭포까지 이어지는 산길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무건리 이끼폭포 가는길 임도에서 잠시 쉬고 있는 여행객◇임도를 따라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다주차장에서 폭포로 이어지는 임도 끝까지 거리는 대략 4km. 초반 2km 정도는 매우 가파르다. 구시재 고갯길을 오르는 오르막 임도로 시멘트 포장도로다. 나머지는 비포장 흙길로 그나마 걷기가 편하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두 발에 의지해서만 들어가야 한다. 산길을 걷는 데만 대략 1시간 30분 거리다. 폭포 하나 보러 가는데 왕복 3시간 넘게 걷고 또 걸어야 하는 셈이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산속을 걷다 보면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럿이 걸을 때는 미처 몰랐던, 여러 생명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숲속의 정령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임도의 끝이다. 임도 끝 지점에는 약수터가 있다. 우물에 달린 문고리 안쪽에 플라스틱 바가지로 시원한 약수를 한모금 들이킨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약수지만, 마치 여기까지 오는 수고를 잠시나마 위로해주는 듯 그동안의 갈증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무건리 이끼폭포 가는 길 임도 끝에 있는 약수터임도 끝에는 길 아래로 표지목이 서 있다. 여기서 오솔길을 따라 이끼폭포까지는 대략 500m. 이 표지판을 따라 10분쯤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면 무건리 이끼폭포가 있다. 길이 다듬어지기 전에는 험한 비탈길로, 매우 미끄러웠다. 지금은 난간을 받치고 나무 계단을 놓아 폭포까지의 길이 한층 편해졌다. 오솔길 옆에는 초등학교 분교 터가 있다. 1966년 11월 16일 개교했다가 학생 수 감소로 1994년 3월 1일 폐교돼 그해 10월 철거된 소달초등학교 무건분교장이다. 분교장 자리에는 철거하고 미처 치우지 못한 잔해 일부를 모아두었다. 마치 거기에 학교가 있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꺼내놓은 듯하다. 지금은 떠나고 없지만, 당시 마을에는 300여명이 모여 살았다. 학교 건물도 5동이 됐다. 폐교 이전까지 무건분교를 졸업한 학생은 모두 89명. 22년간 졸업생의 수이니, 한해 평균 4명이 이 학교를 졸업한 셈이다. 무건리 이끼폭포 하단폭포 왼쪽 옆으로 상단폭포로 향하는 덱이 설치되어 있다◇별천지에 들어서다나무 덱을 따라 내려가면 점점 물소리가 커져 온다. 덱을 다 내려가면 이끼폭포가 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처럼 생긴 폭포와 그 옆의 이끼가 가득한 폭포,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있는 상단 폭포로 이뤄져 있다. 나무를 짜서 놓은 광장에 세워둔 안내판에는 둥글고 너른 바위 위를 물이 치마처럼 흘러내리는 하단 폭포를 ‘제1이끼폭포’, 바위 위의 깊은 협곡 안쪽에서 길게 떨어지는 상단 폭포를 ‘제2이끼폭포’로 이름 붙여 놓았다.제1이끼폭포는 투명한 오빛의 소(沼)로 부채처럼 쏟아져 내린다. 화사하고 우아한 모습이다. 반면 나무 덱 계단 위쪽에 놓인 전망대에서 보는 제2이끼폭포는 바위마다 뒤덮인 초록의 신비로운 이끼들로 비밀스러운 분위기다. 평소에는 이렇게 물줄기가 이끼를 적시지만 비가 온 뒤에는 협곡의 곳곳에서 비단으로 만든 커튼을 펼쳐놓은 듯 아름다운 물줄기가 퍼져 초록의 이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무건리 이끼폭포 하단폭포인 제1폭포 옆의 또다른 폭포제1이끼폭포 왼쪽 덱을 타고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길인 듯 어둑한 바위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전망대 아래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눈동자를 들어올리면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초록 치마를 드리우고 있다. 제2이끼폭포다. 이 모습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덱이 놓이기 전에는 하단폭포에서 아슬아슬하게 밧줄을 잡고 올라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끼를 밟을 수밖에 없어 하단폭포의 이끼는 이때 대부분 망가졌다. 이끼는 성장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한번 훼손되면 원상복귀에만 자그마치 20년이 걸릴 정도다. 이에 삼척시는 출입을 통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몰래 숨어드는 이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은 산불감시요원을 두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있다. 또 하나 제2이끼폭포에 전망대를 두었다. 이제 전체 모습을 두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밖에서 그 모습을 조금 엿볼 수는 있다. 아기자기한 이끼폭포와 검푸른 용소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보는 사람의 넋을 쏙 빼놓는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별천지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영화 ‘옥자’의 촬영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삼척의 무건리 이끼폭포. 국내 최고의 이끼폭포 세곳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2022.07.01 I 강경록 기자
