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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블스 플랜' 이시원 "궤도와 대립? 이야기 제일 많이 들어줬는데" [인터뷰]①
- 이시원(사진=이엘파크)[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궤도랑 저랑 엄청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요.”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종영 이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헌 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난 배우 이시원이 출연자 궤도와의 에피소드를 전했다.‘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이 플레이어로 활약했다.이시원(사진=이엘파크)이시원은 ‘데블스 플랜’에서 3위를 차지했다. 승부욕, 서울대 출신다운 두뇌 플레이, 팀을 서포트하는 모습 등 다양한 매력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시원은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공개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불안한 마음 반, 걱정되는 반으로 기다렸다. 설레고 기대되기도 하면서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많이 몰입해 주고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셔서 기쁘다”라고 전했다.‘데블스 플랜’은 공개 이후 한국 넷플릭스 톱 텐(TOP 10) 시리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글로벌 톱 텐 TV쇼 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 정 PD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공리주의 이슈, 순한 맛 서바이벌이라는 평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그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들이 본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넷플릭스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나라의 팬분들이 제 계정을 찾아서 응원한다고 댓글을 남겨주신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데블스 플랜’ 포스터(사진=넷플릭스)이시원은 해외 팬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다양한 국기들을 다 봤다. 잘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전 세계 팬들이 응원해 주실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솔직하게 한국에서만이라도 1위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세계적으로도 좋은 성적을 올려서 너무 기쁘고 이런 데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출연 계기를 묻자 이시원은 “정종연 PD님께서 제안을 주셨다. 서바이벌에 나가본 적도 없고 성향상 경쟁하고 싸우는 게 맞을까 생각했다. ‘협동해서 성취하는 거에 희열을 느끼는데 서바이벌에 맞는 사람일까? 캐릭터일까?’ 고민했다. 그런데 정종연 PD님이 꼭 해야 하고 해줬으면 좋겠고,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강력한 추천과 응원으로 하게 됐다”고 답했다.이시원(사진=이엘파크)PD가 욕심을 냈던 출연자. 이시원에게 우승을 못 해 아쉽진 않았냐고 묻자 “즐겜(즐겁게 게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궤도랑 더 부딪혔던 것 같다”며 “저는 패에 따라서 연합이 바뀌고 협동이 달라지고 유동적일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제가 좀 순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대립점을 세웠다는 궤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시원은 “궤도랑 저랑 엄청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궤도의 과학 얘기를 가장 많이 들어준 사람은 저였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다들 안 들어줬었다. (웃음) 궤도가 저한테 과학 캐스터 같은 거 해보면 어떠겠냐고 하더라. 그 정도로 둘이 과학 얘기를 많이 했다. 저는 진심으로 재밌었다”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 "악플도, 조롱도 맨몸으로"…극단 선택에 내몰리는 유튜버들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8~10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들려면 하루를 온전히 다 쏟아부어야 해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어도 ‘악플(악성 댓글)’은 당연히 달리고요. 그래도 어쩔 수 있나요.” 유튜브에서 개그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30대 남성 A씨, 수십만명에 달하는 구독자 수를 보는 주변인들은 그를 부러워하지만 A씨에게 유튜브는 늘 어려운 ‘노동’이다. 매주 2~3개씩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이후 악플이나 조롱 등이 담긴 피드백까지 전부 ‘맨몸’으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잇달아 벌어진 유튜버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면 이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고스란히 노출된 정황이 드러난다.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한 유튜버들도 이 같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린이들이 꼽은 유망 직업 3위, 직장인들의 선망 직업 2위에 빛나는 직업이지만, 일상이 그렇게 밝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프로)◇ “‘악플’ 이제는 일상 됐죠”…사실상 대처 어려워이들에겐 ‘악플’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A씨는 “성희롱과 욕설은 기본이고, 매번 보다 보니 무뎌질 줄 알았지만 항상 악플을 보면 속상하다”며 “기본적으로 유튜브는 외국 플랫폼이다 보니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고소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음악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또 다른 유튜버 B씨 역시 “활동 초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이슈를 다루냐’ 와 같은 시비조의 악플, 욕설이 담긴 악플이 달렸었다”며 “여기에 콘텐츠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등을 받아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고, 몇 달간 약을 복용한 적도 있다.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C씨 역시 “여성인 것을 아는 순간 ‘만나보고 싶다’, ‘애인은 있냐’ 등 온갖 성희롱, 사생활을 캐려는 질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유튜버들의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BJ 임블리’가 악플, 타 방송 출연자들과의 갈등 끝에 숨졌다. 지난 10일에는 학교 폭력 피해를 폭로하던 유튜버 표예림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악플을 비롯한 온라인상 공격에 시달리던 ‘BJ잼미’, ‘BJ율깡’ 등 인터넷 방송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내린 사건이 이어진 바 있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튜버들은 각종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한다. B씨는 “고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은 남들이 생각 없이 남기는 모든 평가 댓글에 노출된다”며 “연예인과 달리 모든 영상의 댓글을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연예인보다 더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퍼져나가고, ‘박제’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특별히 대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활동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 마련돼야” 고정되지 않은 수익 구조,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각종 변화 등으로 인해 쉬고 싶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은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B씨는 “활동 초기에는 악플로 인해 3주 정도 쉰 적이 있고, 최근에는 번아웃 때문에 쉰 적이 있다”며 “내가 쉴 때 지금 남들은 치고 나간다는 불안함, 한 번 루틴을 잃으면 되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쉬고자 해도 쉴 수 없는 때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튜브가 곧 생계로 직결되는 경우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4년 전 직장을 다니다가 취미로 유튜브를 시작했던 30대 남성 D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영상 내용에 따라 부담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늘 소진을 우려하고, 인기가 끊길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재교육 등이 이뤄져야 각종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튜버들은 악플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는 물론,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는 “좋아하는 분야의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일은 행복하지만, 여전히 덧글을 볼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반응을 마주하는 이들의 보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D씨 역시 “유튜버는 ‘자영업’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단순 자영업과 비교해보면 관련된 보호법 등이 적다”며 “교육과 조직화,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김동재 탈락→이시원 올인·하석진 각성, 드라마 같아" ...
