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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내 고향 생태휴양지서 여유를"
  • [설연휴 어디갈까]①"내 고향 생태휴양지서 여유를"
  • 안산 대부해솔길 구봉도 낙조전망대. (사진=환경부)[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환경부는 닷새간 이어지는 설 연휴기간(2월 2~6일) 고향을 찾은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설 연휴 가볼만한 내 고향 생태휴양지역’ 10곳을 추천했다.‘설 연휴 가볼만한 내 고향 생태휴양지역 10선(選)’은 △안산 대부도 해솔길 △철원 비무장지대(DMZ) 철새평화타운 일원 △운곡 람사르 습지 △괴산 산막이옛길과 괴산호 △청송 지질공원 △무등산권 지질공원 △설악산 국립공원 백담사 일원 △소백산 국립공원 희방사 계곡 △지리산 국립공원 대원사 계곡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영산도 명품마을이다.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3일 “설 연휴동안 오랜만에 모인 반가운 가족들과 환경부가 추천하는 생태휴양지역을 찾아 자연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번에 추천된 지역은 자연·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생태관광지역과 지질공원, 국립공원 중에서 겨울철에 특히 가볼만한 명소다.설 연휴에 가볼만한 생태관광 추천지역은 4곳이다.①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대부해솔길’. 대부해솔길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7개 코스·74㎞)로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된 소나무숲길, 석양길 등을 따라 걸으며 겨울철 바닷가의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봉우리가 아홉 개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구봉도 낙조전망대(대부해솔길 1코스)는 서해안의 아름다운 낙조와 대부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구봉도 입구 낙락장송과 풍력 발전소 풍경감상 및 일몰과 노을빛을 형상화한 포토존 ‘석양을 가슴에 담다’에서 겨울바다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시화나래조력문화관 달 전망대, 그랑꼬또 와이너리(와인농장) 등이 있다.탄도 바닷길 ‘모세의 기적’(대부해솔길 6코스)은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하루 2차례 바다가 갈라지는 곳으로 풍력발전소 풍경까지 어우러져 일몰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주위의 동주염전, 유리섬박물관, 베르아델 승마클럽, 안산어촌민속박물관 등도 둘러보면 좋다.철원군 DMZ 철새평화타운 두루미. (사진=환경부)②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을 느끼고 싶다면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 ‘철새평화타운 일원’. 드넓은 철원평야에서 멸종위기종 겨울철새인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감상하는 탐방로(코스)를 비롯해 두루미 평화마을 등에서 지역 특산 공예품과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특히 철원 DMZ두루미평화타운에서 운영하는 탐조 프로그램인 ‘철원을 찾은 겨울철새 두루미 탐조 여행’을 따라 해마다 월동준비를 위해 철원 평야로 날아오는 두루미, 쇠기러기, 독수리 등 겨울 철새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두루미탐조 코스는 ‘아이스크림고지→두루미월동지→철원근대문화유적센터→월정리역’으로 구성된다. 주변에 두루미마을, 두루미 자는 버들골 마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철원 DMZ두루미 평화마을(생태도서관·체험교육실·카페 등)도 들릴 수 있다.고창군 운곡 람사르습지 생태탐방지. (사진=환경부)③ 이색적인 겨울습지를 보고 싶다면 전북 고창의 ‘운곡 람사르 습지’. 폐경작지로 방치된 곳을 30년 넘게 자연상태로 유지·보전함으로써 태고의 신비를 가진 산지형 저층습지와 소택지 등의 습지원형으로 자연이 복원된 생태우수지역이다. 이곳은 864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산지형 저층습지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인근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공원과 연계해 선운사 도립공원, 고창읍성, 문수사 등 역사·문화적 체험도 같이할 수 있어 더욱 가봄직한 곳이다.괴산 산막이옛길과 괴산호 전경. (사진=환경부)④ ‘괴산 산막이옛길’은 소나무향에 푹 빠진 채로 청명한 겨울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숲 속 산책길로 유명하며 인근 ‘괴산호’와 연계해 1시간 내외의 걷기(트레킹)와 유람선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피톤치드와 면역력 증진을 가져오는 음이온을 흠뻑 흡수하면서 한번 다녀오면 3년을 무병장수하는 길로 유명하다. 괴산호의 시원한 전경이 겨울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주변관광지로는 괴산 구곡, 조령산휴양림, 성불산휴양림, 괴산 35명산 등이 위치했다.지질공원 중에서는 청송 지질공원과 무등산권 지질공원 2곳을 추천한다.청송 유네스코 국가·세계지질공원 주산지. (사진=환경부)⑤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경북 청송 지질공원’은 주왕산 주산지와 주상절리가 장관인 기암단애(Giam-cliff)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원시시대부터 형성된 화성암, 퇴적암 등이 모여 있어 한반도의 지질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청송 지질공원은 주왕산 주산지를 둘러싼 호반의 오솔길, 얼음 호수를 걷는 즐거움과 함께 인근 산길을 걸으며 설경을 즐기는 코스도 멋스럽다. 주왕산을 받쳐 든 깃발바위라는 뜻의 기암단애도 청량한 겨울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현비암, 목계솔밭, 청송향교, 객주문화관, 청송백자체험지 등도 추천한다.무등산권 국가·세계 지질공원 서석대. (사진=환경부)⑥ 광주광역시와 전남 담양·화순에 걸쳐 있는 ‘무등산권 지질공원’은 백악기 화산 용암이 식으면서 빚어낸 서석대와 입석대가 유명하며 특히 겨울이 되면 하얀 눈으로 덮여 절경을 자아낸다. 무등산권 지질공원 역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서석대와 입석대는 무등산의 대표 주상절리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다. 뜨거웠던 용암이나 화산재가 서서히 식는 과정에서 오각·육각형 모양으로 갈라져 만들어진 주상절리는 대부분 바다에서 볼 수 있으나 이곳은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위치해 특별하다. 서석대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눈 덮인 주상절리 풍경이 아름답다. 신선대와 억새평전, 화순적벽투어, 덕산너덜, 백마능선, 장불재, 서유리 공룡화석지, 화순고인돌 장동응회암 등도 볼거리다.국립공원의 경우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지 않게 탐방할 수 있는 저지대 위주 탐방로(코스) 중에서 겨울 끝자락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지역 4곳을 선정했다.설악산 국립공원 백담사 계곡돌탑. (사진=환경부)⑦ ‘백담사, 백담사 계곡 돌탑, 만해마을 등 설악산 백담사 일대’는 깊은 수렴동 계곡 100번째 물웅덩이(소)가 만들어진 자리에 지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백수정을 깔아 놓은 것 같은 맑고 시린 백담사 계곡과 함께 이곳에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 수 있다.원시림이 가까운 비경을 간직한 내설악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봉정암, 오세암을 품고 있는 내설악을 대표하는 도량이다. 시인 겸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이 이곳에 머물면서 ‘님의 침묵’ 등을 집필했으며 백담사 앞을 끼고도는 백담 계곡 내 소원을 비는 돌탑이 장관이다.소백산 국립공원 희방사 계곡일원 ‘희방폭포’ 설경. (사진=환경부)⑧ ‘소백산 희방사 계곡’은 깊고 풍부한 수량 덕에 만들어진 깊은 물웅덩이(소)의 투명함에 한해의 근심과 걱정을 묻으며 ‘비움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조용한 치유(힐링) 명소다. 희방사는 서기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고승 두운 조사가 소백산 남쪽 기슭 850m에 창건한 천년고찰로서 절 주변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림이 빽빽이 우거져 있으며 절 바로 밑에 영남 내륙 최대 폭포인 높이 28m의 희방폭포가 숨겨진 절경이다. 죽령고개도 감탄을 자아낸다.지리산 국립공원 대원사 계곡길 저지대 탐방로. (사진=환경부)⑨ ‘지리산의 대원사 계곡’은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집채만 한 바위가 많고, 급류와 물웅덩이(소)의 반복으로 주변의 노송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소막골 야영장과 대원사 야영장을 차례로 지나며 크고 작은 너럭바위와 함께 맑다 못해 시리도록 투명한 계곡이 일품이다. 작년에 대원사 계곡을 끼고 3.5㎞의 저지대 생태탐방로가 개설돼 이용이 더욱 편리하다. 대원사 외에도 베어빌리지, 의신예길도 가볼만하다.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영산도 명품마을. (사진=환경부)⑩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신안 영산도 명품마을’은 눈과 귀가 즐거운 명품해설과 함께 마을 벽화여행과 호젓한 서해 낙조 감상이 가능하다. 홍합, 미역 등 영산도 특산물도 현장에서 살 수 있다.개발되지 않은 순수함과 깨끗함이 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신안-다도해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2013년엔 환경부 생태우수마을, 2015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볼거리·즐길거리가 충분한 힐링 명소다. 주변 관광지로 벽화길, 영산전망대, 석주대문, 전교1등 도서관, 영산도 일몰 등이 유명하다.(자료=환경부)아울러 환경부는 자연·생태계의 보전 가치가 크면서 관광지로서도 매력적인 지역 26곳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하고 어린이·장년층 등 수요자 맞춤형 생태관광 과정(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또한 기암괴석, 해안절벽 등 지구과학적으로 가치가 중요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 10곳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으며 이 중 제주도, 청송, 무등산 등 3곳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국립공원은 전국에 22곳이 있으며 각 국립공원마다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따라 숲속 탐방로, 계곡 걷기(트레킹), 해안 낙조감상 등 다양한 탐방 과정이 마련돼 있다. 북한산·지리산·설악산·소백산·무등산·가야산·한려해상국립공원 생태탐방원 등 숙박형 생태 체험학습이 가능한 생태탐방원 7곳도 북한산, 지리산 등에 설치돼 있다.
2019.02.03 I 박일경 기자
 이황·김홍도가 반한 비경, 늦가을 물오르다
  • [여행] 이황·김홍도가 반한 비경, 늦가을 물오르다
  • 충북 괴산 연풍면의 수옥폭포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발자취가 남은 곳이다. 김홍도는 수옥폭포를 배경으로 수옥정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모정풍류’와 꿩 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린 ‘호귀응렵도’ 등을 남겼다.[충북 괴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도는 게 늦가을 맛이 제법 나는 때다. 이맘때 떠나는 여행은 실로 상쾌한 기분을 듬뿍 안겨준다. 단풍잎들은 절반쯤 떨어져 푸짐한 낙엽길을 이루고, 땀 식히기에 딱 좋은 서늘한 바람은 해맑은 물소리를 타고 쏟아져 내린다. 이번 여행은 오지 중의 오지, 충북 괴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다고 했다. 전형적인 산악지형이다. 밖으로는 군자산, 조셩산 등 30여개 산이 감싸 안았고, 안으로는 물맛이 좋기로 소문나 ‘감천(甘川)’이라고도 불리는 달천이 흐른다. 산이 깊은 만큼 심산구곡(深山九曲)도 많다. 전국 40여 개 침식 가운데 20여 개가 충북에 있고, 그중 7개가 괴산에 있다.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하는 충북 괴산의 쌍곡구곡.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풍류를 아는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전해진다.◇한 폭의 동양화 같은 ‘쌍곡구곡’ 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하는 충북 괴산의 쌍곡구곡.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풍류를 아는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전해진다.구곡(九曲)은 산과 계곡을 끼고 각각 9개씩 절경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괴산에만 화양구곡, 갈은구곡, 쌍곡구곡, 선유구곡, 고산구곡, 연하구곡, 풍계구곡 전국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구곡이 있다. 그중 쌍곡구곡은 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한다. 칠성면 쌍곡마을부터 제수리재에 이르는 10.5km 구간에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졌다. 조선 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풍류를 아는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전해진다.찾아가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선유동 입구에서 관평 방면으로 이동한 뒤, 51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한 후 고갯마루를 넘으면 쌍곡구곡의 상류다. 만약 괴산에서 온다면 문경 방면 34번 국도를 15분 남짓 내려오면 쌍곡구곡과 이어진 517번 지방도를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난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제1곡, 제2곡 등 구곡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그 길 끝에 쌍곡구곡 입구가 있다. 그곳에서부터는 차를 주차하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야 한다. 칠보산 혹은 장성봉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룬 곳.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해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8m 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종국엔 여인의 치마폭처럼 넓게 펼쳐지는데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폭포 소리가 시원하다.충북 괴산의 심산구곡 중 유일하게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유구곡. 퇴계 이황이 그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올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늦가을 정취 즐기며 신선처럼 노닐다선유구곡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1~2km에 걸쳐 있는 이 계곡은 괴산의 구곡 중 유일하게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조선 시대 유명한 학자인 퇴계 이황은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선유구곡의 경치에 반해 아홉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하면 제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제2곡 경천벽, 제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난다. 이어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제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중간지점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가 있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이 선유계곡을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극찬할 정도였다.이화령연풍면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수옥폭포와 이화령 등이 대표적이다. 수옥폭포는 조선 시대 대표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발자취가 남은 곳. 수옥폭포를 배경으로 수옥정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모정풍류’와 꿩 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린 ‘호귀응렵도’ 등을 남겼다.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梨花嶺·548m)에서는 늦가을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충북 괴산 칠성면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미루마을’. 대학 동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귀농·귀촌 마을이로, 총 50여가구가 모여산다.◇ 자유와 평화로운 삶을 구하는 ‘여우숲’칠성면에는 아름다운 마을 ‘미루마을’이 있다. 대학 동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귀농·귀촌 마을이다. 총 50여가구가 모여산다.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저탄소 패시브 주택단지 같은 모양의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치 유럽의 산골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다.마을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여우숲이다. 여우를 기다리는 숲이라는 의미다. 여우가 되살아오는 날을 기다린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곳에는 숙박과 거주 공간인 ‘층층나무관’, 숲까페 ‘여우비’, ‘숲생태체험장’ 등이 있다. 여우숲 대표인 김용규 씨가 시작해 만든 마을이다. 이후 마을 주민과 도시인 일부가 의기투합해 자본과 노동을 보태어 이 숲을 만들어 갔다. 숙박과 거주공간은 마을주민인 임태희, 임병희 목수 형제가 직접 만든 전통 흙벽돌을 써서 지었다. 침구와 커튼도 모두 화학적 처리를 거치지 않은 천연의 천으로 제작했다. 먹는 음식도 특별하다. 로컬 푸트와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여기에 숲에서 나는 들나물과 산나물을 사용한다. 자연재배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면 유기농산물을 사용한다. 책방과 북스테이를 함께 운영하는 ‘숲속작은책방’은 2014년 문을 연 서점이다. 한국 최초의 가정식 서점이자, 민박집이다. 귀촌한 부부가 가정집을 개조했다. 부부는 서울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며 글을 쓰던 김병록·백창화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50여 평 정원에 40여 가지 야생화와 작은 텃밭, 피노키오 오두막책방이 있다. 가정집 서재와 같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3천여 종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꽂힌 책에는 부부가 정성스럽게 적은 감상평이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다락방에서는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북스테이’도 가능하다.충북 괴산 칠성면 ‘미루마을’의 여우숲. 여우를 기다리는 숲이라는 의미다. 여우가 되살아오는 날을 기다린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곳에는 숙박과 거주 공간인 ‘층층나무관’, 숲까페 ‘여우비’, ‘숲생태체험장’ 등이 있다.◇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먹을곳=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이 유명하다. 또 다른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올갱이해장국이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서울식당과 기사식당이 30년 넘게 이곳에서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2018.11.16 I 강경록 기자
 끊긴 철길 위로, 폐허 노동당사 사이로…평화의 바람이 불다
  • [여행] 끊긴 철길 위로, 폐허 노동당사 사이로…평화의 바람이 불다
