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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반상회' 이무생, 반전 일상 공개…뽀삐뽀 챌린지까지
  • '배우반상회' 이무생, 반전 일상 공개…뽀삐뽀 챌린지까지
  • (사진=JTBC ‘배우반상회’)[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배우 이무생의 이중생활이 베일을 벗는다.오는 23일 방송될 JTBC ‘배우반상회’에는 이무생이 출연한다. 이무생은 본인의 내면을 가득 채운 캐릭터들의 감정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진다.이날 ‘배우반상회’를 찾아온 이무생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운데 ‘배우반상회’ 멤버들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 눈길을 끈다.또한 이무생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산을 찾는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섬뜩한 사이코패스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과 달리 이무생은 외계어를 남발하며 숲속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순수함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사진=JTBC ‘배우반상회’)이무생은 “목에서 피 냄새날 정도로 뛰어봤어요”라며 잡생각을 없애기 위한 비법으로 산 달리기를 소개한다. 또 다른 비법으로는 고강도 운동인 흙바닥 푸시업과 턱걸이를 선보인다.뿐만 아니라 드라마 ‘하이드’에 함께 출연한 후배 배우 이민재와 한우 맛집 데이트에 나선다. 그는 MZ 후배 이민재의 제안으로 뽀삐뽀 챌린지(카메라를 앞뒤로 움직이며 귀여운 모습을 담는 숏폼 챌린지)를 시도, 걸작과 망작의 엄청난 수준 차이가 웃음을 자아낼 예정이다.무엇보다 이민재가 질문 공세로 연기 열정을 드러내자 이무생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더불어 이민재가 궁금해하는 드라마 ‘서른, 아홉’의 폭풍 오열 장면 비하인드도 털어놓는다고 해 호기심을 자극한다.‘배우반상회’는 오는 23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된다.
2024.03.22 I 최희재 기자
"롯데렌터카 직원이 국내 여행코스 추천해드려요"
  • "롯데렌터카 직원이 국내 여행코스 추천해드려요"
  •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롯데렌탈(089860)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롯데렌터카 직원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고 19일 밝혔다.(사진=롯데렌탈)롯데렌탈은 이달을 시작으로 6월, 9월,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국내의 매력적인 관광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선정된 지역 관광지와 맛집, 카페는 롯데렌터카 통합앱과 홈페이지,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첫 번째 지역은 부산이다. 롯데렌터카 부산KTX역지점과 해운대지점, 김해공항지점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부산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세 가지 부산 여행 관광 코스를 제안한다.먼저, 블루라인파크에서 출발하는 해변열차를 타고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와 해동용궁사를 둘러본 후 아홉산숲에서 마무리되는 코스를 추천한다. 부산의 명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눈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시간을 맞춘다면 일출 또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두 번째 코스는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송도용궁구름다리에서 시작되는 여정이다. 발 밑에서 넘실대는 파도와 기암절벽이 빚어내는 천혜의 경관을 감상한 후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뷰를 자랑하는 송도 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송도 해상케이블카까지 타고나면 부산 바다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마지막 추천 코스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년고찰 장안사다. 기장군에 위치한 장안사는 매년 봄이면 화려한 벚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부산 시민들의 봄나들이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무료 주차도 가능하다. 웨더아이가 발표한 2024년 부산 벚꽃 개화 시기는 오는 22일로 평년보다 약 6일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부산지역 현지 직원들이 직접 추천한 숨은 맛집으로는 △노포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송도 암남공원 내 조개구이 △면은 쫄깃하고 국물은 진한 쫄우동과 짭조름한 유부김밥 △살이 꽉 찬 손질된 돌게와 국물이 시원한 원조 돌게탕집 △40년 전통의 계란만두 달인이 운영하는 서동 미로시장의 분식집 등 부산만의 특색이 살아있는 식당 등이 꼽혔다. 식후 디저트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는 △팥과 밤으로 꽉 차 있지만 달지 않아 맛있는 수제팥빵떡을 맛 볼 수 있는 곳 △얇은 떡 안에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매력적인 젤라떡집 △창 밖으로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가향차집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기장의 뷰 맛집 카페 등이 선정됐다.부산에서 롯데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즐기는 고객을 위한 프로모션 ‘오이소, 보이소, 타이소!’도 함께 준비했다. 다음달 18일까지 △부산KTX역지점 △해운대지점 △김해공항지점에서 중형(2.0)급 이상 차량을 1일(24시간) 이상 빌리면 대여료가 50% 할인된다. 네이버나 구글 리뷰를 작성하면 현장에서 5% 추가 할인이 적용돼 최대 55%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이 프로모션에는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2024.03.19 I 공지유 기자
 뽀드득 뽀드득 눈 밟으며 설국으로 걸어 들어가다
  • [여행] 뽀드득 뽀드득 눈 밟으며 설국으로 걸어 들어가다
  •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듯 울창하게 뻗어 있어서다. 덕분에 전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티끌 같은 망상과 잡념은 사라진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우리나라 백두대간 중심축에 말뚝처럼 떡하니 박혀 있는 오대산. 강원도 강릉과 홍천, 그리고 평창 땅에 비로봉(1563m)을 주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등 다섯 개의 봉우리가 걸쳐 있는 산이다. 산봉우리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또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하다. 오대산의 맑은 정기를 느끼기 위해 걷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그중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9㎞에 걸친 숲길인 ‘선재길’은 ‘사색의 길’ 또는 ‘구도의 길’로 불린다.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가 주로 다녔던, 아름드리 거목 사이로 흘러들며 부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토기에 새긴 빗살 무늬 같은 기둥사이로 걷다 보면 숱한 난고의 세월을 버텨온 고목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진다. 여기에 설경을 곁들인다면 더 특별하다. 눈 쌓인 숲길을 거닐다 보면 세상 소리를 다 삼킨 듯 적막한 고요가 어느새 자신을 감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다. ◇눈 내린 겨울 숲, 적막한 고요 속 ‘전나무 숲길’들머리는 월정사 매표소. 매표소를 지나 200m가량 오르면 금박 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다. 일주문 왼편으로는 상원사 앞을 지나 흘러온 계곡수가 자작자작 흐르고, 오른편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숲에는 1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은 마치 속(俗)과 선(禪)을 나누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특히 눈 내린 겨울 숲은 고요만이 가득하다.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듯 울창하게 뻗어 있어서다. 덕분에 전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티끌 같은 망상과 잡념은 사라진다.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듯 울창하게 뻗어 있어서다. 덕분에 전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티끌 같은 망상과 잡념은 사라진다.숲길은 직선으로 반듯하게 뻗어 있지 않다. S자로 굽어 있다. 길 초입에는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입산한 승에게 절에 들어올 때의 첫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삭발탑이 서 있다. 삭발탑을 지나면 장정 두세 명이 손을 잡고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거목이 늘어서 있다. 나무의 나이는 평균 80여 년 정도. 최고령 나무는 370년이 넘는다. 이 숲의 시작은 아홉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무려 수령 500년의 전나무로, 그 나무의 씨가 퍼져 지금의 울창한 숲을 이뤘다고 한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숲길 끝에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새하얀 눈처럼 청아한 목탁소리가 나그네를 향해 어서 오라 반기듯 울려 퍼진다. 월정사 매표소에서 200m 가량 오르면 금박 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다.◇오대산이 등에 기대 천 년을 지켜온 ‘월정사’월정사는 오대산에 등을 기댄 채 점잖게 앉아 있다. 이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얻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 돌아와서 창건한 가람이다. 이후 1400여 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 성지로 많은 불자의 사랑을 받아왔다.월정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중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게 된 기원이 재미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정사가 보유한 숲은 대략 여의도의 7배 면적에 달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임야와 광복 이후 농지개혁 등으로 줄어든 면적까지 감안하면 원래는 이보다 훨씬 넓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월정사 천왕문월정사가 이렇게 넓은 숲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실마리는 월정사와 조선의 왕이었던 세조와의 인연에서 엿볼 수 있다. 세조는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인물. 그는 불교에 귀의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자 했다.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월정사 중건에도 힘을 보탠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세조는 월정사를 다시 찾았는데, 그때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다. 하나는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만나 자신의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는 고양이가 법당으로 들어가려는 세조의 옷매를 끌어당겨 불상 밑에 숨어 있던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고양이 덕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월정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월정사를 나와 계류를 따라 걷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길은 숲으로 파고 든다. 이 길이 상원사까지 이어진 선재길이다. 이 길에는 과거부터 스님들이 계곡을 건너 갈 수 있도록 만든 여러 다리가 있는데 섶다리도 그중 하나다.인간사에 휘말린 절집은 여러 차례 중건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그 옛날의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할 뿐이다. 경내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부도전에서 큰길을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르는 9km 선재길 끝에 자리한 상원사◇사색과 구도의 길에서 사색과 치유를 경험하다숲길은 완만한 경사다. 계류를 따라 걷다가 물길을 만나는 지점에서 숲으로 파고들 수 있다. 누구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조붓한 숲길 끝, 종착지점에 상원사가 숨어 있다. 초입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관대걸이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상원사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한결 조용하다. 눈 내린 산길을 헤치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기도객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근래 들어 상원사의 몸집은 크게 불었다. 영산전 앞에 커다란 오대보탑을 새로 지었고, 청풍루에 문수보살 화현도도 그려 넣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하늘에서 내려다본 상원사 전경하지만 절집 마당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장쾌한 풍광은 압권이다. 절집 마당 끝에 오래 묵은 산돌배나무 한 그루 앞이 포인트다. 눈 덮인 오대산의 동대와 서대의 산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잎을 떨 군 앙상한 활엽수 숲속에 군데군데 전나무가 흰 눈을 이고 서 있다. 대가람 월정사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상원사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동종이다. 1300여 년 전 통일신라 때 주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 특히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과 그를 둘러싼 연꽃 문양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종을 매단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다. 입을 딱 벌린 용이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종의 무게를 버티고 선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선재길은 상원사에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적멸보궁을 바로 앞에 두고 돌아서기는 아깝다. 상원사에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마주하게 되는 월정사 중대 적멸보궁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양산 통도사·설악산 봉정암·영월 사자산 법흥사·태백산 정암사)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하늘에서 내려다본 상원사 전경
2022.12.30 I 강경록 기자
 산사의 가을은 끝자락이 더 화려하더라
  • [여행] 산사의 가을은 끝자락이 더 화려하더라