- 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의 정종연 PD가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이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와 넷플릭스가 손잡고 제작했다.‘데블스 플랜’ 포스터(사진=넷플릭스)‘데블스 플랜’은 공개 이후 한국 넷플릭스 톱 텐(TOP 10) 시리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글로벌 톱 텐 TV쇼 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 정 PD도 예상하지 못 했다는 공리주의 이슈, 순한 맛 서바이벌이라는 평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출연자들의 성향은 게임의 방향성을 바꾸기도 했다. 그 지점에 있어 김동재의 탈락이 아쉽다는 시청자 반응도 쏟아져 나왔다. 정 PD는 “모든 플레이어가 떨어질 때마다 아쉽기는 했지만 동재가 제일 공격적인 플레이어였지 않나. 떨어지면서 (프로그램의) 균형 추가 많이 무너진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따졌을 때 탈락이 아쉬웠다”고 전했다.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김동재의 탈락 이후 하석진, 이시원의 끈끈한 모습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때문에 ‘둘이 로맨스 드라마 좀 찍어달라’는 반응까지 있을 정도. 정 PD는 “시원 씨와 동재의 강한 연대감이 석진에게 전이됐다. 시원 씨가 (부)승관이랑 감옥에 있다가 진짜 망자를 그리워하듯이 동재를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만큼 시원 씨는 몰입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바깥양반을 잊을 정도로 석진 씨한테 올인을 했다. 동재 탈락 이후로 시원 씨의 몰입도가 쫙 올라간 상태에서 감옥에서 둘이 딱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의 몰입도가 비슷해지는 게 되게 드라마틱하게 잘 맞았던 것 같다. 감옥에 가는 과정부터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다. 시원 씨는 그런 멘트를 평소에도 즐겨하더라. 명언집이라도 가지고 다니는지.(웃음)”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배우 하석진과 방송인 박경림, 바둑기사 조연우, 방송인 기욤패트리, 유튜버 곽준빈, 과학크리에이터 궤도, 미국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 아나운서 이혜성, 배우 이시원, 대학생 김동재(왼쪽부터)가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데블스 플랜’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또 우승자 하석진에 대해선 “제가 예전에 나영석 PD님 라이브 방송에서 말했던 ‘캐릭터의 변화, 승부욕을 갑자기 가지게 되는 인물’이 사실은 하석진 씨를 두고 한 말이었다. 석진 씨가 초반에는 생각보다 게임에 확 들어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동재와 의견이 다를 때도 무조건 따라줬다. 출연자들이 입을 모아 위험 감수를 안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동재 탈락 이후로 각성 단계가 올라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면서 “4회 메인 매치가 공리주의가 지배한 회차였는데 그 게임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걸 궤도한테 말하지 않고 준빈이한테 한다. 준빈이랑 저 연맹에 크랙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원래 회사에서도 뒷담화할 때 내 의견을 동의해줄 사람한테 하지 않나. 그게 5회차에 감옥 작전이 먹히게 되는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져서 좋았다”며 “4회차가 힘들었던 회차긴 하지만 스토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개 요소였다. 거기서 궤도도 심경 변화가 컸고 연합도 흩어지면서 여러가지 요소가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에 이어 ‘데블스 플랜’까지. 서바이벌 전문 정종연 PD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차별점은 무엇일까. 정 PD는 “서바이벌 장르는 그냥 그 자체로 변신하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터졌다고 울궈먹을 생각도 없다. 앞으로 하는 데에 있어서 재밌는 장치를 추가하고 재밌는 변화를 맞으면서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시즌2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정 PD는 “수정하고 싶은 부분은 너무 많다. 데스매치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줄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시즌2를 간다면 (시즌1 장치를) 다시 쓸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규칙과 시스템의 변화는 이미 계획을 한 부분이다. 재밌는 것들을 좀 하려고 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하자고 하면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궤도 공리주의, 서바이벌 하면서 처음" [인터뷰]①
- 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제가 서바이벌을 연출한 수년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이슈여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면도 많았죠.”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의 정종연 PD가 출연자 궤도의 공리주의 이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이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와 넷플릭스가 손잡고 제작했다.‘데블스 플랜’ 포스터(사진=넷플릭스)정종연 PD는 앞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연출한 서바이벌 전문 PD다. 정종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데블스 플랜’은 예상치 못한 ‘공리주의’ 이슈와 방향성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필수불가결한 빌런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순한 맛’을 염두했냐는 물음에 정 PD는 “전혀 아니다”라며 “(섭외) 밸런스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프로그램 하는 데에 있어서 반면교사가 되는 부분도 있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예를 들어 방어적인 플레이어가 몇 명 있다면 공격적인 플레이어가 몇 명 있어야 하고, 4분면으로 나눴을 때 점이 골고루 퍼져야 하는데 한 쪽에 몰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궤도의 공리주의 플레이에 하석진은 “이게 데블스 플랜이야? 빌붙어 플랜이지”라며 일침을 전하기도 했다. 정 PD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공리주의가 이 프로그램의 키워드, 이슈처럼 나오고 있지 않나.(웃음) 제가 서바이벌을 연출한 수년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이슈여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면도 있었다. 생각보다 궤도 씨를 응원하는 분들도 많다. 게임 능력 자체는 워낙 훌륭하고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플레이어였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전략이 아니라 철학적인 부분에 가깝기 때문에 게임의 방향성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어쨌든 새로운 경험이었다. 시청자들한테도 새로운 서사였고 게임을 치열하게 하길 바라는 플레이어한테는 빌런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일반 세상에서 이만한 천사가 어딨나’ 이런 느낌이었다. 어쨌든 그는 좋은 플레이어였다. 저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정 PD는 궤도에 대해 “되게 경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경쟁 프로그램에 들어왔을 때의 변화도 기대를 했었다. 그리고 경쟁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궤도 씨가 게임도 잘하고 청중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다. 정치력도 있는 거다. 궤도 씨가 공리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건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규칙, 그런 구조를 잘 이용했다고 본다”고 전했다.[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배우 하석진과 방송인 박경림, 바둑기사 조연우, 방송인 기욤패트리, 유튜버 곽준빈, 과학크리에이터 궤도, 미국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 아나운서 이혜성, 배우 이시원, 대학생 김동재(왼쪽부터)가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데블스 플랜’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구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데스매치가 균형 있게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를 지목하는 방식, 생명의 징표가 주어지는 방식 이 모든 것이 패키지다. 그래야 데스매치가 게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저는 그게 ‘더 지니어스’의 핵심 IP라고 생각했다. 제가 만든 거지만 제가 침범하지 않아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부족했던 부분의 핵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저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 명은 떨어지게 했어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면서 “저는 오히려 여러 명이 탈락할 수 있는 여지를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아무도 탈락하지 않을 수 있는 두 가지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또 정 PD는 “자율성을 넓히고 싶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욕망이 확실히 있다. 의외성이 넓어지는 거니까. 리얼리티의 생명은 의외성이지 않나.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정 PD는 ‘데블스 플랜’에 대해 전작들의 아쉬움을 보완한 작품이라고 전한 바 있다. 만족도를 묻자 그는 “중간 정도인 것 같다.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있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생겼다. 외연 확장 부분에서는 확실히 좋았던 것 같다. ‘처음 본다’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됐다. 예전에는 장르 자체가 장벽이었는데 (이번에는) 플랫폼을 잘 만난 것도 있고, 시청자한테 익숙한 출연자들이 새로운 유입을 많이 가져와서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 엔터플, AI 활용 온라인 개발대회 '싱커톤 시즌 3' 개최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백엔드 노코드(No-Code) 개발 솔루션, 싱크트리 서비스 기업 ㈜엔터플(이하 엔터플)은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후원하는 AI 활용 온라인 개발대회, ‘싱커톤 시즌 3’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사진=엔터플)국내 금융 대기업이 자사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오픈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벌써 3회차를 맞은 싱커톤은 학생, 창업 준비생, 취업 준비생, 개발자 및 비 개발자 등 자신만의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온라인 개발대회다. 노코드 솔루션 싱크트리로 백엔드를 구축하는 조건 외에는 제한사항도 없다. 