속도를 동경한 예술, 말 달리자<6>
  • 속도를 동경한 예술, 말 달리자[이수연의 아트버스]<6>
  • 움베르토 보초니의 ‘도시가 일어나다’(1910). 20세기 초 등장한 미래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활약한 보초니가 미래주의 화풍으로 그린 첫 대작이다. 과거 전통의 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힘과 속도, 기술과 역동성을 이끌어가는 미래주의 신념을 보여줬다. 작품은 자동차가 빠르게 지날 때의 상황을 분석·해체해 산업발전이 한창인 도시풍경을 현실적으로, 상징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1915년 1차대전에 자원하기 전까지 미래주의를 알리는 대작을 제작했던 보초니는 참전한 이듬해, 훈련 중 낙마사고를 당해 서른넷에 죽음을 맞았다. 캔버스에 유채, 199.3×301㎝,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까마득히 오래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린 동굴벽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술의 기원’이란 것을 말입니다. 문자를 대신한 소통이 예술의 목적, 그 전부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예술은, 또 미술은 다른 날개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종교를 달고, 휴머니즘을 달고, 상상력을 달았습니다. 20세기쯤 오자 미래를 내다보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과학과 기술을 딛고 서서 인간의 꿈이 도달할 그 너머를 꿈꿨던 겁니다. 이제 현대미술은 영역의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NFT에다가 메타버스에까지 닿아 있지 않습니까. 오랜시간 현대미술의 진격을 지켜봐온 이수연 학예연구사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비로소 가능했던, 예술의 창조적인 경계의 확장을 가져온 미술거장의 삶과 작품 읽기를 통해 예술로 꾸는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그 드넓은 ‘아트버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시골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향수병에 걸려서 빗소리가 그리웠던 적이 있다. 이상하게 비 오는 날 창밖에서 들리던 미국 시골의 빗소리는 생경하고 낯설기만 했다. 몇년 뒤 서울로 돌아온 후 코로나19 자가격리로 한참을 집에 머물던 어느 날, 창문을 열었을 때 비로소 그리워하던 빗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막연하게 그립던 빗소리는 그냥 비가 내리는 소리가 아니라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아스팔트도로에 떨어지는 빗소리였다. 딱딱한 길 표면 위로 떨어지는 경쾌한 물소리, 찰박찰박 얕게 고인 물에 차바퀴가 지나가는 소리에 경적소리까지 어우러졌을 때 그 빗소리가 드디어 완성됐던 것이다. 그리움은 빗소리뿐만 아니라 모더니티와 속도가 만들어내는 비의 풍경을 향하고 있었다. 속도는 모더니티의 핵심이다. 속도는 합리적인 과학지식과 기술발달의 결과로 발명됐지만 속도가 만들어내는 감각과 풍경은 사뭇 다르다. 빠른 속도는 영화감독 왕가위가 흔들리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 ‘중경삼림’(1994)의 세상처럼, 보이는 세계를 초월해 모든 것이 흐릿하면서 서로 침투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독일 시인 하이네는 순식간에 서로 다른 도시를 이어주는 기차의 속도에 경악하며 “철도는 공간을 살해했다”고 하기도 했고, 프랑스 시인 베를렌은 전기와 통신의 속도를 “회색빛의 소용돌이”로 비유하며 나무, 하늘, 들판이 모두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간다고 했다. 이처럼 기술문명이 가져온 급격한 속도의 변화는 종잡을 수 없는 감각의 폭주와 맞물려 수많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원천이 됐다. 