  • 마곡사를 잧은 사람들이 영산전 돌담 앞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주(충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늦가을 여관에 내리는 가을비/ 고요한 밤 차가운 창에 등불 밝히니/ 가련하다, 시름 속에 앉은 내 모습/ 삼매에 든 중과 다름없네통일신라시대 말기의 문인이었던 고운 최치원이 늦가을 한 여관에서 지었다는 한시 ‘우정야우’(雨亭夜宇)다. 그는 여행 중 만난 가을비를 이렇게 표현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는 심란했을 그의 마음을 그려본다. 그가 느꼈을 당시의 감정은 아마 삶의 무상함이 아니었을까. 충남 공주의 이름난 두 사찰에서 마주친 늦가을의 풍경도 그랬다. 이미 떠날 채비를 마친 가을은 조금이라도 늦을까봐 조급해하는 모습이었다. 한곳에서는 남은 생명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또 다른 곳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고 소박하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봄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찰에서 만난 화려한 가을 단풍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이면 마곡사가 아름답고,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충남 공주의 태화산과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마곡사와 갑사의 풍경을 두고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다. 그렇다고 마곡사의 가을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가을 끝자락에 찾아간 마곡사의 가을 풍경은 선뜻 그들의 말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마곡사의 가을 풍경은 선뜻 봄 풍경에 손 들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했다. 형형색색 단풍으로 둘러싸인 마곡사마곡사의 가을 피날레는 한마디로 웅장한 느낌이다. 주차장에서 번잡한 상가를 지나면 마곡천이 나란히 이어지는데 화려한 단풍길이 반갑게 여행객을 맞이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곧장 마곡사로 안내한다. 마곡천이 태극 문양처럼 한 바퀴 크게 휘감아 돌면 비로소 마곡사 경내에 이른다. 산중 사찰이 대부분 외지고 찾기 힘든 곳에 자리한 반면, 마곡사는 누구에게나 그 품을 쉬이 내어 주려는 듯 두팔 벌려 환영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 다. 마곡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2018년 선암사·부석사·통도사·봉정사·대흥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다. 그만큼 경내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둘러볼 수 없다. 보물로 지정된 영산전을 비롯해 대웅보전, 대광보전, 오층석탑 등이 있다. 대광보전 앞마당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해탈문, 천왕문, 명부전, 국사당, 응진전, 심검당 및 고방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마곡사 명부전 단풍마곡사의 정문에 해당하는 해탈문. 문 이쪽의 속세와 불(佛)의 세계가 문을 사이에 두고 나뉘는 곳이다. 해탈문을 들어서기 전 건축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 위에 예쁜 살색 담을 낮게 앉은 너머로 영산전 안채가 보일 듯 말 듯하다.영산전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그 주위를 에워싼 나무의 이마에는 절정에 달한 늦가을이 화려한 차림새로 이리 오라 손짓한다. 그 아래로 몰려든 여행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누가 더 예쁜지를 뽐내듯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도무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기세다.마곡사 오층석탑과 대웅보전간신히 유혹에서 벗어나 사찰 내부로 들어선다. 세심교와 극락교를 지나자 오층석탑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다. 석탑 끝의 보탑이 매우 독특하다. 보탑만 뚝 떼어 땅에 내려놓아도 하나의 탑으로 보일 정도로 커다랗고 정교한 머리장식을 하고 있다. 이는 원나라 말기 라마 불교의 영향을 받은 양식이다. 한국, 인도, 중국 등 세계에 3개밖에 없는 보기 드문 형태다. 마곡사의 가장 큰 특징은 주불전이 대광보전과 대왕보전 등 두 곳이라는 점이다. 또 대광보전 법당에 들어가면 다른 사찰과 달리 비로자나불이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모셔져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마곡사 백련암 김구 흉상마곡사에는 백범 김구의 발자취도 가득하다. 백범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 군인을 살해하고 옥살이하다 탈옥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 이곳에서 그는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지냈다. 백범당 옆의 향나무는 광복 이후 그가 직접 심은 것이다. 대웅보전 왼쪽 계곡에 가로놓인 징검다리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김구 선생이 탁발했다는 바위가 있다. 이 길을 시작점으로 총 3코스의 백범 명상길이 조성돼 있다. 깊은 가을날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갑사◇가을에 가장 빛나는 은밀하고 깊은 산사를 찾다 갑사는 계룡산 깊은 자락에 깃들었다. 경내까지 숲길을 무려 5리(2㎞)나 걸어 들어가야 한다. 소박하면서 은밀한 느낌이다. 420년(백제 구이신왕 원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556년 혜명대사가 중건했으나, 1597년 정유재란(선조 30년) 당시 1000여 칸에 이르렀다는 당우가 죄다 불타 사라졌다. 현재 모습은 전란 이후 중창 불사를 통해 새로 세워진 것이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고찰답게 문화재도 많다. 국보인 갑사 삼신불괘불탱화와 보물 다섯 점, 도 유형문화재 일곱 점 등이다. 특히 철당간과 지주는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다.갑사에서 가장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오리숲길이름난 절집으로 난 길이라 그런지 들머리부터 시끌벅적하다. 마치 승속의 경계를 지나는 느낌이다.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면 소음은 멀어지고, 그제야 새소리, 물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갑사에서 가장 가을다운 곳인 ‘오리숲길’이다. 갑사까지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약 2km(5리) 정도 이어져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은행나무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이끌었다. 공주에서 갑사로 드는 길목 양편으로 400~500m 남짓 터널을 이뤘다. 옆으로 넓게 가지를 펼친 은행나무들이 길 위에 노란 융단을 깔아놓았다. 이 길을 지나자 활엽수와 단풍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족히 수백 년은 넘은 자세로 이방인을 맞고 있다. 그 아래에는 힘을 다한 나뭇잎들이 그득하다. 겨울을 앞두고 몸 안에서 물을 모두 빼낸 나무의 이파리는 낙엽이 돼 떨어진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까지 오감을 채운다. 이런저런 낙엽들이 쌓여 만든 폭신한 길을 걷는 맛도 각별하다.갑사 공우탑대웅전까지는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살아온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느티나무들이 곁을 지키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네 명의 사천왕이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문이다. 숲은 사천왕문을 통과하면 한층 울울창창해진다. 경내로 들어서려면 해탈문을 지나야 한다. 말 그대로 부처의 세계로 드는 문이다.불자가 아니더라도 갑사의 자태는 누구나 감탄할 만하다. 단청은 퇴색됐다. 강당 등 일부 건물의 단청은 겨우 무늬의 흔적만 남아 있다. 그 위에 시간이 더께로 내려앉았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건물들의 웅장함에 잠시 승속의 세계로 빠져든다.갑사를 지나 계룡산 등산로를 따라 용문폭포 가는길갑사 위쪽의 계곡을 따라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이를 ‘갑사구곡’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 때 중추원 부의장과 경기도 관찰사를 역임했던 윤덕영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경치가 빼어난 아홉 곳에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다. 셀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무에서 떨어져서도 저리 샛노랗게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낙엽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을이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 아쉽기만 하다.
2022.11.18 I 강경록 기자
산·숲·해안에서 상큼한 유자향과 곱게 물든 단풍길을 걷다
  • 산·숲·해안에서 상큼한 유자향과 곱게 물든 단풍길을 걷다[여행]
  • 늦가을 정취를 누릴 만한 한적한 숲길인 전남 고흥의 팔영산 편백치유의숲. 1시간여 만에 짧고 굵게 숲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전남 고흥 용암마을에 있는 바위산인 ‘용바위’의 해안 암반. 용이 암벽을 타고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와 용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절벽 한쪽에 용이 승천했을 때 남겼다는 자국이 있다. 용바위 하단부를 빙 둘러 드넓은 암반층이 형성되어 있어 관광객들과 낚시꾼들이 많이 찾고, 입시철에는 자녀들의 합격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이들이 모여든다.[고흥(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추수를 끝낸 들녘의 적막한 풍경에 더없이 스산해지는 늦가을이다. 중부 산간에서는 이미 폭설이 내렸다. 마치 동장군이 대군을 몰고 당장 남하할 태세다. 따사롭고 온화한 가을 햇살이 더 그리워진다. 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고흥반도로 운전대를 잡은 이유다. 남도 끝 고흥의 산길과 숲길, 그리고 해안길은 아직 따스한 가을 햇살로 덮여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을 햇살 바스러지는 소리에 귀와 눈이 따가울 정도다. 이 길을 걷고 쉬며 살며시 호사를 누려볼 참이다. 여기에 제철 맞은 유자의 상큼한 향기와 길에서 가끔 만나는 곱게 물든 단풍은 여행길의 소소한 즐거움이다.◇늦가을 정취 가득한 숲길과 산길을 걷다고흥에는 늦가을 정취를 누릴 만한 한적한 숲길과 산길이 수두룩하다. 난대림, 온대림이 함께 분포한 지역으로, 편백·삼나무 등 상록침엽수와 비자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들이 늘 푸르고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먼저 완만하고 경치 좋은 숲길로 간다. 고흥에는 1시간여 만에 짧고 굵게 숲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제법 있다. 그중 고흥의 명산인 팔영산 자락에는 다양한 숲 탐방로가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팔영산국립공원 안에는 팔영산자연휴양림이 있고, 그 안에 편백숲도 있다. 이 편백숲은 제지회사에서 1980년 초에 조림했다. 몇 곳에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성기지구 편백숲이다. 150㏊의 성기지구·금사지구 편백숲 일부를 한바퀴 돌아내려올 수 있다. 비록 아름드리나무들은 아니지만, 빽빽하게 우거진 키다리 편백들이 어두컴컴한 숲을 이루고 있어 편백 향에 흠뻑 젖었다 나오게 된다.팔영산 아래 자리한 단아한 절집인 ‘능가사’여기까지 갔다면 팔영산 아래 단아한 절집 능가사도 방문지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 평지에 들어선 이 사찰은 사천왕문 너머로 대웅전 법당 하나와 그 뒤로 응진당이 덩그러니 서 있다. 어찌 보면 좀 초라하다 싶기도 하지만 불사로 어지럽혀지지 않아 정갈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새로 지은 요사채며 부속 건물이 있긴 하지만 빈 공간을 그대로 놔둔 채 담을 짓고 멀찌감치 비켜 들여놓아서 절집의 적요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다. 마당에 파쇄석을 깔아 자그락 거리는 소리가 적요한 침묵에 끼어드는 게 굳이 흠이라면 흠이다. 기암괴석과 다도해 전망으로 유명한 마복산 조선(흔들)바위를 밀고 있는 산행객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는 의미의 마복산은 가을에 다녀오기 좋은 산이다. 마복산은 기암절경으로 제법 이름난 곳. ‘꽃보다 아름다운 기암절경’이라는 소개문구가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금강산의 만물상이나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비교할 정도다. 산 정상에는 갖가지 기암들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바위마다 이름도 제각각. 거북이, 물개, 스핑크스, 툴구바위, 조선바위, 왕바위, 신선대, 장군석, 성곽바위, 수문장바위 등등이다. 어떤 것은 기둥처럼 곧추 섰고, 떡하니 드러누운 것도 있다. 그중 가장 사람들이 흥미를 끄는 바위는 흔들바위다.기암괴석과 다도해 전망으로 유명한 마복산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조금만 힘주어 밀면 벼랑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형상의 바위다. 정상에 올라선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여기서 힘자랑을 한다. 그 모습을 하늘에서 본다면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축소판이라고 감탄할 정도다. 마복산의 별칭이 ‘소개골산’(小皆骨山)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다도해의 전경도 마복산의 자랑거리다. 마복산 남쪽 바다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산등성이에 올라 푸른 바다 위를 떠다니는 듯한 올망졸망한 섬들과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들어앉은 포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마저도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만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일몰 풍경◇남열에서 우천까지, 바다향 품은 해안길을 달리다바다 정취 가득한 길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고흥 드라이브 코스 중에서 영남면 남열에서 우천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단연 최고로 꼽힌다. 이 일대는 지난 2012년 산림청이 ‘우리나라 100대 산림경관관리지역’으로 꼽은 곳이다. 길을 따라 다도해가 주르륵 펼쳐지고 인근에는 남열해돋이해변과 우주발사전망대, 사자바위, 용바위 등의 명소도 이곳에 몰려 있다.이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남열해변 해안절벽 위에 세워진 우주발사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로 지난 2013년 1월 1일 개관했다.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장면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나로우주센터와 해상으로 17km 직선거리에 자리해 있다. 하지만 이 전망대는 본래 목적과 달리 주변의 빼어난 해안 경관을 바라보는 데 더 이름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낭도, 목도, 증도, 장사도, 하화도 너머로 여수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해안가 다랑논의 계단과 남열해변의 경관이 그림 같다. 전망대에서 보는 일몰과 일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고흥우주발사대 전망대 1층에 있는 ‘라이카’ 동상우주발사대 전망대 1층에는 강아지 동상이 세워져 있다. 미국과 경쟁적으로 우주발사체를 띄운 소련에서 세계 최초로 우주에 나갔던 생명체인 라이카의 동상이다. 라이카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떠돌이 개로, 1957년 11월 3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2회에 태워졌다. 하지만 라이카는 우주선 발사 후 몇 시간 만에 극심한 고열과 스트레스로 공포에 질려 죽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다. 인류의 경쟁적인 우주개발의 이기심으로 희생된 동물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이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우주도서관과 우주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망대 7층 회전카페에서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영남용바위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작은 바위산이다. 해안가로 뻗어 나온 바위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을 닮은 돌개구멍이 보인다. 이는 바위틈이나 암석이 빠져나간 자리에 작은 돌이 들어갔다가 거센 파도에 의해 맴돌며 깎아 만든 지질 현상이다.영남 용바위 정상에는 용형상의 조형물이 있다영남용바위에는 돌개구멍 말고도 주상절리와 기공 등 화산활동이 만든 기암괴석이 여럿이다. 바로 옆에는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도 있다. 제주도 용두암보다 사뭇 작지만 비슷한 모양이 눈길을 끈다. 영남용바위 일대는 1년 열두 달 낚시꾼이 끊이지 않는 갯바위 낚시 명소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 용두암도 있다.잠깐 차를 세워두고 해안산책로인 미루마루길을 걸으면 영남면 일대 앞바다의 다도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곳에서부터 해안절벽으로 난 길을 따라 사자바위, 몽돌해변길, 용굴(미르전망대)을 거쳐 용암마을의 용바위가 있는 곳까지 약 4km, 편도 1시간 정도 되는 해안 탐방로다. 영남 용바위에는 주상절리와 기공 등 화산활동이 만든 기암괴석이 여럿있는데 그중에서도 용이 승천한 흔적처럼 새겨진 기암이 가장 유명하다.
