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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인간의 삶과 역사를 지배한 '신(神)의 메시지'
  • [위대한 생각]①인간의 삶과 역사를 지배한 '신(神)의 메시지'
  •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 시간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 ‘인더스토리’(INDUSTORY)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정치·문화·기술·경제 등 복합적인 시선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기른다.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철’(鐵)과 ‘사’(沙·모래)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약’(藥), ‘의’(醫) 등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다룬다.☆ 임규태 공학자·교육자·기업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 조지아공대 부설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센터 국제협력 수석고문. 국제 통신표준화 의장. 빅데이터·소프트웨어·게임·블록체인·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참여.룩소 신전의 오벨리스크. 사라진 한 쪽은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다.[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프랑스의 루이 필립 1세는 이집트 룩소 신전에 있는 오벨리스크를 파리 콩코드 광장으로 가져왔다. 약탈은 아니었다. 프랑스는 대신 이집트에 당시 최신 기계식 시계를 선물했다. 오벨리스크와 기계식 시계를 맞교환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오벨리스크가 시간을 읽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벨리스크의 그림자를 보고 시간을 추측했고, 시간을 알려주는 태양을 최고의 신(神)인 ‘라’로 숭배했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물을 담은 용기에 구멍을 내 수위의 변동으로 시간을 재는 물시계 ‘펜잔’(Fenjaan)을 사용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를 발전시킨 물시계 ‘클렙시드라’(klepsydra)를 고안했다.임규태 박사는 “고대인에게 시간은 신이 주는 메시지였다”라면서 “권력자들은 이 정보를 독점해 백성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수가 독점하던 시간 정보가 다수 대중에게도 허용되는 과정에서 인류의 역사도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고 짚었다.교회 종탑◇ ‘때리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뀐 시계 392년 로마제국의 테오도시우스 1세는 가톨릭을 국교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유럽은 가톨릭이 지배하는 종교의 시대로 진입했다. 유럽 곳곳에 세워진 교회들은 시간 정보를 독점해 농노들을 통제했다. 농노들은 교회 종소리에 따라 일을 시작했고 점심을 먹었으며 예배를 봤다. 시계를 나타내는 단어 ‘클락(Clock)’의 어원이 ‘때리다’인 이유는 수도사들이 친 종이 중세 유럽의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였기 때문이다.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가톨릭의 권위가 약화하고 인본주의가 발현한다. 르네상스의 시작이다. 르네상스 당시 유럽인들은 신을 찬양한다는 명목으로 경쟁적으로 대규모 건축물을 건설했다. 종이 매달렸던 교회 첨탑 자리는 다양한 기능을 지닌 시계로 대체된다.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가 대표적이다. 이때부터 시계는 더 이상 ‘때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와치·Watch)로 바뀐다.1504년 독일의 시계 제작공 피터 헨라인은 최초로 휴대용 시계를 발명한다. 교회가 독점하던 시간 정보가 대중에게 넘어가는 시발점이다. 임 박사는 “시간의 대중화는 신의 메시지가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르네상스 정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르네상스 이후 본격적으로 시계를 바탕으로 한 산업이 융성한다”라고 했다.프라하의 천문시계시계 산업이 본격화한 배경에는 르네상스와 더불어 종교 전쟁이 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비판하며 종교 개혁이 시작됐다. 루터와 더불어 종교 개혁을 주도했던 장 칼뱅은 1536년 ‘기독교 강의’라는 책을 내 가톨릭을 비판했다. 교회의 권위에 도전한 칼뱅은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프랑스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피신하고, 그곳에서 목회 활동을 이어간다. 칼뱅의 사상은 철저한 금욕주의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칼뱅은 귀금속 등 사치품 사용을 엄금했다. 단 예배 시간과 하루 일과를 위해 시계만은 지닐 수 있도록 했다. 사치품 금지로 위기를 맞은 스위스 귀금속 업자들은 종교 개혁이 촉발한 위그노 전쟁을 피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피신 온 시계공들과 손잡고 시계 산업을 부흥시킨다. 스위스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세계 시계 산업의 중심이 된다.1차 세계 대전 당시 군인이 차던 손목시계이후 시계 산업은 주머니에 넣는 회중시계가 주류를 이루었다. 리바이스 등 유명 의류업체들도 바지 주머니에 회중시계를 넣을 수 있는 이중 주머니를 만드는 등 패션도 회중시계에 맞춰졌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은 회중시계 일변도의 시장을 송두리째 바꿨다.1차 세계대전부터 자동차가 전장에 투입되며 기동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됐다. 넓어진 전선에서 합동 작전을 진행하려면 아군끼리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시계는 주요 전시 물자로 떠올랐고, 전장에서 수시로 시계를 봐야 했던 군인들은 회중시계를 손목에 묶고 다니기 시작했다. 손목시계의 등장이다. 영세 중립국으로 전쟁의 포화를 피해 간 스위스는 손목시계 산업으로 다시 한 번 시계 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피사 성당의 샹들리에◇ 진자 운동에서 원자 움직임까지… 정확함을 위한 기술의 발달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피사 성당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진자 운동을 발견한다. 진자 운동이란 고정된 한 축이나 점의 주위를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운동을 뜻한다. 진폭이 달라도 왕복하는 속도는 늘 일정하다는 원리(진자의 등시성)는 시계의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변혁을 가져왔다.1656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는 시계 작동 장치인 밸런스 스프링(Balance spring)을 발명한다. 밸런스 스프링은 탈진기(밸런스·진자의 1주기마다 지침을 회전시키는 장치)를 진동하게 만드는 작은 스프링이다. 시계의 심장 역할을 하는 밸런스 스프링의 등장으로 고정된 진자 운동을 휴대용 시계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브레게가 발명한 오버코일문제는 밸런스 스프링의 내구성과 정확도가 진자운동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1795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스프링을 꽈서 한쪽 끝단을 나머지 끝단에 연결하는 오버 코일을 발명했다. 오버 코일 방식의 밸런스 스프링은 동심원을 그리며 균일하게 감을 수 있었고, 코일 길이가 길어질수록 시계의 정확도와 내구성도 함께 향상됐다. 임 박사는 오버 코일의 발명을 ‘현대 기계식 시계의 완성’이라고 평했다.1927년 벨 연구소에서 쿼츠 시계가 발명되면서 인류는 시간 정확도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쿼츠 시계는 전기를 가하면 떨리는 석영의 성질을 이용하며, 석영이 32768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환산한다. 1969년 일본의 세이코가 최초로 쿼츠 시계의 상업화에 성공한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과 월등한 정확도로 무장한 쿼츠 시계는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 시장을 초토화하며 쿼츠 쇼크를 일으킨다. 이때 몰락한 스위스 시계 산업은 정확도 경쟁을 포기하고 명품 시계에 집중하면서 부활한다.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쿼츠시계 세이코의 아스트론1955년 영국 국립 물리 연구소가 원자시계를 발표하면서 가장 정확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쿼츠 시계의 명성은 불과 30년 만에 무너진다. 세슘 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들뜸과 바닥을 반복하는 것을 1초로 정의하는 원자시계는 3000만 년에 1초의 오차를 나타낼 정도로 정확하다. 원자시계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될 수는 없었지만, 인공위성에 탑재되면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 시간,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길라잡이로1983년 대한민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알래스카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거쳐 김포국제공항으로 비행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사할린 인근에서 소련에 격추된 것. 당시 비행기에는 미국의 래리 맥도널드 상원의원이 탑승해 있었다. 강대국 간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조사 결과 대한항공 007편의 관성항법장치가 고장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기에 탑재된 관성항법장치에 오류가 축적되면서 항로가 잘못 설정되어 소련 영공을 침범한 것이다. 이 사건 직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군사용으로 개발 중이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를 민간에 우선적으로 개방할 것을 공표했다.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 시간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GPS는 다수의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들의 시간차를 이용해 현재 위치를 특정 하는 기술이다. GPS 인공위성은 위성의 궤도정보와 위성 신호가 발신되는 시간을 송출한다. 수신자는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해독하여 발신 시간과 실제 수신 시간 차이를 측정하고 전파의 속도에 대입하면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 과정을 3대 이상의 위성에 반복하면 3각 측량 원리에 의해 자신의 절대적인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임 박사는 “예전에는 시간 정보가 단지 정확한 시각을 제공하는데 그쳤지만, GPS 기술의 등장으로 정확한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모두 GPS를 이용한다. 그만큼 시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했다.◇‘위대한 생각’은…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2020.06.16 I 김무연 기자
 "이 정도 일줄이야"…코로나19 악몽에 코스피 '폭락'
  • [밑줄 쫙!] "이 정도 일줄이야"…코로나19 악몽에 코스피 '폭락'
  • 읽고 싶은 기사를 포털에서 골라보는 시대. 쏙쏙 이해하고 있나요? 항상 요약을 찾아 나서는 2030 세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어제의 뉴스를 지금의 언어로 쉽게 전하는 시간. 밑줄 쫙, 집중하세요! 코스피가 4% 넘는 폭락세로 장을 시작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지수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첫 번째/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의 악몽…코스피 '폭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어요. 12일 코스피 지수가 4% 넘는 폭락세로 출발했는데요. 이날 새벽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미국 뉴욕 증시에 영향을 받은 걸로 풀이돼요.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07%(88.54포인트) 떨어진 2088.24로 하락 출발했어요. 운수장비(-4.81%), 섬유·의복(-4.70%), 기계(-4.66%), 증권(-4.52%) 등 상당수 업종이 4% 이상 떨어진 건데요.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들 중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이 상승했어요. 각각 1.5%, 0.1% 올랐어요.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한 전(全) 종목은 떨어졌는데요. 현대차(-4.6%), SK하이닉스(-4.0%), 삼성전자(-3.7%), 삼성SDI(-3.8%), LG화학(-3.6%) 등의 순으로 낙폭을 기록했어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美 증시도 폭락일각에서는 11일 저녁 마감한 유럽증시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을 감안해 미국 증시의 급락 또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큰 폭일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실제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61.82포인트(6.90%) 하락한 2만5128.17에 거래를 마쳤어요.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5.89%) 역시 6% 가까이 급락했으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시가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던 나스닥지수(-5.27%) 역시 폭락해 하루 만에 1만 고지를 내줬어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국내 증시도 '잿빛 전망'한편, 국내 증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연결고리가 나타나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까닭이에요.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역 발생 43명 해외유입 13명으로 총 56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 1만2003명을 기록했어요.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두 번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기소 여부'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이 먼저 판단하게 됐어요.◆ 부의심의위 "소명의 시간을 부여하자는 취지"앞서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은 “기소 등 사법처리 적정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시민위원회 소집신청서를 제출했어요.이에 11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어요. 여기서 부의심의위원회란 검찰시민위원 150명 중 15명을 무작위 추첨해 뽑는 건데요. 여기에는 교사, 전직 공무원,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로 구성됐어요.