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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빌런? 투구 쓰고 닭인형 '꽥꽥'…기분 묘하더라구요"
  • "1호선 빌런? 투구 쓰고 닭인형 '꽥꽥'…기분 묘하더라구요"
  •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한 남성이 중세시대 십자군 복장으로 지하철에 탑승한 모습이 포착되며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가 직접 등장해 이같은 코스프레(분장놀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전했다.12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전날 지하철 1호선에서 해당 내용의 승객 불편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이 사연은 전날 한 누리꾼이 트위터에 A씨의 사진과 함께 “1호선 지하철을 탔는데, 닭 인형을 누르면서 계속 ‘꽥’ 소리를 냈다. 성경책도 들고 있었다”고 올리며 확산했다. 사진 속 A씨는 십자군 전쟁 당시 병사들이 입었던 복장과 같은 차림이었다. 해당 트윗은 1만회 넘게 공유되며 온라인에 빠르게 퍼졌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놀랍게도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날 온라인에 직접 등판했다.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힌 그는 이런 복장으로 바깥을 돌아다니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인기피증이 심해서 정신과 치료를 10년 가까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치료를 받아도) 더 나아지지도 않고 약 먹으면 너무 졸려서 사회생활을 못한다”며 “그냥 약을 끊었는데, 버스만 타도 가끔 혼자 소리 지르고 발작한다”고 덧붙였다.이어 “약을 끊은 지 몇 달 뒤 빚이 억대로 생겼고, 가족이 모아둔 돈을 전부다 여행 가는데 썼다”며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갑옷을 산 뒤 남은 돈을 다 쓰고 극단선택을 하려 했다”고 고백했다.A씨는 “그런데 투구 때문에 심리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드는 건지 갑옷을 입고 돌아다녔더니 발작을 안 했다”며 “신기해서 인천 부평도 가고, 돌아다녀 봤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말도 섞고 셀카도 찍어주는데 별일 없이 집에 돌아오니까 기분 묘했다”고 밝혔다.또 “닭인형은 옷차림을 보고 간혹 사람들이 놀라길래 사서 들고 다닌다. 성경책은 서점에서 코란을 사려 했는데 코란이 없어서 대신 샀다”며 “다음 정신 감정검사에서 정상이 나올 때까진 계속 갑옷을 입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이같은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부디 쾌차하길 바란다” “잘됐으면 좋겠다 화이팅” “노력하는 모습 좋다” “빌런 진짜 많다. 이제는 체념하고 즐김” “역시 매운맛 1호선” 이라는 등 응원하면서도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한편 SBS 시사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의 제작진으로 추정되는 이가 해당 글에 댓글을 달아 곧 TV에 나오는 게 아니냐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2022.05.12 I 이선영 기자
콧대 높은 에르메스·샤넬도 고개 숙이는 VIP들은 누구?
  • 콧대 높은 에르메스·샤넬도 고개 숙이는 VIP들은 누구?[찐부자 리포트]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에르메스 그릇·담요 사서 어느 세월에 실적을 채우겠어요. 가구나 주얼리, 의류 크게 크게 사야 BK(버킨 백과 켈리 백 줄임말)를 받죠.” (에르메스 VVIP A씨)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1층. (사진=백주아 기자)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디올,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의 VIP(Very Important Person) 관련 정보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각 브랜드의 VIP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하드 캐리’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문자 그대로 매우 중요한 고객으로 특별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명품 브랜드의 VIP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얼마를 써야 할까. VIP가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명품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브랜드별 VIP 실적 기준은 상당 부분 변화가 있었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가 18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하면서 VIP 등급 진입 문턱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9일 이데일리가 각 브랜드 복수의 VIP·매장 셀러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연간 기준 에르메스는 3억원, 루이비통과 샤넬은 1억원 수준의 실적을 쌓아야 VIP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디올과 구찌는 6000만원, 프라다는 3000만원, 미우미우는 2100만원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에르메스 매장. (사진=백주아 기자)명품 위의 명품 에르메스는 가장 콧대가 높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실적이 연간 1~2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억원 이상은 사야 VIP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세일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VIP들을 대상으로 1년에 1번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할인율은 최대 50%에 달한다. 이 외에 VIP에게는 1년에 한번 식사권이나 선물도 제공한다. VIP의 경우 의류, 신발, 주얼리, 가구 구매를 통해 실적을 쌓는다. 13년째 에르메스 VVIP를 유지 중인 차수진씨(가명)는 “버킨백과 켈리백의 경우 연간 2개로 쿼터가 정해져 있지만 셀러 재량에 따라 추가 구매가 가능하기도 하다”며 “200년 역사에 철저히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가방과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은 퀄리티 측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샤넬 매장 앞에 붙은 안내문. (사진=백주아 기자)루이비통과 샤넬의 경우 에르메스 대비 실적 허들이 낮았다. 내부적으로 VIP 실적이 숫자로 따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월별로 1000만원~2000만원 수준으로 꾸준히 구매 이력을 쌓는 고객이 VIP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방 구매는 실적에 포함이 안된다. 특히 샤넬은 VIP 생일 때 가죽 핸드폰 케이스, 지갑, 미니 가방 등을 선물로 보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머지 명품 브랜드의 경우 기념일 선물, 신제품 프리세일 진행, 가격 인상 사전 고지 등의 혜택은 비슷했다. 크리스찬 디올의 경우 현재 청담동 하우스오브디올에서 VIP를 대상으로 신상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 세일 기간을 운영 중이다. 프라다와 미우미우의 경우 생일 선물 등은 VIP가 직접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 선물 종류는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한 케이크부터 향수, 파우치 등 다양하다. ▲한남동 구찌 가옥 내부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은 구찌의 경우 VVIP는 6000만원 중반, VIP는 1300만원으로 등급을 세분화했다. 신규 고객 유입이 빠른 만큼 실적 허들을 낮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구찌 VVIP 유 모 씨(45)는 최근 담당 어드바이저를 통해 한남동 구찌 오스테리아에 초대받았다. 오스테리아는 예약제로 관리 운영되고 있지만 VVIP가 소수인 만큼 따로 대기 없이도 입장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각 브랜드별 VIP들은 ‘전담 셀러와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번에 돈을 많이 쓰기보다는 백화점, 단독 매장 등 주로 가는 곳을 하나 정해놓고 꾸준히 방문해 눈도장을 찍다 보면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루이비통 VIP 김유희씨(가명)은 “세일즈 매니저들한테 들어보니 직원 인센티브 제도 때문에 고객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적 수준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1억원 넘게 써서 생일에 꽃, 케이크, 크리스마스에는 샴페인과 꽃 선물을 받았는데 주변 지인의 경우 지난해 6000만원 정도 썼는데도 VIP를 유지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1층에 전시된 오브제 노마드 제품. (사진=백주아 기자)전문가는 소비자들이 VIP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 기저에는 ‘차별화’ 심리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명품 시장 호황에 너도 나도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만족감이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혜택을 누리다가 기준에 누락됐을 때의 경험의 차이가 큰 만큼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VIP가 되기 위해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의 VIP는 중세 시대로 치면 이른바 유한 계층으로 귀족들이 누리던 혜택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며 “VIP가 되면 세일도 받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만큼 오히려 실용적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합리성을 부여하는 소비 경향도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2022.05.09 I 백주아 기자
내 코앞에 선 '덩어리 인간' 더 우러르는 이유<2>
  • 내 코앞에 선 '덩어리 인간' 더 우러르는 이유[이수연의 아트버스]<2>
  • 오귀스트 로댕이 1898년 제작한 ‘발자크 상’. 로댕이 일생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던 역작이다. 그럼에도 의뢰처로부터 ‘인수거부’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는데, 프랑스가 사랑한 대문호 발자크를 ‘덩어리’처럼 만들어놨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작품값을 반환한 뒤 되돌려받은 작품은 로댕이 죽을 때까지 보관했다. 석고상을 청동으로 제작해 세상에 나온 건 로댕 사후 21년 뒤.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개성을 빚는다는,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재발견할 뿐’이라 했던 로댕의 철학까지 입힌 작품이다. 청동, 282×122.5×104.2㎝, 미국 뉴욕 모마미술관 소장.까마득히 오래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린 동굴벽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술의 기원’이란 것을 말입니다. 문자를 대신한 소통이 예술의 목적, 그 전부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예술은, 또 미술은 다른 날개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종교를 달고, 휴머니즘을 달고, 상상력을 달았습니다. 20세기쯤 오자 미래를 내다보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과학과 기술을 딛고 서서 인간의 꿈이 도달할 그 너머를 꿈꿨던 겁니다. 이제 현대미술은 영역의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NFT에다가 메타버스에까지 닿아 있지 않습니까. 오랜시간 현대미술의 진격을 지켜봐온 이수연 학예연구사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비로소 가능했던, 예술의 창조적인 경계의 확장을 가져온 미술거장의 삶과 작품 읽기를 통해 예술로 꾸는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그 드넓은 ‘아트버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가 쓴 ‘고리오 영감’(1835)에는 ‘시시한 인간’들이 나온다. 프랑스혁명의 수혜를 받아 벼락부자가 됐다가 전락해 비루한 하숙집에 살며 사람들의 놀림감이 돼버린 고리오 영감. 성공을 꿈꾸며 파리로 상경해 불륜과 허영, 기만과 속임수가 판치는 사교계의 게임방식을 배우고 동경하는 청년 라스티냐크. 아버지의 자금력으로 대귀족·은행가와 결혼한 두 딸. 이 둘은 아버지의 돈을 마지막까지 짜내면서도 끝내 몰락한 아버지와 한 응접실에서 차도 마시지 않는 속물이다. 사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혁명과 변혁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초인이 아니다. 오히려 혁명이 굴리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신음하면서도 성공의 기회를 엿보며 매일매일의 욕망에 충실한 시시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시시한 인간들의 인생을 보고 있어야 하는가. 그것은 발자크가 문학의 목표를 ‘혹독한 진실과 사실을 드러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발자크는 때론 과장하고 때론 단순하게, 세속적인 인생들을 펼쳐놓았다. 시시한 인간들의 삶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소설은 당시 프랑스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그 속의 삶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발자크의 문제의식은 당시의 시대 상황과 무관치 않다. 19세기는 과학분야가 놀랍게 발전했던 때다. 원자론이 등장했고, X선과 라듐이 발견되고, 진화론과 세균학이 발달했다. 발자크를 앞세운 프랑스문학의 사실주의는 바로 이러한 과학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실증적 객관주의의 방법론을 취했던 것이다. 막연한 환상과 이상을 표현하기보단 예리한 관찰과 냉정한 거리두기를 통해 사회가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육중한 몸체 속 혁신의 무게와 미래 향한 기대 표현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발자크 상’(1898)은 바로 이 작가 발자크를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1891년 프랑스문인협회에서 작품을 의뢰받은 로댕은 이 조각을 준비하며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발자크를 공부했다. 