2022.10.28 I 강경록 기자
 명량·한산 그리고, 이순신의 마지막 격전지를 가다
  • [여행] 명량·한산 그리고, 이순신의 마지막 격전지를 가다
  •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관음포에는 관음포해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금 싸움이 급하니, 부하들에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1598년 11월 19일(음력) 새벽. 조선과 명나라 수군은 경남 남해와 하동 사이의 노량 앞바다에 접근했다. 이어 연합군은 해협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후 수많은 왜군을 태운 500여척의 배가 어둠에 잠긴 노량 앞바다에 불빛을 밝히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년간(1592~1598) 조선 땅을 짓밟은 왜군들이 탄 배가 떼 지어 나타난 것이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퇴각하는 왜군을 공격했다. 그는 이곳에서 왜선 50여척을 격파한 뒤 관음포 쪽으로 후퇴한 왜군의 퇴로를 막아 400여척의 적선마저 침몰시켰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 적의 유탄을 맞아 끝내 눈을 감았다.◇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장을 찾아가다이순신이 최후를 맞이한 곳은 경남 남해의 관음포다.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그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오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이락사(李落祠). 당시 그의 나이는 쉰넷. 그토록 바라던 전쟁의 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그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 자신의 죽음이 알려져 적들의 사기가 오르고 조선과 명나라 수군이 동요할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이곳에서 조선 수군은 왜군을 향해 총공세를 폈다. 아침까지 이어진 이날의 전투로 왜군의 배 500여 척 중 겨우 50여 척만 본국으로 도망갔고, 나머지는 모두 격침됐다. 그리고 조선은 노량해전에서 큰 승리를 거둠으로써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을 비로소 끝낼 수 있었다.경남 남해 남해대교 아래에 있는 충렬사500여년이 지난 지금, 관음포에는 이순신의 사당과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소나무가 빽빽한 오솔길을 따라 500여m 지나면 첨망대(瞻望臺)가 있다. 여기에 서면 노량해전의 전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만히 그 바다를 바라보면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독려하던 북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관음포 앞에는 이순신의 순국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이순신영상관에서는 노량해전의 입체 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경남 남해와 하동 사이의 길게 뻗은 노량해협 사이로 노량대교가 놓여져 있다. 그 아래에는 거북선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북선 모형이 있다.노량해전이 펼쳐졌던 바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놓였다. 남해 노량리와 하동 금남면 노량리를 이은 다리다. 하동에서 남해방향으로 남해대교를 건너면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지척이다. 충렬사 앞에서는 노량 앞바다에 걸린 남해대교의 수려한 자태가 한눈에 잡힌다. 길이 660m, 높이 52m로 웅장한 현수교지만 굼떠 보이지 않고 날렵하다. 1973년 개통이 된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금산 상사바위에서 바라본 앵강만◇보광산이 금산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남해는 그림 같은 풍경들이 곳곳에 펼쳐진다고 해서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에 덜 알려지고 더 그림 같이 숨어 있는 풍경은 남해 여정의 덤이다. 관음포를 나와 남해 한복판에 솟아오른 금산(錦山)에 오른다. 비단(錦)을 이름으로 삼기는 했지만, 그 이름처럼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산이다. 그 대신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절경을 빚어낸다. 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 암봉들에 서광이 비치는 모습을 보고 신라 말 원효대사는 보광(普光)산이라 불렀고, 이후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산에 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남해 금산 보리암과 기기묘묘한 암릉이성계는 이 산에 올라 조선 개국을 열망하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개국의 꿈을 이루면 비단으로 보광산을 감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산 하나를 어찌 다 비단으로 감을 수 있을까. 그의 열망처럼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는 산에 비단을 두르는 대신 비단 금(錦)자를 이름으로 삼는 편법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 부드러운 산은 아니지만, 암봉의 화려함에 그 의미를 둔다면 금산이라는 이름도 썩 잘 어울린다.금산 정상 턱밑쯤에는 암자 보리암이 있다. 일찍이 신라시대부터 해수관음도량으로 이름 높던 사찰이다. 줄잡아 15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의 저편에서부터 지금의 명성에 못지않을 만큼 성지중의 성지였던 셈이다. 그 이유가 바로 금산의 치솟은 암봉과 그 암봉이 뿜어내는 기운이 대단했던 것이리라.남해 금산 봉수대금산을 오르는 일은 비교적 쉽다. 보리암의 어깨까지 차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찾은 이들은 대개 보리암만 들렀다가 내려간다. 하지만 보리암 종루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야 비로소 금산의 웅장한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금산에는 모두 38경(景)이 있다. 하나하나 헤아릴 필요는 없다. 숫자를 매겨본들 곧 그것이 쓸모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풍광이 빼어나니 구태여 거기에 순서를 매길 필요가 없다.그 암봉들의 형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보리암 뒤쪽의 절하는 모양을 한 바위 ‘형리암’이며, 고승대덕들이 앉아서 불법을 닦았다는 ‘좌선대’, 바위 모양이 화엄(華嚴)이란 한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화엄봉’…. 그중 빼어난 것이 바로 보리암에서 이어진 능선의 서남쪽 끝자락에 솟아있는 상사암이다. 금산을 통틀어 가장 웅장하고 큰 암봉이다. 이 암봉에는 조선 숙종 때 전남 여수에서 남해로 이주해왔다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상사암에 서면 금산의 기기묘묘한 암봉과 그 아래 앵강만이 훤하게 펼쳐져 보인다.하늘에서 본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남해의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만나다금산을 둘러싼 물미해안도로로 들어선다.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해안도로다. 미조항에서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먹고 출발해 꾸불꾸불한 해안도로의 경치를 만끽하면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도로는 초전~항도~가인포~노구~대지포~은점~물건으로 이어진다. 지나는 마을마다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내항도와 외항도라는 쌍둥이 섬을 가진 항도마을에 있는 전망대는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전망대 앞으로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는 물론 가까이에 마안도·콩섬·팥섬 등 남해의 온갖 섬들이 펼쳐진다.경남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을 산책하고 있는 여행객이 길 끝에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다. 원래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고기를 모이게 만든 인공림이다. 길이는 1.5㎞, 너비는 30m에 이른다. 녹음 짙은 방조어부림에는 산책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팽나무·상수리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푸조나무 등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무려 300살이 넘은 40여 가지 수종들이 숲을 가득 채우고 피톤치드를 내뿜는다.물건리 마을 뒤편에는 독일마을이 있다. 50여년 전 독일로 파견됐던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착할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다. 건축방식에서부터 생활 여건을 독일식으로 꾸며 이국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소위 ‘인싸’ 명소로 이름이 나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노구에서 대지포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도 환상적이다. 아홉 등 아홉 굽이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고개를 넘어설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진다.하늘에서 본 남해 독일마을금산 동북쪽 자락에 자리한 삼동면의 편백 자연휴양림은 전체 207㏊(62만평) 중 절반이 편백이다. 섬마을 남해에 편백을 본격적으로 심은 것은 1960년대. 수령 40년이 넘은 편백이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는 알싸한 나무향이 가득하다. 비 오는 날이면 그 나무향이 짙어진다. 편백은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피톤치드가 많아 삼림욕에 좋다.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숲속의 집’을 연상시키는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사철 푸르지만 봄이 무르익으며 이곳의 편백은 한결 더 산뜻한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창선교 아래 좁고 긴 해협 사이에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남해 멸치가 더 쫄깃하고 맛있는 이유삼동면과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로 들어서면 부채 모양으로 촘촘하게 박아 놓은 참나무 말뚝이 보인다. 귀한 남해 별미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렴이다. 조선시대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사용된 전통어업 방법으로 남해 멸치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죽방(竹防)’은 대나무로 만든 둑, 방죽으로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른다.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 얕은 갯벌에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는다. V자 끝 모서리 부분에 임통이 있는데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힌다. 물고기 입장에선 들어갈 때는 자유지만 나갈 방법은 없어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것이다.남해 창선교 인근의 죽방렴체험공원특히 창선도와 삼동면 사이의 좁은 바다, 지족해협은 예로부터 물살이 세기로 유명했다. 이곳 멸치들이 탄력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이유다. 흐물거리는 생선보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생선이 더 맛있지 않았을까. 거센 물살에 단련된 쫀득한 멸치들을 살아 있는 채로 뜰채로 곱게 떠서 잡아 올렸으니 그 맛이 오죽 달았을까.죽방렴으로 멸치만 잡는 것은 아니다. 갈치와 학꽁치, 도다리 등 남해 바다를 유영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힌다. 그중 멸치 수가 월등해 ‘죽방멸치’란 이름을 차지했다. 죽방렴으로 다른 생선이 많이 잡혔더라면, 그게 도다리거나 갈치였다면 우리는 지금쯤 ‘죽방도다리’나 ‘죽방갈치’에 열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생선보다 상대적으로 몸체가 작은 멸치를 상처없이 잡아내기 어려운 것도 죽방멸치가 귀한 대접받는 데 한몫했다. 그물로 잡는 멸치는 비늘이나 몸체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족항에는 길이 100m, 폭 2m의 도보교와 관람대가 있어 죽방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 삼동면과 남해의 남도 미조면에는 멸치 요리 전문점들도 모여 있다.남해 창선교 일출
2022.08.19 I 강경록 기자
 '다큐' 감독이 만든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다
  • [여행] '다큐' 감독이 만든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다
  • 강원도 홍천 화촌면 숲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는 숲이다’의 트리하우스. 이 집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최기순 씨는 이곳 오지 땅에 러시아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 ‘까르돈’에서 영감을 얻어 그만의 공간을 만들었다.[홍천(강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홍천.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고장이다. 무려 1820㎢다. 우리나라 땅에서 차지하는 지분만 1.8%에 달한다. 서울보다 3배, 속초보다 17배나 더 넓고 크다. 홍천 땅이 넓은 이유는 전형적인 산악지형이기 때문. 태백산맥의 서산면에 자리 잡아 땅의 기복이 심하고, 동부와 북부에는 1000m 이상씩 쭉쭉 뻗은 장중한 산봉우리들이 홍천 땅을 에워싸고 있다. 이 깊고 궁벽한 땅에 자신만의 숲을 만든 이가 있다. 러시아 야생동물을 카메라에 담았던 최기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는 러시아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 ‘까르돈’에서 영감을 얻어 홍천에서도 오지인 화천면에 ‘그만의 숲’을 만들었다.◇두메산골 아이, 시베리아 호랑이를 만나다“오래전 사람들이 만든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는 숲을 만났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오직 숲의 냄새만이 표범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숲이 되어야 한다.”6월 개봉한 최기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숲이다’ 내레이션 중 일부다.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초, 이 영화를 만든 최 감독을 만나러 갔다. 그가 있는 곳은 강원도 홍천 깊은 숲속.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스미고, 밤이 되면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그는 이미 ‘시베리아 호랑이 촬영’으로 이름 꽤나 알려진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당시 야생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해 과거 시베리아의 영하 40도 추위에서 몇 달씩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추위에 떨고 있던 어느 날, 그는 호랑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호랑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이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강원도 홍천 화촌면 숲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는 숲이다’의 트리하우스. 이 집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최기순 씨는 이곳 오지 땅에 러시아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 ‘까르돈’에서 영감을 얻어 그만의 공간을 만들었다.“영하 30~40도의 추운 겨울 숲에서 15m 높이 나무 텐트를 치고 열흘을 기다려 호랑이를 촬영했다. 하지만 그 열흘은 일반적인 열흘이 아니었다. 호랑이에게 인간의 냄새와 소리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 식사와 배변까지 초인적인 절제를 해야 했다. 그런 고난 속에서 호랑이를 만나며 나는 조금씩 숲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시베리아 촬영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 길로 사표를 내고 호랑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처음에는 호랑이로 시작했지만, 이후 표범이나 곰 등 맹수에 빠져 전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개인 갤러리까지 열 정도였다. 그는 10년 넘게 호랑이와 표범, 그리고 숲을 찍었다. 호랑이와 표범을 깊이 알게 될수록, 그 또한 숲에 대해서도 점점 깊게 알아갔다.