이날 부의심의에서는 검찰과 삼성 양측의 의견서 등을 3시간 40분간 검토 후 부의는 표결을 통해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고 해요.부의심의위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해 부의를 결정했다”며 “소명의 시간을 부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사안으로 기소가 예상돼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표결로 결정했다”고 덧붙이며 부의 반대 의견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어요.이 같은 결정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국민의 뜻을 수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며 “향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어요.중앙지검 또한 “부의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수사심의위 절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냈어요◆ 수사심의위 결정 영향력 있으나…檢 반드시 따를 필요 없어한편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외부 전문가 집단인데요.검찰수사심의위에서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어요.다만, 이 부회장과 같은 사건 관계인이 신청을 낸 경우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은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요. 검찰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 또한 권고적 효력만 있어서 수사팀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어요.하지만 따르지 않으 경우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검찰이 대부분의 중요 사안에서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에 대한 정부 방침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세 번째/ 靑 "대북 전단 살포 철저히 단속…위반시 엄정대응““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11일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후 브리핑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어요.◆ 남북관계 경색 우려에…靑 강도높은 대책 시행하루 전인 10일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바꿔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 탈북자 단체 2곳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연일 이어진 정부의 강도 높은 목소리는 점점 거세지는 북한의 비판이 작용한 까닭. 이는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내 대북전단을 비난한 것과 북한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통신선을 차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요.대북 전단 살포로 남북관계가 2018년 한반도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어요.대북 전단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 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부속합의서, 2004년 6·4 합의서 등에 따라 중지키로 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에요.◆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국내외 '북한에 대한 저자세' 비판 이어져한편 야권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저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북한의 비난이 있고 일주일도 안 돼 우리 정부가 전단살포금지법을 추진하고 전단 단체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는 등 북 요구에 발 빠르게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는데요.야권을 비롯해 국내 학계·법조계 등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행태는 북한에 대한 과도한 굴종과 눈치 보기”라고 했어요. 자유법치센터는 '통일부 조치가 언론·출판의 자유에 어긋나고 인권도 침해한다'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에 내기도 했어요.외신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또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방침을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이들은 “풍선에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것은 인권 존중에 헌신하는 한국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상대적으로 무해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행동”이라고 밝혔어요./스냅타임 박솔잎 기자
2020.06.13 I 박솔잎 기자
①히포크라테스를 부정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
  • [위대한 생각]①히포크라테스를 부정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
  •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 의(醫)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 ‘인더스토리’(INDUSTORY)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정치·문화·기술·경제 등 복합적인 시선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기른다.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철’(鐵)과 ‘사’(沙·모래)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약’(藥), ‘의’(醫) 등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다룬다.☆ 임규태 공학자·교육자·기업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 조지아공대 부설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센터 국제협력 수석고문. 국제 통신표준화 의장. 빅데이터·소프트웨어·게임·블록체인·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참여.히포크라테스(왼쪽)와 갈레노스.[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정윤철 PD, 정리=김무연 기자] 의학은 순환의 역사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출발한 의학은 고대 로마와 중세 페르시아를 거쳐 다시 르네상스 시대 로마로 돌아와 현대 의학으로 발전했다. 또 의학의 발전은 혁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2000년을 이어온 거장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을 부정하면서 현대 의학이 싹틀 수 있었다.현대 의학은 병리학과 면역학이란 두 축으로 완성됐다. 다만 현대 의학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위기를 맞았다. 임규태 박사는 현대 의학이 직면한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선 다시금 출발점,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선현에 반기, 현대 의학의 밑바탕 되다서양 의술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악령 때문에 병이 깃든다는 당시의 관점과는 달리 기술적인 부분으로 질병에 접근했다. 인간이 점액, 혈액, 흑담즙, 황담즙으로 구성됐다는 4체액설을 바탕으로 이 액체들의 불균형이 병을 불러온다고 짚은 것.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은 향후 2000년 간 유럽의 의학적 사고를 지배한다.히포크라테스 사후 약 500년 뒤에 나타난 로마제국의 갈레노스는 ‘해부학’에 관심을 보였다.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시체 해부를 할 수 없었던 갈레노스는 콜로세움 검투사들을 치료하거나 사체를 살피고 가축을 해부하는 방식으로 인체의 내부를 유추했다. 4체액설과 해부학을 결합한 그의 이론은 고대 의학의 체계를 완성한다.이븐 시나신이 지배한 중세 유럽은 의학의 암흑기였다. 질병이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신의 벌로 여겨지며 갈레노스의 의학도 점차 잊혔다. 갈레노스의 유산은 중동으로 넘어가 꽃을 피웠다. 중세 페르시아의 의사 이븐 시나는 갈레노스의 지식에 자신의 의술을 더해 ‘의학전범’이란 의서를 썼다. 갈레노스의 지식을 기반으로 쓰인 의학전범이 라틴어로 번역돼 다시금 유럽으로 유입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유럽에 도래한 흑사병은 신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의학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다.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가 활발해지면서 의학 수준도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이론이 부정되며 의학은 혁명적 변화를 맞는다.베살리우스(왼쪽)과 모르가니르네상스 시대 로마의 베살리우스는 인체를 직접 해부해 ‘인체의 구조’라는 인체해부도 모음집을 남겼다. 그는 인체를 해부하며 갈레노스 이론의 오류들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파두아 대학의 학장을 역임한 모르가니는 히포크라테스를 부정했다. 병의 원인은 4체액의 불균형이 아니라 장기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며 2000년간 이어진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임 박사는 베살리우스가 진행한 해부학이야말로 르네상스 시대 인본주의를 대표한다고 짚었다. 그는 “르네상스 당시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주인으로서 대접받았고 이에 따라 사체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도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실제로 베살리우스가 몸담은 파두아 대학은 극장 한가운데에서 시신을 해부해 관람석의 학생들에게 해부의 과정을 보여주는 등 진일보적인 모습을 보였다.◇의학의 두 축, 병리학과 면역학의 정립모르가니가 모든 병은 장기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한 뒤 후세 학자들은 이를 기초로 이론을 확장해 나갔다. 프랑스의 사비에르 비샤는 모르가니의 이론을 확장해 모든 병은 조직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루돌프 피르호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모든 병은 세포에서 발생한다는 세포학 이론을 내세웠다.루돌프 피르호.피르호의 등장으로 현대 의학 시스템은 획기적으로 바뀐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 세포 검사를 통해 병명을 진단 받고 이에 따라 처방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성립된 것. 현재도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많지만 최종적으로는 암세포를 발견하는 것으로 확정한다. 진단과 처방이라는 병리학의 기본이 피르호를 통해 성립된 셈이다.의학은 통계학과 만나 병의 감염 경로도 새롭게 규정했다. 1854년 영국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의사 존 스노우는 지도에 환자가 발생한 위치와 발생자 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콜레라 환자들이 대부분 식수원 펌프 근처에 거주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병의 전파 경로가 냄새가 아니라 물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스노우의 발견은 집단 감염 대응에 필요한 ‘예방의학’의 원류가 된다. 에드워드 제너.한편 비슷한 시기 병리학과 함께 현대 의학의 두 축을 이루는 면역학도 등장한다.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당시 소의 우두를 경험한 사람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우두농을 사람에게 주입해 약한 우두를 앓게 한 뒤 다시 천연두균을 주입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면역력을 키워 병을 억제하는 ‘백신’의 발견이다. 이후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메치니코프는 신체 내부에서 세균에 저항하는 백혈구와 면역의 상관관계를 규명해 자연 면역의 개념을 정립했다. 이로써 인류는 질병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진단과 처방, 면역력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확보한다. ◇ 너는 누구냐? 바이러스의 등장하지만 병리학과 면역학 모두 세균을 통해서만 질병이 감염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 맹점이 드러나게 된 건 모순적으로 세균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파스퇴르 때문이었다. 챔버랜드 필터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선 세균과 접촉한 실험군과 세균과 접촉하지 않은 대조군이 필요했다. 파스퇴르의 조수였던 찰스 챔버랜드는 세균이 통과할 수 없는 용기, ‘챔버랜드 필터’를 개발했다. 대부분의 세균 실험은 챔버랜드 필터를 통해 이뤄졌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도 챔버랜드 필터를 이용해 담뱃잎에서 발생하는 병을 연구했다. 문제는 챔버랜드 필터에 보관했던 대조군에서도 병이 발생했단 점이다. 이바노프스키는 실험을 지속해 1892년 세균보다 작으면서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있다는 점을 공표했다.네덜란드의 미생물학자 마티너스 바이어링크 또한 이바놉스키와 비슷한 실험을 통해 극미생물의 존재를 입증했다. 그는 이 미생물을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1935년 미국의 생화학자 웬델 메러디스 스탠리는 당시 최신 기술 장치였던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이바놉스키가 예측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를 연구했다. 실험 끝에 스탠리는 바이러스가 단백질과 리보 핵산(RNA)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내 194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다.임 박사는 “인류는 거듭된 의학 발달 끝에 병의 원인이 세균과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았고, 병에 걸렸을 때 진단과 처방을 하는 임상의학과 사전에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공공의료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의료 시스템은 이 토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다.◇‘위대한 생각’은…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2020.05.26 I 김무연 기자
반역인가 반전인가…명화로 진격한 '아이돌'
  • 반역인가 반전인가…명화로 진격한 '아이돌'