  • 경관 조명이 꺼진 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위로 아름다운 은하수가 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 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 대신 이제 평화의 바람이 분다. 평화의 물꼬를 튼 것은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단일팀. 그 뒤를 이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온 국민을 눈물짓게 만든 이산가족 상봉까지…. 바야흐로 한반도는 평화의 물결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한반도 평화 관광지’라는 주제로 5곳의 가볼 만 한 곳을 특별추천했다. ‘안보’라는 이미지에서 ‘평화’와 ‘관광’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이하 DMZ)다.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남북 사이를 가로지르는 물길 너비는 불과 2~3km밖에 되지 않는다.◇가장 가까이서 북녘땅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는 한반도에서 북녘을 가장 가깝게 바라보는 평화 여행지다. 강화도 최북단인 양사면 철산리 민통선 지역에 세워졌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줄기가 서해와 만나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다. 물길의 너비는 불과 2~3km 안팎이다. 헤엄쳐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이곳 수역은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와 같다.북한 땅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설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매시 정각(10~16시)에 진행한다. 주변 지역을 설명하고 장소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해 관람 시간이 더욱 풍부해진다. 태양광 시설처럼 보이는 것이 슬레이트 지붕을 단 신식 거주지라는 이야기,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는 실향민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다 보면 분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에 설치한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 너머로 북한 땅이 선명하게 보인다건물 밖에는 강화 출신 작곡가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와 망배단이 관람객을 맞는다. 왠지 모르게 서글픈 분위기에 마음이 아릿해진다. 해마다 이곳을 찾아 고향 땅을 바라보는 제(祭)를 지내는 실향민의 심정을 헤아리면 걸음을 떼기 힘들다. 남북의 강물이 하나가 되어 흐르는 이 땅에 사람들은 분단이라는 족쇄에 묶여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민통선 지역에 있어 검문소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화이야기투어(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강화역사박물관→강화자연사박물관→강화 하점면 부근리 지석묘→(숙박)→강화평화전망대→교동도(대룡시장)경기 파주시 임진강평화누리 공원 전경◇평화와 셀피의 명당, ‘임진각평화누리’경기 파주시의 임진각국민관광지. 한국전쟁의 상흔을 증언하는 장소다. 이곳에 2005년 임진각평화누리가 들어섰다.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9만 9000여㎡(3만 평) ‘음악의언덕’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설치 작품도 들어섰다. 대나무로 엮은 3~11m 인물상이 땅에서 솟으며 차례로 나아가는 최평곤 작가의 ‘통일 부르기’와 3000여개 바람개비가 알록달록 무리를 지은 김언경 작가의 ‘바람의 언덕’, 녹슨 철로 솟대 모양의 창이 하늘과 겹쳐진 이경림 작가의 ‘솟대 집’…. 작품 하나하나마다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본 ‘내일의기적소리’임진각은 임진각평화누리와 주차장 뒤에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로 실향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징적인 장소다. 맞은편은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내일의기적소리’ 방면이다. 독개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옛 경의선 상행 철도다. 오랜 시간 남은 5개 교각을 길이 105m, 폭 5m 스카이워크로 재단장했다. 경의선 증기기관차 객차를 재현한 과거 구간, 철로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현재 구간, 2층 스카이워크의 미래 구간으로 이어진다.경기 파주시 임진각 장단역 증기기관차 안에서 자란 뽕나무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78호)도 만날 수 있다. 반세기 넘도록 DMZ에 방치한 것을 이곳으로 옮겨 왔다. 1020발이 넘는 총탄 자국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 곁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기차 화통에서 자란 뽕나무를 옮겨 심었다. 평화의 나무이자 희망의 나무다. 자유의다리도 바로 옆이다. 휴전협정 뒤 국군과 유엔군 포로가 건너오고, 7·4남북공동성명 때 남북회담 대표가 오갔다. 임진각평화누리→임진각→내일의기적소리→제3땅굴→도라전망대→숙박→벽초지문화수목원→마장호수흔들다리빛공해가 적은 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는 별관측하기에도 좋다◇전쟁의 공간에서 평화의 공간으로, ‘노동당사’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철원이 북한 땅이던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소련 군정 아래 있다 보니 소련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현관에 돌로 만든 원기둥 두 개를 세우고, 전면은 상승감을 강조한 아치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건축물이라는 지금의 평가와 달리, 당시 주민에게 네모반듯한 3층 건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많은 반공 인사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처럼 외벽만 간신히 남았다. 그렇다고 그 안에 담긴 역사가 사라진 건 아니다. 2002년 5월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강원 철원군 노동당사의 ‘빛의사원’ 내부 전시공간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 기원 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6월에는 노동당사와 고석정, 월정리역을 오가며 열린 ‘2018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끝났다. 2017년에는 정우성과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강철비’ 촬영지로 잠시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노동당사 여행은 경원선 평화열차 DMZ 트레인이나 통근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백마고지역에서 노동당사를 오가는 버스를 타면 금방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신망리~대광리 구간 교량 공사로 연천역까지 단축 운행한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12월 1일까지 연천역~백마고지역 구간을 무료로 운행하는 연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도피안사→노동당사 야경→숙박→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직탕폭포→철원 승일교→삼부연폭포청정한 자연이 살아있는 강원 양구군 두타연◇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두타연’강원 양구군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이룬 깊고 푸른 소(沼)를 일컫는다. 내금강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이 바위를 만나 굽이굽이 휘감아 돌다가 높이 10m 폭포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 등을 볼 수 있는 청정 지대다. 한국전쟁 후 출입을 금지했다가, 지난 2004년 50여년 만에 빗장을 열었다.두타연 주위로 생태 탐방로와 조각 공원을 조성했다. 생태 탐방로는 두타연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정자,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두타교), 관찰 데크 등을 마련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근사하다. 한반도 모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소에 떨어지며 하얗게 부서진다. 두타연 상류에 놓인 징검다리는 한여름 물이 불어나면 잠기기도 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대부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생태 탐방로 옆으로 지뢰 체험장이 나온다.강원 양구군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펀치볼마을걷기를 좋아한다면 ‘평화누리길’을 추천한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총 12km 걷기길이다. 계곡을 끼고 이어져 호젓하고, 숲을 통과하는 구간은 새소리가 들려 평화 그 자체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주차장은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자전거와 도보만 허용한다. 두타연→펀치볼마을→국립DMZ자생식물원→산양증식복원센터→국토정중앙천문대→숙박→파라호 한반도섬→양구선사박물관→박수근미술관강원 고성군의 DMZ박물관에서는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금강산으로 가는 희망의 길 ‘통일전망대’강원 고성군의 통일전망대. 1984년 분단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금강산과 가까운 현내면 마차진리에 설치했다. 휴전선의 동쪽 끝이자,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10km 지점이다.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한국군과 북한군 초소가 대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불과 600m 거리다. 남과 북이 철책으로 갈라선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풍경이다.시선을 돌려 해안선을 따라가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산 1만 2000봉우리 가운데 아홉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구선봉과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이다. 해마다 약 50만 명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북녘을 바라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고배율 망원경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북녘을 세세히 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 옆에 해돋이통일전망타워 건설이 한창이다. 지상 3층 건물을 완공하면 더 쉽게 북녘의 산하를 바라볼 수 있다. 9월 준공 예정이다.멀리 금강산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강원 고성군의 통일전망대주차장 끝은 한국전쟁 체험전시관이다. 전시관에는 북한의 남침, 피란길, 학살 등 전쟁의 순간순간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컴컴한 전쟁체험실은 고성에서 치러진 야간 공방전을 재현했다. 포탄이 쏟아지는 소리와 총소리가 울려 퍼져 현장감을 더한다. 통일전망대로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출입 신고서에 탑승자와 차량 정보를 기재하고 입장료(3000원)를 지급하면 출입증을 준다. 시청각 교육 후 정해진 시각에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통일전망대→DMZ박물관→대진등대→화진포→숙박→건봉사→고성왕곡마을→김하인아트홀→청간정
2018.09.07 I 강경록 기자
 바위가 된 선녀 셋...닿기 힘들어 더 끌리는 섬
  • [여행] 바위가 된 선녀 셋...닿기 힘들어 더 끌리는 섬
  • 울릉도 해안경관의 결정판 ‘삼선암’. 코끼리바위(공암), 관음도의 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 중 하나다. 바다에 솟은 세 개의 바위 기둥으로, 높이는 각각 107m, 89m, 59m에 이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동쪽 먼 심해선 밖의/한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금수로 굽이쳐 내리던/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애달픈 국토의 막내/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청마 유치환의 ‘울릉도’처럼 울릉도는 먼바다에 솟아있다. 삼척 원덕에서 137㎞, 경북 포항에서 217㎞ 떨어져 있는 아득한 섬이다. 가는 길도 멀고 험하다. 뱃길로만 서너 시간이다. 변덕도 심해 길도 쉬이 내어주질 않는다. 동해의 거친 물살이 외지인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울릉도는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여행지다. 하지만 찾아가지 않을 수 없는 섬도 울릉도다. 에메랄드빛 물빛과 해안 절경, 그리고 서남해안의 섬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어서다. 미지의 섬, 울릉도로 떠난다.울릉도 걷기 길 중 최고로 꼽히는 ‘행남해안산책로’.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울릉도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울릉도의 바다와 숲을 느끼다포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도동항에 입도했다.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공간이다. 숙박시설이며 식당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여기에 모여 있다. 이 선착장 뒤로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가 있다. 바로 ‘행남해안산책로’다. 울릉도의 수많은 볼거리 중 단연 백미로 꼽 길이다. 선착장을 들머리로 촛대바위가 있는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약 2.6km의 산책로다. 1시간 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울릉도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마자 펼쳐지는 동해의 물결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다. 예고도 없이 펼쳐지는 절벽과 동굴을 지나며 샛푸른 물빛을 보노라면, 마치 섬과 바다 사이에 흐르는 한 점 바람처럼 몸과 마음이 투명해진다.울릉도 걷기 길 중 최고로 꼽히는 ‘행남해안산책로’.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울릉도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울릉도 걷기 길 중 최고로 꼽히는 ‘행남해안산책로’.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울릉도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산책로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도 휘돌아 가는 길이다. 자연동굴을 지나 쉼터와 낚시터, 그리고 약수터를 만나는 동안 아치형의 다리와 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갈매기가 날고 해안 식물들이 고개를 든다.그림처럼 펼쳐진 절경에 취해 있는 동안, 어느새 몽돌해수욕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둥그스름한 돌의 세상이다. 지나는 사람마다 바위에 하나씩 돌을 올려놓았다. 저마다의 기원을 얹은 돌탑. 누군가는 소망을 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근심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돌탑의 뒷모습이 아슬아슬하지만 그 어떤 바람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을 떠나 바다에 이르고 숲에 이르고 강에 이르며 돌아와 다시 떠날 채비를 하는지도 모른다.해안산책로가 끝 오른편에는 행남등대(도동등대)로 가는 길이 나온다. 등대에 오르면 저동항이 보이고 행남해안산책로와 이어져 저동 촛대바위까지 가는 또 다른 해안산책로가 해안을 따라 펼쳐진다. 여기서 계속 걷고자 하면 저동 내수전망대에서 북쪽 해안의 석포마을까지 가는 옛길이 있다. 울창한 살림으로 덮여 있는 울릉도의 또 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통구미마을의 거북바위. 멀리서 보면 거북 바위가 하나지만 가까이서 보면 방향에 따라 여섯마리부터 아홉 마리까지 보인다.◇울릉도 여행의 백미 ’울릉도 일주도로‘울릉도 일주도로 너머로 보이는 투구바위울릉도 섬 여행의 묘미는 울릉도 일주도로 드라이브다. 정확한 의미에서 아직 일주도로가 아니다. 내수전에서 석포(섬목)까지 약 4.7km에 달하는 구간의 차량운행이 불가능해서다. 도동항을 출발점으로 시계 방향으로 사동~통구미~태하~현포~친부 코스를 달려 섬목선착장까지만 갈 수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는 저동을 거쳐 내수전까지만 갈 수 있다. 워낙 험한 지형에 도로가 나 있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구경거리다.가장 먼저 만나는 비경은 ‘통구미’다. 통구미는 한자어가 아니라 순우리말이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산 때문에 골짜기가 마치 긴 홈통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통구미 해안에는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 모양의 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거북 모양을 한 바위가 하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보는 방향에 따라 여섯마리부터 아홉 마리까지 있다고 한다.대풍감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릉도 해안 전경울릉도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태하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태하는 옛 우산국의 도읍지다. 여기서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경관 중 첫손에 꼽히는 ‘대풍감’을 만날 수 있다. 태하해변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여기서 15분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태하등대 옆으로 대풍감전망대를 만난다. 구멍 뚫린 바위를 가리키는 대풍감은 ‘세찬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란 뜻. 예로부터 울릉도에는 배를 만들기 좋은 나무가 많아서 몰래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들어갔는데, 새 배를 만든 뒤에는 대풍감의 바위에 닻줄을 묶고 바람을 기다렸다고 한다.전망대에 서면 발밑이 아찔하다. 그 위 난간에 기대서서 울릉도 해안을 품는다. 왼쪽에는 천연기념물 제49호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다. 대풍감 향나무는 가파른 절벽 위에서 바람을 견디며 자라 크기가 작다. 반대편으로는 울릉도 북쪽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학포마을과 현포, 그리고 노인봉과 송곳봉이 춤을 추듯 이어진다. 곁으로는 먼바다로 뻗은 수평선이다. 그 위에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바위, 일명 공암이 장난감처럼 떠 있다. 대한민국 10대 비경이란 찬사가 절대 아깝지 않을 풍경이다.울릉도 해안경관의 결정판 ‘삼선암’. 코끼리바위(공암), 관음도의 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 중 하나다. 바다에 솟은 세 개의 바위 기둥으로, 높이는 각각 107m, 89m, 59m에 이른다.◇울릉도 절경 중 최고 ‘삼선암’다시 일주도로에 오른다. 현포~천부~섬목(석포)으로 이어지는 울릉도 북쪽 해안을 달릴 시간이다. 비밀스러운 야생섬의 속살을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현포마을이 한눈에 펼쳐지는 현포전망대를 지나 노인봉과 인사하고 천부에 닿는다. 저동항에서 출발한 버스의 종점이자 나리분지와 석포~섬목으로 향하는 버스의 출발점인 천부정류장이 이곳에 있다.도로가 끝날 무렵 울릉도 해안경관의 결정판인 삼선암에 닿는다. 바다에 솟은 세 개의 바위기둥이다. 코끼리바위(공암), 관음도의 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 중 첫 손에 꼽힐 정도다. 높이는 각각 107m, 89m, 59m에 이른다. 삼선암에는 울릉도로 놀러 온 세 선녀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이 세 바위는 원래 세 선녀였다. 세 선녀는 가끔 울릉도에 내려와 목욕했는데, 막내 선녀가 호위를 위해 내려온 장수가 눈이 맞아 정을 나누고 있었다. 이에 격노한 옥황상제는 세 선녀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세 바위 중 나란히 서 있는 바위가 두 언니 선녀이고, 홀로 떨어져 있는 작은 바위가 막내 선녀라고 한다. 막내에 대한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제일 커 다른 바위와 다르게 이 바위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고, 외로이 떨어져 서 있다 한다. 막내 바위는 일선암이라 하며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어 가위바위로도 불린다. 다른 두 바위는 이선암, 삼선암이라 하며 합쳐서 ‘부부바위’라고도 부른다.도로는 섬목 선착장에서 끊어진다. 이곳에도 울릉도의 숨은 보물이 있다. 바로 관음도다. 독도와 죽도 다음으로 큰 울릉도 부속섬이다. 지난 2012년 보행 연도교가 세워져서 걸어서도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관음도는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울릉도와 관음도를 이은 연도교◇여행메모△가는길= 울릉도로 갈 수 있는 항구는 총 4곳이다. 경북 포항의 포항여객터미널, 강원도 동해의 묵호항, 강원도 강릉의 강릉항, 경북 울진의 후포항이다. 포항~울릉간 썬플라워호 편도 5만 7300원, 묵호~울릉간 오션플라워호, 씨플라워호 편도 4만 9000원, 강릉~울릉간 씨스타호 편도 4만 9000원, 후포~울릉간 우리호 왕복 4만 2100원이다.△먹을곳= 울릉도에는 독특한 음식이 많다. 별미인 홍합밥은 보배식당(054-791-2683)이 으뜸이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천부리 만광식당(054-791-6004)은 꽁치 물회로 이름난 식당이다. 꽁치로 회를 떠서 물회로 내는데도 비린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도동의 우성회식당(054-791-3127)은 음식 솜씨가 돋보이는 맛집이다. 모둠회부터 오징어내장탕, 따개비밥 등 여러 메뉴를 내놓는다.△여행팁= 여행박사는 ‘비행기 타고 가는 울릉도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김포에서 대구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버스로 포항여객선터미널로 넘어가 배를 타고 울릉도에 입도하는 일정이다. 5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왕복 항공권, 항구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육로관광, 숙소 2박, 식사 4식 등을 포함해 34만1000원부터다.보배식당 홍합밥울릉도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약소한우’
2018.06.15 I 강경록 기자
 숲과 호수를 끼고 차분히 봄을 느끼다
  • [여행] 숲과 호수를 끼고 차분히 봄을 느끼다