“사람의 발자국이 대지를 흔들면, 곤충과 짐승은 일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참을 기다리면 흩어진 그들은 다시 사람에게 다가왔다. 호랑이도, 표범도, 그렇게 다가왔다. 이상하게 한 달 이상을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때 ‘아, 이게 자연이 주는 힘이구나!’를 깨달은 순간이었다”.강원도 홍천 화천면의 ‘나는 숲이다’에는 캠프닉을 즐길 수 있는 까르돈 캠핑장이 있다.◇호랑이에 반해 숲으로 들어간 사연자연에 빠진 그는 강원도 홍천의 땅을 샀다. 화전민이 살던 콩밭이었다. 이 척박한 땅에 어린 자작나무를 심고, 양지에 이끼를 기르며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었다. 자작나무를 기둥 삼아 트리하우스와 인디언 텐트도 설치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어릴 적, 누구나 꿈꾸던 ‘나만의 숲’을 그는 이렇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작은 집 한편에 ‘나는 숲이다’라고 써 놓았다. 그가 시베리아 깊은 숲에서 호랑이를 만났던 그 숲이었다.초대받지 않은 그의 집에 들어가는 길. 들머리에 들어가자 ‘나는 숲이다’ 안내판이 투박하게 서 있다. 이 안내판에는 손글씨로 적힌 다섯 개의 이정표가 있다. ‘나무 위의 집’, ‘야생 갤러리 카페’,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소’, ‘나는 숲이다’ ‘까르돈’ 등이다.‘나는 숲이다’에는 최기순 감도의 작품을 전시해둔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는 아무르 표범과 시베리아 호랑이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제일 먼저 카페 ‘나는 숲이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주변으로 ‘싱글 베이커 리(LEE)’란 간판을 내건 빵집 겸 피자집도 있다. ‘까르돈’이란 간판을 내건 캠핑장도 있다. 이제 더이상 운영하지는 않지만, 대신 당일치기 ‘캠프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일반 캠핑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숲에는 나무 위에 집을 지은 ‘트리하우스’가 있고, 그 앞에는 야생동물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있다. 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곳과 최 감독이 거주하는 집도 있다. 그 앞으로는 작은 연못도 있다. 숲 하나를 두고 그는 세상과 완벽하게 분리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한 것이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은 최 감독의 작품을 전시해둔 갤러리다. 아무르 표범과 시베리아 호랑이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마치 액자 속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 생생하다. 이 작품들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야생동물을 찾아 시베리아의 대자연에 들어가 찍은 것들이다. 그가 숲이 된 순간 만나게 된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나는 다시 숲으로 간다. 그리고 나는 숲이 된다. 나는 숲이다.”강원도 홍천 종자산 깊은 자락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불편함이 가득한 리조트를 찾아가다홍천에는 숲을 활용한 여러 공간이 있다. 그중 ‘힐리언스 선마을’은 조금 특별한 마을이다. 종자산 깊은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저마다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이곳에 대단한 의료시설이나, 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곳에는 ‘의도된 불편함’만 가득하다. 이 불편함 속에서 그들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여백을 발견한다. 편리가 아닌 불편을 통해 시인의 주옥같은 시 구절이나, 성경 또는 불경의 구절처럼 큰 가르침을 얻는다.이 마을을 처음 제안한 이는 이시형 의학박사다. 대웅제약, 매일유업, 풀무원 등이 이 박사의 제안에 동참했다. 그렇게 자본을 모아 2007년 이곳에 힐리언스 선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의 목적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웰에이징)이다. 그 비결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식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등 4가지 습관을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습관들을 바로 잡으려면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는 것이다.힐리언스 선마을 건강식당그 불편함은 이런 것들이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고, TV 시청도 안된다. 단, 비즈니스센터에서 무선 와이파이나 PC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도 ‘만일’을 위해서다. 이마저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0까지로 정해져 있다. 밥 한끼도 쉽게 먹을 수 없다. 숙소에서 식당까지 부지런히 종자산 중턱을 오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 지어진 선마을의 비탈길을 걸으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식단도 조금 다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염식이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30분 동안 음식을 아주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처음에는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이내 점점 익숙함으로 바뀌는 습관들이다. 이런 습관들이 익숙해지면 불편함은 비로소 쉼표가 되어 다가온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 네 가지 습관을 모두 바꾸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 힐리언스 선마을에서의 삶에 조금 집중하고 노력하다 보면 일상에서도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습관이 몸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빠름과 편리함만을 추구해온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공간이다.강원도 홍천 내촌면의 가령폭포◇함께 가볼 곳▲가령폭포=내촌면에는 발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쏠쏠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와야리 백암산(1099m) 서남쪽 기슭에 숨어 있는 가령폭포다. 50m 낭떠러지에서 흩뿌리듯 쏟아져 내리는 자태가 자못 웅장하다. 등산 동호인들이 찾으며 알려지기 시작한 폭포로 아직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폭포 주차장은 약 2km 아래 도로변에 있지만, 폭포 아래 연화사라는 작은 암자 부근에 대여섯 대를 주차할 공간이 있어 대개는 이곳에 차를 대고 걷는다. 약 500m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니 등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걸을 만하다.▲아홉사리재= 가령폭포에서 인제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면 군 경계 고갯마루에 ‘아홉사리재’라는 커다란 표석이 세워져 있고, 표석 뒤로 아담하게 자작나무숲이 형성돼 있다. 길가에서 만나는 뜻밖의 풍경이다. 아홉사리재에는 ‘아홉 살배기’와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갓 결혼한 새신랑이 사흘째 되는 날 아흔아홉 굽이 도로 개설 공사에 끌려갔다가 돌아와 보니 태어난 아들이 아홉 살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와, 인제군 상남면에서 홍천군 내촌면으로 시집온 아낙이 험한 산길을 도저히 넘을 수 없어 어린아이가 아홉 살이 된 해에야 처음으로 친정 나들이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가령폭포에서 인제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면 아홉사리재가 나타난다
2022.07.22 I 강경록 기자
 뒤틀리고 휘어진 노거수, 500년간 성주를 품다
  • [여행] 뒤틀리고 휘어진 노거수, 500년간 성주를 품다
  • 경북 성주 이천변에 자리한 성밖숲에는 수령 300~500년 왕버들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성주(경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묘하게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 가슴과 등허리에 박힌 옹이들. 나무도 나이를 들어서일까. 세월만큼 깊어진 상처를 안은 노거수들이 하나같이 지팡이를 짚은 채 맥문동 푸른 싹들을 발치에 키우며 숲을 이루고 있다. 경북 성주의 성박숲(천연기념물 제403호) 풍경이다. 이 숲은 옛 성주읍성의 서문 밖, 성주읍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상류 이천변에 자리하고 있는 왕버들숲이다. 이 숲의 정식명칭은 ‘성주 경산리 성밖숲’. 무슨무슨 공원도 아닌, 그냥 ‘성밖숲’이다. 풀이하면 성 밖의 숲이라는 뜻이다. 직관적인 이름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그 의미는 또 달라진다. 성 밖에서 안을 품은 숲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500년 간 성주를 품은 숲을 거닐다 온 나라에 연둣빛 붓질이 시작됐다. 바람은 싱그럽고 햇볕은 따뜻하다. 보이는 풀과 나무마다 꽃답지 않은 게 없다. 성주에도 제법 향기 나는 호젓한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성밖숲의 왕버들 노거수에도 신록의 향기가 가득하다. 성밖숲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 아니라 인공숲이다. 마을을 보호하는 비보림으로, 과거부터 집중호우에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이전에는 밤나무 숲이었는데 임진왜란 직후 다 베이면서 그 자리에 왕버들을 심었다. 그 후부터 이 숲의 주인이 된 왕버들은 5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나이를 먹어가며 천변에 가지를 뒤틀고 있다.경북 성주 성밖숲의 1호 왕버들나무왕버들은 버드나뭇과에 속하는 식물. 이름 앞에 ‘왕’자가 붙은 것도 괜한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왕버들의 평균 키는 무려 13m에 달한다. 그중에는 16m가 넘는 것도 있는데 둘레가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6.7m에 이른다.500년을 버텨온 숲에 사연 하나 없을까. 근래 들어 이 숲이 사라질 뻔한 위기가 있었다. 1980년대 국내에 잠사업이 성행했다. 이에 성주도 누에고치를 만들기 위해 뽕나무밭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성주 사람들은 거칠게 반대했다.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숲을 지켜낼 수 있었다.사라질 위기를 넘긴 노거수들은 그 험난했던 수백년의 세월을 새겨놓은 듯 주름지고, 뒤틀리고, 이끼가 덧입혀졌다. 가지 하나하나가 숲의 이력인 셈이다. 그저 운치 있다는 말 한마디로 끝맺기에는 아쉬운, 성밖숲의 진짜 모습이다. 이곳 사람들은 철을 가리지 않고 성밖숲을 찾아 흙길을 따라 걷고 달리거나, 쌍쌍이 나무의자에 앉아 속삭여 댄다.경북 성주 성밖숲의 1호 왕버들나무성밖숲에는 약 1km의 둘레길이 있다. 숲은 그리 넓지 않아서 어른 걸음으로 걸으면 10~15분 남짓 걸린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거목들이 풍겨내는 기운 때문일까. 숲으로 들어서면 실제 규모보다 더 거대하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어른 셋이 팔을 뻗어야 겨우 감싸안을 수 있을 정도인 굵기도 엄청나지만, 뒤틀리고 울퉁불퉁한 나뭇결 따라 켜켜이 자라는 이끼가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대하게 뻗어나간 가지마다 생명력 넘치는 연둣빛 나뭇잎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덕분에 숲은 온통 맑고 푸른 기운으로 넘실댄다.나무 밑동 근처에는 저마다 번호표가 꽂혀 있다. 주차장에서 숲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나무가 1번 나무다. 숲과 조금 떨어져 있는 덕분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람한 만큼 그늘도 가장 커서 마을 주민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다. 나무 둘레를 따라 둥글게 놓인 벤치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하천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면 성밖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유히 흐르는 강 풍경과 함께 바라보는 숲의 모습이 그림 같다.가야산역사신화테마파크_정견모주의길◇성주의 깊은 역사를 느리게 둘러보다성주에 눈에 확 들어오는 풍경은 없다. 대신 느긋한 뒷짐과 느린 걸음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들은 여럿 있다. 조선 왕족들의 태를 묻은 태실 무리가 잘 보존된 ‘세종대왕자태실’과 조상들의 발자취가 서린 전통마을인 ‘한개마을’, 가야시대 고분군이 떼지어 깔린 ‘성산동 고분군’이 있다. 또 연초록 파도가 넘실거리는 성주호에선 ‘선비산수길’을 걸으며 잠시 머리를 식혀갈 수 있다.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정견모주의 길이 있다. 이 길에서는 최근 숲속 명상과 숲 피닉을 체험해볼 수 있다.특히 가야산 중턱에선 고대국가인 가야의 역사를 곱씹어볼 수 있다.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과 그 뒤편의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는 가야역사신화공원이 이곳에 있어서다. 테마관에서는 가야 건국 설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정견모주의 길도 있다. 가야산 원시림 사이로 나무덱을 설치해 걷기 편하다. 최근에는 숲속 명상과 숲 피크닉도 체험해볼 수 있다. 가야산의 정기가 가득한 숲속에 앉아 마음공부를 한 후 성주참외와 참외빵·잼 등이 담긴 피크닉세트를 들고 소풍 가듯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선비산수길 1코스 성주호둘레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부교성주호에선 호수와 어우러진 걷기길인 ‘선비산수길’을 만날 수 있다. 선비산수길은 1코스 성주호 둘레길과 2코스 가야산 에움길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가천삼거리에서 출발해 성주호 주변을 빙 둘러 독용산성에 이르는 23.9km의 긴 구간이다. 1코스는 가야산 자락의 숲길을 걷는 11.3km의 2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지만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오르막과 내리막, 덱과 물 위에 떠 있는 부교를 지나는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코스여서 지루함을 잊게 만든다.회연서원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이어받은 한강 정구가 세웠다.수륜면 신정리의 회연서원의 빼어난 봄풍경도 만날 수 있다. 회연서원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이어받은 한강 정구가 말년에 후학들을 길러내던 초당 자리에 들어선 서원. 앞마당 앞의 400년 된 느티나무의 신록이 한창인 이즈음의 회원서원은 그야말로 빼어나다 못해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다. 정구는 생전에 회연서원 옆으로 흐르는 대가천 물길을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아홉 곳을 골라 ‘무흘구곡’이라 이름하고 노닐었다. 서원 뒤편에 봉긋 솟은 봉비암이 제1곡이다.월향면 대산리의 한개마을은 손을 덜 대 옛 마을 분위기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다. 한개란 ‘큰 개울’ ‘큰 포구’를 뜻한다. 한자 말로는 대포(大浦)다. 조선 세종 때부터 560여년을 이어온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6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한옥·초가 등 살림집과 재실·정자 등 건물 75채가 지방 문화재와 문화재 자료로 지정돼 있다.손을 덜 대 옛 마을 분위기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인 ‘한개마을’
2022.04.22 I 강경록 기자
숨 고르는 꼬마빌딩 시장, 차별화 전략은