발자크가 가진 ‘진정한 사실적 면모’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삶을 추적해 인터뷰하고, 소설을 읽었다. 발자크의 고향 앙주를 찾아가 닮은 모델을 찾아내고 옷차림과 습관, 표정과 자세를 탐구했으며 수없이 많은 스케치를 하고 습작을 했다. 심지어 어떤 습작에는 누드의 발자크, 머리가 없는 발자크가 나타나기도 했고, 작가를 상징하는 흔들의자와 책, 깃털 달린 만년필 등이 동원되기도 했다. 그러나 7년간의 시도 끝에 로댕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발자크는 뜻밖의 모습이었다. 야수 같은 거친 에너지를 품은, 2m 80㎝에 달하는 거대한 덩어리였던 것이다. 작품을 의뢰했던 문인협회는 크게 당황했고 비평가들은 조롱하느라 바빴다. 석탄포대네, 눈사람이네 하면서 말이다. 석고상으로 처음 만들었던 ‘발자크 상’은 결국 청동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문인협회가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로댕은 제작비를 환불하고 작품을 되돌려받았다. 그 석고상이 청동으로 제작돼 세상에 빛을 본 건 로댕이 세상을 뜬 지 21년 만인 1938년. 의뢰부터 제작까지 무려 47년이 걸린 셈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발자크 상’(1898)의 부분. 깊게 파인 눈과 굳게 다문 입, 온통 헝클어진 머리에 찌푸린 표정이지만, 두덕두덕 부은 듯 피곤한 얼굴은 중력을 거슬러 세파를 헤치고 미래를 바라보는 듯하다.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발자크 상’에 대해 로댕은 이렇게 설명했다. “난 발자크의 치열한 글쓰기, 그가 맞닥뜨린 고난과 역경에 대해 생각해봤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위대한 용기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바로 그 진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 진실을 어떻게 표현했다는 것인가. 바로 ‘과장과 생략’이다. 발자크 상의 머리와 몸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에너지를 내뿜는다. 한 발을 앞으로 약간 내민 채 비스듬히 기울인 몸통은 형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육중한 덩어리의 질량감으로 압도한다. 거대한 몸체를 감싼 진짜 석탄포대 같은 로브(성직자의 옷)는 실제 몸의 굴곡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추상적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구체적인 묘사보다도 발자크를 상상케 한다. 창작을 고뇌하며 밤새 서재를 거닐던 그 모습. 그 무게와 압박감이 너무 무거워 땅을 뚫고 들어갈 듯한 기세인 것이다. 반면 얼굴은 저 먼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온통 헝클어진 머리에 찌푸린 표정이지만 두덕두덕 부은 듯 피곤한 얼굴은 중력을 거슬러 세파를 헤치고 미래를 바라본다. 몸과 머리의 방향이 서로 다른 이 조각상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선, 그래서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현실의 무게와 미래의 기대를 꿰뚫을 수 있을 만큼.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 조각 정원에서 실제로 ‘발자크 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압도감과 당혹감을 기억한다. 야외 정원으로 이어진 미술관의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기 전 바닥에 놓여지다시피 한 발자크와 마주쳤을 때 말이다. 깊게 파인 눈과 굳게 다문 입, 둔중하고 거친 몸체에서 전해지는 감동과 함께, 이 거대한 존재를 내 코앞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도록 설계한 조각가의 대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1884∼1895). 프랑스 칼레시가 로댕에게 의뢰한 기념상. 10년에 걸쳐 제작했으나 ‘초인적 영웅 이미지와 다르다’며 부정적 반응을 얻었고, 기념상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좌대에 세우지 않겠다는 로댕의 고집에 또 한 번 마찰을 빚기도 했다. 칼레의 수많은 시민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자처한 작품 속 6명이 부자고 권력자였다는 일화 덕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됐다. 공식승인을 받은 12점의 주물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그중 마지막 12번째 에디션을 삼성문화재단이 구입했다. 청동, 209.6×238.8×241.3㎝, 삼성문화재단 소장.보통 개인의 위대함을 기리는 조각상을 제작할 때에는 높은 좌대를 같이 만든다. 감상자의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해 그의 위대함을 우러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럽의 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마상이나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동상 등을 상상하면 그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로댕은 그토록 존경해마지 않던 위대한 인물들을 세울 때조차 좌대를 높이지 않았다. 한 뼘도 안 되는 높이의 좌대에 놓인 발자크를, 조각 특유의 볼륨감은 물론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까지 실감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칼레의 시민대표 6인로댕의 또 다른 걸작으로 꼽히는 ‘칼레의 시민’(1884∼1889)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한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346년, 영국 에드워드 3세의 공세에 거세게 저항하던 프랑스 칼레시는 항복의 조건으로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대신 시민대표 6인의 처형을 선택한다. 선뜻 그 대표로 나선 이들은 시장, 부유한 상인, 법률가 등 귀족 계급이었다.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1884∼1895) 부분. 칼레의 수많은 시민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자처한 작품 속 6명을 각각 클로즈업했다. 로댕은 죽음 앞에서 괴로워하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집중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에 있던 플라토미술관에 전시됐을 때의 전경이다. 플라토미술관은 1999년 로댕갤러리로 개관해 2016년 폐관할 때까지 ‘칼레의 시민’을 전시했다.칼레의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영국의 왕을 만나러 가는, 바로 그 6인의 시민대표를 묘사한 이 작품은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을 형상화하면서도 결코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올려두지 않는다. 심적 고통과 갈등을 애써 견디며 걸어가고 있는 고귀한 이들 하나하나를 감상자는 자신의 눈높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그 눈높이는 6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배웅해야 했던 칼레시민들의 시점과 일치한다. 칼레시민들은 죄책감과 고마움 속에 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햇빛에 반사된 거칠고 무거운 옷자락과 사슬을 찬 커다란 손과 발은 조각상에 생명력을 더해 칼레시민들이 겪었을 고통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낸다. 목에 밧줄을 매고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머리를 떨구고 손을 펼친 채 한 걸음 한 걸음 처형대로 향하는 이들과 나란히 섰을 때 얻을 수 있는 깊은 공감은 그 어떤 사실적인 묘사보다 울림있게 진실을 전달한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부지런히 근대사회로 향하던 길목에서 예술가들은 중세시대의 종교적 이상, 르네상스시대의 재현적 사실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역사 속에서 벌어진 사건의 의미·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자 했다. 드높은 좌대에서 내려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 키높이를 맞춘 로댕의 조각상들은 시시한 인간들의 삶을 불멸의 예술로 승화시킨 가장 근대적이고 가장 진실된 헌정일 것이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1979년 생. ‘문자보다 이미지’였다. 이미지의 가능성, 이미지를 읽어내는 방식에 자꾸 관심이 갔다.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방향을 틀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백남준 퍼포먼스 연구’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후 미술전문기획사 사무소(SAMUSO) 등을 거쳐 200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전문영역이 선명해졌다. 무빙이미지·영화·인터넷 등 미디어기술의 발전이 미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든 일이다. 내친김에 미국 코넬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미디어기술을 입은 시각문화가 끝없이 진화하는 현장을 학술연구와 연결하는 일에까지 욕심을 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올 가을에 열 ‘백남준 효과’ 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2022.04.29 I 오현주 기자
‘용의여인’ 박소빈 작가, 베이징서 활약 “마음으로 소통”
  • ‘용의여인’ 박소빈 작가, 베이징서 활약 “마음으로 소통”
  •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어떤 나라든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한다면 언어와 관계없이 마음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정해진 곳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열정과 기술이 있다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박소빈 작가가 14일 베이징 작업실에서 새 작품인 <새로운 여성 신화탄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연필 하나로 ‘용과 여인의 사랑’을 그려온 박소빈 작가는 14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개인작업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중국에서 7명의 작가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처음이라 고민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해 승낙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최근 중국의 대표 행위예술가인 허윈창 등 8명의 예술가들과 ‘수수’(SUSU)라는 캐릭터 상품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합류했다. 수수는 유럽 중세시대에 긴 치마를 잘랐던 당당한 여성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지난달 출시 이틀 만에 판매량 124만건을 돌파하고 중국 레몬차 브랜드 ‘닝지’와 컬레버레이션을 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 작가는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입주작가로 국내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첫 뉴욕 전시에서 국제적인 큐레이터 탈리아 브라초포울로스와 인연을 맺고 2009년 뉴욕 브루클린의 보스 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갔다. 중국에서의 작품활동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2017년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금일(今日·진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중국 전역 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전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올해로 중국 생활 11년째를 맞는 그는 금일미술관의 전시전이 가장 뜻깊으면서도 힘들었던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중관계가 악화했고, 조수미 등 한국 예술가의 중국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던 때였다. 지난 2017년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열린 박소빈 작가 개인전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금일미술관박 작가는 “중국 진출 6년 만에 금일미술관의 본관에서 한국인 화가 중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졌다는 건 큰 행운이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대부분 공연이 취소됐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후원을 약속했던 2곳의 중국 기업도 갑작스레 계약을 취소해 전시 자체가 무산될 뻔 했다”고 회상했다.박 작가는 당시 예산 부족에도 미국에서 기획자들이 이코노미석을 타고 중국으로 와 전시를 추진했고, 주중한국문화원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시 기간인 49일동안 직접 17m 도화지에 ‘부석사 설화-용의 무한한 변화’라는 작품을 완성하는 긍지를 보여줬다. 그는 “정말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지만 내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 감사했다”며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데 한국인 작가로 더욱 책임을 갖고 작가생활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허베이미술대학의 초빙교수로 임용돼 중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그는 같은 대학 초대전에서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진행했다. 박 작가는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길 희망하는 한국 화가들에게 “단순히 외국에서 한번 전시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많은 작가들과 만나면서 경계 없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화 속에 정보가 넘치지만 대중문화가 아닌 예술가라는 직업은 소통이 어렵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예술 세계를 고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게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작가는 “시대에 따라 가는 게 아니라 근본을 추구하는 드로잉 작품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박소빈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중국 캐릭터 ‘수수’와 컬래버레이션 하는 작품의 도면을 살펴보고 있다. 이 상품은 7월 정식 출시 예정이다.
