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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뒤집어쓴 전나무숲…오롯이 나를 만나는 길
  • [여행] 눈 뒤집어쓴 전나무숲…오롯이 나를 만나는 길
  • 강원 강릉시와 홍천·평창군에 걸쳐 있는 오대산 등산로 중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9㎞에 걸친 ‘선재길’. 그중 금강교에서 월정사로 가는 전나무숲길은 사찰로 가는 길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사진=강경록 기자).[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 강릉시와 홍천·평창군에 걸쳐 있는 오대산. 다양한 산책코스가 있어 오대산 맑은 정기를 느끼며 걷기 위해 해마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그중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9㎞에 걸친 숲길. 이 길은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주로 다녔던 아름드리 거목 사이로 흘러드는 사색의 길이자, 부처를 만나러 가는 구도의 길이었다. 사시사철 푸른 거목 사이로 토기에 새긴 빗살무늬 같은 나무의 기둥사이로 걷다 보면 숱한 난고의 세월을 버텨온 고목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진다. 특히 설경을 곁들인 산행은 더 각별하다. 눈 쌓인 숲길을 거닐다 보면 아름다움에 한번 놀라고 세상의 소리를 다 삼킨 듯한 적막한 고요에 또 한번 놀란다. ◇적막한 고요 속에 발 딛다…월정사 전나무숲길들머리는 월정사 매표소. 매표소를 지나 200m가량 오르면 금박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찰로 가는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일주문 왼쪽으로는 상원사 앞을 지나 흘러온 계곡수가 자작자작 흐르고 오른쪽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숲에는 1000여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은 마치 속(俗)과 선(禪)을 나누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특히 요즘 같이 눈 내린 겨울 숲은 고요만이 가득하다.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숲이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듯 울창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나무숲에 들어서는 순간 티끌 같은 망상과 잡념은 깨끗이 사라진다. 숲길은 직선으로 반듯하게 뻗어 있지 않다. S자로 굽어 있다. 길 초입에는 삭발탑이 서 있다. 아마도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입산한 승에게 절에 들어올 때의 첫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게다. 삭발탑을 지나면 장정 두세 명이 손을 잡고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거목이 늘어서 있다. 나무의 나이는 평균 80여년 정도. 하지만 최고령 나무는 370년을 넘는다. 숲길의 시작은 아홉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의 전나무 아홉그루의 씨가 퍼져 지금의 울창한 전나무숲을 이뤘단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아한 목탁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퍼지는 종소리도 제법 운치가 있다. ◇1000년을 지켜온 대가람…월정사금강교를 건너면 오대산에 등을 기댄 월정사가 점잖게 앉아 있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얻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 돌아와서 창건한 가람이다. 이후 1400여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 성지로 많은 불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월정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게 된 기원.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정사가 보유한 숲은 대략 여의도의 7배 면적에 달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임야와 광복 이후 농지개혁 등으로 줄어든 면적까지 감안하면 원래는 이보다 훨씬 넓었을 거란다. 월정사가 이렇게 넓은 면적의 숲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원 평창군 월정사 경내. 국보 제48호인 월정사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그 옛날의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다.실마리는 월정사와 조선의 왕이었던 세조와의 인연에서 엿볼 수 있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불교에 귀의해 잘못을 참회하고자 했다. 이후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하는 한편 월정사 중건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월정사를 방문한 세조는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는데, 하나는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덕에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법당으로 들어가려던 세조의 옷매를 끌어당긴 고양이. 고양이는 불상 밑에 숨어 있던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월정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고 한다. 인간사에 휘말린 절집은 여러 차례 중건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다.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그 옛날의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할 뿐이다. 경내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부도전에서 큰길을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국보 제48호인 월정사팔각구층석탑.◇장쾌한 오대산 풍광 한눈에…상원사숲길은 완만한 경사다. 계류를 따라 걷다가 물길을 만나는 지점서 숲으로 파고들 수 있다. 누구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조붓한 숲길 끝, 종착지점에 상원사가 숨어 있다. 초입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관대걸이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상원사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한결 조용하다. 눈 내린 산길을 헤치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기도객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근래 들어 상원사의 몸집은 크게 불었다. 영산전 앞에 커다란 오대보탑을 새로 지었고, 청풍루에 문수보살 화현도도 그려넣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절집 마당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장쾌한 풍광은 압권이다. 절집 마당 끝에 오래 묵은 산돌배나무 한 그루 앞이 포인트다. 눈 덮인 오대산의 동대와 서대의 산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잎을 떨군 앙상한 활엽수숲 속에 군데군데 전나무가 흰눈을 이고 서 있다. 대가람 월정사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 강원 평창군 상원사에서 바라본 오대산의 젼경상원사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동종이다. 1300여년 전 통일신라 때 주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 특히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과 그를 둘러싼 연꽃 문양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종을 매단 고리역할을 하는 용뉴다. 입을 딱 벌린 용이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종의 무게를 버티고 선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선재길은 상원사에서 끝을 맺지만 적멸보궁을 두고 돌아서기는 아깝다. 상원사에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범종인 상원사 ‘동종’.◇여행메모△가는길=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시외버스를 탄 뒤 진부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진부터미널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월정사 행 버스가 있다. 자동차로는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달리면 월정사 입구가 나온다. △먹을곳=봉평은 메밀의 고장이다. 메밀막국수는 현대막국수(033-335-0314), 진미식당(033-335-0242)이 유명하다. 읍내에 자리한 미가연(033-335-8805)은 메밀싹 비빔밥, 옛골(033-336-3360)은 메밀국수전골이 맛있다. 월정사 입구 오대산 가마솥식당(033-333-5355)은 산채정식이 유명하고,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은 한우 셀프식당이다.△잠잘곳=용평리조트(1588-0009), 휘닉스파크(033-330-6000), 알펜시아리조트(033-339-9000), 아트 인 아일랜드(033-336-1771), 백운산방(033-334-9891), 동강산장(033-333-9509), 청호산장(033-334-3000), 두룬산방(033-334-0920), 뜨라래펜션(033-333-6600) 등 월정사 주변으로 숙소는 많다. 강원 평창군 월정사가 눈으로 뒤덮였다.강원 평창군 월정사 경내국보 제48호인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인 월정사팔각구층석탑의 야경국보 제48호인 월정사팔각구층석탑의 야경.강원 평창군 상원사 경내.강원 평창군 상원사 내 대웅전.강원 평창군 월정사 전나무숲길
2016.01.08 I 강경록 기자
 '설국치악'…사람도 풍경도 예술이 되다
  • [여행] '설국치악'…사람도 풍경도 예술이 되다
  •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에 둥지를 튼 ‘뮤지엄 산’ 입구가 폭설을 맞아 설국으로 변했다. 뮤지엄 산은 치유와 명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미술관이다.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콘셉트로 건물뿐 아니라 뮤지엄 부지 전체를 설계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눈이 내린다. 빌딩 숲 사이로 흩날리던 눈발이 굵어졌다. 마음이 잠시 싱숭생숭했지만 높다란 빌딩과 자동차 틈새에 끼여 낭만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도심의 메마른 겨울 풍경이 시작됐다. 아쉬움에 발길을 강원 원주시로 향했다. 제대로 오롯한 초겨울을 느끼고 싶어서다. 원주는 여행목적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고장이다. 치악산과 간헌유원지가 그나마 알려졌을까. 하지만 원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미처 개발업자의 손을 타지 않은 여행지가 즐비하다.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손길을 거친 ‘뮤지엄 산’이 그렇고,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지어졌다가 자취만 남은 폐사지들이 그렇다. 치악산으로 가면 ‘악산 중의 악산’이란 명성과 달리 걷기 좋은 숲길도 있다. 눈길 돌리는 대로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함을 맛볼 수 있다. ◇자연 품은 미술관에서 엿본 존재의 진실강원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오크밸리리조트. 이곳에 치유와 명상을 콘셉트로 한 미술관이 있다. 서울 남산과 비슷한 높이인 해발 275m 산중에 자리한 ‘뮤지엄 산’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무려 40여년간 수집한 자신의 소장품 4000여점을 내놓아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한솔뮤지엄’으로 개관했고 그해 12월 뮤지엄 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산(SAN)은 공간(Space)과 예술(Art), 자연(Nature)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만든 조어다. 뮤지엄 산이 유명해진 건 일본의 현대 최고의 건축가 일본 안도 다다오와 빛의 작가로 유명한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한데 볼 수 있어서다. 안도의 건축철학과 특징은 건물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안도의 예술성은 둥그런 돌담을 따라 느릿하게 들어선 목적지를 보일 듯 말듯 숨겼다. 관람객의 시선과 동선까지 계산해 빠져들게 한 진정한 밀당의 고수다. 고요한 물의 정원이라는 뜻의 ‘워터가든’에 폭설이 내려 ‘스노우가든’으로 변한 보습. 붉은색 구조물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설치작품 아치웨이다.건물 밖 조경도 안도에게는 작품이다. 안내센터에서 나와 마당을 지나면 자작나무 숲길. 아낙네 살결보다 하얀 자작나무가 좁게 도열하듯 서 있다. 살짝 휘어지게 낸 이 자작나무길은 멀리서 보면 아주 길게 이어진 듯하다. 담장처럼 ‘보일 듯 말 듯’의 효과인 셈이다. 본관 뮤지엄은 자작나무 숲길 너머에 있다.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로 꾸몄다. 각 전시관은 미로처럼 이어졌다. 선과 선, 면과 면의 조합이 절묘하다. 좁은 건물을 효과적으로 구분해 최대로 넓게 보이게 했다. 미로 같은 본관 건물을 나서면 야외 산책길이다. 이곳에도 작품은 이어진다. ‘두 벤치 위의 연인’ ‘스톤 가든’ 등의 조각품이 그것. 이 길 끝이 제임스 터렐관이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만을 위해 안도가 설계했다. 건물 전체가 터렐의 작품인 셈. 빛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마법 같은 공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우리가 평소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알려주는 사유의 공간이다. 제임스 터렐관에는 4개의 대표작이 있다. 어둠 속에서 빛으로 환영을 경험하는 작품이 ‘웨지워크’, 수시로 변하는 하늘의 색깔을 보며 어느 것이 진짜 하늘인지 헷갈려 눈을 의심케 하는 ‘스카이스페이스’, 공간감 짙은 인간 지각의 부실함을 깨우치는 ‘간츠펠트’, 계단을 올라서야 알게 되는 진실에 아찔한 전율을 느끼는 ‘호라이즌’ 등이다. 빛으로 공간의 개념을 바꾼 터렐의 마술에 빠져든다. 팍팍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터렐의 최면술처럼 말이다. 강원 원주시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뮤지엄 산’에 조성한 자작나무숲 산책길. 자작나무가 폭설을 뒤집어쓰고 더욱 하얗게 변했다.◇눈 쌓인 숲길 품은 ‘악산’원주의 대표 명소는 치악산이다. 흔히 치악산은 설악산·월악산과 함께 3대 악산으로 불린다. 비록 ‘악’자의 한자가 다르기는 하나 바위가 많고 산이 험하다는 점은 같다. 이토록 험한 치악산을 찾은 이유는 눈 쌓인 멋진 숲길이 있어서다. 숲길은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구룡사, 세렴폭포로 이어지는 3㎞의 짧은 산길이다. 숲길 여행의 시작은 황장금표(黃腸禁標)부터다. 황장금표는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편 경사면의 숲에 살짝 숨어 있다. 표를 끊고 걸음을 서두르다 보면 자칫 놓치기 쉽다. 황장금표는 민간의 벌채를 금한다는 뜻. 치악산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쓸 황장목을 길러내는 산이었다. 치악산을 예로부터 황장봉산으로 부른 이유다. 전국 60여곳에도 황장금표가 있었다. 이곳 구룡사 쪽으로 접어드는 길의 황장금표도 그중 하나다. 황장금표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주변에 솟아있는 붉은색 껍질의 금강소나무가 새삼스럽다. 황장금표가 들어설 당시만은 못하겠지만 이 길에는 소나무가 하늘을 가려 지붕을 만든 숲길이 군데군데 이어진다. 치악산 황장목의 아름다움은 구룡교 건너 구룡사의 일주문 격인 원통문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이쪽의 소나무 숲에는 저마다 다른 크기의 금강송이 한데 어울려 서 있다. 그만그만한 나무가 줄지어 빼곡히 들어선 조림지의 숲과는 격이 다르다. 조림한 숲에선 규모에 처음 입이 벌어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금세 지루해지게 마련. 하지만 치악산의 금강송숲에 들면 되레 처음에는 무덤덤하다가 저마다 크기가 다른 나무를 찬찬히 바라볼수록 탄성이 터져 나온다. 치악산 등산로원통문의 숲길을 들어서 부도탑을 지나면 구룡사다. 원래는 절터의 연못에 9마리 청룡이 살았다고 해서 처음에는 아홉 구(九)자를 써 구룡사(九龍寺)였다는데, 이후 쇠락한 사찰의 번성을 위해 절 입구 거북바위의 혈을 끊고 다시 이으면서 거북 구(龜)자를 쓴 구룡사(龜龍寺)로 이름이 바뀌었단다. 절집 앞에는 수령 200년을 넘긴 잘 생긴 은행나무가 부챗살처럼 가지를 뻗고 있다. 구룡사를 지나서 몇 걸음이면 구룡폭포의 물소리를 만난다. 숲길을 걷는 내내 발목을 잡았던 물소리가 이곳에 이르면 더 청아한 소리를 낸다. 크지는 않되 부드럽게 떨어지는 폭포 아래는 쪽빛의 물이 그득하다. 여기서부터 세렴폭포까지는 약 2㎞ 거리다. 세렴폭포까지 이어진 길도 완만하다. 하지만 눈이 제법 내리면 미끄러운 길이 된다. 1970년대에 인위적으로 만든 전나무숲길, 아담한 식물원을 지나 좁은 산길을 따라 30여분 오르면 세렴폭포에 다다른다. 마음까지 씻어준다는 의미란다. 그래서일까. 눈으로만 본다면 가느다란 물줄기지만 눈을 감고 차분히 바라보면 환상적인 폭포 물줄기가 정말 마음까지 씻어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치악산 구룡폭포◇여행메모△가는길=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신갈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문막IC에서 원주방면으로 나와 능촌교차로에서 오크밸리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가면 뮤지엄 산이다. 치악산 구룡탐방지원센터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새말나들목으로 나와 구룡사 이정표를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묵을곳=뮤지엄 산은 오크밸리리조트(1588-7676) 내에 자리하고 있다. 콘도형과 호텔형이 있어 원하는 곳에 묵으면 된다. 원주 시내에는 원주역사박물관 옆 호텔 인터불고 원주(033-769-8114 )를 추천한다. 원주 시내 유일한 특급호텔이다. △먹을곳=원주의 숨은 맛집 중 하나인 일산동 ‘시래기순대국’(033-731-8430)은 시래기와 들깨로 국물을 낸 시래기순대국(7000원)과 선지해장국(5000원)이 일품이다.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원주 중앙시장 내에 자리한 샘밭(033-742-2173)은 푸짐한 한우숯불구이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한우모둠 1인분이 2만 5000원이다. 일산동에 있는 산정집(033-742-8556)은 한우를 얇게 썰어 미나리와 쪽파 등을 함께 말아 만든 손말이구이(1인분 2만원)가 유명하다. 치악산 구룡사치악산 세렴폭포치악산 등산로치악산 등산로강원도 원주 산정집의 ‘손말이구이’원주 중앙시장 내 자리한 샘밭의 한우숯불갈비
2015.12.11 I 강경록 기자
 시집가는 딸에게 준 꽃…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
  • [e주말] 시집가는 딸에게 준 꽃…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
  • 경북 영주 풍기 달밭골 억새[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 가을 한 가지 야생화를 골라서 봐야 한다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구절초가 어떨까? 정읍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은 야트막한 산을 통째로 구절초를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옥정호로 흘러드는 추령천이 산을 휘감아 섬처럼 보인다. 키 큰 해송이 보기 좋은 숲에 구절초가 더해지니 환상의 짝꿍처럼 잘 어울린다. 다른 나무는 베어 공간에 여유를 주고, 바닥엔 구절초를 가득 심었다. 오솔길 같은 산책로를 내고, 정자와 전망대를 만든 것 외에 별다른 구조물을 두지 않아 자연스러운 멋을 풍긴다. 구절초는 줄기에 마디가 아홉 개 있는 풀, 혹은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9월 하순부터 피어 10월 중순까지 절정에 이르는 가을 대표 야생화다. 우리 산과 들, 강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서늘해지면 하얀 꽃을 피워 가을을 알려준다. 꽃이 크고 아름다워서 일찍이 관상용으로 개발되어 씨앗이나 모종을 구하기 쉽다. 본디 꽃은 약재로 쓰인다. 그늘에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월경불순에 좋으며, 불임증에도 효과가 있다. 옛날에는 황토방에 구절초 꽃을 잘 말렸다가 혼례를 치른 딸이 처음으로 친정에 방문할 때 챙겨 보냈다고 한다. 아기가 잘 들어서길 바라는 친정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길고 가느다란 줄기에 하얀 꽃이 피어 누군가 기다리는 여인네를 연상시키는 구절초. 약재 효능까지 여인에게 도움이 되니 구절초는 그야말로 여인의 꽃이라 해도 좋겠다. 가을이면 어디서나 쉽게 구절초를 볼 수 있지만, 드넓은 곳에 무리 지어 피어난 풍광은 정읍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이 최고다. 원래 있던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사용해 자연스럽고, 늘씬한 해송과 구절초가 어우러지니 더없이 근사하다. 공원이 조성된 것은 10년 전이다. 2003년 솔숲이 좋은 곳에 인근 주민을 위한 체련공원을 조성했다가, 2006년부터 구절초를 심어 작은 축제를 열었다. 반응이 좋아 해마다 조금씩 식재 구간을 넓히다 보니 지금은 12ha에 달하는 구간이 온통 구절초다. 강변 평지에 조성한 해바라기, 메밀, 코스모스 꽃밭은 7ha 정도 된다. 넓은 공원을 돌아보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게다가 곳곳에 포토 존이 있고, 피곤한 다리를 쉬려면 넉넉히 예상하는 게 좋다. 안쪽에는 화장실이나 매점이 없다. 구절초가 솔숲에 있어 그늘이 충분하지만, 강변 쪽엔 그늘 없이 탁 트였으니 모자와 생수를 꼭 챙길 것. 바닥에 구절초가 그려진 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소나무 아래 구절초가 빼곡하다. 꽃봉오리는 분홍빛인데 활짝 피면 흰색이다. 간혹 분홍으로 활짝 핀 것도 보인다. 구절초 종류가 11가지인데 종에 따라 분홍색으로 만개하는 것도 있고, 토질이나 돌연변이 때문에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며, 생김새나 향기도 국화와 많이 닮았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가장 높은 언덕에 오르면 왼쪽으로 정자와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아래쪽 논에 유색 벼를 심어 만든 그림과 공원 입구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가면 다람쥐 하늘탑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이 보인다. 바위에 작은 돌탑이 몇 개 놓였는데, 달빛 환한 가을밤이면 다람쥐가 이 돌탑 위에 올라간다고. 탑에 소망을 담은 돌멩이를 쌓으면 하늘에 닿을 것이라는 안내 글귀는 지어낸 말인지 몰라도 숲에서 다람쥐 한두 마리는 만날 수 있다. 다람쥐 하늘탑을 지나면 산책로는 가파른 곳을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산 중턱에서 옆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사랑의 우편함이 두 개 나란히 붙은 곳을 지나 구절초 꽃밭에 우뚝 선 십이지신상에 이르면 구절초 동산을 한 바퀴 둘러본 셈이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김을 매고, 듬성한 곳에 구절초를 심어 동산에는 다른 야생화가 없다. 일부러 심어놓은 벌개미취와 층꽃나무가 조금 눈에 띌 뿐이다. 동산에서 강변 쪽으로 내려가면 해바라기, 메밀꽃, 코스모스로 넓게 만든 꽃밭이 있다. 메밀은 꽃이 지고 까만 열매가 맺히는 중이고, 해바라기도 끝물이다. 코스모스는 활짝 피어 바람에 흔들린다. 아침 무렵의 구절초동산공원 안 작은 주차장에서 옥정호 쪽으로 강줄기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강변 풍광이 빼어난 망경대가 나온다. 망경대 아래쪽으로 1960년대에 만든 능교가 있다. 예스러운 모습에 드라마나 영화 배경으로 여러 번 나왔다.구절초가 절정에 이르면 정읍구절초축제가 열린다. 올해 10회째로 10월 3일부터 11일까지다. 시끌벅적한 축제가 아니라 만개한 구절초를 보고, 구절초 꽃차를 맛보고, 구절초 향기 나는 족욕을 즐기고, 구절초 시를 낭송하며 명상에 잠기는 감성 충만한 행사다. 축제 기간 중 매일 두 번 꽃밭음악회가 열리고, 꽃그림 전시회와 구절초 이야기 거리 등 볼거리도 마련된다. 구절초는 축제 기간 중에 가장 볼 만하고, 10월 하순이면 끝물에 접어든다. 낮에 보는 구절초도 좋지만, 옥정호에서 밀려온 안개가 덮여 몽환적인 이른 아침이나 향이 진해지는 저녁 무렵에 또 다른 느낌이다. 해가 진 뒤에는 일부 산책로와 나무에 조명을 설치해 야경도 볼 수 있다.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에서 아침나절을 보내고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릴 무렵 산외한우마을로 간다. 정읍을 대표하는 한우 마을로, 알뜰한 값에 한우를 실컷 맛볼 수 있다. 산외한우마을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자리한 정읍김동수씨가옥(중요민속문화재 26호)은 김동수의 6대조 김명관이 1784년에 지은 집이다. 화재나 개축 없이 원형 그대로 남아 가치가 높다. 솟을대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행랑채 전용 마당, 사랑채의 이중 구조 다락, 안채의 대칭 구조, 안채 곳간에 지게가 드나들기 쉽게 만든 아치형 구조, 대류를 활용한 부엌의 창살 등 건축주의 기발한 생각이 잘 녹아든 건물이다. 정읍은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이자, 한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가요인 ‘정읍사’의 고장이기도 하다.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여인의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정읍 시내 외곽에 정읍사공원이 있다.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망부상, 정읍사 여인을 위해 제례를 올리는 정읍사 사우, 정읍사노래비 등이 있다. 바로 옆에 정읍사예술회관, 정읍시립미술관, 정읍청소년수련관이 있어 시민의 발길이 잦다. 내장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단풍이 들기 전에도 내장사, 내장산국립공원케이블카, 백련암 등 볼거리가 충분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내장산 첫 단풍은 10월 17일, 절정은 11월 6일이다. 정읍사공원 근처에서 내장호까지 이어지는 백제가요정읍사오솔길도 걸어볼 만하다. 특히 2코스는 호숫가를 따라 데크 로드가 마련되어 가을 풍광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걷기 좋다. ◇여행메모△여행코스▷당일 여행 코스= 야생화·명소 탐방 코스 /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망경대→산외한우마을→정읍김동수씨가옥→내장산, 야생화·역사 탐방 코스 /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정읍김동수씨가옥→백제가요정읍사오솔길 2코스→정읍사공원▷1박2일 여행 코스=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망경대→산외한우마을→정읍김동수씨가옥→백제가요정읍사오솔길 2코스→정읍사공원→(숙박)→내장산국립공원케이블카→내장사→송참봉조선동네△가는길▷기차= 용산역-정읍역, KTX 하루 16회(05:20~22:15)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버스= 서울-정읍,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2~25회(06:30~22:55) 운행, 약 3시간 소요. ▷자동차= 호남고속도로 태인 IC→우회전→석지로→태산로→매당교차로 우회전→태산로→강진면 칠보 방면 우회전→태산로→산내사거리에서 쌍치 방면 우회전→청정로→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 입구△주변 볼거리=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백정기의사기념관, 전봉준공원, 피향정, 말목장터, 송참봉조선동네, 옥정호, 무성서원 등이슬을 머금은 구절초