  • 숨 고르는 꼬마빌딩 시장, 차별화 전략은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지난해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건물을 내놓은 M씨는 아홉 달째 매수인을 못 찾고 있다. 공실도 없고 수익률도 주변 건물보다 높지만 좀처럼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안 나타나고 있다. M씨 건물과 길 하나를 두고 있는 다른 건물은 연식도, 규모도 비슷한데 내놓자마자 M씨가 부른 값보다 더 비싸게 팔린 걸 보면 속이 탄다. 같은 상권에서도 사소한 입지 차이와 관리 상태, 임차인 등에 따라 옥석이 갈리고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있는 상가들. (사진=뉴시스)◇“살 만한 건물이 없다” 변곡점 선 꼬마빌딩 시장꼬마빌딩 시장이 변곡점에 섰다. 가격 피로감은 쌓이는데 매수세는 이전만 못 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나 키 테넌트(핵심 임차인 유치) 등으로 차별화하는 꼬마빌딩만이 시장에서 빛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올 1분기 서울에서 신고된 꼬마빌딩(연면적 1000㎡ 이하 상업·업무용 건물. 집합건물 제외) 매매는 482건이다. 3.3㎡당 평균 4433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분기(3516만원)와 비교하면 1년 새 시세가 20% 넘게 올랐다.가격만 보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량은 다르다. 1년 전(881건) 거래량의 절반 남짓 수준으로 시장이 위축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꼬마빌딩 시장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최근 시장 여건은 이런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매수세는 힘을 잃는데 수익률은 떨어져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수 수요는 여전하지만 살 만한 물건이 없다”며 “금리는 오르는데 경제 여건상 임대료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빅밸류 리서치팀장도 “시장에 값비싼 물건밖에 안 남았다”며 “대출 이자에 관리비 등을 더하면 임대료로 수익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저금리에 대출을 끼고 매입한 후 임대료를 받으며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꼬마빌딩 매력이 이젠 빛바랬다는 뜻이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리모델링으로 건물 가치 오르면 이자 상쇄할 수 있어”매입 후 건물 가치가 오르길 마냥 기다리는 대신 건물주 스스로 건물 가치를 올려야 하는 각자도생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리모델링은 건물 가치를 올리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연식은 비슷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은 건물보다 값도 후하게 받을 수 있을뿐더러 임차인을 모으거나 임대료 협상을 할 때도 유리하다. 김주환 원빌딩 대표는 “금리가 올라가고 있지만 리모델링을 해서 임대료를 올리면 늘어난 이자를 상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신흥 상권에선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을 리모델링, 용도 변경하는 투자 방식도 유행하고 있다. 2018년 K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연면적 150㎡짜리 3층짜리 빌라를 11억원에 샀는데 지난해 20억원에 되팔았다. 3년도 안 되는 사이 시세 차익으로 약 9억원을 벌었다. 그 사이 K씨가 빌라를 근린생활시설로 바꿔 카페와 식당 등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건물에선 월세도 층당 100만원 넘게 나온다.다만 어느 건물이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고 구조나 지목 등에 따라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건물도 있다.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꼬마빌딩 매입에 앞서 토지·건축물 대장이나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콧대 높은 임차인 모시기도 과제키 테넌트를 유치하는 것도 건물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콧대는 높지만 이런 임차인을 모셔오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물론 건물을 팔 때도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건물주 사이에선 스타벅스가 키 테넌트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힌다.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서도 집객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유치할 수 있느냐가 입지 등 건물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 통용될 정도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회사인 건물닷컴 유진 대표는 “스타벅스 같은 경우 안정적인 임대료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상징성도 크다. 스타벅스가 퇴점한 후에도 다음 임차인을 유치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여러 층 공실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데다 인테리어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유 오피스도 건물주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졌다.반면 은행은 찬밥 신세가 됐다. 유진 대표는 “평일 낮에만 영업하는 은행은 집객 효과가 떨어지다보니 건물 가치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대로 변에서 건물 보여야...사대문 안·2호선 라인 추천”상권도 꼬마빌딩 투자에서 무시 못할 요인이다. 큰 틀에서 건물 가격은 건물 자체 가치보다는 그 건물이 서 있는 토지 가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김주환 대표는 “오피스 상권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고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대학가 상권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가 등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상권에 투자한다면 가급적이면 너무 골목 안쪽 건물 매수는 지양하고 역세권 위주로 매수할 것을 추천하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도 “부동산은 교통이 기본이다. 지하철역에서 10분 이내에 건물이 있어야 하고 대로변에서 봤을 때 보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강남이 너무 비싸다면 사대문 안이나 2호선 라인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2022.04.17 I 박종화 기자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여행]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이 있다.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 이 마을에는 한 일가가 무려 400여 년간 길러온 숲이 있다. 이 숲이 자리한 곳은 철마면 연구리와 이곡리, 일광면 용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아홉산. 이 자락 아래에는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숲’이 있다. 금강송이며, 참나무며, 편백이며, 맹종죽이 뒤덮고 있는 숲이다.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 규모도 자그마치 52만㎡(15만 7000여평). 나무를 스치는 바람, 점점 짙어지는 나무향과 풀향, 새들의 소리와 댓잎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가득한 곳이다. 긴 세월 지키고 가꿔 온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도 있다. 이 모든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숲으로 비를 맞으며 들어간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특히 비오는 초여름 대숲을 거닐때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임진왜란 피해 들어와 일제강점기에도 지켜온 숲아니나 다를까. 주말이 가까워 오자, 어김없이 비가 또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두가지. 비를 피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실내로 들어가거나, 또는 비 내리는 풍경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다. 부산 기장의 아홉산을 찾은 이유는 후자다. 비 오는 날의 숲은 짙어진다. 숲의 색도, 향기도, 그리고 빗속을 걸어가는 연인의 마음도…. 그래서 비 오는 대숲에서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댓잎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 조심스레 소리를 내어서다. 때로는 교향악단의 웅장한 행진곡처럼, 아니면 경쾌한 왈츠마냥, 어느 재즈바의 몽환적인 선율처럼… 그렇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조금씩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간다.여행길은 혼자여도 좋지만, 때로는 동행자가 있는 것도 좋은 법. 오랜 지인이자, 부산관광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부산 지리와 역사에 밝은 최부림 씨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는 퇴직 후 ‘재미난투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그에게 이 숲이 가진 이야기를 청했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서 살던 남평 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 대숲을 일구고 금강송·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그렇게 4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큰 위기도 여러차례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들이 아홉산 숲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나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남평 문씨의 일가 어른들은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켰다. 일제는 놋그릇을 뺏었고, 남평 문씨 어른들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이에 일본 순사들은 놋그릇만 가지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고 했다.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이 아홉산을 홍보하면서 여행객들이 몰려서다. 이후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했던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둘레에 2.5km 길이의 철조망을 세웠다. 이후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으로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최근 이 숲에서는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드라마 ‘더 킹 영원한 군주’를 촬영하기도 했다.◇맹종죽·금강송·편백…숲의 향연에 빠져들다이제 아홉산 숲을 본격적으로 걸어볼 차례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숲의 향연이 시작된다. 조금 걷자 가장 먼저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선 금강소나무는 두 팔 벌려 안아도 부족하다. 남평 문씨 가족 묘역을 지나면 금강소나무가 또 한 번 장관을 이루며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영남 일원에 수령 400년에 이르는 금강소나무가 드물 뿐더러,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한 흔적 하나 없이 잘 가꿔 116그루나 보호수로 지정됐다.금강소나무 군락지 앞으로는 맹종죽 숲이다. 굿터와 평지대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촬영했다. 드라마에서 평행 세계로 넘나들던 차원의 문(당간지주)이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한 넓은 터에 있다.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대호’, ‘협녀, 칼의 기억’ 등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굿터를 지나면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마주 보는 ‘바람의길’을 지난다.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대호’를 촬영한 서낭당.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과 삼나무 숲을 거쳐 평지대밭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참나무 숲을 지나자마자 평지대밭이다.‘평지대밭’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인 이 맹종죽 숲은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잔반을 얻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오솔길만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더 킹’에서 주인공 이곤(이민호 분)이 말을 타고 달리던 곳이 바로 ‘평지대밭’이다. 좁은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맹종죽이 3만 3000㎡(약 1만 평)가 넘는 공간에 빼곡하다. 맹종죽 단일 종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숲이라고 한다. 이 길을 걸으면 평행 세계로 들어가는 듯 신비롭다. 대숲을 가득 채우는 빗소리도 너무 좋고, 비좁은 대숲을 딱 붙어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도 애틋하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와 댓잎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결혼 행진곡마냥 경건하다. 평지대밭을 지나면 굿터 맹종죽 숲 입구에서 지름길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는 마음으로 아홉산숲을 조성한 남평 문씨 일가의 종택(관미헌), 거북 등딱지처럼 생긴 희귀 대나무(구갑죽), 여름이면 분홍빛 꽃을 피우는 100년 된 배롱나무 등도 만나볼 수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여행메모△부산의 특급호텔들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운대나 서면, 기장 쪽에 대부분 몰려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은 금정구에 자리한 농심호텔이다. 역사만 무려 50년이 넘었을 정도. 한강 이남 최초의 호텔이라고도 부른다. 농심호텔로 이름을 바꿔 단 것은 지난 2002년 8월. 이전까지는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던 ‘동래관광호텔’이었다. 지금은 디럭스, 럭셔리, 스위트 룸 등 240실을 보유한 특급호텔로 변신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 곳. 하나는 동래온천을 즐길 수 있는 ‘허심청’과 독일 전통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허심청브로이’, 제철 식재료로 한식 정찬을 맛볼 수 있는 ‘내당’ 등이다. 특히 호텔 투숙객(2인)에게는 허심청 온천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2021.06.11 I 강경록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 ‘女임원 확대’ 허울뿐 열중 아홉은 비상임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다음은 23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女임원 확대’허울뿐 열 중 아홉은 비상임-K배터리 들고나온 文 “온실가스 더 줄일 것”-1분기 깜짝실적에도…반도체 부족에 웃지 못하는 현대차-“암호화폐 거래소 지금까지 등록 0개 9월 줄폐쇄 우려”-[사설]대출금리 내리라고 압박하는 여당, 시대착오 아닌가-[사설]연금개혁, 말풍선만 날리는 정부와 국회 모두 문제다△줌인&-암호화폐 혹한기에도 생태계 키웠지만…‘투자자 보호’는 숙제-기혼여성에 더 가혹한 코로나…일 그만둘 확률 ‘남성의 3배’△세계기후정상회의-산업계와 충분히 협의한다지만…고용감소 대책, 中企 연착륙 방안 어쩌나-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땐…철강·정유·화학 직격탄-내년부터 수조원 규모 기후대응기금 신설…증세 불가피△비상장 바이오 주식 투자 열풍 -같은 방식 쓴 AZ·얀센처럼 ‘혈전’가능성…안전성 자료 더 확보해야-선 그은 정부 “자료수집 단계…허가 진행 아니다”-바이든 “코로나 백신, 다른 나라 줄 만큼 충분치 않아”△공공기관 대해부 ④여전한 유리천장 -업무 결정권 가진 女상임임원 비율 고작 5.3%…공기업 갈 길 멀어-“상임임원배출은 결국 기관장 의지에 달렸죠”-공기관 128곳 지난해 남녀 평균 임금차 1432만원△정치-부동산 손질 놓고…민주 갑론을박 사면론 부상…국민의힘 자중지란-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정무위 통과…29일 본회의만 남았다-“친문 핵심인사가 與원내대표 거여에 맞설 강한 파이터 필요” 김태흠 의원-與초선들 “박·오 피해자에 사과해야”-北도발이 사소하다는 외교부 장관△경제-중국산 비숑이 국산으로 둔갑…‘반려동물 이력제’도입 속도 내야-외국인 김범석 쿠팡 총수 되나…고민 빠진 공정위-경제·환경 두토끼…가스 公 ‘LNG벙커링’ 사업 순항△금융-암호화폐 제휴은행 가입자 쑥…경고장 날린 당국-하나금융 2030년까지 ESG 60兆 지원-KB금융 1분기 순이익 1조 2701억원 ‘역대 최대’-기안기금, 연말까지 운영 연장…지원조건은 유지△산업&기업-1분기 신나게 달린 현대차·기아…車반도체 보릿고개, 2분기 질주 ‘복병’-삼성·SK, 해외 반도체기업 인수설 솔솔…기술보호주의 확산 변수-실적발표 앞당긴 두산重, 흑자전환 주목-대세가 된 전기차…더 뜨거워진 배터리 투자 경쟁-금호타이어, 사계절용 ‘솔루스 TA51’ 출시△산업-“백번 말보단 한 번 체험이…”가전, 체험형 매장으로 ‘승부’-SK E&S, 중소기업 ESG ‘도우미’로 선다-삼성 SDS, 1분기 영업익 전년보다 27%↑-“장비 선정때 ESG기업 가점”△Auto&Life-스피드·실용성 다 담은 다재다능한 Car~-쌍용차 픽업트럭 ‘신형 스포츠&칸’…차박족에게 딱△과학카페-온난화로 상록 침엽수 고사 늘어…한국산 ‘잣’사라지나-여수보다 따뜻했던 서울…봄꽃 먼저 ‘활짝’-어디서나 잘 자라는 고구마, 카자흐스탄 먹여살린다△손태호의 그림&스토리-장한종 ‘어해도’로 본 실사구시 정신△증권&마켓-꿈쩍 않던 경기방어 株, 코로나 재확산에 놀라 ‘꿈틀’-하이브·SKC·HMM…MSCI 편입 예상종목 담아볼까-개인연금 DC·IRP 수익 미래에셋證, 대형사 1위△증권-실적 기대·투자 호재에 물오른 증권 株이젠 꽃 피우려나-“배터리 분리막 기술,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유연성”-일반 주식형 공모펀드에도 신한운용, ESG 등급 적용-툭하면 전산장애…증권사, 역대급 IPO 앞두고 ‘만반 준비’△부동산-쪼그라든 GTX-D…기대감에 집값 뛴 김포·하남 어쩌나-“집값 상승 원인은 재건축 아닌 공급 부족 吳시장, 압구정 허가구역 지정 성급했다”-토지거래 묶인 여의도·목동 매물 거둬들이며 호가 껑충-올해 공공분양주택 1만2300가구 나온다△여행-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지중해 숲길로, 하와이 정글로…엇! 여기가 동화속 원더랜드네△스포츠-우승에 목마른 손흥민 “팬들 위해…이기겠다”-K골퍼들 “PGA 투어 진출 도전”-정세빈·홍정민 “슈퍼 루키 계보 잇겠다”-‘사격황제’진종오 도쿄올림픽 나간다-고진영, LA 오픈 첫날 공동 9위로 스타트△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인력개발은 양극화 해소 수단…국가자격시험 공정성에 만전기할 것-“직원들이 직업컨설팅 등 창의적 업무할 수 있도록 돕겠다”△오피니언-‘외부적 관점’살펴야 투자 손실 피한다-하다하다 ‘은행 빚 탕감법’까지…도 넘은 與-장애인·비장애인 모두 건강한 사회△피플-김성균 SFC 바이오 대표 “천연소재 정향 추출물로 헬리코박터균 잡을 것”-장류진 “주인공에게 로또맞는 꿈 선물하고 싶었다”-뮤지컬 산업 발전 위해 배우 유준상, 1억 기부-SK에너지, 제주유나이티드와 고령 해녀 돕기-한컴그룹, 노숙인·소외계층 의료지원사업 후원-NH투자증권, 상생채권신탁시스템 개발△사회-허위사실 유포혐의 檢조사까지…공수레 ‘공수처’-기소 목전 이성윤, 수사자문단·심의위 동시 신청했지만…-인터넷전화 앞번호 070→010 변조 젊은층까지 노리는 ‘그놈 전화번호’-수사권 조정 3개월…檢송치 사건 22% 감소-코로나로 유예했던 교원평가, 올해는 강행