2022.04.15 I 신정은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대세된 원격의료 제도화 시급하다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다음은 28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대세된 원격의료 제도화 시급하다-쌍용차 매각 급브레이크…재매각·청산 갈림길에-美긴축 유탄…국채값, 금융위기 후 최악 폭락-박정호의 승부수…SK코인, 카카오 손잡는다△종합-[뉴스 포커스]장애인까지 갈라친 이준석…대신 무릎꿇은 김예지-[궁즉답]동포인 고려인엔 입국 문턱 낮췄지만 우크라인은 장기체류자 가족만 받죠-‘모다모다’ 손들어준 규개위 “식약처, 업체와 재검증하라”△매각 불발, 위기의 쌍용차-인수무산 놓고 서로 ‘네 탓’…법적 공방에 정상화 골든타임 놓칠라-“자금력 갖춘 새 인수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지원도 청산도 마땅찮은 쌍용차…고심 깊어지는 산은△윤석열 시대-인수위 국정과제 속도-‘임대차 3법 폐지·축소’ 카드 꺼낸 인수위…부동산 정책 새판 짠다-경제형? 통합형?…내달초 尹정부 초대 총리 결정-인수위-공수처 30일 간담회…‘공수처법 24조’ 설전 예고△윤석열 시대-부처별 업무보고-‘文정부 방역 실패’ 규정한 인수위 “코로나 백신 피해 국가보상 늘린다”-일자리 많이 만든 기업, 稅부담 줄인다-정치중립 시험대 선 국정원…인수위 “안보수사 공백 없어야”△‘K-디지털 헬스케어’ 약진-앱으로 불면증 고치고, AI로 숨어있는 암 찾아내…세계로 발 넓혀-“IT·의료인프라 최강…K유니콘 등장 시간문제”-코로나 상황 대세된 원격진료…전면 허용 망설이는 한국△종합-“하루 만에 20bp 폭등, 처음 본다”…美 ‘빅스텝’ 예고에 韓국채 비명-최대 등록말소…국토부, HDC현산에 철퇴-삼성 경영권 승계 수단 활용? 웰스토리 배당금은 “푼돈”-“더이상 새 변이 안 나와도 몇 년간 수십만 확진 계속”△정치-당내 분위기 복잡미묘…국민의힘, 지방선거 전열정비 ‘지지부진’-후끈 달아오르는 민주당 내 경기지사 경쟁-文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46.7% 尹당선인 긍정적 전망 46% ‘희비’-“경기도는 대선 주자들 연습장 아니다”-민주, 새물결에 합당 제안 김동연, 서울이냐 경기냐△경제-‘유류세 30% 인하’ 카드 만지는 정부…불붙은 경윳값 대응엔 한계-농번기 일손 덜자…외국인근로자 체류기간 연장-“적법성 재확인”…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오늘부터 가동△금융-전세→주택담보→신용 순으로 대출받는 게 유리-보복 소비에 카드사 순이익 34% 쑥-주총 열고도 대표 못 뽑은 IBK캐피탈, 왜-실적관리 고삐 죈 손태승 “2분기부터 전 부문서 속도 필요”△글로벌-러-우크라, 터키서 담판 지을까…‘돈바스 지역 타협’ 관건-바이든 “푸틴 정권교체” 파장…“그런뜻 아냐” 해명-中, 경제수도 상하이도 결국 봉쇄-러 외교장관 31일 방중, 우크라 사태 논의할 듯△산업-오르락내리락 운임에 해운업계 ‘멀미’ 난다-그린소재·바이오 재정비…전광현 “2025년 매출 4조”-회사 생활, 우리가 낱낱이 알려주마-포스코인터·KTNET 블록체인 기반 무역 플랫폼 구축△증권-4월 실적시즌도 먹구름 예상…돌파구는 ‘이익 방어株’-매크로 변수에 죽쑤는 대형株…테마에 웃는 중소형株-고유가에 정유株 펄펄, S-OIL 10만원 ‘눈앞’△증권-시간활용이 화두…교육용 웹툰 등 놀거리에 투자 집중-“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 ‘KB다이나믹 TDF’ 선봬-코로나 종식 지연에…공매도 표적된 리오프닝株-우크라 전쟁에 치솟았던 가스株 ‘내리막길’△부동산-‘삼표레미콘 공장’ 6월말 철거…성수동 ‘신흥 부촌’ 날개-‘동대문 푸르지오 브리센트’ 동대구역 핵심지에 분양-231대 경쟁률 ‘힐스테이트인덕원’…대거 미계약-SK D&D, 남대문 일대서 고층 오피스 개발 추진△문화-주인 잃은 명품 껍데기…‘인간 욕망 허상’을 좇다-파도인듯 산인듯 평면인듯 입체인듯 5인5색 女보시오△스포츠-티띠꾼 선두 질주…안나린은 3위-김성현 ‘PGA 투어 출전권’ 예약-벤투호, 오늘밤 ‘아름다운 마무리’-여자 컬링 ‘팀 킴’, 세계선수권 준우승△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자산배분 솔루션으로 승부…다양한 ‘알짜 ETF’ 담은 포트폴리오 선보일 것-“거래 정지된 러시아 ETF, 상장폐지 피하도록 최선 다할 것”△피플-시상자 윤여정, 수어로 청각장애 배우 호명…“감동 선사”-“중세 다시 도래했다…전쟁·팬데믹 등 과거의 세계로 퇴보 중”-김형종 현대百 대표 “올해도 최대 실적 자신”-청소년 자율주행차 경진대회…하나고 팀 우승-이스트시큐리티, 정진일 대표 선임-KCC, 5년째 ‘새뜰마을 사업’ 저소득층 노후주택 개선-HMM, 나무 심기 봉사활동△오피니언-[법조 프리즘]사기죄 형량 높이자-[기고]대통령 직속 ‘국가주택전략위’ 검토할 때-[기자수첩]민생 터전 된 온라인플랫폼, 최소규제가 답이다△전국-충청·강원권 “새 정부서 지방은행 반드시 설립”-“139만 1인가구 심리관리 맡겨주세요”-“정권 바뀌어도 청정에너지 필요성 여전…관심·지원 지속돼야”-부산시, SSG닷컴 등 4곳서 3600억 유치△사회-‘여의도 저승사자’ 부활 움직임…금융권 정경유착 수사 탄력받나-“몰카 삭제 골든타임 있어…유포 인지 후 빨리 지원요청해야”-탈진하고 쓰려지는 의료진…“국립대병원 의료체계 붕괴 직전”-속도제한 ‘시속 50→60km’ 전국 확대-[사건프리즘]노사협약 ‘56세부터 임금피크제’는 만 나이일까
2022.03.28 I 김정유 기자
김종대 “집권 초 스타일 구기는 尹, 청와대가 무슨 감옥이냐”
  • 김종대 “집권 초 스타일 구기는 尹, 청와대가 무슨 감옥이냐”
  •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청와대가 ‘안보 위기’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낸 가운데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도 못 가고 용산도 못 가는 전세 난민 신세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김 전 의원은 21일 TBS교통방송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이 당장 불가능할 경우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참으로 국격이 떨어지는 소리”라며 “들어갈 집이 없으니 임시로 호텔에서도 묵겠다는 식으로 돼버린 것”이라고 했다.그는 “통의동은 시설이 좁기 때문에 큰 행사는 못 한다고 봐야 된다. 외국 사절이 왔을 때 의장대 행사가 안 된다”라며 “또 헬기가 못 뜨기 때문에 헬기 이용하려면 국방부나 청와대 헬기장에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통의동은 방호시설이 없다”라며 “대통령이 고립되는 것, 고아가 되는 것이다. 비서실이나 경호처가 다 와 있을 수 없으니까 원거리에서 보좌를 해야 되는데 (못한다)”라고 덧붙였다.그는 “물론 국가가 망하진 않는다. 기본은 될 것”이라며 “그러나 국정의 에너지를 한껏 고양시켜 통합정부를 이끌어나가기에는 통의동은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 집권 초에 스타일을 구기는 부분이 참 안타깝다”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청와대가 무슨 감옥이냐. 청와대가 무슨 중세시대 요새이냐”며 “지금 청와대가 많을 때는 국민 4000명이 관광한다. 비서동에 있는 그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나오면 시민들하고 다 부딪히게 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청와대 자체가 싫은 것”이라며 “하루도 못 가겠다 그랬다. 조선총독부부터 100년 동안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가면서 제왕적 권력을 누린 전근대의 상징이고 가까이할 장소가 아니라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라고 말했다.아울러 “우리나라에 역대 민주화 과정도, 청와대에 대통령이 있을 때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성숙했던 역사가 있다”며 “이런 것들을 일체 부정하니 항간에 이상한 소문도 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집무실 이전 계획에 청와대가 무리하다고 판단한 데 대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알림 메시지를 통해 “윤 당선인은 어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국민께 정중하고 소상하게 말씀드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5월 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며 용산 시대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2022.03.21 I 송혜수 기자
“세계문학 고전을 만나는 시간”…서울도서관, 비대면 강좌 개최
  • “세계문학 고전을 만나는 시간”…서울도서관, 비대면 강좌 개최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도서관은 세계 책의 날 및 도서관 주간을 기념해 ‘세계문학 고전을 만나다’를 주제로 비대면 강좌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오는 4월5일부터 5월3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저자로 알려진 이현우 작가가 강의를 한다. 이 작가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자 ‘로쟈’ 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서평가이다이 작가는 중세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로 전환되는 근대시대의 사회문화 및 경제정치적 사상과 가치를 근대를 대표하는 대문호의 작품을 설명한다. 또 ‘햄릿’, ‘돈키호테’, ‘고리오 영감’, ‘죄와 벌’ 등 작품에서 그려내는 근대 개인-가족-사회의 격동과 포용은 급변하는 현대 시대를 되돌아보고 지향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또한 이번 강좌에서는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여 국가와 세계시민 더 나아가 세계화 시대의 언어와 세계문학의 전반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세계문학사의 정점을 이룬 대작들과 근대소설의 정수인 발자크 및 도스토옙스키의 명작들을 재해석함으로써,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문학으로 위로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서울도서관은 설명했다. 강좌 수강 신청은 3월 17일부터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신청·참여→ 강좌 신청’에서 할 수 있다. 일반시민(성인대상)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선착순 40명을 모집한다. 강의는 화상회의 어플리케이션 줌(Zoom)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강좌에 대한 문의 사항은 서울도서관으로 연락하면 된다.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문호의 작품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읽고 재해석하여 일상 회복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사회적 포용성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03.18 I 김기덕 기자
멀수록 좋다던 뒷간이 안방까지 들어왔다
  • 멀수록 좋다던 뒷간이 안방까지 들어왔다 [물에 관한 알쓸신잡]
  •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뒷간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시대상을 반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처갓집이 멀수록 좋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뒷간이 멀수록 좋은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코를 찌르는 악취와 지저분함 때문이죠.이 속담을 만들었던 조상들은 멀수록 좋다고 했던 뒷간이 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집안에 들어와 있는 걸 본다면 뭐라고 할까요?(사진=이미지투데이)지저분하고 악취 풍기는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수세식 변기와 하수도 덕분에 악취가 사라지고 모습도 깔끔해졌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세계 모든 나라에서 화장실은 멀수록 좋은 시설이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화장실 부족으로 거리에는 오물이 넘쳐 났고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하이힐이 거리에 있는 오물을 피하기 위해 발명되었다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이니까요.당시 도시에서 지저분한 오물을 버리기에 가장 좋은 곳은 하천이었습니다. 도시에 있는 하천은 하천이라기보다는 오물을 버리는 하수구에 가까웠습니다.하수도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의 하수도 시설은 더러운 물을 모아서 하천으로 보내기 위한 이송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수도와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될수록 하천으로 흘러드는 오물의 양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하천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수처리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느꼈던 나라는 영국이었습니다. 영국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하수뿐만 아니라 공장폐수마저 하천으로 흘러들었습니다. 1800년대 초반부터 하수처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막대한 예산 탓에 하수처리시설 설치는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콜레라로 1854년 영국에서만 2만3000명이 사망하고 질병의 전염 경로가 오염된 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수처리시설 설치가 본격화됐습니다.우리나라의 하수처리 역사는 1976년 청계천 하수종말처리장이 준공되면서 시작됐습니다. 1980년대초에 10%가 채 되지 않던 하수처리율은 2020년 기준 95% 수준까지 높아져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하수의 대부분이 처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수처리장은 하천의 수질관리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지만 악취와 경관 문제로 도시의 대표적인 기피시설이 돼버렸습니다. 뒷간이 그랬던 것처럼 하수처리장은 모두가 멀리 둘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시가 점점 커지면서 하수처리장을 설치하기에 좋은 모두에게서 먼 곳을 찾기란 불가능해졌고 때문에 하수처리장을 설치할 때마다 갈등이 생깁니다.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뒷간이 화장실로 변신했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누구나 멀리 하던 뒷간이 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집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뒷간이 가진 고질적인 악취와 지저분함을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뒷간이라 할 수 있는 하수처리장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것도 악취와 경관입니다.악취와 경관을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은 공원으로 조성하는 겁니다. 다행히 이런 방식의 접근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주민들의 반응도 좋아지고 있습니다.경기도 용인시의 수지하수처리장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의 서울톨게이트 조금 못 미쳐 우측에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높다란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수지하수처리장입니다.많은 사람들은 그 건물을 전망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하에 있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배출하기 위한 굴뚝입니다. 하수처리장의 지상에는 스포츠센터, 문화예술 공간이 자리 잡고 있고 근처에는 백화점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수처리장 지하화. (이미지=최종수 박사)뒷간이 악취와 지저분함을 해결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왔던 것처럼 하수처리장도 악취와 경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면서 대표적인 기피시설에서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하수처리장의 변신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한 게 있는데, 바로 처리하고 내보내는 방류수입니다. 우리나라 698개 하수처리장에서는 매일 2000만t 가량의 방류수를 흘려보냅니다. 청계천 유량의 약 500배에 해당하는 양이지요.하수처리 기술의 발달로 이 물은 어지간한 하천수 이상의 수질을 유지하지만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물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활용되는 비율은 15%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은 하천 유지용수로 흘려보내는 것이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 실제 이용되는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습니다.기술 발달과 인식 변화로 뒷간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하수처리장이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물은 하수를 처리했다는 낙인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흘러나갑니다.우리나라의 팍팍한 물 사정을 고려할 때 막연한 찜찜함 때문에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물입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2022.03.05 I 이명철 기자
