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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공정위 판단에 一喜一悲
- 현대자동차의 장래가 마치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에 달려있는 듯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그룹의 역계열분리에 대해 불가를 통보, 현대자동차 소그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대우차 인수전에서는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 컨소시엄에 "독점 가능성이 있다"고 판정, 현대에 큰 부담을 안기며 결국 탈락을 결정지었다.
공정위 때문에 현대차가 일희일비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차 인수전에서 공정위의 역할=대우계열 구조조정추진협의회 오호근 의장은 29일 대우차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를 선정한 후 기자회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대의 독점여부에 대해 서한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입찰평가위원들을 지칭하는 듯)는 3개 기업군에 제출한 입찰제안서만을 검토하고 결정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대우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28일 공정위는 "독점과 관련, GM-피아트, 포드는 문제가 없지만 다임러-현대는 독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구조협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오호근 의장의 말을 액면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독점 시비는 현대측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었다. 이계안 사장은 제안서 제출 마감일인 26일, "독점관련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현대가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경영권도 다임러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아가 다임러의 에크하르트 코르데스 사장은 "독점에 대한 잠재적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현대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올바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임러-현대 컨소시엄은 올바른 조치를 밝힐 기회도 잡지 못한 셈이 됐다.
이번 대우차 입찰은 크게 ▲사업계획서 ▲국민 정서(여론 동향) ▲최고정책결정권자의 의지 등 3가지 면에서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사업계획서는 인수가격, 고용승계, 기술이전, 대우의 육성전략 등 인수조건이 호의적인지, 현실성이 있는지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또 여론과 관련해선,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 ▲국부유출 문제 ▲독점 문제 등이 주요 항목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고결정권자의 의지와 관련해선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완결 ▲외자유치 성과 ▲국가의 대외신인도 제고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부분의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변수중 국민정서(여론 동향)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입찰 평가위원들은 오로지 사업계획서만 들춰보고 포드로 결정을 한 인상이 짙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참가한 업체가 모두 미국계 업체인 만큼 최고결정권자 등 관련 당국도 결정과정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이 대우에 물려있는 것이 그만큼 크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채권기관의 사활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현대의 독점 가능성을 지적한 공정위의 해석은 호조건을 제시한 포드에 끌리고 있던 채권단에게 다임러-현대 컨소시엄을 탈락시킬 수 있는 좋은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공정위의 해석을 안 이상 채권단은 대우 차입금을 가장 많이 되돌려주겠다고 하는 후보를 찾는 단순한 시험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해태음료를 인수, 국내 음료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롯데의 사례를 들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큰 목소리는 아니다.
◇공정위는 현대차의 파수꾼=그렇지만 다른 측면에선 공정위가 현대차의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2.2%를 매입한 것을 포함, 정주영 전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 9.1%의 향배에 몹시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 정 전회장이 개인 대주주가 되면서 아들인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경영권에 간여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지분 확장은 정 전명예회장의 개인 의지가 아니라, 정몽헌 전회장및 그의 측근들의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여, 정몽헌 전회장이 현대차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정위가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정 명예회장의 자동차 보유 지분을 3%미만으로 낮추라는 것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현대의 계열주를 정몽헌 전회장으로 명시하고, 역계열분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을 계열분리의 충족요건으로 줄곧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열분리는 그룹구조조정위원회가 알아서 할일이라 우리는 지켜만 보는 입장"이라면서도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원군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가 입장을 돌릴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현대차를 두둔하는 것보다는 이 문제가 DJ정부의 재벌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DJ정권에서 변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유일한 정책이 바로 재벌 정책인데 이를 바꿀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때문에 재벌에 대해 지배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을 요구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정부가 "오너 퇴진-전문경영인체제의 도입"을 약속한 현대그룹보다는 "오너 퇴진 불가"를 밝힌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와 공정위간 힘겨루기로 자동차소그룹의 계열분리가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이자 현대차는 경영독립의 기회가 늦춰졌다며 아쉬워하는 등 손익계산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