2021.04.22 I 손의연 기자
한국관광공사, 대만서 ‘2021 한류문화 향연’ 행사 개최
  • 한국관광공사, 대만서 ‘2021 한류문화 향연’ 행사 개최
  • 17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2021 한류문화향연’ 참가자 단체사진(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영화·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내세워 대만 내 코로나 이후 방한 수요를 늘리기 위한 행사를 열었다.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지난 17일 대만 매체·일반소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1 한류문화향연’ 행사를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타이베이 시내 영화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한류스타 공유, 박보검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 ‘서복’의 전 세계 개봉에 맞춰 기획했다. 영화 관람에 앞서 진행된 한류관광 설명 토크쇼에서는 영화 ‘서복’ 촬영지인 포항 이가리 해수욕장을 포함해 관객들이 현장에서 선호도 투표를 통해 선정한 ‘킹덤’, ‘더 킹’ 등 3개 드라마의 촬영지인 부산 기장 아홉산숲, 포천 비둘기낭폭포 등 8개 관광지의 매력과 특징을 현지에 알렸다. 이외에도 공사, 넷플릭스가 공동 기획·제작한 K-패션 관련 다큐멘터리 ‘Next in K-Story’와 드라마 OST를 감상하는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참가자 중 평소 어머니와 함께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랴오주잉(廖筑盈, 40대 여성)씨는 “코로나 직전까지 4년 연속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여행을 갔는데 최근 1년은 한국 드라마, 영화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어머니와 함께 한국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장의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 지사장은 “참가자 모집 하루 만에 모집인원의 3배에 달하는 인원이 신청하는 등 대만 내 한류 열기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코로나 안정화 이후 대만 소비자가 한국을 첫 해외여행 목적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관광 홍보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행사장 외부에서는 드라마 ‘호텔델루나’, ‘이태원클라쓰’ 등 포토존을 조성, 인증샷을 남기면 ‘서복’에 등장하는 컵라면을 경품으로 주는 등 다양한 소비자 이벤트도 열렸다.17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2021 한류문화향연’ 참가자 인증샷 사진
2021.04.19 I 강경록 기자
 동백꽃 필 무렵, 봄마중 갑니다
  • [여행] 동백꽃 필 무렵, 봄마중 갑니다
  • 2월 중순, 지난 겨울 한파에도 불구하고 전남 여수 오동도에는 핀 동백꽃. 동백꽃은 늦겨울이나 이른 초봄이 절정이다. 푸른 잎과 대비되는 붉은 꽃잎이 더욱 또렷해지기는 시기여서다.[여수(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고 했건만, 입춘과 우수가 지나도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겨울의 혹한이 너무나 길었던 탓도 있지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 영향이 크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각별해지는 이유다. 이른 봄꽃이라면 단연 동백꽃과 매화가 첫 손. 그중에서도 동백꽃은 늦겨울이나 이른 초봄이 절정이다. 푸른 잎과 대비되는 붉은 꽃잎이 더욱 또렷해지는 시기여서다. 봄의 입구에서 동백꽃은 후드득 꽃잎을 떨구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망울을 틔운 꽃들은 꽃잎을 열지도 못한 채 언 목이 부러져 떨어지고, 강인하게 살아남은 몇 송이의 동백만이 가지 끝에 힘겹게 달려 있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겨울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겨울을 보내는 꽃, 봄의 길목에서 만나다2월 중순, 지난 겨울 한파에도 불구하고 여수 오동도에는 동백꽃이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했다.봄꽃 여행지로 삼기에 맞춤인 곳이 전남 여수다. 여수의 봄꽃은 동백이다. ‘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 이름대로 ‘겨울의 나무’다. 여기서 피어나는 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역설적이게도 꽃송이가 목덜미째 떨어져 융단처럼 깔리는 낙화 무렵이다. 그렇기에 동백꽃은 봄꽃이라기보다 겨울을 보내는 꽃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여수로 동백꽃을 보러 간다면 십중팔구 오동도를 찾게 된다. 국내 대표적인 동백 군락지 중 한 곳.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불과 1.2㎞ 떨어진 섬이다. ‘바다의 꽃섬’ 또는 ‘동백섬’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먼 옛날 이 일대에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손수 심어서 활로 만들어 썼다는 해장죽(海藏竹)이 많다고 해서 죽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섬에는 해장죽을 볼 수 있다.오동도 입구 주차장에서 약 15분 정도, 방파제 길을 따라 걸으면 도착한다. 오동도에는 200여종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와 해장죽을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이 빼곡하다. 3월의 오동도는 동백꽃이 단연 돋보이는 시기. 섬 곳곳에 자리한 3000여그루의 동백나무가 뿜어내는 자태는 장관을 이룬다. 짙푸른 잎과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대비를 이뤄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동백꽃은 특히 해안가 근처에 군락을 이뤄 풍광이 뛰어나다.여수 오동도 해장죽3만 7000여평(약 12만 2300㎡)의 아담한 섬이지만 오동도 속은 별천지다.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봄동산이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2㎞ 산책로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 동백이 지는 날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걷기에 좋은 장소이다. 미로 같은 산책길 옆으로 펼쳐진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바위와 병풍바위와 소라바위, 지붕바위, 코끼리 바위 등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산책로 곳곳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한 동백꽃이 꽃송이를 떨구고 화사한 꽃길을 펼쳐 놓았다. 섬을 가득히 채운 동백나무 군락이 하늘을 뒤덮어 그늘진 숲속은 마치 우산 속처럼 아늑하다. 해장죽 사이로 몸을 피하면 하늘 아래 모든 게 감춰질 것 같은 비밀 통로가 이어진다. 그야말로 연인들의 코스다.향일암 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수 앞바다◇해를 향한 암자서 남녘의 훈훈한 바람에 젖다돌산도는 여수반도 남쪽 끝에 방울처럼 매달린 섬이다. 야경 수려한 돌산대교가 반도와 섬을 잇는 끈이다. 우리나라 섬 중 아홉번째로 크다. 돌산도 남동쪽 향일암에 이르는 길에도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볕좋은 길가에 선 나무들은 꽃봉오리를 제법 피웠다.낭만적인 드라이브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향일암 아랫마을인 임포마을. 마을 안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사로 향한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은 한국의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 거북이를 쏙 빼닮은 금오산 자락에 위태롭게 서 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남해 금오산을 둘러보고 거북이 모양을 한 이곳에 이르러 천하의 명당임을 알아챈 후 사찰을 창건했다고 한다. 지금의 가람은 1986년에 새로 지었다가 2009년 화마로 전소해 다시 건축했다.향일암의 상징인 거북이 모양의 석상매표소를 지나 일주문까지 이르는 길. 해맞이광장을 지나자 동자석상 3기가 길 가운데에 서서 방문객의 걸음을 멈춰 세운다. 각각의 석상마다 적혀 있는 법구경을 나지막이 읊어본다. ‘불언’(不言), ‘불문’(不聞), ‘불견’(不見). 의미하는 바가 있겠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서로 다를 듯하다. 향일암을 찾은 이들은 각각 그 앞에서 서서 의미를 되새겨본다.동자석상을 지나면 등용문, 다시 불이문으로 이어진다. 불이문은 해탈길로도 불리는데 거대한 바위 틈새로 난 길이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해탈길을 지나면 비로소 원통보전(대웅전)으로 올라선다. 그 앞마당에 서면, 남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에 젖어볼 수 있다.향일암은 원통보전을 중심으로 왼쪽 뒤로 관음전이, 오른쪽에는 삼성각이, 그리고 앞바다 쪽으로 범종각과 또 다른 관음전이 있다. 관음전이 두 곳이나 있다는 것이 다른 사찰과는 다른 점. 특히 바다 쪽 관음전은 용왕전이라고도 불린다. 관음보살입상이 있는 전각은 향일암 내에서 가장 위쪽에 있다. 이곳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원통암 자리다. 이 관음전 앞에는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좌선암이 있다.향일암에서 30분 정도 더 산길을 오르면 금오산 정상이다. 율림치 주차장에서도 금오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성두마을과 작금마을, 횡간도와 화태도 등이 빚어내는 다도해, 그리고 온기가 감돌기 시작한 남풍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전남 여수 돌산 금오산 정상인 금오봉 표지석◇여행메모△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에서 빠져나와 여수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 다시 17번 국도를 타면 돌산도까지 이어진다. 오동도로 들어가려면 서교동 로터리에서 좌회전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거나, 동백열차를 타고 방파제를 건너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당분간 운행을 멈췄다. 향일암은 돌산대교를 건너 16km 지점의 죽포 삼거리에서 좌회전, 해안도로를 타고 9km 달리면 임포마을이다.△잠잘곳= 여수 돌산읍에는 최근 여러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라마다프라자호텔이 규모나 시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그리다리조트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돌산도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2021.02.26 I 강경록 기자
'더 먹고 가' 송선미, 사별 뒤 바뀐 '인생관' 고백…임지호 "대견해"
  • '더 먹고 가' 송선미, 사별 뒤 바뀐 '인생관' 고백…임지호 "대견해"
  • ‘더 먹고 가’(사진=MBN)[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배우 송선미가 호쾌한 입담과 일꾼 본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가슴 속 깊은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털어놓아 안방극장을 감동으로 물들였다.지난 27일 방송된 MBN 푸드멘터리 예능 ‘더 먹고 가(家)’ 8회에서는 슈퍼모델 출신이자 24년차 배우 송선미가 출연해 산꼭대기 집에서 임지호, 강호동, 황제성과 가슴 따뜻한 하루를 보냈다. 방송 직후에는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에 송선미와 출연진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이날 임지호, 강호동, 황제성은 2020년 겨울의 끝자락에서 월동 준비를 하며 땀 흘려 일했다.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 메주를 볏짚으로 엮어 매다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힘이 불끈 솟는 겨울 보양식으로 돼지 족발을 삶았다. 한창 메주 엮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 송선미가 “안녕하세요”라며 깜짝 방문했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분이 있던 임지호 셰프와 송선미는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송선미는 “벌써 딸이 여섯 살”이라고 근황을 전한 뒤 집에서 가져온 보이차를 선물했다. 바로 메주 엮기 작업에 투입된 송선미는 일꾼 본능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모든 일을 해치웠다. 이후 돼지 족발과 무말랭이 굴젓 무침, 배추쌈으로 푸짐한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임지호 셰프는 “걱정 많이 했는데 보기가 좋다”며 3년 전 아픔을 넌지시 언급했다. 송선미는 결혼 12년차에 예고 없이 찾아온 사별의 아픔에 대해 “한 번은 이야기하고 지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히 밝혀 모두를 숙연케 했다. 그는 “딸에게도 아빠의 부재를 설명해줬지만, 나중에 딸이 아빠에 대한 잘못된 기사를 볼까 봐 그게 걱정”이라며 남편과 딸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딸을 공동 육아 어린이집에 보내서, 여러 어머니들과 함께 양육하고 있다고 설명한 송선미는 “주위 사람들 덕분에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사별 후 달라진 인생관을 고백했다.그는 “남편과 함께 살 때 나중으로 미뤄둔 일들이 많았는데 그게 후회됐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제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지호는 “대견하다”며 “오늘 먹은 족발처럼 이 세상을 튼튼하게 딛고 나가길 바란다”고 칭찬해줬다. 식사 후 송선미와 강호동, 황제성은 김장독이 얼지 않게 천을 덮어주는 작업에 들어갔고, 임지호 셰프는 송선미를 위한 칭찬밥상을 만들었다. 송선미는 “시어머니가 요리를 좋아하신다”며 주방에 있던 임지호 셰프에게 “묵간장 비법을 전수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또한 송선미는 “(시)어머니가 강호동의 팬”이라며 영상 통화를 즉석에서 시도했다. 송선미의 시어머니는 강호동과의 영상 통화에 크게 기뻐했고, 송선미는 “어머니, 묵간장 비법 배워가지고 갈게요”라며 다정하게 통화를 마쳤다. 이후 임지호 셰프는 묵간장 비법을 전수해줬고, “시어머니와 어머니께 맛으로 힐링해 드려라”며 손수 만든 묵간장과 생강즙을 선물했다. 마침내 송선미를 위한 칭찬 밥상이 완성됐다. 아름다운 숲속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팅에 폭풍 감동한 송선미는 정성 가득한 아홉가지 나물 비빔밥과 묵은지 콩찌개 등을 맛있게 먹었다. 임지호 셰프는 “고목나무에 봄이 찾아와 싹이 트듯, 새로운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식사 후 송선미는 “아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냐?”는 강호동의 질문에 “공동 육아를 하고 있는 어머니들이 돌봐주고 있다”면서 즉석에서 딸과 영상 통화를 했다. ‘엄마 미소’ 가득한 송선미의 모습에 임강황 삼부자도 따라 미소지었다. MBN ‘더 먹고 가’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된다.