2015.10.11 I 강경록 기자
따스한 가을 햇볕 아래 스민 아픈 역사, 서산 해미읍성
  • [e주말]따스한 가을 햇볕 아래 스민 아픈 역사, 서산 해미읍성
  • 해미읍성 안의 풍경(사진=최갑수 여행작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하늘 높고 바람 좋은 가을날, 가족과 손잡고 느긋하게 즐길 만한 여행지 없을까. 그리 멀지 않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원한다면 서산을 추천한다. 조선 시대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읍성,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을 수 있는 아담하고 고즈넉한 절, 맛있는 먹거리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조선시대 3대 읍성 중 하나 ‘해미읍성’서산 여행의 첫 코스는 해미읍성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IC로 나와 5분이면 닿는다. 읍내 한가운데 우뚝 선 성이 인상적이다.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왜구를 막기 위해 쌓기 시작해 세종 3년(1421)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며, 높이 5m, 둘레 1.8km로 남북으로 긴 타원형이다. 우리나라 읍성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었다고 평가받으며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과 더불어 조선 시대 ‘3대 읍성’이라 불린다.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 충청병마절도사가 근무한 영(사령부)이 자리한 곳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1579년(선조12) 훈련원 교관으로 부임해 전라도로 전임될 때까지 10개월간 근무했다.읍성으로 들어서기 전에 성곽의 돌을 살펴봐야 한다. 돌에 청주, 공주 등 희미하게 고을명이 있다. 축성 당시 고을별로 정해진 구간을 맡아 성벽이 무너질 경우 그 구간의 고을이 책임지도록 한 일종의 ‘공사 실명제’다.?읍성 안에는 동헌과 객사, 민속 가옥 등이 있다. 초가지붕을 인 민속 가옥에서는 서산 지역 노인들이 재현하는 다듬이질이며 짚공예 등을 볼 수 있다. 남쪽의 정문 격인 진남루에서 동헌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둥근 담장을 두른 옥사(감옥)도 있는데, 이 옥사에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었다. 서산과 당진, 보령, 홍성, 예산 등 서해 내륙 지방을 내포(內浦) 지방이라 일컫는데, 조선 후기 서해 물길을 따라 들어온 한국 천주교가 내포 지방을 중심으로 싹틔웠다. 19세기 이 지방에는 주민 80%가 천주교 신자였을 정도다. 당시 옥사에는 충청도 각지에서 잡힌 천주교 신자로 가득했다. 옥사 앞에 커다란 회화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 가지 끝에 철사를 매달고 신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고문?처형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이 나무에는 사람을 매단 철사 자국이 있다. 신자가 많아 처형하기 힘드니 읍성 밖 해미천 옆에 큰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했다고 한다. 순교의 역사를 뒤로하고 바라보는 읍성은 평화롭기만 하다. 읍성 안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는데,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주민과 관광객의 모습이 유적지가 아니라 공원에 들어선 느낌이다.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노는 아이도 있고, 투호나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마냥 정겹다. 읍성 인근에 충청 지역 무명 순교자를 기리는 해미순교성지(해미성지성당 일대)가 있다. 원형 성당은 무명 순교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듯 웅장하게 섰다. 성당 뒤편 일대는 ‘여숫골’로 불린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신자들이 ‘예수 마리아’를 끊임없이 외쳤는데, 이것이 ‘여수머리’를 거쳐 ‘여숫골’이 됐다고 한다. 성지 한쪽에는 발굴된 유해를 안치한 기념관도 있다. 해미읍성에 얽힌 이런 사연으로 지난해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읍성을 방문하기도 했다.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사진=최갑수 여행작가)◇마음이 열리는 천년고찰 ‘개심사’해미읍성에서 나온 길은 운산면 목장 지대를 지나 개심사로 이어진다. 일주문에는 ‘상왕산 개심사’라는 편액이 걸렸다. 이응노 화백의 스승인 해강 김규진의 글씨다. 일주문을 지나 10분 정도 솔숲을 걸어가면 무심한 듯 서 있는 절집을 만난다. 개심사는 백제가 망하기 불과 6년 전인 654년(의자왕14)에 창건되었으니 말 그대로 천년 고찰이다. 절을 창건한 혜감스님은 절의 이름을 개원사(開元寺)로 했으나, 고려 때인 1350년에 처능스님이 중건하면서 ‘마음이 열리는 절’이라는 뜻을 담아 개심사(開心寺)로 바꿨다고 한다. 개심사 해탈문에 들기 전, 외나무다리와 만난다. 반듯한 직사각형 연못에 큰 통나무 다리가 걸쳐 있다. 굳이 외나무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경내로 들 수 있지만, 열에 아홉은 이 풍경에 반해 다리를 건넌다. 개심사에는 외나무다리 말고 눈길 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각 가람을 받치는 기둥이다. 하나같이 굽었고 배가 불룩하며, 위아래 굵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봐온 매끈하고 다듬어진 기둥이 아니다. 나무를 전혀 손질하지 않고 원래 모습대로 썼다. 해탈문이며 범종각, 심검당 등이 대부분 그렇다. 특히 범종각 지붕을 받치는 네 기둥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이 모습이 오히려 파격적이다. 굽은 나무로 이토록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운산면 용현리에 자리한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84호)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큰 암벽 중앙에 석가여래입상이 있고 오른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 왼쪽에는 제화갈라보살입상이 선명하게 조각되었다. 석가여래입상은 둥근 얼굴에 눈을 크게 뜨고 두툼한 입술로 벙글벙글 웃는 모습이라 ‘백제의 미소’로 불린다. 시내에 자리한 서산동부시장은 가을이면 꽃게와 대하가 넘쳐난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다. 인근에서 잡아 올리는 낙지며 조개, 갑오징어의 싱싱함도 남다르다. 아이스박스에 포장해주니 해산물 쇼핑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운산면 여미리에 자리한 유기방가옥에서는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100년이 넘은 고택으로, 지붕 위로 쏟아질 듯한 별이 가을밤의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유기방가옥 건너편에 자리한 ‘여미갤러리&카페’는 방앗간을 개조해서 갤러리 겸 카페로 꾸민 곳이다.서산 여행의 종착점은 대산읍 삼길포항이다. 낚싯배를 빌려 당일치기로 낚시를 즐겨볼 수도 있고, 부두에 정박한 어선에서 맛보는 회도 별미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오찬 메뉴를 상품화한 ‘교황정식’도 맛보자. 서산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 특산품으로 메뉴를 만들었는데, 서산낙지어죽, 서산우리한우채끝등심구이, 우럭어알탕, 뜸부기쌀밥, 백김치, 계절 나물 등이 상에 오른다.개심사 범종각(사진= 최갑수 여행작가)◇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역사 체험 코스 / 해미읍성→개심사→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자연 힐링 코스 / 해미읍성→개심사→유기방가옥→여미갤러리&카페→서산동부시장▷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해미읍성→개심사→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유기방가옥(숙박), 둘째 날 / 여미갤러리&카페→서산동부시장→삼길포항△가는길▷버스= 서울-서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40여 회(06:00~21:50) 운행, 약 1시간 5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30여 회(06:30~20:00) 운행, 약 2시간 소요.▷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해미 IC→남문2로→해미읍성△주변 볼거리= 벌천포해수욕장, 문수사, 부석사, 안견기념관, 서산버드랜드, 간월암, 팔봉산 등 삼길포항(사진=최갑수 여행작가)한옥의 그윽한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유기방가옥(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2015.10.03 I 강경록 기자
대추처럼 달콤한 충북알프스 가을 여행
  • [e주말]대추처럼 달콤한 충북알프스 가을 여행
  • 오리숲길 초입은 소나무 고목들로 인해 사시사철 푸르다(사진=박상준여행작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보은은 국토의 중앙부에 위치한다. 속리산을 위시해 충북의 북쪽을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의 한남금북정맥이 지난다. 그 지맥은 다시 구병산 자락으로 뻗어가며 보은군의 동쪽 산세를 이룬다. 충북 일대에서 소문난 풍경으로 ‘충북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허청에 업무 표장 등록을 했으니 애칭이 아니라 공식 명칭이다. 총 4개 구간 43.9km로 형제봉, 천왕봉, 비로봉, 문장대 등 속리산과 구병산의 아홉 개 봉우리를 아우른다. 구간별로 산행에 4~8시간이 걸린다. ◇스위스가 아닌 충북알프스의 색다른 낭만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은 충북알프스 4구간 끝자락에 자리한다. 산외면 장갑리로 보은군 중앙로에서 북쪽으로 약 15km 거리다. 속리산면을 거쳐 갈 수 있는데, 속리산면에서 휴양림까지 길은 달천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달천 동쪽으로 충북알프스의 산세가 거침없다. 그 끝자락 묘봉에 가까워지자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에서 벗어나 다리를 건너니 제일 먼저 풍차정원이 보인다. 풍차가 달린 집이 있고, 데크를 따라 뒤편 사방댐 쪽으로 오른다. 자그마한 바람개비 조형물도 시선을 끈다. 휴양림의 가벼운 산책 구간으로 아이들과 걷기 무난하다. 연못 위쪽은 관리사무소다. 안내를 받고 숙소로 이동한다. 2010년 9월에 문을 연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은 무엇보다 숙소가 돋보인다. 휴양림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며 자리한 형국이라 숙소마다 풍경이 빼어나다. 개장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시설 역시 깨끗하다. 관리사무소 왼쪽 언덕은 산림휴양관을 비롯해 숲속의집, 숲속작은집이 나온다. 여느 휴양림의 숙소와 다르지 않다. 다만 휴양림을 크게 아우르는 산책로와 쌀개봉 등산로의 출발점이라는 장점이 있다. 아래쪽으로 어린이놀이터와 숲속운동장 등도 휴양림을 활동적으로 즐기고 싶은 이에게 매력이다.테라스하우스나 알프스빌리지, 시나래마을은 조금 색다른 숙소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산림휴양관 옆의 테라스하우스는 계단식으로 구성된 연립주택 모양이다. 아랫집의 지붕이 윗집의 마당이다. 창문을 열고 나오면 눈앞에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진다. 알프스빌리지는 아이보리색 벽면에 주황색 지붕이 눈에 띈다. 거실 창을 열면 테라스가 나오고 따로 정원이 있는 별장식 주택이다. 지대가 높아 테라스나 정원에서 휴양림을 조망하고, 숙소 주변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산 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어볼 수 있다. 출렁다리를 지나 삼림욕은 물론 풍욕을 즐길 수 있는 의자 등이 있어 쉬엄쉬엄 걸음을 낸다. 시나래마을은 알프스빌리지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숙소다. 휴양림 입구 쪽이지만 도로의 오른쪽 언덕이다. 휴양림에서 외따로 떨어진 곳에 황토로 지은 집 다섯 동이 있다. 가장 큰 매력은 한가운데 있는 누각 규모의 정자다. 시나래마을에서 묵는 이들의 공용 공간으로, 알프스빌리지와 반대 시선으로 충북알프스의 산세를 품는다. 정자에 앉아 흔들리는 코스모스 사이로 먼 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산림휴양관을 출발한 산책로가 휴양림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반대편이라 산책도 용이하다. 휴양림 내에서 손 쉬운 산책을 원할 때는 어린이놀이터 우측으로 난 길을 걷는다. 150m 남짓한 숲길로 완만한 경사를 따라 숲의 정취를 느끼며 오간다. 중간에 물가로 내려서는 길이 있고, 가만히 앉아 사색이나 담소를 나눌 만한 쉼터도 있다. 숲을 좀더 알차게 느끼고 싶다면 숲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 어린이놀이터에서 출발한다(수?목요일 제외). 가벼운 체험프로그램으로 산림휴양관 3층 목공예실에서 정오부터 진행하는 목공예 체험이 있다.이국적 분위기의 풍차 정원(사진= 박상준 여행작가)◇법주사 가는 길 ‘오리숲길’휴양림에 여정을 풀고 보은 여행을 즐기기 원하는 이들은 달천을 따라 충북알프스 반대편 속리산 쪽으로 이동한다. 속리산 주변 4~5km 구간에 솔향공원, 속리 정이품송, 법주사 등 여행지가 밀집해서 돌아보기 편리하다. 첫걸음은 속리산의 가을 풍경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법주사다. 국보 3점, 보물 12점을 간직한 고찰은 보은의 큰 보물이다. 여정부터 값지다. 법주사에 다다르는 길은 ‘오리숲길’이라 불린다. 상가 지역에서 법주사까지 거리가 5리(2km)라 붙은 이름이지만, 거리로 가늠할 수 없는 숲이다. 법주사가 생기며 시작한 길로, 수령이 많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천년 숲을 이끈다. 속리산터미널에서 약 300m 지나 오른쪽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보자. 상가가 생기기 전 법주사를 오가던 오리숲길이다. 높게 자란 소나무가 좌우로 호위하듯 도열한다. 고목 그늘 아래서는 시간을 다툴 일이 없다. 솔바람 사이로 솔 향에 기대 느긋한 걸음을 낸다. 곧 황톳길 체험장도 나온다. 황토 볼을 깔아 지압 효과가 있는 길을 맨발로 디딘다. 황토의 원적외선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고 적혔지만, 굳이 효험이 아니더라도 깊은 숲의 느릿한 걸음은 보약이 따로 없다. 황톳길 주변으로 하천을 끼고 속리산조각공원이 있다. 작품 하나하나를 대하는 마음이 여유롭다. 오리숲길은 속리산 일주문을 전후해서 더 깊어진다. 법주사가 없더라도 한번쯤 찾을 만한 숲길이다. 긴 세월을 묵묵히 살아온 나무 아래 사람의 일상은 지극히 사소하다. 그렇게 다다른 법주사는 고찰의 넉넉함으로 사람을 만난다. 법주사 팔상전(국보 55호)을 중심으로 쌍사자 석등(국보 5호), 석련지(국보 64호) 등이 자리한다. 부처의 깨달음이 담긴 면면이다. 가만히 경내를 거닐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낼 법하다. 그 이름처럼 세속과 떨어져 속리산(俗離山)이요, 부처님의 법이 머무는 터라 법주사(法住寺)다. 오리숲길의 그윽한 깊이가 괜스럽지 않다. 속리산 단풍이 아니어도 가을에 법주사를 찾는 이유다. 법주사에서 나오는 길에는 맛깔스런 음식으로 속을 달래보자. ‘배영숙산야초밥상’을 비롯해 산채비빔밥이나 대추한정식을 잘하는 집이 여럿이다. ‘문장대식당’의 버섯전골은 가을바람에 움츠린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과 솔향공원 역시 법주사에서 지척이다. 오리숲길에 즐비한 소나무 고목을 마주한 터라, 속리 정이품송이나 솔향공원의 소나무홍보전시관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속리산 단풍이 물드는 10월 16일부터 보은대추축제가 열린다. 시기를 맞춰 달콤한 보은의 가을을 구석구석 느껴봄 직하다.대추와 함께 익어가는 보은의 가을(사진= 박상준 여행작가)◇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풍경 여행 코스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솔향공원→오리숲길, 역사 학습 코스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보은 삼년산성→법주사▷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오리숲길→속리산조각공원→법주사, 둘째 날 / 보은 속리 정이품송→솔향공원→보은 삼년산성△가는길▷버스= 서울-보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30~18:30) 운행, 약 3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2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00, 10:30, 14:30, 17:30)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보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앙사거리 정류장까지 약 300m 이동, 장갑 방면 시내버스 이용 신정리 정류장 하차, 진행 반대 방면 도보 650m 좌회전.▷자가용= 당진영덕고속도로 보은 IC→ 보은IC교차로 속리산·보은 방면 좌회전→남부로 10.1km→봉계1교차로 보은?산외 방면 우회전→남부로 640m→봉계2교차로 산외·속리산 방면 우회전→산외로 8.2km→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입구 우회전 70m→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주변 볼거리 = 보은 삼년산성, 보은선병국가옥, 탄부 임한 솔밭공원, 만수계곡속리산 입구의 장승과도 같은 정이품송(사진=박상준 여행작가)솔향공원의 소나무홍보전시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2015.10.03 I 강경록 기자
 '첩첩산중' 오지 끝에서 길을 찾다
  • [여행] '첩첩산중' 오지 끝에서 길을 찾다
  • 충북 괴산의 오지마을인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 소나무 숲에 출렁다리를 설치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산행길에 재미를 더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름 더위도 한풀 꺾인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지고 해도 짧아졌다. 그러고 보니 처서(處暑·23일)다. 길가엔 노란 마타리가 하늘거리고, 연보랏빛 쑥부쟁이가 무리지어 피어난다. 넝쿨이 뒤덮인 곳에는 사위질빵 하얀 꽃이 이제 곧 밀려올 가을을 반긴다. 여름을 보내는 초가을 여행지로 손색없는 곳이 충북 괴산군의 ‘산막이옛길’. 이 길은 오지 중의 오지 ‘산막이마을’로 드는 벼랑길이다. 산막이마을은 괴산으로 흘러가는 달천(달래강·감천)을 가둔 괴산호가 앞을 막고, 험준한 군자산이 뒤를 막고 있어 최근까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산길이다.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고 험하지만 괴산호에 바짝 붙은 맑은 물빛을 내려다보며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낼 수 있는 생명 같은 길이다. 충북 괴산의 오지마을인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 깎아지른 바위 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망세루에 서면 괴산의 명산인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기봉 등이 겹겹이 눈앞에 펼쳐진다.◇오지 중의 오지 ‘산막이마을’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이곳 첩첩산중에 마을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산막이마을. 산이 막아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사시사철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성지순례 하듯 걷는 길이 있어서다. 바로 ‘산막이옛길’이다. 호수를 끼고 돌며 숲 터널을 지나는 가파른 산막이옛길을 지나야 산막이마을로 들어선다. 산막이마을은 예부터 산속 오지였던 터라 조선시대에는 죄인의 유배지였다. 을사사회(1545)에 휘말렸던 조선 중기 학자 노수신(1515~1590)이 이 두메에서 한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중에 그의 10대손인 노성도가 선조의 자취를 더듬어 이곳으로 왔다가 마을을 에둘러 흐르는 달천 주변의 비경에 반했고, 아홉 경승지를 골라 ‘연하구곡’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하지만 연하구곡은 1957년 괴산댐이 완공돼 물을 가두면서 호수 속에 잠겼다. 달천을 따라 마을로 드는 유일한 길도 물에 잠겨 끊어졌다. 통행로가 잠기자 산막이마을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호수 위 산허리에 가느다란 벼랑길을 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고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호수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길. 그럼에도 산막이마을은 점점 더 바깥세상과 멀어져 갔고, 주민은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니 산막이길도 황폐해졌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졌다. 이처럼 위태로운 벼랑길을 복원하자고 나선 건 2011년. 산막이옛길로 이름을 정하고 총 길이 약 4㎞의 걷기길로 만든 것이다. 구간은 칠성면 사은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까지. 호수를 끼고 도니 풍경이 수려하고 경사도 완만하다. 또 사람 손을 타지 않았으니 나무도 무성하다. 편도 30~40분 걸리는 거리도 걷기에 부담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며 음이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충북 괴산의 오지마을인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 소나무 숲에 출렁다리를 설치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산행길에 재미를 더했다.