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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풀 월드' 차은우, 빌런 흑화?…김남주와 관계성 변화
- (사진=MBC)[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원더풀 월드’ 2막이 펼쳐진다.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는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김남주, 차은우, 김강우, 임세미 등 출연진들의 특급 시너지를 기반으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원더풀 월드’는 2막을 시작한 상황에서 지난 5회 기준 자체 최고 분당 시청률 11.1%를 기록했고, OTT 플랫폼 디즈니+와 웨이브 기준 국내 드라마 순위 3주 연속 1위(키노라이츠, 3월 19일 기준)를 차지했다. 후반전에 돌입한 ‘원더풀 월드’의 2막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먼저 2막에서는 정체를 드러낸 권선율(차은우 분)이 수현을 압박하며 복수 행보를 본격화한다. 그동안 선율은 ‘펜션 방화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 6회 말미에서 수현(김남주 분)이 살해한 지웅(오만석 분)의 아들임이 밝혀져 큰 충격을 선사한 바 있다.이에 선율이 무슨 연유로 수현에게 거짓말을 하며 접근한 것인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이 되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비로소 발톱을 꺼낸 선율이 수현의 삶 구석구석에 더욱 깊숙하게 파고들며 수현의 숨통을 옥죌 전망이다. 이에 제대로 된 빌런으로 변신한 선율의 2막에 귀추가 주목된다.수현과 선율의 역전된 관계 변화 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 선율은 자기 부모를 죽인 가해자의 일기장을 건네러 온 수현에게 냉정한 태도를 보였으나,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감하며 차츰 가까워진 바 있다. 나아가 수현이 선율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선율도 이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며 훈훈한 관계성을 보여주기도 했다.하지만 선율이 지웅의 아들임이 밝혀지고, 수현 역시 선율의 거짓말과 정체를 깨달은 후 이들의 관계 변화가 예고된다. 이제 복수의 대상이 완전히 뒤바뀐 역전된 관계가 형성되면서 한층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다.끝으로 2막에서는 수현의 아들 건우(이준 분)가 죽은 ‘그날’의 비밀을 쥐고 있는 김준(박혁권 분)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흥미를 높일 예정이다. 수호(김강우 분)는 건우의 사건에 대해 파헤치던 중 가해자 지웅의 뒤를 봐준 이가 자신과 악연이 있는 정치인 김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에 수호는 김준의 비자금 의혹을 무기로 그에게 진실을 요구했지만, 김준은 도리어 사건 당일의 진실이 담긴 태블릿 영상을 보여주며 “이걸 보면 은수현 씨가 버텨낼 수 있을까요?”라며 수호를 협박했고, 이에 수호가 건우 사건 조사를 단념해 김준이 쥐고 있는 태블릿 속 영상의 정체에 궁금증을 높인 바 있다.이후 대선에 출마한 김준이 ABS 보도국장이자 간판 앵커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수호를 영입해 민심을 얻으려 또 하나의 계략을 꾸미고 있는 상황. 이에 김준이 수현과 수호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태블릿 영상 속 ‘그날’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지, 이 같은 비밀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원더풀 월드’ 제작진 측은 “본격적으로 펼쳐질 2막은 제대로 발톱을 드러낸 차은우의 복수를 향한 칼날 속에서 김남주의 아이가 죽던 그날의 진실과 함께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이 하나씩 풀리며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질 예정이다.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원더풀 월드’는 22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 “맞다, 그럴 수 있겠다”…김제동표 위로
- 김제동과 그의 반려견 ‘탄이’. 보호소에 있을 때는 까매서 ‘연탄’이라 불렸고, 김제동과 함께 살면서 ‘김탄’, 줄여서 ‘탄이’로 불리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탄이와 함께 사는 김제동을 ‘탄이 아빠’라고 부르지만, 그는 한사코 ‘탄이 형’이라 불러 달라고 말한다.(사진=나무의마음).[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곱디고운 소리. 당신 밥 먹는 소리. 소리 내 가며 밥 드세요. 혼자서도 기죽지 말고.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거니까.”방송인 김제동(50)은 최근 펴낸 산문집 ‘내 말이 그 말이에요’(나무의마음) 책 첫 장에 이렇게 적었다. 그가 저자 친필 사인(서명) 대신에 쓴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번 책은 “(키우는) 개 탄이와 저랑 같이 밥 나눠 먹는 이야기”다. 2016년 ‘그럴 때 있으시죠?’(나무의마음)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새 책에서 김제동은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꺼내보고, 들여다본다. 이전에는 시선이 외부를 향했다면, 이제 안으로 돌려 자신을 응시한다. 