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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공식화' 나훈아 "서운해할 때 떠나려…건강문제 때문 아냐"[종합]
- [인천=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마이크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수 나훈아가 은퇴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27일 오후 3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전국투어 콘서트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 첫 공연 현장에서다. 나훈아는 “앞으로 피아노 앞에도 앉지 않고, 기타도 잡지 않겠다”고 밝혔다. ◇편지글로 ‘마지막 콘서트’ 깜짝 발표나훈아는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뒤 ‘고향역’, ‘영영’, ‘무시로’, ‘갈무리’, ‘잡초’ 등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트롯 황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06년 진행한 공연을 끝으로 긴 시간 활동을 중단한 나훈아는 공백기를 보내던 와중에 조직폭력배에 의해 신체중요부위가 훼손됐다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이에 나훈아는 2008년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해명에 나선 뒤 다시 칩거 생활을 했다. 나훈아는 2017년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내며 다시 가요계로 복귀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9월 KBS와 손잡고 진행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여전한 저력과 스타성을 과시했다. 그 이후로도 나훈아는 매년 콘서트를 전개하며 왕성한 행보를 이어왔고 음반 활동도 꾸준히 펼쳤다.이 가운데 나훈아는 지난 2월 이번 전국투어가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예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훈아는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편지글을 통해 “한발 또 한발 걸어온 길이 반백 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다”면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며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에 (콘서트명인)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다”고 했다. 나훈아는 편지글 말미에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라는 글을 덧붙였다. 다만 콘서트 활동만 그만두는 것인지, 가요계를 아예 떠나는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샀다.◇팬들 “은퇴한다니 아쉽고 눈물 나”이 가운데 막이 오른 전국투어 첫 공연 장소인 송도컨벤시아 앞은 나훈아를 보기 위한 인파로 붐볐다. 앞서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고, 온라인상에서는 웃돈을 붙여 파는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팬들은 공연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고, 현장 판매되는 음반을 구매하며 들뜬 모습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나훈아가 노래하는 모습을 더 오래 보고 싶은데 은퇴한다니 너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에 거주한다는 70대 여성 팬 배임순 씨는 “오는 길에 나훈아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나더라. 은퇴를 한다고 하니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훈아는 남진과 함께 우리 시대의 최고 인기 가수였다”며 “노래를 참 잘 부르는 가수가 떠난다고 하니 아쉽다”고 덧붙였다.서울에서 왔다는 40대 남성 팬 우모 씨는 “트롯 열풍이 분 이후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봤는데 나훈아 선생님만한 가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도 본 적이 있는데 20여곡을 논스톱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며 ‘신의 경지’에 있다는 생각도 했다” 면서 “그런 분이 은퇴를 선언하셔서 섭섭하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고 했다.은퇴 선언을 번복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경기 분당에 거주한다는 70대 김연숙 씨는 “작사, 작곡까지 가능한 예술가인 만큼, 능력과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훗날 은퇴를 번복하고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나훈아 “서운해할 때 마이크 내려놓으려”나훈아의 은퇴 의지는 확고했다. 이날 나훈아는 “인천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렇기에 무대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공연을 무조건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고향역’, ‘체인지’, ‘홍시’, ‘영영’, ‘테스형!’, ‘마이웨이’ 등으로 무대를 꾸민 그는 관객과의 소통 시간에 “제가 그만두는 게 섭섭하냐”고 물었다. 객석에서 “네!”라는 답이 나오자 그는 “그래서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힌 나훈아는 “‘가도 괜찮다’, ‘그래 가거라’ 하면서 여러분이 서운해하지 않으면 제 모습이 얼마나 슬프겠나”라고 말을 보탰다.건강 문제 때문에 가수 활동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훈아는 “유튜브를 보니 어떤 점쟁이는 제가 내년에 죽는다고 하고, 또 다른 점쟁이는 내가 아픈 게 보인다고 하던데, 전부 믿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나훈아는 “올해 2월에 피 검사를 포함해 25가지 검사를 했는데 문제 있는 수치가 없어서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나훈아는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냐. 지나가다가 길거리에 맛있는 게 있어도 ‘참자, 먹지 말자’ 하면서 살아 왔다”면서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다. 안 가본 데 가보고, 안 먹어본 거 먹고, 안 본 거 보면서 살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거고, 기타도 만지지 않을 거다. 책은 봐도 글은 쓰지 않을 거고 일기도 안 쓸 것”이라고 했다.앞서 공개한 편지글에서 ‘은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만 적은 이유도 밝혔다. 나훈아는 “은퇴라는 말을 왜 안하냐면, 그 말이 싫어서다. 꼭 밀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라면서 “전 아직 할 수 있다. (할 수 있음에도 관두는 것이기에) 그래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아울러 나훈아는 “‘연예계에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곡이라도 써서 누구 줄까’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 후배 가수들을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가사나 곡을 써서 줄 수 없다.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잘 모른다. 유튜브에 나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라고도 밝혔다.나훈아는 이날 오후 7시 30분과 28일 오후 3시에 인천 공연을 추가로 연다. 이후 5월 11일 청주 문화체육관, 5월 18일 울산 동천체육관, 6월 1일 창원 창원체육관, 6월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6월 22일 원주 원주종합체육관, 7월 6일 전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투어 일정을 이어간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공개 예정이다.