  • 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엔 천천히 호수를 보며 걷기 좋은 땅뫼산 황토숲길이 있다. 보들보들한 황톳길에서는 오롯이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걸을 수 있다.[부산/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여럿이다. 도심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스물네 개의 갈맷길이 두루 포진해 있고, 그 사이로 제각각 이름을 가진 둘레길들이 촘촘하게 얽혀있다. 그중에서 회동 수원지길은 다양한 자연 테마가 있는, 숲과 호수를 끼고 걷는 차분한 길이다. 상현마을에서부터 오륜동, 회동댐까지 이어지는 6.8km 구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유가 있다. 회동 수원지는 식수가 부족했던 시절, 수영강의 흐름을 막아 1942년 조성했다. 이후 1964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것.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니 자연이 훼손당할 일은 당연히 없었다. 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엔 천천히 호수를 보며 걷기 좋은 땅뫼산 황토숲길이 있다. 보들보들한 황톳길에서는 오롯이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걸을 수 있다.그로부터 45년이 지나서야 회동 수원지는 사람을 마주갈 운명과 맞딱뜨린다. 2010년, 금정구는 자연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45km의 ‘웰빙그린웨이’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금정산길, 범어사길, 실로보드, 온천천길, 윤산길, 수영강길에 이어 수영강상류길과 회동 수원지길을 가장 마지막에 합류하면서 완성됐다. 굳게 잠겼던 문이 열리자 소문은 금세 퍼졌다. 회동 수원지길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사람의 손에 의해 잘 다독여졌다. 전망 좋은 곳에는 전망대가 세워졌고, 편편한 데크길, 부드러운 황토를 곱게 깔아 놓은 황토길 등 누구라도 쉽게 찬책할 수 있는 길을 조성했다. 수원지를 따라 바람에 우아하게 흩날리는 갈대며 부들이 운치를 더하고, 호수 건너에는 아홉산이 병풍처럼 길을 감싸고 있는 풍광이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선비들이 사색을 즈렸다는 이야기가 많다.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엔 천천히 호수를 보며 걷기 좋은 땅뫼산 황토숲길에서는 편백숲이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다.회동 수원지는 금정구와 해운대구, 동래구 일대 약 20만 세대에 식수를 공급한다. 최대 저수량은 1850톤. 하루 생산하는 식수량만 1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길을 개방하면서부터 회동 수원지는 남모를 속을 앓고 있다. 방문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가 늘면서 식수 공급의 기능은 갈수록 떨어져서다.6.8km의 회동 수원지길을 완주하려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회동 수원지길 안에도 각 구간별로 예쁜 이름이 붙은 길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륜동에 있는 편백나무숲길, 땅뫼산 황토길, 자연학습 관찰로가 인기 구간이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자연학습 관철로는 길목마다 자연스레 뿌리내린 식물에 대한 명칭과 설명이 담긴 표지판을 설치해 아이들 야외수업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땅뫼산 황토길은 질 좋은 황토를 공수해 조성한 길이다.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은 비탈길인 탓에 비에 쓸려 내려가기 쉬운 반ㅁ녀, 땅뫼산 황톳길은 이를 고려해 평지로 조성한 길이다. 약 1km 가량 이어진다. 황톳길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도 있어, 잠시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해보자.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가볍게 발을 지압하면서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정화시켜 주는 기분이 절로 든다. 이어지는 편백 나무 숲길에서는 피톤치드를 한 숨 가득 깊게 들이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2018.04.08 I 강경록 기자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대숲을 거닐다
  • [여행]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대숲을 거닐다
  • 아홉산 숲의 탐방로 가운데 맹족죽 숲이 그야말로 수를 놓은 제일의 명소 ‘굿터’(제1 맹종죽 숲). 약 1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족죽을 처음 심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마을의 굿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가 탄생했다.[부산 기장=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두컴컴하다. 대나무 숲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바람이 분다. 저마다 이야기를 주고받듯 댓잎이 바스락거린다. 울창한 대숲을 할퀴며 부는 바람도 깨끗하다.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대숲을 자분자분 걷기만 해도 가슴 저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시름이 삽시간에 씻겨 내리는 듯하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 자리한 아홉산 숲. 문씨 일가가 400여 년에 걸쳐 길러낸 숲이다. 여기에는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다. 다만 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 풀과 나무의 향기, 새들의 소리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긴 세월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이 있다. 시간이 정성으로 쌓여 숲이 되었다. 대숲에는 봄바람이 가득하다. 바람 불어올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 낸다.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푹신한 흙을 밟고, 촉촉하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어본다.아홉산 숲 평지대밭◇수백 년의 세월이 기른 ‘아홉산 숲’부산의 청정지역 기장군 철마면. 그곳에는 4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품숲이 있다. 철마면에서 정관읍으로 향하는 옛 도로변(웅천리 480번지)에 야트막하게 위치한 아홉산 자락 아래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아홉산 숲’이다. 금강송, 참나무, 편백, 대나무가 뒤덮고 있는 이 숲의 규모는 자그마치 52만㎡(15만7000여 평). 숲에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울창하다.아홉산 숲 평지대밭잠시 숲이 가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살던 남평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일가는 이곳에 대숲과 금강송·편백숲·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지금껏 3~4차례 큰 위기도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였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집안의 쇠젓가락까지 공출해 가고, 그도 떨어지자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일본 순사들은 아홉산 숲 뒷산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이때 일가 어른이 일종의 ‘쇼’를 했다.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킨 것이었다. 놋그릇을 뺏긴 어른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느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고, 순사들은 놋그릇만 갖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을 목숨처럼 가꾸고, 관리했다. 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은 ‘테마가 있는 임도’를 내걸고 홍보를 시작했고, 행락객들이 몰려들었다.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한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주위에 둘레 2.5km의 철조망을 세웠다. 비용만 1억 5천만 원이 들었다.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지난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생태치유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 것도 이때였다. 일반에 공개한 지 3년. 다시 아홉산 숲은 고민에 빠졌다. 관람객이 늘면서 숲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문씨 일가는 다시 관람객을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그보다 관람객 스스로가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아홉산 숲 매표안내소 앞 구갑죽 마당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구갑죽과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빽빽하게 늘어선 대숲을 걷다탐방로의 시작은 아홉산 숲 매표소부터다. 매표소 앞 계단을 오르면 구갑죽(龜甲竹)마당와 관미헌(觀薇軒)이다. 구갑죽은 나무껍질 문양이 거북 등처럼 생긴 대나무를 일컫는다. 1950년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여온 뿌리를 이식한 것이 작은 정원을 이룰 만큼 번졌다. 1990년대 중국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전만 해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홉산 숲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대나무였다. 구갑죽은 맹종죽과는 아주 다르다. 맹종죽이 길고 날씬하다면, 구갑죽은 짧고 굵다. 맹종죽은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한다면, 구갑죽은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봐야 한다. 스스로 겸손해지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나무다. 구갑죽 정원 뒤편이 문씨 일가 종택 관미헌이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라는 뜻으로, 문씨 일가의 자연철학을 담았다. 60여 년 전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아홉산의 나무로만 지은 한옥이다. 지금도 산주 일가와 직원들의 생활공간으로 쓰인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바람의 길에는 개잎갈나무와 앵종죽이 양쪽에 마주보고 있다. 아홉산 숲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어서 바람의 길로 불린다.관미헌을 나와 본격 숲 탐방에 나선다. 관미헌 왼편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엄청난 규모의 대숲이 펼쳐진다. 대나무 중에서도 가장 굵은 맹종죽 숲, ‘굿터’다. 100여 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을 처음 심은 곳이다. 오랜 세월 마을 굿터의 역할을 했다고 해 지금도 굿터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의 명장면이 여기서 탄생했다.굿터를 나오면 아홉산 숲의 또 다른 자랑인 ‘금강소나무 숲’이다. 수령 약 400년의 금강송 군락이다. 아홉산 숲에는 무려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금강소나무 숲에서 조금 더 오르면 바람의 길이다. 깻잎 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다. 아홉산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다. 두 손으로 움켜쥐기 벅찰 정도로 굵은 대나무가 끝없이 이어진다. 연둣빛부터 시퍼런 초록빛까지 제각각의 색을 띤 대나무가 마치 하늘을 막으려는 듯 빼곡히 늘어서 있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진달래 군락이 있는 꽃밭등을 거닐고 있는 방문객바람의 길 끝에 영화 대화 촬영 때 지은 서낭당이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숲으로, 오른쪽 길은 평지대밭으로 이어진다. 평지대밭으로 향한다. 짙은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 길을 지나면 다시 울창한 맹종죽 숲인 평지대밭이다. 약 1만 평 규모다. 아홉산 숲에서 가장 큰 맹종죽 숲이다.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남은 밥을 걷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2016년 방영한 ‘달의 연인 보보경심’을 촬영한 곳이다. 바닥에서 솟구친 초록이 하늘까지 뒤덮어 볕이 들지 않는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코와 잎, 그리고 허파까지 모든 게 자동문처럼 열린다. 형언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대나무향이 온몸에 배도록 날갯짓을 할 정도다. 평지대숲을 한 바퀴 돌면 길은 다시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숲속 산책이 짧게만 느껴진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참나무 군락◇여행메모△가는 길= 부산 시내에서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타고 가다 기장 철마나들목에서 나와 곰내길을 따라가면 아홉산 숲이다. 대중교통으로는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역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2~3번 기장군 마을버스를 타고 미동마을에서 하차하면 된다.△잠잘 곳= 부산에서 숙소 선택권이 가장 넓은 곳은 해운대다. 해운대에서 가장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이라면 단연 파라다이스 부산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최적의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 있어 객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먹을 곳= 기장 철마를 대표하는 음식은 ‘철마한우’다. 한우가 부담스럽다면 부산 동구 초량동 ‘원조불백’도 좋은 선택이다. 1986년 고(故) 권소선 씨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불고기백반을 볶아 만들어 오던 곳으로, 지금은 권 할머니의 손녀딸인 오재영 씨가 전통방식 그대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 인근에 자리한 ‘달해’는 최근 부산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곳에서 꼭 맛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10년산 자연산 바위굴이다. 담백함은 물론, 입안 가득 풍미가 넘친다.부산 해운대구에서 최근 입소문이 자자한 달해의 ‘바위굴’
2018.04.06 I 강경록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신문]‘메자닌’에 몰리는 강남부자들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다음은 6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부동산도 주식도 불안하다…‘메자닌’에 몰리는 강남부자들-벼랑끝 해운 살리기…8조 투입해 배 200척 만든다-‘3.9조 일자리 추경’ 청년·고용위기지역에 푼다-“딱! 소주3잔”…불어보니 면허취소 만취 단속기준 강화 법안은 해 넘겨 서랍 속에 -[사설]엘리엇의 현대차 공격 손놓고 볼 텐가-[사설]대학사회의 연구 윤리가 무너지고 있다△줌인&-[줌인]배 한 척으로 시작…바다 사나이들의 의리가 ‘참치 왕국’ 일궈-관세 폭탄 주고받은 미·중…칼날 숨긴 채 협상모드 급전환-음주운전 매년 20만건 이상 적발△해운재건 5개년 계획-‘해운 체질 개선’ 팔 걷어붙인 정부…선사들 자발적 구조조정과 시너지 기대-“해운업 살리기 강한 의지 환영”-한국 선사 신뢰도 바닥…국내 화주들도 등 돌려 △강남 부자들이 움직인다 -금리 상승, 양도세 중과 피해…비상장株·PDF 새 투자처 찾기 잰걸음-가치 떨어진 달러, 금리 따라 반등 기대할만 -“공격적 투자는 자제, 출구전략 먼저 세워라”△정부 ‘일자리 추경’ 3조9000억원-노동시장 구조개혁 근본 처방 없이…고질병 청년실업에 ‘땜질 추경’-고용위기 지역에 1조…대체산업 유치 없인 언 발 오줌누기-野4당 반대하지만…“호남 위해서라면 해볼만” 평화와 정의가 캐스팅보트 △음주운전에 관대한 한국-작년 음주운전으로 439명 목숨 잃어…“실수 아닌 범죄란 인식부터 가져야”-경찰청장도 음주운전…모범 보이기는커녕 한술 더 뜨는 고위공직자들-‘1년 정도 쉬다 나오지 뭐’…음주운전 가볍게 생각하는 연예인들 △박근혜 오늘 1심 선고-朴 “법치 이름으로 한 정치보복”…재판 보이콧 차원서 항소 포기할 수도 -국민 사과 대신…모르쇠·책임회피로 일관한 朴△정치-보수 재편 주도권 다툼 본격화 한국당 PK, 바른미래 서울 ‘사활’-최대난제 비핵화…돌다리 두드리는 靑-日 언론 “北 비핵화땐 美단계적 보상 검토”-‘방송법 개정안’ 암초…4월 임시국회 개점 휴업△경제-재정개혁특위 9일 출범…‘똘똘한 1채’ 해법 찾나-“노사 갈등 지속 땐 파국” STX 조선·한국GM 압박-“한은, 상반기 기준금리 올리기 어려울 것”△금융-美뉴욕라이프·푸르덴셜도 가세 ING 생명 새 주인 찾기 점입가경 -김기식 “하나銀 남녀차별 채용 충격…반드시 개선”-카드사 수익 악화에…여신協 노사 10년 만에 임금동결-금감원 ‘육류담보대출 사기’ 동양생명에 중징계△산업&기업-삼성·SK 합쳐 점유율 52%…韓낸드플래시 독주-한국GM 사장 “오늘 성과급 못 준다”-삼성重 “LNG선 2척 추가요”-인수된 지 한 달 만에…대우전자 구조조정 돌입-수소차 보조금 추경 무산…넥쏘 계약자 발 동동 △산업-클라우드업계, 게임사 공략 잰걸음…아마존 아성 깬다-KAIST “킬러로봇 개발 안해” 해명에도…국방AI 센터 타깃-“北해커, 방어기술 우회하는 지능형 공격 강화”-SK브로드밴드, 바다밑 1만500km ‘인터넷 고속도로’ 구축 참여△소비자생활-현대百그룹 순환출자 고리 끊었다…정지선·교선 형제 지배력 강화-한약 냄새 풍기는 골목에 아이들 우르르…활기 찾은 경동시장-집을 안식처로…‘케렌시아’ 열풍에 향초·디퓨저 인기△중소기업·벤처-옷 말려주고 공기 청정까지…‘가성비 甲’ 의류가전 납시오-엄마·아빠 손 잡고 3D 프린터·VR 체험-“온라인 판매·원산지표시로 이케아 공습에도 살아남았죠”-한샘 신입사원, 상암동 노을공원서 나무심기 활동△증권&마켓-고객 한 명 100억원 들고 오기도…오전에 이미 완판 “남은 펀드 없나” 문의도 -中폐기물 규제에 처리 업체만 好好-운용사별 펀드 차별화 전략△증권-“3년내 매출 5배 끌어올려 한국내 저평가 해소할 것”-매각이냐 유상증자냐…갈길 잃은 MG손보-SKC코오롱PI, 휘는 디스플레이 시장 대비 신규공장 증설-1조원대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전, 다음주께 윤곽△여행-초.록.샤.워.…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숲-아이디어 참신하네…톡톡 튀는 ‘관광中企’ 투자해볼까△스포츠-삼진 잡고 홈런 치는…‘베이브’ 오타니-정재은 “우승하고 싶어요…아니 꼭 해낼게요”-마스터스, 비명 지르려면 1000만원 잃을 각오해야-‘배구여제’ 김연경, 8일 국내 코트 누빈다-‘추추 트레인’ 출발-오승환, 1이닝 무실점△사람&나눔-사실 말했는데 ‘명예훼손죄’라니…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 나서겠나-“스마트시티 시대, 사이버보안 범위 넓혀야”-삼성전자 미래기술 연구과제 선정 치매·난치암 등에 501억원 지원-“일자리 문제, 창의적으로 해결” 대한상의·일자리委, 한 목소리-‘MB사위’ 이상주 전무 삼성전자 준법지원인 사임△오피니언-[남궁 덕 칼럼]이완근 회장이 테슬라 타는 까닭-[목멱칼럼]AI 신약개발 성공 조건-[기자수첩]엘리엇의 딴지, 투명경영 강화 계기 삼아야 △부동산-큰 장 서는 2분기 분양시장…‘로또 아파트’ 잡을 적기-서울지역 과밀업종 1위는 ‘부동산’-인천 센트럴파크역 연결 ‘선시공 후분양’ 상가 분양-앱에 나온 그 집, 가보면 없더라…허위매물 신고 최대△사회-휠체어 길 터주자고…장애인 운영 지하철 매점 철거하자는 서울교통公-“술 취한 척, 가슴 만지려고 해” 고려대 교수도 女제자 性추행-최악 취업난에 청년들 “결혼 안해요”-전국초등학교에 공기 정화기 설치한다
2018.04.05 I 김윤지 기자
 백련사 붉은 융단, 다산도 춘심에 물들다
  • [여행] 백련사 붉은 융단, 다산도 춘심에 물들다
  • 백련사 사적비에서 서쪽에 자리한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펼쳐진 동백 숲에는 지금쯤 붉은 동백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전남 강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숲 그늘이 붉다. 깊고 넓은 푸른 숲속에 선홍빛 꽃이 노을처럼 깔렸다. 멀리서 보면 초록빛 숲 그늘에 깔린 붉은 융단 같고, 가까이서 보면 화려한 왕관 같다. 동백 이야기다. 그 붉은 꽃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어 전남 강진으로 향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시간이 빚어낸 그윽한 정취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유배의 땅이자, 진각국사의 혼이 어린 월남사지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와 탄성을 자아내는 무위사를 차치하고라도 고려청자의 혼이 서린 청자도요지이다. 여기에 조선을 해외에 최초로 알린 하멜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이 뿐이랴. 멋과 운치를 완상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만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 해풍을 벗 삼은 드넓은 ‘차밭’에 이르기까지 강진에서는 숨 쉴 겨를이 없을 정도다. 수백 수천년의 시간아 켜켜이 쌓인 곳이 바로 강진이다. 백련사 입구 동백숲 길 양쪽으로 동백꽃이 카펫처럼 깔려 있다◇비장하면서도 처연한 백련사의 ‘동백’첫 방문지는 백련사다.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에 자리하고 있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이 있는 귤동마을 약 1.2km 못 미쳐서 길 오른쪽 백련사 표지판과 함께 외딴길 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련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동백나무 숲이 이어지는 데 이 숲을 따라가면 백련사에 이른다.백련사는 통일신라시대 고찰이다. 과거 만덕사로 불렸다. 신라 문성왕 1년(839년)에 무염선사가 창건했다. 무염선사는 선종 구산선문 가운데 충남 보령의 성주산문을 새로 세운 스님이다. 이후 절이 없어지고 터만 남았는데, 고려 후기 무신정권 시절에 요세(1163~1245)가 창건했다. 백련사는 국사를 많이 배출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오세를 시작으로 고려시대 120년간 총 8명의 국사를 배출했다. 조선시대에도 8명의 큰 스님을 배출하는 등 명성을 이어갔다. 지금도 당시의 위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찰 맨 앞으로는 만경루가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대웅보전과 명부전, 칠성각, 응진당이 나란히 남향으로 앉았다.백련사 대웅보전백련사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대웅보전이다. 전남 유형문화재 제136호인 대웅전은 조선 영조 때 화재를 입은 후 다시 세워진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다포집으로, 기둥이 지붕 무게를 감당하기 겨운 듯 네 귀퉁이에 활주(活柱)를 받쳐 놓았다. 사실 이 대웅전은 건물보다 현판 글씨 구경이 앞선다. ‘대웅’‘보전’이라고 두 쪽으로 나뉘어 걸려 있는 현판이다. 동국진체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의 글씨로 무게감이 남다르다.또 하나는 백련사 사적비다. 보물 제1396호다. 명부전을 지나 북서쪽 빈터에 자리하고 있다. 사적비에는 숙종 7년(1681)에 당시의 홍문관 수찬이었던 조종저가 지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사실 비석의 비문보다 아래위 돌거북과 머릿돌이 더 가치가 있다. 비석은 조선 숙종 때 것이지만, 아래 돌거북과 머릿돌은 고려시대 것이다. ‘만덕사지’에 따르면 원래 이곳에는 고려의 문필가 최자가 비문을 지은 원묘국사 부도비가 있었다. 