나와 남을 먹이고, 돌보는 살림 이야기, ‘임시보호’하던 강아지 ‘탄이’와 6년째 사는 이야기 등 자신의 일상을 일기장처럼 펼쳐낸다. 읽다 보면 그와 마주하고 대화하는 기분이 든달까. ‘달변가’ 김제동의 입말이 문장 속에 그대로 녹여있다. ◇밖에서 안으로 시선 향해…‘나’에 대한 질문김제동은 최근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작이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살 것인가’에 고민했다면, 새 책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6년전 반려견 ‘탄이’와 같이 살 게 된 일이다. 그는 책에 대해 “김제동의 개와 사람 이야기라고 해도 된다. 탄이 덕분에 사람들과 만나고 많이 이야기한다. 중간중간 잠깐 연애도 하고 실패도 했다”며 웃었다.“한술만 떠봐요”는 그가 뽑은 ‘올해의 말’이다. 바쁜 연예인으로 살다 보니 자신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 미워하고 째려보는 일이 많았던 자신에게 사과하듯,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모든 ‘나’의 베이스캠프는 ‘나’입니다”(28쪽), “저는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은 자기에게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294쪽).그는 “되게 재미있어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일 잘하는 게 웃기는 일”이라는 그는 “웃기는 게 너무 좋은데 그 일을 하는 데 방해되는 일이 그간 너무 많았다. 지금 씌워진 걸 다 벗겨 낼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재밌어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때 앞뒤 맥락 없이 발췌된 그의 발언들이 사회·정치적 문제로 연결돼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제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회 문제가 이제 뭔지도 모르겠다. 안 시끄럽게 살고 싶고 피하고 싶다. 그런 게 무섭고 이제는 싫다”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 장벽을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지금은 학교 강연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틈나는 대로 경복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담사’(講談師·이야기장으로 불리는 조선시대 직업)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제일 즐겁다. 책에서도 아이들과 만난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저씨는 누구세요’(144쪽) 꼭지에선 진짜 철학적인 질문이라고 치켜세우고, ‘게임도 수능 과목으로’(138쪽)라는 글에선 아이들을 대변하는데, 아이들 등장 문구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방송도 재개했다. 이달 방영을 시작한 MBC에브리원 ‘고민순삭-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의 진행을 맡았다.방송인 김제동이 새책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출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책 제목 ‘내 말이 그 말이에요’는 그가 바라는 어른의 말이기도 하다. 김제동은 “뒤에 오는 세대들을 편들어 주는 그런 세대가 되고 싶다”며 “어떤 것이든 간에 그들에게 ‘맞다,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의 말”이라고 했다. “우리 경험으로 지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우리의 경험은 우리 세대에만 적용되어야 하지 다른 세대에 적용되면 안되는 일이니까.”◇자칭 타칭 이야기꾼…다정한 김제동표 글말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정혜신은 추천사에서 김제동을 가리켜 ‘새로운 형태의 문객(文客)’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존하는 글 중 음성지원이 되는 글이 있다면 내겐 김제동의 글이 그렇다. 사람을 유쾌하게 각성시킨다”며 ‘대책 없는 위로’와 ‘엄청난 공감’이 “천지삐까리로 있다. 이것이 김제동표 말이자 글”이라고 적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했다. 유 전 청장에 따르면, 진정한 이야기꾼의 ‘말’에는 재미와 평범성, 반드시 인생이 녹아 있어야 하는데 “김제동이 들려주는 일상사는 통쾌한 웃음, 씁쓸한 미소, 혹은 어깻죽지에 내리치는 선방의 죽비처럼 울린다”고 추천사에 썼다.“우리는 ‘덕분에’ 삽니다”(220쪽), “누가 무섭다, 아프다, 힘들다고 하면 다른 거 필요 없어요. ‘무섭겠다, 아프겠다, 힘들겠다’가 먼저입니다. 그게 사람을 살리는 말이에요”(84쪽), “흔들린다는 건 끊임없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저도, 여러분도 좀 흔들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43쪽).김제동은 그동안 6권의 책을 썼고, 누적 판매부수는 90만부에 이른다. 그는 “이번 책이 잘 팔리면 ‘100만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처음 책 쓸 때 인세 기부를 약속했는데 가장 큰 실수”라는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틈틈이 학교를 찾아 무료 강연을 하고, 모은 돈으로 미얀마에 학교 건물 4채를 지었다. 김제동과 반려견 ‘탄이’가 산책하고 있다. 탄이의 치켜든 꼬리가 행복해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사진=나무의마음 제공).