男, 여자를 구원?…신데렐라, 가장 잘 팔리는 서사
  • [책]男, 여자를 구원?…신데렐라, 가장 잘 팔리는 서사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힘들게 살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조력자의 도움으로 부자 남성을 만나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잘 알려진 ‘신데렐라’ 서사는 끊임없이 변주되고 회자된다. 페미니즘·양성 평등적 시각에선 끊임없이 비판받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 중 하나다. 이 서사의 ‘원조’는 유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책에 따르면 17세기 프랑스에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 아니다. 문명 탐사가인 저자는 세계 각지의 설화와 민화 속에 감춰진 인류 공통의 문화적 ‘코드’를 추적한다.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티베트, 베트남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해 오는 유사한 이야기들을 수집·분류하고, 연구했다.유럽의 신데렐라 서사는 세계로 전파된 수많은 계보 중 하나일 뿐이며 기원전 5~6세기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이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서사라는 주장이다. 17세기 프랑스 훨씬 이전부터 중세 유럽의 ‘고양이 첸네렌톨라’, 비잔틴제국의 황후 테오도라 등 신데렐라는 늘 존재했고,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 미얀마의 ‘떰과 깜’, 일본의 ‘누카후쿠와 고메후쿠’ 등 어느 문화에서든 그 서사가 이어졌다.저자에 따르면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는 기본 구조가 세계로 전파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문화적 풍토, 지배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메시지, 시대정신 등을 흡수하며 새롭게 재창조됐다. 근친상간 요소가 삽입되거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로 윤색되는가 하면, 현대의 디즈니 영화에선 아메리칸 드림이 덧씌워졌다는 것이다. 인류의 대이동과 함께 신데렐라도 움직였다는 분석에 따라 다채로운 신데렐라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2022.02.15 I 김미경 기자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인터파크와 ‘인생 세계1주’ 이벤트 진행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인터파크와 ‘인생 세계1주’ 이벤트 진행
  • 벨기에 플랜더스 초콜릿[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과 브뤼셀 공항이 인터파크와 함께 11일부터 17일까지 ‘인생 세계1주 - 벨기에 플랜더스’ 이벤트를 진행한다.이번 이벤트는 퀴즈와 관광지 정보, 그리고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여행지 특산품을 통해 여행지를 간접 경험하는 쇼핑으로 구성했다. 인터파크 이벤트 페이지에서 간단한 퀴즈에 참가하면 추첨을 통해 총 60명에게 이번에 참여한 다양한 플랜더스 회사 제품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또한, 플랜더스 주요 여행지와 여행이 가능할 때 떠날 수 있는 여행 상품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또, 초콜릿의 나라답게 인기있는 다양한 초콜릿을 비롯해 와플 쿠키, 비스켓, 캡슐 커피, 안트워프에서 탄생한 캐쥬얼 브랜드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키플링 그리고 고급 화장품인 넬리 드뷔스트 등 총 70개 이상의 제품을 20%에서 최대 61%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한다.벨기에 플랜더스 스타일 와플◇벨기에 대표 여행지 몰려잇는 ‘플랜더스’플랜더스는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을 비롯하여 브뤼헤, 안트워프, 겐트, 루벤, 메헬런 등 벨기에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몰려 있는 북부 지역이다.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이자 EU의 수도. 17세기에 만들어진 유명한 그랑 플라스 광장을 비롯하여 유서 깊은 성당 건축물과 왕궁 그리고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룬 곳이며, 유럽연합과 북대서양 조약기구 등이 있어 유럽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가 숨쉬는 역동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루벤스가 이곳에서 7년간 거주하며 수많은 명화를 선보였다.중세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이 있는 겐트는 론리 플래넷이 ‘유럽 최고의 시크릿 여행지’로 선정할 만큼 중세 건축과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겐트를 거닐다 보면 자신이 박물관이나 누아르 영화 세트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된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성 바보 대성당이 있으며, 성당 내부에 유명한 반 에이크 형제가 그린 제단화를 보기 위해 전세계 수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찾고 있다.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초콜릿의 도시인 브뤼헤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브뤼헤는 신비한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드는 곳이다. 역사를 잘 보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운하를 따라 배를 타고 아름다운 건물들을 감상하고, 벨기에를 초콜릿으로 유명하게 만든 도시답게 이곳에서는 다양한 초콜릿을 꼭 맛보아야 한다.지식에 목마르다면 브뤼셀 외곽에 있는 루벤으로 가면 된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들이 모여 있는 곳이자 현재 약 2만8000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거주하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도시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있는 곳에 맥주가 있듯이 루벤은 벨기에 맥주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수 백년 동안 이어온 플랜더스 맥주 전통과 기술이 바로 루벤에서 맛보는 프리미엄 맥주에 담겨있다.안트워프는 유럽에서 두 번째 규모의 항구도시로 특히 전세계 다이아몬드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거장 루벤스가 전반부 생애를 보낸 곳인 만큼 루벤스와 바로크 시대 미술품을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런 작품이 아니더라도 도시내에서 바로크 시대 흔적들을 경험할 수 있다. 루벤스가 살았던 루벤스 하우스가 있으며, 그에 관련된 모든 문화 이벤트와 투어 가장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안트워프다.작지만 그림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인 메헬런은 특히 음악 악기인 카릴론(Carillon)학교로 유명하다. 카릴론 악기 연주를 배우기 위해서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으며, 덕분에 도시 곳곳에 진기한 카릴론 악기 매장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고딕 양식 및 바로크 시대 성당과 건축물들이 서 있는 메헬런에서는 야외 카페에 앉아 현지 맥주를 음미하며 카릴론 연주를 감상해 보자.역사와 음악의 도시 ‘켄트’
2022.01.11 I 강경록 기자
이카로스가 바다로 추락하든 말든<18>
  • 이카로스가 바다로 추락하든 말든[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8>
  • 피터르 브뤼헐이 1558년 그린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초기에는 풍경화가로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엔 소박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농민을 높은 휴머니즘, 예리한 사회비판적 관점에서 그려냈다. 덕분에 ‘농민화가’ 혹은 ‘농민 브뤼헐’로 불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카로스는 그리스신화 속 인물. 건축가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날개를 달고 미궁에서 탈출하던 중, 태양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으면서 에게해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작품은 이카로스의 추락보다 그 추락을 알아채지 못한 모두의 무심함을 주제로 삼았다. 캔버스에 유채, 73.5×112㎝,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관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인간의 발걸음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된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는 인간의 신화적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해 마치 밤하늘의 별을 엮어 별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용궁이나 인어와 같이 인간세상과 비슷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용왕의 대접을 받고 연꽃에 감싸여 다시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그런 것이고, 용왕의 건강문제로 토끼간을 가지러 육지로 올라왔던 자라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그림에서 바다는 수많은 풍경으로, 특히 근대 이후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여가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이전 시대에는 역시 수많은 신화와 연결돼 등장한다. 화가들이 바다 풍경과 더불어 그리고 싶어했던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는 비너스 이야기였다. 비너스는 완전히 다 성숙한 여인의 몸으로 바다에서 태어난 신이기 때문이다. 비너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잘린 성기가 바다에 떨어져 만들어진 태생이 독특한 여신이라, 바다로부터 육지로 올 때는 종종 커다란 조가비를 타고 등장한다. 이탈리아 메디치가문의 후원을 받아 피렌체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중심에 있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1485)은, 기독교가 중심이던 중세 내내 이교라 핍박받던 그리스로마신화가 르네상스에 이르러 화려하게 부활하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었다. 화면의 왼쪽에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비너스를 육지로 밀어오는 제피로스와 화면 오른쪽에 황급히 비너스가 입을 옷을 준비하는 플로라가 그림의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작 조가비 위에 몸을 가리고 서 있는 비너스는 너무도 평온한 모습이다. 곁에는 꽃들이 떨어지고 서풍에 긴 머릿결이 흩날리지만, 이 정신없는 중에도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비너스의 눈빛이야말로 이 그림을 한없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너무 유명한 이 그림을 두고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데, 바로 바닷물의 표현법에 대한 것이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7).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거장으로 꼽히는 보티첼리의 걸작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묘사로 우아하고 기품있는 여성상을 그려냈다. 사실주의를 무시하고 양식화한 표현이 도드라진, 가령 인물의 신체에서 느껴지지 않는 무게감이나 비례·자세 등을 왜곡하는 보티첼리의 특징을 온전히 품었다. 캔버스에 템페라, 172.5×278.9㎝,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소장.◇고요한 역동성 표현한 보티첼리의 바다바다는 푸른빛이다. 바닷물을 손으로 한 줌 뜨면 여전히 투명하지만, 거대한 풍경으로서의 바다는 맑거나 흐린 하늘빛을 반영해, 깊고 얕음에 따라, 바닷속 땅이 어떤 색인가에 따라 에메랄드 빛을 띠기도, 코발트블루 빛을 띠기도, 검은빛을 띠기도 한다. 보티첼리의 그림 속에서 바다는 청량감을 주는 밝은 청록색으로 빛나고 있다. 멀리서 다가오는 잔잔한 파도는 V자형으로 패턴화해 그려져 있고, 비너스가 올라 있는 조가비 근처에 부딪히는 파도만이 불규칙하게 보인다. 인물의 형태와 배치에 온 힘을 기울였을 보티첼리가 이 모든 서사의 배경이 될 바다의 풍경 앞에서 파도의 묘사에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표현하려 그는 조색을 거듭하고 파도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 수없이 연습했을 것이다. 비너스를 태운, 그러나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뿐하게 발을 딛고 해안으로 밀려온 가리비가 떠 있는 바다를 묘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보티첼리는 붓끝에 흰 물감을 묻혀 조심스럽게 갈매기 모양의 파도를 그려 고요한 역동성을 만들어냈다. 신화와 연결된 바다의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 삶 속으로 이끌려 들어왔다.