실제로 지난 1, 2 시즌 모두 비 개발자 취업 준비생이 최종 우승을 차지할 만큼 누구나 짧은 교육 시간 대비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싱커톤의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이번 싱커톤 시즌 3는 총 1100만 원 상당의 창업 및 개발 지원금은 물론,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교보라이프플래닛 담당자가 직접 심사를 진행하여 창의성과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에 대해 추후 금융 대기업 3사와의 투자 및 협업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예금주 조회’, ‘부동산 시세 조회’, ‘내 보험 조회’ 등 약 50개 이상의 각 금융사별 API를 싱커톤 기간 내 오픈하여 개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금융 3사의 모든 API는 엔터플이 최근 출시한 SaaS형(Software as a Service, 구독형) 플랫폼, ‘블록 스토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사용자들은 블록 스토어에서 노코드 블록 형태로 된 백엔드 서버 기능을 구독 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쉽고 쾌적한 개발을 경험할 수 있다.박현민 엔터플 대표는 “이번 싱커톤 시즌 3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국내 금융 대기업 3사의 API를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에게 매우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직업, 성별, 연령을 모두 초월하는 개발대회인 만큼 싱크트리와 ChatGPT 등의 AI를 활용한 창의적인 금융 및 보험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싱커톤 시즌 3 참가 신청은 9월 8일부터 9월 24일까지 싱크트리 공식 홈페이지 및 구독자 55만의 코딩 유튜버인 조코딩 채널에서 가능하며, 실제 개발 기간은 10월 4일부터 10월 17일까지 총 2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엔터플은 기업들이 백엔드 걱정 없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쉽고 합리적인 백엔드 노코드 개발 솔루션인 싱크트리를 개발하여, AIG, DL E&C, 우아한 형제들 등 대형 금융·결제, IT·빅 테크, 건설, 헬스케어, 해외철도 기업들의 백엔드 이슈를 해결하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 ‘여의도 저승사자’ 된 금감원 조사국[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여기서 금감원이 왜 나와? 이것도 금감원이 조사한 거에요?”금융감독원을 출입하면서 최근에 이같은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압수수색, KB국민은행 직원들의 127억원 부당이득 적발, 라덕연 일당 주가조작 사건 조사, 40건의 사모전환사채(CB) 불공정거래 조사 및 840억원 부당이득 엄중조치. 최근에 금감원이 조사하거나 공개한 사건들입니다. 이들 상당수가 검찰에 수사의뢰 되는 등 사법적 처벌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바빠진 것은 최근 들어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증권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차전지, 초전도체 등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오전에 상한가를 찍었다가 오후에 하한가를 찍는 롤러코스터 장세입니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소문·풍문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수십퍼센트 출렁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늘어, 이번 주에는 연중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나만 믿으면 돈 불려줄게’, ‘이렇게 오르는 종목이 많은데 왜 투자를 안 해’라는 달콤한 속삭임이 투자자들을 흔들고 있습니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모두 돈 버는 상황에서 나만 소외된다는 불안) 현상처럼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행태입니다. 유튜브 영상 하나가 수십만 클릭을 부르는 요즘 시대에, 삽시간에 이런저런 소식이 유포되고 특정 종목에 몰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본시장의 ‘룰’을 어기거나 이상 현상이 반복되는 점입니다. 대형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지인들과 함께 수년간 100억원 넘게 주식 차익을 챙긴 일, 출처 불명의 텔레그램 글이 확산되더니 특정 종목이 상한가를 찍은 일, 각종 증권범죄에도 20조원 넘게 빚투가 고공행진을 하는 현상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상 현상’이 많아지다 보니, 금감원은 풀가동 상황입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조사1국·2국·3국 체제로 조직 개편을 하고 인력 수십명을 충원한 뒤, 전방위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복현 원장-함용일 부원장-김정태·황선오 부원장보-고영집 조사1국장-이승우 조사2국장-한재혁 조사3국장 등 자본시장 감독라인은 여름휴가를 잊고 야근 중입니다. 하반기 대대적 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보니, 금감원 조사국은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괜한 일로 구설수 오르지 않게 조심하라”는 입단속까지 나선 형국입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금감원 조사 실태·파장을 살펴보고 관련 당국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직을 걸고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영훈 기자)-오늘은 어떤 뒷담화를 준비하셨나요.△오늘 뒷담화 키워드는 ‘흔들리는 증시 그리고 여의도 저승사자’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이데일리 증권부는 매일 당번을 정해서 코스피, 코스닥 시황 기사를 쓰고 있는데요, 요즘 시황 기사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정말 바쁩니다. 오전에는 상한가 수준까지 찍었다가 오후에는 하한가 수준까지 가는 종목들이 많다 보니 이에 따른 온라인 시황 기사를 계속 써야 하거든요. 이처럼 요즘 증시를 보면 주식시장인지, 코인시장인지 헷갈릴 정도로 변동성이 참 큽니다. 이렇게 증시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증권범죄, 풍문, 빚투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관련해 최근 들썩이는 증시를 둘러싼 여러 사건과 장면을 사례별로 쭉 보시면, 한국 증시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판단하시는데 도움되실 듯합니다. -우선 대형은행 직원들이 127억원 부당이득을 챙긴 내용은 어떤 내용인가요.△이번 주 수요일 오후 1시 반께 갑자기 금융위·금감원이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자료에는 ‘○○ 대형은행 직원들, 불공정거래 혐의 적발돼 긴급조치로 검찰에 통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익명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언론사들이 취재에 들어갔고, 이데일리가 제일 먼저 ‘KB국민은행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확인·보도했습니다. 대형 은행이 이런 증권범죄에 휩싸인 건 현정부 들어선 처음 밝혀진 것인데요. 사건 개요를 보면, ‘주요 은행 직원들이 이런 증권범죄를 버젓이 저지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가 진행된 기간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2년이 넘습니다. 2020년에 주식이 많이 오르고 주식 투자가 붐을 이뤘잖아요. 그때 직후부터 범행이 이뤄진 것인데요, 이들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이같은 무상증자 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데, KB국민은행이 적발된 것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무상증자 업무를 하는 은행 직원들만 범죄에 연루된 이유가 있을까요. △상장사가 무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기존의 주주들에게 신주를 공짜로 나눠주는 거잖아요. 이렇게 하려면 회사 내 잉여금 계정에 돈이 두둑해야 합니다. 이 말은 무상증자는 재무적으로 건실한 기업만 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무상증가를 했다는 것은 회사 재무구조가 좋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에 무상증자 이후에는 대부분 주가가 오릅니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무상증자 대행업무를 추진하면서 무상증자를 준비 중인 상장사의 주식을 대거 매수합니다. 그리고 나서 무상증자 공시가 뜨면 주가가 오르잖아요, 그러면 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겼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올해 4월까지 2년 넘게 사익을 챙긴 것입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지까지 연루됐네요.△본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연루됐거든요. KB국민은행 일부 직원들은 은행 내 다른 부서 동료직원, 가족, 친지, 지인에게 무상증자 실시 정보를 전달했고요. 이들도 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챙겼습니다. 전체 부당이득이 127억원인데, 직원들은 총 66억원, 직원들의 가족·친지·지인들은 총 6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요. 이와 같은 미공개 정보 이용을 통해 주식 매매를 하는 것은 증권범죄이거든요. 그런데 본인도 이렇게 하고, 주변에도 이런 정보를 공유할 생각을 했을까. 관련해 금감원에서는 2가지 포인트를 주목했다고 합니다. 첫째 직원들 스스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범죄라는지를 인식조차 못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로는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입니다. 직원들이 몰랐다 하더라도 2년 넘게 이런 범죄가 벌어져도, 고객사 내부정보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도 은행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어떻게 발각됐을까요. 누가 제보를 했나요. △제보는 아니었고, 금융당국이 자체적으로 포착·조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두 차례 주가조작 사태 이후 금융위·금감원이 전방위로 자본시장 이상현상을 조사하고 있거든요. ‘쌍끌이 저인망’으로 시장을 샅샅이 훑고 있는 와중에, 이런 사건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특히 금융위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긴밀한 공조로 인한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양 기관은 조사 초기 신속하게 현장조사 및 핸드폰 포렌식을 실시해 중요 증거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매매분석, 금융계좌 추적도 이뤄졌고요. 성착취 영상이 돌아 논란이 됐던 텔레그램에서 이번에는 주식 관련 풍문으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두 번째 소식으로는 소문·풍문에 흔들리는 증시를 준비하셨지요.△최근에 벌어졌던 사례부터 말씀드릴게요. 지난달 25일 텔레그램에서 ‘LS(006260)가 제2의 POSCO홀딩스(005490)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LS는 시총 3조원 넘는 대형주라 30% 가까이 상한가에 간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텔레그램에서 글이 쭉 확산된 지난달 26일 당일 주가 상승률이 29.98%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에는 ‘티로보틱스(117730)가 제2의 두산로보틱스’라는 글이 텔레그램에서 돌았습니다. 그러자 이날 오전 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보다 26% 올랐고요, 이날 19.25%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이같은 글은 ‘누군가에게 받았다’는 뜻으로 본문 앞에 ‘받은 글’ 또는 ‘받’ 등으로 표기돼 유포됐는데요. 