2020.12.28 I 김가영 기자
조선왕릉, 여백·여유 담은 숲길을 품다
  • [가보자! 경기북부]조선왕릉, 여백·여유 담은 숲길을 품다
  •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조선왕릉은 조선의 오백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부터 1910년 국권을 일본에 빼앗긴 순종의 유릉까지 44기의 왕릉에는 찬란한 역사 만큼 아름다운 숲이 조성돼 있다.고요함이 흐르는 숲은 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하고 코끝에 와 닿는 솔향은 무척이나 상쾌하다. 청량한 산새 소리와 영롱하게 빛나는 햇살도 발걸음을 기분 좋게 한다.경기관광공사는 거리두기를 지키며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있는 경기북부지역의 조선왕릉을 소개했다.동구릉.(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조선의 아홉 왕이 잠들어 있는 구리 동구릉동구릉은 ‘도성 동쪽에 있는 아홉 개의 능’이란 의미로 조선왕릉 중 가장 규모가 크다.태조가 죽은 뒤 태종은 한양 가까운 곳에 후손들이 묻힐 좋은 땅을 찾다 하륜에 의해 이곳을 능역으로 정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태조의 능인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문종과 비 현덕왕후), 목릉(선조와 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 휘릉(인조의 계비 장렬왕후), 숭릉(현종과 비 명성왕후), 혜릉(경종의 비 단의왕후), 원릉(영조와 비 정순왕후),수릉(순조의 세자인 추존왕 익종과 비 신정왕후), 경릉(현종과 비 효현왕후, 계비 효정왕후) 등의 왕릉이 있다.능이 생길 때마다 동오릉, 동칠릉이라 불리다가 철종 6년(1855) 수릉이 옮겨진 이후 동구릉으로 굳어졌다.건원릉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다.아름드리 갈참나무와 잘 생긴 적송은 흙길과 함께 오랜 세월 왕릉을 지켜낸 왕의 신하들 같다. 아홉 개의 능을 연결하는 숲길을 따라 돌며 조선의 왕들과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높게 자란 갈참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천천히 걷다보면 마음껏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사릉.(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사색하기 안성맞춤 아름다운 숲길 남양주 사릉·홍유릉남양주는 사릉과 홍유릉, 두 곳의 조선왕릉을 품고 있다.사릉은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단종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고해 ‘생각할 사(思)’자를 써서 사릉으로 이름지어 졌다.사릉의 매력은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라는 점이다. 평탄한 황톳길 따라 걷는 소나무 숲길은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데다 방문객이 적어 나만의 시간을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숲길과 이어지는 뒷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어 한적하고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능역에는 궁과 능에 필요한 나무를 기르는 양묘사업소 묘포장이 있어 등나무와 까실 쑥부쟁이 꽃 등 전통 수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사릉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홍유릉이 있다.홍릉에는 고종태황제과 명성태황후, 유릉에는 순종효황제과 순명효황후, 순정효왕후가 잠들어 있다. 대한제국의 황릉이기 때문에 조선왕릉과 석물의 위치와 종류, 숫자가 다르다. 정자각 대신 침전이 자리하는 것도 차이가 있다.입구에서 홍릉 가는 길 중간에 소나무와 둥근 연지가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홍릉 비각 뒤쪽으로는 영원, 회인원, 덕혜옹주 묘, 의친왕 묘로 향하는 길과 이어진다. 도심에서 가깝고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꽃과 나무가 있어 아이들과 소풍 겸 나들이하기 좋은 여행지다.
2020.12.12 I 정재훈 기자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
  • [여행]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
  •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갈론구곡’[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괴산. 소백산맥에서 뻗어 내린 높고 낮은 산이 그림처럼 둘러싸고,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계곡의 절경을 만드는 고장이다. 여행길 어디서나 소백산 치맛자락을 적시며 춤추듯 휘돌아가는 물줄기를 만나고,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하듯 눈이 시원해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다고 했다. 전국 40여개 구곡 가운데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중 7개가 괴산에 있다. 올여름 피서는 자연스레 거리 두기가 가능한 괴산의 계곡에서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단, 지금처럼 장마철이나 호우 예보가 있다면 계곡은 위험 지역이니 가지 말아야 한다.연일 계속된 장마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려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는 ‘수옥폭포’◇에어컨도 흉내 내지 못하는 청량감에 더위도 ‘싹’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흉내 내지 못할 청량함과 장쾌함을 선물하는 수옥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는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2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낸 절경이다. 연일 계속된 장마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연풍 현감 조유수가 1711년(숙종 37년) 숙부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수옥정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현재의 정자는 지난 1960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그림 같은 폭포와 정자가 어우러져 영화나 TV 사극의 단골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폭포는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이어지는 기암 가운데로 계단처럼 반듯한 암반을 때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소리가 머리까지 맑게 한다. 문경새재나 이화령을 오가던 옛사람들도 이 폭포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고된 걸음을 쉬었으리라.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梨花嶺·548m).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다.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울창한 숲속을 지나는 약 700m 산책로 끝에는 용추폭포가 있다. 높이 약 10m로 너른 암반을 통과해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다. 전국에 이름이 같은 폭포와 계곡이 많지만, 괴산의 용추폭포는 초록 숲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물줄기가 청량함을 뽐낸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깊은 숲속에 메아리를 만들어 귀로 즐기는 피서가 되어준다.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이곳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머물렀다는 ‘쌍곡구곡’◇옛사람의 멋과 사상이 흐르는 구곡의 계곡조선의 선비들은 괴산의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했다. 계곡의 명소에 특별히 이름을 붙이고 노래를 짓는 선비들의 풍류를 구곡(九曲) 문화라 부른다.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 괴산의 계곡은 옛사람들의 멋과 사상이 함께 흐른다.충북 괴산 괴산수력발전소. 여기서 12km 정도 더 들어가면 갈론마을이 나타난다. 갈론마을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거슬러 펼쳐지는 비경이 갈론구곡이다. 갈론구곡은 아홉 곳의 명소가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장암석실·갈천정·옥류벽·금병·구암·고송유수재·칠학동천·선욱암이 구곡을 형성한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다. 퇴계 이황이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의 지었다는 ‘선유구곡’선유구곡은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약 2km에 걸쳐 있다.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된다. 중간지점쯤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적혀 있다.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 구간의 계곡이다. 호롱소·소금강·병암(떡바위)·문수암·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쌍곡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이곳에 머물렀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뤘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데 반해 그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쌍곡구곡의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먹을곳=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이 유명하다. 또 다른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올갱이해장국이 있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주차장식당, 서울식당과 기사식당이 30년 넘게 이곳에서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2020.07.31 I 강경록 기자
"가평 연인산에서 코로나블루 이겨내세요"
  • "가평 연인산에서 코로나블루 이겨내세요"
  • [가평=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파가 몰리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우울감을 겪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를 해소하기 위해 산(山)을 찾는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도는 15일 푸른 산림 속에서 코로나19 걱정 없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자연 명소로 ‘연인산도립공원’을 추천했다.(안내도=경기도)연인산(戀人山)은 당초 이름 없는 산을 가평군에서 공모해 ‘사랑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1999년에 이름이 지어졌으며 지난 2005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데 이어 2018년부터는 경기도가 직접 관리 중이다.1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연인산도립공원 내 잣나무숲과 철쭉터널은 특별한 장비 없이 숲길을 천천히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을 회복하는데 충분하다.각 능선마다 자생하는 야생화 군락지는 많은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연인산을 대표하는 꽃인 얼레지는 물론 노랑제비꽃과 괭이눈, 금강초롱 등은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용이 하늘로 오르며 아홉 굽이에 걸쳐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계곡 용추구곡(龍墜九谷)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이다.1곡 와룡추를 시작으로 9곡 농원계까지 약 6㎞ 코스의 탐방로는 훼손되지 않은 청정 생태계와 구슬 같이 맑은 물, 계곡마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기암괴석들로 마치 신선 세계에 온 것 같은 신비감을 더해준다.연인산은 화전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자락 곳곳에 보이는 낮은 석축과 계단모양의 지형은 이곳이 과거 화전민들의 애환이 서린 삶터였음을 증명한다.화전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참나무숯을 만들어 내다팔던 숯가마터나 화전민 자녀들이 통학했던 소릿길은 산업화에 밀려 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 땀과 노동으로 새 삶을 일궈냈던 역사를 느낄 수 있다.도 관계자는 “올해 안전 중심의 탐방로 정비, 자연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안내판 설치 등을 통해 연인산을 명실상부 수도권 대표 녹색 명소로 만들겠다”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이야기가 있는 ‘연인산도립공원’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0.06.15 I 정재훈 기자
 미로같은 골목, 개성 가득한 상점 속으로
  • [강경록의 ‘콕’] 미로같은 골목, 개성 가득한 상점 속으로
  • 골목길과 시장의 만남, 미로예술시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 잃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야. 우리는 지금 세상을 탐험하는 중이야.”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는 《여행의 기술》에서 길 잃기를 독려하며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 길이나 일단 가보기, 다른 데 정신 팔고 가기, 의도적으로 다른 길 들어서기 등 책에서 본 독특한 여행의 기술을 실행에 옮길 장소를 물색한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과 개성 있는 상점이 늘어선 시장의 합, 원주 미로예술시장으로 낙점!미로 같은 골목길이라 시장 구경이 더 재미나다.◇입구부터 길 잃기 쉬운 ‘미로예술시장’친절한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요즘은 길 잃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원주중앙시장 2층에 있는 미로예술시장은 입구부터 찾아 헤맬지 모른다. 원주중앙시장은 1970년 건립한 2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재건축 없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1층과 2층은 안팎의 여러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지정된 출입구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시장 1층에서 눈에 보이는 아무 계단이나 올라가면 된다.원주중앙시장 1층과 2층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1층은 주단 가게와 옷 가게, 음식점 등이 모인 전통시장이고, 2층은 카페와 공방, 문화 공간이 어우러져 뉴트로 분위기가 풍긴다. 원주중앙시장은 자유시장, 중원전통시장 등 여러 시장과 이어지고 번화가인 중앙로문화의거리와 맞닿아, 전성기만 못한 시절에도 손님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1층에 국한됐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방치된 2층은 2010년대 들어 ‘예술로 연주하는 중앙시장’ 레지던스 사업이 진행되고, 문화 관광형 시장과 청년몰 사업에 선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로예술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미로예술시장과 어울리는 업사이클링 카메라 자판기시장은 이름처럼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오래된 가게와 최근 들어선 가게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시장 구경에 빠져 이리저리 무작정 걷다 보면 막다른 길에 이르기도 하고, 왔던 길을 다시 지나기도 한다. 이곳에서 효율적인 동선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보는 게 미로예술시장을 여행하는 방법이다.골목은 광장이나 큰길로 이어지게 마련.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골목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중앙광장에 이른다. 시장은 중앙광장에서 4개 동으로 뻗어간다. 각 동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가동은 오래된 양복점이나 금은방이 눈에 띄고, 다동은 체험 공간이 다양하다. 라동은 SBS-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음식점이 모여 있다. 나동은 2019년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대부분 영업을 못 하는 상태다.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시장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숨은 재미를 찾아보자. 미로예술시장의 마스코트인 고양이와 생쥐 그림이나 조형물도 그중 하나다. 각 동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기는 마스코트와 만난다. 실제로 고양이가 많이 다니던 곳이라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삼았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도 간혹 길고양이가 눈에 띈다. 군데군데 상인들이 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먹이와 화장실도 있다.우연히 들어선 길목에서 독특한 자동판매기를 발견한다. 음료나 과자가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와 필름을 파는 자판기다. 이 자판기가 시장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필름 카메라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과 업사이클링이라는 포인트 때문이다. 일회용 카메라지만 세심한 작업을 통해 여러 번 다시 사용한다. 