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1525∼1569)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1558)에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화면의 가장 앞에는 말을 앞세워 밭을 가는 농부가 있고, 그 안쪽에는 개 한 마리를 대동한 채 양을 치는 사람이 보인다.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이 보이고, 연안에 떠 있는 배도 물고기를 잡는 어선일 것이다. 먼바다에도 어선이 몇 척 떠 있고 그 너머로 도시의 풍경도 보인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풍경이지만, 놀랍게도 이 그림 속에는 신화 이야기가 들어 있다. 화면 오른쪽 아래 큰 어선과 낚시하는 사람의 사이에 누군가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 말이다. 파도 위로 살짝 보이는 한쪽 팔과 두 다리를 퍼덕이는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1558)의 부분을 클로즈업했다. 태양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으면서 바다로 빠진 이카로스가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순간을 묘사했다.◇농담처럼 그려낸 브뤼헐의 추락한 이카로스 그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올랐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한 이카로스다. 이카로스는 날아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잊고 더 높이 오르고자 했다가 날개를 잃고 바다에 떨어져 죽음을 맞은 신화 속 인물인 것이다. 이카로스의 죽음은 인간에게 한계 내에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준 건가, 아니면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영웅적인 도전은 기억될 만하다는 메시지인가. 하지만 브뤼헐의 그림 속에서 이카로스의 추락은 이도 저도 아니고 그저 필부의 죽음일 뿐이다. 어느 누가 이 그림을 보고 첫눈에 ‘이카로스의 추락’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물에서 허우적대는 이가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고자 했던 인물이라는 설명이 그림 어느 구석에 있는가 말이다. 그가 빠진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바다다. 하지만 다들 자신의 생업이 바빠 그의 추락은 말 한 필, 양 한 마리보다 중요치 않다. 아무도 그의 몸부림에 눈길을 주고 않았고, 그는 그대로 바다에 빠져 익사할 것이다. 이렇게 고독한 죽음이라니, 브뤼헐은 농담처럼 이카로스의 죽음을 그렸다. 아무도 눈길을 돌리지 않는 죽음,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하나 변할 것 없이 돌아갈 게 자명한 죽음, 브뤼헐이 그린 이카로스의 죽음은 농담이 아니라 세상의 진실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을까. 바다는 때때로 이렇게 인간을 삼킨다. 그래서 아름다우면서도 두렵다. 독일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는 거대한 바다 앞에 홀로 선 인간이 느끼는 근원적인 감정을 그림에 담았다. ‘바닷가의 수도사’(1808∼1810)에서 인간은 보잘 것 없이 작다. 드넓은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수직으로 서 있는 수도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검은 수평선 너머로부터 몰려오는 어둠인 듯하다. 해가 진 뒤인지 뜨기 전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간대의 풍경이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수도사’(1808∼1810). 계절변화나 자연풍광을 주요 소재로 삼아 작업한 프리드리히는 그중 가을·겨울·새벽 등의 정경을 독특한 정적감으로 표현했는데, 자주 그린 안개나 눈, 일몰·달밤은 색채와 명암으로써 종교적 의미를 드러냈다. 작품에 간혹 세운 사람의 뒷모습은 역사와 문화의 공허함, 그것을 의식하는 인간의 고뇌를 상징한다. 캔버스에 유채, 110×171.5㎝, 독일 베를린 알테 나치오날 갤러리 소장.◇문명이 아무리 발전한들, 바다의 깊이만 할까 이 그림에서 땅과 바다와 하늘은 신화나 인간적 서사의 ‘배경’이 아니다. 프리드리히의 바다 풍경은 복닥거리는 인간사를 넘어,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넘어,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은 걸 골라내는 인간의 미적 감각을 넘어, 세상의 시작과 끝에 대해, 또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수도사의 위치에 서게 된다. 수도사는 땅에 발을 딛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연 속 미물인 자신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광대한 풍경 앞에서 나 자신이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도,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두려움과 더불어 인간의 사유가 가 닿지 못하는 근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고양의 감정을 갖게 된다. 인간 문명이 아무리 하늘을 찌를 듯한 기교를 부려 인간만의 세상을 만들어내더라도, 자연의 장엄함 앞에서는 그저 말을 잊게 만드는 곳, 바다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지만, 걸음을 멈추고 사유란 것을 하게 만드는 장소기도 한 것이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2.01.08 I 오현주 기자
‘닥터 최태수’ 조석호, ‘시동’ 조금산…카카오엔터, 신작 4선 공개
  • ‘닥터 최태수’ 조석호, ‘시동’ 조금산…카카오엔터, 신작 4선 공개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카카오엔터테인먼트(대표 이진수, 김성수)가 2022년 콘텐츠 시장을 또 한 번 사로잡을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기대 신작 4편을 엄선해 발표했다. 100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사랑한 밀리언페이지 작가들의 귀환부터, 떠오르는 신인 작가들까지 올 한해도 독창적이고 탄탄한 작품 라인업으로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은다.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들은 작년 한 해도 ‘경이로운 소문’, ‘승리호’, ‘술꾼 도시 여자들’, ‘Dr. 브레인’,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웹툰과 웹소설 원작은 물론이거니와, 2차 창작물까지 줄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선두에서 산업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일본, 북미, 아세안에 이르는 전세계 독자층을 끌어안았으며, 특유의 드라마성 강하고 흡인력 있는 서사와 입체적인 캐릭터,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관을 통해 카카오엔터 오리지널 IP 만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신년을 맞이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PD와 MD들이 직접 올해의 기대 신작 네 작품을 추천했다. “이번엔 소방관의 사명 그린다” ‘닥터 최태수’ 조석호 작가의 신작 ‘콜사인’‘닥터 최태수’를 통해 의사로서 갖는 생명의 숭고함과 직업적 무게감을 깊이 있는 시각으로 담아내며 카카오페이지 대표 인기작을 배출해낸 조석호 작가가 이번에는 소방관을 소재로 택했다. 신작 ‘콜사인’은 화재로 동료를 잃은 신입 소방관 ‘태건’에게 어느 날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생겨나면서 일어나는 스토리다.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오히려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가장 현실과 가까이에서 돌아볼 수 있도록 섬세함을 살렸다. 누군가의 “살려달라”는 도움 요청, 즉 ‘콜사인’에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소방관들의 직업 정신과 숭고한 희생 정신을 가슴 뭉클하게 담아낸다. 카카오페이지에서 1월 중 론칭 예정이다. ‘시동’의 조금산 작가가 담아내는 우리 사회의 면면, ‘옆집 이방인’영화로도 선보인 웹툰 ‘시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금산 작가는 우리 사회 곳곳의 현실적인 문제를 더없이 사실적이면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고서 그려내는 내공이 탁월하다. ‘바퀴벌레’, ‘노숙자 블루스’, ‘세상 밖으로’ 등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연이어 집필하며 “믿고 보는 작가”, “타고난 스토리꾼”이라는 찬사를 듣는 조금산 작가의 카카오웹툰 신작 ‘옆집 이방인’ 역시 시작부터 강렬한 몰입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재건축 동네에 살고 있는 세 모녀의 옆집에 수상한 부자가 이사오면서 미스테리하면서도 어수선한 상황이 심화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왕따, 재건축, 소문이라는 키워드가 작품 중심을 관통하면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동네 주민들 사이에 미묘하게 피어나는 동질감을 관찰하는 것이 작품 감상의 묘미다. ‘도굴왕’ 산지직송 작가가 선사하는 강렬한 쾌감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신선한 소재,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지 밀리언페이지에 오르는 등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도굴왕’ 산지직송 작가의 신작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가 웹툰으로 탄생했다. 카카오페이지 웹툰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는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고 악마의 탑에 버려져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영웅 ‘이건’이 20년 만에 귀환하여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향해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카카오페이지 노블코믹스 작품으로, 웹소설에서 보여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 속도와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웹툰의 뛰어난 작화, 화려한 연출이 더해지면서 독자들에게 벌써부터 “레전드가 될 웹툰”이라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족과 어른들의 세계, ‘백작가의 불청객들’쟁쟁한 기성 작가들 사이에서 진주처럼 떠오른 신작도 있다. 카카오웹툰 ‘백작가의 불청객들’은 연재 30화 만에 빠른 속도로 인기작 반열에 오르며 독자들 사이에서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입소문을 얻고 있다. 중세 시대 배경이지만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관통하는 공감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부부 관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서 그려냈다는 점이 독특한 재미를 불러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 하는 아이의 신선한 관점을 엿보는 한편, 필데트 백작가 가족의 사람 냄새 나는 모습과 수려한 그림체가 작품 몰입감을 더한다.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해당 작품들은 IP 자체가 지닌 잠재력과 완결성이 뛰어나기에 웹툰은 물론, 영상화, 게임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올해 ‘지옥사원’과 ‘미완결’의 네온비 작가, ‘경이로운 소문’의 장이 작가 등 걸출한 작가들의 신작부터 카카오엔터 작품 라인업의 신선함을 더할 신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준비 중이다.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2022.01.05 I 김현아 기자
공부는 누가 하나<14>
  • 공부는 누가 하나[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4>
  •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가 1860년 그린 ‘세계여행’. 한바탕 난리법석인 교실풍경을 그려냈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붓선으로 도시 안팎의 정겨운 전경을 그렸던 다르겔라스가 유독 몰입했던 소재는 ‘아이들’이었다. 동네 골목길 또 언저리 숲에서 놀이를 하거나 집안에서 사고를 연신 쳐대던 장난기는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또래의 왕성한 에너지 집합소가 된 학교를 그린 작품에선 자유스러운 교실 분위기까지 입혀 누구나 떠올릴 유년시절의 서정성을 짙게 풀어놨다. 캔버스에 유채, 46×37.5㎝, 개인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큰소리로 서로를 불러대는 모습이 요즘처럼 그리울 때가 있을까. 영원히 변치 않을 풍경인 줄 알았는데, 전쟁도 천재지변도 아닌 지나가는 역병에 그 풍경은 너무 쉽게 바뀌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인간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멈춰 본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더 어린 이들을 모아 가르쳐 왔고, 1000년 전부터 공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왔으며, 지금은 학교를 다니는 일이 당연한 삶의 과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반드시 학교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 믿는다. 학교의 교실 풍경은 이전 시대에도 오늘날과 매우 비슷했다는 것을 옛 그림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14세기 전반기, 그러니까 중세 후반기에 양피지에 그린 이탈리아 화가 라우렌티우스 데 볼토리나의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의 윤리학 수업’(1300s)에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학생들이 보인다. 어려운 화가의 이름이나 교수의 이름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또 수염을 기르거나 중후한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학생들이란 사실을 뒤로 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피식 웃음이 날 정도로 학창시절의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셋째 줄 맨 앞에 보이는 학생이다. 도저히 졸음을 참을 수 없는지 팔을 베고 그만 잠들어버렸다. 너그럽게 봐주자면 전날 밤을 새우면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눈이 초롱초롱한 학생들은 앞줄에 앉는 법, 펼친 책을 똑바로 쥐고 교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배움의 기쁨에 뭔가 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 학생들은 앞줄과 둘째 줄에 모여 있다. 하지만 둘째 줄 끝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턱을 괸 자세 등 상태가 좀 달라지기 시작해, 세 번째 줄에서의 산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 학생은 아예 잠들었고, 가운데 두 학생은 교수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 중이다. 마지막 줄에도 아예 일어나 수업을 빼먹으려는 학생과 멍하니 딴 곳을 쳐다보는 학생, 또 ‘나는 누구며 여기는 어디인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은 얼굴도 보인다.