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부동산 펀드..원금 손실 '주의보'

최소임대료 보장 등 매력에 투자자 몰려
펀드 규모 15개월새 1400억 늘어나
건물값 최소 10% 올라야 원금 보장돼
임대수익 좋아도 시세 차익 없으면 손실 우려
  • 등록 2017-04-11 오전 5:30:00

    수정 2017-04-11 오전 8:03:42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에 있는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명동II’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내놓았다. 이 건물을 사는 데 든 금액 1428억원 중 30% 수준인 465억원을 공모하면서 목표 수익률 연 5.4%를 제시했다.

그러나 모집은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호텔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외면한 것이다. 결국 목표 금액에서 100억원이 부족했고, 신한금융투자가 자금을 집행해 펀드는 가까스로 출시됐다.

부동산 공모펀드는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 어려운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 5~6%의 임대수익률도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오피스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의 규모는 3월 말 기준 2462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1452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대형 오피스나 호텔 등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대수익률이 좋더라도 나중에 빌딩 등을 되팔 때 시세 차익을 얻지 못할 경우 투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공모펀드 ‘옥석 가리기’ 본격화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하나자산운용 ‘하나 티마크 그랜드 부동산 클래스A’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3.00%다. 서울 명동에 있는 ‘티마크 그랜드 호텔’로부터 매월 임대료를 받아 펀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펀드는 당초 제시한 연 6%의 수익률을 향해 순항 중이다. 지난해 한국으로 유입되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기대로 이 펀드는 하루 만에 목표액 690억원을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건은 지금부터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되자 서울 명동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하나자산운용과 티마크 그랜드 호텔이 최소임대료보장(MRG) 계약을 맺고 있어 수익률은 당초 제시한 대로 나오고 있지만 호텔 빌딩을 매각할 때 매입 시점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호텔 매각시 사들일 때만큼 가격을 받지 못하면 당연히 원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동산은 매각할 때 세금을 비롯한 부대비용이 들기 때문에 매입 당시보다 10% 이상은 올라야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는 특성상 출구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수익률로 평가할 게 아니라 5년 후 얼마에 파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이지스자산운용이 선보인 ‘이지스코어오피스 공모 부동산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 펀드는 서울 삼성역 테헤란로에 있는 바른빌딩에 5년간 투자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건물을 매입한 후 법무법인 바른에 10년간 임차를 해 배당수익을 받는 만큼 수익률은 안정적이다. 이 펀드는 출시 한 달 반 동안 0.6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펀드 역시 만기가 돼 빌딩을 매매하려 할 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적당한 가격에 팔지 못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서울 도심에 오피스 빌딩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공급 과잉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환금성 낮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물론 펀드를 환매할 때 오피스빌딩이나 호텔 가치가 오른다면 원금 보장은 물론 시세 차익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빌딩 특성상 개인투자자들이 그 정보를 낱낱이 알기 어렵고 운용사에 대부분을 의지해야 할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가 빌딩을 매입한 금액이 적당했는지, 미래가치를 제대로 계산했는지 평가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 공모펀드를 출시하려 준비했던 대형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며 호텔을 포함한 국내 빌딩 가격이 너무 뛰었다”며 “괜찮은 물건은 가격이 너무 높고 가격이 맞다 싶으면 입지가 좋지 않아 엑시트(매각)할 때 손실을 보거나 수익률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건물의 임차인이 어느 정도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지도 개인투자자로선 알기 어렵다. 임차인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땐 안정적인 임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임차인이 부도가 나거나 현금 부족에 시달리게 되면 수익률도 장담할 수 없다.

엄현주 KG제로인 펀드 연구원은 “부동산 펀드는 폐쇄형이라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데다 그 사이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나 정보 비대칭성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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