- 나훈아, 은퇴 공식화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것"
- [인천=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전국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가수 나훈아가 은퇴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나훈아는 27일 오후 3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 인천 공연을 개최했다.앞서 나훈아는 지난 2월 이번 전국투어가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예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만 콘서트 활동만 그만두는 것인지, 가요계를 아예 떠나는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샀다.이 가운데 진행한 전국투어 첫 공연에서 나훈아는 관객을 향해 “제가 그만두는 게 섭섭하냐”고 물었다. 객석에서 “네!”라는 답이 나오자 그는 “그래서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다.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힌 나훈아는 “‘가도 괜찮다’, ‘그래 가거라’ 하면서 여러분이 서운해하지 않으면 제 모습이 얼마나 슬프겠나”라고 말을 보탰다.건강 문제 때문에 가수 활동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나훈아는 “유튜브를 보니 어떤 점쟁이는 제가 내년에 죽는다고 하고, 또 다른 점쟁이는 내가 아픈 게 보인다고 하던데, 전부 믿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나훈아는 “올해 2월에 피검사를 포함해 25가지 검사를 했는데 문제 있는 수치가 없어서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부연했다.나훈아는 “앞으로 안 가본 데 가보고, 안 먹어본 거 먹고, 안 본 거 보면서 살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거고, 기타도 만지지 않을 거다. 책은 봐도 글은 쓰지 않을 거고 일기도 안 쓸 것”이라고 했다.앞서 공개한 편지글에서 ‘은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만 적은 이유도 밝혔다. 나훈아는 “은퇴라는 말을 왜 안 하냐면, 그 말이 싫어서다. 꼭 밀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라면서 “전 아직 할 수 있다. (할 수 있음에도 관두는 것이기에) 그래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아울러 나훈아는 “‘연예계에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곡이라도 써서 누구 줄까’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 후배 가수들을 잘 모른다”면서 “유튜브에 나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라고도 밝혔다.나훈아는 이날 오후 7시 30분과 28일 오후 3시에 인천 공연을 추가로 연다. 이후 5월 11일 청주 문화체육관, 5월 18일 울산 동천체육관, 6월 1일 창원 창원체육관, 6월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6월 22일 원주 원주종합체육관, 7월 6일 전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투어 일정을 이어간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공개 예정이다.
- [성장일기] 단백질 과잉 섭취, 아동 비만. 성조숙증 위험 증가
-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우리는 종종 단백질을 ‘건축의 기본 블록’이라고 말 합니다. 특히 단백질은 성장기 아동의 영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강조합니다. 하지만 모든 좋은 것이 과하면 해로울 수 있음이 여기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아동의 경우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비만과 성조숙증과 같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2021년에 LIFE(BASEL)지에 발표된 “The Role of Pediatric Nutrition as a Modifiable Risk Factor for Precocious Puberty(성조숙증에 대한 수정 가능한 위험 요소로서 소아 영양의 역할)” 논문에 따르면,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은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IGF-1)의 분비를 촉진하여, 이는 성호르몬의 생산을 촉진하고 사춘기 발달을 가속화 할 수 있다고 합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높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아동의 사춘기 시작을 평균적으로 0.6년 앞당길 수 있으며, 이는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하고 있습니다. 성조숙증은 여러 가지 심리적,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키가 작아질 수 있으며, 성인이 된 후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논문에 의하면,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소아비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소아비만은 정상 체중의 아동보다 일찍 사춘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성호르몬의 조기 활성화에 기인합니다. 이런 연결 고리는 단백질의 과잉 섭취가 성장호르몬인 IGF-1 수치의 상승과 함께, 체내 지방 조직의 증가에 의한 성호르몬의 조기 활성화로 이어집니다.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이 중요합니다. 단백질은 필수 영양소이지만, 그 섭취는 아동의 연령, 활동 수준, 그리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적절히 조절되어야 합니다.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하루 30~35g의단백질이 필요합니다. 영양사나 소아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아동에게 적합한단백질 섭취량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식습관을 모니터링하고, 고단백 식품의 섭취를 적절히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가공 식품과 패스트푸드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과일, 채소, 통곡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단백질의 적절한 섭취가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합니다. 계란 2알도 자칫 소아비만과 성조숙증과 같은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유인촌 “예술에 좌·우 안돼…낡은 지원구조 새판 짠다”[만났습니다]