그중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미래주의’ 운동은 속도에 매혹된 시인과 미술작가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역동성, 기술, 폭주하는 젊음과 격렬함을 추종했고,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차와 비행기, 철도가 지배하는 도시풍경을 작품의 재료로 삼았다. ◇“자동차는 니케여신상보다 아름답다” 1909년 이탈리아 시인 마리네티는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지’에 ‘미래주의 선언’을 실으며 미래주의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선언문에서 그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의 감정을 내뿜으며 대담하고 과격하게, 심지어 폭력적으로라도 과거로부터 해방돼 강력한 미래주의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전통적 예술을 낡고 시시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고상한 클래식 취향까지 경멸해 마지않던 이 극단주의자는 “폭탄 위에 올라탄 듯 으르렁대며 질주하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여신상보다 아름답다”며 새로운 문명의 상징인 속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마리네티와 그를 따르는 예술가들은 ‘미래주의 선언’에 이어 1910년 ‘미래주의 화가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움베르토 보초니(1882∼1916)는 그중 한 명이었다. 그가 그린 ‘도시가 일어나다’(1910)는 근대 도시의 팽창하는 에너지가 터져나오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가 이뤄졌던 도시 밀라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자연의 한순간을 반복해 표현하던 인상주의와 달리 도시의 실제풍경을 마치 빠르게 돌아가는 동영상의 연속캡처처럼 묘사했다. 그림에는 당시 급변하는 밀라노의 근대적 풍경이 등장한다. 위쪽에는 밀라노의 외곽지역에 건설하고 있던 전력발전소가 나오고 높은 굴뚝과 전기트램도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면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전소나 자동차, 트램 같은 근대문물이 아니라 노동자와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이다. 유럽국가 중 상대적으로 늦게 산업화 바람을 탄 이탈리아의 상황을 반영하듯, 전근대적인 교통수단과 노동력을 현대적 문물과 뒤섞여 표현한 것이다. 푸른 마구를 달고 말발굽을 치켜든 말은 대각선 위쪽 방향으로 날아갈듯 치솟으며 달려나가 맞은 편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백마와 충돌하기 직전이다. 거대한 힘의 충돌 사이에는 밝고 따뜻한 색채가 흩뿌려져서 흥분된 에너지를 분출한다. 부풀어 터질 것 같은 공기에 녹아든 노동자들은 팔을 치켜들고 말의 속도에 끌려가다시피 몸을 기울여 함께 달리며 형체를 잃고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 건물과 길, 말과 사람이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와 함께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화염처럼 피어오르는 색채의 향연, 대각선의 역동성 위에 하늘로 뻗은 건물철골과 같은 수직의 선이 표현하는 강력한 힘이 어울린 작품은 근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도시의 성장을 찬양한 영웅화다. ◇자동차 지나가는 순간, 형체와 소리 함께 포착 보초니가 역사화 같은 방식으로 미래주의 이상향으로서의 도시 밀라노를 묘사했다면, 보초니를 사사한 자코모 발라(1871∼1958)는 빛, 그중에서도 인공기술로 만든 빛과 속도의 추상적 풍경에 큰 관심을 보였다. 초기에 그는 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을 그리기도 했는데, 가로등은 작가가 살던 로마에 막 설치된 최고의 신문물로 태양에 절대적으로 지배받던 전근대를 벗어나 인간이 만든 기술이 어둠을 물리친 자유를 상징한다. 자코모 발라의 ‘추상적인 속도+소리’(1913∼1914). 발라는 ‘미래주의 선언’이 요구한 ‘속도의 아름다움’을 가장 강도 높게 구현한 화가로 꼽힌다. 1912년쯤 모터를 사용한 자동차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 로마의 길모퉁이를 스치며 달라는 차의 형태, 빛과 그림자, 속도와 소음을 스케치했다. 작품은 그 자동차가 달리며 내보이는, 특히 엔진소리 등을 정형화한 대표작이다. 작가 제작 마분지판에 유채, 54.5×76.5㎝, 이탈리아 베네치아 페기 구겐하임미술관 소장.발라가 1913년과 1914년에 걸쳐 그린 ‘추상적인 속도+소리’는 인공적인 빛 중에서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가 헤치고 나가는 공기의 흐름, 빛의 궤적을 추적해 그 상황과 느낌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추상적인 속도+풍경’(1913)과 ‘추상적인 속도-차가 지나갔다’(1913)와 함께 자동차의 움직임과 빛, 공기의 감촉, 소리 등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3폭 제단화 형태로 구상한 시리즈 중 가운데 부분에 해당하는 작품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자동차의 형태와 함께 포착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에 배치한 자동차 바퀴는 불타오르는 것처럼 붉은색 에너지를 뿜으며 질주하고 있고, 먼 풍경이 된 하늘과 산, 나무의 풍경이 푸른색과 초록색의 실루엣으로 화면을 양분하고 있다. 이 모든 사물과 자연을 통과한 하얀 헤드라이트는 둥글게 형체를 휘감아 흐트러트리고, 다시 그 빛은 초록색과 푸른색의 눈부신 섬광으로 깜빡거리며 공기 중에 흩어진다. 