자판기 속 카메라는 디자인과 종류가 다양하고 흑백 카메라도 있다.자판기에서 카메라 하나를 뽑는다. 필름 감는 레버를 드르륵드르륵 돌려본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다. 1970년 건립해 세월의 흔적을 담뿍 머금은 시장은 필름 카메라에 담기 딱 좋은 피사체다. 필름을 다 채운 카메라는 자판기 옆 카페 ‘동경수선’에 맡긴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이곳에 카메라와 케이스를 반납하면 다 쓴 필름으로 만든 상품을 선물로 준다. 필름은 현상과 인화는 물론, 스캔해서 온라인상으로도 볼 수 있다.산수화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원주레일파크◇미로처럼 숨은 원주의 보물을 찾다원주에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명소가 또 있다. 중앙선 폐선 구간에 들어선 원주레일파크다. 간현역과 판대역 사이 7.8km를 오가는 코스로,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갔다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온다. 레일바이크 이용 구간은 대부분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다. 섬강, 소금산 등이 어우러져 산수화 같은 풍경과 테마별로 꾸민 터널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원주소금산출렁다리도 한눈에 잡힌다.원주를 대표하는 치악산은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향로봉, 남대봉, 매화산 등 높이 1000m가 넘는 여러 고봉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치악산 자락을 따라 걷는 치악산둘레길은 현재 1코스 꽃밭머리길(11.2km), 2코스 구룡길(7km), 3코스 수레너미길(14.9km)이 개통했다. 1코스에서 국형사, 관음사 등 고찰과 비경을 만난다. 2코스에는 이 일대 주민이 장터나 학교를 오가던 옛길이 있다. 3코스에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길이 포함된다. 코스마다 스탬프북 보관함과 스탬프인증대를 설치했다.원주8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구룡사도 치악산에 들어앉았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당시 아홉 마리 용의 전설과 연관 있다 하여 구룡사(九龍寺)라 했으나, 조선 시대에 절 입구 거북바위의 기운을 담는 뜻에서 구룡사(龜龍寺)라고 이름을 바꿨다. 치악산 품에 안겨 풍치가 좋고, 주변으로 황장목숲길과 구룡소, 세렴폭포 등 볼거리가 있다.치악산 품에 안긴 구룡사◇여행메모△여행코스= 치악산둘레길→구룡사→미로예술시장→숙박→간현관광지→원주레일파크→뮤지엄 SAN△가는길= 중앙고속도로→남원주 IC→원주 방면 오른쪽→단계지하차도에서 횡성·원주 IC 방면 지하차도 진입→단계택지사거리에서 평창 방면 우회전→지하상가사거리에서 남부시장·KBS·강원감영 방면 우회전→중앙시장길 방면 좌회전→미로예술시장△잠잘곳=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로 시청로의 ‘호텔K’가 있다. 지정면에는 오크밸리리조트가, 문막읍에는 베니키아호텔 문막이 있다.◇먹을곳= 미로예술시장 내 어머니손칼국수에서는 손칼국수, 동경수선에서는 밀크티, 자매제과에서는 다쿠아즈, 자유시장의 신혼부부에서는 떡뽁이와 돈가스가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강원감영, 원주소금산출렁다리, 원주한지테마파크, 박경리문학공원 등
2020.05.09 I 강경록 기자
천년의 축제, 단오제와 함께 하는 강릉여행
  • 천년의 축제, 단오제와 함께 하는 강릉여행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6월의 강릉은 뜨겁다. 뜨겁게 경포호와 강릉 앞바다에 내리는 햇살이 그렇고, 천년의 삶을 이어오며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우리의 세시풍속의 이어짐이 그렇다. 아름다운 풍속이 이어지는 축제를 보고 싶다면 지금 강릉으로 떠나 보자. 유네스코 유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천년 세시풍속 강릉 단오제매년 음력 5월 5일인 단오날은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수릿날, 천중절, 중오절, 단양절로 불리며 신성한 날로 여겨 신과 관련 있는 일들이 이어져 내려왔다. 단오제는 주신인 대관령국사서낭과 그의 부인인 대관령국사여서낭을 함께 지내는데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대관령 서낭을 모시고 제사하며, 풍작, 풍어, 집안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강릉 단오제는 큰 의미로는 우리 민족의 잔칫날을 뜻한다.단오는 음력 3월 20일부터 제사에 사용될 신주를 빚으며 음력 4월 1일 초단오를 시작으로 소제를 하는 8단오까지 약 50여 일 동안 이어진다. 대관령 국사성황당으로 서낭을 모시고 오면 시민들은 단오제의 흥이 오른다. 원래는 큰서낭당에서 행해지는 행사였지만 도시개발로 인해 없어지면서 남대천의 넓은 백사장을 중심으로 굿과 탈놀이가 이어진다.단오제에서 선보이는 ‘강릉 관노가면극’은 춤과 동작 위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유일한 무언극으로 원래는 관노들이 가면을 쓰고 추던 성황신제 계통의 탈춤이었다. 일제시대에 민족 말살 정책으로 인해 사라졌던 것을 원형대로 복원해 지금에 이르렀다. 강릉 단오제는 지난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록되었으며 올해는 6월 3일(월)부터 6월 10일(월)까지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 일대에서 열린다.험한 고개를 대굴대굴 굴러서 내려간다는 대관령옛길강릉의 진산인 대관령옛길은 삼국시대부터 문헌에 기록된 곳으로 영동 사람들에게는 관문이었다. 고개가 높고 하늘이 낮아 ‘대굴대굴 크게 구른다’라고 해서 대굴령이라고 했다가 대관령으로 불린다. 지금이야 자동차를 이용해 고개를 넘어간다지만 예전에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힘든 아흔아홉구비라고 할 정도로 고갯마루가 높고 험해 고행길과 같았다.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발아래 산굽이를 따라 강물이 흐르듯 펼쳐지고, 멀리는 강릉 시내와 경포호가 이어진다. 고향인 강릉을 떠나 서울로 가던 신사임당은 이곳에 올라 고향집의 노모를 떠올리며 시를 썼을 정도로 이곳의 풍경은 풍류를 읊는 시와 같다.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통신기지 임도 중간에서 대관령 고개로 내려가는 숲길부터 시작해도 좋고, 고갯마루의 반이라고 불리는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반정에서 시작해도 좋다. 고갯마루 숲길은 동해 바다에서 만들어진 안개가 순식간에 몰려오며 몽환의 숲으로 변해 길손들에게 눈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구불구불 내려가며 만나는 숲길은 더 없이 아름답지만 가파른 갈지자 형태의 굽이진 길은 이 길이 얼마나 오르내리기 힘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때로는 소롯길로, 때로는 우마차가 다니던 넓은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계곡을 끼고 있어 잠시 다리쉼을 할 수 있다.차별화 된 고객 서비스 강릉펜션 오션그레이트축제와 같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강릉 정동진의 해변은 색다르다. 날마다 떠오르는 일출이라지만 바닷가의 풍경에 따라 일출의 풍경도 달라지기에 강릉 바다를 찾는 여행자들의 대다수가 정동진을 선택한다.투숙객을 위한 힐링 공간인 오션라운지가 있는 강릉 오션그레이트펜션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다른 곳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어 더 특별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최고급 안마의자와 커피머신이 준비되어 있어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을 없애기에 제격이며, 이곳 사장님이 직접 키우는 공기정화 식물은 몸과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준다.스파가 설치되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편안한 쉼이 가능하다. 모던한 인테리어로 깔끔함이 돋보이며, 객실에 비치된 자이글은 무료 사용으로 객실 내에서 바비큐가 가능하다. 1일 1침구 교체를 기본으로 하는 호텔식 침구류, 개별 어메니티, 더운 여름에는 물놀이가 가능한 대형 야외 수영장이 있으며, 체크아웃을 한 고객을 위해 1층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캐비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둣빛 물감 쏟은 듯…물빛도 풀빛도 신록 일색일세
  • [여행] 연둣빛 물감 쏟은 듯…물빛도 풀빛도 신록 일색일세
  • 경남 남해 갈곡저수지의 반영. 연둣빛 신록이 우거진 숲들이 저수지 물 위로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남해=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피고 지고 날리는 희고 붉고 노란 것들만 꽃일까. 이맘때 산과 들판은 다 꽃밭이다. 연둣빛 뭉게구름으로 뭉실뭉실 피어나 천지사방으로 번져가는 여린 새순들의 자태가 온통 꽃답다. 수백 가지 나무들이 수십 가지 빛깔로 산을 덮어, 오만 가지의 봄 풍경을 그려낸다. 신록의 구름 더미 사이로 뻗어 오른 산길 따라 기암괴석 널린 바윗길을 돌아, 연초록 그늘 드리운 절집 들머리 숲길로 접어들고 싶어지는 때다. 경남 남해 금산이 지금 그런 봄빛에 감싸여 있다. 절집 품은 산자락엔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했고, 저수지를 품은 산자락은 연둣빛 치마를 둘러 입었다. 봄빛 가득한 남해로 떠난다.남해 금산 상사암에서 바라본 남해 앞바다와 상주해수욕장◇ 비단을 두른 산 ‘금산’에 올라 남해를 굽어보다남해 금산 상사암에서 바라본 금산의 신록과 남해 앞바다.남해군은 섬이다. 남해도와 창선도의 두 섬을 비롯해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로 이뤄졌다. 마치 나비가 활짝 날개를 편 모양새다. 왼쪽 날개가 남해도라면 오른쪽 날개는 바로 창선도다. 왼쪽 날개 남해도의 한복판에 솟아있는 산이 바로 금산(錦山)이다. 비단(錦)을 이름으로 삼았으되 그 이름처럼 부드럽지는 않다. 그 대신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절경을 빚어낸다. 애초에 금산은 보광(普光)이라 불렸다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금산으로 이름을 바꿔 붙였다. 연유는 이렇다. 보광산에 들러 조선 개국을 열망하며 기도를 하던 이성계가 ‘개국의 꿈을 이루면 비단으로 산을 감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산 하나를 어찌 다 비단으로 감을 수 있었을까. 조선 개국 후 이성계는 산에 비단을 두르는 대신 ‘비단 금(錦)’자를 이름으로 삼는 편법으로 공약을 지켰다. 비단의 본질적 의미를 부드러움이 아닌 화려함 쪽에 둔다면 금산이란 이름은 썩 잘 어울리는 것이다.금산 정상 턱밑쯤에는 암자 보리암이 있다. 보리암이란 이름도 이성계가 붙인 것이라지만 일찍이 암자는 신라시대부터 해수관음도량으로 이름 높던 절집이었다. 줄잡아 15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의 저편에서부터 보리암이 지금의 명성에 못지않을 만큼 성지 중의 성지로 꼽혔던 것은 단연코 금산의 치솟은 암봉과 그 암봉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이었을 터다. 지금이야 보리암의 어깨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을 새로 내고, 법당도 새로 지어 말끔하게 단장했지만, 암봉 아래 매달린 암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광이야 어찌 달라졌겠는가.남해 금산 상사엄에서 바라본 보리암금산을 찾은 이들은 대개 보리암만 들렀다가 내려가곤 하지만, 보리암 종루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비로소 금산의 웅장한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금산에는 모두 38경(景)이 있다. 하나하나 헤아릴 필요는 없다. 숫자를 매겨본들 곧 그것이 쓸모없는 일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풍광이 빼어나니 구태여 거기에 순서를 매길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그 암봉들의 형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보리암 뒤쪽의 절하는 모양을 한 바위 형리암이며, 고승 대덕들이 앉아서 불법을 닦았다는 좌선대, 바위 모양이 화엄(華嚴)이란 한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화엄봉…. 그 중 빼어난 것이 바로 보리암에서 이어진 능선의 서남쪽 끝자락에 솟아있는 상사암이다. 금산을 통틀어 가장 웅장하고 큰 암봉인 상사암에는 조선 숙종때 전남 여수 사람이 남해로 이주해왔다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상사암에 서면 270도 전망이 펼쳐진다.경남 남해 갈곡저수지의 반영. 연둣빛 신록이 우거진 숲과 저수지 관리소가 잔잔한 저수지 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봄빛 가득한 남해에서 심신을 위로받다독일마을 앞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연둣빛 신록으로 물들었다.금산을 둘러싼 바다와 작은 마을에도 봄빛은 가득하다. 물미해안도로는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해안도로다. 미조항에서 싱싱한 회 한접시를 먹고 출발해 꾸불꾸불한 해안도로의 경치를 만끽하면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초전~항도~가인포~노구~대지포~은점~물건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지나는 마을마다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내항도와 외항도의 쌍둥이 섬을 가진 항도마을에 있는 전망대는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전망대 앞으로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는 물론 가까이에 마안도·콩섬·팥섬 등 남해의 온갖 섬들이 펼쳐진다.이 길 끝에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다. 원래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고기를 모이게 하기 위해 만든 인공림이다. 길이는 1.5㎞, 너비는 30m에 이른다. 연둣빛에 물든 방조어부림은 이미 봄빛이 완연하다. 팽나무·상수리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푸조나무인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무려 300살이 넘은 40여 가지의 수종들이 새순이 돋아 연둣빛 숲을 이루고 있다. 국립편백자연휴양림의 편백숲물건리 마을 뒤편에는 독일마을이 있다. 50여년 전 독일로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에게 노년을 보내고, 정착할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다. 건축방식에서부터 생활여건을 독일식으로 꾸며 이국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며 소위 ‘인싸’ 명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노구에서 대지포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도 환상적이다. 아홉 등 아홉 굽이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고개를 넘어설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지고도 남는다.금산 동북쪽 자락에 자리한 삼동면의 편백 자연휴양림은 전체 207㏊(62만평) 중 절반이 편백이다. 섬마을 남해에 편백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1960년대. 수령 40년이 넘은 편백이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는 알싸한 나무향이 가득하다. 비오는 날이면 그 나무향이 짙어진다. 편백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피톤치드가 많아 삼림욕에 좋다.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숲속의 집’을 연상시키는 통나무 집 등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사철 푸르지만 봄이 무르익으며 이곳의 편백은 한결 더 산뜻한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독일마을 앞 물거마을 전경.◇여행메모△가는길=대전통영선을 타고 진주갈림목에서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면으로 갈아타서 하동나들목에서 내려 좌회전해 19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이 가장 편하다. 하동나들목에서 11㎞만 가면 남해대교다. 진교나들목에서 내려 1002번 지방도를 따라가도 남해대교에 이를 수 있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출발한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의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어 사천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삼천포 방면으로 달리다 창선대교를 건넌다.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수공항과 사천공항에서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잠잘곳= 남해의 숙소로는 펜션이나 리조트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난티 남해’가 최고로 꼽힌다. 150여개 객실과 18홀 골프코스 야외 수영장,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특히 지난해 8월 오픈한 이터널 저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미식을 혼합했다. 총 350평 규모에 두 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레스토랑과 식료품 판매대가 있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식료품과 남해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층에는 총 8000여권의 책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섹션에는 40여 개의 브랜드 아이템들이 모여있다. 여기에 아이들과 책과 함께 휴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키즈 섹션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경남 남해 갈곡저수지의 반영. 연둣빛 신록이 우거진 숲들이 저수지 물 위로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2019.05.03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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