  • 작가 마리킴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연 개인전 ‘마스터피스’에 내건 ‘생명의 나무’(2019) 앞에 섰다. 오스트리아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동명원작(1909)에 등장하는 여인의 자리에 자신의 캐릭터 ‘아이돌’을 접목한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달팽이처럼 돌돌 말린 문양이 여기저기서 번쩍한다. 나선을 따라 박아넣은 금박이 조명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다. 한눈에 봐도 알 만한 그림. 독창적인 패턴과 강렬할 색채, 찬란한 황금빛을 뒤집어쓴 관능적인 여인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생명의 나무’(1909)가 분명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거대한 나무에, 금박에, 여인은 그대로인데 ‘관능’이 빠진 거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나 볼 법하다는 자태를 뽐내는 여인 대신 커다란 눈의 앳된 소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으니. #2. 아미타불 본존이 결가부좌한 채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그 아래 좌우로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 두 협시보살이 본존을 보필하듯 서 있고. 뒷머리 쪽엔 광배가 둥글게 아우라처럼 뻗쳐 있는 모양이, 그림 한 폭에 삼존을 그린 전형적인 고려불화 ‘아미타삼존도’(14세기)가 맞다. 그런데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그림은 색까지 바래 얼굴조차 희미한 지경이라는데. 여기 이 그림은 역시 뭔가 이상하다. 예의 그 커다란 눈을 가진 세 여인이 한껏 치장을 하고 삼존을 흉내내듯 들어가 있으니까. 마리킴의 ‘아미타삼존도’(2019·왼쪽)와 ‘수월관음도’(2019). 14세기에 그려진 고려불화 ‘아미타삼존도’의 삼존과 ‘수월관음도’의 관음보살 대신 커다란 눈의 ‘아이돌’을 들였다(사진=가나아트갤러리).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 벽마다 큼직한 액자 속 낯익은 그림들이 걸렸다. 지구촌 유수의 미술관에 있어야 할 굵직굵직한 간판작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고 할까. 마치 세계명화전의 축소판이라고 해야 할 전경. 그런데 어디까지나 멀찍이 떨어져 봤을 때의 얘기다.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는데. 그림마다 박혀 있는 바로 그 과장된 큰 눈과 마주치는 그 일이다. △“유능하면 모방하고 위대하면 훔친다” 작가 마리킴(43)이 국내서 4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이름 하여 ‘마스터피스’ 전. 타이틀 그대로 전시는 명화로 시작해 명화로 끝난다. 다만 늘 봐오던 그것들과는 다른 모양인데. 작가의 독특한 캐릭터 ‘아이돌’(Eyedoll)을 명작 속 주인공(주로 여성) 자리에 과감하게 등장시킨 거다. 하나같이 ‘마리킴 아이돌’로 변신한, 그렇게 아이돌이 진격한 명화를 재구성한 작품은 26점. 회화 25점과 조각 1점을 걸고 세운 작가는 이 모두를 “원작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마리킴의 ‘오송빌르 백작부인의 초상화’(2019). 프랑스작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가 그린 동명원작(1854) 속 여인이 ‘마리킴 아이돌’로 변신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원작을 변형했지만 작품명은 원작 그대로 삼았다. 시작은 ‘웨스턴 모텔’(1957/2019). 미국작가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그림이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프랑스작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오송빌르 백작부인의 초상화’(1854/2019)가 보이고, 에두아르 마네의 ‘철도에서’(1873/2019),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뿌리개를 든 소녀’(1876/2018)도 눈에 띈다.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고야가 옷을 벗기기도, 옷을 입히기도 했던 여인 마하를 그린 ‘옷을 벗은 마하’(1797∼1800/2019), ‘옷을 입은 마하’(1803/2019)는 세트로 걸려 있고, 디에고 벨리스케스의 그 유명한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1659/2019)는 더 어려졌다. 이뿐인가. 이탈리아의 중세 걸작품도 나왔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 담비를 안은 여인’(1400s/2019), 산드로 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1400s/2019) 등등.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시공을 고려 후기로 옮겨놨으니. ‘수월관음도’ ‘아미타삼존도’ ‘관음·지장보살병립도’ 등이 불화시리즈(2019)로 나섰다고 할까. ‘수월관음도’에서 좌상으로 빼낸 조각작품(2019)까지 말이다. 마리킴의 ‘옷을 벗은 마하’(2019·위)와 ‘옷을 입은 마하’(2019).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고야의 동명연작(1797∼1800 & 1803) 속 여인들도 작가의 ‘오마주’ 대상이 됐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의 ‘아이돌’은 이미 유명하다. 2007년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팝아트의 줄기로 이름을 알렸다. 그 ‘만화 같은 그림’은 2011년 아이돌그룹 2NE1 앨범표지에 등장하면서 ‘아이돌과 손잡은 아이돌’로 한 차례 더 부상했다. 그런 작가가 처음부터 ‘아이돌’을 작정하고 탄생시킨 건 아니란다.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배운 적이 없다”는 작가는 “만화를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큰 캐릭터가 스타일이 됐다”고 말한다. 실제 작가는 미대에서 미술이 아닌, 공대에서 멀티미디어를 공부했단다.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그리는 일이 훨씬 익숙했다는 소리다. ‘공학도 출신’답게 그간 작품은 주로 ‘프린트’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그랬던 것이 이번 ‘명화시리즈’에선 다른 시도를 선뵀는데. 이른바 ‘물감 덧입히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대형 캔버스로 출력한 뒤 그 위에 다시 붓질을 한 거다. 원작의 질감을 내려했단다. 화면의 절반 이상이던 얼굴 작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얼굴을 바꿨지만, 얼굴만 바꿀 순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들이기 위해선 원작인물이 가진 몸의 균형·규모까지 손을 봐야 했다는 거다. 그럼에도 “비율보단 기법의 다양성에 집중하려 했다”고 한다. 마리킴의 ‘관음·지정보살병립도’(2019). 전신에 하얀색 옷을 입은 관음보살상(오른쪽)이 등장하는 고려불화로 2008년 뒤늦게 발견돼 화제를 모은 ‘관음·지정보살병립도’(연도미상)를 원작으로 삼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오마주인가 훼손인가…보는 이가 가려야 그렇다면 왜 굳이 명화에 접목했을까. 미술작품은 단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 어깃장을 놓고 싶었나 보다. “사진복제시대를 지나면서 ‘원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은가. 명화에도 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전유물처럼 꺼내보고 소유하던 명화를 대중화하고자 했다는 거다. 고려불화는 한국적인 상황의 ‘대중화’인 셈.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그 ‘걸작들’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노출한 셈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작품은 극과 극의 평가에 놓일 만도 하다. ‘원작 오마주’인지 ‘원작 훼손인지’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작가의 반응도 조심스럽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피카소가 말하지 않았나. 하지만 난 그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명화의 색다른 방식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 한 근거로 작가는 ‘흰 담비를 안은 여인’(2019) 속의 다빈치 사인을 가리킨다. 원작을 훼손하거나 훔치려 했다면 굳이 그 사인까지 옮겨놨겠느냐는 거다. 작가 마리킴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연 개인전 ‘마스터피스’에 건 ‘흰 담비를 안은 여인’(2019) 옆에 섰다. 이탈리아 중세 걸작품이라 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세기에 그린 동명원작에 자신의 캐릭터 ‘아이돌’을 접목한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을 인용해 작가는 이렇게 주장한다. “현대미술에서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거니까.” 그 말대로 작품은 불멸의 예술성에 최신의 기술을 과감하게 얹은 상상력의 승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톨스토이)며 작가가 신봉해온 ‘미론’에선 호불호가 생길 만하다. 다른 손을 타야 아름다워지는 예술이란 점에서 반기가 들릴 여지가 충분하니까. 결국 반역인지 반전인지는 보는 이들이 가려내야 할 터. 어쨌든 미술계에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던져놨다고 할까. 전시는 31일까지.
2020.05.11 I 오현주 기자
(4)코로나19와 일본 간사이(關西) 경제
  • [세계는 지금](4)코로나19와 일본 간사이(關西) 경제
  • [편집자주] 이데일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에 주재하고 있는 무역관장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는 지금’ 연중기획은 올해 말까지 연재됩니다. [최장성 오사카 무역관 관장] 당초 올해 도쿄올림픽에 이어 2021년 월드마스터스 대회, 2025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인공섬 유메시마 복합형 카지노 리조트 개발 계획 등 순풍에 돛단 듯 약진하던 일본 간사이(關西) 경제에도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일본 경제 도약의 원년인 1955년만 해도 역내총생산(GRDP) 규모에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칸토(關東)권이 30.4%일 때 간사이권은 17.4%였지만 이후 도쿄 쏠림 현상으로 2016년기준 도쿄는 40.8%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간사이는 15.3%대였다.간사이는 2013년 엔고 등으로 인한 중국 등지로부터의 관광객의 대규모 유입과 전통적으로 발달한 의료산업의 부흥을 위해 오사카, 교토, 고베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의료바이오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하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한반도와 중국 대륙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땅으로 유입되었는데 이들을 도래인(渡來人)이라고 부른다. 특히 백제, 가야, 고구려는 물론 신라에서도 많은 인구가 도래했으며 이중 많은 사람들이 간사이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약 32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일교포 중 약 15만 명이 오사카, 교토, 고베 등을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일본 측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 투자진출한 일본 기업수는 약 1000개사(산업부 INSC 투자신고건수로는 약 3000건)인데 이중 약 200개사(산업부 INSC 투자신고건수로는 약 600건)가 간사이 출신이다. 우리 기업중에는 포스코, 현대, 효성, GS, 한샘퍼시스, 대웅제약 등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60여 개사가 간사이 지역에 진출해 있다. ▲오사카 내 인공섬 유메시마 전경. (사진=오사카시 홈페이지)보통 일본 사회를 일컬어 잘 변하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이 있을 경우 어느 누구보다도 변화가 빠르다는 것도 일본사회의 특징 중 하나다. 변화의 바람은 새로운 분야에서 신시장을 창출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 낼 공산이 크다. 14세기 중기 인류 대재앙으로 불리는 페스트는 중세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하는 부흥의 촉진제 역할을 했듯이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새로운 분야가 대두되고 방식도 구조적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첫째, 일본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크게 의존해왔던 글로벌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략에 대해 재검토를 할 것이다. 지난 8일부터 시행된 긴급경제대책에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의 생산거점의 국내 복귀 또는 아세안 등으로의 다원화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한일 간의 산업협력구조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이후 많은 일본 기업들이 한국을 제조기지로 인식해 왔지만 반도체산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특히 작년 7월 일본의 대한수출규제강화로 가속이 붙고 있는 와중에 이번 사태로 경쟁 관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부품소재 분야 외에 AI, IoT, 빅데이터를 비롯한 5G분야에서 진검승부가 예상된다.둘째, 아날로그성향이 강한 일본의 사회풍토가 빠르게 디지털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기업의 19.1%(2019.5월 총무성 발표)가 텔레워크를 도입해 시행 중인데 이번 사태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학교의 온라인 수업 역시 빠르게 정비,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은 3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한국 구직자들의 일본기업 채용지원상담회를 코로나19로 인해 연기하려 했지만 참가 예정 일본기업의 요청으로 화상으로 면접을 지원했다. 또 일본 글로벌기업과 우리 중소기업과의 부품소재 화상상담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많은 일본기업들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끝으로 시장에서는 브랜드 경쟁력이 있고 안심·안전·안도 관련 이노베이션 제품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 의료바이오 분야의 약진이 예상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며 한류 열풍이 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 정부와 국민이 보여주고 있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신속한 검사와 신선한 드라이브 쓰루(drive through) 발상과 같은 사례가 일본에도 소개되며 일본 소비자들의 대한 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향후 이와 관련된 한국산 의료바이오 제품의 일본 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BCAC(Before Corona After Corona)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간사이 경제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간사이 사람들은 지역경제 성장의 징검다리로 오사카都구상과 오사카만국박람회 등을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다. 우리는 산업협력, 재일교포 등 간사이와의 협력을 확대할 많은 재료들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요동치고 있는 간사이 경제에서 한일 간의 협력의 폭과 깊이가 더 확대되길 기대한다.