- 역시 배우구나,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외벽에 기댄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50년 베테랑 배우답게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근처를 지나던 일부 시민은 가던 길을 멈추고 유 장관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거나,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대담=이데일리 강경록 문화부장, 정리=김미경·장병호 기자] ‘그때 그 사람’. 철 지난 유행가 가사가 아니다. 50여 년 차 배우이자 일흔둘에 다시 두 번째 장관직을 수행 중인 유인촌(7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으로 12년 만에 다시 국정 무대에 섰다.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지난 16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유 장관은 “두 번째 하는 책임감이 있다. 부담이 크다”며 껄껄 웃었다. 유 장관은 공직에 있을 때나 무대에서도 예술 현장과 문화 정책의 간극을 좁히는데 게으른 적이 없다. 현장은 그가 정책적 모호함에 부딪힐 때마다 질문해온 방식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7일 취임 후 200회 넘게 현장을 다녔다. 거의 매일 한 차례 이상 현장을 찾은 것이다. 장관이라는 역할과 문화예술,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진심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족적이다.그의 숙원은 예술인 지원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다. 블랙리스트 사태 역시 결국 지원 문제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유 장관은 지금의 소액·다건·나눠주기식 생계형 지원이 장기적 역량 강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뛰어난 예술인과 작품에 집중지원하는 구조로 새 틀을 짜고 있다. 예술에 좌·우를 나누는 일각의 행태에는 혀를 찼다. 좌파든 우파든 정치적 이념이 들어간 작품은 지원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유 장관은 “내 정무적 감각의 팔 할은 방송연예인노조시절부터 트레이닝(훈련)을 한 덕분이다. 또 문화예술 행정가로 공직활동을 해온 일련의 과정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봉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직업이 장관’이란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대중에겐 TV드라마 ‘전원일기’의 둘째아들 용식이로 더 친숙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두 번째 장관직 수행이라 책임감이 막중하다”면서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올 한 해 열심히 달려보겠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문체부 장관에 임명돼 2년 11개월간 재직하며 역대 최장수 문체부 장관 기록을 세웠다. 당시 재임 시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문화예술계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저작권법과 제도를 정비해 지금의 K-콘텐츠 확산에 대응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두 번째 문화수장으로서 마지막 목표는 현실성 있는 정책 집행과 예산 확보다. 올해 문체부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1.06%인 6조9545억 원에 불과하다. 유 장관은 “영화제 예산, 독립영화 예산 모두 난리다. 출판계도 난리 법석”이라며 “내가 있었으면 안 깎였을 거다. 단순히 깎아서 그렇다. 올해 깎인 예산은 모두 원위치시킬 것”이라고 했다. 요즘 유 장관의 행보를 보면 연소(燃燒)라는 단어와 닮았다. 그저 홀로 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빛과 열을 함께 내는 현상과 딱 들어맞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못하면 바보’. “사람들이 다 그런다. 두 번째 (장관)하는데 얼마나 더 잘 하겠어? 못하면 바보되는 기분이랄까. 하하. 그런 부담이 있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은 만큼 가능한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노오력’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놓자.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마지막으로 물었다. 무대로 돌아갈 건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볼 수 있을까. “(손을 내저으면서) 퇴임하면 바로 자전거 타고 한반도를 ‘ㅁ’(미음)자로 돌아볼 생각이다. 아무 생각 안하고. 바삐 움직이다 보니, 요즘 운동도 못하고 있다. 다리 근육도 다 빠져서 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네”하고 씨익, 웃었다.다음은 유인촌 장관과의 일문일답― 재임 장관이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나△두 번째라 보이는 게 더 많고 해야 할 일도 더 많다. 