◇옛길 매력 곳곳에 숨겨진 ‘산막이옛길’길의 들머리는 사오랑마을. 마을 왼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 오르면 잘 건사한 소나무숲이 먼저 반긴다. 소나무 숲의 솔향을 가득 머금고 사오랑 서당과 고인돌 쉼터를 지나면 출렁다리를 만나는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길에 아찔힌 재미까지 추가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깎아지른 바위 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망세루에 다다른다. 괴산의 명산인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기봉 등이 겹겹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상의 모든 시름을 내려놓기에 딱 좋은 장소다. 망세루를 지나면 갈림길이다. 오던 길을 따라 산 허리로 죽 이어진 게 산책로, 산 능선을 따라 나 있는 게 등산로다. 산책로는 느티나무 고목 위에 만들어 놓은 괴음정과 바닥이 유리로 된 고공전망대로 이어진다. 3m의 강화유리로 만든 고공전망대는 곧 떨어질 듯한 암벽과 새파란 물 위에 놓여 서 있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다. 산책로는 이름처럼 산책하듯 자연의 소리를 듣고 풍광을 보며 쉬엄쉬엄 걷는 길이다. 반면 등산로는 꽤 험하다. 호수를 에워싼 등잔봉(450m), 천장봉(437m), 삼성봉(550m)을 잇는 능선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풍경이 장쾌해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종종 찾는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까지는 편도 2~3시간 거리다. 곳곳에 숨은 이야깃거리도 산막이옛길의 또 다른 매력. 허리 높이에서 살짝 구부러져 사람의 손을 많이 탄 나무는 ‘미녀 엉덩이 참나무’라 이름지었고, 백설기 모양의 두꺼운 바위가 차곡차곡 쌓인 단층은 ‘스핑크스 바위’라 불린다. 한 사람이 겨우 비를 피할 만한 바위 아래 공간은 ‘여우비 바위굴’이 되었고, 그것보다 조금 깊은 동굴은 ‘호랑이굴’이 되었다. 무거운 지게를 잠시 내리고 목을 축인 옹달샘은 ‘노루샘’, 쌀 한 말 건지기도 힘든 천수답에는 연을 심어 ‘연화담’으로 이름 붙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발랄한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짙은 숲터널을 지나면서 맑은 괴산호의 물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게 산막이옛길의 빼어난 점이다.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활엽수의 숲속에서 물만 곁에 두고 걷노라면 몸과 마음이 자연에 온전히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쌍곡구곡 초입에서 더위를 식히는 탐방객들.◇소금강의 절경 갖춘 ‘쌍곡구곡’여름 더위가 채 식지 않았다면 계곡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괴산은 도처에 계곡이 있다. 일찍이 이름난 화양계곡과 선유계곡은 말할 것 없고 갈은구곡도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계곡이다. 그중 소금강의 절경을 갖춘 쌍곡구곡은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이 산수경치에 반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12㎞ 지점의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의 구간 물길이 쌍곡구곡이다.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장암(마당바위) 등 명소가 즐비하다.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의 웅장한 산세에 둘러싸여 흐르는 맑은 물은 기암절벽과 노송,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특히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칠보산과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군자산은 등산객에게 인기가 많다. 선유동 입구에서 관평 방면으로 이동한 뒤 51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한 후 고갯마루를 넘으면 쌍곡구곡의 상류가 시작된다. 괴산에서는 문경 방면 34번 국도로 15분 남짓 내려오면 쌍곡구곡으로 연결된 517번 지방도를 만날 수 있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룬 곳.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것다고 해 소금강이라 불린다. 517번 지방도 옆이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들를 수도 있다. 쌍곡폭포는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8m 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종국엔 여인의 치마폭처럼 넓게 펼쳐지는데 간장을 서늘케 할 정도로 시원하다.◇여행메모△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잠잘곳=괴산 일대는 이렇다 할 숙소가 드물다. 계곡 인근의 민박집이나 펜션이 최선의 선택이다. 산막이옛길을 찾는다면 괴산호 건너 갈은구곡을 끼고 있는 갈론마을의 펜션형 민박 갈론주막(043-832-5614)을 추천할 만하다. △먹거리=산막이옛길 인근의 맛집이라면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043-832-2974)이 첫손에 꼽힌다. 괴산의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단연 올갱이해장국이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서울식당(043-832-2135)과 기사식당(043-833-5794)이 30년 넘게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괴강매운탕
2015.08.18 I 강경록 기자
 신선 논 강선계곡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
  • [e주말] 신선 논 강선계곡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
  • 신선이 머물다 간다하여 이름붙은 강선계곡[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 보는 점봉산(1424m)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지역이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북방 한계선과 남방 한계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사람의 발길도 드물어 원시의 생태가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자리한 곰배령(1164m)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천국이다. 점봉산 입산은 금지되지만 강선계곡부터 곰배령까지 약 5km에 생태 탐방 구간이 조성되어 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여름까지 군락을 이루는 투구꽃▲탐방로 따라 이어진 계곡과 숲, 그리고 야생화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강선계곡 입구에 자리한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가면 출입증을 발급받아 탐방을 시작한다. 안내원은 따로 없고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오르며 계곡과 숲, 야생화를 만난다. 곰배령 정상과 가까운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해서 고운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신선이 내려와 놀고 간다는 강선계곡 물소리를 음악 삼아 설레는 발걸음을 옮긴다. 3~4년 만에 한 번 모습을 보인다는 조릿대 꽃이 정원을 이루고, 초여름까지 무리 지어 피는 괴불주머니와 투구 모양을 닮은 투구꽃도 인사를 건넨다. 다른 지역에서는 8월말에서 9월에 꽃을 피우는 투구꽃은 강선계곡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늦봄부터 여름에 꽃을 볼 수 있다.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속새 군락 사이로 홀아비바람꽃이 귀여운 얼굴을 내민다. 몇 걸음 옮기자 너도바람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장마가 지나면 피기 시작할 박새 군락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기를 달리하며 피고 지는 수많은 야생화가 계곡 주변의 울창한 숲 속에 서식한다. 펜션이 모여 있는 강선마을을 지나면 계곡은 좁아지고 숲은 더 울창해진다. 점봉산은 흙보다 돌이 많아서 돌무더기가 계곡 주변에 작은 정원을 만든다. 물이 잘 빠지는 돌밭과 계곡의 적절한 습기, 고산지대의 바람이 야생화 서식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꽃이 지고 잎만 남은 야생화부터 이제 막 절정에 들어선 야생화, 여름 개화를 준비하는 야생화가 어우려져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미나리냉이와 전호, 눈개승마가 환한 얼굴로 반기고, 피나물과 줄딸기가 숲의 그늘을 밝혀준다. 다른 지역에서는 봄에 피는 세잎양지꽃이 계곡의 그늘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내밀고 물참대는 초록 이파리에 작고 하얀 꽃잎을 가득 달고 손을 흔든다. 광대수염, 족도리풀, 졸방제비꽃, 뫼제비꽃이 허리를 숙이게 만든다. 어여쁜 개별꽃이 무리 지어 작은 꽃밭을 이루었다. 울창한 침엽수림이 이어지는 탐방로▲정상까지 이어진 싱그러운 초록 세상고도가 천천히 높아지며 모습을 달리하는 숲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높이 자란 소나무 군락을 지나기도 하고,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에 이끼가 자라는 원시의 계곡을 만나기도 한다. 벚꽃같이 하얀 잎을 떨군 귀룽나무와 꽃봉오리를 다부지게 만든 함박꽃나무도 비탈면을 따라 자생한다. 돌 틈마다 자란 관중이 거대한 초록 이파리를 뽐내고, 곰배령 정상에 가까워지면 제법 넓게 군락을 이루어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보여준다. 금빛 테두리가 독특한 금강애기나리, 꽃잎이 바늘처럼 가는 삿갓나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연령초를 만나며 야생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때쯤 경사가 급해지며 머리 위로 하늘이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한다. 바람 소리도 강해진다. 곰배령에 가까워진 것이다. 가파른 탐방로를 오르느라, 주변에 핀 야생화를 살피느라 걸음이 두 배로 느려지는 구간이다. 키 작은 관목 숲을 지나며 하늘이 열리고, 마침내 곰배령의 드넓은 평원이 가슴에 안기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점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작은점봉산의 둥그런 봉우리를 기둥 삼아 펼쳐진 곰배령은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인제의 현리와 진동리, 양양의 서면에서 산나물을 뜯으러 온 아낙네들이 만나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던 곳,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쨍한 햇살에 나물을 널어 말리던 곳이다. 지금은 나무 데크가 깔린 짧은 탐방로 외에는 사람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는다. 강선계곡을 오르며 만난 야생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평원에서는 아득히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도 볼 수 있다. 곰배령 정상에서는 야생화를 가까이 보는 대신 군락을 감상하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이 땅의 소중함을 느낀다. 곰배령 정상의 풍광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가을까지 절정이다. 이 시기에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을 만든다. 하루 탐방 인원이 300명으로 제한되고, 오전 9시와 10시, 11시에 탐방객을 들여보내는 등 규칙이 까다롭다. 곰배령에서는 오후 2시까지 탐방을 마치고 하산해야 한다. 3~5시간이 걸리는 왕복 10km 코스인데다, 야생화 감상까지 고려하면 시간 점검이 필수다.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인 만큼 지정된 탐방로를 지키는 예절은 기본이다. 탐방로에서 만난 고사목방태산자연휴양림은 방태산(1444m)의 울창한 숲과 계곡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탐방지다. 수량이 풍부한 이단폭포를 지나 소나무 숲과 낙엽송림을 잇는 생태관찰로가 조성되어 아이들 손잡고 산책하기 좋다. 우렁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머무르는 산림문화휴양관이 멋지고, 캠핑 마니아를 위한 야영 데크도 넉넉하다. 여행길에 방동약수도 들러보자.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과 철분 함량이 높아 소화를 돕고, 위장병에도 효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맛이 좋고 울창한 숲 속 깊이 파인 암반 사이에서 솟아나는 약수가 신비롭다. 옛날 어느 심마니가 산삼을 캐낸 자리에서 약수가 솟구쳤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진다. 점봉산생태관리센터(033-463-8166),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곰배령 생태 체험▷1박 2일 여행 코스= 방동약수→방태산자연휴양림 생태관찰로 탐방→숙박→곰배령 생태 체험△가는길▷버스= 서울-현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5~17:36)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현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설피밭·꿩바치·밤골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진동2리 정류장 하차, 하루 3회 운행(06:20~17:20) 도보 약 3km 거리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동차= 서울춘천고속도로→동홍천 IC→속초·인제 방면 오른쪽 도로→설악로 따라 약 6km 이동→철정교차로에서 상남·내촌·국군홍천병원 방면 우회전→아홉사리로 따라 약 46km 이동→진방삼거리에서 방동리 방면 우회전→조침령로 따라 약 22km 이동→진동삼거리에서 진동리·양수발전상부댐 방면 좌회전→설피밭길 따라 약 6.5km 이동→곰배령 주차장→도보 153m 거리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잠잘곳= 세쌍둥이네풀꽃세상(기린면 설피밭길, 033-463-2321, www.sulpi.net), 설피밭지수네(기린면 설피밭길, 033-463-0411, www.sulpibat.com), 풍경소리(기린면 설피밭길, 033-463-1209, www.pungkungsori.com)△먹을곳= 고향집(두부 요리,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곰배령끝집(나물전·라면, 기린면 곰배령길, 033)463-0046, www.곰배령끝집.kr), 설피민국(곤드레밥·나물전, 기린면 설피밭길, 033-461-7242), △주변 볼거리= 내린천, 미천골자연휴양림계곡에 기대어 피어난 괴불주머니초여름까지 만날 수 있는 너도바람꽃계곡의 그늘을 밝혀주는 전호독특한 모양의 광대수염개별꽃 무리를 관찰하는 가족나들이객고산지대 수목의 특성을 볼 수 있는 탐방로방태산자연휴양림의 2단 폭포
2015.06.07 I 강경록 기자
 제주의 기억을 걷다…'성산·오조지질트레일'
  • [여행] 제주의 기억을 걷다…'성산·오조지질트레일'
  • 제주 서귀포시 성산웁 광치기 해변 풍경. 물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해녀들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광치기 해변은 성산일출봉과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어 일출명소로도 잘 알려진 곳. 특히 지난달 공개된 성산-오조지질트레일 코스 중 수성화산 폭발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해변으로 주목받고 있다. 썰물 때 퇴적층이 드넓게 펼쳐지면서 짙푸른 바다빛과 어우러져 ‘원시의 바다’를 떠올린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요즘 제주도, 물 올랐다. 꽃은 흐드러지고 바다는 말대로 쪽빛이다. 이제부터 이 예쁜 섬에 갈 계획이 있다면 성산·오조지질트레일을 메모해두는 게 좋다. 자연이 조각한 기막힌 작품 속을 걷는 길이다. 경탄을 넘어 경외를 느끼게 한다. 제주의 지질트레일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브랜드를 활용해 제주의 문화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질자원과 향토색 농촌마을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접목해 만든 걷는 길이다. 그중 하나인 성산·오조지질트레일은 제주에 있는 지질트레일 중 네 번째. 수월봉과 산방산·용머리해안, 김녕·월정지질트레일에 이어 지난달 공개됐다. 서귀포시 성산읍의 성산일출봉을 포함해 8.3㎞의 순환코스다.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면 서너 시간 정도 걸린다.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출발해 일본군 해군 특공기지터, 터진목-4·3유적지 해설 포인트, 철새도래지, 튜물러스(용암 활동으로 생긴 완만한 구릉을 이룬 지형)·밭담 해설 포인트, 식산봉, 성산항·우도 해설 포인트, 오조갑문로터리(성산 옛 세관 터), 시인 이생진 시비, 오정개를 거쳐 돌아온다. 걷는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성산일출봉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을 내보인다. 간간이 성산일출봉과 눈을 마주치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그런 길이다. 오조포구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 비친 성산일출봉과 물가에서 노닐고 있는 물새들이 어우려져 그려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자연이 만든 커다란 배 ‘성산일출봉’약 7000년 전. 제주도 동쪽 해안 인근 바닷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펑펑’ 터졌다. 수성화산활동이다. 마그마는 물과 만나면 더 격렬해진다. 마그마보다 물이 많으면 응회구, 적으면 응회환이 생긴다. 응회구는 화구에서 터져 나온 화산재와 암석 등 화산분출물이 축축하게 젖은 채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천천히 떨어지면서 쌓인 지형이다. 이런 지형은 가파른 경사가 특징이다. 성산일출봉이 대표적이다. 반면 응회환은 화산재와 분출물이 수평으로 퍼지면서 쌓인 지형. 그래서 완만하다. 용머리해안이 대표적이다. 보통 응회구는 한 차례 분출에 의해서 생긴다. 하지만 성산일출봉은 총 세 차례에 걸친 분출이 있었다. 첫 분출로 성산일출봉의 하단부가, 두 번째 분출로 중간부가, 마지막 세 번째 폭발로 지금의 상층부가 만들어졌다. 어쨌거나 성산일출봉의 태초 모습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바닷 속에서 태어난 이 오름은 태어나자마자 숙명적으로 풍파를 겪으며 제 살을 내주었다. 그러나 참 절묘하게도 이 응회구의 내부구조를 볼 수 있도록 분화구는 고스란히 남겨뒀다. 덕분에 오늘날의 성산일출봉은 웅장한 왕관 모양이다. 높이가 182m인 이 오름의 분화구는 지름이 600m나 되고, 넓이는 13만㎡, 화구 바닥의 길이는 90m에 이른다. 분화구만 남은 오름, 분화구로만 이루어진 오름인 셈이다. 분화구 주변에는 아흔아홉 봉의 거대하고 날카로운 기암이 장관을 연출한다. 커다란 왕관같기도 하고, 기개 넘치는 장군 혹은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것 같은 동물 형상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등경돌, 장군석, 초관바위, 곰바위, 독수리바위, 거북바위 등으로도 불린다. 일제의 침략상을 보여주는 아픔의 역사 현장인 일제 동굴진지 유적지.▲해안따라 새겨진 제주의 기억성산일출봉을 뒤로 하고 가는 길. 진분홍색, 감청색 리본이 곳곳에서 길을 안내한다. 조금만 해안을 따라가면 일제 동굴진지 유적지다. 일제의 침략상을 보여주는 아픔의 역사 현장이다. 당시 일본군 7만 5000여명이 제주에 주둔했다. 그들은 제주 전역에 수많은 동굴진지를 구축했다. 일출봉 해안가에 뚫린 동굴진지 역시 당시의 흔적. 일출봉은 일본해군의 자살 특공기지였고, 이곳의 동굴진지는 폭약을 실은 특공 소형선을 감춰놓기 위한 비밀기지였다. 길은 남쪽으로 수메밋과 너른모살, 광치기 해변으로 이어진다. 이들 해변 또한 수성화산분출물의 일부다. 일출봉 응회구 언저리가 바닷물과 빗물 등에 깎이고 흐르면서 주변 일대로 옮겨져 쌓인 것이다. 이곳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우면서도 어쩐지 애틋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이유다. 일출명소인 광치기 해변에서는 일출봉과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다. 백미는 썰물 때 드러나는 속살 풍경. 모래도 아니고 돌도 아닌 퇴적층이 드넓게 펼쳐지면서 짙푸른 바닷빛과 어우러져 원시의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썰물에는 해안선을 따라 폭 50m, 길이 3㎞의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조금 더 내려가면 모래언덕인 터진목이다. 원래 성산리는 제주 본섬에 딸린 작은 섬이었다. 그러나 늘 고립된 섬은 아니었다. 썰물이면 가느다란 모래톱이 드러나 본섬과 이어주곤 했다. 본섬으로 가는 길목을 바닷물로 터진 곳이라 해서 ‘터진 길목’ 곧 ‘터진목’이라고 했다. 연륙공사는 일제강점기 때 했다. 그 뒤로 몇 번의 공사를 더 거치고 난 뒤 지금의 도로가 그 자리를 단단하게 이어 지금은 터진목이란 이름만 남았다.오조포구에서 바라본 식상봉과 성산일출봉. 식산봉을 뒤로해 느끼게 되는 아늑함과 주변에서 바람따라 일렁이는 갈대들, 작은 어선 몇 척과 갯벌,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서 노닐고 있는 물새들이 어우려져 그려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호수가 된 바다 ‘내수면’ 터진목을 지나면 내수면이 나온다. 널따란 호수다. 과거에는 이곳도 바다였다. 100년 전에는 모래톱 너머 바닷물이 물 때 따라 넘나들었다. 터진목으로 길이 놓이고 갑문다리 공사로 갇히다시피 한 바다가 내수면이 된 것이다. 성산리를 뭍으로 풀어주는 대신 바다가 호수로 고립된 셈이다. 이 광활한 내수면에는 고기를 가둬잡아 기른 제주 최초의 양어장이 있다. ‘장정의보’와 ‘정도정보’가 바로 그것. 원리는 간단하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가두는 것. 돌담을 쌓아 보를 만들어 밀물에 가두는 시스템인데 그렇게 놓은 돌담이 ‘장정의보’다. 아직도 내수면 서쪽을 갈라놓은 돌담이 기다랗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후 갑문을 세워 진짜 호수가 되면서 쓰임새를 잃었다. 지난해에는 20여년 만에 갑문을 열어 전국체전의 카누경기장으로 활용했다. 내수면 곳곳에는 속이 텅 빈 암반이 있다. 보통의 암반과는 다르다. 전문용어로 ‘튜물러스’. 뜨거운 용암이 단단한 암석에 갇혀 가스가 팽창하면서 암반에 공간이 생긴 것을 말한다. 이런 용암지형은 제주 중산간지대 곶자왈에서도 발견된다. 튜물러스를 지나 철새의 쉼터인 염습지를 지나면 밭담이 이어진다. 제주사람들은 마소의 침입을 막고, 밭 경계의 표지로 밭담을 쌓았다. 또 바람을 갈무리해 농작물을 보호하고 흙이 날리는 것을 막았다. 밭담이 있었기에 제주에 농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밭담은 꾸불꾸불 마을 어귀까지 이어진다. 마을을 벗어나면 오조포구다. 오조포구는 작고 아담해 왠지 친숙하다. 식산봉을 뒤로해 느끼게 되는 아늑함과 주변에서 바람따라 일렁이는 갈대들, 작은 어선 몇척과 갯벌,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서 노닐고 있는 물새들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이어 식산봉을 지나 갑문다리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그림 속을 걷는다. 철새들의 쉼터인 염습지.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서 노닐고 있는 물새들이 어우려져 그려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여행메모△가는길=제주여행은 차량을 렌트해 이동하는 것이 좋다. 공항 내 대여소가 마련돼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시내를 빠져나와 1132번, 1136번 도로를 타고 성산읍에서 일출로를 따라가면 성산일출봉 주차장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701번버스를 타고 일출봉입구 정류정에서 하차하면 된다. △볼거리=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는 지난해 4월 문을 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1호 전투기인 ‘부활호’ 복원 모형을 비롯해 영공을 지켰던 전투기 실물, 항공·천문학의 역사, 인류의 우주개발 도전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꼼꼼히 관람하려면 반나절도 모자랄 만큼 알찬 아이템이 가득하다. 오는 8월 31일까지 개장 1주년을 기념해 기존 2만 5500원에 관람이 가능했던 4개 테마시설을 성인 기준 1만원, 어린이 기준 8000원에 모두 관람할 수 있다. 1층에는 항공역사관, 2층에는 천문우주관과 테마관, 3층에는 푸드코트와 상업시설, 4층에는 전망대가 자리해 있다. 성산 10경 중 하나인 ‘식산봉’속이 비거나 갈라진 독특한 모양의 ‘튜물러스’오정개해안현무암지대▶ 관련기사 ◀☞ [여행+] 제주 마지막 '보고'…신비의 숲 '곶자왈'
2015.05.26 I 강경록 기자
관광 CEO가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 20곳은?