그 비신이 언젠가 훼멸 되었고, 이후 돌거북과 머릿돌만 남았다가 다시 이렇게 사용한 것이다. 고려 돌거북은 점잖게 수염을 늘어뜨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아래윗니를 맞물고 있다. 여의주를 물고 있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백련사 서쪽 너머의 동백숲에는 단정한 부도 4기가 자리하고 있다백련사는 동백숲으로도 유명하다. 절을 에워싸듯 1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모두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앞의 숲도 대단하지만, 백련사 사적비에서 더 서쪽으로 가서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펼쳐지는 동백 숲이 진짜다. 이곳의 동백나무들은 해묵어서 둥치가 기둥만큼이나 굵다. 잎이 짙어 침침한 숲속 여기저기에는 단정한 부도 네기가 흩어져 있다. 3월 말을 전후로 꽃필 철이면 이 동백숲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백꽃이 한꺼번에 피어오르고, 떨어져 황홀할 정도다. 울창한 숲속 평지에 붉은 융단처럼 깔린 동백은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다.백운동 별서정원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들이 붉은 융단처럼 떨어져 있다◇월출산이 아래 숨겨진 비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월출산이 숨겨둔 비밀의 정원이다. 담양 소쇄원과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원림으로 불리는 백운동 별서정원이 그 주인공이다.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 백운계곡에 자리잡고 있백운동 별서정원 앞 정자로 오르는 계단에도 동백꽃이 붉은 카펫처럼 깔려 있다다. 강진읍에서 무위사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면 닿는다. 한적한 안운 마을을 지나 백운동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작은 동산이 눈앞에 있다. 입구에서 동백과 돌담을 지나는 작은 소로를 지나다 보면 밀림 같은 숲이다. 계곡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계류를 이루고 지나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단풍나무, 비자나무, 팽나무 등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어 낮에도 어둑하다. 밀림 같은 계곡 입구를 막 지나다 보면 ‘백운동’이라 쓰여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비밀의 정원의 입구다. 정원 주위에는 이미 봄 기운이 가득하다. 정원 주위에는 붉은 꽃을 떨구고 있는 아름드리 동백숲이 어둑하고, 담 밖으로는 물길을 끌어들여 만든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다. 이 계곡을 따라 동백나무와 대나무, 비자나무 등 상록수림의 원시림처럼 숲이 빼곡하다. 이 깊은 숲에 백운동 별서정원이 숨어 있다.좁은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붉은 꽃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얽혀 세월을 가늠키 어려운 나무와 계곡, 처서가 나온다. 집 안에는 계곡의 물이 흘러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유상구곡이 있다. 백운동 별서정원 좁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동백이 정원의 주인은 조선 중기의 처사 이담로(1672~?)다. 그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은거하며 짓고 가꿨다. 월출산의 암봉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아홉 굽이 물길을 만들었다. 기기묘묘한 바위는 그대로 두고,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를 심었다. 이 정원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다산은 이담로가 정원을 만든 지 100년쯤 지난 뒤에 유배 중에 다녀갔다. 다산은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 등반을 바치고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산의 막내 제자가 정원의 주인 이담로의 6대손이란 인연 덕이었다. 당시 다산은 백운동 정원의 아름다움에 단번에 매료됐다. 이에 다산은 정원 주변의 빼어난 풍경 12곳을 정해 ‘백운동 12경(景)’을 정하고,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친필 시를 한데 묶어 ‘백운첩’으로 남겼다.이후 이 정원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며 방치되었다. 허물어진 담과 쓰러져가는 농가는 그곳이 정원이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게 했다. 그러던 것이 정원 발굴과 복원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산이 남기고 간 백운첩을 근거로 재현했다. 아쉽게도 과거의 모습을 완벽하게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당시 12경의 한 자락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지금 백운동 별서정원에는 다산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바로 동백이다. 여기 백운동 정원의 동백은 다른 곳의 동백과는 좀 다르다. 꽃잎이 두껍고, 꽃이 크다. 색감도 훨씬 짙다. 계곡 사이로 동백이 흐른다. 마치 꽃배를 띄운듯하다. 좁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동백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때로는 물에 젖은 모습이 더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이다.강진다원에서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내려가는 길◇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동림IC를 조금 못 가서 나주로 나가는 길로 빠진다. 이후 나주-영암-강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고속철도(KTX)를 탄다면 나주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먹을곳= 강진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강진한정식과 회춘탕, 그리고 탐진강을 오르내리며 살을 찌운 짱뚱어 등 지역민들보다 외지인들에게 더 이름값을 자랑한다. 강진한정식은 강진군도서관 인근에 전문점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강’과 00이다. 중앙로의 ‘하나로식당’은 회춘탕 원조식당이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낸다. 강진만의 갯벌을 누비는 짱뚱어로 만든 짱뚱어탕은 ‘동해회관’과 ‘000’이 유명하다.△잠잘곳= 강진의 푸소(FU-SO) 체험 운영농가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뜻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훈훈한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120곳의 푸소 체험 운영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1인당 5만원(1박 2일 기준)이다.한상 가득 차려지는 강진한정식회춘탕
2018.03.30 I 강경록 기자
 바람과 시간이 빚은 푸른 땅
  • [지질여행①] 바람과 시간이 빚은 푸른 땅
  • 장엄한 주왕산 용추협곡위풍당당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는 주왕산 기암단애신비한 하얀색의 돌들이 장관을 이루는 백석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4월, 청송(靑松)은 푸르다 못해 눈부시다. 천혜의 자연 속에 원시의 비경이 있는 주왕산과 주산지, 신성계곡 등으로 청송은 가족 여행에 최적화된 땅이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서 청송은 지질 관광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장엄한 협곡과 암석의 역동적인 등장에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청송 지질 탐험은 감동의 파노라마다. 청송의 대표적인 지질공원인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시작한다. 대전사 앞에서 바라보는 주왕산의 첫인상은 우뚝 솟은 기암 단애다.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아홉 번 넘게 폭발했는데,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며 굳은 용결 응회암이 기암 단애를 형성했다. 하늘로 향한 손 모양 기암 단애는 관광객에게 환영하는 인사처럼 반갑다.국립공원은 지형에 따라 정기적으로 위험도 점검을 위해 균열측정기를 설치해놓는다◇감동의 파노라마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청송군 전역(845.71㎢)이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라고 할 만큼 드넓은 지질탐방로는 크게 세 코스로 나뉜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4.5km),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12.4km),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5.5km)다. 지질공원 해설사와 함께하면 교과서보다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설명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청송 지질 탐방을 계획할 때는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해설사 예약이 필수다.백학과 청학이 살아 청학동으로 불렸다는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가장 압도적인 절경을 보여준다. 백학과 청학이 평화롭게 살던 학소대는 포수에게 백학이 잡힌 뒤에도 청학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았다는 애잔한 사연이 있다. 떡을 찌는 시루처럼 보이는 시루봉은 각도에 따라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옛이야기를 듣다 보면 슬렁슬렁 느려지는 걸음에 몸도 마음도 한 템포 쉬어 간다. 백학과 청학이 살아 청학동으로 불렸다는 용추협곡의 아찔한 풍경용추협곡은 자하성에서 용추폭포까지 주방천을 따라 이어지는 약 1km 계곡이다. 가파른 기암괴석과 단애가 발달하여 화려한 산세를 자랑하며, 연화봉과 병풍바위,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신선대, 촛대봉, 관음봉, 시루봉 등 수직 절벽이 아찔한 비경을 보여준다. 학소대 앞 학소교부터 용추폭포까지 100여 m는 데크가 설치되어 유모차를 밀고도 갈 수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방호정을 만난다. 조선 중기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는 정자다. 약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퇴적암 위로 길안천이 흐르고, 수평으로 쌓인 퇴적암은 지층이 융기하며 기울어졌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소나무 숲과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다. 계곡 하류 지역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소나무 숲, 맑은 물과 자갈밭, 야영장이 있어 가족 휴양지로 사랑받는다.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1억 년 전 백악기를 누빈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단일 지층면에서 발견된 국내 최대 규모다. 백악기 퇴적암에 새겨진 초식 공룡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 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을 찾다 보면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질주하던 공룡들이 떠오른다. 지질탐방로를 걷다 만나는 화석 발굴 체험장도 인기 만점이다. 공룡 알 모형 속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고, 흙에 묻힌 공룡 화석 발굴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장에서 공룡 모형과 공룡 발자국 모양을 비교한 뒤 400여 개 공룡 발자국을 찾으면 신기하게 더 잘 보인다.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의 절경 중 하나인 만안자암 단애는 길안천을 따라 붉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1억 2000만 년 전 백악기 퇴적암으로, 오랜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아름다운 절벽이 되었다. 길안천 맑은 냇물에서 다슬기를 잡고 울창한 숲에서 생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란 뜻이 있는 백석탄(白石灘)은 신비한 하얀색 돌이 모여 장관이다. 백석탄에 생긴 포트홀(돌개구멍)은 계곡의 흐름에 따라 오랫동안 풍화·침식되어 암반에 생긴 작은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다. 백석탄 하부에서 이암편, 사층리, 생흔 화석 등 수많은 퇴적 구조가 발견되는 자연 학습장을 만난다.마그마가 가장 느리게 냉각될때 생기는 목단꽃무늬의 꽃돌◇돌꽃·객주문학관·달기약수탕 등 청송의 볼거리청송꽃돌이라 불리는 구과상 유문암은 5000만 년 전 지층의 약한 부분을 뚫고 유문암질마그마가 들어가 생성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지질자원이다. 구과상 조직의 형태에 따라 민들레, 국화, 해바라기, 장미, 모란 등 신비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이 나타난다. 꽃돌과 수석 900여 점을 전시하는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은 주왕산관광단지에 있다. 객주문학관은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만나는 곳이다. 《객주》는 1878~1885년 조선 팔도를 누빈 보부상의 삶과 활약상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객주문학관에서 작가의 집필 배경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국 오일장을 떠돌며 쓴 원고 일부와 취재 카메라도 전시된다. 대학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은 육필 원고를 보면 작가의 열정과 노고에 경외감이 든다. 청송읍 부곡리에는 사계절 탄산수가 샘솟는 달기약수탕이 있다. 지질 명소로 지정된 달기약수탕은 130여 년을 이어온 원탕 약수의 성분이 우수하고 맛이 진하다. 달기약수탕 주변에는 달기약수로 토종닭백숙을 내는 식당이 늘어섰다. 진보면 ‘신촌약수탕’의 달기백숙이 유명하다. 산삼 배양근을 푸짐하게 올린 ‘신촌명궁약수가든’의 누룽지백숙과 닭불고기, 닭날개구이 세트는 온 가족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청송 지질 여행은 트레킹 코스부터 숙소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추천할 만한 숙소도 퇴적암층을 볼 수 있는 지질 명소 청송자연휴양림, 한옥의 정취가 그윽한 송소고택과 청송민예촌, 지질탐방로를 걷고 뜨거운 온천수에 여독을 푸는 주왕산온천관광호텔과 새롭게 문을 연 대명리조트 청송 등 다양하다. 주왕산온천관광호텔에 있는 청송솔기온천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하 700m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온천수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경북 민속자료 제63호인 송소고택◇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주산지→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신촌약수탕 ▷1박 2일 여행 코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주산지→신촌약수탕→청송솔기온천→숙박→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달기약수탕→객주문학관 △가는길=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청송 IC→주왕산로→주왕산국립공원△주변 볼거리= 송소고택, 청송백자전시관, 군립청송야송미술관, 태행산꽃돌생태탐방로
2018.03.25 I 강경록 기자
 대전 하루 여행 완벽 코스, 나만 따라와~
  • [지하철여행②] 대전 하루 여행 완벽 코스, 나만 따라와~
  • 대전지하철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대전역 전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전 하루 여행 계획에 대전도시철도 노선도를 손에 쥐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전·충청 지역의 유일한 지하철인 대전도시철도는 1호선 판암역에서 반석역까지 총 20.5km, 22개 역이 대전 도심을 가로지른다. 2006년 개통한 이래 누적 이용객 약 4억 명으로, 일평균 11만 명의 발이 되었다(2017년 12월 기준).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대전도시철도공사는 2011년부터 이용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개찰구에 들어갈 때 뻐꾸기 소리가, 나올 때 휘파람새 소리가 난다. 까치 소리가 나면 우대권이나 무임승차 이용자다. 6.25전쟁 때 전국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목척교. 지금은 나무줄기 세포를 형상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이제 대전 여행을 떠나보자. 첫 여행지는 대전역에서 14개 역 이동 후 만나는 현충원역이다. 3·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언덕배기 마을이 보인다. 조용하고 볕이 잘 드는 벽화거리 새마을동네다. 골목 담장마다 테마가 있는데, 지역의 역사와 생활사를 타일로 제작한 ‘이야기가 있는 거리’, 도자기 점토를 활용한 ‘영원의 꽃길’ 등 느긋이 산책하기 좋다. 이어지는 코스는 유성온천역. 7번 출구 충남대학교 방면으로 나와 유성온천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00m 이동하면 뜨거운 김이 나는 족욕체험장이 있다. 빛의광장에서 한방족욕카페까지 온천로를 따라 이어진 길이 유성온천테마거리다.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치거나 비 오는 날 등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붐비는 곳이 족욕체험장이다. 대전의 명소, 유성온천 족욕체험장발을 담가보면 ‘무료 시설이니 그저 그렇겠지’라는 편견이 단번에 사라진다.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니, 하루 종일 도심을 누빈 여행자가 마지막 일정으로 아껴둬도 괜찮다. 이곳은 대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방 같다. 누가 바지를 걷어붙이고 족욕체험장으로 다가오면 모두 엉덩이를 한 뼘씩 옮긴다. 41℃ 온천의 열기 못지않은 이야기꽃이 핀다. 발 닦을 작은 수건 하나 챙기자. 족욕체험장은 ‘세종-유성 바램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다음 코스 정부청사역은 대전문화예술단지라 불린다. 대전 사람들은 정부청사역부터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 모인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 한밭수목원을 도보 권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자는 걸을 만한 코스! 정부청사역에서 20여 분 걸으면 드넓은 미술관 앞마당에 이른다.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너른 잔디밭을 공유한다. 고암 이응노 화백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이응노미술관은 프랑스 건축가 로앙 보두앵이 이 화백의 예술 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빛과 자연이 곳곳에 어우러진다. 겨울에도 생명은 한밭수목원 이곳저곳에서 움튼다지척에 있는 한밭수목원은 나무와 숲, 물길이 어우러진 도심 속 산책 공간이다. 전망대에 올라 한밭골을 내려다보며 도심 여행의 쉼표를 경험한다. 대전의 허파 역할을 하는 이곳은 원래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 당시 주차장으로 활용된 부지다. 시 청사와 정부 청사 등 관공서가 밀집한 신도심인 까닭에 모두 눈여겨보는 개발 대상지였지만, 다수 대전 시민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가치를 지켜냈다. 울창한 수목을 기대한 여행자라면 키 작은 나무가 아쉬울 수 있으나, 탄생 배경을 아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고마운 공간이다. 한밭수목원은 동원과 서원, 열대식물원으로 나뉘며, 동원과 열대식물원은 월요일에, 서원은 화요일에 쉰다. 6.25전쟁 때 전국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목척교. 지금은 나무줄기 세포를 형상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대전 여행에서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대전역에서 중구청역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1.1km는 땅 아래위에 볼거리가 많다. 위에는 대전천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교량 가운데서 화려한 목척교와 대전 원도심 번화가가 이어지고, 아래는 옷과 액세서리, 전자 기기 등을 취급하는 상가가 발길을 잡는다. 목척교에서 중앙로역과 중구청역까지 이어진 중앙로지하상가는 A~D구역으로 나뉘며, 34개 출구를 향해 뻗었다. 대전지하철 여행자라면 다음을 기억하자. A-6 으능정이문화의거리, C-7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등록문화재 18호), D-1 성심당, D-3 대전아트센터. 궂은 날엔 중앙로지하상가가 더 빛을 발한다. 신분증을 맡기면 하루 종일 무료로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어 어린아이와 함께 가도 부담이 적다. 지하상가 정기 휴일은 셋째 화요일이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스카이로드대전에서 만남의 장소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으능정이문화의거리를 든다. 대전의 젊음과 문화가 한곳에 모여, 늦은 밤까지 활기차다. 특히 랜드마크가 된 대전스카이로드는 이름처럼 고개를 하늘로 들게 만드는 초대형 LED 영상 시설이다. 길이 214m, 너비 13.3m, 높이 20m 규모로 밤이 되면 생기발랄한 청춘과 함께 반짝반짝 빛난다. 여행에서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대전중앙시장 골목에 위치한 개천식당은 어른 숟가락을 가볍게 덮는 평양식 왕만두가 일품이다. 대전 하면 ‘튀김소보로’라고 할 만큼 성심당의 빵도 인기다. 케이크와 타르트가 맛있는 성심당 케익부띠끄에서 골목으로 20m 내려가면 성심당 본점이 보인다. 대전역에 분점이 있어 성심당 봉투를 든 여행자가 많다. 성심당 대전역점은 기차 내부 같은 테이블과 의자가 인상적이다. 이북식 만두로 유명한 개천식당의 만둣국마지막으로 알아두면 쓸데 있는 대전 여행 팁을 소개한다. 대전역에서 기차 시간이 남는다면 대전역 동문 방향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소제동 벽화거리에 가보자. 소제동 일대는 1920~1930년대 지어진 철도관사촌이 남았고, 대전 지역 기능 9종목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보존을 위한 대전전통나래관이 있어 잠시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소제동 벽화마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현충원역(벽화거리 새마을동네)→유성온천역(족욕체험장)→정부청사역(이응노미술관, 한밭수목원)→중앙로역(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스카이로드, 성심당) △1박 2일 여행 코스= 현충원역(벽화거리 새마을동네)→유성온천역(족욕체험장, 유성온천테마거리)→중앙로역(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스카이로드, 성심당)→목척교→대전중앙시장→(숙박)→ 정부청사역(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한밭수목원, 국립중앙과학관)→중구청역(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대전역(소제동 벽화거리, 대전전통나래관)△가는길=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동부네거리에서 금산·옥천 방면 좌회전→가양네거리에서 대전역 방면 우회전→정동지하차도 진입, 삼가로 따라 373m 이동→대전역 방면 좌회전→대전역△주변 볼거리= 구대전형무소망루, 국립중앙과학관, 우암사적공원, 대전 회덕 동춘당, 뿌리공원, 장태산자연휴양림, 계족산 황톳길, 대전 오월드 성심당의 대표 빵인 튀김소보로