무대에 있을 때나 현재의 자리에서나 문화 현장에 있다는 사실은 다름이 없다. 항상 문화현장의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았다. 때문에 현장 목소리에 집중한다.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 또한 정책 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직원들과 ‘원팀’이 되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직원들과는 자주 만나려고 한다. 최근에도 직원 토론회를 했고, 24일 취임 6개월 계기 간담회를 갖는다.― 취임 첫 일성이 지원정책의 손질이다. 일각에선 사각지대를 우려한다.△소액·다건의 나눠주기식 지원은 예술계의 정부의존성을 심화하고 장기적인 역량 강화에도 한계가 있다. 2023년 문예기금 창작지원 사업을 보면, 예산 350억원을 1157건으로 쪼개 지급했다. 이는 1건당 평균 3000만원 지원에 불과하다. 그래도 블랙리스트 문제가 터지고, 학연·지연으로 지원금을 줬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재정자립도 2013년 30.4%에서 2021년 17.1%로 대폭 감소했다. 예술계가 장기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방식을 개편 중이다. 예술성 높은 작품은 레퍼토리화해 계속 공연을 이어나가 자립·자생할 수 있도록 집중지원하고, 청년·장애예술인에겐 공정한 창작 기회를 확대해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할 것이다. 정부는 심사를 줄이고 ‘큰 덩어리’로 지원한다. 해외 국제 교류나 프로젝트 단위, 10~20개 예술단체가 모여서 여는 페스티벌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기존의 개인 창작자 지원은 지역에서 하는 게 맞다. 시·군 등 지역 기초단체의 예술단 창단 사업도 올해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올해는 10개 정도 지원하고, 성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국민 세금을 쓰는 일인 만큼 허투루 쓰지 않겠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6개월을 맞아 문화예술정책 구상과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유 장관은 지난 16일 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 깎인 예산을 모두 원위치로 돌려놓겠다”며 “정부의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문체부 올해 예산은 6.9조원으로, 정부 전체 재정의 2%에도 못 미친다.△올해 순수예술 예산은 콘텐츠 부문(1조 시대)에 비해 적은 편(약 2000억원)이다. 한류 확산과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내년 역시 긴축재정이다. 산하기관 예산 책정도 15% 줄이는 형편이다. 문화예술 현장과의 수십 차례 소통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전면 재검토해 재정 투입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기존 관행을 깨고 성과와 현장 수요에 기반해 논리적으로 요구한다면 나라 살림을 맡은 기획재정부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기업과 예술단체 간 중매역할도 할 생각이다. 한국메세나협회에 25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회를 통해 기업과 예술단체 매칭사업에 30억원을 투입하는데, 기업들이 예술단체에 대한 정보가 없다. 250여개 기업에 각 1개의 단체를 매칭하면 예술인들은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문체부가 확실하게 중매 노릇을 하고자 한다. 우리가 할 역할은 세액공제다. 베네핏(혜택)을 줘야 기업도 움직인다. 기재부와 협상이 필요하다. ― 콘텐츠 시장의 변화는 빠르다. K콘텐츠 발전 전략과 대응 방안은△K콘텐츠의 지속적인 흥행에도 현장은 자금조달의 한계와 제작비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제작사가 제작한 콘텐츠 IP(지적재산권)를 글로벌 OTT기업이 보유하는 식의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기지화(化)도 지속되고 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선 산업의 만성적 자금난을 해소하고, 핵심인 IP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1조 7400억원의 역대 최대 콘텐츠 정책 금융을 공급하고,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IP 보유·활용 기업에 대한 펀드 투자도 늘린다. IP 확보 조건을 중심으로 지원사업도 개편한다. 동남아 등 새 유통시장도 개척하고, 민관 협력 강화도 과제다.― 창작자 우선인 문체부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공격적 투자를 밝힌 정부 기조와 상충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디지털 시대에 창작자 보호는 현 정부의 주요 과제다.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인공지능 산업 발전’은 결코 상충하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창작자와 AI개발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규범과 정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AI 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도 이런 원칙 아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국내외 AI개발사, 벤처기업, 법조·학계, 권리자 단체 등 다각적 의견 수렴과 조율 과정도 거칠 것이다.― 지난해 10월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 선정 뒤 현장 둘러보고 있다.△현장을 다니면서 지역에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매력적인 관광콘텐츠와 편의성 제고, 협력 거버넌스(조직) 구축이 필요하다는 걸 자주 떠올린다. 지역이 보유한 문화예술자원, 축제 등을 관광자원으로 폭넓게 활용하고, 여행 동향에 맞는 관광상품을 발굴해야 한다. 