  • 관광 CEO가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 20곳은?
  •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광위원회 소속 최고경영자(CEO)들이 5월 봄 관광주간을 맞아 아름다운 국내 여행지 20선을 추천했다.관광 산업을 대표하는 10개 기업 및 협회 대표들이 선정한 주요 명소는 △도보 여행 △비경 탐방 △생태 체험 △출사 여행 △전통·역사 체험의 5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 느림의 미학, 여유와 사색 속을 거닐다숨 가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걷기 여행지를 추천한다. 옛 구도자들이 득도를 위해 걸었다고 하는 선재길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잇는 약 9km 숲길을 일컫는다. 길 대부분이 평지로 조성되어 난이도가 낮고, 울창한 전나무 숲 사이를 거닐며 명상에 잠기기 좋아 사계절 내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바닷가에서 트래킹을 즐기고픈 사람들을 위한 장소도 있다. 남해 바래길은 편백 휴양림, 몽돌해변 등 남해안 절경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10개 코스, 총 120km로 구성된 도보 여행지다.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가 있는 구운몽 길을 거닐며 사색에 잠긴다면 일상 속 고민들이 한바탕 꿈처럼 사소하게 느껴질 것이다.강원도는 험준한 지형으로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워 미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이 많다. 화천에 위치한 곡운구곡은 조선시대 학자 김수증이 꼽은 아홉 가지 절경을 일컫는다. 9곡 중 3곡에 해당하는 신녀협은 곡운구곡 중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오랜 세월 깎여나간 기암괴석과 짙푸른 에메랄드 빛 계곡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비경과 마주하다기차를 타고 강원도 산세를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는 영주-분천-철암을 왕복하며 중부 내륙의 협곡을 누빈다.승부역, 양원역 등 기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마을의 숨은 비경은 이색적 정취를 자아낸다. 분천역 먹거리장터에 들러 지역 특산 음식까지 맛본다면 눈과 입이 즐거운 일석이조 여행길이 될 수 있다.◇ 자연과 생태 속 생명이 살아 숨쉰다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 체험 여행지로는 순천만과 걸매생태공원 등을 꼽을 수 있다.세계 5대 연안 습지로 지정된 순천만은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를 비롯, 우리나라 조류의 절반가량이 머무는 생물의 보고이다. 습지 주변에는 약 116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생태 체험 여행으로 좋은 방문지이다.제주 천지연 폭포 상류의 솜반천에는 170여종의 자생 식물과 야생초를 관찰할 수 있는 걸매생태공원이 자리잡고 있다.제주도 무태장어 서식지, 천지연 난대림지대 등 친환경 생물자원을 품은 이 공원은 훼손된 자연환경을 성공적으로 복원한 ‘생태복원우수사례’로 지정되기도 했다.◇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 봄의 왈츠를 그리다 세량지는 제방 길이가 겨우 50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저수지이지만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꼽힐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5월 연둣빛 신록이 푸른 저수지 수면에 비친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여 많은 사진애호가들의 명소로 사랑받는다.전라도의 대표 출사지가 세량지라면, 경상도에는 주산지가 있다.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200년 동안 저수지 바닥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왕버들과 이를 감싸는 물안개의 몽환적 풍경이 일품이다. ◇ 전통과 역사의 향기를 느끼다우리 고유의 멋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도 마련돼 있다.충남 외암리민속마을과 경남 남사예담촌은 전통 한옥의 고풍을 간직하고 있다. 두 마을 모두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민속마을로서 가치가 높은 곳이다. 전통 물레방앗간 체험, 농촌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대로 전해오는 선조들의 삶의 방식을 배워볼 수도 있다.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국내 관광객 증가세는 국민 해외여행 성장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면서 “관광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명소를 소개한 만큼 관광주간이 국내 여행 활성화와 더불어 내수 회복에도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기 기대한다”고 밝혔다.전경련 제공
2015.05.01 I 이진철 기자
 물길 따라 역사 흐른다…여주 여강길
  • [여행] 물길 따라 역사 흐른다…여주 여강길
  • 경기 여주시 봉미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신륵사 강월헌에서 바라본 남한강의 모습이 미끈하고 아름답다. 강월헌은 6각형의 정자로 남한강변의 가파른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신륵사는 여주시가 만든 남한강 둘레길인 ‘여강길’ 3코스 종착지이자 4코스 출발지다. 여강길은 남한강의 물길 중 여주를 휘감아 도는 57㎞에 구간을 부르는 이름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나날이 푸르러가는 봄날. 만사 제쳐놓고 꽃다운 하루에 취하고 싶은 때다. 꽃잎 우수수 바람에 떨어진 그 자리엔 연초록의 이파리들이 어느듯 강변을 가득 메웠다. 이번 여행지는 소리죽여 흘러가는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변. 강원도 횡성을 휘감으며 흘러들어온 섬강과 충북 충주의 물길을 따라온 남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합수머리다. 늘 지나다니던 곳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땅으로 들어서기 직전, 남한강교에 올라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펼쳐지는 운치 있는 강변이 바로 그곳이다.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언제고 한 번 가봐야지’하고 벼르며 마음 속에 점찍어 놓고 아껴뒀던 곳. 아무래도 강변 풍경은 봄날이 가장 좋다. 특히 남한강변을 제대로 느끼려면 ‘여강길’을 따라 걷는 게 좋다. 겹치거나 되돌아나오는 구간이 거의 없다. 4개 코스로 총 57㎞. 그렇게 찾아간 길이다. 수령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서있는 ‘우만리나루’◇뱃사공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옛나루터길’1코스는 옛나루터길이다. 여주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해 여주관아 정문이었던 영월루를 거쳐 도리마을까지 남한강 남쪽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 본격적인 걷기 코스는 금은모래강변 공원에 있는 ‘금모래은모래 산책길’부터다. 1km의 고운 모랫길이다. 햇빛에 비친 고운 모래가 은하수처럼 펼쳐졌다. 이어 나루가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맞는 나루터는 ‘부라우나루’다. 단현동과 남한강 건너편의 강천면 가야리를 잇는다. 강변으로 돌출한 바위가 거센 강물을 막아 물살이 잔잔한 천혜의 나루터다. 강과 바위, 고목이 어우러진 숨겨진 비경을 자랑한다. 여주 나루터 중 가장 빼어난 곳이다. 부라우나루를 지나니 우만리나루다. 나루에는 마치 아직도 나룻배를 기다리는 듯 수령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성성하게 가지를 뻗고 서 있다. 다시 길은 흰 바위가 있던 흔암리나루를 지나 아홉사리과거길로 이어진다. 아홉사리는 아홉번 굽이친다는 뜻. 흔암리와 도리를 연결하는 오솔길이다.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경상도와 충청도 선비들이 한양으로 가던 길이었다. 고즈넉한 숲길을 걷다 보면 종착지인 도리마을이다. 과거엔 도리마을을 향해 난 도로가 단 하나뿐이어서 들어온 길을 되돌아 나가야 해 ‘되래’ 혹은 ‘도리’라고 불렀다고 한다.△코스정보= 여주종합터미널→영월루→황포돛배 선착장→강변유원지→금은모래강변공원→부라우나루→우만리나루→흔암리나루→아홉사리과거길→도리마을회관(15.3㎞, 약 5~6시간 소요)목아 박찬수 선생이 설립한 불교박물관인 ‘목아박물관’◇3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물머리길’2코스는 도리마을에서 출발해 삼합교를 건너 강천마을까지다. 강원도과 충청도, 그리고 경기도의 접경구역이다. 남한강, 청미천, 섬강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도리마을을 나와 청미천 여울소리를 들으며 모랫길을 걷다 보면 삼합리 세물머리에 다다른다. 삼합리는 여주 점동면에 있는 마을. 점동면과 강원 원주시 부론면, 충북 충추시 앙성면의 3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해 삼합(三合)이라 부른다. 개치나루는 원주 부론면에 있는 나루다. 개치나루에서 남한강 제방을 따라 걸으며 충주에서 여주로 흐르는 남한강과 원주에서 여주로 흐르는 섬강을 볼 수 있다. 흥원창은 고려시대 13개 조창 중 하나. 성종 11년부터 강원도 남부지역으로 세곡을 모아두던 곳이다. 충주의 가흥창과 더불어 남한강의 가장 중요한 창이었다. 섬강교를 지나 다다른 곳은 자산(紫山). 남한강의 백미로 꼽히는 산이다.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곳은 좋은 약을 제조하기 때문에 불그스름한 구름과 같은 연기가 떠있다고 한다. 그래서 신선이 사는 곳을 자운동천(紫雲洞天), 단산(丹山), 단구(丹丘)라 불렀다. 해돋이 산길은 교동에서 풀무골로 넘어오는 고개길. 둔(屯)은 구릉을 이르는 말. 해돋이 산길은 남향으로 남한강의 흐름과 햇빛을 볼 수 있는 아늑한 길이다. △코스정보= 도리마을회관→중군이봉→건장이마을→삼합교→소너미고개→개치나루터→흥원창→섬강교→자산→강천마을(19.7km, 7~8시간 소요)◇남한강변의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바위늪구비길’3코스는 경기도의 수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바위늪구비길’이다. 강천마을을 지나면 바위늪구비다. 바위늪구비는 남한강 물이 불이 불고 줄면서 자연스레 생긴 늪. 이곳은 물이 늘면 강이 되고 물이 줄어들면 늪이 된다. 늪을 따라 고운 모랫길이 펼쳐졌다. 너울이 만들어낸 파도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곳은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강천보. 한강문화관, 강천섬수변공원과 함께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야간조명은 시간대별, 계절별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또 다른 볼거리다. 남이섬의 1.5배인 강천섬은 여의도처럼 강물에 실려 온 흙과 모래가 퇴적해 생긴 섬. 자동차로도 강천섬까지 곧바로 이동해도 된다.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연보랏빛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달맞이꽃, 패랭이꽃 등이 군데군데 피어 있는 강천섬은 야영지로도 인기. 가을에는 섬 중앙에 조성한 노란 은행나무길이 연인들이 추억을 쌓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목아박물관은 목아 박찬수(무형문화재 제108호)선생이 설립한 동양 최초의 불교 박물관. 1993년 6월에 문을 열고, 선생이 수집한 6000여점의 불교 관련 유물과 자신이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이어 금당교를 지나면 3코스의 종착지인 신륵사에 다다른다.△코스정보= 강천마을(강천교)→바위늪구비→남한강교→대순진리회→목아박물관→금당교→신륵사(14㎞, 4~5시간 소요)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종대왕릉’◇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길 ‘5일 장터길’마지막 4코스는 신륵사에서 세종대왕릉을 잇는 코스다. 가장 짧은 구간인데다 여주 도심을 통과해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다. 출발지 신륵사관광지다. 사시사철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이어 황포돛배 선착장을 지나 연인교로 불리는 다리를 건너면 여주 시내다. 시내에서는 여주5일장을 보는 게 좋다. 수도권 최고의 재래시장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여주농산물 번개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시내를 벗어나면 대로사다. 정조가 우암 송시열에게 사액(賜額)한 서원이다. 송시열이 여주에 머물 때마다 이곳에서 효종대왕릉을 바라보고 통곡하며 후진들에게 북벌의 대의를 주장했다고 한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한 세종대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영릉(英陵)으로도 불린다. 드넓은 솔밭에 뿌리를 내린 단풍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영릉에서 산책로로 연결된 곳에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효종의 왕릉으로 앞에는 인선왕후의 능이 있다. 효종의 능과 인선왕후의 능은 일반적인 능과 조금 다르다. 보통 왕릉과 왕비능은 한 언덕에 같이 있는 경우 대개 봉분을 나란히 두는 쌍릉의 형식. 하지만 영릉(寧陵)은 왕릉과 왕비릉을 상하로 배치했다. 이는 풍수지리적 이유 때문. 조선 왕릉 중에서는 최초다. 왕릉의 봉분 주위로 곡담이 설치돼 있지만 왕비 능에는 곡담이 없어 두 릉이 한 공간에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정보= 신륵사→황포돛배 선착장→여주도서관→연인교→영월루→여주시청→여주5일장(여주중앙로)→대로사→세종산림욕장→효종대왕릉→세종대왕릉(8km, 3~4시간)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둘레길인 ‘여강길’ 지도◇여행메모△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나들목에서 나가 37번 국도를 타거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나들목에서 나가면 된다.△먹을곳= 여주엔 쌀밥정식과 막국수, 매운탕 전문식당들이 많다. 여주읍 상거리 웅골(031-882-1617)의 여주쌀밥정식(1인분 1만3000원)과 콩요리, 현암4리 동네막국수(031-884-0434)의 메밀막국수 등.△여주도자기축제= 4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도자천년, 물결따라 행복여행’이 주제다. 수준 높은 도자기 작품 감상은 물론, 도자경매를 통해 원하는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 생활도자기부터 도예작품까지 다양하다. 아이와 함께 여주 도자예술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전시 및 체험행사도 있다. 도자기 흙 밟기 체험과 물레체험, 칠보도자기 액세서리 만들기 등이다. 전통가마 불지피기, 다도체험, 달마그림 그리기 등 이색 프로그램도 있다. 축제기간 내내 K팝 퍼포먼스, 어린이인형극, 예술단 등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여주도자기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전국도자접시깨기 대회. 올해로 4회째다. 폐막 하루 전까지 23일간 열린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있다. 한 명당 접시 2개를 벽에 던진다. 깨진 접시 중 제일 큰 파편을 찾아서 가장 짧은 길이를 기록한 사람이 이긴다. 성적에 따라 시상금도 받을 수 있다. (031)881-6165단현동과 남한강 건너편의 강천면 가야리를 잇는 부라우나루터. 고목이 어우러진 숨겨진 비경이 멋스럽다.동네막국수의 메밀막국수. ▶ 관련기사 ◀☞ [여행+] 여강과 함께 천년세월 지켰노라 '신륵사'
2015.04.21 I 강경록 기자
해안절경 품고 쪽빛바다 지나 거친계곡으로…경북 울진
  • 해안절경 품고 쪽빛바다 지나 거친계곡으로…경북 울진
  • 죽변항 죽변 대가실해변의 드라마촬영장에 조성된 ‘어부의 집’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죽변 대가실의 ‘드라마촬영장’은 죽변등대, 죽전(竹箭)숲, 하트해변과 일출, ‘용의 꿈길’로 명명된 대숲길을 품은 생태관광 울진군의 명소. 푸른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 먹거리의 보고인 죽변항과 연접해 관광객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사계절 생태관광명소’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은 깊은 골짜기와 푸른 동해를 품고 있다. 태백산맥 준령에 가로막혀 도서지역을 제외하고 서울서 가장 먼 곳이기도 하다.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 지세도 험해 겨울에 왕피천 은어길은 왕피천 하류 지점인 구산2리 성산지에서 출발해 까치소, 터널수로, 전망대를 거쳐 구산3리 물병골에 이르는 약 2.2km 편도길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울진이다. 그래서일까. 울진은 원시 그대로의 것들이 참 많다. 천연기념물 산양과 수달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인 금강 소나무숲길을 비롯해 관동팔경에 속하는 망양정과 월송정, 후포갓바위·죽변등대·하트해변·촛대바위 등. 여기에 자연 용출 온천수의 덕구계곡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왕피천계곡·불영계곡·신선계곡 등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곳이 즐비하다. 탁 트인 쪽빛바닷길 풍경 감상은 덤. 이맘 때에는 대게가 제철이라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경북 울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갯바위에 서서 바다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시 사철 손맛이 좋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망향정~후포항’ 해안도로 달리며 관동팔경 만끽 속초나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고 가길 권한다. 시간은 좀 더 걸릴지 몰라도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동해안의 멋진 비경들 덕에 한결 여유롭다. 7번 국도는 파발마가 달리던 서생을 지나 아름다운 주전 해변을 돌아서 포항·울진·삼척을 지나 강릉을 거쳐 속초로 올라가는 긴 해안도로. 언제 가도, 몇 번씩 달려도 그때마다 새로운 표정과 빛깔로 다가온다. 찌들고 주눅 든 마음을 구석구석 매만져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길이다. 울진의 대표적인 해안도로는 ‘망향정~후포항’을 잇는 102㎞ 코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망양정에서 덕신리까지 이어지는 20km 구간이다. 소위 ‘쪽빛바닷길’로 불린다. 울진의 전형적인 어촌마을을 가로질러 짭조름하고 비릿한 바다냄새의 포구를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이어진다. 그 길에서는 여행자와 주민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너나없이 어우러진다. 그래서인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길의 소요시간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울진의 명승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망향정과 월송정은 관동팔경에 속해 있는 대표 명승지. 망향정 바로 옆 해맞이 공원에서 일출을 감상하거나 월송정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숲을 걸어도 좋다. 울진 최남단에 자리한 후포항은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요즘 후포항은 제철을 맞은 대게·오징어잡이배가 분주하게 드나들며 활기를 띠고 있다. 후포 등대와 등기산 공원, 그 바로 아래 갓바위 전망대는 이 일대 최고의 일출 명소다. 산포3리를 지나 진복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우뚝 솟은 바위가 눈에 띈다. 촛대바위다. 뾰족한 바위 꼭대기에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초 위에 촛불이 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도보여행자도 드라이브를 즐기던 이들도 이쯤에서 꼭 한 번씩은 카메라를 까내 든다. 