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 교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수업이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우나, 중세의 대학이란 특수하게 허락된 공간에서도 공부하는 학생은 하고, 노는 학생은 놀고, 조는 학생은 졸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수염이 덥수룩한 어른들의 교실이라도 말이다. 라우렌티우스 데 볼토리나의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의 윤리학 수업’(1300s). 중세 말 강의실의 풍경. 교수나 학생의 외양만 보고 기대했던 엄숙한 수업 분위기는 ‘반전의 디테일’에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졸고 떠들고 무념무상에 빠진 학생들을 캐치한 화가의 재치가 보인다. 양피지에 채색, 18×22㎝, 독일 베를린 쿠퍼슈티히카비네트미술관 소장.◇18세기 서민에게도 교육 길 열렸지만…근대 이전 시기에 귀족은 훌륭한 가정교사를 들여 자녀를 교육했지만,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던 일반 서민에게 교육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지역에 따라서는 신분제가 완화됐고,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서민층 어린 학생들이 교육 받는 일도 가능해졌다. 약간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면서 계층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랑스 화가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1828∼1906)의 ‘세계여행’(1860)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시골학교 교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교실 천장에 학습용으로 매달아 놓은 지구본에 기어코 한 아이가 올라탔고, 다른 한 아이는 지구본을 밀고, 또 다른 아이는 잡아당기는 중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줄을 단단히 잡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지구본에 두 다리를 단단히 붙인 이 아이는 보나마나 이 학급에서 최고의 말성꾸러기일 것이다. 그림에는 일곱 명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가장 멀리 보이는 아이는 이 신나는 일탈의 놀이보다 야단맞을 일이 더 걱정인지 교실 문을 열고 황급히 뛰어들어오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다. 거의 일어서듯이 지구본을 탄 아이를 바라보는 붉은 옷의 아이는 이 광경을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혼날 것을 각오하고 지구본에 올라탄 친구가 부러워서일 수도 있고, 저 동그란 구에 붙어 있는 이국의 세계에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용기가 샘솟는 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교단에 앉아 얌전하게 책을 펼친 아이도 이 시끄러운 놀이에서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사태를 진정시키러 들어오는 선생님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줄을 서서 이 ‘세계여행’을 한 번씩 즐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의 ‘세계여행’(1860) 부분. 교실 천장에 학습용으로 매달아 놓은 지구본에 올라탄 한 아이와 밀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이 장난에 동참하지 못한 붉은 옷의 아이는 이 광경을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이 교실 풍경에서 여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중반인 이 시기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교육의 수혜를 덜 받았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여자아이에게는 세계여행을 꿈꾸게 하기보다 기존의 좁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게 성장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글자와 숫자를 익히고 책도 읽겠지만, 양재 같은 실용적인 과목을 배워 장차 현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을 장려했던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으로 모든 방해물을 스스로 제치고 어떻게든 공부할 길을 찾아 후에 노벨상을 받게 된 마리 퀴리 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에 깔린 성별의 차등 외에 각 분야의 전문영역에서는 뭐가 좀 달랐을까. 미술 분야만을 보자면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미술대학의 전신인 유럽의 미술아카데미들, 특히 왕립으로 운영하던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아예 허락되지 않거나 소수 인원으로 한정해 기회가 주어졌다. 영국의 로열아카데미는 처음 설립한 1768년에 34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40명까지 허락됐는데, 여성회원으로 스물네 살이던 메리 모저와 스물일곱 살이던 앙겔리카 카우프만이 창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상화로 자리한 모저·카우프만의 비운이들은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을 품평하고 전시하고 수업을 만들어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이 함께한 수업의 모습은 독일 화가 요한 초파니(1733?∼1810)의 ‘로열아카데미 회원들’(1771∼177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체를 탐구하기 위한 누드교실이 그림의 배경이다. 오른쪽으로 남성 두 명이 옷을 벗고 포즈를 취하거나 잠시 쉬는 모습이 보이고, 회원들은 이들을 관찰하거나 토론을 하고 있다. 그림은 당시 흔했던 집단 초상화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회원들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모델을 포함해 전부 남성으로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어이없게도 여성 화가의 얼굴은 오른편 벽에 걸린 두 점의 초상화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요한 초파니의 ‘로열아카데미 회원들’(1771∼1772). 남성들끼리 ‘그들만의 수업’을 꾸려가던 18세기 영국 한 미술아카데미의 교실을 들여다봤다. 수업에 참석하는 여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하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은 벽에 걸린 초상화에 걸린 채 수업에 참석 중이다. 캔버스에 유채, 101.1×147.5㎝, 영국 런던 왕가 컬렉션 소장.두 명의 여성 회원 중 모저는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였고, 카우프만은 영국 귀족의 가족초상화를 그려 이미 명성이 높은 화가였다. 하지만 카우프만은 초상화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화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역사화가로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야심찬 화가였다. 따라서 역사화에 필수적인 인체 탐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남성의 누드를 관찰한다거나 위대한 장르인 역사화에 도전하는 것은 여성의 미덕에 해를 끼치는 일이란 판단에 의해, 두 명의 여성 회원은 이 수업에서 배제당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초기 로열아카데미 회원의 초상화를 전부 그려야 했던 초파니는 고민 끝에 이들의 얼굴을 벽에 걸린 초상화로 넣어준 것이다. 미술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여자아이도 교실에서 지구본을 망가뜨리고 대학 강의에서 전날의 숙취로 정신을 못 차리는 세상이 됐다. 눈을 반짝이거나 졸거나 떠드는 교실의 오래된 풍경 속에 여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것, 이는 과거의 그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2.11 I 오현주 기자
K-컬처 열풍 판소리로 잇는다… 명창 김정민, 이탈리아서 '흥보가' 공연
  • K-컬처 열풍 판소리로 잇는다… 명창 김정민, 이탈리아서 '흥보가' 공연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의 이수자 명창 김정민이 12월 7일(이탈리아 시간)부터 14일까지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지에서 펼쳐질 판소리 공연을 위해 출국한다.현지 요청에 의해 이뤄진 이번 공연은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2년 가까이 연기되어 왔다. 2019년 12월 김정민 명창은 이탈리아 밀라노 바를리시나에서 판소리 ‘흥보가’ 초연을 올리며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왔다. 당시 현지 언론은 김정민의 판소리에 대해 “‘여러 사람이 모인 곳의 소리’란 의미를 뜻하는 판소리의 가장 진실한 경험인 리듬의 전환속에, 명창 김정민은 고수 최광수의 북소리에 맞춰 흥보가를 완창했고, 김명창의 서술적 특성과 노래로 서로 다른 문화적, 민족적 배경을 가진 청중을 즐겁게 하고 흥분시켰다”고 호평했다.또한 “고대 그리스와 중세시대의 서사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광장의 음유 시인과 같은 인물, 또한 우화에서 동화를 구별시키는 환상문학, 그리고 놀부의 박에서 나오는 곡예사들의 존재는 셰익스피어 등의 작가들이 사용한 ‘극장의 극장’ 요소의 선구자 버전”이라고 설명했다.명창 김정민의 판소리 ‘흥보가’는 창본집 기준 약 3만 3000자로 이뤄져 있다. 3번의 공연에서 고수 최광수의 북소리에 맞춰 1만여 자의 분절음을 수시간 안에 토해낼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7일 로마 ‘테아트로 토를로니아(Teatro Torlonia)’, 10일 피렌체 ‘테아트로 오데온(teatro Odeon)’, 14일 베네치아 ‘무제오 노베첸토(Museo M9)’ 극장에서 펼쳐진다.
2021.12.01 I 이윤정 기자
상명대, 홈페이지 개편…"게임 캐릭터로 눈높이 맞춰"
  • 상명대, 홈페이지 개편…"게임 캐릭터로 눈높이 맞춰"
  •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상명대는 대학 홈페이지의 인트로 페이지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개편했다고 26일 밝혔다.지난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고, 정시모집 지원을 앞둔 수험생들의 대학 홈페이지 방문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상명대는 이들에게 친근감 있고, 원하는 정보에 더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트로 페이지를 개편했다.개편된 인트로 페이지는 ‘학생과 소통하는 대학’이라는 모토로 소통하는 상명대의 각 분야와 방향성을 게임 캐릭터로 표현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성태 총장을 비롯해 입학처장, 10개 단과대학장 등이 중세시대 복장을 한 게임 캐릭터로 표현돼 등장한다.문화예술대학장은 커다란 미술 붓을 들고 있고, 사범대학장은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지휘봉을 쥐고 학생을 가르치는 듯 묘사되어 있다. 또, 총장과 입학처장은 페이지의 중심에서 학생들을 환영하는 듯이 등장한다.이들 캐릭터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각 캐릭터의 이름과 담당 분야가 소개된다. 이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이메일이 복사되고 입시 등 궁금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면 직접 답변도 받을 수 있다. 인트로 페이지의 일러스트는 융합공과대학 SW 융합학부 애니메이션전공 2학년 박선민 학생의 작품이다. 학생은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이들이 우리 대학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작업했다”라고 말했다.특별한 인트로 페이지는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진행되는 동안 운영된다.
2021.11.26 I 오희나 기자
日 메이지시대 대표적 무사의 일화 그린 판화 최초 공개
  • 日 메이지시대 대표적 무사의 일화 그린 판화 최초 공개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본 메이지시대 우키요에 화가인 쓰키오카 요시토시(1839~1892)의 판화 ‘고죠 다리 위의 요시쓰네와 벤케이’가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쓰키오카 요시토시( 1839~1892)의 ‘고죠 다리 위의 요시쓰네와 벤케이’(1881년), 판화, 37.0×72.5cm(사진=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5일 세계문화관 일본실 상설전시를 교체했다고 22일 밝혔다.이번 상설 교체에 첫 공개되는 ‘고죠 다리 위의 요시쓰네와 벤케이’는 일본 중세의 유명한 인물인 미나모토노 요시쓰네(1159~1189)와 그의 충성스러운 부하 벤케이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표현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보름달이 뜬 고요한 밤, 일본 교토의 고죠 다리 위. 어린 요시쓰네가 자신의 칼을 빼앗으려는 우락부락한 얼굴의 벤케이의 공격을 극적으로 피하는 장면이다. 요시쓰네는 일본 가마쿠라 막부를 세운 미나모토노 요리토모(1147~1199)의 동생으로, 형과 갈등 끝에 자살한 비운의 인물이다. 벤케이는 요시쓰네가 죽을 때까지 그의 옆을 지키며 충성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는 일본 고전 소설과 전통 가면극인 노의 소재로 이용되며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쓰키오카는 서로를 공격하며 동시에 방어하는 요시쓰네와 벤케이의 극적인 움직임의 한 순간을 잘 포착해냈다.또한 이번 정기교체에서는 에도 시대(1603~1868) 도쿠시마번의 영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병풍 1쌍 ‘도쿠시마번령국도’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현재 일본 효고현에 속한 아와지섬과 시코쿠섬에 위치한 고치현의 동쪽 지역 일부를 다스렸던 도쿠시마번의 영토를 8폭 두 틀의 병풍에 나눠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도쿠시마번을 다스렸던 영주인 하치스카 가문에서 주문·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6폭 병풍이 일반적인 일본 병풍의 형식과는 다른 8폭으로 구성된 초대형 병풍이다. 직접 보면 그 크기에 깜짝 놀라게 된다.이번 정기교체에서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의자에 등을 보이고 앉아 햇빛을 받으며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 ‘창가’도 선보인다. 근대 일본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명인 미나미 군조(1883~1950)의 작품으로, 유럽 인상파의 영향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여성이 소일거리를 하며 한가로운 여가를 보내는 모습은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그린 주제로, 일본에서는 일종의 근대적 현모양처의 재현으로 많이 그려졌다.이번 정기교체는 일본실의 주제인 ‘무사’와 관련한 새로운 판화와 병풍, 그리고 오랜만에 상설전시실에 선보이는 일본 근대 서양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상설전시관 세계문화관 일본실은 연중 무료 관람이며, 이번 공개는 내년 4월 1일까지 계속된다.