외래객의 교통 편의 증진을 위해선 위챗, 씨트립 등 해외앱을 통한 택시호출 서비스나 ‘수요 응답형 버스’ 운영 등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 관광조직 주도로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제일 큰 문제는 교통과 숙소다. 먹을거리나 기념품은 이전에 비해 매우 좋아졌다. 아무리 작은 동네를 가도 맛집이 있고 볼거리가 있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안 쓰는 크루즈(선박)를 숙박으로 쓰거나, 한강(서울) 출발 수륙양용비행기도 하나의 방법(아이디어)이 될 수 있다.― 현 정부의 관광정책은 외래객 증대와 지역 활성화라는 명제와 목표만 있고, 산업 육성책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관광은 내수활성화와 함께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산업이다. 관광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시장 확대를 위해 융복합 관광산업을 적극 발굴하겠다. 자본력이 부족한 관광벤처기업을 위해 관광펀드 규모를 현재 3000억원 규모에서 2027년까지 7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스포츠·공연·미식과 같은 테마관광을 육성하고, IT·반도체·로봇 등 신산업관광도 발굴해 지원코자 한다. 고부가 관광산업인 마이스산업, 카지노 중심 복합리조트도 활성화하겠다. 시장과 산업 중심의 관광혁신을 위해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인력 고용을 시범 도입,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 신설 등 규제 개선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정산을 놓고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출협과의 소통은 언제나 열려 있다. 최근 출판계 간담회에 출협이 불참해 아쉬웠지만 나름의 상황을 이해한다. 잘못된 수익금 처리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정부와 출협의 갈등으로 비춰져 안타깝다. 출협과 출판산업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해나갈 생각이다. 출판계와도 현장 방문, 간담회 등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유 장관은…△1951년 전북 완주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 연극영화학과 학사 △중앙대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문학석사 △MBC 6기 공채탤런트 △한국방송연예인노조 위원장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2004~2007)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08~2011)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2011) △예술의전당 이사장(2012)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202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23. 10.~현재)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외벽에 기대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오미연 "뇌수종 투병 딸, 돌 되기 전 유괴 당해…강도도 들이닥쳤다"
- ‘회장님네 사람들’[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배우 오미연이 우여곡절 인생 스토리를 털어놓는다.4월 22일 방영되는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 80화에서는 배우 송옥숙과 오미연에 이어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의 소꿉친구 복점 역의 김용림이 전원 패밀리를 찾아온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던 중, 전원 마을에 의문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김 회장 최불암의 소꿉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김용건, 이계인, 임호가 마중을 나가고 집에 남은 김수미, 김혜정, 조하나, 그리고 송옥숙과 오미연은 게스트가 보내온 꽃게로 김수미 표 레시피의 특급 간장 게장을 담근다. 꽃게를 한 아름 보낸 출연자는 바로 배우 김용림. 지난 76~78회 방송에 며느리 김지영이 방문한 지 얼마 안 되어 양촌리를 방문한 것이기에 반가움을 더한다.새로운 게스트의 등장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근황을 나눈다. 김용림은 극 중 절친 최불암의 부인 역할이었던 김혜자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말을 흐려 두 사람의 관계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며느리 김지영이 바쁜 스케줄 중에도 혼자 김장 김치를 담그고 시어머니인 자신에게도 챙겨주며 살뜰히 살림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정말 안아주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각별한 애정을 전한다. 송옥숙은 예전 후배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커피를 엎어 그 후로는 심부름에서 제외됐다는 귀여운 실수담과 더불어 ‘인사’로 선배 김용림에게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해 관심이 집중된다.오미연은 치매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간병한 이야기와 가족을 등진 아버지 등의 가족사를 고백한다. 오미연은 가족을 서울로 보내고 홀로 전근을 다니던 아버지가 다른 사람과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다는 소식에 아버지를 지우고 살았다고. 그러던 중 갑자기 결혼식 직전 아버지가 나타났고, 재회의 전말과 그 후의 인연은 방송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어 지난 회차에서 오미연은 임신 중 교통사고와 후유증으로 인한 조산, 딸의 뇌수종 투병을 고백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얻은 딸이 돌이 되기도 전에 유괴를 당하고 강도까지 들이닥쳤던 아찔한 순간을 털어놓는다.‘회장님네 사람들’ 80화는 4월 22일 오후 8시 20분 tvN STORY에서 방영된다.