가속이 붙어 굴러가는 바퀴, 에너지가 배출되는 배기구 부분의 붉은색과 푸른색은 자동차가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엔진의 굉음을 시각화한 것이다. 작가는 그 강렬한 색채를 그림을 넘어 액자에까지 연결해 칠함으로써 화면을 무한히 확장하고, 실제 밤의 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보는 듯한 긴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 ◇‘속도의 철학자’ 경고 현실로 속도를 향한 보초니와 발라의 끝없는 동경은 그들의 예술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러나 열정에 부풀어 있던 젊은 이들은 ‘속도의 철학자’라 불리던 폴 비릴리오(1932∼2018)가 경고한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배를 발명한다는 것은 난파를 발명한다는 것이고. 비행기를 만든다는 것은 항공사고를 만드는 것이며, 전기가 태어난 순간 감전도 함께 태어난다는 것을. 새로운 기술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변화하는 근대의 세계를 탐구해 예술로 옮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미래파 예술가들의 이상은 1차대전의 발발과 함께 순진한 추종자들의 철모르는 꿈이 돼버리고 말았다. 인류의 빛나는 꿈을 견인했던 근대의 기술은 전쟁을 위해 소진됐고, 그 과정에서 전통과 관습을 타파하자는 결기에 가득 찼던 미래주의 또한 길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1979년 생. ‘문자보다 이미지’였다. 이미지의 가능성, 이미지를 읽어내는 방식에 자꾸 관심이 갔다.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방향을 틀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백남준 퍼포먼스 연구’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후 미술전문기획사 사무소(SAMUSO) 등을 거쳐 200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전문영역이 선명해졌다. 무빙이미지·영화·인터넷 등 미디어기술의 발전이 미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든 일이다. 내친김에 미국 코넬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미디어기술을 입은 시각문화가 끝없이 진화하는 현장을 학술연구와 연결하는 일에까지 욕심을 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올 가을에 열 ‘백남준 효과’ 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2022.05.27 I 오현주 기자
‘아까시꽃 너머 산불 상흔 오롯이’…동해·옥계 산불 그후
  • ‘아까시꽃 너머 산불 상흔 오롯이’…동해·옥계 산불 그후
  • [동해·옥계=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시커멓게 타버린 산등성이. 전소해 앙상한 뼈대만 남은 건물.’ 지난 15일 강원도 동해시에서 정선을 넘는 백복령 구간. 아까시꽃(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이사이 시커멓게 탄 산불의 상흔이 그대로 보였다. 군데군데 도로 옆 낙석 방지망은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더미에 금세라도 무너질까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코끝에 스치는 달콤한 아까시꽃의 향기와는 사뭇 다른 처참한 모습이다. 응급 복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가운데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마저 들었다.강원도 동해시에서 정선을 넘는 백복령 구간. 도로 옆 낙석 방지망은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더미에 그대로 방치된 상황이다.(사진=문승관 기자)도로 양옆 푸른 활엽수림 사이로 검게 그을린 비탈면과 뿌리를 드러낸 나무가 함께 뒤섞여 있었다. 인근 어달산은 강원도기념물 제13호인 ‘봉수대’가 자리 잡고 있는 문화재 구역으로 명사십리 망상해변 등 동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경관지역이다. 하지만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어달산 주변은 온통 검고 붉은색 일색이었다. 이 산의 주인인 소나무는 대부분 예외 없이 숯으로 변한 채 서 있었다.42번 국도 정상에 오르자 동해시내 산불 피해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불 피해지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하얀 아까시꽃과 산불피해가 적은 곳의 푸릇한 빛이 어우러져 마치 단풍이 든 것 마냥 착각할 정도다. 지난 3월 대형산불이 발생한 강원 동해시 망상동 아까시꽃(아카시아) 너머로 산불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동해시 묵호항에 들어서자 논골담길 바람의 언덕 전망대 위로 이 일대를 집어삼킨 산불 피해 흔적이 역력하다. 묵호항 바로 뒷산인 초록봉까지 산불 피해를 보면서 산림 2700㏊(헥타르)가 사라졌고 주택 밀집지역 인근까지 산불이 번져 110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묵호항 언덕, 산불이 휩쓸고 간 주택가 주변 야산에는 새로이 집을 짓거나 재건축하는 곳곳이 눈에 와 닿았다.