드라이브 코스의 종착지인 오산항은 아담한 항구와 방파제,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작은 백사장 등이 어우러져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계곡 트레킹 1번지 ‘왕피천 트레킹’ 울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성미 넘치는 계곡 트레킹이다. 울진의 계곡이라면 불영계곡을 먼저 떠올리지만 오지 계곡의 대명사로 불리는 왕피천도 빼놓을 수 없다. 왕피천은 트레킹 마니아들이 최고로 꼽는 곳. ‘계곡 트레킹 1번지’ ‘계곡 트레커의 로망’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구산리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1㎞의 물길이다.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아 우리 땅 최고의 오지이자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도 산양, 수달 등 멸종위기 동물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트레킹의 시작점은 왕피천 중간쯤에 자리한 근남면 굴구지마을이다. 울진에서도 오지인 굴구지마을은 아홉 굽이 산자락을 돌아가야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군청에서 별도로 마련해준 승합차가 하루 세 번 마을과 읍내를 왕복한다. 여기서 출발하는 트레킹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물길을 따라 자갈밭을 걷고 바위를 오르는 계곡트레킹과 계곡을 따라 산자락에 조성해 놓은 생태탐방로를 따르는 방법. 물론 왕피천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걸어야 한다. 왕피천의 으뜸 절경은 용소. 굴구지마을에서 상류 쪽으로 4㎞ 떨어져 있다. 왕복 8㎞를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중간쯤인 상천 환경감시 초소까지 자동차로 올라가도 된다. 트레킹 초보자에겐 왕피천 은어길이 좋다. 왕피천 하류 지점인 구산2리 성산지에서 출발해 까치소, 터널수로, 전망대를 거쳐 구산3리 물병골에 이르는 약 2.2㎞ 편도길.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양쪽 어디에서 출발해도 상관 없지만 구산2리 성산지 방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다 .울진해양스포츠센터 잠수풀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다. 전문 강사가 일대일로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하며 안전을 책임진다. ◇바닷속 산봉우리·멍게동산…신비한 해저 탐험울진은 스쿠버다이버들에게 보배와도 같은 곳이다.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무어해저 오봉 포인트와 국내선 보기 힘든 거대한 멍게들이 군락을 이룬 나곡수중 꽃동산 포인트는 초보 스쿠버다이버라면 꼭 나서야 할 울진의 바닷속 세상이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이 있다는 것도 이유다. 원남면 오산리에 있는 울진해양스포츠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문교육시설. 수심이 5m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다이빙전용 풀장과 스킨스쿠버 교육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수병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챔버 치료실, 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휴게실, 풋살경기장 등의 편의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이론과 장비소개, 체험다이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실(50인), 오션뷰와 마운틴뷰(8인실), 18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벙크베드 등이 있어 가족 단위나 단체 해양캠프로도 적당하다. 잠수풀 체험다이빙은 호흡법과 수신호, 잠수장비 등 간단한 이론교육 후부터 가능하다. 잠수풀의 크기는 35m×18m. 전문강사가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한다. 체험자는 강사의 지도하에 모든 장비를 갖추고 물에 입수하고 강사는 체험자를 천천히 풀 아래로 유도한다. 1m마다 강사는 수신호로 체험자의 상태를 끝까지 확인한다. 직접 바다로 가는 개방수역 체험다이빙도 할 수 있다. 역시 강사 인솔하에 5~10m 수심 정도에서 수중세계를 탐험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울진의 청정 바닷속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울진의 대표 먹거리 대게는 초겨울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여행메모△가는 길=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풍기 IC나 영주 IC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향하면 된다.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동해 IC에서 7번 국도를 따라갈 수 있다. △먹거리=요즘 울진의 대표 먹거리는 단연 대게다. 초겨울에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 대게를 먹고 싶다면 후포리의 왕돌회수산(054-788-4959)과 죽변리의 후계자울진대게센타(054-783-8918)를 추천한다. 동해의 졸깃한 물회가 먹고 싶다면 죽변리의 정훈이네횟집(054-782-7919)이 맛있다. △잠잘 곳=덕구계곡 초입에 덕구온천관광호텔(054-782-0677)이 있다. 구수곡 자연휴양림(783-2241)도 주말이면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 신선계곡 쪽에선 한화리조트 백암(054-787-7001)이 꼽힌다. 리조트 뒤편 온천학습관 마당에 온천수가 솟는다. 마실 수도 있다. 무료 족탕 시설도 갖췄다. △즐길 거리=‘201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27일부터 3월 1일까지 후포항에서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게 생산량과 우수한 품질을 홍보하기 위해 2000년부터 열리고 있다. 울진군이 주최하고 울진대게 축제집행위원회와 경북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이 주관한다. 싱싱한 대게와 붉은 대게를 공짜로 관광객에게 나눠준다. 한 사람 당 대략 반 마리 정도다. 4인 가족이면 2마리인 셈. 한 가족이 오순도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울진군은 지난해보다 제공하는 양을 두 배 정도로 늘렸다고 귀띔한다. 축제장 도착과 동시에 무료시식 시간 체크는 필수. 이외에도 대게 빨리먹기, 게살 발라내기, 대게국수 빨리먹기 등의 이벤트가 수시로 열린다. 울진대게와붉은대게축제집행위원회 054-787-1331. 경북 울진의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만나게 되는 풍경. 거칠게 몰려오는 짙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하나같이 거친 듯 부드럽고, 무거운 듯하면서도 가볍게 느껴진다.울진의 대표 먹거리 대게는 초겨울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망향정~후포항’을 잇는 해안도로 코스 중 ‘쪽빛바다길’ 옆에 솟은 ‘촛대바위’. 뽀족한 바위 꼭대기에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초 위에 촛불이 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2015.02.24 I 강경록 기자
'고추장보다 붉은 유혹' 어서오라 손짓…전북 순창
  • '고추장보다 붉은 유혹' 어서오라 손짓…전북 순창
  • 강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현수교(구름다리)와 강천산의 가을 풍경. 50m 높이로 하늘을 가르듯 놓여 있는 현수교를 건너자 발 아래로 강천산의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바야흐로 시간은 가을의 뒤안길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10월 초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이 전 국토를 오색 물감으로 채색하더니 거침없이 남하 중이다. 이제는 조금 서두르는 게 좋겠다. 워낙 빠른 남하 탓에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바삐 달아나는 가을을 쫓아 남쪽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지는 고추장의 고장, 전북 순창이다. 순창에도 벌써 가을향기가 물씬난다. 순창의 명산인 강천산의 단풍은 가을 햇살 아래 현란한 황금빛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붉고 샛노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남도의 단풍이 절정을 맞았다. 붉고 샛노란 단풍이 옷을 갈아입은 강천산 산책길에서 다정한 연인이 그들만의 추억 담기에 여념이 없다.◇호남의 소금강 ‘강천산’…색동옷 입다 강천산은 순창에서 고추장 다음으로 유명하다. 순창군 팔덕면과 담양군 용면의 경계에 있다. 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정상이 불과 584m. 적당한 높이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그 품이 마치 고요한 덕산(德山)의 형상이다. 그런데도 제법 명산 대접을 받는다. 수려한 산세와 웅장한 암벽 등 산에 깃든 옹골찬 풍경 덕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다. 원래 이름은 용천산(龍天山)이었다. 산세가 용이 꼬리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아서다. 1982년 전국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천혜의 비경도 잘 보전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강천산을 찾는다. 지난해에만 무려 12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절정은 단풍철이다. 이 시기에 강천산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물감을 칠한 듯 색색으로 변해 단풍의 명산이라는 내장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산이 높지 않으니 오르는 부담도 덜하다. 동네 야산을 산책하는 것보다 조금 더 힘을 쓰는 정도다. 예닐곱 시간씩 걸리는 강천산 일주산행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병풍계곡에서 강천사를 지나 현수교 전망대를 거쳐 구장군폭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가볍게 산책하듯 풍경과 산세를 고루 엿볼 수 있다.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는 약 5㎞ 남짓. 왕복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완만한 데다 물소리 새소리도 그치지 않은 산등성이 틈새로 단풍이 훠이훠이 이어진다. 산책로는 계곡을 따라 조성됐다. 말 그대로 단풍길이다. 물 위에 비친 단풍의 색감은 더 정겹다. 산책로를 따라 이파리가 꼭 아기 손바닥 만한 애기 단풍나무가 도열해 있다. 붉은 잎들 위로 어른거리는 햇빛이 얼마나 고운지, 빨갛고 노란 이파리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매표소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는 절경은 병풍폭포. 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인공폭포다. 하지만 절벽에 이끼가 자라고 작은 소(沼)로 폭포수가 떨어져 자연폭포보다 더 자연스럽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와 오색찬란한 풍경, 오후 햇살이 만들어낸 무지개가 장관을 연출한다. 초록빛 터널을 이룬 22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지나면 강천사다. 강천사는 작고 소박한 절집이다. 천왕문도 따로 없지만 신라 때 창건돼 역사가 깊고, 절집 곳곳에선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강천사를 지나 강천산의 명물 구름다리로 향한다. 전망대로 향하는 푯말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등산로에 조성한 대나무 숲길도 운치가 있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강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만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현수교인 구름다리는 지상 50m 높이에 폭 1m, 길이 76m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흔들거려 정신이 아득해진다. 구름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단풍물결은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산책로로 내려올 수도 있고 신선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다시 산책로로 내려와 10여분 더 걸으면 구장군폭포다. 120m 높이. 그저 장엄한 모습에 순간 걸음이 멈춰진다. 마한시대 아홉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구장군폭포는 쌍폭으로 장마철에만 폭포수가 쏟아지는 마른 폭포이지만 물을 끌어올려 사계절 폭포수가 쏟아지게 됐다. 장군목은 수만년 동안 거센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이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기묘하다.◇자연이 빚은 명당 중 명당 ‘장구목’강천산을 나와 귀미마을로 향했다. 무량산 아래 자락에 자리한 귀미마을은 순창의 대표적인 장수마을. 63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집성촌으로도 유명하다. 과거에는 구미마을로 불렸다. 거북바위가 있어서 마을이름을 ‘구미’(龜尾)라고 지었다고 한다. 왜 장수마을인지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마을 앞에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강이 펼쳐져 있다.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이다. 강은 동계면 어치리 내룡마을부터 풍산면 대가리 향기마을까지 24.2㎞에 걸쳐 순창의 동쪽 땅에 숨죽여 흐른다. 소녀의 눈동자처럼 물이 맑다고 해서 붙은 이름. 섬진강 530리 물길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하다. 구미마을을 기점으로 섬진강을 따라 조성된 거북이길을 따라 걸으면 산들이 빙 둘러 늘어서고 강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강 길을 따라 오르면 장군목에 이른다. 장군목은 섬진강의 최상류에 있다. 순창에서도 ‘명당 중 명당’이라고 한다. 섬진강 물줄기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원시적인 구간이다. 장군목이라는 이름은 서북쪽으로 용골산과 남쪽으로 무량산의 봉우리가 마주 서 있는 풍수의 형상을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이라 부르는 데에서 연유한다. 흔히 마을사람들은 장구의 목처럼 좁아진다고 하여 장구목이라 불렀다. 장군목은 강바닥 전체가 바위로 이뤄져 있어 마치 거대한 바위가 살아움직이는 군무를 보는 듯하다. 수만년 동안 거센 물살이 다듬어놓은 기묘한 바위들이 약 3㎞에 걸쳐 드러나 있는데, 큰 거북은 강심을 차지하고 작은 거북들이 강가에 모여 노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연꽃바위, 자라바위, 장군목 ‘요강바위’. 한때 배짱 큰 도둑이 훔쳐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자리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지켜주고 있다.요강바위 등 기기묘묘하게 움푹 파인 바위들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중 강 중심 바위 가운데가 요강처럼 움푹 파여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요강바위다. 높이 2m, 폭 3m, 무게는 무려 15t이나 된다는 요강바위에는 깊은 웅덩이가 파여 있는데, 한국전쟁 때 마을주민이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아이를 못 낳는 여인네가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다. 마을사람들이 수호신처럼 받는 이 바위를 한때 배짱 큰 도둑이 통째로 훔쳐 가기도 했다. 하지만 도난 후 1년 6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아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지켜주고 있다. ◇여행메모△가는길=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 88올림픽고속도로를 차례로 타고 순천나들목으로 빠져나간다. △먹을곳=장군목 요강바위 입구에 장구목(063-653-3917)의 대표 메뉴인 민물새우탕을 추천한다. 식당 앞 적성강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민물고기와 민물새우로 끓인 매운탕.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민물새우탕은 4만 5000원(4인기준·공깃밥 제외)이다. 순창고추장의 명가인 명가원(063-652-1667)의 순창고추장 숯불삼겹살구이(1인분 12000원)도 일품이다. 순창고추장과 삽겹살 맛의 조화가 특징. 매콤하면서도 고소하다. △잠잘곳=순창은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 그중 장류체험관(063-650-5432)이 싸고 깨끗한 편. 하지만 고추장 담그기, 농촌체험을 해야만 숙박이 가능하다. △주변 볼거리=순창군은 30일부터 나흘간 순창 고추장민속마을과 강천산 일대에서 제9회 순창 장류축제를 연다. 올해 축제는 ‘자연이 빚은 순창이야기’가 주제. 순창 장류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80여개 체험 행사와 공연, 전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대표적인 장류인 간장·고추장 등의 장류와 쌈장, 김치, 쿠키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또 옹기 만들기, 인절미와 떡볶이 만들기, 나만의 이색 비빔밥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도 있다. 강천산의 절정은 단풍철이다. 이 시기 강천산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물감을 칠한 듯 붉고 노랗게 변한 단풍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강천산 산책길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완만한데다 새소리, 계곡소리가 그치지않고, 알록달록 단풍은 훠이훠이 지나간다.강천산 병풍폭포의 가을 풍경. 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인 병풍폭포는 2002년 만들어진 인공폭포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와 오색찬란한 단풍, 오후 햇살에 비친 무지개가 장관을 연출한다.강천산 현수교(구름다리)에서 바라본 강천산의 가을 풍경. 50m 높이로 하늘을 가르듯 놓여 있는 현수교를 건너자 발 아래로 강천산의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강천산을 찾은 산행객들이 천우폭포 앞에서 잠시 쉬어 가고 있다. 거대한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모습이 장관이다.발갛게 물든 강천산 애기단풍.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제법 명산 대접을 받는다. 단풍철이면 단풍 명산인 내장산 부럽지 않게 물감을 칠한 듯 붉고 노랗게 단풍이 변한다.강천산 구장군폭포.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장쾌하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구장군폭포는 장마철에만 폭포수가 쏟아지는 마른 폭포지만 물을 끌어올려 지금은 사계절 폭포수가 쏟아진다.섬진강 상류 ‘장군목’에 있는 자건거길. 장군목은 순창에서도 ‘명당 중에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장군목 ‘요강바위’ 앞에 있는 장구목 식당의 민물새우탕. 적성강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민물고기와 민물새우로 끓인 매운탕으로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순창 고추장 명가인 명가원의 고추장숯불삼겹살구이. 매콤한 순창고추장과 고소한 삽겹살이 입맛을 돋운다.