이러다 보니 누가 글을 썼는지 등 작성자·출처를 앞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글도 아니고요. LS와 티로보틱스가 건실한 기업이지만 특별한 사업이나 실적 발표도 없는데, 이같은 텔레그램 글이 유포되고 하루 만에 수십퍼센트 오르는 게 합리적 설명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텔레그램에서 이런 글이 확산되고, 주가까지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투자자들이 이런 텔레그램 글들이 더 믿을만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되돌아보면 올해 2분기 때 2차전지에 대한 증권사 매도 리포트에 대한 뒷말이 많았잖아요. 리포트가 투자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매도 세력의 이익을 위해 쓰여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구요. 그러다 3분기 들어 2차전지주가 증권사 예측과 달리 오르게 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 리포트 못 믿겠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증권사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보다는 유튜버, 텔레그램 주식방의 발언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유명 유튜버의 영상이 떴다 하면 수십만 클릭수가 나오기도 하구요. -소문·풍문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렇습니다. 미확인 이른바 ‘지라시’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텔레그램 등을 통해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경우 주로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되는데요, 올해 4월에 범행이 드러난 라덕연 일당이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하고 ‘전문 투자자’ 행세를 하면서 주가조작을 한 것이거든요. 지난 6월에도 네이버 카페 통해서 투자자 모은 다음에 주가 띄웠다가 그 5개 종목이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칠쳤습니다. 그 뒤로 주가가 계속 부진하면서 그 당시 투자했다가 물린 투자자들이 아직도 회복 못한 상황입니다. 또 우려되는 점은 선행매매입니다. 선행매매는 특정 종목의 주식을 대거 매수한 뒤, 주가 띄우는 정보를 유포하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기는 거잖아요. 이처럼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텔레그램 통해서 ‘이 종목이 제2의 2차전지’라는 출처 불명의 글을 유포한 뒤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치우고, 뒤늦게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은 물리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셈입니다. 초전도체 관련 사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최근 2차전지, 초전도체주 주가가 급락한 것을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던데요. △지난달 26일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1시간 만에 급락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초전도체주 주가가 20분 만에 급락했거든요. 2차전지, 초전도체주 관련 뉴스나 실적,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가 내려갈 수는 있지만 이렇게 갑자기 내려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개입된 것이란 말도 있었는데요. 관련해 유안타증권(003470)(고경범 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이렇게 빠르게 매도하는 건 물리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로 보기에는 불가능한 빠른 속도다’, ‘컴퓨터가 단기간에 다량의 주문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초단타 알고리즘 매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알고리즘의 조직적 반복 거래가 주가 급락에 방아쇠가 됐다는 해석입니다. -사실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요.△유안타증권은 올해 금감원 제재를 받은 미국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의 초단타 알고리즘과 유사하다는 말도 했는데요. 관련해서 금감원에 초단타 알고리즘 개입설이 맞는지 물어봤습니다. 일단 금감원은 초단타 알고리즘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니까 지금 불법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올해 1월 시타델 증권이 118억8000만원으로 사상 최대 과징금을 금융위로부터 부과받았거든요. 그 당시 초단타 알고리즘 때문에 제재를 받은 게 아니라 초단타 거래로 인한 ‘한국 증시 교란’ 때문에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초단타 거래로 인한 증시 교란으로 제재를 못 받나’라고 다시 질문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따라서 2차전지, 초전도체주 관련 급락 관련해서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는 좀 더 조사 결과를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어느 정도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정리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금감원에서 여러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 같은데, 끝으로 관련된 내용을 정리 부탁드립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번주 화요일 임원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단기간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빚투)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증권사들의 빚투 관리, 리딩방을 통한 테마주 관련 허위 풍문 유포에 대한 특별단속반 집중 점검,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국 차원 조사 등을 언급했습니다. 오늘 미공개 정보 이용을 이용한 불공정거래, 풍문 유포에 대해 주로 다뤘는데요. 사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심각합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20조432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6월16일(20조6862억원) 이후 13개월여 만에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신용거래 잔고율이 늘어난 종목을 보면 빚투 자금이 2차전지나 초전도체 테마주로 흘러 들어갔거든요. 문제는 급등락 반복하면서 시장교란이 발생하고 피해를 입는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는 점입니다. 관련해 금감원이 하반기에 집중 점검을 하고, 빚투를 조장하거나 방치한 증권사에 대한 긴급 점검도 실시한다고 해서요. 하반기에는 증시 변동성에 유의하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료=한화투자증권)-끝으로 이번 주에 주목할 만한 국내외 경제일정 소개해주세요. △다음 주에는 중국 7월 산업생산·소매판매(8/15), 미국 7월 소매판매(8/15 오후 9시30분), 미국 7월산업생산(8/16 오후 10시15분), 7월 FOMC 의사록(8/17 오전 3시), 미국 7월 CB경기선행지수(8/17 오후 11시)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NH투자증권(005940)은 내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530~266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11일 2591.26로 마감했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의 실적 향상은 긍정적이지만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중 갈등, 미국 물가의 재상승 등의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며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빅토리콘텐츠는 17일 상장합니다. 사이버 보안 전문기업 시큐레터도 코스닥 입성을 위한 일반 청약을 진행합니다. 청약일은 오는 15~16일 양일간입니다. 오는 18일에는 워싱턴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합니다. 한국은행은 오는 17일 수출입 물가지표를 발표합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가 석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을지 주목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 정보도 얻고 재미도 챙기고…채용업계, 동영상 소통이 '대세'
-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채용업계가 동영상을 통해 구직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재미있는 콘텐츠까지 선보이면서 동영상에 익숙한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한 구직자들의 관심을 얻는 모습이다. (사진=진학사 캐치)◇연봉 액수·퇴사자 솔직한 인터뷰 등 제공해 MZ ‘관심’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취업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캐치TV’가 최근 구독자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캐치TV’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 핵심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게릴라 인터뷰’, ‘회식합시다’ 등 자체 제작 콘텐츠부터 ‘캐치가 한다’, ‘면접 봅시다’ 등 콘텐츠도 다양하다.캐치TV는 2017년 채널 개설 이후 1만개 이상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지금까지 기록한 누적 조회수는 총 6882만회다. 연봉 액수, 퇴사자의 솔직한 인터뷰 등 구직자 시각에서 핵심 정보를 제공한 게 흥행의 비결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특히 최근에는 ‘직장인 현실 연봉’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수도권부터 지방까지 회사 밀집 지역을 돌며 직장인들의 연봉을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그중 안산 시화공단 편은 4개월 만에 조회수 370만 회를 기록했다.알바몬은 기업 소개 영상 서비스 ‘기업PLAY’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20년 출시해 현재까지 커피전문점 등 외식·음료와 매장관리·판매 업종 기업 등의 소개 영상 7400건이 올라와 있다. 동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은 보다 쉽고 재미있게 관심 기업정보를 접할 수 있고, 기업에게는 동영상을 활용한 홍보 효과가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이 외에도 알바몬은 MZ세대 구직자들의 성향과 요구에 맞춘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영상 이력서’ 서비스는 이력서 내에 영상을 첨부해 자신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개인 회원들이 공개한 동영상 이력서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알바 브이로그’ 서비스도 있다. 동영상 이력서를 공개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일자리를 제안받을 수 있다. 현재 바리스타의 라떼 아트와 영어 자기소개 영상 등 530여 건 이상의 동영상 이력서가 등록돼 있다.알바몬을 운영하는 잡코리아 역시 ‘잡코리아TV’를 통해 △취업 컨설팅 전문가가 전하는 구직자를 위한 면접·이력서 작성에 대한 ‘꿀팁’ 소개 △실무자가 전하는 직무소개 콘텐츠 △업계 트렌드나 해당 기업의 최근 사업 방향 등을 전하는 기업분석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인물부터 이슈·강소기업 소개까지 다양한 정보 제공사람인은 현재 공식 유튜브를 포함해 4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먼저, 구직자 대상으로는 비교적 최근 오픈한 ‘사피스’와 ‘404오피스’ 채널이 있다. ‘사피스’는 사람에 집중한 콘셉트로, 취업과 이직 등 커리어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업계 전문가나 유명 인사의 인터뷰와, 정체를 숨긴 주인공의 단편적인 단서로 직업을 추리하는 콘텐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공개한 화제의 인물 에버랜드 ‘소울리스좌’ 인터뷰 영상은 조회수 10만회를 넘기도 했다.