2020.04.25 I 김영수 기자
'컴백' 갓세븐 "새 앨범 '다이', 고전소설 같은 느낌 받을 것"
  • '컴백' 갓세븐 "새 앨범 '다이', 고전소설 같은 느낌 받을 것"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보이그룹 갓세븐(GOT7)이 새 앨범 ‘다이’(DYE)로 20일 컴백한다. 신보 발매는 지난해 11월 ‘니가 부르는 나의 이름’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앨범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을 선보인 이후 약 5개월 만이다.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낫 바이 더 문’(NOT BY THE MOON)을 비롯해 ‘아우라’(AURA), ‘크레이지’(CRAZY), ‘러브 유 배터’(LOVE YOU BETTER), ‘트러스트 마이 러브’(TRUST MY LOVE), ‘포이즌’(POISON), ‘라이드’(RIDE), ‘그래비티’(GRAVITY), ‘갓 해즈 리턴 + 마냐나’(God has return + Manana), ‘JY&YG 댄스’(JY&YG dance) 등 총 10트랙이 담겼다. 멤버 JB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자체 인터뷰를 통해 “앨범 구성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며 “트랙리스트나 로맨틱한 가사 등 전체적인 앨범의 흐름이 마음에 들고, 스토리가 담긴 음반이라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유겸은 “한 편의 고전 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다”며 “사랑의 감정을 다각도에서 바라보면서 들을 수 있는 곡들이 담겨 있다. 전곡을 다 들어보시면 진짜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타이틀곡 ‘낫 바이 더 문’은 소속사 수장 박진영이 작사, 작곡 및 편곡에 참여한 곡이다. 갓세븐은 중세 시대에서 타임 워프한 듯한 고풍스러운 콘셉트를 내세워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JB는 “음악적 색은 다르지만 분위기를 놓고 보자면 ‘니가 부르는 나의 이름’의 연장선에 있고 조금 더 파워풀하고 애절한 느낌이 담겼다”며 “‘변하지 않는 마음의 맹세’를 표현했는데 음악부터 의상까지 모든 콘셉트가 잘 어우러진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마크는 “‘나의 사랑은 영원하다, 너를 지키겠다, 달처럼 매일 바뀌지 않을 거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있다”고, 유겸은 “강하면서도 그루브 있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JB는 “멤버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곡 해석을 잘 한 것 같고, 또 그게 잘 어울려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만족을 보였다. 잭슨은 “저희가 해오던 느낌의 음악이 아니라 신선하다는 생각이 컸고, 그래서 더 신나고 좋았다”며 “‘이번에도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진영은 “사실 가이드 음원을 듣고는 확 다가오는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저희 목소리가 담긴 결과물을 들어보니까 ‘이 노래가 타이틀이 된 이유가 확실히 있구나’ 싶었다”며 “각자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랬다. 갓세븐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앨범의 전곡 음원을 공개하며, 오후 8시에는 네이버 V라이브로 온라인 쇼케이스 ‘갓세븐 <다이> 라이브 프리미어’(GOT7 LIVE PREMIERE)를 진행해 신곡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0.04.20 I 김현식 기자
무한전파시대의 확산과 차단
  • [목멱칼럼]무한전파시대의 확산과 차단
  • 최근 이른바 ‘K좀비’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있는 김은희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 생사역(生死疫)이 등장한다. 생사역이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게 되는 역병 혹은 그 역병에 걸린 존재’를 뜻하는 것으로 우리식으로 해석한 ‘좀비’라고 부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좀비의 확산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사투를 담은 이 드라마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글로벌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좀비 장르는 감염과 확산의 공포를 다룬다는 점에서 감염병의 공포와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 강도는 달라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돼 무수한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고 있는 코로나19의 양상을 보다 보면 좀비가 순식간에 확산됨으로써 종말의 풍경을 그려내는 이른바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장르의 한 대목이 떠올라 섬뜩해진다.그런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킹덤’을 보면 처음 감염된 사체를 굶주림 때문에 먹고 생사역이 확산되기 시작한 조선의 끝 동래 마을에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는 게 느껴진다. 물론 맹렬히 달리며 몰려다니는 좀비떼의 진격은 무섭게 느껴지지만, 그 확산 속도는 온전히 걷고 뛰는 속도에 맞춰져 있다. 만약 지금처럼 도로가 정비되어 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몇 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한 KTX와 버스, 차량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확산속도는 거의 몇 시간 만에 전국을 좀비떼로 뒤덮을 만큼 빠르지 않았을까.넷플릭스 ‘킹덤2’ 스틸코로나19의 전파력이 순식간에 글로벌한 유행으로 번지게 된 데는 전 세계를 지구촌으로 엮어낸 촘촘한 교통 시스템이 있다. 비행기는 끝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그들은 자동차를 타고 시골 구석구석까지 빠르게 이동해 들어간다. 중세시대에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강타했지만 그것이 아시아나 아메리카 대륙까지 확산되지 않은 건 지금 같은 교통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라는 명저를 통해 이야기했듯이 항해와 식민지 개발로 새롭게 뚫린 길은 총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만들었다. 그 길을 타고 균이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그 새롭게 뚫린 길을 타고 들어온 균에 의해 침략자들이 당도하기도 전에 원인을 모른 채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역과 지역이, 국가와 국가가 이렇게 새로운 교통 시스템으로 연결된 지금 우리는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이 동시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코로나19 사태로 실감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과 언어와 인종 등등의 구분을 뛰어넘어 지구촌화 된 세상에서 서로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세상을 꿈꾸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때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편리한 교통 시스템이 ‘반갑지 않은 손님’까지 빠르게 전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런 사정은 디지털로 촘촘히 연결된 온라인 세상에서도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벌어진 ‘N번방 사건’을 보면 이제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대면하지 않고도 조직적인 범죄가 가능한 세상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이 범죄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디지털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확산된다. ‘킹덤’의 생사역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일찍이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를 통해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그저 매개하는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그 내용의 변화까지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마샬 맥루한은 그 미디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TV나 비디오, 라디오 같은 매체만이 아닌 자동차나 비행기, 도로 같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매개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마샬 맥루한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아시아나 유럽 정도의 거리를 물리적으로는 하루 정도, 온라인으로는 단 몇 초면 오갈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무한전파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확산할 것이며 무엇을 차단할 것인가. 그 선택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2020.04.20 I 김은구 기자
기후의 역습, 팬데믹
  • [임규태의 코덱스]기후의 역습, 팬데믹
  • [임규태 공학박사·전 조지아공대 교수]기후변화는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달라진 환경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한다. 지금 세계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변화에 적응하려는 변이의 산물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주목할 시기는 13세기 초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의 ‘소빙하기’이다. 13세기 초 소빙하기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중앙아시아 목초지대가 급격히 감소한다.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몽골 지도자 칭기즈 칸은 정복 전쟁을 시작한다. 금나라를 정복한 칭기즈 칸은 이슬람 제국을 멸망시키고 유럽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결국 아시아와 유럽을 뒤흔든 칭기즈 칸의 신화는 기후변화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몽골군은 성문을 걸어잠근 이슬람과 유럽 군대를 공략하기 위해 전염병으로 사망한 시체를 성안으로 던졌다. 이때 몽골이 사용한 전염병이 바로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나무가 없고 풀이 많은 스텝 지대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생존을 위해 변이한 전염병이 기후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복전쟁을 펼친 인간 숙주를 따라 전 세계에 퍼진 것이다.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도 소빙하기는 이어졌고, 흑사병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흑사병 앞에 성직자도, 왕족도, 귀족도 속수무책이었다. 자신들과 똑같이 흑사병으로 죽어나가는 성직자들을 지켜본 평민들은 평등사상을 깨우치기 시작한다. 흑사병은 중세 유럽을 지배한 가톨릭 중심의 권력체제를 붕괴시키는데, 그 시발점은 1517년 독일 수도사 마틴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이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신실한 가톨릭 수도사였고, 신구교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으려 노력했다. 종교개혁을 종교전쟁으로 확대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분노한 농민들이었다. 기근으로 고통 받던 독일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신교 세력에 흡수된다. 결국 신구교간에 벌어진 30년 전쟁에서 패배한 신성로마제국이 붕괴하고, 베스트팔렌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다.13세기에 시작된 소빙하기는 17세기까지 지속된다. 1627년 중국에서 이상 기온에 의한 대기근이 발생하고 역병이 창궐한다. 쇠락하던 명나라 조정은 백성을 돌볼 능력도, 의지도 상실했다.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괴롭히자 반발한 농민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 세력 중 우뚝 선 인물이 이자성이다. 1644년 이자성의 반란군이 만리장성을 넘어 베이징을 점령하자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조선도 명나라를 무너뜨린 소빙하기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종 11년(1670년) 이상 기온이 발생하면서 경신대기근이 일어난다. 현종실록에 지진, 역병, 냉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당시 조선 인구 1200만 중 90만~15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70년 전 임진왜란 사망자의 4배가 넘는다.칭기즈 칸의 손자 홀라구 칸의 군대가 1258년 바그다드를 함락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이슬람 역사가 라시드 앗 딘의 책에 실린 삽화다. 몽골의 침략으로 이슬람의 아바스 왕조는 최후를 맞는다. (사진=프랑스국립도서관 홈페이지 캡처)25년 후인 1695년(숙종 21년) 을병대기근이 또다시 조선을 덮친다. 대기근에 고통 받던 평민과 천민들은 앞다투어 양반으로 신분을 바꾼다. 그들이 양반으로 신분 세탁한 이유는 입신양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양반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조선을 지탱하던 신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수가 급격히 줄어든 조선 왕조는 이때부터 쇠락의 길을 걷는다.인류 역사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이 권력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니다. 각국 수뇌부는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는 한편, 이번 사태가 정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은 3월 개최 예정이던 양회 일정을 4월로 연기했다. 1978년 양회가 정례화 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코로나19를 ‘보이지 않는 적’으로 지칭하며 전시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와 유가폭락으로 자신의 자랑거리인 경제 부흥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는 지난 2월 코로나 특별대책반을 구성하고, 매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1월 브렉시트를 성사시켜 주가를 올린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최초 국가수반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코로나 환자가 탑승한 유람선의 본토 상륙을 거부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올림픽 개최에 집착했지만, 결국 1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적 의료 시스템을 유지해 왔던 유럽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사망자 숫자는 3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수의 40%를 차지한다. 코로나 사태가 유럽 정치 지도를 바꾸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사실 코로나19에 의한 정치적 파장이 가장 큰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서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치적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는 코로나 사태로 더욱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무후무한 국가적 위기에 전문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정치적 선동만 난무하고 있다. 그들이 던지는 달콤하거나 살벌한 주장들 어디에도 국민의 안위는 보이지 않는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이다. 다만 기존 생태계에 처음 선보였을 뿐이다. 이번 팬데믹을 거치면 살아남은 인류는 면역성을 갖게 되고, 신종 코로나는 ‘신종’이라는 접두어를 떼고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생태계에 정착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각 국가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새 시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승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2020.04.09 I 최은영 기자
한국경마 100년史… 베팅부터 최초·최고 상금 기록은?
  • [경마이야기]한국경마 100년史… 베팅부터 최초·최고 상금 기록은?
