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호된 통과 시험을 치렀죠.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가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하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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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환경부 장관(58)은 10개월 전 장관 후보자 시절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소망교회 억대 헌금, 정치인 남편의 대기업 입사·억대 상여금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어떤 의원은 자진 사퇴를 권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모두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며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니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험난한 청문회가 끝나자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북 칠곡군 미군 기지 고엽제 매몰 파문이 터졌다. 환경부 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임식 다음날 곧바로 칠곡을 찾았다. 유 장관은 성난 주민과 맞닥뜨렸다.
유 장관의 남편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그맣고 연약한 여자가 갔으니 그랬을 거다. 만약 건장한 남자가 갔다면 계란이라도 맞고 돌아왔을 것”이라는 일화가 전해진다.
유 장관의 강단있는 면모는 정책 집행에서도 드러난다. ‘생화학자가 환경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다. 아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매듭을 풀어나갔다.
자동차를 폐차할 때 심각한 유해 화학 물질이 방치돼왔다. 초기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 정부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일이었다. 유 장관은 대형 자동차업계 대표를 찾아갔다. 자동차는 팔고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업체에게 ‘미래의 환경도 생각해야 된다’고 설득했고, 84%에 그쳤던 자동차 재활용률을 95%까지 끌어올리는데 드는 비용을 자동차업계가 부담하는데 동의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재계가 반대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조기 도입과 화학 물질 등록·평가법도 같은 방법으로 풀어가고 있다. 유 장관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오는 6월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누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부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다. 강원도 출신으로 이화여대 화학과 석사를 거쳐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대 의학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1990년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교육과학기술부 뇌연구촉진심의회 심의위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대사연구센터 센터장, 한국과학재단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다. 2006년 과학기술포장, 2008년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 관련기사 ◀ ☞유영숙 환경 장관 “후배들이여,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아들 군대 재수도 불사..유영숙 환경 장관의 원칙론 ☞[여성리더①]유영숙 환경부 장관 “간절함으로 소통했다” ☞[여성리더②]"목표 뚜렷했던게 성공 이끌어" ☞[여성리더③] “4년전 신태섭 KBS 이사 해임은 부당..원칙지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