2021.11.22 I 김은비 기자
돌팔이 이발사가 외과 명의 되기까지<8>
  • 돌팔이 이발사가 외과 명의 되기까지[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8>
  • 18세기 네덜란드 화가 야코프 카츠가 1787년 그린 ‘여성의 머리에서 돌을 빼내는 이발사 겸 외과의사’. 인류역사에서 행해졌던 비과학적 의료행위를 꼬집은 풍자화다. 외과의사를 ‘겸직’했던 이발사가 여인의 이마에 구멍을 뚫어 ‘광기의 돌’을 빼내는 장면이다. 광기의 돌은 인간의 이마에 박혀 이상행동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던 가상의 돌이지만, 멀쩡한 사람의 이마에 구멍을 뚫는 행위는 ‘실제로’ 진행이 됐다. 종이에 수채, 41×31.9㎝, 영국 런던 웰컴갤러리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모든 사람의 생각이 비슷했을 것이다. 나 살아생전에, 더구나 21세기에 전염병의 대유행이 지구 전체를 삼켜버리는 일을 목도하리란 예상은 거의 못했을 것이란 말이다. 물론 과거 역사를 보면 주기적으로 역병이 돌아 많은 인구가 죽음에 이르렀다고는 하나, 동물복제가 가능하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요즘 시대에 전염병의 팬데믹이라니. 하지만 지구 곳곳에서 여러 종류의 백신이 빠르게 개발됐고 마치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듯 동네마다 병원에서 착착 백신을 맞고 15분 후에 걸어나오는 사람들의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별별 전염병이 다 돌았을, 오래 전 병원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발소 간판의 빨강과 파랑·흰색이 동맥과 정맥, 붕대를 상징한 것이고, 이발사가 의사를 겸했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놀랍게도 사실이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의사로서 성스러운 선언을 했다지만, 그후로도 1000년 이상을 이발소에서 이도 뽑고 상처의 봉합이나 절단수술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세 1000년 동안 해부학이 엄격하게 금지돼 과학으로서의 의학발달을 막았던 역사와 관계가 깊다. 네덜란드 화가 야코프 카츠(1741∼1799)가 그린 ‘여성의 머리에서 돌을 빼내는 이발사 겸 외과의사’(1787)를 보면, 18세기까지도 존재했던 비과학적 의료행위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발사는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를 누구보다 잘 다루는 전문가다. 하지만 면도를 잘못해 어쩌다 피를 보는 것과 수술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일 텐데, 도구를 잘 다룬다고 수술까지 맡기다니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직업의 미분화는 어느 분야에나 있는 일이지만, 오늘날 의료와 이발은 아주 극단적으로 다른 분야라 그저 놀라울 뿐이다. 카츠의 그림 속 이발소는 제법 전문적인 치료실 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 선반에는 알코올과 각종 향유를 비롯한 약재들이 든 병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고, 붉은 벨벳 의자에 나이 든 여성이 수술을 받고 있다. 수술의 부위는 이마다. 이발사는 여인의 이마에 구멍을 뚫어 일명 ‘광기의 돌’(the stone of madness)을 빼내는 중이다. 야코프 카츠의 ‘여성의 머리에서 돌을 빼내는 이발사 겸 외과의사’(1787)를 클로즈업했다. 왼쪽은 이발사가 ‘이미에서 빼냈다’고 환자를 속인 ‘광기의 돌’을 담은 접시. 오른쪽은 창쪽 선반에 놓인 가위와 칼 등을 수납한 가죽지갑과 이발사 겸 외과의사의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한 두개골.◇상상이 만든 ‘광기의 돌’ 꺼내려 이마에 구멍을…광기의 돌은 인간의 이마에 박혀 이상행동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던 가상의 돌이지만, 이것을 ‘실제로’ 빼내는 수술이 만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마 안에 무슨 돌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광기의 돌을 빼내는 것이야말로 실력 있는 이발사 겸 외과의사의 본분이었다. 때문에 수술하는 손이나 다른 손에 살짝 작은 돌을 숨겼다가 환자의 이마에 구멍을 뚫고 피를 낸 후 슬쩍 피묻은 돌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들의 흔한 속임수였다. 화면 왼쪽 테이블에는 머리에서 빼낸 무수한 돌을 담은 접시를 볼 수 있다. 자신의 병증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여인은 고통을 참고 있다. 한 손은 의자의 팔걸이를 꽉 쥐고 다른 손은 힘껏 주먹을 그러쥔 채 말이다. 창쪽 선반에서는 가위와 칼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가죽지갑과 함께 두개골이 보인다. 두개골은 원래 삶의 허무함을 잊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둔 일종의 책상기물이었지만, 여기서는 이발사 겸 의사의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환자에게 두개골을 가리키며 ‘이즈음에 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용도였을 것이다. 화면 오른쪽 벽에 걸어둔 가죽 수납함에는 가위의 머리가 삐져나와 있고, 이발사의 등 뒤에도 가위가 걸려 있어, 이 사람이 가위를 쓰는 이발전문이란 것을 여기저기서 말해주고 있지만, 수술을 집도하는 표정은 진짜 의사처럼 진지하다. 하지만 그림이 그려진 때는 이미 전문교육을 받은 실제 의사가 활동하던 시기를 한참 넘겼기 때문에, 그림은 그런 어리석음에 대한 풍자화로 그려진 것이다. 이발사 겸 의사들은 시장 등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집기를 가지고 나와 수술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예의 그 방법, 환자의 이마에 상처를 내고 숨겼던 돌을 빼내는 속임수를 써 사람들을 감탄케 하고 자신의 실력을 공공연하게 증명하는 용도로 말이다. 오늘날 전문병원이 천지라도 민간의료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은 것을 보면, 오래 믿어왔던 치료법이 선진의술과 공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 해부학을 강의하는 툴프 박사와 7명의 청강생을 그린 렘브란트의 첫 집단초상화다. 이발사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당시 진짜 외과의사의 수준을 엿보게 한다. 렘브란트가 외과의사조합의 주문을 받아 그린 작품으로, 가위를 든 툴프 박사는 실존인물이다. 캔버스에 유채, 265.5×169.5㎝,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미술관 소장.◇1000년 금지 해부학 허용…현대의술 선구자들의 초상화다만 이보다 100여년 전 렘브란트(1606∼1669)가 그린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는 이발사와 전혀 다른 체계로 의학이 수준 높게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툴프 박사는 네덜란드 라이덴대에서 의학을 공부한 외과전문의로, 외과의사 길드의 조합장을 맡고 네덜란드의 의료환경에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세 1000년 동안 해부학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었지만 르네상스 이후 의사는 물론 화가들까지 해부학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했다. 이때 해부할 수 있는 대상은 교수형에 처해진 죄수의 시신이어야 했고, 한 해에 한 번뿐인 기회였기 때문에 해부 의사 외에도 다른 의사 동료와 학생들이 참관할 수 있었다. 그림에 모자를 쓰고 시신의 팔을 길게 절개해 겸자로 근육을 들어 올리는 이가 툴프 박사고, 이를 지켜보면서 책의 내용과 비교하거나 기록하고 있는 이들은 의사조합의 회원들이다. 그들은 이 해부과정을 통해 피부 아래 근육과 인대, 뼈의 관계를 숙지하고 각자 자신의 의료행위에 적용하게 될 것이다. 렘브란트가 20대에 그린 천재적인 이 그림은 실제로는 의사조합의 집단초상화로, 시신을 제외한 의사들 각각이 렘브란트에게 그림값을 지불했다. 덕분에 잘 차려입은 의사들의 면면이 개성적으로 세심하게 잘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의사들은 외과수술, 다시 말해 몸을 절개하는 일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을 때라 그림은 시대를 앞서 나가는 선구자들의 초상화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토머스 에이킨스의 ‘애그뉴 박사의 클리닉’(1889). 19세기 미국에서 행해졌을 거라 보이는 수술풍경을 묘사했다. 인물뿐만 아니라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마취와 수술집도, 맥막 체크 등 과정까지 세밀하다. 사실주의적 작품이 나온 배경에는 미술공부 외에도 의과대에서 해부학을 공부했던 화가의 견고한 지식이 바탕이 됐다. 캔버스에 유채, 214×300㎝,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소장.이후로도 수술실의 모습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미국 사실주의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1844∼1916)의 그림들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그중 한 점이 ‘애그뉴 박사의 클리닉’(1889)이다. 드디어 의사는 흰 가운을 입고, 마취와 수술집도, 맥박 체크까지 하고 있으며, 이를 보조하는 간호사를 대동하고 있는 것이다. 원형극장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수술만 아니라면 오늘의 수술풍경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시대, 인간의 신체가 너무나 유약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됨과 동시에, 민간의료시대에서 전문의사시대로 넘어온 것이 소름이 돋도록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18세기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호흡곤란으로 괴로워하자 백악관에 불려온 의사들이 2ℓ가 넘는 사혈을 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나, 불과 100년 전 장미가시에 찔린 상처가 아물지 않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사망하고, 화가 에곤 실레가 겨우 스물여덟의 나이에 스페인독감으로 부인과 동시에 세상을 떴던 것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진료를 받는 병원은 어찌나 믿음직스러운지. 과거 그림들로 확인해볼 때 병원다운 병원이 생겨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런 시절을 지나 1분에 1명씩 백신을 맞고 병원을 나서는 오늘에 새삼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0.30 I 오현주 기자
남자의 서재 여자의 서재, 그 오만과 편견<7>
  • 남자의 서재 여자의 서재, 그 오만과 편견[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7>
  • 안토넬로 다 메시나가 1474년경 그린 ‘성 제롬’(St. Jerome). 15세기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던 화가 메시나는 종교화·초상화를 다수 남겼다. 미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화풍은 그가 어린 시절 플랑드르 미술을 접한 영향으로 본다. 여기에 공간배치에 공을 들이고 사실적 묘사를 추구하는 이탈리아 미술을 결합해 그만의 독특한 경향을 창조해낸 것. 영어이름인 ‘제롬’ 대신 서재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성인이란 뜻을 담아 ‘연구실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라고도 불리는 작품은 화가 특유의 기하학적 구조를 구현한 공간에 빛의 움직임을 따른 방식으로 그려졌다. 나무패널에 유채, 45.7×36.2㎝,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진다는 협박성 속담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요즘 남자 연예인들은 어찌나 요리를 잘하는지. 게다가 외식요리의 대가로 명성이 높은 이도 남성이고, 요리 경연프로그램에서 채점을 하는 전문요리사도 남성인 세상이다. 남성이 손을 대면 수천년 동안 여성의 영역이던 요리조차도 전문성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한 가정으로 돌아오면,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도 가족식사를 책임지는 이는 여전히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부엌은 여성이 더 많이 머무르는 공간이다. 공간은 그 자체로 중성적이지만 부엌처럼 특정한 성별과 연관짓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재’도 유사하다. 부엌과는 달리 대표적인 남성의 공간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서재는 침해받지 않은 권리를 가지는 사적 공간이다. 거실이나 침실 등에서 분리돼 나온 서재는 인간으로 하여금 생각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이미 중세의 끄트머리인 14∼15세기, 궁전 혹은 부르주아의 가옥에서 발견됐는데, 대체로 가장인 남성이 홀로 자신의 독서와 집필, 사색의 공간으로 활용했고 열쇠로 채워 다른 가족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과거 그림들 속에서도 책에 둘러싸여 머리를 싸맨 채 글을 쓰거나 지구본을 놓고 세계의 원리를 고민하는 주체는 남성이었다. 자신만의 서재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인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 중 하나는 성 제롬(St. Jerome·347?~420)이다. 그는 수십년간 구약성경을 히브리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해 서방세계에 기독교 교리를 안착시키는 데 커다란 공을 세운 사제였다. 번역사전이 있을 리 만무했던 서기 1세기에 일반인은 다 읽기도 어려운 구약성경의 내용을 번역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학식을 필요로 했을 테고, 이러한 필생의 업적 때문에라도 그의 모습을 그리는 데는 책상이 있는 서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르네상스시대의 화가 안토넬로 다 메시나(1430?~1479)가 그린 ‘성 제롬’(1474년경)은 수도원 안에서 책을 읽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추기경 복장을 하고 있는 그는 아치가 뾰족한 고딕식 건물 안에 있는 서재의 책상에 앉아 허리를 꼿꼿이 편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붉은색 추기경의 모자는 책상 뒷선반에 얹혀 있다. 