2018.02.25 I 강경록 기자
② 눈과 꽃의 향연 '눈꽃 트레킹' vs '빙벽 등반'
  • [겨울100배즐기기]② 눈과 꽃의 향연 '눈꽃 트레킹' vs '빙벽 등반'
  • 강원도 추천 구곡폭포 빙벽등반(사진=춘천시청)[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 강원도는 눈과 얼음의 향연장이다. 정중동의 체험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동계올림픽의 주 무대 평창에서는 고요한 선재길 눈꽃 트레킹이 눈부시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슬아슬한 빙벽 등반으로 짜릿함을 더한다. 선재길 트레킹◇설국으로 변한 치유의 숲을 걷다 오대산 선재길은 사색과 치유의 숲길이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에는 눈꽃 트레킹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계곡 따라 이어지는 선재길은 흙, 돌, 나무, 물을 밟으며 걷는 길이다. 겨울이면 눈이 고요함을 더한다. 상원사를 잇는 도로가 생기기 전, 선재길은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는 길이었다. 오대산 화전민이 나무를 베어다 팔던 삶과 애환의 길이기도 했다. 가을에 붉은 단풍이 수려한 계곡은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신한다. 선재길은 약 9km로 겨울에는 세 시간 남짓 부지런히 걸어야 닿는다. 오르는 길이 잘 닦였고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여유롭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 ‘선재’는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의 이름으로,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젊은 구도자가 걸은 길의 의미가 담겼다.월정사 경내 풍경선재길 눈꽃 트레킹의 출발점은 월정사다. 오대산에 눈이 쌓이면 천년 고찰 월정사의 문을 두드린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은 초록과 흰색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에는 최고 수령 300년 된 전나무 1700여 그루가 계곡과 나란히 길목을 채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뒤 연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3년 창건된 월정사는 팔각구층석탑(국보 48-1호)과 전통찻집에서 내는 차 한잔의 여유까지 곁들여져 겨울 향이 따사롭다.월정사를 나서며 본격적인 선재길 산행이 시작된다. 지장암, 지장폭포, 회사거리 등은 월정사 권역에서 만나는 볼거리다. 회사거리는 일제강점기에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는 회사(제재소)가 있던 터로, 화전민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선재길은 섶다리, 오대산장(야영장), 동피골,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선재길 따라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있다. 새소리와 얼음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동행이 된다. 선재길 섶다리세 시간 남짓한 트레킹은 상원사를 만나 마무리된다. 월정사의 말사로 문수보살을 모신 상원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이곳에서 오대산 정상 비로봉까지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고, 초입의 찻집에 앉아 지나온 길을 더듬으며 사색에 잠겨도 좋다. 선재길 겨울 산행 때는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상원사에서 진부로 가는 막차는 오후 5시 20분. 4시가 지나면 상원사가 어둑해지는 점을 감안해 출발 시각을 조절한다. 오대산 초입에 산채정식 등을 내놓는 식당가가 새롭게 조성됐다. 허기를 채우고 내려서면 오대산 산행의 나들목인 진부다. 진부전통시장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한 유서 깊은 곳으로, 끝자리 3·8일에 오일장이 선다. 오대산에서 나는 약초, 할머니들이 내놓는 청국장, 주문진에서 넘어온 수산물이 모여 구수한 풍경을 연출한다. 오대천 둔치에서는 2018년 2월 25일까지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얼음낚시, 스노래프팅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구곡폭포 산책로◇얼음 왕국으로 변한 ‘구곡폭포’춘천 구곡폭포는 아찔한 빙벽으로 겨울 손님을 맞는다.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는 겨울에 얼음 왕국으로 변신한다. 높이 약 50m 빙폭이 대형 고드름과 어우러지며 얼음 세상을 만든다. 구곡폭포 고드름얼음이 꽁꽁 얼면 빙벽 전문 산악회의 안전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폭포에 로프가 걸리며 스파이더맨이 된 듯 빙벽에 몸을 의지해 등정에 도전한다. 주말이면 동호인 2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천연 폭포가 선물한 빙벽은 눈부신 자태가 도드라진다. 빙벽 등반 때 발로 얼음을 찍는 키킹 같은 동작에서는 일반 산악 등반과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빙벽은 완전 결빙 상태를 확인하고 올라야 하며, 헬멧과 빙벽화, 안전벨트 등 보조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수직 빙벽에 오르기 전, 경사진 얼음 위에서 걷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낙빙은 빙벽 등반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 입구 매표소에서 안전 책임에 관한 서약서를 받는다. 일반 나들이객은 폭포를 지켜보기만 해도 짜릿함이 전이된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구곡폭포 앞 계단을 올라설수록 탄성이 쏟아진다. 전망대 넘어 폭포 아래까지 다가서는 것은 안전을 위해 제한된다. 구곡폭포 등반(사진=춘천시청)매표소에서 구곡폭포까지 20여 분간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폭포 가는 길에 ‘끼, 꾀, 깡’ 등 9개 단어를 테마로 한 이정표가 있어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구곡폭포 탐방 뒤에는 인근 문배마을을 거쳐 검봉산, 봉화산 산행에 나설 수도 있다. 춘천의 흥미진진한 체험 여행 중에 토이로봇관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옆 새롭게 단장한 토이로봇관은 상상 속 로봇을 현실에서 조우한다. 로봇 권투, 로봇 아바타, 로봇 댄스 체험 등이 방학을 맞은 꼬마들에게 인기다. 자매 시설인 애니메이션박물관은 1월 2일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첨단 현대에서 과거로 달리면 김유정문학촌을 만난다. 김유정생가와 이야기집은 추억 나들이를 돕는다. 〈봄봄〉 〈동백꽃〉 등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한 동상을 구경하고, 김유정의 고향인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 조성된 실레이야기길을 둘러보며 작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진부전통시장→월정사 전나무 숲→월정사→선재길→상원사→평창송어축제, 구곡폭포→토이로봇관→김유정문학촌△1박 2일 여행 코스= 진부전통시장→월정사 전나무 숲→월정사→선재길→상원사→슥박→ 평창송어축제→구곡폭포→김유정문학촌△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IC→진부읍→국도6호선, 서울양양고속도로 강촌 IC→지방도403호선→강촌역△주변 볼거리= 의야지바람마을, 평창무이예술관, 알펜시아리조트, 춘천낭만시장,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강촌레일파크 등
2018.01.06 I 강경록 기자
 월출산 자락에 밴 다산의 묵향과 차향에 취하다
  • [여행] 월출산 자락에 밴 다산의 묵향과 차향에 취하다
  • 전남 강진의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월출산 밑으로 넓게 펼쳐진 강진다원의 차 밭 정경이 장관을 이룬다.백운동 별서정원으로 가는 길은 드넓게 펼쳐진 강진다원의 차 밭 정경이 장관을 이룬다. .[전남 강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의 차 문화는 언제쯤 시작되었을까. 기록상으로는 신라시대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문무왕이 가야의 시조 김수로 왕의 제사에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고려시대에 널리 민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교와 함께 급격히 쇠퇴했다. 조선 후기 들어 비로소 대중적인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있다. 다산은 초의(草衣) 의순(1786~1866), 그리고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와 함께 조선 후기 차 중흥기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이들 중 으뜸은 다산이다. 초의는 다산에게서 차를 배웠고, 추사는 차 보다 서예로 더 이름을 날렸다. 다산의 남다른 차 사랑은 전남 강진 땅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동시에 수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다산의 흔적이 차향처럼 그윽하게 베여있는 강진으로 향한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산초당. 이곳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기간 중 10여년 동안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곳이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의 유배지 ‘다산초당’만덕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산초당 가는길 중간에 있는 뿌리길.강진읍에서 남서쪽을 향해, 구강포 서쪽 길모퉁이를 끼고 비스듬히 내려오면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이다. 이 마을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만덕산 기슭에 바로 다산의 유배지이자, 다산학의 산실인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茶山)은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명. 정약용의 호 ‘다산’도 여기서 따왔다. 다산은 장장 18년에 걸친 강진 귀양살이 가운데 다산초당에서만 10년을 지내며, 언제 끝날지 모를 귀향살이를 한겨울 동백꽃처럼 학문과 사상을 붉게 피웠다.마을을 지나면 다산초당을 향해 가는 숲길이 이어진다. 돌계단을 오르면 대숲이다.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동무삼아 걷다보면 원시적인 야성미를 느끼게 하는 길을 만난다. 수백살 먹은 소나무 뿌리들이 땅위에 온통 얽혀 있다. 200여년 전 다산도 이 뿌리들을 밟고 묵묵히 올랐을 길이다. 그는 생치기투성이 손을 내밀어 땅을 움켜진 뿌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가파른 길을 오르면 다산초당이 묵직하게 서 있다. 초당은 여전히 와당(瓦堂)이다. 원래 작은 초가였는데, 허물어진 것을 1957년 다시 지으면서 기와를 덮은 것이다. 초당 양 옆으로 역시 기와로 이은 동암과 서암, 그리고 좀 떨어진 산머루에 천일각이 있다.만덕사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여기저기서 집자해 만들었다.다산이 거주하기 전에는 해남 윤씨 가문에서 산정(山亭)으로 쓰던 곳이다. 윤선도를 배출한 해남 윤씨와 다산은 먼 친척뻘이다. 다산의 모친이 바로 그 집안 출신이다. 유배 중이라 하더라도 핏줄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터. 주막에서 유배를 시작한 다산이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서야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초당에 걸린 ‘다산초당’ 현판과 동암에 걸린 ‘보정산방(寶丁山房, 정약용을 보배롭게 모시는 산방)’ 현판은 모두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새긴 것이다. ‘다산초당’ 현판은 추사의 글씨를 여기저기서 집자해 만든 것이지만, ‘보정산방’은 추사가 직접 쓴글이다. 동암에는 다산의 글씨를 집자한 ‘다산동암’이라는 현판도 함께 걸려 있다.다산초당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 ‘다조’는 다산이 찻물을 끓여먹었던 차 부뚜막이다.◇ 유배지에서 차를 배우고, 친구를 얻다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다산유배길’ 끝자락에는 수백년 나이를 먹은 동백숲이 우거져 있다.다산의 흔적들도 여기저기 남아있다. 초당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은 다산이 찻물을 끓였다는 ‘다조(茶俎·차 부뚜막)’다. 뒤뜰에는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는 샘 ‘약천’이 있다. 다산은 이 물로 차를 끓였다. 왼편 산비탈로 올라가면 다산이 바위에 손수 쓰고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한 획 한 획에서 옛 사람의 고독을 읽는다. 오른쪽에는 연못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 있다. 연못 한가운데 돌로 산을 쌓고 대롱으로 폭포도 만들어 놓았다. 이 네 가지가 이른바 ‘다산사경(茶山四景)’이다.다산은 강진 땅에 유배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차를 마셨다. 유배 중 얻은 병 때문에 차를 찾았는데 때마침 강진 만덕산 백련사에서 야생차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는다. 다산초당과 백련산의 거리는 지척(800m)이다. 당시 다산은 아암(兒菴) 혜장이 대흥사에서 백련사로 건너와 머물며 다산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신분을 감춘 채 백련사로 놀러가 한나절 대화를 나눈다. 둘은 급격하게 친해졌다. 이후 다산은 혜장에게 주역을 가르쳐 주면서 사제관계를 맺는다. 또 차를 만드는 법도 혜장과 백련사 승려들에게 알려준다. 다산이 혜장선사를 만나러 간 백련사. 신라 말에 창건해 1211년 원묘국사 유세가 중창했다.다산이 혜장을 만나러 가던 길이 바로 다산유배길이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800여 미터의 길이다. 걸어서 30분 남짓이지만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서로 어울려 짙은 향기를 뿜어댄다. 동암을 거쳐 천일각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천일각은 다산이 초당에 거주할 때에는 없었던 정자다. 정자에 올라서면 강진만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다산 또한 이 언덕에서 바다를 자주 바라보았을 것이다. 백련사 인근에는 야생차나무와 수백 살은 족히 넘었을 동백나무 1000여 그루가 있다. 겨울 중턱임에도 볕 좋은 몇 그루에는 동백꽃이 고개를 내밀고 봄이 어디쯤 왔는지 가늠하고 있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백련사다. 신라 말에 창건해 1211년 원묘국사 요세가 중창했다. 원래 산 이름을 따 ‘만덕사’라 했지만,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8대 국사를 배출해 전국에서 으뜸가는 명찰로 알려졌다. 호남 3대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의 정경. 백운동이란 ‘월출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조선중기 처사인 이담로가 조영한 정원이다.◇호남 3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들어서면 동백터널이 짙은 숲그늘을 만든다.다산의 흔적은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이어진다. ‘호남의 3대 정원’이라 일컫기도 한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400여 년 전 선비 이담로(1672~?)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가 은거하며 짓고 가꾼 별장이자 정원이다. 월출산의 암봉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는 계곡 물을 끌어들여 아홉 굽이 물길을 만들었다. 기기묘묘한 바위는 그대로 두고,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를 심었다. 이담로는 세상을 뜨며 ‘평천(平泉)의 경계’를 남긴다. 이는 당나라 때 재상 이덕유가 그의 별서인 평천장을 두고 자손에게 “절대로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해 나온 말이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세기가 4번 바뀌는 동안 아들에서 손자로 12대째 이어졌다. 이곳은 이담로 당대부터 명원(名園)으로 손꼽혔다. 5대 동주(主) 이시헌은 강진에 유배와 있던 다산 정약용의 막내 제자가 됐다. 정약용은 이곳을 방문한 뒤 ‘백운동 12경’을 명명하고 1경 옥판상기(玉版爽氣·옥판봉의 상쾌한 기운)부터 12경 운당천운(穿雲·운당원에 우뚝 솟은 왕대나무)까지 그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다산은 자신을 스승처럼 섬긴 초의선사에게 백운동 뿐 아니라 다산초당까지 그리게 한 뒤 합쳐 백운첩(白雲帖)을 남겼다. 백운동과 다산초당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운지 겨뤄보려 한 것이다.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별서 마당에는 유상곡수(流觴曲水·술잔을 띄울 수 있도록 만든 구부러진 물길)가 굽이친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정원 마당으로 끌어와 한 바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민간 정원에 유상곡수가 남아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이 정원은 호남 지역 차 문화의 산실로 꼽힌다. 다산의 차 관련 편지와 한국 최초의 차 전문 저작인 ‘동다기’ 등이 여기서 발견했다. 현재의 백운동 별서정원의 건물은 백운동 12경의 그림을 근거로 재현한 것으로, 과거 자연과 인공을 적절히 배합한 배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완벽하게 다시 만들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회춘탕’◇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동림IC를 조금 못 가서 나주로 나가는 길로 빠진다. 이후 나주-영암-강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고속철도(KTX)를 탄다면 나주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먹을곳= 강진군도서관 인근의 강진한정식전문점 ‘다강’은 살이 꽉찬 싱싱한 꽃게를 구입해 배, 사고, 다시마 등으로 고아낸 육수와 간장이 더해진 단맛나는 간장게장이 일품이다. 강진읍 중앙로의 ‘하나로식당’은 회춘탕 원조격인 곳이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 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영양은 물론 식감이 아주 좋다. 읍내의 동해회관은 강진만의 갯벌을 누비는 짱뚱어로 만든 탕이 유명하다.△잠잘곳= 강진의 푸소(FU-SO) 체험 운영농가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뜻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훈훈한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120곳의 푸소 체험 운영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1인당 5만원(1박 2일 기준)이다.강진 한정식전문점 ‘다강’의 한정식 한상차림 중 대표메뉴 ‘간장게장’
2017.12.22 I 강경록 기자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모두 품었다
  • [겨울엔 온천③]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모두 품었다