- 서울시, ‘수선총도’ 등 주요 문화재 7건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지정
-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서울시는 관내 문화재 중 역사적 가치가 큰 주요 문화재 7건을 서울특별시유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20일 밝혔다. 수선총도(사진=서울시)서울시는 관내 주요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 ‘지정문화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물조사 및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가치를 인정 받으면 지정문화재로 고시한다.먼저 수선총도(首善總圖)는 19세기 서울 지도로, 목판인쇄와 필사가 혼합된 형태의 흔치 않은 사례로 평가된다. 서울 네 곳의 산(사산四山)과 도성 내부는 목판으로 인쇄했고 서대문과 남대문 외부 지역은 필사해 그려 넣었다. 목판 인쇄된 부분에는 일부 채색을 더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난전의 모습까지 상세하게 표시했다는 점에서 서울의 변화상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도로 평가된다.서궁일기(西宮日記)는 조선의 제14대 왕인 선조의 계비 인목왕후(仁穆王后)와 그 아들 영창대군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한글 문학이다. 관찬 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선 왕실여성의 삶과 당시 풍속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번 지정문화재는 현존 이본 중 원본에 가장 가깝고 필사 시기가 빠르다. 이본이란 문학작품 등에서 기본적인 내용은 같으면서도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책을 말한다.특히 필사한 여성이 누구인지를 기록하고 있는 점에서 여성사적인 가치가 높다. 아울러 조선 후기 여성들의 글 읽기, 글쓰기와 의식 성장, 여성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알려주는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이외 조선시대에 간행된 인쇄물 5종이 문화재로 지정됐다. 삼강행실도(언해)(三綱行實圖(諺解)), 삼강행실 효자도(三綱行實 孝子圖), 사월(史鉞), 소보우공주의(少保于公奏議), 고열녀전(언해)(古列女傳(諺解)) 등이다.삼강행실도(언해)는 한문 본문과 그림 외에 국문과 한문이 혼용된 언해가 추가됐다. 선조 연간에 간행된 희귀본이며, 음운표기·문법 등을 통해 16세기 한글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사월은 중국 역대 인물에 대한 평전으로, 이번 지정문화재는 성종 15년(1484)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갑진자(甲辰字)의 소자(小字)로만 본문을 인쇄한 책이다. 갑진자의 인본은 여러 종류가 전래되고 있지만, 이 책처럼 모두 소자로 간행한 책의 전래는 드물어서 희귀본으로서 가치가 있다.소보우공주의는 명나라 군인 우겸(于謙, 1398~1457)이 황제에게 올린 글을 모은 책이다. 우겸은 우국충절과 청렴결백의 상징이었던 인물로 본 책은 중종 15년에 임금이 예문관 검열이었던 김연(金緣, 1487∼1544)에게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국내에서 희귀한 책으로 조선 전기의 어문학, 군사학, 서지학 연구에 가치가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유물들을 새롭게 시 지정문화재로 등록하게 돼 뜻깊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미래세대에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 [성장일기]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키도 잘 큰다
-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새 학기의 시작은 많은 아이들에게 설렘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는 시기입니다. 학기 초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학업 부담에 적응하려고 할 때 겪는 일련의 스트레스 반응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학기 초 증후군에는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함, 학교에 가기를 거부함, 불안함, 짜증 또는 우울함과 같은 정서적 증상부터, 복통, 두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키 성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증상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밀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학기 초에 겪는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대응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의 상담도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학기 초 증후군과 같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나 적응 문제에 대해 아이들의 건강 상태와 체질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진단을 통해 아이들이 겪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한약 처방은 신체적,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며, 아이들의 소화기, 신경계, 신장계 등 다양한 체계를 강화하여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향상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킵니다.학기 초 증후군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은 아이들이 새 학기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교사들의 관심과 지원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의 초기 도전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학습 경험을 쌓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키도 쑥쑥 잘 클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 “당신과 이야기 나누고파”…살해당한 아내의 편지[그해 오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하루라도 빨리 베트남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결혼 한 달도 안 돼 돌아온 나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본 내용과 사진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2008년 3월 13일,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왔다가 남편에게 맞이 숨진 베트남 여성 란(가명·당시 19세)의 일기가 언론에 공개됐다. 이는 당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 올린 사건인 동시에 한국 농촌 사회에서 만연했던 국제 결혼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으로, 사망하기 전날까지도 이주여성인 란은 자신의 고국을 그리워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사건은 200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란은 남편 장모씨를 만났다. 장 씨는 한국 사람과 비슷한 외형이라는 이유로 란을 택했고 2007년 5월 16일 충남 천안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는 란에게 고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한국 도착 직후 시어머니의 못마땅한 시선과 말을 감내해야 했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이 남편의 폭력 등 갈등을 겪어야 했다. 좋은 아내가 되고 싶었고 남편의 마음을 알고자 했지만 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결국 결혼 한 달 뒤 6월 26일 여권과 옷을 챙겨 베트남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술에 취해 귀가한 장 씨에게 맞아 사망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란이 사망하기 전날 남편 장 씨에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로 시작되는 편지를 남긴 사실이 알려졌다.