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주택 인근에는 검게 탄 소나무가 당장에라도 주택을 덮칠 듯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강릉시는 산불피해지역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비 34억원을 들여 산주 동의를 얻은 피해지역 74㏊에 대해 벌채를 한다고 했다. 산불 피해목이 쓰러져 민가를 덮칠 우려가 있는 주택과 도로변 등을 우선 벌채한다. 농경지 등 산불피해지 주변의 3㏊가량은 우기 이전 응급 복구를 시행하기로 하고 산주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시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생태계 복원과 산림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목 벌채사업, 조림사업, 사방사업 등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동해 묵호항 인근 언덕 산불이 휩쓸고 간 주택가 주변 야산에 검게 탄 소나무가 당장에라도 주택을 덮칠 듯 위태로워 보인다.(사진=문승관 기자)낚시 명소 어달항을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곰치국 전문점에 들어섰더니 한창 점심시간대인데도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식당 사장은 “40년간 이곳에서 곰치국을 끓였는데 산불 이후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시 열었다”며 “하루에 열 테이블도 손님을 받지 못한다. 거리두기 해제 후 조금씩 손님이 늘긴 하는 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식당 건너 어달항 다목적센터 2층에는 카페와 옥상정원 등이 있었는데 코로나19와 산불 등의 영향으로 문이 잠겨져 있었다. 이곳은 해양수산부의 ‘포스트(POST)-어촌뉴딜’ 시범사업으로 지어진 곳이다.동해로 가족여행을 왔다는 진 모 씨는 “산불 이후 동해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태겠다는 생각에 5월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왔다”며 “오는 동안 산불 흔적에 놀랐고 동해지역에 관광객이 적은 것에 또 한 번 놀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어달항 등대 전경(사진=문승관 기자)산불 진화 후 두 달여 만에 다시 찾은 묵호수변공원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에는 이를 즐기기 위한 가족·연인단위 여행객이 삼삼오오 모여 바다 위로 85m나 뻗어 나간 아찔한 해상도보교량의 묘미를 즐기고 있었다. 다만 한창 때와 비교할 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의 여행객이라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묵호항을 지나 동해 시내에 들어섰지만 절반 가까운 상점과 음식점이 문을 닫은 채였다. 도심 속 천연동굴인 천곡동 황금박쥐동굴도 가장 붐빌 시간인 오후 2시쯤 20여명 가량의 단체팀 두 팀만이 관람을 할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동굴관리소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산불 영향으로 관람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동해시 천곡동 황금박쥐동굴 모습(사진=문승관기자)
2022.05.25 I 문승관 기자
‘불타오르는’ 강남 밤거리…“스물한살에 밤샘 처음이에요”
  • ‘불타오르는’ 강남 밤거리…“스물한살에 밤샘 처음이에요”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스무 살 넘은 뒤로 한 번도 밤새 놀아본 적이 없었는데, 신나요.” (21세 대학생 안모씨)“이제는 거의 코로나19 이전이랑 비슷한 분위기에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이전처럼 돌아가진 않을 것 같아요.” (서울 강남 일대 한 파출소 경찰관)지난 13일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의 클럽 거리는 그야말로 ‘불금’이었다. 금요일밤 거리는 간판마다 환한 조명에 한낮처럼 밝았고,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로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어 코로나19 이전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13일 밤 신논현역 근처 강남 클럽 거리의 모습. (사진=권효중 기자)지난달 18일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클럽들은 다시 ‘밤샘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간 내부 수리 등을 거치며 코로나발 ‘혹한기’를 견디던 클럽들은 최근엔 밤 10시나 11시쯤 문을 열어 다음날 아침 8~10시까지 밤새 운영하는 중이다. 개장 시간 이전부터 클럽 앞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입구 앞에 삼삼오오 늘어져 줄을 섰고, 강남 상황을 중계하기 위한 유튜버 등 개인방송 진행자들도 눈에 띄었다. 