  • 2011년 10월16일 국내 최고 기록인 17연승에 성공한 미스터파크.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축구, 야구, 농구 등 지금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경기에 팬들이 베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베팅을 시작한 분야는 경마다.기원전 4000년경 헤타이트왕국에서 경마에 청동 동전을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 경마는 누구의 말이 더 빠른 가를 가리는 순수 스포츠에서 비롯됐다. 중세 유럽에서는 말의 주인(마주)이 자신(가문)을 상징하는 옷(마주복색)을 입고 말에 직접 올라타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경마경기가 시행됐다. 이 경기가 인기를 끌다 보니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이 등장하고, 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돈을 걸게 된 것이 오늘날 경마의 원형이다. 실제 오늘날과 같이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서로 나누어 갖는 페리뮤추얼 방식은 19세기에 들어서야 유럽 경마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제 강점기에 순수스포츠가 아닌 베팅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경마가 도입돼 스포츠라는 인식이 반감된 측면도 있지만 시작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돼 공식적으로 경마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경마에 대한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다. 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 한국마사회 제공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1921년 5월 7일 군인들의 훈련장소였던 용산 신연병장에서 시작된 경마에는 경기장 밖 동산 위에까지 5만여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중략) 우승 예상마에 투표(베팅)하여 맞춘 사람에게는 당시 2원50전짜리 미쓰코시오복점(신세계 백화점 전신)의 상품권을 주었다.”라고 나와 았다. 이때 1등말에 투표한 사람에게 주어진 상금은 2원 50전으로 당시 1원이 오늘날 약 15~18만원의 가치에 해당하므로 약 40만원에 해당한다. ◇ 억 소리나는 몸값 경마 스타들 즐비경마는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 경주마의 능력 검증을 통한 종마자원 선발, 더욱 우수한 자마 생산이라는 선순환체계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산업이다. 그렇기에 경주마, 씨수마, 마주와 기수 등 그야말로 억(億) 소리 나는 몸값 경쟁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아는 손흥민이나 류현진 등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계약금이나 이적료는 그들의 실력이나 명성의 척도로 기능한다. 경주마의 몸값도 비슷하다. 선수들은 전성기 때의 계약금이 가장 높지만 실력 있는 경주마들은 은퇴 후의 몸값이 더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말의 경우, 씨수말 활동을 통해 교배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뛰어난 DNA를 가진 수백, 수천의 자마를 생산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1회 교배료가 1200만원인 엑톤파크. 한국마사회 제공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씨수말 중 하나인 이시돌 목장의 ‘엑톤파크’가 1회당 약 1200만원의 교배료를 받고 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국내 경주마의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내 경주마 중에서도 ‘경부대로’를 비롯하여 활발히 씨수말 활동을 하는 말들이 출현하고 있다. 트리플나인, 돌콩, 문학치프 등 혈통과 능력을 볼 때 은퇴 후 씨수말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현역 경주마들도 다수 있어 국내 경주마들의 몸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수한 씨수마의 혈통을 타고난 경주마에 투자해 국내 최고 상금을 벌어들인 주인공은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출발한 이종훈 마주다. 그가 지금까지 수득한 상금만해도 110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시장을 지나다 비루먹은 말 중에 천리마를 찾아냈다는 현대판 백락이라 불릴만하다. 이종훈 마주는 백광열 조교사와 짝을 이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1~2세마들 중에서도 뛰어난 명마를 쏙쏙 골라내는 선구안을 보여줬다. 또한 수득 상금 이상으로 더 좋은 경주마를 발굴하여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 경주상금 보면 기수들의 몸값 알수 있어비싼 경주마를 모는 기수들의 몸값도 경주상금이 말해준다. 서울과 부산경남 경마장에는 각각 50여명과 30여명의 기수들이 활동 중인데 기본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서 받는 수당 외에 매 경기마다의 순위상금, 월별로 2~3회씩 벌어지는 대상경주 상금까지 더하면 상위 10%의 소득은 연간 약 2억5000만원, 하위 10%도 74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우수기수로 선정된 문세영의 상금은 연 5억원을 넘는다. 경마 경주에서 162승으로 연간 최다승 기록 보유자 문세영 기수. 한국마사회 제공기수는 상금경쟁 외에 다승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경마장에서 1987년 데뷔해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가 통산 2111승으로 최다승을 갱신 중이다. 통산승수 2위인 문세영 기수가 1588승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연간 최다승은 역시 같은 경마장의 문세영 기수가 세운 2014년도에 수립한 162승으로 이 역시 당분간은 깨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 기록 갱신은 관전 포인트의 하나육상선수들처럼 경주마도 경주거리별 강자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1000~2300m 거리별 최고속도 보유마가 모두 다른 이유다. 기록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단축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는 기록이 눈에 띈다. 먼저 1000m 단거리 경주에서 2007년 ‘클레버스타’라는 2세마가 세운 58.3초의 기록이다. 보통 거리별 최고 기록은 2~3년 안에 신예 경주마들에 의해 깨지곤 하는데 11년 후인 2018년에 역시 2세 수말 ‘싱싱메리’ 역시 58.3초로 타이기록을 수립하는데 그쳤다. 장거리 경주에 해당하는 2000m는 2009년 4세 수말인 ‘동반의강자’가 세운 2분 04초 9의 기록이 10년 넘은 현재까지 여전히 마의 벽으로 남아 있다. 경주마들에게는 최다승, 연승 기록과 그레이드 경주의 연패 등은 중요한 커리어가 된다. 국내 공식 기록으로 최다승은 1995년부터 2003년 43승을 기록한 경주마 ‘신세대’가 있고, 최다연승인 17승은 2012년 부경의 ‘미스터파크’가 세웠다. 해외의 경우 1955년 푸에르토리코의 경주마 ‘카마레로’가 세운 56연승이 최고 기록인데 오늘날과 같이 경주마 복지 차원에서 출전횟수가 제한되는 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승수다. 이 모든 최고 기록은 경기를 관전하는 경마팬들에게 즐거운 구경거리가 된다. 모든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법이다. 코로나19로 올해 경마는 임시휴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수와 각 마방에서는 경주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휴장 기간 동안 흘린 땀방울 만큼 올해도 경마장에는 분명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질 것이다. 2020년에는 과연 어떤 경주마와 기수들이 한국경마 100년사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995~2003년 국내 최다승 기록마 신세대. 한국마사회 제공
2020.04.04 I 이진철 기자
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일·학습문화 실험
  • [목멱칼럼]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일·학습문화 실험
  • 글로벌 ‘팬데믹(pandemic)’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은 그리스어 ‘pan(모두)’과 ‘demic(사람)’의 합성어로 전염병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 6단계 중 최고등급에 해당된다.역사적으로 중세 유럽인구의 1/3을 앗아간 흑사병, 1918년 1차 세계대전 기간 중 5000만 명 이상을 숨지게 한 스페인독감, 1968년 사망자 80만 명을 낸 홍콩독감 그리고 가장 최근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 WHO는 팬데믹을 선언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신종 전염병도 팬데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지난해 9월 WHO 산하 세계준비감시위원회(GPMB)는 기후변화로 인한 바이오 변형, 국가와 도시 간 모빌리티의 증가, 도시화로 인한 인구밀집 등으로 조만간 팬데믹이 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불행한 예측대로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전염병은 이제 글로벌 확산 추세로 접어들었다. 현재로선 이번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나 지난 메르스 사태 시 186명 감염에 종식 선언까지 6개월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장기전에 대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직장과 학교의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일과 학습의 형식을 시도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이미 중국에서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디지털 기업들을 중심으로 2주 이상의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몇 몇 대기업에서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도 재택근무를 명령했으며, 홍콩의 공무원들은 음력설 연휴이후 몇 주 동안 집에서 일하고 있다.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형태의 대규모 실험은 신종 전염병이 앞당긴 사례이나 세상은 이미 온·오프라인이 긴밀하게 연결된 초연결사회가 되어가고 있다.중국은 지난 2개월간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전국에서만 29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약 1억 8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집에 갇혔다. 이로 인해 중국은 공영 텔레비전을 통해 초등학교 수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5000만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전국교과과정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학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이 가능한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인공지능 벤처 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소프트웨어 혁신기업을 배출한 덕이다.홍콩의 학교는 4월 20일까지 문을 닫지만, 계획대로 3월 27일에는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일하는 부모는 수업이 중단된 어린이들을 돌봐가며 산만한 가운데 회사 일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하며 세계의 거래처들과 회의를 할 수 있는 것이 초연결사회의 비즈니스 변화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일자리 감소가 그것이다. 학습형태의 변화에서 이미 그 그늘은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시간강사와 민간교육기관의 프리랜서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 불평등으로 인한 학습동기 저하, 가정에서 고립되어 공부하며 겪는 심리적 불안정 등의 문제도 겪는다. 이렇듯 앞으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이 아닌 ‘집안에서의 가족과 업무의 균형’이 새로운 실험과제가 될 것이다.중세시대 전염병의 공포는 신앙과 주술에 의존했으나 이후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의료기술에 눈 뜨며 르네상스 문화가 탄생한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급격한 기술진보와 맞물려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일과 학습형식의 대실험과 지혜로운 문제해결은 이 흐름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도의 중심은 한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이자 기회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2020.03.03 I 최은영 기자
기본기 탄탄..더 뉴 말리부 2.0터보 vs 1.35 비교시승
  • [시승기]기본기 탄탄..더 뉴 말리부 2.0터보 vs 1.35 비교시승
  •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홍성국 기자= “달리고,돌고,서고 정말 기본기는 탄탄한데..인테리어만 쏘나타 닮았으면..” 쉐보레 더 뉴 말리부를 시승하고 느낀 총평이다., 2016년 9세대로 진화한 말리부가 작년 11월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말리부로 돌아왔다. 동일 세그먼트 상에서 가장 단단한 하체로 뭇 소비자들을 홀렸던 말리부다. 다운사이징의 진수를 보여주는 1.35T 가솔린 모델은 적은 배기량 덕에 연비가 좋고 아울러 자동차세 등 유지비가 저렴해 구매자의 호평이 이어진 모델이다. 2.0터보 가솔린 모델은 강한 힘으로 무장해서 운전의 재미를 보장한다. 6000만원대 캐딜락 CTS에 달린 것과 같은 고성능 터보 엔진이다. 말리부는 모든 게 큼직큼직한 미국답게 디테일보다는 중형 세단이 요구하는 기본기에 집중한다. 잘 닦인 아스팔트 평야를 수 백 또는 수 천km씩 달리기 위해 강한 엔진을 쓴다. 오래 달려야 하기 때문에 단단함 보단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미국차스러움의 전형이다.반면에 오밀조밀하게 여러 국가가 모여있는 유럽은 디테일에 집중한다. 도시와 도시가 가깝고 차가 많아 강한 출력보다는 코너링에 신경를 썼다. 중세시대부터 만들어진 구불구불 돌길을 달릴때 부드러운 차는 멀미가 나기 쉽상이다. 탄탄함을 추구한다. 유럽차스러움의 전형이다.글로벌, 지구촌 등의 단어가 나오면서 특유의 &lsquo;스러움&rsquo;이 모호해졌다. 많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내려놓고 있다. 실제로 BMW는 특유의 단단함을 많이 내려놓고 부드러움을 택했다. 쉐보레는 단단한 하체와 서스펜션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피는 못속인다. 유전자는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 말리부의 실내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에 좋은 소재를 쓰고 곳곳에 크롬 포인트를 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만져보면 역시나 투박함을 감출 수 없다. 도어패널에 달린 플라스틱 마감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끝 부분이 다소 날카롭다. 베일 정도는 아니지만 거슬린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조금 많다. 공조장치와 시트 통풍/열선 조작버튼이 한데 있어 약간 어수선하다. 그러나 사용하기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공조기 다이얼 윗쪽으로 파란색 포인트 라인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선과 연장선 상에 있는 통풍/열선 조작버튼의 인디케이터는 주황색으로 표시돼 통일감을 망친다. 풍량을 나타내는 인디케이터도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고 있다. 다른 버튼의 불빛도 &#39;통일감 있게 파란색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39;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튼 표면은 우레탄 느낌을 줘 고급스럽다. 기어노브의 가죽장식과 크롬 포인트도 한 몫한다. 그러나 곳곳에 사용된 우드 그레인의 장식은 빼는게 나을 듯싶다. 갑자기 저렴해 보이는 역효과를 준다. 말리부는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일취월장 좋아진 게 중앙 모니터다. 선명도 뿐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제대로 개선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하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다만 버튼을 누르면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스티어링 휠도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적절한 두께감에 크기도 적절하다. 다만 버튼 누를 때 약간 힘을 줘서 눌러야 한다. 와이퍼와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막대는 스티어링휠과 약간 거리가 있다. 손이 작은 운전자가 운전하기엔 조금 멀 수도 있겠다. 뒷좌석은 2열 승객을 위한 에어벤트와 USB 포트 두 개 12V 아웃렛 하나를 마련해 놓았다. 패밀리 세단 다운 모습을 잘 보여준다. 등받이 각도나 시트의 푹신함도 불편함이 없다. 암레스트에는 두 개의 컵홀더가 있고 도어패널에도 널찍한 공간을 제공한다. 다분히 미국차스러운 면모다.전체적인 실내는 꼼꼼하게 이곳저곳 신경을 썼다. 하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투박함은 감출 수 없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외관은 전세대보다 확실히 커진 느낌이다. 위 아래로 나눠 놓은 쉐보레 특유의 그릴이 밉지 않다. 되려 중앙에 크롬라인을 전조등 중앙까지 연장시키고 그 위로 상부패널을 덮었다. 차가 넓고 날렵해 보이게 만든다. 후면은 리어램프 구성이 약간 바뀌었다. 또한 듀얼 머플러의 형상을 아래쪽으로 조금 내렸다. 전 모델이 뒤에서 바라봤을 때 로워암이 많이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이다. 19인치 휠에 245/40R 콘티넨탈 프로콘택트 TX를 매칭시켰다. 소음을 최소화한 승차감 위주의 사계절용 타이어다. 스포티하고 과격한 주행보다는 편안한 패밀리카를 추구하는 콘셉이다.트렁크 공간은 4인 가족의 짐을 싣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에서 뒷좌석을 접을 수도 있어 편리하다. 시트를 모두 접으면 꽤 넓은 공간이 나온다. 많은 짐 혹은 긴 짐을 싣고 돌아다니는 데도 충분하다. 편의장비는 조금 아쉬워..경쟁차종과 더불어 편의장비가 대거 채택되면서 상품성을 높였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주차보조 시스템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 등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능동형 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하나둘씩 발생한다. 우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발진시 악셀을 꽤 많이 전개한다. 막히는 길에서 옆에 차가 언제 끼어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진하는 속도가 다소 두렵다. 설정을 마련해 부드럽게 출발하도록 바꿀수 있으면 좋겠다.또 차선 유지장치는 차선 가운데로 가도록 유지해주지 않는다. 조금 더 과감하게 개입을 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도심 보다는 고속도로에서 쓰기 적절한 수준이다.