‘404오피스’는 구직자들에게 보다 친근히 다가가고자 대부분의 콘텐츠를 2D 캐릭터 ‘버츄얼 유튜버’가 진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슈를 짚어보는 흥미성 콘텐츠부터 각 직업 전문가, 이색 이력을 가진 인물과의 심도 깊은 인터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특히, 주 1~2회씩 개인이 만나기 어려운 업계 전문가나 유망 기업 담당자와의 라이브 웨비나를 실시한다. 인사담당자 대상으로는 사람인 HR연구소가 인사담당자들의 자기 계발,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매달 HR 전문가가 연사로 나서는 웨비나가 이어지며, 사람인 HR연구소가 운영하는 ‘더플랩’ 유튜브 채널에는 인사관리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국내외 인사담당자들의 경험과 방법론을 담은 영상들이 준비돼 있다. 인크루트도 구직자에게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강소기업을 소개하는 콘텐츠 위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채널에서는 국내 기업의 채용 계획과 동향을 정기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고, 면접 팁·자소서 잘 쓰는 법 등 구직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MZ세대 회원들이 좋아할 만한 밸런스게임, 랭킹 톱, 플레이리스트 등 트렌디한 내용의 콘텐츠도 제작했다.기업회원을 대상으로 한 ‘토크인’ 역시 텍스트 이외에 영상 콘텐츠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토크인은 기업 현직자가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과 회사소개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콘텐츠이다.업계 관계자는 “영상에 익숙한 MZ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동영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면접이나 직무 경험이 없는 구직자들 역시 간접적으로 트레이닝을 할 수 있어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영상)이수정 "정유정 살인, 코로나 격리가 영향 미쳐" [신율의 이슈메이커]
-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5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정유정의 5년 간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 기간 사회화 과정이 결핍됐다고 가정했을 경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환경 속 고립과 단절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후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한 행위를 해 종결되는 케이스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사회적 구성원일 경우 비대면 환경에서의 일시적 어려움도 네트워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반면, 반대 경우에는 온라인 등 제약이 없는 무법지대에서 반사회적 정보에 지속 노출될 때 이들은 제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진다는 것이다.이런 면에서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을 ‘N번방’ 등 성범죄나 랜덤채팅을 통한 마약거래 등과 같은 디지털 범죄의 연장선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비대면 사회 후 전 세계적으로 무동기 범죄나 무차별 살인사건들이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이 교수는 정유정이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유정 사건처럼 1인에 의한 살인은 존재했었다”며 “수많은 CCTV 영상을 보더라도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은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살인을 저지른 후 행적이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성과는 다르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 교수는 “CCTV 속 모습을 보면 살인 후에도 전혀 경계심이 없는 모습은 냉혈한 같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보인다”면서도 “살인까지 치밀하게 계획한 것과 달리 살해 이후 생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존하기 어려운 특성이 동시 드러난다”고 했다.여죄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했을 때 (정유정에게)그런 능력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추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수정 교수가 출연한 ‘신율의 이슈메이커’ 본방송은 오는 8일(목) 오후 1시에 케이블, 스카이라이프, IPTV 이데일리TV 채널에서 방영된다.※전체 내용은 동영상과 대담 전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보도시 프로그램명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5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했다. (사진=이데일리TV)▷이혜라: 오늘은 범죄심리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율: 정유정이라는 젊은 여성이 같은 또래 여성에게 끔찍한 행동을 했고. 두 번째는 그 방식에 있어서 온라인상에서 소위 말하는 접촉을 해서 대상자를 물색했다는 것들인데. 어떤 변호사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경험칙상 왜소한 체구의 여성이 같은 또래 여성을 제압해서 살해하고 시체를 시신을 훼손하고 이러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범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이수정: 충분히 합리적으로 제기할 만한 그런 의심입니다. 더군다나 피의자가 초기에 경찰 수사 초기에 누군가가 나한테 시켰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공범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아마 수사 초기부터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문제는 공범이 없어도 1인에 의해서 살인이 일어난 적이 우리나라에 존재하죠.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고유정 사건이고요. 이름도 비슷해 고유정과 정유정을 비교하는 코멘트들이 많이 있는데요. 물론 두 사람의 범행 동기나 이런 것들은 현저히 다릅니다만. 어떤 순간에 본인의 사력을 다해서 반사회적인 행위를 해서 목숨을 잃게 한 후 시신을 훼손, 유기하는 그런 사건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사실 아니에요. 이번 사건도 사실은 이 사람이 여러 가지 장면이 CCTV에 잡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CCTV에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조력자가 있을 개연성 그런 포인트가 어디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있느냐 봤을 때 사실은 전혀 남아 있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지금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서 조력을 받았을 거라는 가설은 사실 성립하기가 현재로는 어렵습니다. ▷이혜라: 정유정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 발언을 했잖아요. 지금 근데 보면 과외 앱에 가입을 하고, 교복까지 구입을 한 후 살인한 과정 자체가 그래도 어느 정도 지금 계획이 있었다고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사실 영화를 보고 따라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 부분에서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부족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이유는 그 영화상에서는 사실 피해자가 연고가 없고 다른 상황인 것 같거든요.▶이수정: 조금은 다른 상황이죠. 영화의 경우에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신분이 필요해서 실제로 그런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요. 고전적인 방식의 범죄 사건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범죄의 연장선상에서 해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혜라: 새로운 유형의 사건이라는 말씀이신가요.▶이수정: 그러니까 이제 디지털 범죄라는 게 최근에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성범죄라고 하면 신체적 접촉이 있어야만 성범죄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늘날은 전혀 신체적 접촉이 없이도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보니까. ▷신율: N번방 사건 같은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이수정: 그게 어떤 매커니즘에 의해서 발생하느냐 하는 것을 최근의 추세로 볼 필요가 있고요. 그런 사건을 보면 거의 대부분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 비면식 관계입니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대화의 과정 중에 그루밍을 하고 피해자를 물색하고 이런 일들이 최근에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요. 심지어는 마약 거래까지 사람을 실제로 대면 접촉하지 않고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보니까 이번에도 보면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과외 앱이라는 곳에서 피해자를 물색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도 피해자 타입에 대한 아마 본인만의 기준이 있었을 것이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아마 틀림없이 생각을 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목표물로 삼아서 살해하는 것까지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의심을 하지 않도록 학부형인 것처럼 접근을 해서 대화를 한 다음에 우리 집 아이를 보내겠다 한 다음에 결국은 중고 교복까지 구매를 해서 갔다는 거잖아요. 아마도 그 과정 중에 미리 흉기를 준비한 것까지는 사전에 미리 여러 번 머릿속으로 아마 가상적으로 한번 생각을 해보고 연습도 해보고 그래서 결국에는 살인에 이르기까지는 했는데. 이 사람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아마 살인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살해한 이후에 생각은 그리 많이 해봤던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일단 살해해놓고 보니까 본인이 가지고 간 흉기로는 시신이 훼손이 안 되기 때문에 흉기를 새로 구매한다거나, 그래서 구매하는 마트 CCTV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촬영이 돼 있는 이런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실 거의 현행범이다시피 해서 검거가 된 거거든요.▷이혜라: 살인을 계획했다면 살해한 이후에 그 과정까지도 생각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요?▶이수정: 그렇죠. 일반적인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이나 이런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 어떻게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완전 범죄로 만들 거냐 하는 것까지 다 생각을 해서 사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거든요. ▷이혜라: 근데 왜 안 했을까요.▶이수정: 왜 안 했느냐는 대목이 제가 보기에는 이 사건이 심리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살인 사건으로는 안 보인다는 겁니다.