안양에서 친구와 함께 놀러 왔다는 안모(21)씨는 “스무살 넘어 못해본 ‘밤새 노는 체험’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웃었다. 일대 클럽과 헌팅 술집 등에서는 안씨와 같은 20대 초반을 공략하기 위해 ‘00년생~03년생 들어오세요’ 라는 간판을 내걸고 무료 술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을 벌이는 중이었다.자정이 가까워지자 큰 길에도 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늘었다. 순찰을 돌기 시작한 경찰차 역시 느릿느릿 속도를 낮췄다. 골목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이들도 클럽 인파에 휩쓸려 빨리 걷지 못했다. 군데군데 편의점 앞 등에는 술에 취해 주저앉은 이들이 보였다.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 A씨는 “손님을 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만취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토로했다. 강남의 한 대형 클럽에서 매니저(MD)로 일하고 있는 B씨(28)는 “이제는 개장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때부터 테이블 90여개 중 2~3개 빼고 나머지는 다 꽉 찬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속속 정상영업에 들어가고, 주말뿐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클럽 입구 밖에서 내부 인원 수와 분위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들여다보니 빨간색과 초록색 등 조명 밑에서 춤을 추는 이들로 공간이 꽉 차있었다. A씨는 “이제 입장료 무료, 여성 게스트 무료 등 다양한 혜택을 동원하든지 해서 다시 손님을 끌어오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 강남 일대 경찰들도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이 늘고 사건사고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강남처럼 클럽 거리가 조성돼 있는 홍대 앞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일까지 홍익지구대에 하루 평균 138.2건의 신고가 접수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2%나 늘어났다.실제로 첫 차가 다니기 전 새벽 시간 역시 밤새 클럽에서 논 이들이 오전 시간 성행하는 ‘애프터 클럽’을 찾아서 취한 채로 이동하거나, 길 위에서 정신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강남 한 파출소 경찰관은 “술에 취해서 길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 팀에 여성 경찰들을 2명 이상 두고 주취 문제, 클럽발 신고 등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시 신고가 늘어나고 있고,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비슷해져 우리 역시 코로나19 이전처럼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2.05.16 I 권효중 기자
현대위아, '국립서울 농학교' 초록학교 선정…"맞춤형 정원 조성"
  • 현대위아, '국립서울 농학교' 초록학교 선정…"맞춤형 정원 조성"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위아(011210)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서울농학교를 ‘현대위아 초록학교’로 선정하고 학교 부지 내에 정원을 꾸몄다고 11일 밝혔다.현대위아 원광민 차량부품연구센터장(왼쪽)과 국립서울농학교 김은숙 교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농학교 내 현대위아가 조성한 ‘느티나무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위아) ‘현대위아 초록학교’는 현대위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 중 하나로 교내에 나무를 심고 정원을 만들어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위아 초록학교’는 지난 2019년 경상남도 창원시 남양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이번이 다섯번째다.현대위아는 국립서울농학교 내 ‘느티나무 정원’을 새롭게 단장하는 방식으로 초록학교를 조성했다. 우선 사계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꽃과 나무를 심었다. 1년 동안 서로 다르게 자라는 꽃과 나무를 보며 학생들이 계절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수선화와 미선나무, 삼백초, 용담, 추명국, 상록사초 등 총 38종의 수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현대위아는 시각과 촉각 등이 발달한 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다양한 색과 촉감을 가진 식물로 정원을 구성했다.느티나무 정원을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맞춤형 휴식 공간으로도 꾸몄다. 