2014.10.28 I 강경록 기자
농익은 가을...오매, 억새도 단풍 들었네…경기도 양평 여행
  • 농익은 가을...오매, 억새도 단풍 들었네…경기도 양평 여행
  • 용문사 오르는 길. 고엽이 된 나뭇잎이 계곡사이에 쌓여 있다. 영롱했던 빛을 잃었지만 나름의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충분하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 늦가을이다. 늦가을에는 화려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 연탄이 한 줌의 재로 화할 때까지 열기를 쏟아내듯 늦가을은 그렇게 마지막 정열을 담아 가장 깊은 색을 담아낸다. 마지막 생을 불태운 나뭇잎은 길 위에 비단을 깔아 겨울을 반긴다. 나뭇잎이 떨어져 나간 앙상한 나뭇가지는 결코 추하지 않다. 자연에 순응하며 그들만의 법칙에 단지 엄격할 뿐이다. 겨울이 들이닥치기 전 자연 속을 거닐며 늦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서산 위에 붉은 태양이 걸릴 때쯤 황금빛 억새 물결이 바람에 일렁거리는, 길옆의 작은 풀 한 포기조차 녹음을 벗고 누렇게 물들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이 그런 곳이다. 경기도 양평이다. 해질 무렵 대부산 정상 부근의 억새는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름난 억새 명산에 비해 광활하진 않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가을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노을과 억새의 황혼 로맨스 ‘대부산’ 유명산의 산줄기 중 하나인 대부산(743m)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진 산이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옥천면 설매재자연휴양림을 지나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위치한 배너니 고개에서 차량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 임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임도를 비롯한 주변 땅이 사유지라 산행은 가능하지만 패러글라이딩 차량을 제외하고는 자동차의 통행을 막고 있다. 대부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까지는 약 3㎞.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한화리조트 양평에서 출발해 대부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서산에 해가 걸리기 시작한 오후 5시 30분. 저녁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일 때다. 바람에 일렁이던 억새 또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늦가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활공장 정상에 서면 억새는 마치 바닷물결처럼 오고감을 반복한다. 특히 대부산 활공장 주변 소나무들이 모여선 지점의 풍경이 볼 만하다. 원래 소나무 아홉 그루가 우거져 멋진 경치를 이뤘지만 태풍으로 쓰러져 다섯 그루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코 앞에선 황금빛 억새들이 멀리에선 산줄기·강줄기들이 어우러져 가을의 마지막 색을 내뿜는다. 황금빛 억새가 일렁이는 풍경 아래 연무에 휩싸인 준봉들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풍경 또한 압도적이다. 대부산 활공장에서 비포장길을 한참 내려가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또 다른 억새밭 경치가 열린다. 영화 ‘관상’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는 곳이다. 기생 연홍(김혜수 분)이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을 찾아오는 영화의 첫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내경이 머물던 산속 오두막집, 그 주위로 흐드러진 억새밭이 바로 여기다. 이곳에서도 역시 용문산의 웅장한 산줄기와 남한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세트장 못 미처 도로변에서 내려다보이는, 잔잔히 물결치며 반짝이는 비탈진 억새밭과 떡갈나무 한 그루가 도드라지게 서 있는 언덕 풍경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농다리 쪽이나 휴양림 쪽에서 오를 경우 모두 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 이상을 잡아야 한다. 농다리~소구니 산~정상 코스는 급경사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코스. 휴양림 쪽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산길의 연속이다. 어느 쪽이든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게 좋다. 수령 1100~1500년인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웅장하고 장대한 기상에 신령함까지 깃들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번주 용문사를 방문한다면 천년 은행나무의 단풍이 절정에 달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천년의 세월 견딘 ‘용문사 은행나무’양평의 주산인 용문산(1157m)은 수도권 단풍 명소 중 하나. 산 정상에서 뻗어내린 암릉과 암릉 사이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계곡들과 단풍 숲이 절경을 이룬다. 용문산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나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용문사로 오르는 숲길이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된 고찰로 수령이 1000년을 훌쩍 넘긴 거대한 은행나무로 더 유명하다. 권근이 지은 정지국사부도와 비(보물 제531호), 금동 관음보살 좌상 등이 볼거리다. 주차장에서 경내로 이어진 진입로에는 힘을 다한 단풍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봄에 지는 벚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용문사까지 가는 길은 길지 않은 편. 길옆 계곡 사이로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아직 남아 있어 늦가을 풍경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다. 숲길이 끝날 무렵 용문사 입구 앞에 서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는 곳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대한 은행나무가 주인공. 정확한 나이는 모르나 안내판에는 수령이 1100년에서 1500년 정도라고 한다. 높이 42m, 몸통 또한 14m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체구다. 나뭇가지도 동서 28.1m, 남북 28.4m. 장엄하고 웅장하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가만히 은행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압도되는 듯하다. 이미 고엽이 되기 시작한 용문산의 단풍과는 달리 ‘천년 은행나무’의 단풍은 이제 시작이다. 용문사를 5년 만에 찾았다는 한 노부부는 “5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웅장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며 그 신령스러움에 감탄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조선 세종은 영묘하게 생긴 이 나무에 정3품 이상에 해당하는 당상 직첩의 벼슬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500년 전에도 지금 모습 그대로였나 보다. 이 오래된 나무에도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신라 고승인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뿌리내린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다 심은 것이 자랐다고도 한다. 나라에 변고가 있으면 큰 소리를 내어 이를 알리고, 조선 고종이 승하했을 때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고도 전해진다. 아마도 1000년의 세월을 넘는 동안 모진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내며 지금의 자리에 버티고 서 있기에 자연스레 얻어진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더 믿기지 않는 건 왕성한 생식력이다. 암나무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열매를 맺는다. 1000년에 걸쳐 그는 이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씨앗을 남겼고,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씨앗을 맺으며 생명체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한화리조트 양평은 이달말까지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운영한다. 야외에서 캠핑과 바비류를 즐기면서 최신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다.◇캠핑과 영화가 만났을 때...한화리조트 양평 ‘무비 글램핑 빌리지’한화리조트 양평은 메가박스·빈폴아웃도어와 함께 투숙객을 대상으로 30일까지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운영한다. 야외에서 즐거운 캠핑과 바비큐를 즐기면서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다. 4~5인용 텐트와 대형 캐노피, 램프와 테이블, 화로 등의 장비를 비롯해 삼겹살, 오리고기, 수제 소시지, 각종 쌈 채소 등 바비큐 재료가 제공된다. 물론 영화는 최신이다. 이용시간은 오후 4시부터 밤 8시까지. 구성에 따라 두 종류의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 심플패키지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글램핑장만 이용할 수 있으며, 4인 기준 3만원. 주말(금·토요일)엔 글램핑에 영화가 추가되며 4인 기준 5만원이다. 바비큐패키지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글램핑과 바비큐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2인 6만원, 4인 10만원, 6인 16만 5000원이다. 주말(금·토요일)엔 글램핑과 바비큐, 영화를 즐길 수 있으며 이용요금은 2인 9만원, 4인 13만원, 6인 19만 5000원이다. 객실은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늦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등산코스도 있다. 리조트에서 말머리봉(500m)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다. 유명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주로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코스. 리조트 이용객들은 선녀골 쉼터와 토끼봉까지 이어지는 1시간 왕복 코스를 이용해 늦가을을 만날 수 있다. 한화리조트 양평 안에 있는 한정식당 ‘뜨락’은 곤드레나물밥이 포함된 정식이 맛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며 1인 기준 1만 5000원이다. 031-772-3811. ◇여행메모△가는 길 -대부산= 서울 강변북로∼팔당댐∼6번국도∼양수리∼양평읍∼옥천 고읍교차로∼옥천냉면마을∼설매재자연휴양림∼배너미재∼대부산 -용문사= 서울 강변북로∼팔당댐∼6번국도∼양수리∼국수리∼홍천행 고속국도∼용문터널∼용문사 나들목∼331번 지방도∼덕촌∼신점∼용문사 △여행팁= 대부산 활공장까지는 차량으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배너미재 주변에 차를 대고 차량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길로 걸어 오르거나, 양평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 업체에 연락하면 차량으로 활공장까지 갈 수 있다. 031-775-2681. 단풍으로 물든 용문사 입구. 빨갛게 물이 오른 단풍에 나들이 온 여행객들이 사진찍기에 한창이다.용문사 오르는 길. 고엽이 된 나뭇잎이 계곡사이에 쌓여 있다.해질 무렵 대부산 정상 부근의 억새가 볕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름난 억새 명산에 비해 광활하진 않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가을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해질 무렵 대부산 정상 부근의 억새가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름난 억새 명산에 비해 광활하진 않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가을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
2013.11.12 I 강경록 기자
세모시 옥색치마 만들던 어머니 혀에는 굳은살이…
  • 세모시 옥색치마 만들던 어머니 혀에는 굳은살이…
  • [조선일보 제공] 충남 서천에서도 돈 자랑, 물산(物産) 자랑은 함부로 하지 말 일이다. "타지 출신 남편까지 데려와 우리 세 자매 모두 고향에서 모여산다"는 서천의 문화관광해설사 박미숙(41)씨는 이런 웃지 못할 예화를 들려줬다. "다른 시골에서는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찾지 않아 문제라는데, 서천에는 2~3달에 한 번씩 제발로 찾아온다"는 것. "한산 모시와 찹쌀로 빚은 소곡주, 농사와 고기잡이로 벌어들인 부모들의 쌈짓돈이 억 단위"라는 게 그의 풍자 섞은 서천 자랑이다. 포구와 해산물시장의 먹거리 그리고 연초록 물버들과 샛노란 유채로 물든 5월 서천에서의 1박2일. ▲ 2층 식당가에서 내려다본 서천특화시장. 서천 앞바다에서 잡아온 생물(生物)들이 펄떡펄떡 뛰는 삶의 현장이다. &nbsp;13:00 ‘조개의 왕’으로 끓인 해물칼국수와 열무찰보리비빔밥 금강 하구둑 입구에 있는 '벌과떼 해물칼국수'(041-956-2177)의 해물칼국수로 서천 미각 여행을 시작한다. '조개의 왕'으로 불릴 만큼 매끈하고 광택나는 하얀 백합을 듬뿍 집어넣은 칼국수다. 서해안 포구마다 백합 칼국수 자랑에 여념이 없지만 1990년 금강 하구둑 완공 이후 이곳에는 해물칼국수 군락(群落)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슷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서천 해물칼국수의 차별성은 열무찰보리비빔밥을 함께 준다는 점. 젓가락으로 비벼도 충분할 만큼 탱글탱글한 찰보리에 시원한 열무를 넣어 비빈다. 최근에는 칼국수와 열무비빔밥으로도 모자라 식당마다 서비스 경쟁이 붙었다. '벌과떼'는 아이 주먹만한 왕만두를, 옆집에서는 돼지 수육을 보너스로 내걸었다. 1인 5500원. 14:30 봉선저수지 물버들과 신성리 초록 갈대 봉선저수지의 연초록 물버들과 신성리 초록 갈대<사진>에서 서천의 봄을 만난다. 마산면의 봉선저수지는 충남에서도 두 번째로 큰 저수지. 청송의 주산지만큼은 아니지만, 물 아래 뿌리를 둔 물버들이 곳곳에서 낭창낭창 흔들리는 매혹적인 저수지다. 최근에는 저수지를 에두르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발목이 편안한 푹신푹신한 흙길이다. 예전에는 버스가 다니던 비포장도로였다는데, 마을 사람 숫자가 줄어들며 정규 노선은 폐지됐다. 흙길 산책로 양쪽으로 조성한 화단에는 쑥부쟁이, 바위취, 무늬비비추, 애기우산, 화살나무 등 우리 땅의 풀과 나무가 반긴다. 옆마을 신성리로 옮겨 갈대밭을 찾는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은 그 갈대밭이다. 무려 10만평 규모. 드라마 '추노' 영화 '쌍화점'도 이곳에서 찍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해충방지와 인근 농산물의 생육을 위해 모두 잘라낸 상태. 무릎만큼 올라온 어린 초록 갈대가 여름 이후의 장관을 예고한다. 대략 7월이면 농구선수 서장훈만큼 껑충해진 갈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nbsp;16:00 한산모시관의 모시째기 예부터 서천(군)은 몰라도 한산(면)은 안다고 했다. 한산세모시의 유명세 덕이다. 얼마나 가늘게 모시를 째면 가늘 '세'(細)가 붙었겠는가. '세모시 옥색치마'의 그 세모시다. 하지만 화학섬유의 개발로 1차 위기를 겪은 국산 모시는 중국과의 교역 이후에 치명타를 입는다. 한산모시관(041-951-4100)의 서남옥(52) 문화관광해설사는 "전국에 모시 명맥이 다 끊어지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남은 곳은 한산뿐"이라며 한숨이다. 기념관 안에서는 한산의 어르신들이 직접 모시를 째고, 삼고, 베틀로 짜는 모습을 매일 시연(試演)한다. 깻잎을 쏙 빼어담은 모시풀의 속껍질을 물에 적신 뒤 꺼내어 이로 쪼갠다. 모시관 어르신들이 치아로 모시를 쪼개는 모습은 거의 믿을 수 없는 기예(技藝)의 경지. 한 줄로 들어갔던 태모시가 나올 때는 두 줄이더니 다시 이 중 한 줄을 입에 넣어 더 얇은 두 줄로 쪼갠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가는 모시가 나온다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시째기의 역사는 여인 잔혹사이기도 하다. 혀와 입술이 갈라지고 심지어 굳은살이 박인다. 혀에 돋아난 굳은살이라니. 그 굳은살을 수십 번 잘라내고 새로 돋아야 모시째기 일꾼 하나가 나온다니 숨이 턱 막힌다. 열여섯에 시작해 53년째 모시를 쪼개고 있다는 모시관 어르신의 이력에 그저 고개 숙일 뿐. 19:22 동백정의 일몰 마량리 동백나무숲에서 서해 바다로 지는 해를 본다. 마량의 동백정 일몰은 서해안에서도 으뜸과 버금을 다투는 곳. 구름 한 점 없던 마량의 앞바다가 오렌지색으로 물드는 순간 500년 된 동백나무에서 동백꽃 하나가 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시인 마종기는 '봄이 뒤뜰에서 잠자는 동안/붉은 입술만 가지고 와서/처음부터 나를 떨게 하던 꽃'이라고 동백을 노래했지만 천연기념물 169호인 마량의 동백나무 85주(株)는 이곳 고깃배들의 안녕과 풍어(豊漁)를 위해 심었다고 했다. 문화해설사 박미숙씨가 그 황홀한 석양의 순간, 다시 개입하며 반전을 시도한다. 동백정에서 코 앞에 보이는 섬, 오력도에 얽힌 일화다. 육지에서 보이는 풍광보다 섬 뒤편의 경치가 절경이라는 것. 70~80년대에는 당시의 인기잡지 '선데이서울'이 섬 뒤편에서 핀업걸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기잡이배들은 가끔 오력도에서 곗날잔치를 벌이기도 한다는 것. 다음 서천 방문때는 미리 고기잡이배를 수배할 일이다. &nbsp;20:00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홍원항 횟집타운의 마지막에 있는 '너뱅이 등대 횟집'(041-951-7870)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뭍이 끝나는 곳에 식당 건물을 올렸다. 2층과 3층 모두 통유리창으로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아쉬운 대목은 가격. 자연산 광어와 꽃게 모두 ㎏당 6만원을 받았다. 새로 지은 시설과 풍광 값이 포함된 가격으로 봐야 할 듯. 서천 광어·도미축제 기간 동안에는 ㎏당 4만5000원으로 낮출 계획이란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여행객이라면 인근 마량어촌계 수산물판매장을 추천한다. 1층은 활어수산, 2층은 식당 구조다. 판매장 내의 원양수산(041-952-6669)에서는 7일 자연산 광어 ㎏당 2만8000원, 갑오징어 마리당 2만원, 도미 ㎏당 3만원, 꽃게 ㎏당 3만5000원에 팔고 있었다. 가격은 당연히 수확량에 따라 그날그날 다르다. 이번 주말(15~16일)은 밀물과 썰물 차이가 가장 큰 사리이니만큼 어획량도 많을 것이다. 원양수산 주인 김세옥씨가 "맛있는 건 항상 맛있고, 사리 때 오면 더 싸고~"라며 명쾌하게 정리한다. 10:30 서천특화시장과 배꼽시계의 박대튀김 서천 앞바다의 해산물은 결국 한자리에 모인다. 130여곳 점포가 제각각 싱싱한 해산물을 경쟁하는 곳. 서천읍 중심가에 자리잡은 서천특화시장(041-951-1445)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마침 어버이날을 맞아 총천연색 카네이션을 꽂은 상인과 손님이 곳곳에서 흥정을 벌이고 있다. 서천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녀석들 중에 '박대'가 있다. 납작한 모양새가 남도에서 잡히는 서대 사촌쯤 된다. 반건조시킨 박대 열마리 남짓을 일흔아홉 이상임 할머니(041-953-0307)가 2만원씩에 팔고 있다. 카네이션 가슴에 꽂은 할머니는 "비싸다고? 박대는 싸구려가 아니여. 구워먹고 튀겨먹고, 그냥 먹어도 맛있제. 이건 고급이여, 아무나 먹겄남?"이라며 추천한다. 세 끼 연속 해산물로 느끼한 입맛을 한산면의 가정식 백반집 '배꼽시계'(041-951-0780·카드 불가. 일요일 휴무)의 5000원짜리 김치찌개로 해결한다. 김밥, 떡볶이 등을 앞문에 써붙여 분식집으로 속기 쉽지만 사실은 서천에서 이름난 가정식백반집. 오직 점심식사만 내놓는다. 남편이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짓고, 안주인 박미라씨가 매일 장을 봐 싱싱한 놈으로 그날의 메뉴를 결정한다. 조기매운탕, 홍어탕, 동태찌개, 김치찌개 등 딱 한 가지 메뉴만 내놓는다. 밑반찬으로 오른 박대 튀김<사진>에 절로 젓가락이 간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아들·딸 반찬으로 주려고 구웠다는 쥐치도 한 점 먹어보라고 내놓는다. 서천의 인심이 넉넉하다. &nbsp;▶ 관련기사 ◀☞흥겨운 두 바퀴로 탁 트인 바다路 가다☞대한민국 구석구석~ 전통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여의도의 두 배…가도 가도 청보리밭만 보인다
오! 오동도의 ''봄'' …여수 봄 기행
  • 오! 오동도의 ''봄'' …여수 봄 기행