오토홀드 기능이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길이 넓고 교통체증도 적은 미국에서 필요가 없는 탓일까. 해당기능이 빠져있다. 휴대전화 무선충전 홈은 너무 좁아서 얇은 케이스를 낀 상태에서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잘 가고 잘 서고 편안하고말리부는 &#39;잘 가고 잘 서고 잘 도는&#39; 차로 나름 유명세를 탔다. 동급인 쏘나타에서 보여주지 않는 달리기 성능과 탄탄한 하체로 뭇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샀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콘셉트와 상충하기 때문에 걱정을 조금 하고 주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기우였다. 좋지 않은 노면에서의 잔진동은 최대한 걸러준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첫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한다. 이후 남은 진동을 빠르게 잡아낸다. 장거리를 움직이더라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그렇다고 물렁하지는 않다. 노면이 좋지 않은 도로를 다닐 때도 멀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꽤 괜찮은 하체 세팅이다. 말리부를 좋아하던 소비자들은 이전 모델보다 부드러워졌다는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국내 도로 여건상 이 차의 콘셉트와 더 잘 어울린다. 말리부 2.0T vs. 1.35 E-Turbo말리부는 3개의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2.0L터보, 1.35L E-Turbo 가솔린 모델과 1.6L 디젤이다. 가솔린 모델을 모두 시승하면서 비교해봤다. 2.0L 터보 엔진은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캐딜락 CTS와 ATS에도 적용된 엔진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차급의 엔진 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운전하면서도 힘은 남아돈다. 약간의 터보랙이 느껴지지만 그 이후에는 가차없이 달려나간다. 시내구간에서 일말의 답답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족과 편안하게 즐기는 용도의 차라면 조금은 오버스펙 일수도 있다.1.35L E-Tubo 모델은 아주 작은 엔진에 큰 터보를 물렸다. 덕분에 연비가 상당히 잘나온다. 시내주행 없이 100% 고속도로 주행만하면 20km/l 이상의 연비가 줄곧 나온다. 다만 작은 엔진에 큰 터보를 얹어 터보랙이 심하다. 악셀을 밟고 조금 기다려야 차가 나간다. 배기량의 한계로 출력이 낮아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겠다. 초기 발진시 작은 엔진 진동이 발생하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소음도 잘 잡아서 시끄럽지는 않다.브레이크는 2.0터보와 1.35터보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2.0터보는 제동력이 페달을 누르는 양과 비례해서 증가한다. 따라서 언제 얼만큼을 밟아야 하는지 운전자가 제어하기 쉽다. 반면에 1.35 터보는 어딘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적게 밟아도 큰 제동력을 내고 때로는 많이 밟아야 선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1.35L 가솔린 엔진은 저공해 자동차 3종으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낮은 배기량 덕에 세금도 저렴. 연료효율도 좋아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작은 엔진에서 최대한 힘을 끌어올린 탓에 진동과 소음이 다소 발생한다. 물리법칙을 거스르지는 못해서 힘도 강력하지 않다. 그냥 느긋하게 타는 차다. 편하게 고속주행을 즐기면서 큰 차가 필요하지만 연비와 가격대를 고려한다면 말리부 1.35L 모델만한 선택지가 없다.2.0L 터보 가솔린 엔진은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동급 최대의 출력을 뽐낸다. 가족을 동반해서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다가 때론 일탈을 즐길 수도 있다. 시내 주행에서도 전혀 답답함 없이 누빌 수 있다. 꽤 조용한 편이기도 해서 여행갈 때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 가끔은 일탈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라면 말리부 2.0L 모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한줄평장점: 공통 | 탄탄한 하체와 잘 다듬어진 현가장치의 숙성감2.0L 터보 | 강한 엔진을 기반으로 뿜어내는 답답함 없는 출력1.35L 터보 | 저공해 혜택, 저렴한 세금 높은 연비로 부담없는 유지비단점: 공통 | 투박한 실내와 저렴해보이는 우드그레인,경쟁차 대비 부족한 편의장비2.0L 터보 | 동급 최고수준 출력이지만 어쩔수 없는 연비 저하1.35L 터보| 답답한 출력과 전자 유압식 브레이크의 이질감
2019.08.19 I 오토인 기자
소설가 김진명 "'직지'는 현대판 반도체…사회 어려울수록 역사 되새겨야"
  • 소설가 김진명 "'직지'는 현대판 반도체…사회 어려울수록 역사 되새겨야"
  • 소설가 김진명은 “작가는 세상에 대해서 토해내고 싶은 무언가가 안에 있어야 한다”며 “그것 없이 쓰는 글은 빈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사진=쌤앤파커스).[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많은 현대인들이 사회에서 희망을 못 찾고 있다. 사회적인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해소하려면 우리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가 어려운 때일수록 곱씹어봐야 하는 게 역사이고 정체성이다.”중국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이후 경제 보복이 현실화됐을 때 언론에서는 장편소설 ‘싸드’를 다시 돌아봤다. ‘사드’가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던 시절, 사드가 촉발할 한반도의 위기를 놀랄 만한 현실감각으로 소설 속에 그려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싸드’를 받는다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전쟁을 하자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중국은 반드시 복수를 합니다.”(289쪽) 그로부터 2년 뒤 소설 속 대사는 현실이 되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싸드’를 집필한 이는 첫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김진명(61) 작가다. 정치·경제·역사·외교 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주제를 소설로 끌어들여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한 김 작가는 최근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한글, 구텐베르크로 이어지는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장편소설 ‘직지(1·2권)’를 내놨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만난 김 작가는 “당당하고 떳떳한 역사도 많지만 왜곡된 것들도 많아서 그 속에서 진실을 건져내 자신감을 갖자는 생각으로 26년간 글을 써왔다”며 “과거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목적은 현대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팩트·픽션 넘나드는 작품 세계김 작가의 소설은 손꼽히는 ‘페이지 터너’(page―turner·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다. 실존인물의 실명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시의적절한 주제와 역동적인 서사를 흡인력 강한 문체로 그려낸다. 지금도 포털 검색창에 ‘김진명 CIA’를 검색하면 그의 작품 ‘제3의 시나리오’와 ‘신의 죽음’ 등 2편이 CIA 홈페이지에 소개됐다는 내용이 뜬다. 김 작가는 “미국의 타임지 등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며 “소설을 떠나 현실적으로 미래를 꿰뚫어보는 작가적 상상력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에서 1993년에 출간한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빼놓을 수 없다. 박정희 정권 말기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는 가상의 내용을 담은 작품은 발표하자마자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바람처럼 나타난 작가의 첫 소설이 700만부 이상 팔렸으니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린 셈이다. 특히 소설 말미에 일본의 침공을 극적으로 막아내 오히려 항복을 받아낸다는 장면은 적잖은 독자들에게 후련함을 선사했다.“한국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지정학적 요소가 북한의 핵, 그리고 일본과의 충돌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다뤘던 이 두 가지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북과 일본 사이에 얽혀 있는 관계를 학술적으로 연구해서 미래를 예측해 쓴 건데 갈등 상황은 여전히 유효하다.”김 작가의 말대로 최근에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경제 규제로 보복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전국적으로 ‘노노재팬’ 운동이 번지고 연일 서로를 백안시하는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한·일 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더라도 우리가 강하게 나가야 한다. 일본은 어려서부터 교과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단행한 이때에 단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독도 문제가 격화됐을 때 일본이 ‘한국은 치면, 쓰러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감정적 대응과 자중지란(自中之亂·같은 패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자제하면서 대통령을 지지하고 뭉치는 게 중요하다.”△차기작 ‘대통령 선거’ 다룬 소설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남산도서관에 처박혀 철학, 사회학, 역사책을 미친 듯이 읽었을만큼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졸업 후 사업을 도모했다가 실패한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후 ‘제3의 시나리오’ ‘고구려’ ‘미중전쟁’ 등 다수의 책을 냈고 ‘천년의 금서’는 300만부 이상, ‘1026’도 100만부 이상 팔렸다.김 작가는 “큰 작품은 글재주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소재를 구하려고 애쓰지 말고 무한한 독서와 사색의 세계로 자기 자신을 밀어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최근 낸 소설 ‘직지’는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가 직지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김 작가는 “인간의 지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발명품이 과거에는 금속활자였고, 지금 시대에는 반도체”라며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직지와 한글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차기작으로는 내년 출간을 목표로 대통령 선거를 다룬 소설을 준비 중이다. 공교롭게 내년은 총선이 열리는 해다. 김 작가는 “결국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선거”라며 “자칫 잘못 쓰면 문젯거리가 될 수도 있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소설을 써보려고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김진명 작가(사진=ⓒ전민규).김진명 작가(사진=ⓒ전민규).
2019.08.19 I 이윤정 기자
'어느 선까지 규제할까'....靑청원에 리얼돌 논란 2라운드
  • '어느 선까지 규제할까'....靑청원에 리얼돌 논란 2라운드
  • (사진=부르르닷컴 페이스북 갈무리)[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기자]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6만명을 넘은 가운데 여성계와 성인용품업계 간 리얼돌 합법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여성계는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 도구로 대상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반면 업계는 단순히 성(性)기구일 뿐이라며 반박한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성적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리얼돌 제작을 통해 개인 초상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여성계 “다른 도구 달라…‘여성=성적 대상’ 인식 줘” 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등록된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6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원 마감 후 관계당국으로부터 답변을 받게 돼 있다.여성계는 리얼돌이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 활동가는 “여성의 몸을 본 따 만든 자위기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법인 포르노 영상을 연상시킨다”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만들어 구현한 리얼돌은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 활동가는 또 “여성 입장에서는 리얼돌을 보면 불쾌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여성계는 또 리얼돌과 다른 자위기구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특정 신체 부위로만 만들어진 자위기구와 사람 모습 전체를 구현한 리얼돌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 김 활동가는 “기존 성인용품은 말 그대로 기구에 불과하다”면서 “얼굴, 피부, 성기까지 그대로 따라한 리얼돌은 오히려 `여성=성적 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업계 “여성계, 과도 해석…중세시댄가?”성인용품업계는 여성계가 리얼돌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성적 본능은 당연한 것일 뿐 아니라 도구를 통한 욕구 해소도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성인용품업체인 부르르 이상진 대표는 “남자 이성애자가 여성에게 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여성계 비판은 인간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합법적인 틀 안에서 개인의 성욕을 도구를 통해 푸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이 중세시대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대법원에 리얼돌 수입 허가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27일 부르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사실상 해외 제작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한 것이다.이 대표는 리얼돌이 다른 자위기구와 달리 성관념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특정 부위를 성적 도구로 만드는 것이 더 엽기적이지 않나”라며 “여성의 전신 모양이라고 해서 특정 부위만 본딴 기구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양측 “특정인 모방한 리얼돌 제작은 우려”…법적 규제 필요다만 여성계와 성인업계 모두 특정인물을 본따 리얼돌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똑같이 우려를 표했다.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리얼돌이 지인의 얼굴·신체를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성적인 문제를 넘어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자신의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진 대표 역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여성 얼굴이나 몸을 리얼돌로 만드는 것에는 성인업계도 반대”라며 동감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리얼돌 판매·제조업체 관계자 A씨는 “현실적으로 리얼돌을 특정인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아예 세부 공정부터 다시 짜야하는 등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며 “이를 우려해 리얼돌을 반대하는 것은 기우”라고 설명했다.한편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특정인 모방 리얼돌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여성문제 전문가인 장윤미 변호사는 “성욕 해소는 사생활에 해당하기 때문에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진다면 법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리얼돌이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비슷하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부분은 규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한적으로 리얼돌을 허용하고 타인의 인격권·초상권을 침해하면 엄격히 규제하고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9.08.07 I 황현규 기자
김진명 '직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진입
  • 김진명 '직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진입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김진명 작가의 신간 소설 ‘직지’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영풍문고 7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직지’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책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장편소설로 전2권으로 구성됐다. 아빠가 아들에게 전하는 실전 인생 팁이 담긴 ‘아들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이 글을 읽어라’는 19위에 올랐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인 저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아들을 위해 집필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법, 이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 등 행복한 인생을 도모하기 위한 따뜻한 조언을 전한다.스타 역사 강사 최태성 저자의 책 ‘역사의 쓸모’는 20위를 차지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삶을 통찰하며 수백 년 전 이야기로 오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새로운 판을 짠 정도전,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삶을 통찰한다.한편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1위에 올랐고, ‘유럽 도시 기행 1’, ‘죽음 1, 2’, ‘천년의 비밀 1, 2’ 등이 상위권에 머물렀다.
