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보건당국이 일선 의료기관이 적정 의료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단속하기 위해 인력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최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의료기관들의 법적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의료인력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규모 병원금 의료기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들은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간호대학 정원 확대나 처우 개선 등의 여건 마련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 지난달 26일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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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소 등과 협의해 의료기관의 필수 인력 보유 여부를 현장에서 바로 단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에서도 보건소가 의료기관의 인력 운용 실태를 단속해 위반시 시정명령이나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하지만 법적 기준 미달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단속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 38조(의료인 등의 정원)를 보면 일반병원의 경우 의사는 일 평균 입원환자 수를 20명으로 나눈 수, 간호사는 일 평균 입원환자 수를 2.5명으로 나눈 수에 해당하는 인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보건소가 단속해야 하는데 보건소에서 일 평균 임원환자수를 알 수가 없었다. 이 자료를 갖고 있는 곳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 대한 수가를 청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인데 청구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심평원, 의료계와 협의해 입원환자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건소 직원이 현장에서 인력 기준 준수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방, 중소병원일 수록 의료법상 의료인원 기준을 제대로 지키기가 어려워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만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간호사의 경우 인력 기준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고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무시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방 중소 병원 이사장 A 씨는 “단속을 강화하기 전에 간호 정원을 늘리는 대책이 먼저여야 한다”며 “정부는 편입학을 포함한 간호대 정원을 확대하고 간호사로 진입할 수 있는 교육 양성 과정인 간호실무사 제도나 지역 한정 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업계는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의사들처럼 간호사들에게도 ‘간호수가’를 도입해 병원에서 간호사를 법적 기준대로 고용해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