  • 할매탕의 가족탕에서 온천을 즐기는 가족[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해운대는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품은 사포지향(四抱之鄕)이다. 사포는 장산, 춘천, 해운대, 구남온천이다. 해운팔경에도 포함되는 구남온천이 지금의 해운대온천이다. 해운대온천에는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할매탕의 전경◇일제에 의해 개발한 ‘해운대온천’1876년 부산항 개항 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해운대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 1887년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和田野茂光)가 온천을 발견해 욕장을 개발한 것이 시초로, 1934년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1935년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투자해 온천 여관을 건립했는데, 대온천장과 오락장, 동물원 등이 들어선 온천 테마파크였다. 현재 해운대구청 앞 연못에 당시 온천장의 흔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황족과 조선 총독 등 고위층 휴양지이자 관광지였고, 1960~1970년대에는 경주와 해운대로 이어지는 신혼여행지가 인기를 끌었다.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2층 건물이었다. 2006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 10년 4월 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철거된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들어섰다.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는데,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그 여운이 깊었나 보다.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할매탕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할매탕 온천수는 피부병에 좋아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당시는 피부병 환자가 원탕에서 한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0년 《대한피부과학회지》 48권 12호에 실린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해운대지구 식염천 입욕 효과에 관한 연구’에 임상 실험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게재되었다.해운대구청 앞의 옛 대온천장 흔적인 연못◇지하 9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할매탕은 수질 관리와 욕탕 관리에 철저해 욕탕에 물때 하나 없을 정도다. “물과 탕 관리가 최고의 광고”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고,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에 이른다.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탕 안의 밸브를 열면 하얀 수증기를 머금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되어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을 한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할매탕은 가족탕과 남녀 사우나로 구성된다. 가족탕은 6개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요금은 사우나 6000원, 가족탕 2인 2시간 기준 3만 원이다(1인 추가 5000원, 1시간 추가 1만 원). 예약은 받지 않고, 온천 객실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해운대온천센터 1층에 위치한 ‘블랙업커피’에서는 ‘해,수염’이라는 소금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블랙업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로 만든 것이 입소문 나면서 유명해졌다. 직접 로스팅한 아이스 더치 커피에 프랑스산 생크림을 얹고 게랑드 소금을 뿌려준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더치 커피와 묵직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게랑드 소금 맛이 차례로 느껴진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 치즈, 천일염을 사용한 식빵도 함께 맛보길 권한다.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에서 본 구덕포와 송정해변◇해운대 풍경 한눈에 펼쳐지는 ‘달맞이길’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으로 달맞이길이 있다. 미포오거리에서 와우산을 넘어 청사포와 송정으로 이어지며, 달맞이고개를 넘는 길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달맞이길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나는 해마루전망대는 꼭 가보자. 발아래 청사포와 달맞이길의 해운대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달맞이길이 드라이브 코스라면, 문탠로드와 동해남부선 옛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문탠로드는 울창한 해송 숲을 따라 달맞이어울마당까지 갔다가 해월정을 거쳐 돌아오는 2.5km 코스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동해남부선 옛길은 미포 건널목에서 송정역까지 4.8km에 이르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바다의 절경과 해운대 삼포(미포, 구덕포, 청사포)를 모두 만나는 길이다. 청사포를 지나면 최근 문을 연 청사포다릿돌전망대가 나온다. 청사포 해안에서 등대까지 늘어선 다섯 개 암초가 징검다리 같다고 붙은 이름이다. 전망대로 걸어 들어가면 바닥의 강화유리를 통해 파도가 일렁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동쪽으로 구덕포와 송정해수욕장이, 서쪽으로 청사포와 그 너머로 오륙도와 태종대가 있는 영도가 아스라하다. 도로 반사경을 얼굴로 활용한 우주인, 선글라스를 쓴 강아지 벽화가 재미난 청사포로58번길의 청사포 벽화거리도 만나보자.송정해변의 일출◇일출 명소로 이름 높은 ‘송정해수욕장’송정해수욕장은 겨울이면 일출 명소로 이름이 높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해변과 죽도공원의 소나무 숲과 정자 뒤로 해가 뜨는 풍경이 장관이다. 죽도공원은 한 바퀴 산책하기 좋다. 죽도정에 오르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송정해수욕장과 청사포다릿돌전망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기장군의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가문이 400여 년 동안 가꿔온 숲이다. 2017년 KBS-1TV 추석 특집 〈힐링 다큐 나무야 나무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 등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아홉산숲은 52만 ㎡ 면적에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맹종죽 대숲, 편백과 삼나무 숲 등 천연림과 인공림이 어우러진 모둠 숲이다. 천천히 거닐며 사색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좋다. 방문 예약이 원칙이지만, 12월까지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아홉산숲에서 약 5km 떨어진 장년산 서북쪽 자락에는 올 11월 부산치유의숲이 개원했다. 숲 산책은 물론 숲 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예약 http://reserve.busan.go.kr). 아홉산숲 가는 길에 동래구를 지난다. 동래구에는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과 수많은 군사와 백성이 목숨을 잃은 동래읍성이 있다. 부산지하철 4호선 수안역에는 지하철 공사 당시 발견된 해자와 출토 유물을 전시하는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이 마련되어 역사 유적 답사 코스로 제격이다.청사포 다릿돌전망대의 전경◇여행메모△여행코스= 문탠로드→동해남부선 옛길→청사포다릿돌전망대→국립부산과학관→(숙박)→송정해수욕장 일출→할매탕→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동래읍성(동래읍성역사관, 장영실과학동산)→아홉산숲→부산치유의숲△가는길= 경부고속도로 구서 IC→해운대·벡스코 방면 번영로 2.5km 직진→회동고가도로에서 석대고가도로 진입, 수영강변대로 5km 직진→동래·벡스코 방면 좌회전, 300m 직진, 해운대경찰서앞교차로 우회전, 해운대로 4.2km 직진→부산기계공고삼거리 우측, 610m 직진, 해운대해수욕장삼거리 좌회전→500m 직진, 해운대온천사거리 구청 방면 좌회전→해운대온천사거리 우회전→할매탕△먹거리= 홍합톳밥정식은 ‘명향’, 백반정식은 ‘백번집’, 스지김치끼개국수는 ‘송정집’, 조개구이는 ‘수민이네’, 가자미미역국은 ‘오복미역 송정점’, 한우설렁탕은 ‘서울깍두기 달맞이점’, 순대국밥은 ‘웅천장터돼지국밥’이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해운대해수욕장, SEALIFE부산아쿠아리움, 동백공원, 누리마루APEC하우스, 동래온천, 금정산성, 국립부산과학관, 해동용궁사블랙업커피의 소금커피‘해수염’
2017.12.02 I 강경록 기자
 어머니 마음 찾아 떠나는 여행, 강릉 노추산
  • [만추여행③] 어머니 마음 찾아 떠나는 여행, 강릉 노추산
  • 가을을 만끽하며 모정탑길을 산책하고 있는 가족(사진=강릉시청)노추산 정상에서 본 풍경빨간 단풍과 어우러진 모정탑(사진=강릉시청)[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해가 짧아지고 있다. 가을을 마음껏 누리지도 못했는데 겨울이 오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앞선다. 급한 마음을 다독이고 강릉 노추산으로 향하자. 형형색색 단풍과 하늘하늘 떨어지는 낙엽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노추산은 북적이지 않아 고즈넉한 가을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극정성으로 탑 3000여 기를 쌓은 이야기도 담겨 있어, 사색의 계절과 잘 어울린다.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 ‘노추산’노추산은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여량면 사이에 있다. 태백산 줄기에 자리한 노추산은 동쪽 사달산을 비롯해 서쪽 상원산, 남동쪽 덕우산, 북쪽 조고봉 등 사방이 산으로 연결된다. 노나라 대표 인물인 공자와 추나라 대표 인물인 맹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추산이라 했다.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으로, 산 아래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九度壯元碑)가 있다. 아홉 번 장원급제 한 율곡이 이곳에서 수학할 때 남긴 비석이다. 비문은 희미하지만 율곡 선생의 기운을 받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노추산이 특별한 이유 중에 모정탑이 있다. 차옥순 씨가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쌓은 탑으로, 3000여 기에 달한다. 차씨는 강릉에 시집와 슬하에 4남매를 두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두 아들을 잃었다. 이후 남편이 병으로 고생하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던 중,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계곡에 돌탑 3000기를 쌓으면 우환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차씨는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자락에 돌탑을 쌓기 시작했고, 25년간 돌탑 3000여 기를 올렸다.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마음과 열정이 만든 기적 같은 일이다. 노추산에 가려면 구불구불 이어진 지방도410호선을 달린다. 모정탑에 갈 때는 강릉노추산힐링캠프를 찾는 것이 쉽다. 캠핑장을 지나면 키 큰 금강소나무 길이 열린다. 낙엽이 뒹구는 오솔길을 따라 무릎 높이 돌탑이 줄줄이 보인다. 차옥순 씨의 정성에 감복한 대기리 주민이 올린 탑과 여행자가 오가며 쌓은 탑이 어우러졌다. 발길을 멈춰 이름 없는 돌탑에 소원을 담아 돌 하나 얹어본다. 마을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쌓은 돌탑◇어미의 정성으로 쌓은 ‘모정탑’나무다리가 보이면 모정탑길이 시작된다. 어른 키만 한 돌탑이 늘어섰다. 탑을 쌓으며 마음을 모은 차씨를 생각하니 애절하다. 1km쯤 걸어가니 돌탑 수십 기가 나타난다. 계곡을 가운데 두고 거대한 작품처럼 돌탑이 펼쳐진다. 애절함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돌탑 하나 올리기도 어려운데, 이 많은 탑을 쌓다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한쪽에 차씨가 돌탑 쌓을 때 기거한 움막도 있다.노추산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모정탑에서 노추산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이곳에서 노추산 정상까지 5km. 사방이 단풍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길이다. 곳곳에서 만난 다람쥐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이 이어진다. 청량한 공기에 세포 구석구석 가을이 느껴진다. 이정표가 적지만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길이 한 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로 갈수록 경사가 가파르다. 급경사를 오르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이며 정상이 나타난다. ‘해발 1322m 노추산’이라고 새겨진 정상 푯돌이 반갑게 맞는다. 치마폭처럼 겹겹이 이어진 산이 황홀한 전망을 선사한다.노추산은 2017년 10월 개통한 ‘올림픽아리바우길’ 3코스에 속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개최 도시인 강릉과 평창, 정선을 잇는 트레킹 코스로, 평창올림픽과 정선아리랑, 강릉바우길을 합친 이름이다. 정선오일장에서 경포해변까지 9개 코스 131.7km에 이르는 역사 문화 생태 탐방로다. 구름도 쉬어가는 곳 안반데기의 모습◇산과 바다를 품은 강릉노추산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가볼 곳은 안반데기다. 마을 이름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받침 ‘안반’과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하는 ‘덕’이 합쳐진 것이다. 이름만큼 풍광도 독특하다. 해발 1100m 고지에 대단위 경작지가 펼쳐진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고, 바람은 거세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아름다운 풍광 뒤에는 돌투성이 비탈길을 맨손으로 일군 역사가 있다. 과거 피란민이 화전을 일군 곳이다. 멍에전망대에 서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밭에서 나온 돌로 만든 전망대로, 화전민의 애환이 담겼다. 안반데기에서 내려와 강릉 시내 쪽으로 가면 커피 향이 풍기는 박물관이 있다. 커피는 강릉의 대표 아이콘. 커피커퍼커피박물관은 초기부터 1900년대까지 커피 추출 도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커피 유물을 전시한다.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둘러보고 커피를 즐기면,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워진다. 출출해질 즈음 왕산면 성산먹거리촌으로 향한다. 강릉의 향토 음식 대구머리찜이 이곳의 명물이다. 대구 대가리와 콩나물, 감자, 버섯 등 채소를 찐 요리로, 매콤하고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매력이다. 성산먹거리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대관령자연휴양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조성된 휴양림으로, 소나무 숲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수령 50~200년 된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숯가마터와 숲속수련장 등 체험 학습 공간이 마련되었다. 고즈넉한 보현사대관령자연휴양림 근처에는 대관령박물관과 보현사가 있다. 고인돌 모양으로 지은 대관령박물관은 6개 전시실(청룡방, 백호방, 현무방, 주작방, 우리방, 토기방)에 청동기시대부터 근세까지 유물 2000여 점을 전시한다. 동자상을 비롯한 석물이 있는 야외전시장도 놓치면 안 된다. 보현사는 대관령박물관에서 약 7km 거리에 있다.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준 역사적인 사찰로, 650년 자장율사가 세웠다. 경내에 낭원대사의 사리탑인 강릉 보현사 낭원대사탑(보물 191호)과 낭원대사탑비(보물 192호)가 있다. 여유가 있다면 강릉솔향수목원에도 들러보자.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간직한 칠성산 자락에 위치해, 맑디맑은 소나무 향이 가득하다. 비비추원과 암석원, 수국원 등 23개 테마로 꾸몄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고즈넉한 가을이야말로 이곳의 진면목을 즐기기에 좋다. 편안한 나무 데크를 따라 소나무가 우거진 천년숨결치유의길을 걷다 보면, 허전함이 사라지고 새 기운이 차오른다.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노추산 트레킹 / 노추산 모정탑길→노추산 트레킹→안반데기→커피커퍼커피박물관, 대관령 힐링 여행 / 대관령자연휴양림→대관령박물관→보현사→성산먹거리촌→강릉솔향수목원 △1박 2일 여행 코스= 노추산 모정탑길→노추산 트레킹→안반데기→커피커퍼커피박물관→(숙박)→대관령자연휴양림→대관령박물관→보현사→성산먹거리촌→강릉솔향수목원 △가는길= 광주원주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대관령 IC→경강로→올림픽로→노추산로→노추산 모정탑길△먹을곳= 원조옛카네이션(033-641-9700)에서는 대구머리찜, 서지초가뜰(033-646-4430)에서는 못밥, 소나무집초당순두부(033-651-1356)에서는 순두부, 만선감자옹심이(033-653-1851)에서는 감자옹심이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강릉 오죽헌, 강릉 선교장, 하슬라아트월드, 안목해변, 정동진 등
2017.10.28 I 강경록 기자
 ‘추억이 모락모락’ 온기 가득한 안흥찐빵
  • [여행] ‘추억이 모락모락’ 온기 가득한 안흥찐빵
  • 강원도 횡성의 안흥찐빵마을. 찐빵을 빚고 있는 노파의 손길에 정성이 가득하다. 찐빵은 밀가루에 달걀 흰자, 설탕, 소금으로 반죽을 만들고 그 안에 팥소를 넣어 숙성 후 찌는 과정으로 만들어진다.[횡성=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찐빵은 배고픈 국민에게 최고의 간식이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따뜻하고 촉촉한 촉감이며, 한입 물면 쫀득하면서 포슬포슬한 그 느낌, 한입 베어 물면 살짝 풍기는 밀가루 익은 냄새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속에 든 팥소. 그 달콤함은 마치 악마의 속사임이었다. 찐빵의 달콤한 유혹을 강원도 횡성으로 향했다. 마침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져 찐빵을 제대로 맛보기에도 딱 좋은 날씨다. 횡성에는 찐빵으로 이름난 곳이 있다. 바로 안흥이다. 안흥찐빵으로 전국적으로도 이름났다. 면소재지 시골 마을에 찐빵집만 무려 19개일 정도다. 이마저도 줄어든 숫자다. 한때 30개가 넘는 진빵집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입구부터 찐빵 모양 캐릭터가 웃고 있고, 마을 정자도 ‘찐빵 마을 정자’다. 찐빵이 전부인 마을이 안흥이다. 갓 쪄낸 찐빵을 솥에다 옮기는 모습. 막걸리를 더해 반죽한 것이라 약간의 시큼함이 있다. 이 냄새가 특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가난하던 시절 배고픔 잊게 한 ‘찐빵’찐빵을 솥에다 옮겨 쪄내고 있다. 막걸리를 더해 반죽한 것이라 약간의 시큼함이 있다. 이 냄새가 특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횡성의 새말나들목을 빠져나와 다시 42번 국도를 20분쯤 달려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 안흥이다. 찐빵은 전국 어디에나 있는 음식이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나, 주택가 길모퉁이 가게나, 시장의 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흔한 찐빵이 안흥이라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대박’이 났다. 도대체 이 조그만 마을에 이렇게 많은 찐빵집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찐빵의 유래부터 살펴보자. 찐빵은 ‘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만두에 더 가깝다. 중국의 만두가 일본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찐빵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341년 원나라에 유학을 갔던 일본 승려 류잔(龍山) 선사가 귀국하면서 함께 일본으로 간 중국인 임정인(林淨因)이라는 사람이 찐빵을 만들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그는 이후 절에서 만두를 빚어 생활했다. 고기 대신 단팥을 넣어 일종의 ‘단팥만두’를 만들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육식금지령으로 고기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정인도 고기를 만두소로 만들 수 없었다. 대신 일본인이 좋아하는 단팥을 소로 사용했다 . 이후 불교 신도 사이에서 이 단팥만두가 큰 인기를 끌었고. 일본의 만주(饅頭)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는 구한말 일본에서 들어온 만주가 찐빵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지 중의 오지인 안흥은 어떻게 찐빵으로 유명해진 것일까. 안흥의 역사와 지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안흥은 서울과 강릉을 잇는 국도 42호선이 지나는 마을로, 예로부터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가는 영동지방의 길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르는 중간 기착점이였다. 조선시대에는 안흥역이 있어 역관 또는 역촌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1960년대에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을 정도라고 한다. 그 중간이 바로 안흥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물자가 안흥에서 쉬고 또 묵어갔다. 차부(화물차나 시외버스터미널)가 있었고, 식당과 여관, 차량 정비소까지 들어서며 안흥은 나날이 번성해 갔다. 이때쯤 안흥찐빵이 등장했다. 쉬어가는 사람들에게 요긴한 먹거리, 간식거리로 찐빵은 잘 팔렸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찐빵은 인기였고, 안흥찐빵이 고유명사처럼 불릴 만큼 유명하지도 않았다. 이후 1970년대 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국도를 지나지 않는 차들로 인해 한때 안흥은 침체기를 맞았다. 사람들은 더는 안흥에서 머물지 않았다. 곧장 강릉으로, 또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찐빵도 차츰 잊혀갔다. 안흥진빵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심순녀 찐빵집’이 언론에 90년대 중반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당시 맛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열아홉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와 온갖 행상을 치렀다는 심순녀 씨의 인생담이 더 눈길을 끌었다. 이후 그녀의 찐빵이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마을 사람들도 너도나도 찐빵집을 차리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최근에도 이곳 가게들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찐빵을 만들고 있다. 바뀐 게 있다면 막걸리 대신 효모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효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도 피는 여전히 쫄깃하다. 소는 적당히 달고, 맛은 여전히 구수하다. 손으로 하나하나 손수 찐빵을 만드는 것은 50년 전 그대로다. 바람이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찐빵을 빚는 손도 바빠진다. 성수기에는 이 마을 19개 찐빵집에 수백명의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으로 찐빵을 빚는다. 다른 누군가에게 또 다른 추억이 그렇게 또 빚어지는 것이다. 태기산 가을 낙조는 두번 보기 힘들 만큼 최고의 장면을 선사한다. 특히 가을철 일교차 큰 날 새벽이나 해 질 무렵에 넘실대는 구름을 뚫고 정상까지 솟구쳐 오르면 고산준령이 섬처럼 떠 있다.