책상의 앞과 옆으로는 책장이 있는데, 한치도 빈틈없이 묘사한 건물의 구조와 인물의 자세에 비해 책장의 책들은 금방 읽고 급하게 얹어놓은 듯 펼쳐져 있다. 번역이란 이러저러한 자료를 고루 참조해야 가능한 일이라, 화가는 그가 일하는 방식이 이러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가시를 빼준 성 제롬을 평생 따라다녔다는 사자주변에 그를 방해하는 것들은 없으나, 여러 동물이 그림 속에 배치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의 발치를 따라가 보면 두 개의 화분 앞에 회색 고양이가 얌전히 앉아 있고, 화면 앞쪽에는 새 두 마리가 두드러져 보인다. 또 멀리 오른쪽 회랑에서는 그림자에 가려진 검은 동물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것은 실제로 건물 안에서는 키울 수 없는 동물, 사자다. 성 제롬이 사막에서 수도하던 시절, 발에 가시가 박혀 괴로워하는 사자의 가시를 빼줘 살렸고, 그 사자가 평생 그의 곁을 따랐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도상이다. 그래서 어느 그림에서 책상에 앉은 남성 곁에 뜬금없이 사자가 보인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성 제롬인 것이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 제롬’(St. Jerome) 중 부분. 그림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 상징 중 사자를 클로즈업했다. 성 제롬이 수도시절 사자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내 살려줬고, 그 사자가 평생 그의 곁을 따랐다는 일화를 반영하고 있다.이에 반해 성 제롬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학자라면 히파티아(Hypatia·355∼415)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였던 그는 여성이다. 17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공전의 곡선이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임을 발견해 천문학의 혁명을 이뤘다면, 그보다 1400년 먼저 이 법칙을 발견한 사람은 히파티아였다고 알려져 있다. 학자인 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고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학식을 쌓았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교수기도 했던 히파티아의 최후는 비극적이었다. 마녀로 몰려 길거리에서 머리채를 몽땅 뽑히고, 옷이 벗겨진 채 날카롭게 간 조개껍데기로 베어낸 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종국에는 화형으로 일생이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히파티아의 학문적 업적은 후대에도 남겨져, 르네상스의 대가 라파엘로가 바티칸성당 내 교황의 개인서재 벽에 그린 ‘아테네학당’(1510∼1511)에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더불어 여러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그려져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히파티아의 일생에서 화가들이 가장 그리고 싶어했던 것은 학자로서의 모습보다는 벌거벗은 최후의 모습이었을까. 영국 화가 찰스 윌리엄 미첼(1854∼1903)이 그린 ‘히파티아’(1885)는 벗겨진 맨몸을 긴 머리카락으로 가리며 온몸으로 뭔가를 호소하는, 극도로 당황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인류사에 남긴 학문적 업적, 비극적인 죽음을 그려내는 데 미첼이 그린 희고 늘씬한 맨몸은 방해가 될 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고초를 겪다니 안타깝다는 것 이외에 이 그림이 학자로서의 히파티아에 대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찰스 윌리엄 미첼의 ‘히파티아’(Hypatia·1885). 인류 역사에서 식별 가능한 인물 중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꼽히는 히파티아가 죽임을 당하기 직전을 그렸다. 히파티아의 죽음이 ‘자유로운 고대 학문이 지고 중세 암흑시대를 예고한 사건이 됐다’는 분석 외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히파티아를 이미지화한 남성 중심 시각은 왕왕 도마에 올랐다. 캔버스에 유채, 244.5×152.5㎝, 영국 뉴캐슬 랭아트갤러리 소장.현대 이전에는 여성의 공교육이 제한됐고, 최근까지도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 또는 빈부격차로 인해 여성은, 교육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활동마저 불가능한 지역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따로 방법을 찾은 여성이 있으니, 교회에 수녀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결혼에 따른 제약을 피해 독신의 삶을 살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흔치 않은 직업이 수녀였던 것이다. 17세기 스페인 식민지였던 멕시코에서 수녀의 삶을 선택한 후아나 이네스 델라 크루스(1648∼1695)는 뛰어난 저자고, 시인이며, 작곡가였다. 일명 소르 후아나로 불리는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지속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남장을 해서라도 대학에 입학하고자 했다. 그러한 무모한 시도가 좌절되자, 한 가정에 예속된 삶을 거부하고 역설적으로 좀더 자유로운 학문과 활동이 가능한 수녀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소르 후아나를 담은 그림은 여러 점 남아 있지만 사후에 그려진 것으로 멕시코 화가 미구엘 카브레라(1695∼1768)의 ‘후아나 이네스 델라 크루스의 초상’(1750년경)이 있다. 미구엘 카브레라의 ‘후아나 이네스 델라 크루스(Sor Juana Ines dela Cruz)의 초상’(1750년경). 존경받는 멕시코 수녀이자 뛰어난 학자로 꼽히던 후아나 이네스 델라 크루스를 그렸다. 한 손은 묵주를 쥐고, 다른 손은 책장을 넘기고 있는 동작 외에도 앞을 향해 시선을 똑바로 고정한 눈빛에서 당당한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캔버스에 유채, 70×50㎝, 멕시코 멕시코시티 역사박물관 소장.흥미로운 점은 서재에 앉아 있는 초상이란 것이다. 이 그림에서 소르 후아나는 수녀복장을 하고 있지만 사제의 보조로서가 아니라 거대한 서가에 둘러싸여 자신만의 집필을 하는 책상 앞에 앉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후대의 문학가 버지니아 울프는 소르 후아나가 매우 적대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데 성공했던 여성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브론테 자매도 서재 없이 식탁에서 글 써 서재는 매우 사적이면서도 생각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남성만의 공간이었다. 대개 남성 문필가들이 자기만의 서재를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데 반해,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처럼 잘 알려진 여성작가들조차 공용 식탁이나 좁은 다탁을 집필공간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1993년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도 결혼 이후 음식물이 덜 치워진 식탁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니. 과연 언제쯤 여성들은 당연히 주어지는 서재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여성 역시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 인간으로서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0.23 I 오현주 기자
곽재선 회장 "코로나19, 예술인 열정 못 꺾어"
  • 곽재선 회장 "코로나19, 예술인 열정 못 꺾어"[제8회 이데일리문화대상]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코로나19가 비록 우리의 발은 묶었지만 우리의 열정까진 묶을 순 없었습니다.”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8회 이데일리문화대상’ 환영사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면서 코로나19 상황 속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공연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문화예술인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곽 회장은 “지난 7회를 거치면서 어느 회도 허투루 나섰던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각오가 더욱 새롭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낸 만큼 우리 공연예술이 성숙할 수 있었다는 그 현장을 내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한 계단 올라선 그 자리에서 우리 문화와 예술인, 관객을 맞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척박하고 열악한 시간을 딛고 일어선 그때 아름다운 예술과 가장 위대한 음악이 태어났다”며 “어둠의 시대 중세를 거쳤기에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고 두 차례의 비극적인 세계대전이 슬프고도 찬란한 문학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고 상기시켰다.이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인류 문명은 고난을 딛고 발전해왔다. 2년 가까이 세상을 멈춰 세웠던 코로나19의 시련 또한 다르지 않다”며 “더없이 아름답고 위대한 작품을 곧 만나게 될 거란 게 우리의 믿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이데일리문화대상’을 통해 공연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도 밝혔다. 곽 회장은 “우리 스스로가 자부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문화상’을 만들자고 했을 때 품었던 마음을 다시 안고 선다”며 “문화가, 공연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이데일리문화대상’이 그 판을 깔고 흥을 돋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1.10.20 I 김현식 기자
가족물의 색다른 변신…카카오웹툰 ‘백작가의 불청객들’
  • [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가족물의 색다른 변신…카카오웹툰 ‘백작가의 불청객들’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사진=카카오웹툰◇카카오웹툰 ‘백작가의 불청객들’처음에는 단순한 순정 로맨스물 인줄 알았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든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가족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도 매회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워 독자들의 시선을 한순간도 떼지 못하게 한다. 그야말로 ‘웹툰계의 일일드라마’ 같다는 느낌이다. 주인공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백작가의 불청객들’이다. 이 웹툰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의 가족이 아닌 명망있는 백작가를 배경으로 한다. 백작가의 아들인 ‘헤이든’의 시선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 아들이 위태위태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다.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아이가 심리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으면서도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한다.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스캔들이 많고 교양 없기로 유명한 ‘필데트 백작가’. 백작 부부는 유서 깊은 가문의 명예를 깎아먹는 주범이지만, 다행히 이들 부부의 영특하고 사랑스러운 외아들, ‘헤이든’ 덕분에 필데트 백작가는 그럭저럭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헤이든은 백작가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랑거리인 동시에, 틈만 나면 서로 으르렁거리는 백작 부부의 유일한 연결 고리이자 평화의 구심점이다. 하지만 헤이든이 만든 평화는 깊은 수심을 가리는 얇은 얼음 장막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케케묵은 오해와 불신,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아득한 어둠 속에 퇴적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들이 일을 만든다. 백작가는 서서히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갈등하지만, 오해의 퇴적물 속에는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보물처럼 함께 있음을 깨닫는다.‘백작가의 불청객들’은 현재 누적 조회 수가 366만3000건에 이른다. 이 웹툰의 강점은 자극적인 소재, 그리고 아이의 시점으로 풀어가는 서사의 힘에 있다. 일부 독자들은 웹툰을 보고 ‘웹툰계의 김순옥 작가’라고 얘기할 정도로 매회 속도감 있고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드라마 처럼 다음 회차가 궁금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말인 즉슨, 웹툰 자체의 흡입력이 상당하고 스토리 전개 역시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배경은 중세 시대이지만 웹툰 속 가족 이야기는 현실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불안정한 가정에서 위태롭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어떤 식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지를 웹툰을 통해 알 수 있게 해준다. 요즘 같이 이혼률이 높아지는 시대에서 이 같은 웹툰 소재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해줄 듯 하다.
2021.10.16 I 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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