그녀가 남긴 편지에는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한국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에서도 부인이 기뻐 보이지 않으면 남편이 그 이유를 물어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남편은 왜 오히려 아내에게 화를 내는지, 당신은 아세요?”라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또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고 싶어요”라며 “당신을 잘 시중들기 위해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마시는지 알고 싶어요. 당신이 일을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건강은 어떤지 또 잠은 잘 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라고 적었다.그러면서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견딜 수 없어하고, 이혼을 말하고, 당신처럼 행동하면 어느 누가 서로 편하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겠어요”라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마지막으로 란은 “저는 당신이 저 말고 당신을 잘 이해해주고 사랑해 주는 여자를 만날 기회가 오기를 바래요. 당신과 전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어서 제가 한국에 왔을 때 대화를 할 사람은 당신뿐이었는데… 정말 더 이상 무엇을 적을 것이 있고 말할 것이 있겠어요. 당신은 이 글씨 또한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할 것인데요”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장 씨는 사건 발생 2개월 뒤 경찰에 검거됐다. 이후 란을 술에 취해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그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받았다. 장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또한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질타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민낯에 대해 꼬집었다.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결국 계획적이거나 미리 의도된 범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피고인의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 피해망상적 사고경향 및 음주 중 폭력습벽에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이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해 한국 남성과 제3세계 여성 사이의 국제결혼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국제결혼의 명암을 재조명해 보도록 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그저 피해자가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단 몇 분 만에 피해자를 배우자감으로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누구 집 자식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도 알려준 바 없었고, 스스로 알고자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또 “단 한 가지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것일 뿐, 그 이후의 뒷감당에 관해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며 “그것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미숙함의 한 발로일 뿐”이라고 밝혔다.재판부는 “노총각들의 결혼 대책으로 우리보다 경제적 여건이 높지 않을 수도 있는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이 취급하고 있는 인성의 메마름.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남녀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무모함”을 질타하며 “이 자리에서 우리는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그러면서 “이역만리 땅에 온 후 단란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소박한 꿈도 이루지 못한 채 살해돼 19세의 짧은 인생을 마친 피해자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무하고 싶었다”는 뜻을 나타냈다.
- '5공화국 마지막' 故김용철 대법원장의 삶, 책으로 나왔다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법원도서관은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 6 ‘법관의 길 김용철’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지난 1988년 6월 20일 고(故) 김용철 제9대 대법원장 퇴임하는 모습. (사진=대법원)고(故)김용철(사법연수원 3기) 전 대법원장은 1924년 경북 성주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49년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해군법무관을 거쳐 1957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1973년 춘천지방법원장, 1975년 대법관(당시 대법원판사)에 임명돼 1981년 법원행정처장을 겸했고 1986년 제9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지난해 3월 14일 향년 99세의 일기로 작고했다.김용철 전 대법원장은 광복 후 법학교육을 받고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장이 됐다. 김 대법원장이 일제강점기 징병·징용을 피하다 광복을 맞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과정은, 개인의 생애사이면서 광복 후 부족한 판사를 충원하던 여러 법관임용제도의 운영과정을 방증한다. 그가 지방법원 판사 재임 시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경험한 부정개표 상황은 당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법원의 창구로서 사법행정을 맡게 된 춘천지방법원장 시기에 일본어로 기재된 호적을 우리말로 바꾼 경험은 이후 전국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행정처장 재임 시 ‘민사소송규칙’, ‘형사소송규칙’을 제정해 법정운영의 근거를 명확히 하는 한편 전산실을 마련한 기억, 그리고 대법원장 재임시 서초동 법원청사 건립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부와 조율하며 ‘사법시설 등 조성법’을 개정한 일화, 국민과 소통하고 사법부 구성원과 인화를 중시하던 사법행정의 철학 등 대법원장의 삶은, 바람직한 법관의 길을 돌아보고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당시의 고민을 공유하는 한편, 사법부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법원도서관 ‘구술채록 사업’을 통해 발간된 이번 책은 각급법원 도서실과 유관기관, 공공도서관 등에 배부되고, 법원전시관, 사법역사문화전시실 등 법원사 자료 상설전시공간에도 비치된다. 법원도서관 홈페이지의 ‘전자책·오디오북’에서 전자파일을 열람할 수 있다. 법원도서관 제공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육성과 생전 모습이 담긴 구술영상은 법원도서관 법마루 영상자료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법원 주요 인사의 구술기록은 공식 기록물에 나타나 있지 않은 중요 활동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법원도서관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역대 대법원장 등 법원 주요 인사 23인의 구술을 채록했다. 인터뷰 영상과 음성, 사진, 녹취문 등의 자료는 구술기록으로 보존하고, 구술자가 정한 공개 시기와 범위에 맞게 일반에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