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이 있기는 있어요, 이 사람한테. 왜냐하면 살해하고 난 다음에 시신을 훼손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길거리에 있는 CCTV에 다 잡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이제 가방을 집에 가서 가지고 오는 과정에서 찍힌 그 비디오 영상을 보면 전형적인 살인범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요. 아무리 범죄자라도 누군가를 죽이고 나면 굉장히 공포스럽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CCTV의 위치 같은 걸 다 확인을 하면서, 굉장히 경계심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 이 사람은 찍힌 영상을 보면 전혀 경계심이 없어요. 이와 같이 경계심이 없는 모습이 사실은 냉혈한 같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이긴 해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이라고도 해석해 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냐고 판단하기에는 그 이후에 시신을 훼손해서 유기하는 과정은 너무 신경을 안 쓴 듯한 심지어 시신을 가방 안에 넣고 혈흔이 있는 증거물을 택시를 불러서 타고간다는 건 상상하기가 무척 어렵잖아요 일반인들은. 그렇기 때문에 과정을 보면 뭔가 발달이, 좀 성숙이 덜 된 듯한.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듯한 이런 모습이 있어서 이게 결국은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고립된 결과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신율: 제가 한 가지 여쭤볼게요. 사이코패스라고 가정을 했을 때요. 이 사람이 유가족한테 죄송하고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 사이코패스라면 그러한 언급의 진실성은 전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한 거 아닌가요?▶이수정: 그렇죠. 눈물도 없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코멘트다. 죄의식이 없다. 이렇게 판단을 해야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이 사람이 그럼 전형적인 인물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지금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는 거죠. 일반적인 사이코패스들은 꽤 외향적인 면도 있다고 보거든요. 사회적인 상황을 즐기기도 하고요. 피해자를 쉽게 유인해서 희생양을 만드는 기술들이 발달을 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지금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를 유인할 만한 능력 자체가 안 되는 측면들이 있어서. 그러면 이건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거냐 하는 부분에서, 현재로서는 이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지금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냥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했다는 거 말고는 사실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는 않고 있어서 서로 공존하기 힘든 이런 특성들이 왜 이 사람에게는 함께 존재하느냐가 설명이 아직은 안 되는 거죠.▷이혜라: 이전에도 이러한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나 아니면 사이코패스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동물 학대를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좀 발현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거든요. 이런 것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이수정: 지금 이 사람은 철저하게 문제를 자신의 부적응을 내면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내면화하는 사람들은 문제 행동을 바깥으로 표출을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요.▷신율: 부적응을 내면화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이수정: 성격적인 문제를 내면화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해코지 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훨씬 위험한 행위를 하죠.▷이혜라: 자해를 한다거나요.▶이수정: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문제를 외연화하고 이런 사람들은 보통 타인에게 해코지를 하고 공격 행위를 해서 보통 전과가 사소한 것들부터 누적이 많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은 전혀 전과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어떤 부작용이 틀림없이 존재하는데. 그럼 이 사람은 도대체 그런 부적응을 어떻게 지금까지 꾸역꾸역 누적시키시켜왔는가, 이런 부분이 사실은 포렌식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인증이 돼야 할 거예요. 지난 5년 동안 이 사람이 뭘 했는지 누구도 지금 정확히는 잘 몰라요.▷신율: 아까 이 기자가 얘기한 것처럼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데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을 것 아니에요▶이수정: 그럴 수 있죠. 여죄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데 이번에도 보시면 이 사람이 그러면 완벽하게 여죄를 저지르고 은폐할 능력이 있느냐... 능력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범죄를 저지를 때 그런데 그런 능력이 있었을 걸로는 추정되지 않습니다.▷이혜라: 근데 그 고립된 시기가 마침 또 코로나 이슈가 있었던 때잖아요. 은둔형 외톨이 범죄 증가 가능성도 언급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이수정: 네. 은둔형 외톨이. 그러니까 5년 동안 비사회화 기간을 우리나라만 거친 게 아니잖아요. 외국의 경우에도 사실 비대면 기간이 우리나라보다 짧지만 1년을 시행한 나라도 있고 6개월만 하고 학교는 무조건 와라... 유럽의 일부 국가는 아이들을 청소년기에 너무 비대면을 오래 하면 아이들의 사회화가 결핍되니까 무조건 나오라고, 감염에 노출이 되더라도. 그런 나라들도 있고 다양한 국가들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나라든 지금 이 시점에 제일 크게 문제가 되는 건 ‘묻지마 살인’.▷신율: 일본도 최근 묻지마 범죄 일어났죠. ▶이수정: 우리나라도 지금 일어난 거나 진배 없죠. 또 미국이나 이런 데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굉장히 많이 지금 일어나는 추세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비대면이라는 게,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인터랙션을 하지 않는다는 게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초래하게 되는지 하는 것을 지금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와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신율: 그런데 우리가 히키코모리라고 얘기를 하는 게 코로나 이전부터 단어가 존재하듯이. 근데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아직 들어보지 못했거든요.▶이수정: 일본의 경우에 이제 총리를 살해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타입들이 전형적인 타입인 겁니다. 그니까 일종의 오프라인에서 부적응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덮쳐서 모든 사회적 기회를 다 잃어버리게 되면. 그러면 온라인에서 언제나 친사회적인 콘텐츠에만 우리가 노출돼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안에 어떤 정보에 노출되느냐가 한 사람의 어떤 사회, 세계관을 바꾸게 되는 거죠. 만약에 그 콘텐츠가 이제 매일 범죄 사건을 보고 매일 누군가를 죽이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받는 이런 콘텐츠에 장기적으로 노출이 되면 사회적으로 격리된 부작용이 반사회적인 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이 상당히 높아지겠죠.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구나 하는. 이런 정보가 전달되면서 그럼 그 다음에는 이제 개인이 선택을 하는 거예요. 일반적인 사회화가 된 사람들은 이런 짓을 내가 만약에 했다면 당장 현장에서 그야말로 나머지 인생을 전부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하죠. 왜냐하면 사법제도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를 하기 때문에, CCTV도 세상에 널려 있기 때문에 완전 범죄를 만드는 게 굉장히 생각보다 어렵다고 생각해서요. 사회적 불만이 있는 사람이야 많이 있겠죠. 근데 그것을 바깥으로 발현하는 순간에 내 인생도 같이 날아가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친사회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만약에 어떤 사람이 사회화가 덜 된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자신의 입장만 중요하고 자기의 욕구 충족만이 해소해야 되는 유일한 인생의 목표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 불만을 밖으로 표현을 해서 해소를 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바깥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이번처럼 있다고 치면 그러면 지금 가방을 들고 길을 굉장히 신나게 걸어가는 그 모습이 나오는 겁니다. 사방에 CCTV가 있는데 택시에 보면 블랙박스가 있는데 심지어는 시신을 그 택시를 타고 옮길 생각까지 가게 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예요.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친사회적이지 못한 구성원에게 반사회적인 정보가 계속 제공될 때 그다음에 그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할지를 사실은 고민을 해야 되는 시대가 됐다. 은둔형 외톨이가 모두 지금 이런 끔찍한 범죄에 이르는 건 절대 아니에요. 여전히 친사회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으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좀 어려움이 있다 보니까 외톨이 생활을 일시적으로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고 어린 시절부터 혼자 지내고 아무도 부모님이 양육을 제대로 안 해줬고 학교에서도 부족한 상태로 맨날 엎드려서 자는데 굳이 학교에서 얘를 친사회적인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 교육도 제대로 집행이 안되고. 방과 후에 내내내 집에 혼자 있어야 되고 어찌 저찌하여 중학교 졸업장은 따님 땄는데 의무 교육이니까. 그 다음부터 만약에 제대로 된 어떤 사회화의 과정이 결핍됐다면 그 다음에 이 사람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 무엇을 할까요? 그 사람에게도 24시간 365일로 똑같이 있는데. 그런데 사이버 공간 안에 무슨 경찰이 있습니까. 무슨 사법 제도가 있습니까. 다크앱으로 몇 번만 클릭해서는 얼마든지 랜덤 채팅 앱을 통해가지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데. 마약 거래의 죄의식이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마약 거래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해지는 이유는 그게 왜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기 때문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성을 사고파는 일도 얼마든지 온라인에서 쉽게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럼 그런 종류의 문제들을 또 보면서 이게 정말 잘못됐으니 내가 복수를 해야 되겠다. 아니면 나도 저렇게 쉽게 불법적인 일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모험처럼. 이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법이 지금 현재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사회 이후에 이런 정말 ‘무동기 범죄’, 무차별적인 살인 사건 이런 것들로 각 국가마다 다 몸살을 앓고 아마 있을 거예요.