2019.07.31 I 이윤정 기자
환상의 섬, 거제도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 환상의 섬, 거제도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날씨의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오르내린다.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복중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땀이 흐르게 놀아보는 것도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우리나라의 여름 풍경은 저녁 9시 뉴스마다 부산의 해운대 해변을 언급하며 하루 수 만 명이 찾았다는 말로 시작한다. 해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물 반, 사람 반으로 해변을 채우며 여름 한 때를 보낸다. 하지만 여름휴가 여행이라면 복잡함보다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조용한 해변 썬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얼음이 든 음료수 한 잔과 더불어 책 한권을 읽고, 가끔은 바닷가에서 서핑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상과 다른 시간을 보낸다. 휴양지의 양면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거제도가 좋겠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으로 부산의 가덕도와 이어주는 거가대교가 생긴 후 부산에서 1시간 이내 생활권이 된 육지섬이 되었다. 그렇지만 거제도는 여전히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이다. 섬 여행은 왠지 여유로움이 따라오는 듯하다. 더 가야할 것만 같고, 그곳에서 보내는 휴가는 좀 더 특별할 것만 같은 기분.해금강, 바람의 언덕 신선대, 외도 보타니아,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 등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제도의 대표적인 여행지이지만 식상하다. 최근에 거제도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여행지는 매미성이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자신의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바닷가에 쌓아올린 벽이다.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 섬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기를 반복하며 그 넓이를 넓히는 중이다. 설계도 한 장 없이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이곳을 지었다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이제는 이곳 근처의 버려진 폐가에 커피집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한여름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여름 해양 수상레저로 서핑이 인기를 끈 지 오래이다. 서핑이라면 강원도의 해변을 생각나게 하지만 거제도에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흥남해수욕장이다. 섬의 지형적인 영향 덕분에 외해와 접해 있어 적당한 파도와 질 좋은 모래가 깔린 천연 해변은 예전부터 아는 사람만 다니던 숨겨진 해변이었다. 최근 2~3년 전부터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한 서핑샵은 이곳이 남쪽의 서핑 명소로 알려지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서핑보드 대여도 가능하고, 초보라면 강습도 받을 수 있어 이곳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흥남해수욕장 아래 외포리의 조용하고 아담한 포구마을에 위치한 거산리조트는 다양한 단체객실이 준비된 거제도 단체펜션이다. 외포리는 14대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의 생가 마을로 알려진 곳으로 대통령의 고향인 것을 착안해 청와대, 청남대, 영빈관이라는 명칭이 붙은 룸 이름이 독특하다. 전객실 오션뷰로 콘도형, 원룸형으로 된 객실에는 히노끼라 불리는 편백나무 개별수영장과 개별테라스가 준비되어 있다. 커플, 가족, 단체가 머물 수 있는 편의 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펜션 앞 대계해수욕장은 작은 몽돌 해변으로 아담하며 물빛이 깨끗하며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곳으로 거제도의 숨은 낚시 포인트다.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 [문화대상 추천작_클래식]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중 한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 텔’(5월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외국 오페라와 한국의 역사를 잘 버무린 수작이다. 1829년 파리에서 초연한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은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쉴러의 마지막 희곡 ‘빌헬름 텔’을 바탕으로 한다. 긴 공연 시간과 배역이 감당해야 할 기교적인 어려움 때문에 세계무대에서도 자주 만나기 힘든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시대배경을 중세가 아닌 1919년으로 옮겨 설정했다. 일제강점기 순사처럼 꾸민 오스트리아 군인들이 스위스 여인들을 겁탈하는 장면은 일제 치하에서 우리 여인들이 당했던 수난사를 연상케 한다. 국립오페라단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190년 만에 한국 오페라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한줄평=“‘윌리엄 텔’ 초연은 한국 오페라사에서 기념비적인 일.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대작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그 실력을 새삼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었다”(이경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교수), “성악과 합창이 매우 좋았고, 일제강점기를 콘셉트로 독립운동과 해방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몰입도 높여”(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현실감 높은 소재를 통해 관객과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연주자·연출자·지휘자 등 모든 요소가 단체의 역량을 업그레이드 했다”(왕치선 음악평론가)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중 한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중 한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중 한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
2019.07.25 I 이윤정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신문]“日 수출규제, 세계 위협” 美 재계도 경고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다음은 25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日 수출규제, 세계 위협” 美 재계도 경고-카카오, 카뱅 최대주주 길 열려…ICT 대기업 첫 은행 주인 된다-文 “규제혁신, 생존 걸린 문제”…원격의료·블록체인 특구 출범-“중·러 영공 침해 재발 시 한·미 긴밀 협의”-[사설]가중되는 내우외환, 추락하는 한국 기업들-[사설]서랍 속에 뒹굴고 있는 국산 불화수소 기술△줌인&-경상도만 취하면 참이슬 천하…전국 제패 눈앞에 둔 하이트진로-존슨 英총리 취임에 긴장한 세계…“노딜 브렉시트 땐 1달러=1파운드 될 수도”△카카오, 카뱅 최대주주 등극-인터넷은행 특례법 첫 수혜…카카오 “카뱅에 기술협력과 투자 확대할 것”-빅데이터·핀테크 등 서비스 간 융합상품 개발 속도 낼 듯-이르면 연내 유상증자로 자본확충…대출상품 확대키로△규제자유특구 지자체 7곳 지정-최대 테스트베드 서울·수도권 원천 배제…‘반쪽 혁신’ 전략 우려-예산 확보 없이 시작한 사업…“예비비로 지원”-강원서 물꼬 트는 원격의료…전국 확대까진 시간 걸릴 듯△한·일 힘겨루기 본격화-日에 “수출규제 철회” 의견서 전달…美경제단체·국제신평사 ‘우군’ 확보-잔뜩 움츠린 일본 브랜드…기회 노리는 토종 브랜드△볼턴-韓 외교·안보 라인 연쇄회담-한·일 갈등엔 “외교적 해법 모색” 공감…호르무즈 해상안보 협의키로-나경원부터 만난 볼턴…안보, 日수출 보복 관련 한국당 입장 들어-중·러 군용기 韓 영공 침범 볼턴 앞에서 무력시위한 것△정치-“영공 침범 안해…韓 조종사가 안전 위협” 하루 만에 말 바꾼 러시아-日 대응 뭉친다더니 상호 비방만…갈길 먼 ‘초당적 협력’-조국 후임에 김조원 유력…이르면 오늘 靑 수석 교체-손학규, 윤리위원장 임명…유승민 정조준-한국당 ‘두 표정’…입지 넓혀가는 친박, 법원만 바라보는 비박△국제·경제-미·중 무역협상 다음 주 재개…‘화웨이 대북제재 위반설’ 변수로-상반기 취업자 20.7만명 늘었지만 ‘경제허리’ 3040은 25.4만명 감소-도로·염전·유수지…태양광 영토 넓히는 남동발전△금융-신한·KB금융 1위 경쟁 후끈…“해외사업 힘써 亞 리딩뱅크 도약” “디지털 혁신 통해 경쟁우위 확보”-‘제1기 혁신아이콘’ 에스오에스랩 윤대희 신보 이사장 현장 방문-[현장에서]줬다 뺏기식 혜택…소비자 우롱하는 토스△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日, 반도체 필수소재 3종 규제…‘韓, 4차 산업혁명 갈 생각 말라’는 것-“日, 대학은 기초과학 하는 곳 인식…韓 정책 따라 우왕좌왕”△산업&기업-美·印에 손짓하는 韓 굴착기…中 쏠림 해소-현대·기아차 SUV 폭풍 질주에 부품·물류 계열사까지 ‘실적 반등’-배터리 사업 부진에…LG화학 영업익 반토막-‘황소개구리’ 중동항공사, 韓습격 나선다-LG전자, 인공지능 TV에 ‘애플’ 심었다△산업-고의 접속지연vs 규정 소급적용…논리 격돌-네이버페이 분사…미래에셋서 5000억 유치-“1억 포르쉐 경품, 사행성 조장…로한M등급 재분류”-암젠, ‘허센틴’ 복제약 美시장 전격출시△소비자생활-“2분기 사상 첫 적자 전망”…대형마트, 사업 구조조정 속도-롯데슈퍼, 자정까지 배송…강남·서초 지역부터 시작-“고객이 원한다면, 한정판 제품도 정식 출시합니다”-쿠팡 24일 6시간 먹통…소비자·판매자 발 동동△증권&마켓-금리 인하·주가 하락에 배당 매력 ‘쑥’…이 종목 담아볼까-거래 끊긴 ‘유령ETF’ 해마다 늘어…올 들어 3건 상장폐지-광학필름 상보 경영권 바뀌나△증권-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스킬 갭’부터 해결해야-업황 부진에…법원 간 기업들 청산위기-금융위vs중기부 막판 신경전…‘BDC 도입’ 또 늦어지나-NH證, 글로벌 운용사 뱅가드와 자산관리 업계 첫 MOU△이데일리 문화대상-상반기 추천작-중세서 일제강점기로 간 ‘윌리엄 텔’…-노인이 돼 만난 두 형제의 ‘인생 스토리’-로시니오페라 대작 190년 만에 한국무대 초연-완전함·불완전함 사이의 고뇌, 몸짓으로 그려-거장 이창동 감독의 시선, 무대로 고스란히-부드럽고 섬세하게…피아노 선율의 향연-몸과 과거·현재·미래의 의미 새롭게 고찰△이데일리 문화대상-상반기 추천작-경극 품은 창극 2019판 ‘패왕별희’-폭포 같은 적벽가 판소리 합창과 칼군무로 표현-본 적 없는 압도적 무대…믿고 보는 배우들-게스트 없이 93곡…단독 최장 공연시간 대기록-소리의 창극·몸짓의 경극 묘한 어울림-주체적 여성 캐릭터 내세워 신선한 자극-거장의 재즈에 홀리고…힙합 R&B에 취하고△스포츠-LPGA 에비앙 대회 변수는…무더위와 18번홀-‘방사능 올림픽’ 낙인 찍히나-김한별 “왼쪽 겨드랑이 조이면 거리·방향 좋아져요”-최호성 삼세판 PGA 도전…‘배러쿠다 챔피언십’ 출격-안방서도 들러리 신세…한국 수영 어쩌나△피플-퇴사 후에도 통하는 ‘진짜 역량’…회사 다니며 키워야-이재현 “영화 기생충, 문화로 국격 높였다”-윤석헌 “KB브리지, 中企·자영업자 돕는 다리 되길”-“공연 취소했던 ‘색동’…내년에 무대 올릴 것”-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 임명-김용규·하광운·조덕형씨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오피니언-구글 ‘스타디아’의 사슬 끊기-[생생확대경]주민보다 많은 손님 맞는 에비앙△부동산-분양가 상한제 영향…‘입주 폭탄’ 강동구도 전셋값 꿈틀-8~10월 서울 입주 아파트 1만5404가구…38% 급증-“올해 오피스빌딩 거래규모 10조 전망…작년보다 줄 듯”-‘깨알글씨’ 입주자 모집 공고문 10월부터 사라진다△사회-35도 땡볕서 작업 강행…숨이 턱턱 막혀도 쉴 수 없었다-“警, 영장 없이 게임기 압수 업주에 8600만원 배상을”-‘마른 장마’에 수문도 닫았다-AI기반 119구급 서비스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法 ‘위력 행사’ 폭넓게 해석…안희정 상고심 적신호-[현장에서]반일과 혐일 사이
2019.07.24 I 박정수 기자
김탁환 작가 "300년 전이라고 박경리 같은 작가 없단 법 있나요"
  • 김탁환 작가 "300년 전이라고 박경리 같은 작가 없단 법 있나요"
