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장성택 실각과 음모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 주간 각종 언론이 가장 주목한 이슈는 장성택의 실각이었다. 언론이 장성택을 주목한 이유는 그가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김경희가 김정은의 고모니까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부가 된다. 김정은이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이후 장성택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의 2인자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녔다. 그런 장성택의 측근이 공개 처형당하고 그는 공식 석상에서 종적을 감추었으니 북한 권력 지형이 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장성택이 권력으로부터 ‘물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성택의 주 전공은 외화벌이다. 그는 김일성의 딸 김경희와 결혼한 이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외교부 담당 과장을 지내면서 ‘충성의 외화벌이’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외화벌이를 통해 번 돈으로 77년 보통강 구역에 김정일의 ‘피로회복관’을 지어 김정일에게 바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처남에게 아부한 거다.

그런 장성택은 78년 동평양에 있는 외교부 초대소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외교부 간부들 중 자신의 측근들을 모아놓고 연회를 열다가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강선제강소로 쫓겨난 적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2년 1월에는 국가예산을 개인목적으로 사용하다 사회안전국에 적발돼 아내 김경희와 함께 강원도로 쫓겨 난적도 있다. 이렇듯 그는 권력의 중심에 있다가도 종종 쫓겨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실각을 엄청난 사건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생각이다. 그가 언제 다시 권력의 전면에 나서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한건 김일성 왕조에서 김일성의 딸인 김경희가 살아있는 한, 그는 언제든지 다시 컴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 번째는 국정원이 이 문제를 터뜨린 시기에 대한 의문이다. 장성택 측근의 처형은 지난 11월 중하순 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근 한 달전 얘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한 달 동안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이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국회에 이를 긴급 보고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 논리의 배경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지금 여야 간에 합의한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일종의 물 타기 전략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판은 조용한 날이 없으니 언제 보고해야 이런 음모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하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워낙 국정원이 정치의 중심에 등장하고 있으니 이런 음모적 시각이 나올 수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 의구심은 내용에 관한 문제다. 즉 장성택의 실각이 너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 일각에서도 장성택이 실각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럼에도 보수 언론들 중심으로 장성택 실각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보도함으로서 지금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덮으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정부기관끼리 지금의 사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급변 사태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통일부도 국방부의 입장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음모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음모론이 등장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정부는 왜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북한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사안을 발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 싶다. 이런 측면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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