▷신율: 사이코패스 범죄하고는 좀 차이가 있는 거네요?▶이수정: 사이코패스였던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 똑같은 비대면 상황이 이들에게는 더 가혹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미 친사회적인 네트워크가 있는 여러분들 같은 경우에. 당장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아마 저 같은 경우는 배우자에게 얘기하거나 가족과 토론을 할 겁니다. 근데 만약에 귀가를 해도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되는 상황이라고 하면 그러면 그 얘기를 어디다가 호소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에 자살 영상을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이 찍어놓고 사망한 사건도 있었잖아요. 결국은 그런 식으로밖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면 온라인에서. 그 사람들의 문제가 해소가 안 된 채 결국에는 자기에게 위험한 행위를 하든, 타인에게 위험한 행위를 하든 그렇게 해서 종결되는 케이스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겠죠.▷신율: 코로나의 격리가 남긴 흔적들이 굉장히 깊네요.▶이수정: 그렇죠. 그러니까 멀쩡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도 어떤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방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격리였겠지만. 문제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 사회적인 관계의 단절이 정말 최악의 결과를 지금 산출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이혜라: 범죄자 신상 공개 관련해서, 일단은 신상 공개에 따른 범죄 예방이 되는지 좀 체감하기가 어려워서요. 어떻게 보십니까?▶이수정: 신상을 감추어주는 것이 가지는 효과는 무엇이냐부터 먼저 생각을 해야 되겠죠. 인권보호라는 취지로 이제 신상을 가려주잖아요. 누구를 끔찍하게 죽여도 얼굴을 다 가려주고 신원을 오픈하지 않고. 문제는 그 사람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자에게도 인권 보호인지 한번 생각해 필요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또는 억울하게 성폭행을 당한. 이번에 돌려차기 사건도 있었잖아요. 그 피해자는 정말 정말로 억울하겠죠. 심지어 성폭행을 당했는데 1심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성폭행 피해조차 인정을 못 받은 채 겨우 항소심에서야 강간 등 혐의가 추가된 거잖아요. 억울한 피해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대체 그 (피의자의) 신분을 왜 인권 보호라는 이유로 감춰주느냐 하는 불만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결국은 국가기관이 하지 못한 신상 공개를 어떤 유튜버가 지금 온라인상에다가 다 까발린 거잖아요.그러니까 결국에는 이 대목이 이제 우리 사회가 피의자의 나쁜 짓을 한 증거가 명확한, 이런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수용하는 경계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컨대 증거가 분명한 이런 나쁜 짓을 한 강력 사건의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용인하지 않는, 그런 톨러런스 수준을 이제는 굉장히 민감하게 지역사회에서 대응하고 있다. 지금 조두순 집 앞에서도 시위하고. 이제 더 이상 수용 못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어떤 사회적 규범이라는 건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변화하는 거다. 신상 공개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신상을 가려주는 거를 기본 모듈로 할 게 아니라 일단 어떤 요건이 충족이 되고 증거가 분명하게 있고 번복의 여지가 없는 사건의 경우에는 무조건 신상을 오픈을 하고 신상을 가려줘야 되는 사람을 찾는 게 앞으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제도가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대한상의, 11개 태도국 정상 만찬…해양수산·재생에너지 논의
-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 28일 그랜드워커힐서울 애스턴하우스에서 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들을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한.태도국 간 첫 정상회의 개최를 축하하는 한편, 해양수산·재생에너지 문제 등 태도국의 실질적 수요에 기반을 둔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자리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이날 만찬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의장국인 쿡제도의 테파에루 헤르만 외교차관을 비롯해 빌리아메 가보카 피지 부총리,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 카우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 타네티 마마우 키리바시 대통령 등 11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갑 롯데지주 부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이 자리했다.태도국은 태평양 중·서부, 남태평양에 위치한 14개국을 이르는 말로, 인구와 경제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략적 가치가 최근 새롭게 평가받으며 주요국 간 외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태도국이 보유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전 세계의 14%로,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과 심해저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3대 교역 항로 중 하나인 태평양 항로 중간에 있어 국제 해상항로 요충지로 잘 알려졌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이 태평양도서국 정상,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대한상의는 이번 정상회의에 맞춰 솔루션 플랫폼 ‘웨이브’에 ‘태평양 도서국 국가관’을 열었다. 지난 3월 오픈한 웨이브는 집단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켜 실행하는 자발적 솔루션 플랫폼으로, 태도국 국가관 개설 후 열흘간 1만여개의 응원 글이 달렸다. 통가 화산폭발, 사모아 비만, 피지 식수 염류화 등 국가별 이슈를 넘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국가소멸, 산호초 파괴, 사이클론 등 태도국 공통 문제도 공유됐다. 김성인 전 주피지 대사, 39만 구독채널을 운영 중인 헬스장 유튜버 션(안시현) 등의 영상 90여편도 올라왔다. 김 전 대사는 영상을 통해 “피지 조선소 부활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한국의 조선기술이 함께하려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태도국 국가관 개설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전체 지구촌 국가관을 온라인상에 짓는다는 계획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태도국은 인구나 국토는 작지만 광활한 배타적 경제수역 규모를 토대로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국가들”이라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후변화, 해양수산,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여보세력 나야 거기 잘 오르니"...임창정, 발끈했지만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사태’ 관련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가수 임창정 씨 노래를 개사해 패러디한 유튜버가 소속사의 법적 조치 경고에 “특정인에 대해 비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유튜버 음봉준은 3일 YTN을 통해 “이번 사안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다양한 풍자를 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이어 “이번 콘텐츠 또한 한국 증시 사상 최악의 주가 조작 사태와 관련해 언론 등을 통해 접한 정보를 토대로 개사해서 부른 것뿐”이라며 “영상에서도 ‘임창정 씨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앞서 이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는 “여보세력 나야 거기 잘 오르니”, “내가 저지른 작전”, “세력과 함께 춤을” 등 임 씨의 대표곡들을 주가 조작 관련 내용으로 개사한 노래가 담겼다.이에 임 씨 소속사 예스아이엠 엔터테인먼트는 메일을 통해 “귀하가 게시한 내용은 실제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으로서 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만약 본 게시물에 대해 즉시 삭제, 철회, 수정 등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해 방지를 위한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등 엄중한 사법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경고했다.해당 유튜버는 “영상 삭제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소시에테제네랄(SG), 가수 임창정 씨(사진=로이터, 이데일리)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 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면서 폭락한 8개 종목은 ‘임창정 관련주’라 불리며 일종의 ‘밈(meme)’ 주식화되고 있다.지난달 28일 연일 급락하던 8개 종목이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는데, ‘개미’ 투자자들이 급락세를 기회 삼아 이들 종목을 사들였고 반대 매매로 신용거래 물량이 대거 청산된 점도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이 가운데 검찰·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라덕연(42)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 일당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라 대표는 투자자들의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받아서 거래한 건 맞지만 주가조작 세력이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사고파는 ‘통정거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과거 투자 설명회에서 “제가 지휘의 흔적은 남기지 않는다. 그렇게 다 세팅을 해놨다”라고 말하는 등 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 한 정황이 잇따라 공개됐다.라 대표에게 30억 원을 투자한 임 씨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라 대표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너 잘하고 있다”라는 등 일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영상이 공개됐다. 임 씨는 행사 참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게스트 자격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임 씨뿐만 아니라 가수 박혜경 씨와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H사에 투자금과 거래 판단을 맡겼으며, 피해자 100여 명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1000억 원을 웃돈다.그러나 이들이 투자를 일임하면서 통정거래 방식 등 불법 행위를 동원한 사실을 알았거나 주위에 투자를 권유했다면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수사팀은 투자자들이 라 대표와 단순히 투자일임 계약을 맺었는지,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넘기면서 통정거래 등 시세조종 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알았는지 등도 살필 전망이다.
