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군인의 바른 인성이 지금 더 절실한 이유

  • 등록 2019-08-20 오전 5:00:00

    수정 2019-08-20 오전 5:00:00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최근 골이 깊어지는 한·일 간의 갈등과 거듭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국가 안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안보가 위중한 때일수록 국민 모두는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비록 단위 부대 장병들의 작은 사례이긴 하지만 국방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라 담고 있는 메시
지가 적지 않다고 생각되어 개인적 경험 하나를 공유하려 한다.

최근 한 단위부대의 장병들이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 1박 2일 일정으로 3차례 다녀갔다. 이 부대는 그간 수년 동안 선비들의 인간존중과 호국정신을 체험하는 당일 과정의 수련에 참여해 장병들의 인성함양에 나름의 효과를 거두었다 자평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장병 개개인의 실천을 전제로 하는 인성함양을 몸으로 익히는데 당일 5~6시간의 체험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올해에는 1박 2일 일정을 택한 것이다. 한여름이긴 했지만 늘어난 수련 시간 내내 장병들의 표정은 밝았고 퇴소할 때의 만족도 평가 역시 그전보다 매우 높았다.

그런데 군 장병의 인성함양을 위한 혹서기 선비수련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는 장병의 인성함양과 전투력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 자명해진다. 군은 외부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전투력을 기르는 조직이다.

전투력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무기와 병력과 같은 물리력(하드웨어)이고, 다른 하나는 전략과 전술 등의 기술력(소프트웨어)이며, 마지막 하나는 장병 개개인의 사기와 상호간의 전우애 등과 관련된 정신력(휴먼웨어)이다.

이 세 가지는 당연히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정신력의 비중은 나머지 둘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가볍지 않다. 좋은 무기와 작전계획을 갖췄음에도 장병의 사기와 전우애가 저하되어 패망한 사례는 세계 전쟁사가 무수히 입증해주고 있다.

그러면 군의 사기와 전우애는 어떻게 생기는가?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것 보다 부대원 상호 간 사랑과 공경하는 인간관계에서 주로 싹튼다. 무엇보다 상관은 부하를 인간적으로 아끼고 사랑해야 하고, 부하 또한 상관을 인간적으로 공경하고 따라야 한다. 그러고 나서 부하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상관의 부당한 점을 진언한다면, 부하는 더욱 잘 통솔되고 상사는 더욱 잘 이끌어 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기는 배가되고 전우애도 자연스레 두터워질 것이니, 이렇게 강화된 정신전력은 전투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마련이다. 이런 효과가 기대되는데, 혹서기 또는 혹한기라고 장병들의 인성함양 수련을 마다하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군인 장병들의 인성함양을 왜 하필 그 옛날의 선비정신에서 배우려 하는가?’하는 의문은 또 남는다. 그것은 존경 받은 선비들이 바로 그렇게 살아갔기 때문이다. 우리 선비들은 나와 남은 하나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와 자기 인격을 먼저 수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편안하게 하는 수기안인(修己安人)의 가치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화로운 공동체를 영위하였다. 사회적 리더였던 선비들이 이처럼 늘 솔선수범을 하였기에 임진왜란처럼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군대의 빈자리에 그들이 의병장으로 나서면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까지 걸고 따라 나섰던 것이다.

퇴계 선생은 비록 전쟁 시기를 살지는 않았지만 올바른 삶의 이치를 공부하고 이를 모든 사람에게 실천하였다. 그 결과 그의 제자들은 임진왜란 때 향촌 각지에서 의병을 일으켰고 조정에서는 구국의 명신으로 활약하였다. 수백 년 뒤 나라가 기울어질 때 그의 고향 안동에서 독립 운동가들이 가장 많이 배출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그 옛날 신분사회에서도 구성원 상호 간에 존경과 사랑이 넘칠 때 공동체는 큰 힘을 발휘하였다. 그렇다면 사기와 전우애가 무엇보다 중요한 정규 군 장병들이 선비정신을 본받으려 불볕 무더위를 무릅쓰고 선비수련원을 찾는 것은 마땅히 격려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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