- [성장일기] 성조숙증 예방 위해선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
-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성조숙증은 아동이 생물학적으로 정상적인 나이보다 일찍 사춘기에 접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들어 성조숙증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이는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조숙증은 성인이 된 후 비만,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성조숙증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균형 잡힌 식단입니다. 아이들에게 과도한 단백질과 칼로리를 제공하는 식품의 섭취는 줄이고, 대신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품을 포함하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계란과 같은 고단백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계란은 1알 당 6~7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고단백 식품으로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완전식품이라 널리 사랑을 받는 식재료 중의 하나 입니다. 그런데 2021년에 발표된 < The Role of Pediatric Nutrition as a Modifiable Risk Factor for Precocious Puberty>에 의하면, 고단백질 식사 패턴이 성조숙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계란은 고단백 식품으로서 과다 섭취는 특히 고단백 식단과 연관된 성조숙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식품 다양성과 식단의 중요성위 논문에 의하면 성조숙증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채소, 과일, 전곡, 저지방 유제품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제공하며, 과도한 단백질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는 의미라 생각됩니다. 또한, 가공 식품과 고지방, 고당류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여 비만을 예방하는 것도 성조숙증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적절한 체중 관리와 신체 활동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아이들의 건강한 체중 관리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건강한 체중 유지는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며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입니다. 이는 또한 아이들의 자존감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성조숙증의 예방은 단순히 특정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일상에서의 건강한 식생활 습관과 생활 방식의 전반적인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부모와 보호자는 아이들이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식단의 조정을 넘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우석의 식사(食史)]‘잔치엔 잡채’ 동서고금의 입맛 사로잡다
- 매일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그저 배를 채우려는 끼니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치열히 살았던 인류의 식문화는 곧 우리의 역사가 되었고 삶의 방식으로 남았습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한 접시의 음식 속에 녹아든 인문학은 또 하루를 지탱할 에너지와 지식을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더욱 맛깔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식사(食史) 한 끼를 지면의 식탁 위에 차려보려 합니다. 눈으로 맛보고 머리로 씹어보는, 어쩌면 포만감이 오래도록 남을 식사의 시간입니다. <편집자주>[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화창한 봄, 자연스레 피크닉(소풍)이 떠오른다. 아지랑이 올라오는 푸른 잔디밭에 좋은 사람과 잘 차린 음식을 함께 하면 더없이 좋을 시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잔치에는 맛있는 음식을 차린다. 관혼상제 모두 마찬가지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파티는 ‘친목을 도모하거나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잔치나 모임’을 뜻하며 연회, 잔치 등으로 순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잔치란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라 정의한다. 잔치에서 음식이 주연은 아니더라도 ‘훌륭한 조연’쯤 된다는 얘기다. 한식 잔치상에 빠질수 없는 잡채◇임금의 수라상에도 올랐던 잡채 한식 잔칫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메뉴가 바로 잡채다. 요즘엔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한식 요리이기도 하다. 해외 유명 한식당에서는 잡채가 매출의 커다란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다. 한식에서 잡채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이 음식은 만만찮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요즘 보는 잡채(雜菜)는 갖은 채소와 고기를 잘게 썰어 볶은 후 삶은 당면을 넣고 버무린 음식이다. 원래는 잔칫상에나 오르던 고급 요리였다. 애초 당면은 없었다. 고기와 채소 등 재료도 수월찮게 들고 손도 많이 간다.