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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학교 여학생 술먹이고 간음…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왜?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과거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을 유서로 남겨 해당 친구들이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사진=게티이미지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2006년 11월 19일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A씨는 친구인 피고인 B,C,D씨와 함께 서울 모 초등학교 벤치에서 피해자 E씨(같은 학교 2학년 여학생)의 옷을 벗긴 후 간음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했다. 사건 당일 저녁 A씨와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술자리로 E씨를 불러냈고 사건 당시 E씨는 술에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이후 14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된 A씨는 개인 사유로 우울감에 빠져 있던 중 2021년 3월 3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때 A씨가 남긴 유서에는 과거 친구들과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과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피고인 B,C,D씨의 특수준강간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피고인들은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유서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면서 “유서에 담긴 망인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정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형사소송법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했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심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유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제314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설령, 이 사건 유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정들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유서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유서의 기재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3명에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이 사건 유서는 그 내용이나 작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유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규정된 ‘그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경우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했다.이같은 원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유서는 작성 동기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수사기관에서 작성 경위, 구체적 의미 등이 상세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며 “게다가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14년 이상 경과된 후 작성됐고, 그 주요 내용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으며, 다른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오히려 일부 내용은 피해자의 진술 등과 명백히 배치되기도 한다”며 “망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가능했다면 그 과정에서 구체적, 세부적 진술이 이뤄짐으로써 기억의 오류, 과장, 왜곡, 거짓 진술 등이 드러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법원은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주요 증거로 삼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경기남부경찰청,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피해자에 CCTV 무상지원
-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도여성가족재단, SK쉴더스와 손을 잡고 젠더폭력 피해가구에게 폐쇄회로(CC)TV를 무상 지원한다.26일 김주원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조택훈 SK쉴더스 경기남지역본부장이 ‘젠더폭력 피해자 안심조치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경기남부경찰청)26일 김주원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조택훈 SK쉴더스 경기남지역본부장은 경기도여성가족재단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관계성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범죄 비해 2차 피해 발생이 높은 만큼 보복 범죄 등 피해자보호를 위한 예방대책이 필요하다.이에 3개 기관은 경기남부지역 젠더폭력 피해 가구 및 피해우려 200가구를 대상으로 주거지 안전 확보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현관 무선 CCTV 설치 및 관련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협약에 따라 경기남부경찰청 산하 각 경찰서에서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를 선정하면, SK쉴더스는 CCTV 무상 설치 및 24시간 긴급출동서비스 등 관련 보안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젠더폭력통합대응센터에서는 CCTV 지원에 따른 연 이용료를 지원한다.현관에 CCTV가 설치되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 앞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일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면 휴대폰 알림을 받아 불필요한 방문자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 피해 가구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최소화하며 문제적 상황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다.또한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능으로 가족 구성원 출입의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고 집 밖에서 앱을 통해 양방향 음성 대화도 할 수 있다.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젠더폭력 피해 가구와 피해가 우려되는 가구에 보호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전 폭력 예방 및 선제적 대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경찰에서 실시 중인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젠더폭력을 사전 예방을 위한 한층 더 강화된 피해자 보호 지원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며 “앞으로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안전한 지역사회 조성을 위하여 협약기관과 적극 협업하겠다”고 말했다.한편, 경기도 젠더폭력 피해상담은 경기도젠더폭력통합대응센터를 통해 365일 24시간 상담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031cut)으로 실시간 채팅상담도 가능하다.
- 대법 “檢진술분석관이 성범죄피해 아동 면담한 영상…증거 안돼”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이 수사 과정에서 아동 성폭력 피해자와 면담한 내용을 녹화한 영상은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13세 미만 미성년자 유사성행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2009년생인 피해자 A양은 자신의 친모와 계부, 친모의 지인들로부터 수 차례 성폭력과 학대를 당했다. 이에 피해자의 친모와 계부, 지인들은 성폭력처벌법과 아동복지법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성폭력처벌법 제33조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 관련 전문가에게 피해자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검찰은 진술분석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대검 진술분석관은 주로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성범죄 등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의사 표현이 불명확할 수 있는 아동과 장애인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주로 활용된다.검사는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에게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와 면담하면서 그 내용을 녹화했고 검사는 녹화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재판의 쟁점은 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였다.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사건 관련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법정에 출석해 말한 것만 증거로 쓸 수 있다. 그 밖에 남에게서 전해 들은 말이나 진술이 담긴 서류는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다만 해당 영상을 수사 과정에서 녹화한 영상으로 보고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따라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판단할지, 아니면 수사과정 외의 진술로 보고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지 여부였다.검사는 진술분석관의 면담 녹화물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왔으므로 313조를 적용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검 진술분석관은 수사관이 아니고, 피해자와 면담한 것일 뿐 수사나 조사한 게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영상녹화물은 수사 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313조 1항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면담이 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진술분석관은 대검 소속이며 면담 장소도 지방검찰청 조사실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 과정 외’의 경우에서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허용하는 313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대법원은 그러면서 “영상녹화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아니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도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은 조서·진술서의 형태만 허용하므로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의미다.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이 피해자와의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이 전문증거로서 형사소송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한편 이번 사건에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총 4명이다. B씨는 피해자의 친모이며 C씨는 계부, D·F씨는 친모의 지인들이다.1심은 B씨에게 징역 10년, C씨에게 무죄, D씨에게 징역 7년, F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B씨와 F씨의 형량을 줄여 이들에게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C씨와 D씨에 대해선 1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