수어 등의 시각적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막힘이 없는 길고 넓은 형태로 만들었다. 흙과 돌로 방치됐던 곳은 나무 데크를 설치해 모든 학생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바꾸고, 대형 보호수 아래에 원형 벤치를 배치해 나무 그늘에서 학생들이 쉴 수 있도록 조성했다.현대위아가 새롭게 만든 느티나무 정원에서는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가드닝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학생들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을 직접 심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현대위아는 초록학교 조성을 기념해 임직원 봉사활동도 펼쳤다. 현대위아 임직원 30여명은 학생들과 함께 ‘제빵사 및 바리스타’ 직업훈련 활동을 진행하며 서로의 이해를 높였다. 이날 교육에서 만든 빵은 지역 복지시설에 모두 기증했다.현대위아는 ‘초록학교’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푸른 숲과 자연 속에서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초록학교를 가꾸어 갈 것”이라며 “작은 움직임이 세상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ESG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2.05.11 I 손의연 기자
'오징어게임+구슬치기' 튀김 안주에 '벨기에 맥주'를
  • [내돈내먹]'오징어게임+구슬치기' 튀김 안주에 '벨기에 맥주'를
  • 거리두기에 집밥 먹는 날이 많아진 요즘. 간편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한끼 식사 어디 없을까요. 먹을 만한 가정 간편식(HMR)과 대용식 등을 직접 발굴하고 ‘내 돈 주고 내가 먹는’ 생생 정보 체험기로 전해드립니다.<편집자주>LF푸드 홈다이닝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모노키친(MONO KITCHEN)이 최근 신제품으로 선보인 ‘구슬 오징어튀김’을 즐겨봤다. 오비맥주의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를 전용잔 챌리스(Chalice)에 담아 함께.(사진=김범준 기자)[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오징어 게임’이 대세긴 대세인가 보다. 각종 패러디(parody)부터 오마주(hommage)까지 넘쳐나니 말이다.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달고나와 생라면 스낵 등 드라마 속 등장 음식뿐 아니라 게임 소재를 모티브로 한 먹거리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LF푸드 홈다이닝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모노키친(MONO KITCHEN)’이 이번주 신제품으로 선보인 ‘구슬 오징어튀김’도 그중 하나다.모노키친 구슬 오징어튀김은 제품 패키지부터 오징어 게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실제 땅 위에서 오징어 게임할 때 그리는 경계선 형상을 패키지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제품명은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과 ‘구슬치기’ 놀이를 조합했다. 그중 ‘슬·오·어’ 초성과 ‘김’ 종성 글자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아이콘 ‘핑크색 동그라미·세모·네모’ 심볼을 적용했고 전체적 폰트(서체) 느낌도 비슷하게 했다. 패키지 주 컬러인 초록색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등장 인물들의 녹색 트레이닝 복장을 연상시킨다.LF푸드 모노키친 ‘구슬 오징어튀김’ 제품 패키지.(사진=김범준 기자)패키지 디자인을 실컷 감상했으니 이제 맛을 봐야겠다. 모노키친 구슬 오징어튀김은 영하 18도 이하 냉동보관 즉석식품이다. 한 봉지당 300g으로 페루·칠레·중국산 대왕오징어(80%)를 주 원재료로 한다. 200도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서로 겹치지 않게 고루 펴서 넣고 약 13분(1봉지 기준)간 조리해주면 끝이다. 중간에 튀김들을 한차례 뒤집어 주면 더욱 골고루 익혀줄 수 있다.완성된 구슬 오징어튀김을 접시에 옮겨주니 맛있는 오징어 구이와 튀김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따끈한 튀김엔 역시 맥주 페어링(pairing·음식 궁합)이 진리지. 오늘은 기분 좀 내보려고 개인적 최애(가장 사랑하는) 맥주인 오비맥주의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한 캔을 시원한 냉장고에서 꺼내온다. 물론 스텔라 전용 유리컵 ‘챌리스’(Chalice)와 함께. 맥주는 개별 전용잔에 따라 마실 때 제품 특유의 풍미를 풍부한 거품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맛있다.오비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헤리티지 리미티드 에디션(가운데·오른쪽) 캔맥주. 개인적으로 스텔라 아르투아를 즐겨 마셔 아예 전용잔 걸이 ‘챌리스랙’(왼쪽)도 집에 들여 놓고 ‘윔블던 챔피언십’ 리미티드 에디션 챌리스(전용잔)를 예쁘게 걸어줬다. 누가 주당 아니랄까 봐.