  • ▲ 남해의 바다가 쪽빛 뱃살을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는 곳, 동백이 푸른 잎을 흔들어 동박새를 부르고, 서대가 군평선이와 손뼉 치고 노래하는 곳, 여수 오동도의 봄이다. 사진은 오동도 산책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펼쳐지는 여수 앞바다 풍경.&nbsp;[조선일보 제공] 동백의 전설과 연인의 설렘이 가득한 곳 가히 한반도 최강의 '해산물 공습' 인면(人面) 석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 이스터섬에는 오래된 상형문자 목판이 전해집니다. 목판의 이름은 '코하우 롱고롱고'. 서양의 한 언어학자가 그 책의 한 문장을 이렇게 번역했다죠. "모든 새들이 물고기와 짝을 지었네. 그리고 해가 태어났네." 여수 오동도의 일출을 보며 그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쪽빛 남해바다의 고운 물(麗水), 저 아래에서 펄펄 뛰놀고 있을 서대·군평선이 등속, 그리고 오동도 동백 군락(群落)을 저공비행 중인 동박새가 몸을 섞어 빚어낸 것이 저 빼어난 해돋이 풍경은 아니었을지요. 그 풍경의 매혹이 여수를 찾은 까닭이기도 합니다. ▲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일출 무렵 오동도.처음 찾은 여수는 내륙(內陸)과 연안(沿岸)이 각자의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도시 안쪽은 2년 뒤로 다가온 여수세계박람회 준비 때문에 건설과 확장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만, 오동도와 자산(紫山), 돌산(突山) 등 바다와 면한 공원들은 봄맞이 열병을 앓고 있었죠.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두 번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수는 지금 봄입니다. 3월 만개를 코앞에 둔 자색(紫色) 동백에서, 연인들의 사랑의 미로(迷路)인 신이대 숲에서, 그리고 겨우내 비축했던 에너지를 쏟아붓는 새벽 수산시장의 왁자한 활력까지. 당신이 여수를 처음 찾았다면, 오동도를 먼저 만날 겁니다. 29만명이 살고 있는 국제해운도시라거나, 10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온다는 엑스포 얘길랑은 잠시 잊어주세요. 우리가 오늘 여수를 찾은 이유는 아니니까요. 317개에 이른다는 여수의 섬 중 첫 번째, 그러면서도 768m의 방파제로 연결되어 구태여 배를 타지 않아도 밟을 수 있는 섬 아닌 섬입니다. 오동도를 찾은 또 하나의 까닭은 이 섬이 사랑의 섬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죠? 오동잎 닮아서 이 섬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 오동도에 오동나무는 찾기 힘듭니다. 옛날에는 물론 무성했대요. 하지만 오동나무 열매만 먹는다는 봉황이 오동도에 찾아들었고, 봉황 갔던 곳에는 새 임금 나신다는 전설 때문에 이곳의 오동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전설. 아리따운 한 여인이 그 섬에서 과묵한 어부와 살았다죠. 그런데 고기 잡으러 지아비가 바다로 떠난 사이 도적 떼가 찾아들었고, 쫓기던 그 여인, 정절을 지키려 큰 바다에 제 한 몸 던졌답니다. 돌아온 어부는 소리 높여 울면서 오동도 기슭에 무덤을 지었더래요. 그해 겨울 하얀 눈 쌓인 무덤가에 여인의 붉은 순정이 동백꽃으로 피어났고, 여인의 푸른 정절은 신이대(海藏竹)로 돋았다는 가슴 시린 전설. 정상에 있는 오동도 등대까지 산책로를 오르다 가슴에 동백꽃 한 송이를 고이 품고 조심조심 발을 떼던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처자(處子)가 팔짱을 낄까 말까 망설이는 표정으로 뒤를 따르더군요. 1시간 동안의 오동도 트레킹에서 모두 아홉 커플을 만났습니다. 50~100년생 동백나무 700여 그루가 똬리를 틀고 있는 오동도 정상의 군락에서, 남해의 쪽빛 바다와 기암절벽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용굴 앞에서, 대나무 푸른 잎사귀가 크게 우거져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미로 같은 신이대 터널 아래에서, 그 커플들은 헤아릴 수 없이 오묘한 표정을 지니고 있더군요. 크게 보면 지금 사랑하고 있는 커플,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사랑한 커플로 압축할 수 있을 듯합니다. 후자의 표정을 연민이라는 단어로 바꿔쓸 수도 있겠군요. 다음은 여수 도심과 남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자산(紫山)공원을 추천하겠습니다. 자동차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저라면 오동도에서 자산공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겠어요. 차로 달려야 하는 시내는 너무 번잡한데다, 빙빙 돌아가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도 거의 비슷하거든요. 방파제에서 20여분을 걸으면 해돋이 전망으로 이름난 일출정(亭)이 나오고, 또 10분을 오르면 자산 공원 정상입니다. 해가 돋으면, 자산의 산봉우리는 황홀한 자주색으로 스스로를 뒤챕니다. 훅 한 번 숨을 들이켜고 아래를 내려다보세요. 김명인의 절창(絶唱)처럼, 활처럼 굽은 연안과, 그 연안에 엎어놓은 집들과 부두의 가건물, 그리고 그 사이 바다가 밀물어와 눈부신 풍경이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 중앙동 새벽시장의 경매.밤의 여수는 휘황한 빛의 도시입니다.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본 국보 제304호 진남관(鎭南館)의 야경이 찬란합니다. 둘레 2.4m의 기둥 68개로 세운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 남쪽의 왜구를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502㎢의 여수는 나비를 닮았습니다. 오른쪽 윗날개와 아랫날개가 만나는 부분이 바로 여수의 구도심, 오동도와 시장, 여객터미널이 모여 있는 곳이죠. 자산공원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일본으로 향하는 뱃길이 보입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나에게는 적의(敵意)만이 있고 함대가 없다"고 탄식했지만, 지금 그 여수 앞바다에는 입·출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선들이 학익진과 일자진을 번갈아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여수시청 통계로는 하루에 평균 97대가 들고 난다는군요. 그 컨테이너선 사이 사이로 남해의 쪽빛 바다가 푸른 뱃살을 흔들며 춤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여수의 봄입니다. ◆여수의 먹거리 만화가 허영만의 고향이 여수가 아니었다면, 만화 '식객'이 지금만큼의 감칠맛과 쫄깃쫄깃함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여수의 맛은 깊고 풍성하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쫓아다닌 여수의 맛기행. 다시 한 번, 여수는 맛이다. AM 4:50 알전구의 노란 불빛과 중앙동 새벽 어물전 ▲ 경식상회의 숯불구이 가자미.곁불을 쬐며 기다리던 노란 고무장화의 사내가 잰걸음으로 달려나간다. 한 손에는 면장갑, 다른 한 손에는 빨간 고무장갑의 아낙네도 질세라 끼어든다. 열댓 개 남짓의 생선궤짝이 놓여있는 대신상회 앞으로 순식간에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투박하다 못해 험악하게 생긴 아귀, 납작하기로 금메달을 다툴 것 같은 가자미와 서대 등속이 차례차례 궤짝째로 새 주인을 만난다. 옆 사람 못 보도록 외투 안쪽으로 숨긴 채 보낸 수신호와 암호 같은 숫자들에 경매사가 고개를 끄덕인 다음의 일이다. 자정넘어 12시 30분 무렵부터 아침 7시까지 단속(斷續)적으로 열리는 중앙동 새벽시장의 경매. 그물 쳐놓고 기다리는 정치망(定置網) 배들이 항구로 돌아와 자신들의 수확을 풀어놓을 때마다 열리는 이 어시장 경매에서 여수의 맛은 비롯된다. 차고 푸른 새벽 어스름으로 알전구의 노란 불빛이 스민다. AM 9:10 장어 갈아넣은 우거지해장국 구 도심인 중앙동이 여수 맛기행의 핵심. 새벽시장의 부산함을 뒤로 하고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중앙로터리 뒷골목 제일은행 정문 앞 서울해장국(061-662-2195). 여수에서 웬 서울해장국이냐고 묻지 마시라. "여수보다 더 깊은 여수의 맛"이라는 게 어시장 난전에 좌판 벌인 김순덕 할머니의 추천이다. 친정어머니의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는 고명선(60)씨는 "처음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들이 간판 보고 찾았는데, 지금은 여수 토박이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 집의 백미는 장어를 갈아넣은 우거지 해장국. 추어탕 같은 텁텁함과 우거지 해장국 특유의 구수함이 허기진 위장에서 사이좋게 포개진다. 또 하나의 메뉴인 선지해장국은 우거지 대신 콩나물을 넣어 깔끔하다. 서울해장국의 또 하나의 별미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구운 김.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손님이 식사 주문하면 그때부터 구워 수북하게 내놓는다. 식사는 각 5000원. 새벽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쉬운 것은 주차다. 거의 전쟁 수준. 골목마다 길의 절반을 차들이 막고 있는데, 30분에 500원인 인근 유료주차장은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AM 11:20 꾸덕꾸덕 말린 가자미의 유혹 주차 힘든 중앙동 인근에서는 도보 여행이 편하다. 해장국집에서 10분여를 걸어 여수여객터미널 앞 여수수산시장을 찾았다. 시장이 있는 2층 건물 옥상과 인근 골목, 햇볕이 있는 곳이면 '광합성'중인 여수의 생선을 만날 수 있다. 꾸덕꾸덕,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는 가자미, 고등어, 서대, 붕장어 등이 정오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경식상회(061-662-7943)에서는 주인 정임숙씨가 서울서 온 손님과 흥정에 여념이 없다. 시집간 딸내미 집에 서대를 보내려는 친정아버지의 수산시장 행차였다. 초로의 신사가 서대 스무 마리 남짓을 봉투 안에 넣었다. 어른 손바닥 만한 서대가 수입산은 12마리 2만원, 국산은 10마리 3만원이다. 비슷한 크기의 가자미도 10마리 3만원. 모두 국산이란다. 여주인이 "한번 먹어보실랑가?" 묻더니 숯불 화덕을 꺼내 가자미 한 마리를 얹는다. 순식간에 뼈를 발라내더니 한 점을 집어준다. 기막힌 맛이다. "구워도 맛있지만, 이거 쪄서 양념해 먹으면 진짜 죽여준당께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 맛을 몰러."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 무렵까지 문을 연다. 서울까지 택배도 가능하다. 택배비는 6㎏까지 4000원. ▲ 한일관의 해산물 정식.PM 1:30 한반도 최강수준의 가격대비 만족도 시간도 많지 않고 지갑도 두툼하지 않지만, 여수의 해산물을 모두 즐기고 싶다? 이럴 땐 여서동의 '한일관'(061-654-0091)이 정답이다. 남도의 항구마다 해산물 한정식집이 여러 곳 있게 마련이지만, 지금까지 이 집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한일관의 메뉴는 단 한 가지, 해산물 정식. 40여 종 해산물과 요리의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점심이건 저녁이건, 주말이건 주중이건 다르지 않다. 2인상 5만원, 3인 이상일 때는 1인 2만원. 그날그날 들어온 수산물의 종류에 따라 내놓는 요리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을 숙지할 것. 이날의 상차림은 큰 줄기만 요약하면 이랬다. 해산물 모둠1(문어,병어,새조개,소라), 농어회, 해산물 모둠2(개불, 전복, 굴, 전복내장), 전복구이, 대하구이, 떡갈비, 낙지호롱(낙지꾸리), 가리비, 복어껍질 무침, 매생이, 바닷가재구이, 곤약 무침, 조개탕… 숨이 가쁠 지경이다. 울릉도 명이(산마늘)가 느끼함을 없애준다. PM 7:05 막걸리 식초로 빚은 서대 회무침 60년된 허름한 삼학집(061-662-0261)에서 또 정신없이 밥을 퍼 넣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서대회무침 덕이다. 홍어 없으면 잔치 못한다는 목포 사람들처럼, 여수 사람들이 "없이는 못산다"는 게 서대다. 납작한 것이 살도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막걸리로 발효시킨 식초와 초고추장에 버무려낸 새빨간 서대 회무침은 풍성하니 여유롭다. 1인분 1만2000원. 2명이라 2인분을 시키려 하니 주인 김선옥씨가 1인분만으로 충분하다며 손을 휘젓는다. 서대 회무침에 익숙하지 않은 서울 손님에게 먹는 법을 넌지시 알려준다. 빈 대접에 참기름과 김가루, 배추나물, 콩나물 등을 함께 넣어 밥과 함께 비벼 먹어 보라는 것. 고고한 학 세 마리를 기대하며 상호의 의미를 물었더니 "일제시대에 옆집에 삼화 기계가 있었다"는 것. '삼화 기계 옆집'이 줄어 애매하게 삼학집이 됐다는 설명에 허탈해졌지만, 맛만큼은 학 세 마리가 서로 싸울 법하다. 공깃밥은 별도로 1000원씩 받는다. ▲ 삼학집의 서대회무침.&nbsp;PM 10:30 연등천 포장마차 샛서방구이 연등천 변 포장마차에서 마침내 그놈을 만났다. 바람난 여인네가 서방에겐 안주고 샛서방(間夫)에게만 몰래 준다는 군평선이. 그래서 별칭도 샛서방고기. 1만원 한 접시에 초등생 손바닥만한 녀석 세 마리를 구워준다. 왕볼락 같은 외모는 더할 나위 없이 공격적이지만, 아가미쪽살을 젓가락으로 발라먹으니 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났다. 하모(참장어) 장사만 5년을 했다는 손님 박양식(56)씨는 "이렇게 신선한 놈들 본 적 있느냐"며 소주 깃든 목청을 높인다. 이쪽 목청도 가다듬으며 소주 한 잔을 넘긴다. 낮에 맨정신으로 보면 정신사나운 풍경이지만, 어두운 밤 소주 한 잔 들이켜면 베니스 운하 부럽지 않은 천변(川邊). 맑은 소주 안으로 포장마차 알전구의 노란불빛이 다시 스며든다. ▶ 관련기사 ◀☞완도군, 풍경에 취한다…`청산도 슬로길` 개방☞한옥에서 하룻밤..산 높고 골 깊은 산청의 후덕함
천혜의 자연, 구기자·고추의 고장 ‘칠갑산의 무대’ 충남 청양
  • 천혜의 자연, 구기자·고추의 고장 ‘칠갑산의 무대’ 충남 청양
  • [경향닷컴 제공] ‘한국의 알프스’. 구기자와 고추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 충남 청양군을 지칭하는 말로 파란 하늘빛과 땅빛, 그리고 물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으뜸이다. 맑은 물과 넓게 펼쳐진 들,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는 충남 중심지역으로 가수 주병선이 불러 국민가요가 된 ‘칠갑산’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칠갑산, 천장호, 정산서정리9층석탑, 모덕사, 칠갑산자연휴양림, 장곡사, 지천구곡, 정혜사, 우산성, 다락골줄무덤 등 청양명승 10선과 총 길이 207m로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천장호 출렁다리’, 국내 최대크기인 304㎜의 굴절망원경을 갖춘 칠갑산천문대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 천장호수 청양은 백제의 도읍지 공주의 서쪽, 그리고 부여 북쪽과 맞닿아 있는 충남 한복판의 내륙에 위치해 있다. 전국을 씨줄, 날줄로 엮고 있는 그 흔한 고속도로 하나 이곳을 지나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이 복잡하기는 해도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개나리봇짐을 메고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어머니 품 같이 포근한 칠갑산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칠갑산(七甲山·561)은 청양군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대치면과 청양군의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정산면, 청양군의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장평면 등 3개의 면에 걸쳐있는 큰 산이다. ‘어머니 품과 같은 포근한 산’으로 불리지만 가요 ‘칠갑산’으로 더 유명하다. ▲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정산면·장평면의 경계에 있는 칠갑산.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청양군청 제공) 비록 해발고도가 높고 험준하진 않지만 깊고 웅장한 산세를 보여 청양의 진산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칠갑산의 뜻을 보면 산천숭배사상을 따라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칠(七)과 육십갑자의 첫 글자인 갑(甲)자를 따왔다고 한다. 이와함께 지천(芝川)과 잉화달천(仍火達川) 등이 돌아다니며 7곳에 명당을 만들어 놓아 이같은 이름이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다. 칠갑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아흔아홉계곡을 비롯한 까치내, 냉천계곡, 천장호, 천년고찰 장곡사 등 비경지대가 우산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지도상에서 보면 산 북동쪽으로 한여름에도 서늘한 마치리의 냉천계곡, 북서쪽으로 강감찬계곡, 서쪽 장곡사 방향으로 장곡천과 아흔아홉계곡, 동쪽 천장리 쪽으로 천장계곡, 남쪽 절골 방향으로 백운계곡의 수림이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에는 모두 7개의 등산로가 있다. 장곡사, 대치터널, 천장호, 도림사지, 까치내 유원지, 자연휴양림 등을 기점으로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어느 산길을 택해도 정상까지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는 한티고개에서 출발해 장곡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천장호’   ▲ 길이 207m로 국내 최장길이를 자랑하는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 (청양군청 제공)동쪽으로 뻗어내린 칠갑산 산자락 끝에 위치한 청양군 정산면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호수가 있다. 청양명승 10선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천장호다. 칠갑산 냉천골의 맑고 깨끗한 계곡수가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호수다. 1979년 담수를 시작한 천장호에는 토종붕어를 비롯해, 잉어와 산천어 등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청양읍내에서 공주방면으로 가자면 대치터널을 지나게 되는데 대치터널을 지나 약 1.8km를 진행하면 오른쪽에 흐르는 계류(溪流)를 볼 수 있다. 봄, 가을, 겨울 등의 갈수기에는 바닥만 드러내고 물은 없지만, 여름철에는 물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농업기반공사는 계류를 바라보는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1.3km 남쪽 지점, 정산면 천장리의 협곡 지역에 1972년 12월부터 약 7년에 걸쳐 농경지 관개용 저수시설을 축조했고 이 공사가 완공되면서 칠갑산에는 새로운 명소가 탄생하게 됐다. 바로 천장호이다. 천장리의 일부 지역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어서 천장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편 천장리는 우리네 전통 민속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웃마을, 작은중뜸, 큰중뜸, 아랫말, 놋점 등 전통지명을 가진 4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마을을 일컬어 ‘천장이’를 앞에 붙이고 전통지명을 뒤에 붙여 마을들을 일컫는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산신제와 장승제를 지내며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은 천장이놋점마을. 이 마을은 매년 섣달 보름에서 스무닷새사이에 산신 하강일을 정해 제를 지내는 산신제와 같은 날 마을 입구에 9척 장승을 깍아 세우고 지내는 노성제가 전해지고 있는 마을이다. 대웅전이 두곳인 천년고찰 장곡사 ▲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大峙面) 칠갑산(七甲山)에 위치한 천년사찰. 가을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청양군청 제공)천장호를 지나 칠갑산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들면 천년의 역사를 지탱하고 있는 장곡사(長谷寺)가 산자락과 일여(一如)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장곡사 앞자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아흔아홉 굽이를 휘휘 돌아내린다 해서 아흔아홉계곡이라 불린다. 이렇게 긴 골짜기는 곧 지명이 되고 절집 이름이 됐다.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대웅전을 두 개 가지고 있는 유일한 절이다. 그리고 절마다 한두 개쯤은 솟아 있는 탑이 전혀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두 개의 대웅전이 동남향과 서남향으로 좌향만을 달리한 채 비탈길 위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위쪽은 ‘상대웅전’, 아래쪽은 ‘하대웅전’이라 불린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언제, 어떤 이유로 두 개의 대웅전이 들어서게 되었는가는 알 수 없다. 다만 약사여래도량답게 기도의 효험이 유별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게 되었고, 그들을 수용할 공간확보를 위해 대웅전 하나를 더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문화재가 많은 사찰로도 유명하다. 상대웅전은 건물 자체가 보물 162호로 지정돼 있고, 내부의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연화대좌는 국보 58호, 철조비로자나좌상 부석조대좌는 보물 174호로 각각 지정돼 있다. 장곡사의 현재 규모는 우리나라 대다수 절들이 그렇듯 역사에 비해 턱없이 작다. 식재면적으로 국내 최대인 고운식물원 칠갑산 자락에 2003년 문을 연 식물원이다. 사계절 꽃을 피워 이름처럼 곱다. 총 11만평에 주제별로 구성된 소원이 30여개에 이르고 6500여종에 달하는 꽃과 나무들이 산기슭을 따라 빼곡하다. 식재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금낭화, 붓꽃, 하늘매발톱, 앵초, 개족도리, 노루귀, 원추리 등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야 겨우 볼 수 있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소나무, 벚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개옻나무, 병꽃나무, 누리장나무, 생강나무 등 온갖 침엽수와 활엽수가 ‘숲의 바다’를 이룬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오솔길은 정원을 거닐 듯 편안하다. 자갈길과 흙길, 잔디밭은 맨발로 걸으면 피부에 와 닿는 ‘자연의 촉감’이 감미롭다. 그 길을 따라 깽깽이풀, 땅나리, 큰앵초, 백작약, 무릇 등의 야생화가 길동무가 돼 준다. 길가에 세워놓은 조각품들이 미술원에 온 듯 운치를 더해준다. 습지원과 동물농장은 아이들이 눈길을 줄 만하다. 아무것도 없는 돌밭을 식물원으로 가꾼 사람은 이주호 원장. 조경용 묘목 생산농장을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식물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해 숙박시설로 방갈로를 구비했다. 면암 최익현 선생 사당 위치한 ‘모덕사’ 면암 최익현의 사당이 있는 모덕사는 청양군 목면 송암리에 위치해 있다. 송암리라는 마을이름은 마을에 소나무와 바위가 많이 있어 송암리라 불렀다고 한다. 송암리는 36번 국도 공주와 청양을 경계하는 다리에서부터 여우고개 사이의 양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청양군의 관문이자 목면의 관문인 고장이다. 현재 모덕사가 위치한곳은 ‘장구동’이라는 전통지명이 전해지고 있다. 뒷산 모양이 거북이 등과 머리를 닮았다 하여 ‘장구동’이라 부른데서 마을이름이 유래한 이곳은 선생의 고택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본래 장구동에는 선생의 집과 함께 한 마을을 이루는 다수의 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1984년 우목저수지 공사를 하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돼, 주민들은 모두 이웃마을로 이전하였고,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던 그의 고택은 수몰을 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지금은 마을 전체가 모덕사 경내이다. 경내로 들어가 관리사무실을 지나면 옆면 3칸 앞면 3칸의 주심포식 팔작지붕의 전통건축물이 눈에 띄는데 이 건물은 ‘대의관(大義館)’으로 선생의 생전과 사후의 유품이 전시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전라도 순창 의거 시, 왜병에게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당하는 도중 대전근방에서 헌병이 찍은 사진과 그의 유품을 볼 수 있으며, 그의 스승인 이항로가 선생의 나이 14세 때 직접 써서 내린 아호가 친필 현판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선생 생전에 올린 상소를 제자들이 필사한 것을 전시해 놓은 상소문도 함께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1962년 3월 1일 윤보선 대통령이 내린 건국훈장과 그 증서, 고종의 밀지, 3·1절 50주년 기념 대통령하사품 등이 진품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규모의 굴절망원경 칠갑산천문대 ▲ 지난 7월 개관한 칠갑산천문대를 찾은 이용객들이 야간관찰을 실시하고 있다. (청양군청 제공)2005년 시작된 칠갑산천문대는 지난 7월 준공돼 일반에 공개됐다. 독일 TMB사의 최고급 렌즈(아포크로메틱)로 만든 국내 최대의 굴절망원경(304㎜)이 설치돼 있어 선명한 별상과 고배율을 이용한 행성이미지 제공이 가능하다. 칠갑산 천문대는 부지 1990㎡, 연면적 1006㎡에 자리잡고 있다. 주요시설로는 1층의 경우 입체 돔 영상관, 시청각실, 사무실, 전시실이 위치해 있고 2층은 홍보관, 휴게실, 연구실, 전망대로 구성됐다. 3층 주관측실에 304㎜ 굴절망원경과 보조관측실에 400㎜ 반사망원경 등 6개의 다양한 망원경이 설치돼 태양, 행성, 위성 그리고 성운·성단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입체 돔 영상관은 천체의 움직임과 우주여행의 다양한 시뮬레이션은 물론 액티브방식으로 세련된 색감 표현으로 더욱 실감나는 입체 영상을 구현 할 수 있다. 또 다양한 환경효과의 연출은 입체영상을 보는 그 이상의 재미와 효과를 체험토록 하고 있다. 칠갑산천문대는 전문성과 즐거움을 겸비한 에듀테인먼트요소를 갖춘 최고의 시민천문대로 평가받고 있다. ▲ 청양 가는 길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청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2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나와 홍성읍을 거쳐 청양군에 가는 길이 제일 빠르다. 광주·여수 등 호남지역에서 올라올 때 역시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를 경유한 다음, 보령시 청라면 방향으로 달리면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군에 도착한다. 대전에서는 공주를 이용해 국도로 오는 길이 편하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 정도다. ▲ 관련 웹사이트  -청양군청: www.cheongyang.go.kr  -고운식물원: www.kohwun.or.kr  -칠갑산자연휴양림: www.chilgapsan.net  -칠갑산 산꽃마을: www.sankkot.com  -은골구기자마을: www.gugijamaul.co.kr  -칠갑산권역: www.chilgap.com  -청양어린이군청: www.kids.cheongyang.go.kr  -칠갑산 호텔 샬레: www.chalet.co.kr  -청양 구기자·고추마을: www.gochu.invil.org  -칠갑산천문대: star.cheongyang.go.kr ▲ 문의전화  -청양군 문화관광과: 041)940-2360 ▲ 대중교통  -청양 시외버스터미널: 041)943-7345  -칠갑산순환버스: 041)942-2788  -자가운전   .서울~청양=서해안고속도로~홍성IC~홍성읍~청양군   .대전~청양=국도를 이용해 공주~정산면~청양군   .광주~청양=서해안고속도로~대천IC~보령시~청라면~청양군 ▲ 청양고추구기자축제 청양의 대표적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를 소재로 매년 9월 열리는 청양고추구기자축제 행사의 한 장면. 사람들이 고추장 보리밥 비벼먹기에 참여하고 있다. (청양군청 제공)▲ 장승문화축제 매년 4월 칠갑산 장승공원에서는 국태민안과 지역발전을 기원하는 '칠갑산장승문화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청양군청 제공) ▲ 고운식물원 칠갑산 자락에 2003년 문을 연 식물원이다. 사계절 꽃을 피워 이름처럼 곱다. 총 11만평에 주제별로 구성된 소원이 30여개에 이르고 6500여종에 달하는 꽃과 나무들이 산기슭을 따라 빼곡하다. (청양군청 제공) ▲ 칠갑산천문대 야경 지난 7월 준공돼 일반에 공개된 천문대에는 독일 TMB사의 최고급 렌즈(아포크로메틱)로 만든 국내 최대의 굴절망원경(304㎜)이 설치돼 있어 선명한 별상과 고배율을 이용한 행성이미지 제공이 가능하다. (청양군청 제공) ▶ 관련기사 ◀☞몽촌토성 산책길 가을이불 덮었네☞강촌엔 첫사랑 말고 낙엽이 지천이다☞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기다려지는 향기로운 소백산