◇가을로 물들어가는 횡성의 자연 서울에서 주문진을 잇는 6번 국도는 10월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목받는 드라이브 코스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횡성군과 평창군을 잇는 구간에서 길이 험해진다. 바로 태기산(1261m)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태기산은 여행을 좀 다녀본 이들이 가을에 꼭 한번 찾아가봐야 할 산 중 하나다. 가을철 일교차 큰 날 새벽이나 해 질 무렵에 넘실대는 구름을 뚫고 정상까지 솟구쳐 오르면 고산준령이 섬처럼 떠 있다. 특히 태기산의 가을 낙조는 두 번 보기 힘들 만큼 최고의 장면을 선사한다.횡성의 최고봉인 태기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으뜸으로 꼽히는 산이다.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게 쫓기다 이곳에 산성을 쌓고 신라와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태기산 자락인 성골 골짜기에는 허물어진 성벽을 비롯해 집터와 샘터가 곳곳에 남아 있다. 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발전기도 눈길을 끈다. 풍력발전기 옆으로 개설된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력발전기와 그 뒤로 보이는 산과 들의 풍경은 말을 잃게 한다. 낮은 구름으로 산들이 섬처럼 보일 때가 특히 아름답다. 청태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에 800m 길이의 데크로드가 놓여 있어서 누구나 쉽게 숲을 접할 수 있다.인근의 청태산(1200m)도 무르익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청태산자연휴양림’은 천연림과 인공림이 잘 조화된 산림을 간직하고 있다. 휴양림에서 청태산 정상까지는 6개 등산로가 있다.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에 800m 길이의 데크로드가 놓여 있어서 누구나 쉽게 숲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11동 11실, 산림문화휴양관 2동 29실 등 숙박시설과 숲속수련장 3동이 갖춰져 있다. 잣나무 숲에 자리한 28개의 야영 데크는 청태산자연휴양림을 ‘캠핑하기 좋은 국립자연휴양림 6선’에 들도록 한 1등 공신이다. 청태산에는 ‘2010 한국관광의 별’에서 장애인 우수관광시설부문을 수상한 숲체원이 있다. 이곳에는 두 개 단지로 만들어진 아늑한 분위기의 통나무형 숙박시설이 있고 숲속휴게소와 식당, 휴게동 등의 편의시설도 있다. 탐방로는 노약자나 장애인도 쉽게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데크로드, 야생화와 버섯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생태교실 코스, 자작나무와 잣나무 숲을 지나 오솔길로 오르는 숲 탐방로 코스로 나뉜다. 숲체원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직무 스트레스 해소, 공동체 의식 강화, 숲에서의 자아 성찰 등의 맞춤형 프로그램뿐 아니라 숲 모니터링, 생태교육 등을 이용할 수 있다횡성축협한우프라자 횡성본점의 한우구이◇여행메모△잠잘곳= 인근의 성우리조트(033-340-3000)와 성우유스호스텔(033-340-3000)도 가족여행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먹을곳= 횡성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횡성한우다. 진짜 횡성산 한우는 간판에 ‘횡성한우’ 로고를 새겨놓은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횡성본점(033-343-9908), 우천점(033-345-6160), 새말점(033-342-6680), 둔내점(033-345-8888) 등을 거느린 횡성축협한우프라자가 가장 믿을 만한 집이다. ‘양평식 해장국’을 내는 운동장해장국(033-345-1770)은 지역주민의 단골집이다. 안흥찐빵은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033-342-4570)과 심순녀 안흥찐빵(033-342-4460)이 손꼽히는데 자매가 운영한다. △‘제11회 안흥찐빵축제’가 오늘(13일)부터 일요일(15일)까지 안흥면 안흥찐빵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국내 유일의 찐빵축제로 찐빵과 함께하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안흥찐빵 만들기 체험, 안흥찐빵 많이 먹기 대회, 안흥찐빵 무료 시식 등 안흥찐빵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도리깨질, 민속놀이 등 농경문화 체험과 도깨비도로 체험, 코스모스 포토존, 추억의 영화관 등 즐길 거리도 가득하다. 문의는 안흥찐빵축제위원회(033-340-2703).운동장 해장국의 양평식 해장국
2017.10.13 I 강경록 기자
 사계절 보약 같은 치유의 숲 '산음자연휴양림'
  • [힐링여행②] 사계절 보약 같은 치유의 숲 '산음자연휴양림'
  • 데크깔린 ‘산음자연휴양림’(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된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숲을 찾는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아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숲을 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산그늘 우거진 숲길을 걷다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되었다. 센터 뒷길에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천천히 걸으며 고개를 숙여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절은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는 모양이다. 초록 잎을 이불 삼아 덮은 홍자색 족도리풀도 그렇다. 땅의 온기에 기대어 새색시 족두리처럼 오므린 입을 둥지의 아기 새처럼 봄 햇살을 향해 벌린다. 족도리풀은 커다란 잎 아래 숨어 땅벌레가 꽃가루받이해준단다. 그 뿌리인 세신이 진통에 효과가 있고, 구취가 심할 때 좋아 은단의 원료로 활용되는 풀이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벌이 와서 수정되면 꽃 색이 변한다는 병꽃나무, 쪽동백과 당단풍이 하나가 된 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연리목은 시간이 흐르면 유전자를 공유하며 살아간단다. 국림산음자연휴양림의 산그늘 아래 캠핑을 즐기고 있는 야영객(사진=한국관광공사)◇계곡물 소리에 장단 맞추는 ‘산음 자연휴양림’ 산음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은 양 갈래 큰 숲길 사이로 오솔길이 다리처럼 나서 오르다가 힘들 때 옆으로 내려오면 된다. 걷다 보면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한다. 멈춰 세웠다고 탓하지 말자. 자연을 걸으며 뿌리내린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니까. 숲길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 소리가 발길에 장단을 맞춘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책하듯 걷다가 편평한 돌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 담그면 피로가 사라진다. 일급수에 산다는 도롱뇽도 만날 수 있다. 돌덩이를 들추면 도롱뇽 알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야영데크에서 시원한 밤을 보내는 이들, 멀리 지방에서 물맛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등산객까지 모든 이의 목을 적셔줄 소중한 수원이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처음 참여할 때는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숲길을 걷고 나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치유가 시작되죠”라며 한 번 온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고 했다. 혼자 숲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있는 숲 해설은 산림문화휴양관 인근 정자에서 시작한다. 이곳 뚝딱이 공방에서도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아도 좋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온다는 야영객은 221·222번 야영데크를 추천한다. 이른 아침 곤줄박이와 동고비, 다람쥐가 주로 찾는 곳이란다. 청량한 공기, 새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은 만병통치약이다. 소나기마을(사진=◇세미원·두물머리 등 볼거리 많은 ‘양평’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두물머리는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로, 그 고즈넉함을 맛본 이들은 이른 새벽에 찾는다. 조선 시대에 이곳은 강원도 산골에서 뗏목 타고 물길 따라 한양으로 향하는 떼몰이꾼들이 하루 쉬었다 가는 지점이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싸안으며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세 그루가 한 그루처럼 생긴 느티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다. 두물머리에서 배다리를 따라 강을 건너면 세미원이다. 자연정화 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7월이면 연꽃이 피어 더욱 아름답다. 세미원은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인데, 정원에 가득한 수목과 풍경에 마음이 놓인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 또한 힐링이 된다. 1km 남짓한 길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다.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며, 가까이에서 보면 장엄한 자태와 영적인 기운까지 느껴진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라로사 서종점도 인기다. 시간대에 따라 갓 구운 빵이 나와, 식사 후 카페 나들이하기 좋다. 붉은 벽돌 건물 내부는 1·2층 중간이 트여 커피 공장 같다. 테라로사 바로 옆에는 다양한 영업점이 있어 볼거리도 많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단편소설 〈소나기〉에 묘사된 장면을 재현한 공간이다.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바로 양평. 황순원문학관은 지상 3층 규모로 황순원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한다. 학의 숲, 송아지 들판, 수숫단 오솔길을 걸으며 동심과 마주할 시간도 놓치지 말자. ◇여행정부▶당일 여행 코스=두물머리→세미원→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테라로사 서종점→산음자연휴양림▶1박 2일 여행 코스= 두물머리→세미원→들꽃수목원→양평군립미술관→용문산관광단지→용문사→(숙박)→산음자연휴양림→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잔아문학박물관→테라로사 서종점→남양주종합촬영소→수종사▶가는길= 설악IC교차로→신천중앙로 따라 18.5km→양평·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석산로 6.5km→고복·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 지나 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고복길 따라 약 3km→아띠울펜션 지나자마자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2017.05.27 I 강경록 기자
 눈부신 연두빛에 물들다…'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 [여행] 눈부신 연두빛에 물들다…'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수필가 이양하는 ‘신록예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미세먼지가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요즘. 잠시라도 도시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이다. 오대산은 강원 강릉시와 홍천·평창군에 걸쳐 있다. 해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오대산의 맑은 정기를 느끼며 걷는다. 오대산을 오르는 방법도 많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길도 있고, 일부러 더 힘을 들이는 길도 있다. 그중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선재길이 유명하다. 이 두 길을 합쳐 ‘오대산 천년숲 선재길’이라 부른다. 길게 뻗은 전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눈부신 연둣빛 속으로 들어간다. 신록이 우거진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무며 걷고 있는 관광객들.◇30m 쭉쭉 뻗은 전나무 ‘월정사 전나무숲길’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들머리는 월정사 매표소다. 여기서 매표소를 지나 200m가량 오르면 금박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이어진다. 이 길이 바로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다. 한국에서 사찰로 가는 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길이다. 일주문 왼쪽으로는 상원사 앞을 지나 흘러온 계곡수가 자작자작 흐르고 오른쪽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숲에는 1000여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은 마치 속(俗)과 선(禪)을 나누는 경계 같다. 특히 요즘 같이 신록이 내린 숲길은 청명함이 가득하다.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숲이 거대한 산소공장처럼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어서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면 세속에 물들었던 탁한 생각과 잡념까지 깨끗이 사라진다. 숲길은 반듯하게 뻗어 있지 않다. S자로 굽어 있다. 길 초입에는 삭발탑이 서 있다. 아마도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입산한 승에게 절에 들어올 때의 첫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게다. 삭발탑을 지나면 장정 두세 명이 손을 잡고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거목이 늘어서 있다. 평균 나이는 80여년 정도. 하지만 최고령 나무는 370년을 넘는다. 숲길의 시작은 아홉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의 전나무 아홉 그루의 씨가 퍼져 지금의 울창한 전나무숲을 이뤘단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아한 목탁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퍼지는 종소리가 제법 운치가 있다.월정사 경내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대웅전 ◇1000년을 지켜온 대가람 ‘월정사’ 월정사 경내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금강교를 건너면 오대산에 등을 기댄 월정사가 점잖게 앉아 있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지장율사가 창건한 가람이다. 당시 중국 당나라에서 얻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 돌아왔다고 알려졌다. 이후 1400여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성지로 많은 불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월정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한국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게 된 기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정사가 보유한 숲은 대략 여의도의 7배 면적에 달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임야와 광복 이후 농지개혁 등으로 줄어든 면적까지 감안하면 원래는 이보다 훨씬 넓었을 거란다. 월정사가 이렇게 넓은 면적의 숲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마리는 월정사와 조선의 왕이었던 세조와의 인연에서 엿볼 수 있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불교에 귀의해 잘못을 참회하고자 했다. 이후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하는 한편 월정사 중건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월정사를 방문한 세조는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다. 하나는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덕에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세조가 월정사 법당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고양이가 세조의 옷매를 끌어당겨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자객이 법당 불상 밑에 숨어 있었는데 고양이의 방해로 세조를 살해하려던 시도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월정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고 한다. 인간사에 휘말린 절집은 중건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다.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옛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할 뿐이다. 경내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부도전에서 큰길을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상원사 스님의 뒷 모습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선재길에서 만날 수 있는 섶다리. 선재길 섶다리는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난 10월이나 11월에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겨울동안 강을 건너다니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부처를 만나러 가는 구도의 길 ‘선재길’ 월정사 경내를 벗어나면 선재길로 이어진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9㎞에 걸친 숲길이다. 이 길은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주로 다녔던 아름드리 거목 사이로 흘러드는 사색의 길이자 부처를 만나러 가는 구도의 길이었다. 사시사철 푸른 거목 사이로 토기에 새긴 빗살무늬 같은 나무의 기둥사이로 걷다 보면 숱한 난고의 세월을 버텨온 고목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숲길은 완만한 경사다. 계류를 따라 걷다가 물길을 만나는 지점서 숲으로 파고들 수 있다. 누구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조붓한 숲길 끝에 상원사가 숨어 있다. 초입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관대걸이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근래 들어 상원사의 몸집이 크게 불었다. 영산전 앞에 오대보탑을 새로 지었고, 청풍루에 문수보살 화현도도 그려넣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절집마당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장쾌한 풍광은 압권이다. 마당 끝에 오래 묵은 산돌배나무 앞이 포인트다. 신록으로 물든 오대산의 동대와 서대의 산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대가람 월정사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 상원사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동종이다. 1300여년 전 통일신라 때 주조했다. 국내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 특히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과 그를 둘러싼 연꽃 문양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종을 매단 고리역할을 하는 용뉴다. 입을 딱 벌린 용이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종의 무게를 버티고 선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최근 새로 세운 상원사 영산전 앞 오대보탑◇여행메모△가는길=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시외버스를 탄 뒤 진부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진부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월정사 행 버스가 있다. 자동차로는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달리면 월정사 입구가 나온다. △먹을곳=월정사 입구 오대산 가마솥식당(033-333-5355)과 동대산식당(033-332-6910)의 산채정식이 유명하고,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은 한우 셀프식당이다. 평창읍의 동양식당(033-335-5439)은 오삼불고기, 동양식당 맞은 편 유명찐빵(033-335-1284)은 찐빵이 맛있다. △잠잘곳=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238실)과 홀리데이인리조트(214실), 홀리데이인&스위트(콘도미니엄·419실)를 갖추고 있다. 또 스키장과 워터파크, 영화관, 공연장, 면세점 등을 갖추고 있는 복합 문화·쇼핑·레저단지다. 최근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과 홀리데이인리조트가 국내 최고 등급인 5성을 획득했다. 평창 시내 동양식당의 ‘오삼불고기’선재길 종착지인 상원사 입구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때 의관을 걸었다는 관대걸이가 이정표 처럼 서 있다.상원사 입구에 번뇌가 사라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는 설치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바람의 노래다.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 있는 설치 전시물. 이 작품명은 ‘비나이다’다.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 있는 설치 전시물 중 ‘텅빈시간’이라는 작품.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 있는 설치 전시물 중 ‘젊은이를 위한 팡파레’라는 작품.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80년 이상 나이 먹은 전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하늘을 향해 서 있다.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일주문.월정사 경내 모습월정사 경내에서 나오면 상원사로 올라가는 선재길로 이어진다.