(사진=김범준 기자)이번에 마시는 스텔라 아르투아는 기존 패키지와 다른 디자인이다. 최근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으로 선보인 ‘헤리티지 에디션’이다. 600년 양조 전통의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옛 브랜드 로고와 전통적인 풍미와 스타일을 설명하는 문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디자인해 500㎖ 캔 2종으로 출시했다.전용잔 챌리스 역시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맞춰본다. 테니스 덕후(광) 취향 저격 선물 ‘윔블던 챔피언십’ 에디션과 물 부족 국가를 돕기 위한 ‘멋진 한 잔’ 캠페인 에디션 중에서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세계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 챔피언십 공식 맥주인데다 기자 역시 테니스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칠 정도로 좋아하지만, 기왕 지금 마시는 맥주 한잔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보다 의미 있는 한 잔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스텔라 아르투아 ‘멋진 한 잔’ 캠페인 리미티드 에디션 챌리스. 전용잔에 캄보디아·우간다·브라질 3개국 아티스트가 물 부족 국가의 식수 문제를 표현한 일러스트가 멋스럽게 각인돼 있다. 사진은 그중 우간다 아티스트 ‘에리아 엔수부가’가 디자인한 제품.(사진=김범준 기자)스텔라 아르투아 ‘멋진 한 잔’ 캠페인은 캄보디아·우간다·브라질 3개국 아티스트가 참여해 전용잔에 각자의 경험으로 식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챌리스 1잔 가격이면 물 부족 국가의 한 가정에 5년간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지난 2019년 상반기 해당 챌리스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수익금 전액 약 7500만원을 물 부족 국가 지원 글로벌 비영리단체 ‘워터닷오알지’에 기부했다.좋다, 오늘도 술 마시기 위한 핑계로 자기만족적 의미를 팍팍 부여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제 먹고 마시자. 구슬 오징어튀김은 성인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크기로 만들어져 한입에 쏙 넣어 먹기 좋다.제품명처럼 오징어튀김이 소싯적 가지고 놀던 구슬 모양 및 크기가 비슷하다. 기존 기다란 오징어튀김을 먹을 때 베어 먹으면서 오징어와 튀김옷이 분리되는 현상을 최소하기 위함이다. 쫄깃한 대왕오징어 몸통을 한입 크기로 잘라 LF푸드가 자체 개발한 파우더를 튀김 반죽에 첨가해 식감과 맛에 차별화를 줬다는 설명이다.구슬 오징어튀김은 한입에 먹기 좋도록 구슬같이 작은 조각으로 제조했다.(사진=김범준 기자)한입 먹어 보니 바삭한 튀김옷 안에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오징어 조각이 부드럽게 씹힌다. 한입에 넣지 않고 베어 먹도 질기지 않게 잘 잘린다. 튀김옷을 발라내 보니 정육면체 큐브 모양으로 정형된 새하얀 대왕오징어 몸통 살이 드러난다. 간은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담백해 별도로 찍어 먹는 소스 없이 그대로 즐겨도 좋다. 만약 소스를 찍어 먹는다면 개인적으로 매콤달콤한 칠리소스나 새콤 고소한 랜치소스 등과 궁합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한입 쏙 오징어튀김을 먹다가 느끼한 기름과 텁텁한 밀가루 맛이 올라온다 싶을 때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를 곁들여 주니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간다. 역시 튀김엔 시원 청량한 라거 맥주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섬세한 아로마가 특징인 최상급 체코산 노블 ‘사츠 홉’을 사용해 고유의 풍미와 청량한 끝맛을 자랑하는 오랜 전통의 벨기에 필스너 라거다.스텔라 아르투아를 전용잔 ‘멋진 한 잔’ 캠페인 리미티드 에디션 챌리스에 따라 구슬 오징어게임을 안주 삼아 마신다. 모든 맥주가 그렇듯 개별 전용잔에 담아 시원하게 마실 때가 제일 맛있다.(사진=김범준 기자)전용잔 챌리스는 성배(聖杯·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쓴 술잔) 모양에서 따온 샬리스 글라스다. 와인 잔을 닮기도 한 특유의 곡선형 디자인으로 맥주를 따랐을 때 풍부한 거품층을 형성시킨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거품은 크리미하게 뽀얗고 부드지만 쫀쫀하다. 흡사 카푸치노의 거품을 연상시킨다.오징어튀김을 한입 적당히 씹은 뒤 챌리스에서 향과 빛깔이 더욱 풍성해진 스텔라 아르투아를 충분한 거품과 함께 마셔준다. 오징어와 튀김과 맥주와 거품의 풍미가 입안 가득 채우며 조화를 이룬다. 목젖을 기분 좋게 때리며 긁고 넘어가는 개운한 탄산의 뒷맛이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느긋하게 기분 좋은 홈술(집에서 술마시기)로 더욱 맛있어진 주말 오후다.
2021.12.11 I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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