과거 대동법 이전의 조선에선 잡채가 수라상에 올리던 궁중요리로, 팔도에서 진상한 재료를 한꺼번에 조리한 음식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내로라하는 전국 특산 농산물과 임산물, 해산물 등을 모두 넣는 요리니 얼마나 고급스러웠을까 짐작이 간다. 게다가 까다로운 밑 손질에다 볶고 데치고 삶는 등 조리 순서까지 각기 다르니 수많은 일손이 달라붙어야 한다.조선의 임금은 수라상에 오른 잡채를 먹으면서 무엇이 부족한지 한눈에 파악해 팔도 지방의 현 상황을 짐작하는 척도로 활용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조선의 왕 중에선 광해군이 특히 잡채를 선호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대목은 이때 잡채를 잘 만든 덕에 벼락출세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 400여 년 전인 광해군 시절 잡채는 한 인물을 우의정 자리에 올렸다. 문신 이충(李沖·1568∼1619)이다. 그는 집에서 만든 잡채로 광해군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이품 호조판서의 자리에 올랐다. 호조판서는 지금의 기획재정부 장관 격이다.그저 세간에 떠도는 소리일까. 아니다. 엄연히 국정 기록에 등장한다. 광해군일기(정초본 138권)에 잡채상서(雜菜尙書)란 말이 등장하는데, 이는 임금에게 잡채를 가져다 바치고 제수받은 상서를 이른다. 광해군 일기에 따르면 “이충은 진기한 음식을 만들어 사사로이 궁중에다 바치곤 했는데, 왕은 식사 때마다 반드시 이충의 집에서 만들어 오는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곤 했다. 당시에 어떤 사람이 시를 지어 조롱하기를, 사삼각로(沙蔘閣老) 권세가 처음에 중하더니 잡채상서 세력은 당할 자 없구나”라고 기록돼 있다.더덕(沙蔘) 강정으로 왕의 사랑을 구했던 좌의정 한효순과 잡채로 출세한 이충을 비꼬는 것이다. 이충이 죽은 다음 우의정(부총리)에 제수됐으니 그 얼마나 대단한 맛이었을까.이충이 만든 잡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있다. “채소에다 다른 맛을 가미했으니 그 맛이 희한했다.”부추잡채◇녹말로 만든 건국수 당면, 잡채를 업그레이드하다아무튼 당시의 잡채는 지금의 당면 잡채와는 격이나 내용 면에서 무척 다른 음식이다. 잠와유고(潛窩遺稿)에 따르면 잡채는 숙주와 무, 도라지, 오이 등 갖은 나물을 익혀서 무친 후 식초를 넣어 먹는다고 묘사했다.약 200년 뒤 정조 때 나온 보만재총서(保晩齋叢書)에도 잡채를 만드는 법이 거의 비슷하게 나와 있다.다만 17세기(1670년쯤)에 등장한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잡채 조리법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데 수많은 나물과 함께 꿩고기와 버섯 등이 다양하게 들어간다고 적었다. 규중에서 기록한 것이니 가장 상세한 ‘레시피’다. 다만 잡채란 이름은 같아도 지방마다 집마다 잡채를 만드는 법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종 때 김기수의 ‘일동기유(日東記遊)’에 등장하는 잡채는 고기와 채소를 가늘게 썰고 콩을 섞어 버무린다고 했다. 여기에 자연스레 채썬 고기(肉絲)와 당면(唐麵)이 들어갔다.고구마 녹말로 만든 건국수인 당면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식재료다. 원래 화교들이 집에서 만들어 팔던 것인데 1919년 황해도 사리원에 세워진 대형 당면공장 덕에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이때부터 만두와 순대 등 여러 요리에 당면을 넣는 문화가 널리 퍼졌다.1924년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당면 이야기가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잡채는 도라지, 미나리, 표고버섯, 석이버섯 등 각종 채소와 소고기, 돼지고기를 넣고 만드는데 여기에다 불린 해삼과 전복을 가늘게 썰어 넣으면 좋다고 나온다. 당면에 대해선 ‘잡채에 당면을 넣으면 좋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설명한다. 아무튼 이미 잡채에 당면이 들어가기 시작한 후라는 방증이다.어쨌든 이 시기부터 당면은 우리식 잡채의 주재료가 됐던 것은 확실하다. 이젠 잡채에 당면이 빠지면 섭섭해하는 이들도 많다. 당면부터 먹어야 한다고 ‘당면과제’는 아니겠지만, 현대 한식 상차림에서 당면 잡채는 가장 인기가 높은 반찬 중 하나다. 서원반점 잡채밥◇중국식 잡채 ‘짜후이’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았다한국은 잡채(雜菜)라 쓰지만 중국에선 짜후이(雜 火+會)라 부른다. 이것저것 모아 볶음을 의미한다. 잡(雜)자는 지금 우리말에서 그리 좋지 않은 이미지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양함(variety)을 의미하는 긍정적 뜻이다.중국 잡채의 조리 원리는 우리 잡채와 비슷하지만 다양한 나물보다는 부추나 풋고추, 피망, 고수, 청경채 등 특정 채소와 러우쓰(肉絲)를 많이 쓴다. 각종 재료를 돼지기름에 빠르게 들들 볶아내는데 재료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중국 잡채의 세계는 정말 다양하다.고추잡채, 부추잡채, 경장육사(京醬肉絲·징장러우쓰)는 물론 중국음식점에서 익숙한 팔보채 역시 잡채의 한 종류다. 그냥 집어먹는 요리로도 좋고 밥이나 꽃빵(花捲)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잡채는 이미 오래 전 미국에도 건너갔다. 초창기 골드러시 시기에 미국에 건너간 중국인(광둥 출신)들이 대중화시킨 요리로 찹 수이(chop suey)가 있는데 이게 바로 잡채의 곁가지 메뉴다.이름은 짜쑤이(雜碎)의 광둥(廣東)어 발음에서 나왔다. 닭가슴살과 채소 등 값싼 재료를 잡다하게 썰어 간장에 볶고 전분을 넣어 버무린 요리로 미국 싸구려 중식당에서 팔았다. 푸짐하고 열량이 많아 당시 서민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주문 즉시 바로 볶아 종이상자에 담아주면 테이블이나 길거리에서 먹었다. 나무젓가락도 같이 줬다. 지금도 영어로 젓가락을 찹 수이를 먹는 막대기, 즉 찹스틱스(chopsticks)라 부른다고 한다.값은 저렴했지만 그 폭발력은 대단했다. 19세기 말 미국 도시 빈민의 생활을 소재로 즐겨 다룬 오 헨리 소설에서도 찹 수이가 자주 등장한다.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도 ‘찹 수이(Cornet Chop Suey)’란 노래를 발표했을 정도였다.값싼 서민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찹 수이’를 주제로 그린 그림은 엄청나게 비쌌다. 2018년 크리스티 옥션에서 무려 9187만 달러(약 1244억 원)에 팔렸다. 