  • 김탁환 작가는 “지금까지 ‘백탑파 시리즈’로 원고지 1만매를 썼는데 앞으로 1만매는 더 쓰고 싶다”며 “많은 이들이 백탑파 시리즈를 함께 읽고 같이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사진=이윤정 기자).[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백탑파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덕후’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돈과 시간과 모든 걸 쏟았다. 나 역시 소설 덕후다. 기본적으로 성향이 비슷하고 나보다 덕질을 잘하는 선조 느낌이라 더 애착이 간다. 하하.”18세기 무렵 원각사지10층석탑을 배경으로 한양의 진보적인 북학파 지식인들이 이웃해 살며 이른바 ‘백탑파’를 형성했다. 이들은 신분과 나이의 벽을 넘어 우정을 나누면서 조선사회 변혁의 꿈을 키웠다. 정약용·박지원·박제가 등 흔히 실학자 중 북학파로 알려진 이들이 바로 ‘백탑파’다. 이들의 이야기가 21세기 소설에서 되살아났다.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김탁환(51) 작가를 통해서다. 김 작가는 2003년 ‘방각본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열하광인’ ‘열녀문의 비밀’ 등 16년간 5종 10권을 출간하며 ‘백탑파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각각 다른 역사적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 이야기를 이끄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18세기 말에 활발하게 활동한 여성작가들을 주목한 다섯 번째 시리즈 ‘대소설의 시대 1·2’(민음사)를 펴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작가는 “지금 시대에만 ‘토지’의 박경리 같은 작가들이 있으란 법은 없다”며 “300년 전 조선에도 장편소설을 쓴 여성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산해인연록’ 중심의 조선 소설사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 임두는 궁중 여인들을 위해 23년째 대소설 ‘산해인연록’을 써서 매달 혜경궁 홍씨에게 바치고 있다. 199권까지 잘 써 오던 임두가 5개월째 200권을 쓰지 못하자 궁에서는 김진과 이명방을 호출해 작가의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특정 시점부터 오류가 늘어나고 있음을 눈치챈 김진은 임두의 치매증상을 읽어내고, 작품의 결말을 기록해 둔 수첩 ‘휴탑’을 두고선 제자 수문과 경문이 다툼을 벌인다. “‘대소설의 시대’를 쓰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캐릭터를 언제 또 만나겠나’ 싶더라. 임두가 장편소설 작가로 살아가면서 고민하는 걸 녹여냈기 때문에 내 인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조선시대 독서와 관련한 논문만 200편가량 읽었다고 한다. ‘엄씨효문청행록’ ‘유씨삼대록’ ‘완월회맹연’ 등 소설의 목차는 모두 실존하는 대소설들의 제목이다. 대소설의 상당수는 연작인데 100권인 ‘명주보월빙’이 105권인 ‘윤하정산문취록’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7년 정도 걸렸다. 책 안에는 실존하는 22권의 작품이 들어 있는데 그걸 공부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독자에게는 제목들이 낯설어 도전적일 수도 있다. 사실 10년 정도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짧아진 거다.”이번 소설에는 여성들이 서사의 중심이다. 노파인 임두를 비롯해 혜경궁 홍씨, 필사 궁녀에 이르기까지 조선후기 소설과 더불어 숨 쉬고 즐기며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다. ‘황진이’ ‘열녀문의 비밀’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썼다. 항상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면서 질문을 하고 소설에 반영한다. 이번 ‘대소설의 시대’ 역시 여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짚어본 거다. 300년 전 이야기로만 읽어도 괜찮고 지금의 상황들과 겹쳐서 보면 두 배로 재밌을 거다.”△“죽을 때까지 ‘백탑파 시리즈’ 쓸 것”사실 2000년대 초반 백탑파 시리즈를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 구상했던 이야기는 10가지였다. 이제 5종을 펴냈으니 아직 5개의 이야기가 남은 셈이다. “처음에는 연암 박지원을 다룬 장편소설을 쓰고 싶었다. 천천히 2~3년을 들여다보니 ‘백탑파’ 인물들의 면면이 너무 매력적이더라. 그래서 노선을 바꿨다. 한 편이 아니고 다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백탑파 시리즈’를 이어가며 현대소설로도 독자를 만날 생각이다. 적어도 3~4년에 한 번은 시리즈를 낼 생각이라고 한다. “‘백탑파 시리즈’는 죽을 때까지 계속 쓸 거다(웃음). 책이 나온 뒤 조선후기 서사문학 전공자들이 좋아했다. 이번 소설을 통해 중세와 근대의 벽, 연구자와 일반 대중의 벽을 깨고 싶었다. 당대 사람들도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갔기 때문에 지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날것이지만 소중한 거울 같은 느낌으로 소설을 즐기면 좋겠다.” 김탁환 작가(사진=이윤정 기자).
2019.07.24 I 이윤정 기자
순록썰매 달리던 겨울왕국…21세기엔 전기차가 달린다
  • [르포]순록썰매 달리던 겨울왕국…21세기엔 전기차가 달린다
  • 노르웨이 오슬로의 명소로 꼽히는 아케르스후스성의 외관은 중세 시대 요새처럼 보였지만, 성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테슬라 전기차가 주차돼 있는 최첨단 요새처럼 보였다. 오슬로시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은 방공대피소처럼 구축돼 있어 만약에 화재가 나더라도 외부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안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오슬로(노르웨이)=글·사진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극적인 반전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항구에 인접한 아케르스후스성(Akershus castle)의 겉과 속은 확연히 달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나온 아른델 왕국의 모델이 될 정도로 외관은 아름다운 중세시대 요새였다. 오슬로의 손꼽히는 명소다. 성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세상이 열렸다. 테슬라, 닛산 등에서 만든 전기차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110m 길이에 8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다. 곳곳에 설치된 충전기로 무료 충전을 할 수 있다. 전기차는 주차요금도 받지 않는다. ◇승용차 이어 전기 화물차·버스·선박까지 노르웨이 오슬로는 도시 곳곳이 전기차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남영숙 주노르웨이 대사는 “오슬로는 테슬라 시티, 전기차 수도로 불릴 만큼 전기차 보급 측면에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에서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합산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노르웨이는 27.4%(2017년 상반기 기준)로 세계 1위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전기차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승용차를 넘어 대중교통도 전기화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투어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이모빌리티(e-mobility) 담당 국장은 “전기 승용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친환경 교통 정책은 대중교통의 전기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노르웨이에서 흔한 교통수단이다. 오슬로를 찾은 관광객들은 엘버스(전기 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순회한다. 엘버스는 종점에 도착하면 지붕이 열고 자동으로 충전한다.오슬로 시내 곳곳에서는 ‘이것은 녹색입니다(This is green)’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기 화물차를 만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슬로시는 지난 5월 자율주행 전기차를 도입해 운행 중이다. 이날도 기사가 없는 빨간색 미니버스가 예닐곱 명을 싣고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슬로시에 따르면 아직까지 무인 전기차로 인한 사고는 한 건도 없다. 세계 최초의 무인 전기선은 내년부터 오슬로 항구에서 시범 운항을 시작한다. ◇“입체적인 車 지원+사회적 공감대 결과”노르웨이가 전기차 천국이 된데는 정부의 파격 지원이 한 몫을 했다. 노르웨이에선 전기차를 구입하면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면제되고 주차·충전·통행료도 무료다. 특히 2명 이상 전기차를 탑승하면 출·퇴근 시간 등 혼잡시간대에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금요일 오후 4시 오슬로 시내는 퇴근 행렬로 도로가 꽉 막혔다. 하지만 기자가 탄 전기 택시는 버스전용차로를 따라 막힘 없이 달렸다.노르웨이 녹색기후홍보대사이자 테슬라 택시 운전사인 트룬드 소메(Trond Somme) 씨는 “어디서든 손쉽게 급속 충전을 할 수 있어서 겨울에도 운행에 문제가 없다”며 “전기차로 바꾼 뒤 차량 유지비용도 많게는 20% 줄었다”고 말했다.노르웨이에선 친환경 교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소메 씨는 “2012년에 세계 최초로 택시를 전기차로 바꿨다”며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데 환경보호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노르웨이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1990년 대비 최소 40% 이상 감축하는 게 목표다. 2025년부터는 휘발유·경유를 쓰는 차량은 판매를 금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전력 생산량의 98%(2015년 기준)를 수력·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얻는다. 남영숙 대사는 “노르웨이는 유럽의 ‘환경수도’이자 전기차·수소차 시장 동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국가”라며 “우리 정부가 노르웨이의 입체적인 친환경차 지원 정책, 강력한 정책 의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노르웨이 전기 버스인 엘버스가 지난달 28일 오슬로 시청 인근에서 버스 지붕에 달린 장치를 통해 충전을 하고 있다. 전기 버스 옆에는 운전사 없는 전기 자율주행 미니버스가 오슬로 시청 인근을 운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전기 트럭이 지난달 28일 오슬로 시청 인근에 주차돼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가 경차에만 적합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있다. 트럭 옆면에 ‘이것은 녹색입니다(This is green.)’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스투어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이모빌리티(e-mobility) 담당 국장이 지난달 28일 오슬로 시청 인근 전기차 충전소에서 “오슬로는 전기차 수도(capital)”라며 충전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노르웨이 녹색기후홍보대사이자 테슬라 택시 운전사인 트룬드 소메(Trond Somme) 씨는 “2012년부터 세계 최초로 전기 택시를 운전해왔다”며 “폭염, 온난화가 심각한데 환경보호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 전기차로 바꿨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에서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합산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집계한 결과, 노르웨이는 27.4%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0.5%였다.다. 단위=%, 2017년 상반기 기준.[출처=한국전기자동차협회]※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9.07.24 I 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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