2017.04.14 I 강경록 기자
 눈덮인 설산, 아찔한 벼랑 위에 서다
  • [걷기여행길] 눈덮인 설산, 아찔한 벼랑 위에 서다
  • 전북 김제 모악산마실길 김제2구간(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설 연휴(27~30일)가 이제 시작이다. 설연휴가 지나면 이제 겨울도 끝자락. 이 겨울을 즐길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다. 눈 덮인 설산, 그리고 뜨거운 온천물은 한 겨울이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겨울만의 특권이다. 겨울을 즐기기 좋은 걷기좋은 길을 추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매월 선정하는 걷기좋은 길이다.덕산도립공원 내 가야산 자락의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지는 충남 예산의 가야구곡녹색길(사진=한국관광공사)◇가야산 자락의 아홉비경을 걷다 ‘충남 예산 가야구곡녹색길’이 길은 덕산도립공원 내 가야산 자락의 아름다운 비경 아홉 곳에 대한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주제로 복원되었으며, 가야구곡의 유래는 조선 영조 때 병조판서를 지낸 병계 윤봉구(尹鳳九, 1681~1767)선생이 가야계곡의 아름다운 비경인 아홉 곳(관어대, 옥병계, 습운천, 석문담, 영화담, 탁석천, 와룡담, 고운벽, 옥량폭)을 ‘가야구곡’이라 칭하고 문집에 기록해 놓음으로써 비롯되었다. 또한 가야구곡을 따라 산재해 있는 관광자원인 덕산온천, 남연군묘, 덕산향교, 헌종태실, 광덕사, 보덕사, 옥계저수지, 상가저수지, 가야산등 덕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탐방할 수 있다. 덕산온천 관광안내소 ~ 옥계저수지 ~ 옥계리 마을회관 ~ 옥병계 ~ 석문담 ~ 남연군묘 ~ 와룡담. 거리는 약 16km로 4시간 15분 가량 걸린다. ◇솔향 가득한 숲길에 빠지다 ‘전북 김제 모악산마실길 김제구간 2코스’모악산마실길 김제구간 2코스는 금산사주차장에서 시작한다. 금산사는 71개 말사를 통괄하는 조계종 제 17교부 본사로,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곳이다. 금산사주차장 버스정류장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솔향이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모악산 정상과 백운동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백운동마을로 접어들면 금산사의 말사 귀신사를 만난다. 귀신사에서 싸리재를 거쳐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일명 오리알 터로도 불리는 금평저수지이다. 이곳은 풍수지리에 밝았던 도선이 장차 오리가 알을 낳는 곳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발걸음은 금산교회를 거쳐 다시 금산사주차장으로 복귀하여 여행을 마치는 코스이다. 모악산은 1월말부터 2월까지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눈길걷기를 즐길 수 있다. 금산사주차장 ~ 백운동마을 ~ 귀신사 ~ 싸리재 ~ 금평저수지 ~ 금산사주차장. 거리는 13.3km로 약 3시간 30분 걸리다. 경북 영주 소백산자락길 1코스(사진=한국관광공사)◇선비의 곧은 마음 담긴 ‘경북 영주 소백산자락길 1자락’소백산자락길 1자락. ‘문화생태탐방로’로 가족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길이다. 소백산은 겨울이면 심설 등반객들로 붐비는 산이다. 소백산자락길 1구간은 100살은 족히 넘어 보이지만 선비의 곧은 마음만큼이나 높게 뻗은 소수서원 소나무숲길에서 시작되며, 조선500년을 관통하는 유학이념이 곳곳에 위치한 문화유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산수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예로부터 신성시되고 명당으로 여겨져 수많은 명현을 배출한 이곳에서 옛 선비가 된 듯 “선비걸음”으로 천천히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생생한 역사를 만나보자. 선비길(선비촌-순흥향교-송림호·배점분교) ~ 구곡길(배점분교-죽계구곡·초암사) ~ 달밭길(초암사-쇠자우골-달밭골-성재-비로사-삼가주차장). 거리는 12.6km로 약 4시간 30분 걸린다. ◇아찔한 벼랑아래 낙동강 비경이 ‘경남 창녕 개비리길’‘개’는 강가, ‘비리’는 벼랑. ‘개비리’는 강가의 벼랑길이라는 뜻으로 개비리길은 벼랑 따라 낙동강을 발아래 두고 걷는 아찔함과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매력이 넘치는 길이다. 강변길, 대숲길, 숲길 따라 걸었다면 한때 대한민국 온천관광의 대명사였던 부곡하와이로 찾아가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억새전망대(시점) ~ 용산마을 ~ 회락정 ~ 창나루 ~ 영아지마을 ~ 순환탐방로 ~ 용산마을 ~ 억새전망대 주차장(종점). 거리는 6.2km로 약 2시간 걸린다. ◇제주 절경 중의 절경 ‘제주 서귀포 제주지오트레일 산방산ㆍ용머리트레일 A코스’지질트레일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브랜드를 활용하여 각 지역의 독특한 지질자원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을의 역사·문화·신화·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만든 도보길이다. 산방산 · 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80만년 이라는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주변마을(사계리·화순리·덕수리)의 명소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뽑혔을 만큼 놀라운 경치를 뽐내는 형제해안로를 걸으며 제주절경을 맛볼 수도 있다. 용머리해안 주차장(출발) ~ 사계포구~형제해안로전망대 ~ 해안사구와 모리층 ~ 사계리해안체육공원 ~ 사람발자국화석 ~ 대정향교 ~ 산방산 탄산온천 ~ 불미마당 ~ 베리돌아진밧 ~ 조면암 돌담 ~ 산방연대 ~ 용머리해안 주차장(도착). 거리는 13.7km로 3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제주 서귀포시 산방산용머리지질트레일(사진=한국관광공사)▶ 관련기사 ◀☞ [e여행팁] 가장 저렴한 항공권, 언제 사야할까☞ [여행] 한반도 생성 신비 품고, 시간이 예서 멈췄구나☞ [기자수첩] ‘겨울 여행주간’ 기회 날린 스키장 업계의 결정☞ [여행팁] 여행아바타·화성호텔 등 미래 여행트렌드☞ [여행] 눈·바다·고택·와인…겨울여행주간 즐기는 10가지 방법
2017.01.30 I 강경록 기자
 눈덮인 설산, 그리고 벼랑길과 바닷길을 걷다
  • [e설날] 눈덮인 설산, 그리고 벼랑길과 바닷길을 걷다
  • 전북 김제 모악산마실길 김제2구간(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설 연휴(27~30일)가 이제 시작이다. 설연휴가 지나면 이제 겨울도 끝자락. 이 겨울을 즐길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다. 눈 덮인 설산, 그리고 뜨거운 온천물은 한 겨울이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겨울만의 특권이다. 겨울을 즐기기 좋은 걷기좋은 길을 추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매월 선정하는 걷기좋은 길이다.덕산도립공원 내 가야산 자락의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지는 충남 예산의 가야구곡녹색길(사진=한국관광공사)◇가야산 자락의 아홉비경을 걷다 ‘충남 예산 가야구곡녹색길’이 길은 덕산도립공원 내 가야산 자락의 아름다운 비경 아홉 곳에 대한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주제로 복원되었으며, 가야구곡의 유래는 조선 영조 때 병조판서를 지낸 병계 윤봉구(尹鳳九, 1681~1767)선생이 가야계곡의 아름다운 비경인 아홉 곳(관어대, 옥병계, 습운천, 석문담, 영화담, 탁석천, 와룡담, 고운벽, 옥량폭)을 ‘가야구곡’이라 칭하고 문집에 기록해 놓음으로써 비롯되었다. 또한 가야구곡을 따라 산재해 있는 관광자원인 덕산온천, 남연군묘, 덕산향교, 헌종태실, 광덕사, 보덕사, 옥계저수지, 상가저수지, 가야산등 덕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탐방할 수 있다. 덕산온천 관광안내소 ~ 옥계저수지 ~ 옥계리 마을회관 ~ 옥병계 ~ 석문담 ~ 남연군묘 ~ 와룡담. 거리는 약 16km로 4시간 15분 가량 걸린다. ◇솔향 가득한 숲길에 빠지다 ‘전북 김제 모악산마실길 김제구간 2코스’모악산마실길 김제구간 2코스는 금산사주차장에서 시작한다. 금산사는 71개 말사를 통괄하는 조계종 제 17교부 본사로,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곳이다. 금산사주차장 버스정류장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솔향이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모악산 정상과 백운동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백운동마을로 접어들면 금산사의 말사 귀신사를 만난다. 귀신사에서 싸리재를 거쳐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일명 오리알 터로도 불리는 금평저수지이다. 이곳은 풍수지리에 밝았던 도선이 장차 오리가 알을 낳는 곳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발걸음은 금산교회를 거쳐 다시 금산사주차장으로 복귀하여 여행을 마치는 코스이다. 모악산은 1월말부터 2월까지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눈길걷기를 즐길 수 있다. 금산사주차장 ~ 백운동마을 ~ 귀신사 ~ 싸리재 ~ 금평저수지 ~ 금산사주차장. 거리는 13.3km로 약 3시간 30분 걸리다. 경북 영주 소백산자락길 1코스(사진=한국관광공사)◇선비의 곧은 마음 담긴 ‘경북 영주 소백산자락길 1자락’소백산자락길 1자락. ‘문화생태탐방로’로 가족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길이다. 소백산은 겨울이면 심설 등반객들로 붐비는 산이다. 소백산자락길 1구간은 100살은 족히 넘어 보이지만 선비의 곧은 마음만큼이나 높게 뻗은 소수서원 소나무숲길에서 시작되며, 조선500년을 관통하는 유학이념이 곳곳에 위치한 문화유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산수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예로부터 신성시되고 명당으로 여겨져 수많은 명현을 배출한 이곳에서 옛 선비가 된 듯 “선비걸음”으로 천천히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생생한 역사를 만나보자. 선비길(선비촌-순흥향교-송림호·배점분교) ~ 구곡길(배점분교-죽계구곡·초암사) ~ 달밭길(초암사-쇠자우골-달밭골-성재-비로사-삼가주차장). 거리는 12.6km로 약 4시간 30분 걸린다. ◇아찔한 벼랑아래 낙동강 비경이 ‘경남 창녕 개비리길’‘개’는 강가, ‘비리’는 벼랑. ‘개비리’는 강가의 벼랑길이라는 뜻으로 개비리길은 벼랑 따라 낙동강을 발아래 두고 걷는 아찔함과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매력이 넘치는 길이다. 강변길, 대숲길, 숲길 따라 걸었다면 한때 대한민국 온천관광의 대명사였던 부곡하와이로 찾아가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억새전망대(시점) ~ 용산마을 ~ 회락정 ~ 창나루 ~ 영아지마을 ~ 순환탐방로 ~ 용산마을 ~ 억새전망대 주차장(종점). 거리는 6.2km로 약 2시간 걸린다. ◇제주 절경 중의 절경 ‘제주 서귀포 제주지오트레일 산방산ㆍ용머리트레일 A코스’지질트레일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브랜드를 활용하여 각 지역의 독특한 지질자원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을의 역사·문화·신화·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만든 도보길이다. 산방산 · 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80만년 이라는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주변마을(사계리·화순리·덕수리)의 명소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뽑혔을 만큼 놀라운 경치를 뽐내는 형제해안로를 걸으며 제주절경을 맛볼 수도 있다. 용머리해안 주차장(출발) ~ 사계포구~형제해안로전망대 ~ 해안사구와 모리층 ~ 사계리해안체육공원 ~ 사람발자국화석 ~ 대정향교 ~ 산방산 탄산온천 ~ 불미마당 ~ 베리돌아진밧 ~ 조면암 돌담 ~ 산방연대 ~ 용머리해안 주차장(도착). 거리는 13.7km로 3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제주 서귀포시 산방산용머리지질트레일(사진=한국관광공사)▶ 관련기사 ◀☞ [e여행팁] 가장 저렴한 항공권, 언제 사야할까☞ [여행] 한반도 생성 신비 품고, 시간이 예서 멈췄구나☞ [기자수첩] ‘겨울 여행주간’ 기회 날린 스키장 업계의 결정☞ [여행팁] 여행아바타·화성호텔 등 미래 여행트렌드☞ [여행] 눈·바다·고택·와인…겨울여행주간 즐기는 10가지 방법
2017.01.26 I 강경록 기자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 [e주말]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 구둔역 철길을 걷고 있는 가족 여행객(사진=서영진 작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오래된 역에는 지난한 세월이 묻어난다. 빛바랜 낙엽 위로 사연이 겹겹이 쌓이고, 옛 역사와 녹슨 철길에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는다.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자리한 구둔역은 80년을 목전에 뒀다. 퇴역한 노병처럼 주름 깊은 은행나무 한 그루, 엔진이 식은 기관차와 객차 한 량, 역 앞을 서성이는 개 한 마리가 구둔역의 친구다. 구둔역은 간이역의 흔적을 뒤로한 채 폐역이라는 명패를 달고 겨울 벌판에 섰다.◇질곡의 세월을 견딘 간이역 1940년 4월, 중앙선의 간이역으로 문을 연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 지켜봤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 차례 지나가던 간이역은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의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추억의 간이역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이 담긴 촬영지로 세간에 알려졌다.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까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삐걱거리는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가 승강장에 서성거리다 철길을 걷는 동선이 모두 근대 문화를 더듬는 행위와 연결된다. 천장이 나무로 된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 등이 남았으며, 대합실에는 열차가 오가던 시절의 시간표와 매표소 유리창 등이 빛바랜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 승강장으로 나가면 노목에는 나뭇잎 대신 소원지가 매달렸다. 청량리행을 알리는 이정표도 햇살을 머금고 철로 변을 지킨다.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 역시 철로 한편에서 겨울 역의 아련한 정취를 더한다. ◇아홉개의 진지가 있어 ‘구둔’구둔역이 있는 구둔마을은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넘어서는 언덕길에 진지 아홉 개가 있어 ‘구둔(九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구둔역은 전란 때마다 격전지였으며, 마을이 폐허가 된 한국전쟁 당시 허물어지지 않고 남았다고 한다. 아픈 과거를 뒤로한 구둔역은 이제 사랑이 녹아드는 곳이다. 구둔역이 화려한 조명을 받은 것은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 덕분이다. 극중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풋풋한 장면이 담긴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구둔역은 한 시절 추억이 되어 시간을 보냈고,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뒤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김국진과 강수지가 〈불타는 청춘〉에서 훈훈한 철길 데이트 코스로 선택한 곳이 구둔역이다. 양평장이 서는 날이면 북적거리던 구둔역 일대는 이제 한적한 시골 풍경으로 남았다. 주말에 번잡해지는 용문산관광지와 달리 용문을 거쳐 구둔까지 들어서는 길목은 저수지와 고갯마루의 한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기차를 이용하면 구둔역의 배턴을 이어받은 일신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걷는다.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역까지 한적하게 다가설 수 있다. 기관차 엔진은 식었지만 구둔역은 올해 말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구둔마을 주민들이 올가을 구둔역 단장을 마쳤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을 조성,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장소를 마련했다. 열차 옆 공간에 있는 새끼 돼지와 토끼는 역 앞을 서성이던 견공 몽구와 함께 아이들의 사랑을 고대한다. 사무실은 카페로 꾸미고, 고구마피자와 빵 만들기 체험장도 문을 연다. 승강장 옆에는 군불을 쬐며 추위를 다스릴 모닥불 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구둔역 역사 전경(사진=서영진 작가)◇용문산관광지 등 볼거리 풍부해고즈넉한 구둔역에서 벗어나 용문 방향으로 가면 용문사, 친환경농업박물관 등이 자리한 용문산관광지다. 천년 고찰 용문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좋고, 주말에는 등산객이 뒤엉켜 다소 붐빈다. 용문사 경내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수령과 높이가 국내 최대다. 용문산관광지는 주차료 3000원에 입장료(어른) 2500원이며, 관광지에 입장할 때는 현금 이용만 가능하다. 한적한 숲 속 산책을 원한다면 쉬자파크로 발길을 옮긴다. 백운봉 자락에 위치한 공간으로 휴식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졌다. 관찰데크와 잔디광장, 초가원, 솔쉼터 등이 있으며, 산책로 중간에 만나는 의자는 예술미가 돋보인다. 허브정원과 다양한 조각상이 볼 만한 남한강 변의 들꽃수목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간 개장해 운치를 더한다. 양평 나들이할 때는 숲 속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중미산자연휴양림은 토성과 목성 등 행성을 테마로 한 숙소를 새롭게 개장했고, 휴양림 옆에 중미산천문대가 들어서 밤하늘의 별자리와 추억을 나눌 수 있다. 다채로운 먹거리도 발걸음을 들뜨게 만든다. 들꽃수목원 건너편의 ‘옥천냉면’은 평양냉면 족보에 이름을 올린 맛집 중 한 곳으로, 담백한 국물에 면발이 특색 있다. 용문산 초입에는 들깨, 곤드레나물 등으로 힐링 푸드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곤드레나물밥 한 그릇이면 추운 몸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양평 여행의 마무리는 단연코 두물머리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만남’의 사연까지 더해져 연인들의 야외 데이트 성지로 자리 잡았다. 산책로와 카페촌이 조성되어 주말이면 강변 조명 아래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들이의 시작은 구둔역에서, 마무리는 해 질 무렵 두물머리가 안성맞춤이다. ◇여행메모△여행코스=(당일)구둔역→용문사→쉬자파크→들꽃수목원→두물머리/〈1박 2일 여행 코스, (1박2일)구둔역→쉬자파크→용문사→친환경농업박물관→중미산자연휴양림→(숙박)→들꽃수목원→양평레일바이크→두물머리△가는길= (자가용)팔당대교→국도6호선→양평읍→용문읍→345번 지방도 지평 방면→구둔역, (기차) 청량리역-일신역, 무궁화호 하루 3회 운영
2016.11.25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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