- [목멱칼럼]SNS에 판치는 자칭 닥터둠에게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특히 한국 경제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시장이 다양한 해외 여건에 이리저리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 경제와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경제와 시장은 예측해야 한다. 시장의 방향성을 알아야 가계와 기업이 지출과 수입 계획을 세우고, 정부도 경제정책의 기조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예측이 크게 잘못된다면, 감당하지 못하는 버블을 만들거나 과도한 침체를 유발해 경제와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장 전망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금이 우리가 계속 수성(守城)을 해야 할지 아니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위기 이후 3년이 넘어섰다. 경기동행지수로만 본다면, 한국 경제는 2020년 5월을 바닥을 찍었고, 이후 2022년 10월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그동안 경제 상황이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민간이든 정부든 수성에 치중했다. 이제 국면은 바뀌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 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경기 흐름이 어떨지 궁금해한다.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성(城)안에 머물러야 하는지, 아니면 성문을 뒤로하고 뛰쳐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지는 몰라도 갑자기 새로운 자칭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떼로 등장하면서,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도 극단적으로 낙관적이고 극단적으로 비관적이다. 가운데는 별로 없다.지난 1월18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2023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자료=현대경제연구원)그런데, 여기서 한국 경제에 대해 극단적 비관론을 견지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우려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유튜브 등과 같은 SNS에서 유독 이러한 비관론들이 많다. 그 콘텐츠들의 섬네일을 보면 ‘경제 위기’, ‘부동산 시장 폭락’, ‘대공황’ 등의 자극적 용어들이 판을 친다. 그 시장은 하도 많은 유튜버들이 활동해 일부 채널을 제외하고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레드오션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장된 행태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고 조회 수(수익)를 늘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겠거니 하고 이해는 간다. 그러나 다른 사회적 이슈는 모르겠으나, 경제 이슈에 관해서는 보다 중립적인 콘텐츠가 많았으면 한다. 흔히 자칭 경제평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까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어그로(aggro)를 끄는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분들의 말대로 금융 위기가 오고 부동산 시장이 대폭락하고 한국 경제가 대공황에 빠지면서, 굴지의 기업들이 파산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단군 이래 최대의 시련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우연들이 정교한 타이밍으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에 자체적인 복원력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예측이 맞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자본 시장에서 다 철수했어야 하고, 주가는 이미 1000포인트 아래로 폭락했어야 하고, 이미 많은 기업들의 파산 소식이 들려야 한다. 과연 그분들한테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러한 콘텐츠를 볼까. 나아가 그분들의 예언(?)대로 경제와 시장이 망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그때 그분들은 어떤 변명을 할까? 한국 경제는 럭비공 같아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실제 그 사람들의 예측대로 시장에 빙하기가 닥치면서 한국 경제가 ‘멸종’될 수도 있다. 절대 그 예측이 맞고 틀리고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짧은 연구 경험이지만, 필자가 그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독선을 가지고 시장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항상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점이다.
- [법조프리즘]변호사의 가장 큰 덕목은 '성실성'
-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변호사가 돈이 궁하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인데, 변호사로서 듣기 마냥 달갑지는 않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법을 잘못 휘두르면 참담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로스쿨 도입 이후로 매년 1500명 가까이 변호사가 배출되며, 변호사 시장은 과포화된 지 오래다. 법률시장 수요는 20년 전과 다를 바 없는데, 공급만 늘어나다보니 경쟁은 심해지고, 어떻게든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변호사들은 광고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하철 3호선 교대역 근처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변호사 광고판이 줄 지어 붙어있고, 포털 사이트에는 마케팅 업체에 돈을 주고 관리를 맡기는 변호사 홍보 블로그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유튜브 등 SNS가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며 ‘유튜버’로 활동하는 변호사들도 늘어났다. 모든 분야가 무한 경쟁 시대에 있는 요즘, 마케팅과 홍보에 힘을 쏟는 것을 비난하거나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인지도와 실력이 언제나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맛집’을 힘들게 찾았지만 입소문에 비해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던 것처럼 인지도나 명성에 비해 실상은 변호사로서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물론 변호사 실력의 평가는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성실성’이다. 4년 정도 변호사 진정 사건을 심의하는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변호사가 변호사법을 위반하거나 변호사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진정이 들어오면 사안을 검토해 해당 변호사를 징계절차에 넘길지 여부를 심의하는 역할이었다. 접수된 진정 사유로는 ‘불성실 변론’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괜한 트집을 잡아 수임료를 반환받으려는 무고성 진정이나 악성 진정도 많았지만 개중에는 변호사 자격증이 아까울 정도로 문제 있는 변호사들도 있었다. 착수금만 받아놓고 의뢰인 연락을 받지 않거나 당연히 제출해야 할 서류도 제출하지 않는 변호사들이 그런경우다. 나름의 이유나 사연이 소명된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는 건 기간이나 횟수를 놓치는 행위다. 개인 간의 약속이라면 하루 이틀 기간을 미루거나 혹여 어긴다고 해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법률에서 정해둔 기간과 횟수를 다루는 변호사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를 지켜야 한다. 앞서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성실성’이라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핸드폰 캘린더에는 사건 별로 체크해야 할 기간이 빼곡하고, 재판 가던 길에 뒷 차에 받히는 접촉사고가 났는데도 대강 수습하고 재판에 늦지 않게 뛰어간 적도, 서면 제출기간을 맞추기 위해 할머니 장례식 구석에 앉아 워드 작업을 해야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까지 했던 건 내가 특별히 직업의식이 투철해서라기보다는 변호사의 숙명이자 기본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반면 종종 이름이 알려진 변호사들의 불성실 변론 사례를 보고 들을 때면 자괴감이 느껴진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일들 말고도 거액으로 사건을 수임해놓고도 재판을 반복적으로 연기하거나, 한 두장 정도의 성의 없는 서면을 제출하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변호사로서 낯 부끄럽기도 하고, 세상에는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변호사들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행동 때문에 변호사 직군 전체가 돈만 받고 일 안하는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화도 난다. 안타까운 건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이제는 인지도가 곧 돈이자 권력이 된 세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배고픈 선비’보단 ‘유명한 빈 수레’가 낫다는 판단에 사람들은 과도하게 마케팅으로 포장하고, 자극적인 언행과 행동도 조회 수를 늘리고 이슈몰이가 된다면 서슴지 않는다. 변호사 시장 역시 앞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수록 실력이나 본분 보다는 이름 알리는 데 힘쓰는데 열중하는 변호사들도 많아지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보는 의뢰인들이 생길지 모른다.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또 본분을 다하는 변호사들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변호사 업계의 엄정한 자정 노력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