강촌엔 첫사랑 말고 낙엽이 지천이다
  • 강촌엔 첫사랑 말고 낙엽이 지천이다
  • [조선일보 제공] 가을은 걸음이 빠르다. 성큼성큼 남쪽으로 내달리는 단풍의 손을 잡으려면 부지런히 집 밖으로 나서야 한다. 하룻밤 묵기는 번거롭고 도시 안에서 뱅뱅 돌기는 아쉬울 때 춘천 변두리 강촌이 눈에 들어온다. 손 꼭 잡은 연인과 삶의 희망에 부푼 젊은 학생들이 가을의 헛헛함을 채워주는 경춘선(청량리~춘천까지 오가는 무궁화호)만큼 이 계절과 어울리는 게 있을까. 작정하고 올라야 하는 설악산 같은 험한 산이 아니면서도 단풍의 풍성한 색깔은 강원도 여느 산처럼 넘치도록 맛볼 수 있는 봉화산이 가을을 매듭짓는다. 기차, 자전거, 걷기…. 너무 덥거나 추운 계절엔 버겁기 십상인 몸을 사용한 이동 수단이 기분 좋게 여유로운 한나절을 선물한다. ▲ 노랑은 빨강이 됐다가 갈색으로 변한다. 남쪽으로 성큼성큼 내려가고 있는 성질 급한 가을을 단숨에 따라잡기 좋은 춘천시 봉화산. 단풍이 무심한 듯 빚어내는 화음이 정교하고 화려하다.(왼쪽) 봉화산 임도는 넓고 정확하게 닦여 있어 길 찾느라 조바심낼 필요가 없다. / 조선영상미디어 &nbsp;◆강촌역~봉화산 임도 매표소·구곡폭포 주차장(3.7㎞·50분)|강촌역 역사를 나와 역 바로 앞 짧은 건널목을 건너 강촌유원지 쪽인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강촌장로교회→1.9㎞'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5분 정도 걷다 'GS25'편의점이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백양리 방면으로 간 후, 곧바로 나오는 다리(물갯말교) 직전에 오른쪽 '구곡폭포 3.5㎞' 이정표를 따라 자전거도로로 접어든다. 약 10분을 개천 왼쪽에 두고 휘적휘적 걷다 보면 왼쪽에 나무다리가 있고,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도 역시 '구곡폭포 2.4㎞' 푯말을 따른다. 얼마 안 가 찻길이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다리를 건넌 후 '자전거전용도로' 푯말이 가리키는 길로 우회전한다. 그렇게 자전거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구곡폭포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을 가로지르면 오른쪽에 화려한 '구곡폭포 입구'가 있고, 왼편 '춘천특산물판매장' 옆에 봉화산 임도 매표소(성인 입장료 1600원·구곡폭포 관람료 포함)와 입구가 보인다. ※강촌역에서 봉화산 매표소가 있는 구곡폭포까지 가고 오는 방법은 세 가지다. 위에 설명한 방법대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걸으면 약 50분 걸리고, 같은 길을 자전거로 간다면 20분 정도에 닿는다(역 앞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즐비하다). 봉화산만 걸을 작정이라면 아예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강촌역 앞에서 약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출발하는 50·50-1번이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간다. ◆봉화산 임도 매표소·구곡폭포 주차장~문배마을(5.2㎞·1시간40분)|임도 매표소를 지나면 곧바로 흙길이 시작된다. 매표소를 통과한 지 5분 남짓 되었을 때 '문배마을' '봉화산'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봉화산 4.1㎞' 푯말을 따라 직진한다. 이다음부턴 큰길만 따라 걸으면 된다. 포장도로는 곧 흙길로 바뀐다. 낮은 경사의 오르막 임도를 걷다 보면 '숲 속 다람쥐 학교'(체험의 숲·033-240-9940)가 나오고 S자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형적인 강원도 고갯길이 이어진다. 틈틈이 뒤를 돌아보면 방금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 저 아래 펼쳐진다. 1시간 조금 넘게 가을에 감탄하며 걷다가 이정표가 나오는 봉화산 정상 갈림길을 만나면 이번엔 '문배마을 1.8㎞' 쪽인 오른쪽 내리막으로 간다. 다시 15분 정도 걸으면 오르막 경사가 심해지는 듯하지만 곧바로 고갯마루를 넘으며 문배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문배마을은 화전(火田)을 일구며 사는 작은 마을로 최근에는 봉화산을 찾는 등산객이나 구곡폭포 관광객들을 상대로 토속음식과 숙박업을 겸하는 집이 많아졌다. ◆문배마을~구곡폭포~강촌역(6.2㎞·2시간)&nbsp;문배마을에서는 '폭포로 가는 길' 푯말의 손가락 방향을 참고해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길을 걸으면 된다. '촌집'을 지나 초록 울타리가 나오면 울타리를 오른쪽에 두고 왼쪽 길로 간 후 곧 '폭포로 가는 길'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작은 마을이어서 벗어나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민가를 지나 곧바로 나오는 작은 언덕에서 '구곡폭포 0.85㎞' 이정표를 따라 내리막으로 직진한다. 15분 정도, 내리막이 꽤 심하므로 등산 스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좁은 숲길은 벤치가 동그란 모양으로 둘러 놓인 쉼터와 만난다. 쉼터를 가로지르고 나서 오른편으로 간다. 5분이 채 안 걸려 구곡폭포에 닿는다. 아홉 구비를 돌아 50m를 떨어진다는 구곡폭포. 큰 비 후에 찾으면 웅장한 모습이 더하다. 폭포를 감상하고 나서 쉼터가 있는 공간까지 길을 되짚어 돌아간다. 쉼터에선 그대로 직진해 큰길을 따라간다. 얼마 안 가 봉화산 임도 매표소가 있었던 구곡폭포 주차장에 닿는다. 이곳부터 강촌역까지는 왔던 길을 되짚으면 된다. ●거리·시간: 15.1㎞·4시간30분 ●출발점: 경춘선 강촌역 ●도착점: 경춘선 강촌역 ▶ 관련기사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기다려지는 향기로운 소백산☞지금 가면 딱 좋은 75번 국도…청평댐~명지산~화천 단풍길☞경북도,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 개최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뚝 떼어놓은 월출산
  •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뚝 떼어놓은 월출산
  • ▲ 월출산 서쪽 능선에서 바라본 천황봉(왼쪽 뒤편)[이데일리 편집부] 월출산처럼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산도 드물 것이다. 보통의 산들은 다른 산맥과 능선이 이어지는 형세지만 월출산은 주변에 아무런 산이 없어 마치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뚝 떼어놓은 듯한 형상이다. 때문에 장중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산이다. 월출산은 예부터 남한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다. 최고봉은 809m의 천황봉이며 면적은 56.1㎢로 규모면에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풍부한 암석 노출지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암석 지형에 적응해 온 생태계는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생하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nbsp;▲ (좌) 월출산 천황봉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 (우上) 월출산 천황봉에서 바라본 동쪽 능선, (우下) 월출산 천황봉대표적 종주 코스는 천황사와 도갑사를 잇는 코스로 약 9.4km이며 산행 시간은 6~7시간이 소요된다. 종주는 물론이고 천황봉만을 목표로 하는 등반객들은 대부분은 천황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천황봉까지 빠른 시간 안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과 바람폭포나 구름다리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갑사와는 달리 천황사는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관람료가 없다는 것도 참고할 사항이다. 물론 천황봉이나 종주가 아니라 구정봉(705m)만을 목표로 산행할 경우는 도갑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천황사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천황사를 지나자마자 바람폭포와 구름다리 코스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바람폭포는 바람골 계곡에 위치한 수려한 폭포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대부분 말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등반객은 구름다리 코스를 선택한다. &nbsp;▲ 월출산 구름다리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는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다리로 1978년도에 만들어진 노후한 다리를 철거하고 2006년 5월 새롭게 가설한 다리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설치되어 있어 마치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하며 다리 중간에서 내려다보는 발아래 풍경은 아찔할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튼튼하고 안전한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흔들리기 때문에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nbsp;▲ (좌) 월출산 천황봉에서 바라본 동쪽 능선, (우上) 월출산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우下) 월출산의 기암괴석 아래로 영암읍이 보인다구름다리를 지난 뒤 여러 개의 철제계단을 올라야 천황봉에 다다를 수 있다. 만만치 않은 체력 소모를 요하는 코스지만 천황봉에서 바로 보는 동쪽 능선은 월출산 최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암 읍내의 모습은 물론이고 서쪽 능선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산을 오르며 쌓였던 피로가 일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 (좌) 월출산 남근바위, (우) 월출산 베틀굴(여근바위)천황봉을 지나면 여러 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고도가 조금씩 낮아지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구간은 없다. 약 1.8km 떨어진 구정봉에 도착하기 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근바위다. 탐방로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모습은 매우 남성적이다. 구정봉 직전에는 베틀굴이라고 불리는 여근바위까지 볼 수 있어 신비롭기 이를 데 없다. &nbsp;▲ (좌) 월출산 구정봉 정상, (우)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구정봉은 정상의 넓은 암석 바위에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웅덩이에 물이 마르지 않아 여름에는 개구리들도 서식할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주변을 잘 살펴보면 저팔계바위와 의자바위, 손오공바위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천라만상의 모습을 모두 품고 있는 월출산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구정봉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진 암벽에 조각된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은 등산로가 이어지지 않아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하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높이가 8m에 이르는 거대한 고려시대의 석불로 웅장하고 섬세한 기법이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nbsp;▲ (시계방향) 월출산 미황재의 억새밭, 도갑사의 대웅보전, 도갑사 미륵전의 꽃문살, 도갑사 미륵전에 모셔진 석조여래좌상,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진 도갑사 미륵전구정봉에서 1.4km 떨어진 미왕재는 억새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가을 월출산에서는 가장 사랑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도갑사로 향하는 구간은 매우 여유롭다. 신라의 4대 고승 가운데 한 분이었던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도갑사는 여러 개의 국보와 보물을 보유한 문화재의 보고이다. 특히 미륵전에 봉안된 석조여래좌상(보물 제89호)은 단아하고 귀품이 넘치는 모습이며 5층석탑(보물 제1433호)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쉽게도 도갑사 최고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해탈문(국보 제50호)은 현재 보수 중이라 관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역사와 옛 향취 가득한 왕인박사유적지와 구림마을 ▲ (시계방향)&nbsp;왕인기념 전시관 전경, 위인박사 위패가 모셔진 왕인묘 앞의 홍살문, 왕인박사유적지의 왕인박사 탄생지, 왕인박사유적지 내의 성천, 구림마을 조종수 가옥, 구림마을 전통가옥백제인이었던 왕인박사는 일본 응신천왕의 초청을 받고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비롯하여 많은 기술자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학문을 전파하고 일본가요를 창시했으며 기술 공예를 전수하여 아스카(飛鳥)문화의 원조가 되었던 성인이다. 왕인박사유적지 내에는 왕인박사기념전시관을 비롯하여 위패와 영정이 봉안된 사당과 왕인박사가 사용한 우물인 성천(聖泉) 등이 모여 있으며 특히 탄생지에서는 집터의 기단 부분과 주초, 담당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집터의 바위에는 훗날 최씨와 조씨가 살았던 듯 古崔氏園(고최씨원)과 今曺家庄(금조가장)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다. 구림마을은 바다의 뱃길이 열려 있던 곳으로 최소한 삼한시대부터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잡기 시작한 고색창연한 마을이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 여러 채의 전통 가옥이 남아 있어서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전통 가옥에서 한옥민박 체험도 가능하고 종이공예, 전통혼례, 떡메치기, 짚풀공예 등 다양한 전통 놀이도 체험이 가능하다. &nbsp;▶ 관련기사 ◀☞금강송 숲길 따라 녹색길 체험 떠나볼까☞저 호수에 가을이 갇혔다… 물길 따라 물든 들판☞흔들리는 것이 어디 갈대 뿐이랴
2009.10.30 I 편집부 기자
11월은 대자연의 품으로 떠나볼까~
  • 11월은 대자연의 품으로 떠나볼까~
  • [이데일리 편집부] 한국관광공사는 “대자연의 품으로! 국립공원 에코투어”라는 테마 하에 2009년 11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금강소나무가 살아 숨쉬는 명품 녹색길 체험, 치악산국립공원(강원도 원주시)”, “삼라만상 다 모인 신비의 월출산(전라남도 영암군)”, “백두대간 중앙부에서 향기로운 여성미 발산(경상북도 영주시)”, “다양한 체험여행으로 되살아나는 속리산 에코투어(충청북도 보은군)”등 4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nbsp;&nbsp;▲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구룡사금강소나무가 살아 숨쉬는 명품 녹색길 체험, 치악산국립공원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차령산맥 남쪽 끝에 자리 잡은 치악산은 영서지방의 명산이자 원주시의 진산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에는 매화산, 향로봉, 남대봉 등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연이어 솟구쳐 있으며, 그 사이로 구룡계곡, 부곡계곡, 금대계곡 등 청정계곡들이 산자락을 적시고 있다. 구룡사를 지나 비로봉 정상까지는 길고 힘든 코스지만, 만산홍엽의 단풍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멋진 길이다.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자연해설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한때 궁궐의 재목으로 사용되었던 금강소나무 녹색길을 거닐며 야생화와 곤충, 나뭇잎의 관찰, 새의 특징 알기 등 치악산의 자연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발우공양, 염주 만들기 등 구룡사사찰문화체험과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 농촌마을체험도 인기 있다. 문의전화 : 치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33)732-5231&nbsp;&nbsp;▲ 월출산 서쪽 능선에서 바라본 천황봉(왼쪽 뒤편)&nbsp;삼라만상 다 모인 신비의 월출산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 내용 : 월출산은 주변에 아무런 산이 없어 마치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뚝 떼어놓은 듯한 형상이다. 때문에 장중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산이다. 대표적 종주 코스는 천황사와 도갑사를 잇는 코스로 천황봉 정상에서 바로 보는 동쪽 능선은 월출산 최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는 구정봉과 구정봉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진 암벽에 조각된 마애여래좌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신라의 4대 고승 가운데 한 분이었던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도갑사는 여러 개의 국보와 보물을 보유한 문화재의 보고이다. 백제 때 일본으로 건너가 학문을 전파하고 일본가요를 창시한 왕인박사의 탄생지가 있는 왕인박사유적지와 고색창연한 전통가옥이 모여 있는 구림마을도 영암에서 함께 들러볼 만한 곳이다. 문의전화 :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061)473-5210 &nbsp;▲ 소백산 연화봉에서 본 비로봉백두대간 중앙부에서 향기로운 여성미 발산하는 소백산 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 일원 백두대간은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급하게 꺾인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그 줄기에서 처음으로 치솟은 산이 바로 소백산이다. 주봉인 비로봉(1,439m) 주위로 국망봉, 제1연화봉, 연화봉 등이 솟아 있다. 능선은 유순하고 산 속에는 7백여 종의 식물과 2천6백여 종의 동물이 서식, 한반도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중요 생태 통로 역할을 맡고 있다. 소백산국립공원은 다양한 생태 탐방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운영, 사시사철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희방계곡 자연관찰로 탐방, 삼가지구 그린 트레일, 죽령옛길 걷기, 백두대간 아고산대 해설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소백산 등산이나 탐방프로그램 참가 후 부석사, 희방사, 비로사 등 고찰 답사를 하거나 영주선비촌에서 하룻밤 머물며 소수서원, 소수박물관, 풍기인삼시장 등도 돌아보면 좋다. 문의전화 : 소백산국립공원 사무소 054-638-6196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043-423-0708 ▲ 속리산 문장대(사진제공 속리산국립공원)다양한 체험여행으로 되살아나는 속리산 에코투어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상판리 19-1 태백산맥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 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속리산은 남북으로 백두대간이 지난다. 문장대, 신선대, 비로봉 등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는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총 14명의 에코 가이드가 자연환경안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속리산의 깃대종인 하늘다람쥐와 망개나무를 비롯해 비밀스런 숲속 이야기를 전해주고 국내유일의 승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천년고찰 법주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근 선병국 가옥에서의 전통음식 체험, 자연공예, 인형극까지 속리산의 에코 가이드는 다정한 친구이자 숲길의 동반자요, 궁금증을 풀어주는 속리산 해결사다. 보은읍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삼년산성, 세조의 이야기가 담긴 정이품송과 은구석 공원, 맛난 산채정식 또한 속리산 탐방을 즐겁게 해준다. 문의전화 : 속리산 국립공원 사무소 043-542-5267~9 속리산 탐방지원센터 043-543-6522▶ 관련기사 ◀☞가난한 산사로 가는 길, 온전한 가을을 만나는 길☞수행자는, 어쩌면, 숲길을 걷는 사람☞예술옷 입은 사찰이 동네에 숨어있다
2009.10.22 I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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