사실주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가 그렸다. 요즘도 미국에서 종종 찹 수이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대만에도 물론 중국식 잡채 자후이(잡회)가 있다. 하지만 아예 잡채란 이름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자차이탕(雜菜湯) 또는 차이웨이탕(菜尾湯)이라 부르는 요리인데 채소와 고기, 당면 등 잡채와 비슷한 식재료를 사용하지만 볶다가 물을 붓고 끓여낸다는 점이 다르다. 이름대로 잡채탕이다.잡채의 ‘평행이론’이랄까? 당면을 쓰고 채소와 고기를 넣는 것이 잡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태국과 필리핀에도 비슷한 요리가 있다. 태국 운센이나 필리핀 판싯이 잡채와 유사하다. 일본인들이 한국 잡채를 유난히 좋아하지만 오키나와(沖繩)에도 채소와 고기를 채 썰어 볶은 찬푸르가 있다. 잡채와 조리 원리가 닮았다.잔치에 해 먹는 음식이니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다. 만든 이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맛보는 잡채, 화사한 봄날의 메뉴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홍복 고추잡채◇ 잡채맛집▶홍복 = 남대문 시장에서 오래 영업해 온 집으로 중식 연회를 하기에 딱 좋다. 코스와 단품 메뉴를 다양하게 갖췄다. 아삭한 피망을 매콤하게 볶아낸 고추잡채도 잘한다. 강한 화력으로 고기와 채소를 볶아 함께 집어먹을 때 식감 대비가 좋다. 고기에 피망 향이 잘 배어들어 깔끔한 맛을 낸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 73-3. 3만6000원.▶서원반점= ‘짬뽕 도시’로 널리 알려졌지만 군산에 잡채밥으로 유명한 집이 있다. 이 집은 주문 즉시 밥과 잡채를 따로 볶아 뜨거운 잡채밥을 낸다. 진한 양념의 당면 잡채를 볶음밥에 얹어준다. 절묘한 궁합이다. 칼칼한 맛의 뜨거운 잡채가 볶음밥의 느끼함을 감싼다. 아삭하게 볶은 채소와 부드러운 고기가 당면과 잘 섞여 든다. 따로 내주는 짬뽕 국물 역시 명불허전. 군산의 것이다. 군산 구시장로 63. 9000원.▶삼미관 = 맛집 많기로 소문난 광주 동구에서도 오랫동안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중식 노포. 주문 즉시 주방에서 바로 볶아주는 잡채밥이 맛있다. 그때그때 센 불에 볶아 당면이 붇지 않고 탄력이 그대로다. 채소도 아삭하다. 1000원 추가하면 밥을 볶음밥으로 내준다. 잡채밥에 달걀부침도 올려주니 한 번에 여러 메뉴를 먹는 기분이다. 광주 동구 백서로189번길 14-32. 8000원.삼미관 잡채밥
- “이승만 하야하라”…4.19혁명 공로자 처우는? [그해 오늘]
- 4.19혁명 기록물 자료(사진=문화재청)[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1960년 4월 19일, 학생과 시민이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항해 4.19혁명으로 불리는 민주 항쟁을 일으켰다. 4.19혁명은 김주열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됐다. 3.15마산의거에 참여했던 김 열사는 실종 27일 만인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으로 떠올랐다.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고, 전국적인 시위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당시 김 열사와 학생, 시민은 3월 15일 실시된 부정선거를 문제 삼았다. 자유당 정권은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함 바꿔치기 등으로 자행했고, 학생과 시민은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했다. 하지만 김 열사의 죽음에도 희생은 반복됐다. 4월 19일 이승만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이 당시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에 몰려들었지만, 무력 진압으로 100여명의 사망자와 450여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재선거와 대통령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과 시민은 다시 모여들었고, 서울 소재 대학교수 259명은 대통령 등이 3.15부정선거와 4.19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결국 12년간의 장기 집권은 막을 내렸다. 이승만 대통령은 4월 26일 방송을 통해 직접 하야의 뜻을 밝혔으며 다음날 대통령사임서도 국회에 제출했다. 5월 29일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극비리에 미국 하와이로 떠났고, 1965년 7월 19일 현지 요양원에서 90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김주열 열사의 주변 인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1989년 작고한 김 열사의 모친 권찬주 여사를 비롯해 가족과 친구는 4.19혁명 63년째인 작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특히 국가보훈처는 권 여사가 3.15의거 이후 김 열사 죽음을 은폐하려는 권력기관의 부당한 행위에 항거해 4.19혁명 확산에 기여했다고 봤다. 김 열사 시신을 발견해 인양한 어부 김경영 씨도 작년에서야 3.15의거 참여자로 인정받았다. 김 씨는 김 열사 시신을 배에 싣고 부두로 인양한 후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에 시달렸으며 3년 후인 1965년 세상을 떠났다. 아울러 김 열사 최루탄 제거 수술에 참여한 의사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김 열사 시신 상태와 도립마산병원(현 마산의료원) 외곽 시위 상황, 부상자 이송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3.15의거 진상규명에도 참여했다. 한편,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정된 4.19혁명 유공자는 작년 기준 1164명이다. 대구 2.28민주운동, 대전 3.8민주의거, 마산 3.15의거 참여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4·19혁명을 하루 앞둔 18일 유족이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